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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 우리의 낙후된 시민의식

등록일 2016-10-10 02:01 게재일 2016-10-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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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통계를 보니 1년간 우리나라 출입국자 수가 우리나라 인구를 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1천6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거주 외국인도 200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민, 유학생, 사업자 등 거주 목적이나 형태도 다양하다. 다문화 가정이 38만7천가구이며 다문화 학생이 8만명을 넘고, 탈북자도 2만7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사회는 이미 인구의 4%를 넘어 100명 중 4명이 외국인으로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거리에 나서면 어디에서나 매일 외국인 2~3명은 볼 수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급속하게 다문화 국가로 변천한 것은 그동안 우리의 국력 성장의 결과이다. 우리의 경제력은 수출규모면에서는 세계 6위, GDP 면에서는 세계 12위를 자랑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외국 노동자를 끌어들이고, 외국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류라는 바람은 동남아뿐 아니라 이제 유럽에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의 상품, 음악, 음식까지 선호하는 세계인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장마당에서도 한국 물건이 암거래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외국의 한국 문화관에는 한국어 수강생이 늘어나고, 외국 여러 대학에서도 한국어 학과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데도 정작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우리의 다문화 현실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는 벌써 다민족·다문화사회에 진입했는데도 우리의 시민 의식은 아직도 폐쇄적이고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어느 독일인은 한국 사람들은 표정이 없고 불친절하다고 솔직히 털어 놓는다. 일전 어느 세미나에서 만난 미국인 교수는 한국에 온지 6년이 지나고 생선회까지 먹고 된장국과 마늘도 즐겨 먹는데 한국인들의 사고의 경직성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 다문화 가정의 폭력과 이혼 현상은 소통의 부재뿐 아니라 이러한 우리의 낙후된 가치관과도 무관치 않다. 한국인들의 서구인들에 대한 호감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그러나 못 사는 후진국 사람에 대한 배타성과 차별의식은 지나칠 정도이다. 심지어 탈북자에 대한 불신은 자유를 찾아 남하한 그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최근 동남아에서 온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을 다룬 방송이 인기 프로그램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시대 개방화에 따른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다문화의 물결은 차단하기 어려운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의 현실은 다민족 다문화로 급속하게 진전했는데 우리의 시민의식은 아직도 단일 민족주의적 폐쇄적 가치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이 나라를 찾아온 외국인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외국 이주민과도 하나의 공동체 문화를 창출토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시대의 대한민국의 활로를 개척하는 길이다. 여러 인종과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하나의 용광로에 담아 한국형의 다문화 공동체를 창출하여야 한다. 인구 14억의 중국은 이미 56개 족이 공존과 조화의 국가 공동체를 이루어 G2 국가로 부상하였다. 세계의 선진국들은 대부분 다문화 사회의 정착에 성공한 나라이다. 미국은 차치하고라도 신흥 다민족 국가인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다문화 사회의 성공이 그것을 입증한다. 차제에 우리는 한민족 750만명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을 합친 7천500만 인구의 10%이상이 전 세계 170여 개에 산재해 살아가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이나 러시아의 고려인, 일본의 재일 동포, 미국의 코메리칸들도 그들의 정착 과정에는 엄청난 수난과 고통을 겪었다.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이 나라에 찾아온 이주민의 적응과 정착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이주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들과 접촉하는 우리의 시민의식이 변해야 한다. 이들 이주민을 잘 보살피고 공존의 사회를 만들 때 우리의 국가적 위상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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