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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특권, 과연 내려놓을 수 있을까

등록일 2016-07-04 02:01 게재일 2016-07-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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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2016년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한국 국회의원 1인당 GDP 대비 보수 수준은 27개국 중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3위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연봉 1억3천 800만원 외에도 매식 비, 차량유지비, 택시비, 회의 참석비등 연간 최대 9천2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고액 연봉 1% 이내 수준이다. 국회의원들의 높은 세비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의원 특권 내리기에 앞서 의원 세비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 등 법이 보장하는 특권 외에 의원만 되면 주어지는 특권이 100여 개가 넘는다고 지적되고 있다. 후배 L 의원은 국회의원은 언제 어딜 가나 갑(甲)이 되어 좋다고 공개적으로 실토한 바도 있다. 사실 국회의원은 짧은 선거 운동기간만 을(乙)의 입장이 되었다가 당선만 되면 당당한 갑(甲)으로 등장한다. 아직도 이 나라의 헌법과 제도, 관행, 문화가 그들의 특권을 옹호해주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그렇게 치열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특권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법이 보장한 특권 외에도 관행적으로 부여되는 특권이 너무 많다. 이번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관 문제만 해도 그 동안 관행적인 문제 하나가 터졌을 뿐이다. 서영교 의원 자녀 비서 채용 문제 이후 국회에서는 벌써 24명의 친인척 보좌진이 줄줄이 사표를 던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여론이 비등하지 않았다면 또 그냥 지나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인턴 포함 9명의 보좌진을 쓸 수 있고 거기에는 걸림장치 하나 없었다니 해도 너무한 일이다.

몇 해 전 의원들과 해외출장을 간 적이 있다. 공항 출국장에는 독일 세미나에 동행하는 6명의 의원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기내에서도 그들은 볼 수 없었다. 그들이 공황 VIP실에서 별도의 통로로 탑승하고 좌석도 비즈니스 석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는 당시 독일 대사가 직접 나와 우리 일행을 환영해 주었다. 대사는 버스에 오르자 직접 마이크를 들고 환영인사 겸 당시 독일 정세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날 저녁 대사관 정원 만찬도 어느 때보다 거창했다. 모두가 동행한 한국 국회의원님 덕분이다. 국회의원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땅뿐 아니라 하늘에서도 특권층이라는 사실을 그때 실감하였다.

독일 본에서는 한국과 독일 국회의원, 행정 공무원, 교수 등 30여 명이 참석하는 간단한 세미나가 있었다. 장소는 독일 의원 회관의 세미나실인데 시간이 다 되었는데 독일 국회의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탁자를 옮기는 독일인 직원에게 독일 국회의원들이 언제 도착하느냐고 물었다. `제가 독일 녹색당 국회의원 P 입니다`하고 자기를 소개하였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명함을 건네면서 인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의 그 국회의원은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며 비서도 없고 금배지도 달지 않았다. 손수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니고 한국의 현안까지 꿰뚫고 있는 그 소탈한 의원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이 나라 국회의원의 특권 내리는 문제가 이번에는 과연 법제화 될 수 있을까. 의원들의 비리와 월권, 탈법과 불법문제가 터질 때만 그들의 특권 문제가 거론되지만 결국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세비 문제를 포함한 의원들의 특권 문제가 내려지기를 바라는 여론은 비등하지만 관철되기는 쉽지 않다. 관행화 된 의원 특권이 여의도 의회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기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침 야당출신 국회의장과 여야원내 대표가 `특권 폐지 자문기구`까지 만든다니 이번에는 기다려 보기로 하자. 그러나 의원들의 살신성인의 실천의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처럼 공직 윤리 강조만으로는 특권 폐지 문제는 백년하청일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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