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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전망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미국의 `대선 전`은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의 여론 조사와 언론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한국 언론에도 대부분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의 평가와 예측을 뒤엎고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 무난히 당선되었다. 미국의 기득권 정치에서 아웃사이더의 승리이고 하층민의 반란 때문이란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신고립주의라는 정책의 기조는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의 대 한반도 정책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다소의 변화 가능성은 있다. 그의 대선기간의 발언을 중심으로 당면한 대북 정책의 이슈를 진단해 본다. 우선 주한미군의 방위비 인상 문제이다. 트럼프는 유세 중 `안보 무임승차`를 반대하면서 독일, 일본, 한국은 미군 주둔비용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경제적으로 잘사는 이들 나라가 방위비를 더 분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해외 미군의 철수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주한 미군 2만8천명의 한국 측 분담 비용은 지난해 기준 약 9천600억원이다. 이는 전체 주둔 비용의 50%정도인 셈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이를 인상하기 위한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독일은 미군이 5만500명이 주둔하지만 약 5천700억원만 부담하고 있어 우리보다 훨씬 적은 액수이다. 또한 주한미군이 대북 군사적 방어력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한미군은 대중국 감시와 견제라는 미국의 세계 전략적 구도와 연계되어 있다. 두 번째, 트럼프는 북핵 문제의 해결책으로 직접 협상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바마 역시 이러한 대북 강경 정책만으로 북핵 포기라는 정책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트럼프는 연 초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미치광이다. 핵을 갖고 장난을 못 치게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압살 정책과 함께` 햄버거 대화`라는 당근 정책까지 언급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북핵 포기 전략 보다는 핵 동결을 위한 북미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보듯이 명분보다는 실리추구라는 실용적인 대북 협상을 선택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공화당 주변의 매파 대북 전문가와 함께 국제 전략문제 연구소(CSIS)의 한국계 빅터 차를 중심으로 새로운 대북 협상 전략을 구상할 것이 확실시 된다.세 번째 트럼프는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중국을 통한 간접적인 대북 제재 방법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현 오바마 대통령도 유엔의 제재와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 정책을 채택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은 찬성하지만 개별적인 대북 제재는 반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근본적으로 대북 제재로 인한 북한의 정치적 혼란이나 붕괴가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중국을 통한 대북 억제 정책역시 실효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기업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경제 협상용 카드를 적극 활용한다면 의외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우리 정부도 한미 공조를 통해 지난 10년간 대북 제재와 압박 정책을 구사했지만 북핵 포기라는 정책적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북핵문제도 미사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한반도의 안보 위기만 조성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박근혜 정권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시점에서 이러한 안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야는 `정치적 대타협`을 통해 비상시국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국제 관계와 외교가 우리의 비정상적 정치상황까지 용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 구상을 철저히 분석하여 우리의 선제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여야 할 시점이다.

2016-11-14

국정 농단의 구조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나라가 매우 혼란스럽다.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인 5%로 떨어져 버렸다. 20~30대의 지지율이 1%이고, 대구·경북도 겨우 10% 정도이다. 대통령의 신뢰도가 완전 추락한 결과이다. 12일 광화문 시위에는 `대통령 퇴진` 총궐기가 예정돼 있어 가히 6·29 전야를 방불케 한다. 대통령의 두 차례의 담화는 아직도 분노한 국민의 가슴에는 와 닫지 않은 형국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이 구속되고, 뒤이어 전 수석 안종범, 전비서 정호성이 구속되었다. 모두 국정농단의 주범들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도 형사 소추와는 별개로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국정 농단의 일차적 책임은 이들에게 있지만 과연 이번 사태의 구조적인 연계적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이번 사태는 대통령의 독선이 초래한 비극이지만 그 구조적 책임은 집권 여당에도 분명히 있다. 결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제도적 문제만이 아닌 잘못된 운영의 결과이다.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을 견제하지 못한 책임은 집권 여당에 물어야 한다. 그러한데도 새누리당은 누구하나 이번 사태에 진심으로 책임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어제 겨우 따가운 여론에 밀려 `합동 사과`라는 형식을 취했다. 지난 총선 시 그렇게 친박 완장을 두르고 위세 당당하던 진박(眞朴)의원들은 어디로 갔는가. 국가적 위기 앞에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그들의 모습에 지지자들도 실망하고 있다. 더구나 초유의 국가적 재난 앞에 친박과 비박의 내홍과 갈등은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전국 곳곳의 성난 시위 군중대열에서 터져 나오는 `새누리당 해체`라는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집권 여당은 내분을 멈추고 위기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이번 사태에는 이 나라 언론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우리 언론은 그간 정치권력의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 본래적 기능에 얼마나 충실했는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권력에 빌붙어 언론의 사실왜곡과 편향적인 보도로 여론을 오도한 언론인은 없는가. 일부 종편은 `종일 편파적 방송만 한다`는 세간의 여론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종북 시비 등은 그렇게 집요하게 다루던 언론이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언론은 몇이나 되는가. 그렇게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던 보수 편향의 언론이 이제 앞다투어 권력의 비리를 폭로하는 일종의 아이러니이다. 모두가 뒷북치는 모양새이다.이번 사태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냈던 `과잉동조 형`유권자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가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를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식 수준은 낮은데도 `박정희 대통령의 신드롬`에 빠져 `과잉 동조형`지지자가 문제라는 뜻이다. 아직도 지역 연고주의를 탈피하지 못하고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에만 `묻지 마 투표`를 하는 유권자의 관행 문제이다. 이러한 후진적인 과잉 투표행태가 결국 불나방처럼 권력의 연줄을 찾아 나서게 하고 국정 농단의 뿌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지지층의 균열이 시작되었지만 이는 아직도 `자기반성`의 결과는 아닌 것 같다. 이들의 배신감과 실망감이 한국의 정치발전에 합리적 참여 문화로 작용하길 바란다.이제 이 나라 정치인들은 국가적 위기 앞에 진심어린 `정치적 대타협`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권력행사를 바르게 제어하지 못한 책임부터 통감하여야 한다. 당은 친박과 비박의 갈등 구조를 과감히 혁파하고 합리적인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야당 역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대선과 연계시키는 정략보다는 나라를 구하는 합리적 해법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 나라 언론도 이제 공정 보도와 정론직필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과 위기 앞에서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의 각성이 요구된다.

2016-11-07

불통의 리더십이 자초한 국가적 재난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의 일괄 사퇴를 지시하였다. 여기에는 문고리 3인방도 포함되었다. 이번 사태로 대통령이 갑자기 제안한 개헌문제 등은 모두 블랙 홀에 빠져 버렸다. 진보적 시민단체가 개최한 광화문 집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있다. 소위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의 신뢰와 권위까지 전면 실추시키면서 대통령의 지지도는 14%까지 추락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말기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번 위기의 구조부터 정확히 진단하여야 한다. 단언컨대 이번 위기의 근원은 박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에서 찾아야 한다. 그동안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을 자주 지적하였지만 대통령은 마이동풍(馬耳東風)격이었다. 대통령은 항시 `법과 원칙`만 강조하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자신의 주장과 신념 관철에 충실하였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그의 명분 앞에 청와대 참모나 여당 지도부는 모두 침묵으로 일관한 결과이다. 그동안 청와대 수석뿐 아니라 장관들의 대통령 독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보고는 서면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지난해 신년 기자 회견장에서 대통령은 기자들의 대면 요구 질문에 `그렇게 원하세요`라는 말로 웃어넘겨 버렸다. 이번의 사태의 근원은 소통부재의 대통령의 리더십이 자초한 비극임을 부인할 수 없다.이번 국정 농단의 참사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우려하고 예견되었던 일이다. 당시 미국 대사는 최태민이라는 종교적 주술사가 박근혜 영애의 `육과 영을 지배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본국에 보낸 적도 있다.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도 이 점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지만 그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외신은 이번 사태도 최태민 목사의 딸이며 영적 후계자 최순실과 대통령의 영적인 결합관계로부터 출발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의 눈과 귀는 `어려울 때 도와준 은인` 최순실에게만 열려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소통부재의 리더십 공간에 `신비스런 여인` 최순실 식 `주술적 해법`이 자리 잡은 결과이다. 그가 대통령 연설문까지 고치고 국가의 고급 정보를 보고받고 고위직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정황에 국민들은 공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최순실의 사이비 종교적 독단과 결합되어 합리적인 소통적 리더십을 상실해 버린 결과이다.한편 이번 사태는 대통령의 리더십뿐 아니라 대통령 측근 세력과 집권 여당에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청와대 역대 비서실장과 수석뿐 아니라 내각에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 특히 국기를 뒤흔드는 최순실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여당내의 친박들은 아직도 `최순실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면피용 발언만 계속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비박의 김무성 의원까지 `최순실을 모른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을까. 그간의 대통령 측근의 인사에도 문제가 많았다. 박근혜 정부의 두 명의 총리와 최장수 비서실장, 민정 수석까지 모두 검사 출신이다. 상명하복의 검사출신 관료의 측근 기용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정권의 안보에는 강할지라도 국정에 대한 용기 있는 진언(眞言)은 외면했다는 평가도 있다. 유승민 의원이 헌법 1조와 2조를 되뇌고,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경구를 지금 다시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대통령과 정부는 조속히 위기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은 남은 재임기간이라도 그의 리더십을 소통의 리더십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청와대 수석 몇 명과 총리의 교체로 해결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 없이는 위기의 정국은 해소될 수 없다. 일시적 미봉책은 오히려 정치적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거국 내각이든 책임 총리든 총리부터 국민적인 신망을 얻은 인물로 교체하여야 한다. 이러한 쇄신책이 마련되고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눈물의 호소`가 있을 때 성난 민심은 돌아설지도 모른다.

