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는 벌써 집권 4년이 지났다. 그는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계승하여 군사적 모험주의를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 유학 후 김일성 군사 종합대학을 졸업했다. 김정일은 그를 일찍부터 점지하여 소위 군사전문가로 키웠다. 그는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여러 종류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하였다. 우리는 성주의 사드 배치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그는 며칠 전 황해북도 황주에서 또다시 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는 이번 시험 발사가 미군 군수물자가 들어오는 남한의 항구와 미군 기지를 표적했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는 핵과 탄도 미사일을 통한 군사적 모험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김정은의 모험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김정은이 국제적인 압박과 제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군사적 도발을 계속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가 북한 경제의 총체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고비용이 소요되는 군사적 모험 노선을 선택한데에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깔려 있다. 북한 당국이 인접 중국과 러시아까지 반대하는 핵실험을 계속하고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군사 모험노선이 내치(內治)용이며 동시에 외교 협상용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체제 유지와 대미 협상용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먼저 북한 나름의 내치용 군사적 모험주의부터 살펴보자. 집권 5년차인 김정은 권력은 7차 당 대회 이후 당·정·군을 장악하여 외형적으로는 안정을 찾은 듯하다. 그러나 측근들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은 그의 권력이 아직도 안정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김정은은 제도적으로는 노동당 당위원장, 신설된 국무 위원회 위원장, 군의 최고 사령관 자리를 독점하고 있다. 북한 권력 구도에서 겉으로는 그에 대한 충성이 절대적이지만 그 권력의 균열가능성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사적 대남 도발, 미사일 발사, 핵실험의 강행은 주민들의 관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북한의 노동 신문이나 중앙 텔레비전을 통해 수령의 이러한 군사적 결단을 높이 받들자고 선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김정은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대외 협상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이미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 당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안전과 실리를 보장받고자 하는 이중적 욕망이 작용한 결과이다.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과의 평화 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을 협상의 테이블에 끌어들여 정권의 안전과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을 협상 과정에서 이미 터득한 미국은 북한의 회담 제의를 쉽게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상투적인 `벼랑 끝 전술`은 이제 미국에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핵개발과 미사일을 앞세운 대미, 대남 협상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국제 여론의 변화를 기다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안정과 실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함이다. 결국 북한 당국은 내우외환을 군사모험주의를 통해 해결하려는 선군노선만큼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 노선에도 합치되며 김정일의 선군정치의 유업을 계승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총정치국장 황병서와 최용해, 김영철 등 군부 실세를 최측근에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당국이 미국에 평화 협정 체결을 계속 요구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 정치 군사 회담이나 사회단체 연석 회담을 제의할 것이다. 그것이 대화와 협상을 병행하는 담담타타(淡淡打打)식 전술에 합치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이러한 군사적 모험주의를 선택한 이상 북한은 병영국가(garrison state)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