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의 일괄 사퇴를 지시하였다. 여기에는 문고리 3인방도 포함되었다. 이번 사태로 대통령이 갑자기 제안한 개헌문제 등은 모두 블랙 홀에 빠져 버렸다. 진보적 시민단체가 개최한 광화문 집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있다. 소위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의 신뢰와 권위까지 전면 실추시키면서 대통령의 지지도는 14%까지 추락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말기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번 위기의 구조부터 정확히 진단하여야 한다. 단언컨대 이번 위기의 근원은 박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에서 찾아야 한다. 그동안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을 자주 지적하였지만 대통령은 마이동풍(馬耳東風)격이었다. 대통령은 항시 `법과 원칙`만 강조하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자신의 주장과 신념 관철에 충실하였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그의 명분 앞에 청와대 참모나 여당 지도부는 모두 침묵으로 일관한 결과이다. 그동안 청와대 수석뿐 아니라 장관들의 대통령 독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보고는 서면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지난해 신년 기자 회견장에서 대통령은 기자들의 대면 요구 질문에 `그렇게 원하세요`라는 말로 웃어넘겨 버렸다. 이번의 사태의 근원은 소통부재의 대통령의 리더십이 자초한 비극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국정 농단의 참사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우려하고 예견되었던 일이다. 당시 미국 대사는 최태민이라는 종교적 주술사가 박근혜 영애의 `육과 영을 지배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본국에 보낸 적도 있다.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도 이 점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지만 그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외신은 이번 사태도 최태민 목사의 딸이며 영적 후계자 최순실과 대통령의 영적인 결합관계로부터 출발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의 눈과 귀는 `어려울 때 도와준 은인` 최순실에게만 열려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소통부재의 리더십 공간에 `신비스런 여인` 최순실 식 `주술적 해법`이 자리 잡은 결과이다. 그가 대통령 연설문까지 고치고 국가의 고급 정보를 보고받고 고위직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정황에 국민들은 공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최순실의 사이비 종교적 독단과 결합되어 합리적인 소통적 리더십을 상실해 버린 결과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대통령의 리더십뿐 아니라 대통령 측근 세력과 집권 여당에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청와대 역대 비서실장과 수석뿐 아니라 내각에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 특히 국기를 뒤흔드는 최순실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여당내의 친박들은 아직도 `최순실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면피용 발언만 계속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비박의 김무성 의원까지 `최순실을 모른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을까. 그간의 대통령 측근의 인사에도 문제가 많았다. 박근혜 정부의 두 명의 총리와 최장수 비서실장, 민정 수석까지 모두 검사 출신이다. 상명하복의 검사출신 관료의 측근 기용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정권의 안보에는 강할지라도 국정에 대한 용기 있는 진언(眞言)은 외면했다는 평가도 있다. 유승민 의원이 헌법 1조와 2조를 되뇌고,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경구를 지금 다시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대통령과 정부는 조속히 위기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은 남은 재임기간이라도 그의 리더십을 소통의 리더십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청와대 수석 몇 명과 총리의 교체로 해결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 없이는 위기의 정국은 해소될 수 없다. 일시적 미봉책은 오히려 정치적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거국 내각이든 책임 총리든 총리부터 국민적인 신망을 얻은 인물로 교체하여야 한다. 이러한 쇄신책이 마련되고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눈물의 호소`가 있을 때 성난 민심은 돌아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