2016-10-31

손학규의 `정계 복귀`를 보면서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몇 해 전 어느 뒷골목 식당에서 손학규와 장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수더분한 얼굴에 상대의 말을 차분히 들어주는 그에게 우선 호감이 갔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정치 경력도 국회의원, 도지사, 장관, 당대표, 대권후보 등 매우 화려하지만 시종 겸손하였다. 당시 중도 진보인 그의 정치노선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았다. 2년 전 홀연히 정계를 은퇴했던 손학규가 다시 정치 재개를 선언하였다. 회견장에는 그간의 정치적 소신을 담은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 한 권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과연 그가 기자회견에서 밝힌대로 한국 `정치의 새판짜기`에 성공할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손학규의 정치 재개는 오래 전부터 점쳐져 왔다. 정치적 위기때마다 야권 정치인들이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시로 그를 찾았으나 그는 거절했다. 그는 강원도 춘천의 어느 산골에서 전남 강진으로 거처를 옮겨 가면서 정치 재개시기를 저울질하였다. 대선을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그는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타이밍상 아무래도 늦은 듯하다. 그가 개헌을 고리로 `제7공화국` 수립의 거대한 포부가 있었다면 좀 더 일찍 정계에 복귀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정치는 결국 세력 대결인데 얼마나 사람을 모을지도 의문이다. 그는 대권보다는 한국 정치의 `새판짜기`에 더욱 관심이 있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세력규합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그는 정치 재개의 명분으로 87년 판의 6공화국을 청산하고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 건설을 천명하였다. 개헌은 여야 정치권에서 명분상 찬성하는 의원들은 많지만 그 실천은 쉽지 않다. 개헌론자들도 개헌이라는 원론은 찬성하지만 내각제 개헌에서부터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르기까지 입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 등 일부 비박에서도 개헌을 찬성하지만 친박과 청와대에서는 아직 동조하지 않고 있다. 제3의 정치를 선언한 전 국회의장 정의화, 새누리당을 탈당해 새 정당을 창당한 이재오도 개헌의 원칙에는 찬동하지만 대선후보들의 개헌에 관한 입장도 각기 다르다. 이럴 경우 개헌 문제는 대선전에 공론화되기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벌써 대선 후보가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다.손학규는 그가 몸담았던 더민주당을 탈당하고 제3지대에서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의 더민주당의 탈당은 한나라당 탈당에 이은 두 번째 탈당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그에게는 과거의 탈당 자체가 지난 대선에서 정치적 부메랑이 돼 그를 괴롭힌 것도 사실이다. 그가 탈당해 구축할 `제3지대`는 이론적으로 보면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그는 10년 집권을 매개로 안철수와 공동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교감이 있은 듯하다. 그러나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다시 제3캠프에서 재창당하기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데도 그는 더민주당의 비문 세력과 새누리당의 비박세력까지도 규합해 넓은 지평을 확보하겠다는 포부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선 1년을 앞둔 시점에서 헤쳐모여 식의 정계개편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새누리당의 비박과 더민주당의 비문세력의 영입도 어려울 것이다.여러해 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방문했을 때 그 대학 종신교수인 J씨는 손학규가 그 대학 출신 정치학 박사라고 자랑스럽게 전해주었다. 그는 젊은 시절 교수로서도 성공할 학자적인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비교적 때 묻지 않는 그의 학자적 풍모는 정치적 강점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대선 시 `저녁이 있는 삶`도 중산층 지식인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캐치프레이즈였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대선판이 냄비처럼 달아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제3지대를 통한 마지막 정치적 포부는 과연 성취될 수 있을까. 그는 친박과 친문간의 혈투가 예상되는 대선 전에서 제3의 후보로 성공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의 정치 행보를 관망해 볼 수밖에 없다. 진영 논리와 장벽논리가 지배하는 한국의 정치 풍토에서 그의 정치선언은 아무래도 늦은 감이 든다.

2016-10-24

“한반도 통일은 북한 주민들이 결정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반도 통일은 북한 주민들이 결정한다.”동독의 마지막 총리 로타어 데메지에르가 한국을 방문하여 언론 대담에서 남긴 의미심장한 말이다. 독일 통일은 동독인들이 후손들의 장래를 위한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사실 동독인들은 마지막 선거에서 서독과 통합하려는 정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였다. 그것이 1990년 10월 3일 서독 연방에 편입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독일의 통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독의 `흡수통일`이 아닌 동독인들의 `선택에 의한 통일`이라는 것이다. 결국 동독인들의 주민의식의 변화와 결집이 독일 통일을 가능케 하였다. 이 공식을 한반도 통일문제에 적용하면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한반도 통일의 전제가 되는 것이다.사회주의 체제의 변혁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체제 위기와 주민들의 의식 변화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작된 공산사회의 변혁 바람은 체코의 1968년 프라하의 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체제 개혁의 바람은 1989년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키고, 모스크바까지 진격하여 공산주의 종주국 소연방의 붕괴로 이어졌다. 그러나 아시아 공산국가의 개혁의 바람은 천안문 광장에서 좌절되고 한반도의 압록강을 건너지 못하였다. 중국은 그래도 천안문 사태의 충격으로 시장 경제를 빠르게 도입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을 과감하게 추진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스탈린식 일인 통치를 그대로 답습하여 수령 독재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에서 주민들의 체제불만은 감지되고 있으나 아직도 내부의 조직적 저항은 찾아 볼 수 없다. 북한 체제 균열의 상징으로 탈북자는 늘어나지만 아직 주민들의 반체제 의식은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정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대북 강경 압박과 봉쇄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도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국내에서는 독자적인 핵개발론에 이어 미국 전술 핵 재배치론에 이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의 참수작전, 심지어 북한 지도부 제거를 위한 특공부대 육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은 북한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대북 압박 정책만으로 북한 당국이나 당 지도부의 정책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 당국은 이를 빌미로 체제 보위책을 강구하고 주민들을 더욱 통제하기 때문이다.우리도 북한체제의 변화를 위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북 정책과 방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지도부와 북한 주민을 분리시키는 정책`을 집행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여기에는 북한 노동당원 약 350만을 2천200만 북한 주민과 분리시켜 북한체제의 변혁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그러나 북한 집단주의 체제의 속성상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시키기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다. 그것이 선언 이상의 의미를 지니려면 북한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대북 압박정책만으로 북한 당국에 긴장과 체제 위기는 불러올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다. 결국 현재와 같은 남북 간의 최악의 긴장과 대결국면이 끝나면 남북은 다시 대화의 국면으로 나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정부는 통일을 위한 주민의식 변화를 위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하여야 한다. 서독의 동방 정책은 서독의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추진되었다. 양독의 정부와 민간 교류를 병행한 `작은 걸음 정책`이 독일 통일이라는 위업을 이룩하였다. 우리의 대북 정책이 강온전략이나 투 트랙 전략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남북한의 상호 교류와 접촉을 넓히는 정책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은 지난 시기 대북 교류 협상 경험이 우리에게 준 소중한 교훈이다. 현재의 대북 선전 삐라만으로는 북한주민들의 의식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의 대북 정책도 대북 주민 접촉을 넓히는 방책을 지금부터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2016-10-17

