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검사장과 교육부 고위 간부의 일탈(逸脫)행위가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범죄로부터 국민안전과 공동체를 보호해야 할 검사장이 최초로 뇌물죄로 구속되고, 나라의 교육 정책을 책임진 교육부의 정책 기획관이 상식이하의 발언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진 검사장의 뇌물과 150억 원의 부당한 축재도 문제이지만 그의 반복된 거짓말이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 교육부 정책 기획관의 국민을 향한 상식이하의 `개·돼지 발언`은 우리를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이러한 고위 공직자의 일탈행위는 결코 개인의 순간적인 실수라고 볼 수 없다. 고위 공직사회의 이러한 파렴치한 행위는 정권 말기적 현상이라 심히 우려되는 문제이다. 홍만표, 최유경 등 전직 검찰 간부의 수백억원 대의 뇌물 수수 사건, 우병우 민정 수석의 비리 의혹 등은 우리 고위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정권 말기에는 대형 비리가 터지고 이에 더하여 복지안동(伏地眼動)하는 공직자까지 늘어나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일부 공직자들이 정권이 끝나기 전 `한탕주의`로 일확천금을 노린 결과이다. 뇌물과 부패, 막말과 파행으로 치닫는 공직사회는 기강이 무너진 증표이다. 박근혜 정부가 `법과 원칙`을 그렇게 강조해도 고위 공직이라는 권력의 중추에서부터 붕괴되고 있으니 이를 어찌 할 것인가.
진경준 검사장이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검찰청사 입구에는 `검사선서`라는 표구가 커다랗게 걸려 있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 합니다”. 고시 양과에 합격하고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진 검사장은 이번 사건으로 검사선서의 `용기 있는 검사`, `따뜻한 검사`, `엄격하고 바른 검사`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비겁한 검사`, `부패한 뇌물 검사`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나향욱 정책 기획관도 `99%의 민중은 개·돼지와 같으니 먹을 것만 주면 된다. 신분의 차별은 있어야 하고 나는 1%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니 귀를 의심케 할 만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 발언 경위를 따지니 `국사 국정 교과서`에 관한 국민 여론 추세를 보면서 영화 `내부자`의 발언내용을 잘못 인용했다고 사죄했다. 술이 취한 상태에서 한 발언으로 잘못했다고 읍소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의 발언은 실수가 아닌 그의 취중진언(醉中眞言)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의 교육부는 말썽 많은 `국사 국정 역사 교과서 문제`에 아직 집필진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인 규정에 따라 선출한 6개 국립대학 총장 임명을 정당한 이유 없이 미룬다고 비판받고 있다. 이러한 파행적인 교육 정책의 중심에는 그와 같은 정책 기획관의 횡포가 도사리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공직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레임덕을 조금이라도 막는 길이다. 정부는 인사 혁신처를 만들어 공직인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인사의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인사 검증의 총책인 우병우 민정수석까지 처가 재산과 관련된 추문이 터지고 있다. 공직사회가 이제 박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와 발언만으로 작동을 하지 않을 정도로 고장이 나버린 셈이다. 이것을 수술치 않고는 임기 1년 반을 남긴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급속화 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사회에 대한, 특히 검찰 등 사정 기관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 없이는 나라가 바로 설수 없다. 경찰, 검찰, 국정원, 군 장성, 국회의원 등 고위층의 범죄를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처`를 정부가 서둘러 신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