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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의 구조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등록일 2016-11-07 02:01 게재일 2016-1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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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나라가 매우 혼란스럽다.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인 5%로 떨어져 버렸다. 20~30대의 지지율이 1%이고, 대구·경북도 겨우 10% 정도이다. 대통령의 신뢰도가 완전 추락한 결과이다. 12일 광화문 시위에는 `대통령 퇴진` 총궐기가 예정돼 있어 가히 6·29 전야를 방불케 한다. 대통령의 두 차례의 담화는 아직도 분노한 국민의 가슴에는 와 닫지 않은 형국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이 구속되고, 뒤이어 전 수석 안종범, 전비서 정호성이 구속되었다. 모두 국정농단의 주범들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도 형사 소추와는 별개로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국정 농단의 일차적 책임은 이들에게 있지만 과연 이번 사태의 구조적인 연계적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이번 사태는 대통령의 독선이 초래한 비극이지만 그 구조적 책임은 집권 여당에도 분명히 있다. 결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제도적 문제만이 아닌 잘못된 운영의 결과이다.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을 견제하지 못한 책임은 집권 여당에 물어야 한다. 그러한데도 새누리당은 누구하나 이번 사태에 진심으로 책임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어제 겨우 따가운 여론에 밀려 `합동 사과`라는 형식을 취했다. 지난 총선 시 그렇게 친박 완장을 두르고 위세 당당하던 진박(眞朴)의원들은 어디로 갔는가. 국가적 위기 앞에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그들의 모습에 지지자들도 실망하고 있다. 더구나 초유의 국가적 재난 앞에 친박과 비박의 내홍과 갈등은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전국 곳곳의 성난 시위 군중대열에서 터져 나오는 `새누리당 해체`라는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집권 여당은 내분을 멈추고 위기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는 이 나라 언론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우리 언론은 그간 정치권력의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 본래적 기능에 얼마나 충실했는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권력에 빌붙어 언론의 사실왜곡과 편향적인 보도로 여론을 오도한 언론인은 없는가. 일부 종편은 `종일 편파적 방송만 한다`는 세간의 여론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종북 시비 등은 그렇게 집요하게 다루던 언론이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언론은 몇이나 되는가. 그렇게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던 보수 편향의 언론이 이제 앞다투어 권력의 비리를 폭로하는 일종의 아이러니이다. 모두가 뒷북치는 모양새이다.

이번 사태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냈던 `과잉동조 형`유권자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가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를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식 수준은 낮은데도 `박정희 대통령의 신드롬`에 빠져 `과잉 동조형`지지자가 문제라는 뜻이다. 아직도 지역 연고주의를 탈피하지 못하고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에만 `묻지 마 투표`를 하는 유권자의 관행 문제이다. 이러한 후진적인 과잉 투표행태가 결국 불나방처럼 권력의 연줄을 찾아 나서게 하고 국정 농단의 뿌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지지층의 균열이 시작되었지만 이는 아직도 `자기반성`의 결과는 아닌 것 같다. 이들의 배신감과 실망감이 한국의 정치발전에 합리적 참여 문화로 작용하길 바란다.

이제 이 나라 정치인들은 국가적 위기 앞에 진심어린 `정치적 대타협`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권력행사를 바르게 제어하지 못한 책임부터 통감하여야 한다. 당은 친박과 비박의 갈등 구조를 과감히 혁파하고 합리적인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야당 역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대선과 연계시키는 정략보다는 나라를 구하는 합리적 해법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 나라 언론도 이제 공정 보도와 정론직필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과 위기 앞에서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의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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