다문화 사회, 우리의 낙후된 시민의식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통계를 보니 1년간 우리나라 출입국자 수가 우리나라 인구를 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1천6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거주 외국인도 200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민, 유학생, 사업자 등 거주 목적이나 형태도 다양하다. 다문화 가정이 38만7천가구이며 다문화 학생이 8만명을 넘고, 탈북자도 2만7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사회는 이미 인구의 4%를 넘어 100명 중 4명이 외국인으로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거리에 나서면 어디에서나 매일 외국인 2~3명은 볼 수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급속하게 다문화 국가로 변천한 것은 그동안 우리의 국력 성장의 결과이다. 우리의 경제력은 수출규모면에서는 세계 6위, GDP 면에서는 세계 12위를 자랑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외국 노동자를 끌어들이고, 외국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한류라는 바람은 동남아뿐 아니라 이제 유럽에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의 상품, 음악, 음식까지 선호하는 세계인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장마당에서도 한국 물건이 암거래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외국의 한국 문화관에는 한국어 수강생이 늘어나고, 외국 여러 대학에서도 한국어 학과가 인기를 얻고 있다.이러한데도 정작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우리의 다문화 현실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는 벌써 다민족·다문화사회에 진입했는데도 우리의 시민 의식은 아직도 폐쇄적이고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어느 독일인은 한국 사람들은 표정이 없고 불친절하다고 솔직히 털어 놓는다. 일전 어느 세미나에서 만난 미국인 교수는 한국에 온지 6년이 지나고 생선회까지 먹고 된장국과 마늘도 즐겨 먹는데 한국인들의 사고의 경직성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 다문화 가정의 폭력과 이혼 현상은 소통의 부재뿐 아니라 이러한 우리의 낙후된 가치관과도 무관치 않다. 한국인들의 서구인들에 대한 호감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그러나 못 사는 후진국 사람에 대한 배타성과 차별의식은 지나칠 정도이다. 심지어 탈북자에 대한 불신은 자유를 찾아 남하한 그들을 실망시키고 있다.최근 동남아에서 온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을 다룬 방송이 인기 프로그램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글로벌 시대 개방화에 따른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다문화의 물결은 차단하기 어려운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의 현실은 다민족 다문화로 급속하게 진전했는데 우리의 시민의식은 아직도 단일 민족주의적 폐쇄적 가치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이 나라를 찾아온 외국인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외국 이주민과도 하나의 공동체 문화를 창출토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시대의 대한민국의 활로를 개척하는 길이다. 여러 인종과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하나의 용광로에 담아 한국형의 다문화 공동체를 창출하여야 한다. 인구 14억의 중국은 이미 56개 족이 공존과 조화의 국가 공동체를 이루어 G2 국가로 부상하였다. 세계의 선진국들은 대부분 다문화 사회의 정착에 성공한 나라이다. 미국은 차치하고라도 신흥 다민족 국가인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다문화 사회의 성공이 그것을 입증한다. 차제에 우리는 한민족 750만명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을 합친 7천500만 인구의 10%이상이 전 세계 170여 개에 산재해 살아가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이나 러시아의 고려인, 일본의 재일 동포, 미국의 코메리칸들도 그들의 정착 과정에는 엄청난 수난과 고통을 겪었다.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이 나라에 찾아온 이주민의 적응과 정착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이주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들과 접촉하는 우리의 시민의식이 변해야 한다. 이들 이주민을 잘 보살피고 공존의 사회를 만들 때 우리의 국가적 위상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2016-10-10

북한 장마당의 확산을 주시하는 이유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북한식 통제사회에도 장마당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시장 규모가 400개를 넘어섰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농민들의 생필품 교환 장소로 출발한 장마당이 이제는 종합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본의 NHK가 북한의 시장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신발, 비누, 옷, 가구, 간이음식점의 모습이 북한 경제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좌판 위의 음식을 사먹는 군인들, 서로 자리싸움을 하는 북한의 아낙네들, 신발도 신지 않은 어린이의 구걸행각까지 눈에 띄었다. 원래 사회주의 국가 계획 경제는 시장 경제를 낭비경제라고 무시하고 배급 경제를 채택하였다. 그들은 자본주의 경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사유제를 인정치 않고 당과 국가가 경제 활동을 통제하는 경제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소련과 동구의 사회주의 경제는 생필품의 부족 등 경제적 위기를 해소치 못해 붕괴되고 말았다. 오늘의 사회주의 중국도 결국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의 정치는 공산당이 철저히 장악하면서도 경제는 시장에 맡겨 오늘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이다.북한에는 `노동당`과 `장마당`이라는 두 개의 당이 공존한다는 말이 있다. 북한 땅에 장마당이 증대되고 초보적인 도매 시장, 금융 대출업, 노래방, 유흥업소 등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시장 확산은 `고난의 행군`시의 아사자를 점차 사라지게 하였다. 시장에 가서 조금만 움직이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집단 농장보다 개인의 텃밭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 상당수 주민이 하천이나 야산에서 개인 소유 `소토지`를 개간하고 작물을 재배하여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확대는 빈부의 격차를 증가시키는 `자본주의적 불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판 벼락부자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과거 배급 경제시의 국가나 당의 지시나 통제는 이제 먹혀들지 않게 된 것이다. 여기에 북한 당국의 고민이 있다.북한 당국이 시장 참여를 제한하고 통제하고 있지만 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집단 농장이나 국가 기업소에서 일하던 주민들도 기회가 있으면 시장에서 장사하기를 원한다. 북한시장에서 휴대 전화는 필수품이 되었다. 시장정보가 장사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시장 상인들은 전화로 물가를 알아보고 고물 트럭이라도 마련하여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보급된 300만대의 전화기가 북한의 온갖 생활 정보의 교환 통로가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끼리의 정보 교환은 사실상 국가통제가 불가능하다. 시장의 확산은 정보화 사회를 촉발하여 주민들의 당이나 국가에 대한 불만표출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이점도 북한 당국이 시장 확산을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북한 시장의 확산은 사회주의적 통제경제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에 접목하는 계기가 된다.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 결혼한다는 역설이 북한 땅에도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걷어 들이는 임대료, 자릿세, 매장 사용료 등은 부족한 국가재정에 충당되고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낭비 경제`를 질타하면서도 자본주의적 과실을 따 먹는 형국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배경이 좋은 북한 주민은 장사하기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여기에 자본주의적 관료부패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당 간부는 당당하게 먹고 보위부 간부는 보이지 않게 먹고, 안전부 간부는 안전하게 먹는다`는 유행어까지 북한 땅에 퍼지고 있다.북한 당국이 이를 막기 위해 시장의 통제와 이완 정책을 반복하고 있지만 시장화의 추세만큼은 꺾을 수 없다. 북한 땅에서 장마당과 노동당은 이제 불가분의 공존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북한의 경직된 체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이미 개방과 개혁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16-09-26

독자적인 핵무장론을 우려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다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몇 해 전 거론되었던 핵무장론이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와 원유철 의원 등 의원이 가세하고 일부 대권 후보들이 지지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을 앞두고 다시 6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가 대북 핵 억지력을 얻지 못한 결과이다. 독자적인 핵무장론은 상당한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아직도 공식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독자적 핵개발이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야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다시 거론된 독자적인 핵무장론은 상당한 명분과 근거를 가지고 있다. 사실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2270호의 대북 제재결의는 국제적 공조 여론은 확산했으나 당사자인 북한의 5차 핵실험은 막지 못했다. 더구나 대북제재의 핵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지도 못했다. 중국은 아직도 원칙 면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개별 국가의 제재에는 찬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간파한 북한 당국은 북핵에 대한 국제적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핵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핵실험은 그들의 단순한 충동이나 돌출이 아닌 자기 나름의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핵무장론자들은 우리도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하여 북핵에 대한 실질적인 억지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이 초래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우선 명분상으로 무지막지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적절하고 정당한 응징 방법이라는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론이 당면한 사드 배치를 정당화할 수 있고, 미국의 전술핵 배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된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술핵을 남한에 재배치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사드 배치 이상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을 중국과의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부 핵무장론은 북한의 핵실험까지 반대하는 중국이 이를 수용할 리는 만무하다.무엇보다도 우리의 독자적인 핵무장은 우리의 외교나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클 것이다. 명분상으로도 그동안 북핵을 꾸준히 반대하던 우리가 입장을 바꿔 자체 핵개발을 추진할 경우 역설적으로 북핵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또한 우리가 핵개발을 하려면 북한처럼 핵확산 금지조약(NPT)과 국제 원자력기구(IAEA)부터 탈퇴해야 한다. 이러할 경우 우리는 국제적 제재를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북한의 `쪽박 경제`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세계 경제 규모 13위, 수출규모 6위인 우리의 수출의존형 경제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너무 클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은 핵 잠재국 일본의 핵무장을 촉발하여 동북아의 긴장은 더욱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그러므로 우리의 독자적인 핵무장론은 안보상 그럴듯해 보이지만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여권의 일부 핵무장론자들이 핵무장을 쟁점화 하여 내년 대선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또 다른 역풍을 맞을 지도 모른다. 이는 국론 분열만 가중시키고 우리의 실질적 안보와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라는 대응방식은 여론의 지지는 받을지 몰라도 독자적 핵개발의 정당한 명분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인내력을 갖고 유엔을 포함한 대북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의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는 대화도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북핵문제에 관한한 대중국 설득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우리의 독자적인 핵무장론은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고려하는 입장에서 냉철하게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2016-09-19

