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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길에 부딪친 사드의 과잉 반응

등록일 2016-08-08 02:01 게재일 2016-08-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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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중국 여행길에 고향처럼 찾아가는 곳이 연변 조선족 자치주이다. 이번 역사 탐사 여행은 작년에 이어 만주의 항일 유적지를 찾아가는 두번째 여행이다. 중국행 비행기 안에서 펼쳐본 한국 신문에는 중국 언론의 지나친 사드 대응을 질타하는 기사가 많았다. 그래도 우리의 이번 중국 여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우리는 베이징 공항에 내렸다. 중국 특유의 이상한 냄새가 새로 단장한 공항 이곳저곳에서도 물씬 풍기고 있었다.

하얼빈 역의 안중근 기념관, 산시진의 김좌진 장군의 고가, 목단강 강가의 팔녀(八女) 투강비도 찾아보았다. 항일 역사의 현장에서 선열들의 애국충정에 가슴이 저며 들었다. 우리 일행은 예정대로 북한의 남양시를 지척에서 볼 수 있는 국경도시 도문을 찾았다. 가수 김정구의 `두만강 푸른 물`은 간데없고 혼탁한 두만 강물은 오늘도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도문 조망대뿐 아니라 북·중 다리 관광도 전면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족 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의 사드 문제로 한국 여행객에 대한 통제가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우리가 탄 두만강의 중국유람선은 더위에 지쳐 있는 북한 초병까지 생생히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식사 후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윤동주 생가가 있는 용정까지 버스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두만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도로는 북한의 촌락과 사람까지 훤히 볼 수 있어 내가 자주 찾았던 길이다. 우리 버스가 두만강변도로에 막 진입하려 할 때 중국의 무장 군인은 우리 버스를 가로막았다. 관광버스의 통행이 갑자기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중국 여행을 수십 차례 했지만 이처럼 통행금지는 처음 당하는 일이다. 가이드는 중국 상부에서 결정되면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해 하였다. 이 역시 한국의 사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는 한 시간이면 족한 거리를 연길로 돌아 무려 2시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였다. 우리 일행의 오후 스케줄은 완전히 흐트러질 수밖에 없어 용정의 용드레 우물도 윤동주의 묘소도 찾아보지 못했다.

우리 일행은 해질 무렵에야 겨우 일송정에 오를 수 있었다. 가이드는 이곳에서도 관광객의 합창은 절대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백두산과 윤동주 생가, 일송정 등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깃발은 일체 사용하지 못하고, 기념 사진을 찍을 때도 단체의 플래카드는 걸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동북 공정` 시 잠시 있었던 여행객 통제가 다시 재현된 것도 사드 때문일까. 버스에 몸을 실은 우리일행은 중국 당국의 치졸한 처사를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러고도 중국이 대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날 저녁 연변 대학의 조선족 교수 2명과 간단한 세미나가 있었다. 우리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관심이 모아져 있었다. 조선족 출신이며 지한파인 나의 제자인 H교수는 북한의 핵 때문에 한국의 사드 배치 입장을 잘 이해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서 그는 한국의 사드 배치는 결국 한·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하였다. 이어서 그는 사드는 미국이 중국 내부를 세밀히 정탐하려는 목적이 강한 사업이라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였다. 우리는 흔히 중국에서 조선족을 만나면 으레 우리 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들이 대부분 충성스런 중국 국민인데도 말이다. 그들은 대부분 고국은 한반도지만 자신의 조국은 중국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고 있다.

이번 중국 여행길에서 부딪친 중국의 사드대응은 불쾌하기 그지없다. 한국의 사드 배치가 중국의 반발을 살 것은 미리 예측한 일이지만 한국의 여행객에게까지 불편을 줄 줄은 전혀 몰랐다. 중국 정부는 연일 언론을 내세워 한국의 사드 배치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것이 한중간의 정치적 외교적 갈등뿐 아니라 경제적 마찰로 비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대중 외교력을 한껏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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