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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당 대회 후 김정은 체제 변화 가능성

등록일 2016-05-16 02:01 게재일 2016-05-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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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 사회주의 국가들은 엄청난 변화의 과정을 겪었다. 1990년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러시아 등 여러 국가로 독립되고 현재 공산주의 이념까지 포기하였다. 동독은 서독과 통합하여 EU의 중심국으로 우뚝 서 있다. 동구의 옛 유고연방인 크로아티아도 국민 소득 2만불을 넘어 서고 있고 독재자 차우세스크로 유명한 루마니아도 국민 소득 1만불 시대에 진입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쿠바도 2014년 50년 만에 미국과 수교하였다. 북한의 인접 중국 역시 시장 경제를 도입하여 G2 국가로 부상하고 베트남과 몽고 역시 개혁·개방의 길로 매진하고 있다.

북한도 7차 당 대회 이후 사회주의적 변화의 흐름에 조응할 것인가. 서구의 유학 경험이 있는 젊은 김정은의 북한체제도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북한을 연구하는 내외의 전문가들이 이번 당 대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당 제1비서 김정은 `당위원장`추대로 4일 간의 북한 노동당 대회는 끝나고 말았다. 북한 1년 예산의 1/6인 1조2천억원을 쓰면서 김정은은 북한이 핵 보유국가임을 재천명하였다. 핵·경제 병진 노선이라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당 대회 직후 평양에서는 북한 군 10만명이 당 대회 축하 퍼레이드를 벌이면서 `당위원장의 탄생`을 열렬히 환영하였을 뿐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변화에는 필수적으로 인적쇄신과 정책이나 노선 변화가 따라야 한다. 북한 변화의 주체는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 권력층의 인적 변화가 어느 정도 수반되었는가? 이번 당 대회에서 형식적으로는 당중앙위원회 위원 235명중 129명(54.9%)을 물갈이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과는 달리 권력 핵심층의 변화는 찾아 볼 수 없다.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내각 총리 박봉주와 최룡해 2명만 보완되고 고령의 당 권력 핵심은 그대로 건재하였다. 김정은을 `당위원장`으로 추대한 88세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 91세의 상임위 부위원장 양형섭, 87세의 당 중앙위 부위원장 김기남까지 건재하였다. 김정은의 20대 여동생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김여정,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조용원이 중앙위원으로 등장한 것만 이례적이다.

이번 당 대회의 사업 보고와 정책과 노선은 북한 체제 변화를 예고할 수 있다. 전세계적인 관심사인 북핵 문제는 포기가 아닌 강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동시에 `세계적 차원의 비핵화`라는 상호 모순된 노선만 설정하였을 뿐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유엔 등 세계적인 대북 압박과 제재는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자립과 자강`을 외치지만 북한 경제는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북한 당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을 계속 대외 협상용으로 이용하면서도 그것을 북한 주민의 내부 결속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발적인 변수가 없는 한 북한체제의 변화나 개혁·개방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정은 체제는 체제의 유지와 개혁·개방의 딜레마 사이에서 갈등의 골만 깊어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 시대의 `인민 공화국`은 체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 다만 김정은의 인민복이 양복 차림으로 변화되었다. 그는 종래의 검은색 인민복은 벗어 버리고, 은빛 넥타이와 줄무늬 양복 정장을 착용하고 등장하였다. 공식적으로 올해 34세인 그이지만, 갈라지고 쉰 목소리는 50대를 연상케 하였다. 그의 헤어스타일, 뿔테 안경, 중절모, 뒷짐 진 걸음걸이는 그의 조부 김일성의 모습을 재현하였다. 3시간에 걸친 사업 총화 보고서를 읽는 모습도 과거 그의 조부 김일성을 회상케 하였다. 사실 이번의 양복 입은 모습도 보고서를 읽고 있는 모습도 김일성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새로운 통치자 김정은이 조부 김일성의 상징조작의 정치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이 이러한 수령 `후광 정치`를 계속하는 한 북한 체제의 자발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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