`자살 공화국`의 불명예를 탈피하려면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국은 GDP면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해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당당한 회원국이다. 우리나라는 복지와 의료 혜택의 증대로 평균 수명도 늘어나고 기대 수명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살률은 단연 세계 1위이다. 2014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자살률 12.1명(인구 10만명 당)의 2배가 훨씬 넘는 27.3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한해 평균 1만4천여명이 자살하고 하루 평균 38명, 매 시간 당 1.58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자살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것은 이러한 통계가 뒷받침하기 때문이다.한국 사회의 자살은 계층과 연령, 지위에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몇 해 전 재벌 기업 정몽헌 회장과 전직 대통령의 자살, 지난해 기업인 성완종 사장의 자살, 최근 롯데 이 인원 부회장에 이은 야구 해설가 하일성씨의 자살도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들 모두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자살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자신의 체면손상이나 자책감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언론에 보도되는 이런 유명인 외에도 입시와 취업 실패, 가정의 불화, 생활고, 왕따의 소외감 등 사회적응 실패가 자살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노인 자살률이 증가하고, 심지어 젊은 층의 자살사이트를 통한 집단 자살도 증가하고 있으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자살의 원인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뒤르케임은 그의 `자살학`이라는 저서에서 사회적 연대관계나 결속력 정도를 자살요인으로 삼았다. 그는 자살의 유형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이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이기적 자살은 가정파괴나 빈곤 등 공동체의 유대의식의 약화에 따른 자포자기적 자살이며, 이타적 자살은 그가 속한 집단이나 공동체에 대한 지나친 결속력에 따른 타자 지향적 자살이다. 오늘날 가장 많은 아노미적 자살은 자살자가 당면한 어려운 현실 앞에서 자기 혼돈(anomie)이나 착각에 의한 자살 유형이다.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자살의 원인을 죽음의 본능에서 찾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에로스적 본능과 함께 타나토스(thanatos)라는 죽음의 본능을 가진다고 보았다. 인간은 적대적인 관계에서 자기 방어기제가 붕괴될 때 자기를 부정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적개심이 그를 공격하거나 죽이지 못하고 자기애(自己愛)적 손상인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신의학자 링겔도 인간의 무능체험은 `자기 협소화`의 과정을 거쳐 자기에 대한 공격인 자살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의학계에서는 이런 자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하면 고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이렇게 볼 때 한국인들의 자살은 대부분 아노미적 자살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악의적 경쟁 구조와 한국인 특유의 `조급증`이 자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조급증은 왕성한 성취동기와 근면성으로 이어져 한국적인`압축 성장`의 신화를 초래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조급증이 벼락출세로 이어진 경우도 더러 있지만 실패로 인해 패가망신한 경우도 허다하다. 비정한 우리 사회는 이러한 낙오자를 실패자로 낙인을 찍고 만다. 한국적인 형식주의적 체면과 명분은 자살을 더욱 부추기는 계기가 된 것이다.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살 재시도자가 4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자살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자살방지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를 원천적으로 건강하게 만드는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정부 특단의 긴급 방지 대책부터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자살예방 전문인력부터 확충하고, 시민 단체나 자살 예방센터에 대한 지원도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2016-09-12

北의 공포 공화국과 南의 탈선 공화국

남북한이 공히 공화국(共和國)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임을 헌법 1조를 통해 내세우고, 북한 당국은 자기들이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임을 선전하고 있다. 공화국은 국체(國體)를 일컫는 말인데 주권 소재뿐 아니라 그 운영방식도 국민을 위한다는 뜻이다. 이는 왕이 전권을 행사하는 군주국에 대칭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남북한 모두 표방하는 공화국과 실제는 거리가 멀다. 북한은 인민공화국이 아닌 수령공화국이며 남한 역시 진정한 민주공화국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북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젊은 수령의 숙청의 정치, 공포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 등장 이후 장성택에 이어 권력 핵심층이 여러 명 총살 당했다. 최근에도 부총리 김영진이 처형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북한 권력 핵심 통일전선부장 김영철도 복권된 최용해처럼 농촌에 가서 `혁명화 교육`을 받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의 권력 측근도 고위 인사도 수령의 눈과 귀에 거슬리면 `반혁명 종파 분자`로 낙인 찍혀 숙청된다. 합법적인 재판 절차도 없이 해임되고 강등되고 처형되고 있으니 인민주권의 공화국과는 딴판이다.북한체제가 수령 독재 공화국으로 전락한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해방과 분단, 전쟁이라는 한반도의 역사는 북한 땅에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아직도 접목치 못한 결과이다. 한말의 전제 정치와 일제 36년의 무단통치만 체험한 주민들은 김일성 수령의 우상화에 거부 반응을 보일 겨를도 없었다. 김일성이 내세운 `반외세 반제 투쟁`과 `남조선 해방`이 주체사상으로 위장하여 통치의 명분으로 그럴듯하게 작용하였다. 여기에다 북한당국은 3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해괴망측한 어버이 수령론을 전파하였다. 북한 당국은 수령옹위 3대 기둥을 당, 인민, 군대라면서 절대 충성을 강요하고 있지만 이에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다. 원천적으로 자유민주주의 바람이 봉쇄된 반(反)인민 공화국의 비극이다.북한 체제만 비판하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우리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반(反)민주공화국적 현상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우 절차적·제도적 민주주의는 구비했으나 실제적·실천적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아직도 주권자인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먼 탈선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행 청소년을 선도해야 할 담당 경찰관이 여고생을 능욕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법을 엄격하게 집행해야 할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고, 뇌물을 받은 부장 판사까지 구속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하였다. 장관 임용을 위한 국회의 청문회에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부당한 증여, 논문 표절 등은 이제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음주운전 경력의 경찰청장 후보가 버젓이 대통령의 임명장을 손에 쥐었다. 이를 감시할 언론의 고위 간부까지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니 할 말이 없다. 모두가 국민의 뜻을 배신하는 `탈선 공화국`의 모습이다.대학 총장을 지낸 어느 원로 가톨릭 사제는 이를 두고 `북쪽은 미쳤고`, `남쪽은 썩었다`고 질타하였다. 그래도 역사의 교훈은 일시적인 굴절은 있어도, 항구적인 모순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반인민적인 수령 공화국은 오래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때문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을 `고난의 행군`으로 몰아가면서도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반인민적 처사는 내우외환에 직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우리 역시 이곳저곳에서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불신과 허무주의가 팽배하다.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우리 내부의 탈선과 부패의 정치를 청산하지 않고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이룰 수 없다. 여야가 정권 쟁탈을 위한 투쟁보다 진정한 `민주 공화국`을 이룰 방도를 찾아야 한다.

2016-09-05

대북 강경 정책의 한계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통일정책이 통일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이라면 대북정책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단기적 통일 정책이다. 대북 정책에는 강경정책인 봉쇄정책과 온건정책인 교류협력정책이 있다. 전자는 일종의 대북 압박정책이고, 후자는 포용정책, 햇빛정책이라고 불리고 있다. 해방과 분단이후 역대 정부에서는 강경정책의 기조가 유지되다가 문민정부 이후 대북 포용정책이 채택되었다. 이명박 정부에 이은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의 기조를 온건정책에서 다시 강경정책으로 전환하였다.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에로의 교체 과정에서 대북 정책의 ` 잃어버린 10년`과 `퍼주기 논쟁`은 상당한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하였다.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표방하였다. 한동안 `통일 대박론`은 국민들의 통일의 열망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결국 대북 온건정책을 포기하고 대북 강경정책으로 회귀하였다. 물론 북한 당국의 무모한 휴전선 도발, 4차 핵실험, 미사일 시험 발사가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정부는 현재 동원할 수 있는 강경정책을 모두 동원하여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유엔과 미국과 협력하여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까지 폐쇄하였다.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은 전면 중단되어 버렸다. 한미 방위 조약과 한·미·일의 안보 협력체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용 사드는 전격적으로 배치 장소가 결정되지 않고 여론은 분열되고 을지훈련 등 한미 군사훈련은 재개되었다. 정부의 이러한 대북 강경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정책의 변화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이러한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정부의 이러한 강경정책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 나아가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 체제를 `정상국가`로 유도하려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압박 정책이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기대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은 오히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며칠 전 그들은 수중 탄도 미사일(SLBM) 을 발사하였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은 북·중·러의 역삼각 협력 체제가 구축되고, 한·미·일의 삼각체제가 강화되어 대립하는 형국이다. 이로 인한 동북아와 한반도에는 신 냉전 기류가 흐르고 북·중 관계는 더욱 결속되고 있다.대북 압박정책과 제재정책은 북한의 외교적 입지를 많이 위축시킨 것은 사실이다.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과 태영호 영사 등 북한 고위급 외교관의 탈북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우리의 대북 강경정책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대북 압박이 북한의 내치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 권력층 내부의 분열과 갈등은 여전히 표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 김정은은 남북 긴장관계를 빌미로 자신의 정치적 위상만 강화시켰다. 그는 노동당 당위원장과 국무원 위원장 자리에 등극하면서 자신의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시켰다. 여기에 더욱 정밀하고 더 강한 제재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정권은 돌발 변수가 없는 한 `관성의 법칙`에 따라 그대로 갈 수 밖에 없다. 모두 대북 강경정책의 한계이다.결국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만이 능사는 아니다. 남북관계의 현실적 위기 국면을 벗어나면 이제 남북문제를 대화로 풀어가는 이중전략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보수 정권의 남북관계의 단절과 냉각을 `다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북 정책에는 강경과 온건, 압박과 대화라는 투 트랙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포용정책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 합리적 정책이라는 시각에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이것은 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가장 큰 교훈이다.

2016-08-29

반기문 `거품론`과 문재인 `한계론`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여당은 이미 당대표를 선출했고 야당은 당대표 경선을 눈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당대표 선출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벌써 내년 대선에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에는 반기문 사무총장 외에는 아직도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문재인이 이미 후보로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듯한 분위기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두 후보만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대통령후보가 될 것은 확실시 되지만 그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소위 반기문 `거품론`과 문재인 `한계론`이다. 반기문의 현재의 여론은 단연 1위이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거품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야성향의 진보적 유권자들과 새누리당의 대선에 나올 일부 잠룡들이 이에 동조한다. 그들은 후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의 거품은 쉽게 꺼질 것으로 바라본다. 반기문은 아직 후보로서 자질 검증이 되지 않았고 후보가 되었을 때 `생존`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과거 대선전 영입된 외부 인사가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전 총리 고건 후보의 낙마의 예를 들기도 한다. 외무 관료로 성장해 유엔 총회 사무총장직에 오른 경력만으로 격변의 시대가 요구하는 대권후보 자질로 적합한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온화하고 신사적 리더십이 본선에서 쏟아지는 총탄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에 당내 경선에서 걸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한편 여권 내에는 아직도 반기문 대망론에 기대를 걸고 지지하는 세력도 상당한 듯하다. 특히 당권 경쟁에서 승리한 친박에서는 내심으로 그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할 것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호남의 친박 핵심 이정현 대표가 당권을 장악해 충청권 후보를 옹립, 무주공산인 대구·경북의 지지를 얻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전략까지 슬쩍 보이고 있다. 친박이 비박까지 결속해 반기문 후보를 옹립하면 정권 재창출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가 내년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될 경우 외교 전문가인 그의 리더십은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야당 후보 문재인의 한계론도 점검해 보자. 문재인의 한계는 친노 주류로 형성된 더민주당의 지지만으로는 표의 확장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친노·친문에 대해 전면적 거부감을 표출하는 보수층과 당내 비주류의 입장이다. 특히 지난번 대선의 문재인의 48%의 지지는 여야 2인 경쟁의 결과이지 그에 대한 순수한 지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호남중심의 국민의당의 탄생은 호남표의 이탈로 그의 지지의 확장성을 더욱 제한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치 상황도 야권의 분열로 이어지고 있고 대선전 야당의 재결합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그의 대권 꿈은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아직도 문재인 대세론이 유효하다는 입장도 상당수다. 지난번 준비 없는 대선에서도 48%의 지지를 얻었는데 2%의 회복은 낙관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 정치에서 한번 지지한 후보에 대해서는 다음번 투표에서도 계속 표를 준다는 유권자의 투표 성향도 이를 뒷받침한다. 후보의 자질 면에서도 정치인 문재인의 정직하고 선량한 이미지는 표의 결집력과 확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의 경선에서도 문재인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상처를 받지 않고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들 두 사람이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대선에서 후보가 될 것은 확실시 된다. 두 사람은 이미 대선 후보 이미지 구축을 위한 정치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현직 사무총장 반기문도 지난번 한국 방문 시 대선후보 선포식에 버금가는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 문재인도 자신의 약점인 안보관을 굳건히 하기 위해 백령도와 독도까지 방문했다. 우리가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를 유심히 관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6-08-22

중국 여행길에 부딪친 사드의 과잉 반응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중국 여행길에 고향처럼 찾아가는 곳이 연변 조선족 자치주이다. 이번 역사 탐사 여행은 작년에 이어 만주의 항일 유적지를 찾아가는 두번째 여행이다. 중국행 비행기 안에서 펼쳐본 한국 신문에는 중국 언론의 지나친 사드 대응을 질타하는 기사가 많았다. 그래도 우리의 이번 중국 여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우리는 베이징 공항에 내렸다. 중국 특유의 이상한 냄새가 새로 단장한 공항 이곳저곳에서도 물씬 풍기고 있었다. 하얼빈 역의 안중근 기념관, 산시진의 김좌진 장군의 고가, 목단강 강가의 팔녀(八女) 투강비도 찾아보았다. 항일 역사의 현장에서 선열들의 애국충정에 가슴이 저며 들었다. 우리 일행은 예정대로 북한의 남양시를 지척에서 볼 수 있는 국경도시 도문을 찾았다. 가수 김정구의 `두만강 푸른 물`은 간데없고 혼탁한 두만 강물은 오늘도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도문 조망대뿐 아니라 북·중 다리 관광도 전면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족 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의 사드 문제로 한국 여행객에 대한 통제가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우리가 탄 두만강의 중국유람선은 더위에 지쳐 있는 북한 초병까지 생생히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식사 후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윤동주 생가가 있는 용정까지 버스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두만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도로는 북한의 촌락과 사람까지 훤히 볼 수 있어 내가 자주 찾았던 길이다. 우리 버스가 두만강변도로에 막 진입하려 할 때 중국의 무장 군인은 우리 버스를 가로막았다. 관광버스의 통행이 갑자기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중국 여행을 수십 차례 했지만 이처럼 통행금지는 처음 당하는 일이다. 가이드는 중국 상부에서 결정되면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해 하였다. 이 역시 한국의 사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는 한 시간이면 족한 거리를 연길로 돌아 무려 2시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였다. 우리 일행의 오후 스케줄은 완전히 흐트러질 수밖에 없어 용정의 용드레 우물도 윤동주의 묘소도 찾아보지 못했다.우리 일행은 해질 무렵에야 겨우 일송정에 오를 수 있었다. 가이드는 이곳에서도 관광객의 합창은 절대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백두산과 윤동주 생가, 일송정 등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깃발은 일체 사용하지 못하고, 기념 사진을 찍을 때도 단체의 플래카드는 걸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동북 공정` 시 잠시 있었던 여행객 통제가 다시 재현된 것도 사드 때문일까. 버스에 몸을 실은 우리일행은 중국 당국의 치졸한 처사를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러고도 중국이 대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그날 저녁 연변 대학의 조선족 교수 2명과 간단한 세미나가 있었다. 우리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관심이 모아져 있었다. 조선족 출신이며 지한파인 나의 제자인 H교수는 북한의 핵 때문에 한국의 사드 배치 입장을 잘 이해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서 그는 한국의 사드 배치는 결국 한·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하였다. 이어서 그는 사드는 미국이 중국 내부를 세밀히 정탐하려는 목적이 강한 사업이라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였다. 우리는 흔히 중국에서 조선족을 만나면 으레 우리 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들이 대부분 충성스런 중국 국민인데도 말이다. 그들은 대부분 고국은 한반도지만 자신의 조국은 중국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고 있다.이번 중국 여행길에서 부딪친 중국의 사드대응은 불쾌하기 그지없다. 한국의 사드 배치가 중국의 반발을 살 것은 미리 예측한 일이지만 한국의 여행객에게까지 불편을 줄 줄은 전혀 몰랐다. 중국 정부는 연일 언론을 내세워 한국의 사드 배치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것이 한중간의 정치적 외교적 갈등뿐 아니라 경제적 마찰로 비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대중 외교력을 한껏 발휘해야 할 것이다.

2016-08-08

김정은은 왜 군사적 모험주의를 선택하는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정은 체제는 벌써 집권 4년이 지났다. 그는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계승하여 군사적 모험주의를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 유학 후 김일성 군사 종합대학을 졸업했다. 김정일은 그를 일찍부터 점지하여 소위 군사전문가로 키웠다. 그는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여러 종류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하였다. 우리는 성주의 사드 배치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그는 며칠 전 황해북도 황주에서 또다시 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는 이번 시험 발사가 미군 군수물자가 들어오는 남한의 항구와 미군 기지를 표적했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는 핵과 탄도 미사일을 통한 군사적 모험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김정은의 모험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김정은이 국제적인 압박과 제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군사적 도발을 계속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가 북한 경제의 총체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고비용이 소요되는 군사적 모험 노선을 선택한데에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깔려 있다. 북한 당국이 인접 중국과 러시아까지 반대하는 핵실험을 계속하고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군사 모험노선이 내치(內治)용이며 동시에 외교 협상용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체제 유지와 대미 협상용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먼저 북한 나름의 내치용 군사적 모험주의부터 살펴보자. 집권 5년차인 김정은 권력은 7차 당 대회 이후 당·정·군을 장악하여 외형적으로는 안정을 찾은 듯하다. 그러나 측근들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은 그의 권력이 아직도 안정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김정은은 제도적으로는 노동당 당위원장, 신설된 국무 위원회 위원장, 군의 최고 사령관 자리를 독점하고 있다. 북한 권력 구도에서 겉으로는 그에 대한 충성이 절대적이지만 그 권력의 균열가능성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군사적 대남 도발, 미사일 발사, 핵실험의 강행은 주민들의 관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북한의 노동 신문이나 중앙 텔레비전을 통해 수령의 이러한 군사적 결단을 높이 받들자고 선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다음으로 김정은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대외 협상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이미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 당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안전과 실리를 보장받고자 하는 이중적 욕망이 작용한 결과이다.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과의 평화 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을 협상의 테이블에 끌어들여 정권의 안전과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을 협상 과정에서 이미 터득한 미국은 북한의 회담 제의를 쉽게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상투적인 `벼랑 끝 전술`은 이제 미국에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핵개발과 미사일을 앞세운 대미, 대남 협상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국제 여론의 변화를 기다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안정과 실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함이다. 결국 북한 당국은 내우외환을 군사모험주의를 통해 해결하려는 선군노선만큼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 노선에도 합치되며 김정일의 선군정치의 유업을 계승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총정치국장 황병서와 최용해, 김영철 등 군부 실세를 최측근에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당국이 미국에 평화 협정 체결을 계속 요구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 정치 군사 회담이나 사회단체 연석 회담을 제의할 것이다. 그것이 대화와 협상을 병행하는 담담타타(淡淡打打)식 전술에 합치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이러한 군사적 모험주의를 선택한 이상 북한은 병영국가(garrison state)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할 것이다.

2016-08-01

고위 공직자, 진경준·나향욱 일탈행위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전직 검사장과 교육부 고위 간부의 일탈(逸脫)행위가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범죄로부터 국민안전과 공동체를 보호해야 할 검사장이 최초로 뇌물죄로 구속되고, 나라의 교육 정책을 책임진 교육부의 정책 기획관이 상식이하의 발언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진 검사장의 뇌물과 150억 원의 부당한 축재도 문제이지만 그의 반복된 거짓말이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 교육부 정책 기획관의 국민을 향한 상식이하의 `개·돼지 발언`은 우리를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이러한 고위 공직자의 일탈행위는 결코 개인의 순간적인 실수라고 볼 수 없다. 고위 공직사회의 이러한 파렴치한 행위는 정권 말기적 현상이라 심히 우려되는 문제이다. 홍만표, 최유경 등 전직 검찰 간부의 수백억원 대의 뇌물 수수 사건, 우병우 민정 수석의 비리 의혹 등은 우리 고위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정권 말기에는 대형 비리가 터지고 이에 더하여 복지안동(伏地眼動)하는 공직자까지 늘어나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일부 공직자들이 정권이 끝나기 전 `한탕주의`로 일확천금을 노린 결과이다. 뇌물과 부패, 막말과 파행으로 치닫는 공직사회는 기강이 무너진 증표이다. 박근혜 정부가 `법과 원칙`을 그렇게 강조해도 고위 공직이라는 권력의 중추에서부터 붕괴되고 있으니 이를 어찌 할 것인가.진경준 검사장이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검찰청사 입구에는 `검사선서`라는 표구가 커다랗게 걸려 있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 합니다”. 고시 양과에 합격하고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진 검사장은 이번 사건으로 검사선서의 `용기 있는 검사`, `따뜻한 검사`, `엄격하고 바른 검사`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비겁한 검사`, `부패한 뇌물 검사`로 낙인찍히게 되었다.나향욱 정책 기획관도 `99%의 민중은 개·돼지와 같으니 먹을 것만 주면 된다. 신분의 차별은 있어야 하고 나는 1%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니 귀를 의심케 할 만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 발언 경위를 따지니 `국사 국정 교과서`에 관한 국민 여론 추세를 보면서 영화 `내부자`의 발언내용을 잘못 인용했다고 사죄했다. 술이 취한 상태에서 한 발언으로 잘못했다고 읍소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의 발언은 실수가 아닌 그의 취중진언(醉中眞言)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의 교육부는 말썽 많은 `국사 국정 역사 교과서 문제`에 아직 집필진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인 규정에 따라 선출한 6개 국립대학 총장 임명을 정당한 이유 없이 미룬다고 비판받고 있다. 이러한 파행적인 교육 정책의 중심에는 그와 같은 정책 기획관의 횡포가 도사리고 있었다.박근혜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공직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레임덕을 조금이라도 막는 길이다. 정부는 인사 혁신처를 만들어 공직인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인사의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인사 검증의 총책인 우병우 민정수석까지 처가 재산과 관련된 추문이 터지고 있다. 공직사회가 이제 박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와 발언만으로 작동을 하지 않을 정도로 고장이 나버린 셈이다. 이것을 수술치 않고는 임기 1년 반을 남긴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급속화 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사회에 대한, 특히 검찰 등 사정 기관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 없이는 나라가 바로 설수 없다. 경찰, 검찰, 국정원, 군 장성, 국회의원 등 고위층의 범죄를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처`를 정부가 서둘러 신설할 필요가 있다.

2016-07-25

성주의 성난 `사드 민심`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의 민심은 가히 폭발직전이었다. 일부에서 이번 사태를 `종북 좌파`의 조종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엄청나게 오도된 분석이다. 민선 성주군수, 군 의회 의장, 성주 지역 지도자들이 삭발하고 앞장선 이 시위를 그렇게 몰아가서는 사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일부 환경단체와 시민 단체가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를 이들의 배후 조종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다. 성주지역 초중등 학생부터 청년, 노인까지 3천명 이상 주민이 참여한 집단 항거를 오도하는 것은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 지난 16일 황교안 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이 성주 시위 현장을 방문했다가 주민들을 설득하기는커녕 봉변만 당하고 철수했다. 총리는 연설 중 계란과 물세례를 받고 6시간 30분 동안 버스 안에 억류되었다. 대통령도 외유중인 시점에서 국군 통수권자가 버스 안에 갇혔다가 풀려난 것은 불행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황 총리는 사드 전자파는 안전하며, 만약 위험이 있다면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성난 민심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대통령이 출국하기 전 민심을 달래라는 한마디에 아무런 준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간 이들의 처신에도 비판이 따른다.결과적으로 이들의 대안 없는 설명은 불이 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원천적으로 이번 성주 군민들의 분노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과 통보에 의한 민심의 반란이다. 성주군수까지 정부가 이러한 중대한 결정을 하는데 지자체와는 한마디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던가. 후보 지역으로 왜관, 평택 등 여러 지역을 거론하다 갑자기 제3의 성주를 선택한 결과이다.물론 정부가 설치 지역 결정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여론을 수렴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가 안보만을 내세워 지역 주민들에 대한 설득 없이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것은 시대의 정신에 뒤진 처사이다. 이번 성주의 사드 배치는 성주 군민들로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맞은 기분일 것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를 절대적으로 지지해온 그들로서는 배신감마저 느꼈을 것이다.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인내력을 갖고 성난 성주 민심을 돌리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임기응변적인 깜짝 조치만으로 사태수습이 어렵다. 이를 위해 먼저 사드 전자파에 대한 안전성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정부는 사드의 전자파는 100m만 차단하면 안전하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수용하는 군민은 없다. 사드의 안전거리에 관한 2012년 미 육군 교범에도 전자파 안전 구역을 3.6 km로 명시하고 있으니 이를 수용하기는 더욱 어렵다.둘째, 정치권부터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한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집권 여당과 더 민주당, 국민의 당도 사드 문제에 관한 입장이 다르다. 국회의 비준 동의 문제도 아직 논란만 있고 아무런 합의도 없다. 외교부와 국회 입법조사처의 입장도 다르다. 대구 경북 지역 의원 25명 중 21명은 “전자파의 진실을 제대로 밝혀라”면서 정부의 사드 결정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집단 성명까지 발표하지 않았던가. 여기에는 최경환 의원 등 진박 실세들이 포함되어 있다. 군수가 앞장서 반대하고 일부 여권지도자들마저 비판하는 복잡한 현실에서 군민들에게만 이를 어찌 수용토록 할 것인가.셋째, 언론도 성주 군민들과 이번 사태를 지역 이기주의적 님비현상이라고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개방화 시대에서 안보 문제는 반드시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적 밀실 행정, 밀어붙이기 식 행정은 이제 시대착오적 발상임이 드러난 것이다. 주민들은 생존권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드 문제를 쓰레기 매립장 설치 정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서슬이 퍼런 일제 시에도 성주 군민들은 성주를 경유토록 설계한 경부선 철로까지 변경시킨 장본인들이 아니던가.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6-07-18

북한 김정은의 절대 권력 속성 읽기

김정은은 이제 당, 군, 정권 기관을 입체적으로 지배하는 북한의 최고 통치권자가 되었다. 그의 권력은 독점화되고 북한 당국은 그를 `최고 존엄`으로 신격화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6월 김정은을 `국무 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 북한의 국무위원회는 과거의 국방위원회를 개편하여 안보와 국방을 총괄하는 북한 정권의 최고지도기관이다. 북한의 내각은 경제문제에만 치중하고 전반적인 권력중추는 국무위원회에 이관되었다. 김정은은 이제 제 1국방위원장이라는 어색한 명칭을 버리고 국무 위원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미 김정은은 지난 5월 당 제 1비서라는 명칭을 버리고 `당위원장`으로 추대되었다. 지난 8차 당 대회는 사실상 김정은을 당의 서기국과 정무국을 총괄하는 당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대관식 자리였다. 김정은은 당 군사위원회 위원장과 인민군 최고사령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자리도 겸임하고 있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따른다`는 당 우위체제하에서 김정은의 권력은 더욱 절대화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이러한 제도적인 최고통치자일 뿐 아니라 인민들의 정신적인 최고 `수령` 자리도 차지하고 있다.북한에서 1984년생인 김정은의 권력이 독점화 되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북한에서 왕조체제 이상의 권력의 집중화가 가능한 배경은 한말 조선 왕조체제몰락과 일본의 식민지 무단 통치를 거치면서 북한은 그 유산과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실상 서방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방적인 바람을 구경도 못하고, 독특한 `공산 왕조체제`를 구축해 버렸기 때문이다. 공산 혁명을 강조하는 북한 땅에서 왕조시대의 권력 독점과 세습이 유지되는 것은 일종의 역사의 아이러니다. 나아가 북한은 식민지배와 민족의 분단과 의도적인 전쟁마저 일인 독재의 명분으로 활용하였다. 아직도 북한 당국이 반외세 반제국주의나 민족해방 논리와 주체사상을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정은의 절대 권력이 유지되는 배경은 정치사상 교육을 통해 `수령론`을 반복 교육하여 주민들이 이를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17일 28세 김정은은 부친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수령 승계론`에 의해 갑자기 북한의 최고 수령으로 추대되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사회 정치적 생명체론`은 육신의 부모 보다 어버이 수령을 더욱 떠받들도록 강요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가슴에는 수령의 `초상`을 달고 집 안방에는 수령의 영정을 신주처럼 모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봉건시대 `수령 (首領)`이란 각 고을을 맡아 다스리던 관찰사나 군수를 말하는데 `반봉건 타파`를 주장하는 북한 땅에서 아직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여기에다 수령의 권위에 조금이라도 도전하면 가차 없이 숙청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미국은 이러한 김정은을 전례없이 명시적 제재 대상 인물로 공포하였다. 북한 당국은 `최고 존엄 모독`이라고 분기탱천하여 도발적인 발언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이러한 김정은 체제가 얼마나 유지 될 것인가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북한 김정은의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은 단기적으로는 그대로 존속 될 수 밖에 없다. 북한 특유의 체제 관성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당·정·군 간부에게는 김정은 체제의 존속이 그들의 기득권을 보장해 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의 절대 권력도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여 유지될 수 없는 것이 역사의 철칙이며 세계의 일인 독재자는 멸망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 권력구조에도 반드시 권력 측근에 의한 자체 붕괴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지도층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밖에도 북한판 어떤 돌발 변수가 예상외로 빨리 작용하여 김정은 체제의 운명을 단축할지도 모른다.

2016-07-11

국회의원 특권, 과연 내려놓을 수 있을까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2016년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한국 국회의원 1인당 GDP 대비 보수 수준은 27개국 중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3위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연봉 1억3천 800만원 외에도 매식 비, 차량유지비, 택시비, 회의 참석비등 연간 최대 9천2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고액 연봉 1% 이내 수준이다. 국회의원들의 높은 세비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의원 특권 내리기에 앞서 의원 세비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 등 법이 보장하는 특권 외에 의원만 되면 주어지는 특권이 100여 개가 넘는다고 지적되고 있다. 후배 L 의원은 국회의원은 언제 어딜 가나 갑(甲)이 되어 좋다고 공개적으로 실토한 바도 있다. 사실 국회의원은 짧은 선거 운동기간만 을(乙)의 입장이 되었다가 당선만 되면 당당한 갑(甲)으로 등장한다. 아직도 이 나라의 헌법과 제도, 관행, 문화가 그들의 특권을 옹호해주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그렇게 치열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특권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법이 보장한 특권 외에도 관행적으로 부여되는 특권이 너무 많다. 이번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관 문제만 해도 그 동안 관행적인 문제 하나가 터졌을 뿐이다. 서영교 의원 자녀 비서 채용 문제 이후 국회에서는 벌써 24명의 친인척 보좌진이 줄줄이 사표를 던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여론이 비등하지 않았다면 또 그냥 지나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인턴 포함 9명의 보좌진을 쓸 수 있고 거기에는 걸림장치 하나 없었다니 해도 너무한 일이다.몇 해 전 의원들과 해외출장을 간 적이 있다. 공항 출국장에는 독일 세미나에 동행하는 6명의 의원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기내에서도 그들은 볼 수 없었다. 그들이 공황 VIP실에서 별도의 통로로 탑승하고 좌석도 비즈니스 석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는 당시 독일 대사가 직접 나와 우리 일행을 환영해 주었다. 대사는 버스에 오르자 직접 마이크를 들고 환영인사 겸 당시 독일 정세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날 저녁 대사관 정원 만찬도 어느 때보다 거창했다. 모두가 동행한 한국 국회의원님 덕분이다. 국회의원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땅뿐 아니라 하늘에서도 특권층이라는 사실을 그때 실감하였다.독일 본에서는 한국과 독일 국회의원, 행정 공무원, 교수 등 30여 명이 참석하는 간단한 세미나가 있었다. 장소는 독일 의원 회관의 세미나실인데 시간이 다 되었는데 독일 국회의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탁자를 옮기는 독일인 직원에게 독일 국회의원들이 언제 도착하느냐고 물었다. `제가 독일 녹색당 국회의원 P 입니다`하고 자기를 소개하였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명함을 건네면서 인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의 그 국회의원은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며 비서도 없고 금배지도 달지 않았다. 손수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니고 한국의 현안까지 꿰뚫고 있는 그 소탈한 의원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이 나라 국회의원의 특권 내리는 문제가 이번에는 과연 법제화 될 수 있을까. 의원들의 비리와 월권, 탈법과 불법문제가 터질 때만 그들의 특권 문제가 거론되지만 결국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세비 문제를 포함한 의원들의 특권 문제가 내려지기를 바라는 여론은 비등하지만 관철되기는 쉽지 않다. 관행화 된 의원 특권이 여의도 의회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기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침 야당출신 국회의장과 여야원내 대표가 `특권 폐지 자문기구`까지 만든다니 이번에는 기다려 보기로 하자. 그러나 의원들의 살신성인의 실천의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처럼 공직 윤리 강조만으로는 특권 폐지 문제는 백년하청일 뿐일 것이다.

2016-07-04

6·25전쟁 상처, 아직도 흐르고 있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6·25 전쟁이 일어 난지 벌써 66년의 세월이 흘렀다. 6·25의 비극을 직접 체험한 사람은 이제 70대 이상 노인들뿐이다. 6·25 전쟁은 이제 우리의 기억속 에서 사라지면서 사회의 관심마저 희석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대체로 크고 작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질 수 있지만 3년간의 6·25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우리사회에는 국토의 분단뿐 아니라 전쟁 통에 가족을 잃은 슬픔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는 6·25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일전에 어느 문학 평론가로부터 긴급 전화를 받았다. 어렵게 구한 어느 월북 작가의 수필집을 출판하려는데 그 분의 사진을 구했으면 하는 부탁이다. 나와 성씨가 같고 나의 고향 인근 사람이라 내가 알 만한 사람이라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오랜만의 선배의 부탁이라 수소문하여 작가의 딸이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딸은 `아버지 이야기`는 입에 담지도 말라면서 전화를 끊더라는 것이다. 부친이 월북한 후 그녀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모양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연좌제가 있었던 당시 그 가족의 슬픔과 고통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 주변에는 6·25 전쟁 전후 좌익도 공산주의도 모르면서 젊은 혈기로 월북했던 사람이 더러 있다. 그들은 세상을 떠나고 그 가족사의 비극은 아직도 흐르고 있다.주변에는 6·25 전쟁 시 가족이 월남하여 이곳에 정착한 사람도 더러 있다. L 교수는 술만 취하면 황해도 해주 고향땅에서 가져온 땅 문서를 자랑한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시장바닥에서 엄청난 고생을 하며 자신을 공부시켰다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K 교수도 평소에 고향 개성 선죽교를 꼭 한번 다녀왔으면 했다. 개성여행이 자유로울 때 나는 내 몫의 개성 방문 기회를 그에게 양보해 주었다. 두 사람은 남한 정착에 성공한 사람들인데도 친한 사람 외에는 자신들이 실향민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 땅에 사는 2만7천여 명의 탈북자들도 새로운 이산가족이며 이들의 정착에는 또 다른 현실적 아픔이 있을 것이다.동네 가까이 사는 동료 K는 아직도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는 6·25전쟁에서 전사한 선고의 유해를 찾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였다. 국방부에 민원도 제출하고, 직접 충청도 강원도 어느 격전지를 직접 찾았으나 모든 것이 허사로 끝났다. 칠순을 넘긴 그의 평생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 그의 병도 완치될 것만 같다. 이러한 전쟁의 비극은 북녘 땅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직도 남으로 떠난 부모 형제를 그리다가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10여 년 전 중국 연변대학 학술대회에서 북한 사회과학원의 유명한 K 연구소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악수를 할 때 이상하게도 왼손을 내밀었다. 알고 보니 그는 오른팔을 잃은 상이군인 출신 학자이다. 회식 자리에서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조국 해방전쟁(6·25 전쟁)시 낙동강 전투에서 오른팔이 날아갔다`는 것이다. 인간적으로는 애처롭고 동정이 가기도 했지만 `나의 이 고통을 장군님께서 철저히 보살펴 주어 오늘의 내가 있다`는 말은 매우 어색하게 들렸다. 그의 나이 이제 팔순이 넘었는데 지금도 평양에서 무사히 살고 있을까.이처럼 6·25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도처에 널려 있다. 1천만 이산가족 중 반수가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남북 이산가족의 재회부터 하루빨리 성사되어야 한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었지만 오는 추석에는 이산가족의 재회가 성사되길 간절히 바란다. `아 ! 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이라는 과거에 불렀던 6·25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아침이다.

2016-06-27

유승민·김부겸, 정치 거목(巨木)이 되려면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4·13 총선 이후 유승민과 김부겸 두 정치인은 TK뿐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 인물로 부상되고 있다. 유승민은 친박의 아성인 대구에서 여당 공천에 탈락하고도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당선되어 새누리당 복당까지 허락되었다. 야당 정치인 김부겸은 20여 년 야당 불모지 대구 땅에서 더민주당 간판을 걸고 당당히 국회의원에 입성하였다. 그는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세 번째 도전하여 김문수를 꺾고 정치적 승리를 쟁취하였다. 이들의 당선은 대구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 두 정치인은 벌써부터 당대표와 대권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정치인이 처한 상황이나 입지는 정당만 다를 뿐 서로 비슷한 측면이 있다. 김부겸과 유승민이 대권과 당권이라는 투 트랙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것은 거의 확실시 된다. 이들이 전국적 정치 거목이 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정치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지난 4·13 총선 결과 분석 세미나에서도 이들 두 사람을 잘 다듬으면 훌륭한 정치적 재목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우리가 이들 두 사람의 정치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정치적 거목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적 비전이 분명해야 한다. 유승민은 원내 대표 시절부터 `보수 개혁`을 강조하였다. 그는 `증세 없이 복지 없다`는 주장으로 현직 대통령의 복지 공약에 반기를 들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청와대 얼라 들`이 한 짓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원내 대표 사퇴의 변은 헌법 1조의 `국민주권론`을 강조하고 그 연장선에서 최근 `공화국론`을 거론하였다. 김부겸 역시 친노의 강경 운동권 노선이나 논리를 반대하면서 당의 개혁을 강조하였다. 그의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조화론은 언뜻 새누리당의 주장과도 다르지 않다. 그는 시장 선거에서 박정희 기념관을 대구에 유치하겠다고 주장하여 진보 세력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책적 좌우 클릭만으로 그들의 정체성과 정치적 비전은 선명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이제 자신의 정치 노선과 색깔을 보다 분명히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둘째, 두 사람은 당내의 자기 조직력부터 확고히 하여야 한다. 이들이 4선의원이 되었지만 당내의 비주류인 점도 비슷한 처지이다. 아직도 친박 세력이 강한 새누리당 내에서 유승민의 입지는 사면초가 상황이며 여전히 좁은 것이 사실이다. 비대위의 유승민 복당 결정에 친박이 크게 반발하는 것도 이를 잘 입증한다. 김부겸 역시 친노와 친문이 득세한 더불어 민주당 내에서 조직과 세력 면에서는 약할 수밖에 없다. 그의 4년간의 의회 공백이 더욱 그렇게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8월 당권에 도전하려면 자기 조직이나 지지 세력부터 확실히 규합하고 확대하여야 한다. 이점이 이들 앞에 놓인 가장 어려운 관문일지도 모른다. 정치는 결국 조직과 세력 싸움이라는 것은 본인들도 잘 알 것이다.셋째, 정치적 거목이 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초심을 잃지 않고 정치적 헌신과 강한 실천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4·13 총선에서 그들 앞에 닥친 정치적 위기를 소신과 뚝심으로 극복하였다. 그러나 그것에 안주해서는 결코 정치적 거목이 될 수 없다. 요동치는 한국 정치에서 외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소신의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여야 모두 당 대표까지 오른 정치인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소신 없이 굴절된 모습을 보이다 후퇴하지 않았던가. 한 동안 대권후보로 거론되던 후보가 어느날 갑자기 추락한 정치 현실도 직시하여야 한다. 두 정치인은 모두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식견은 생각보다 예리함도 알아야 한다.

201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