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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의 성난 `사드 민심`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등록일 2016-07-18 02:01 게재일 2016-07-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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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의 민심은 가히 폭발직전이었다. 일부에서 이번 사태를 `종북 좌파`의 조종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엄청나게 오도된 분석이다. 민선 성주군수, 군 의회 의장, 성주 지역 지도자들이 삭발하고 앞장선 이 시위를 그렇게 몰아가서는 사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일부 환경단체와 시민 단체가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를 이들의 배후 조종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다. 성주지역 초중등 학생부터 청년, 노인까지 3천명 이상 주민이 참여한 집단 항거를 오도하는 것은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

지난 16일 황교안 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이 성주 시위 현장을 방문했다가 주민들을 설득하기는커녕 봉변만 당하고 철수했다. 총리는 연설 중 계란과 물세례를 받고 6시간 30분 동안 버스 안에 억류되었다. 대통령도 외유중인 시점에서 국군 통수권자가 버스 안에 갇혔다가 풀려난 것은 불행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황 총리는 사드 전자파는 안전하며, 만약 위험이 있다면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성난 민심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 민심을 달래라는 한마디에 아무런 준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간 이들의 처신에도 비판이 따른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대안 없는 설명은 불이 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원천적으로 이번 성주 군민들의 분노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과 통보에 의한 민심의 반란이다. 성주군수까지 정부가 이러한 중대한 결정을 하는데 지자체와는 한마디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던가. 후보 지역으로 왜관, 평택 등 여러 지역을 거론하다 갑자기 제3의 성주를 선택한 결과이다.

물론 정부가 설치 지역 결정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여론을 수렴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가 안보만을 내세워 지역 주민들에 대한 설득 없이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것은 시대의 정신에 뒤진 처사이다. 이번 성주의 사드 배치는 성주 군민들로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맞은 기분일 것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를 절대적으로 지지해온 그들로서는 배신감마저 느꼈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인내력을 갖고 성난 성주 민심을 돌리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임기응변적인 깜짝 조치만으로 사태수습이 어렵다. 이를 위해 먼저 사드 전자파에 대한 안전성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정부는 사드의 전자파는 100m만 차단하면 안전하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수용하는 군민은 없다. 사드의 안전거리에 관한 2012년 미 육군 교범에도 전자파 안전 구역을 3.6 km로 명시하고 있으니 이를 수용하기는 더욱 어렵다.

둘째, 정치권부터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한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집권 여당과 더 민주당, 국민의 당도 사드 문제에 관한 입장이 다르다. 국회의 비준 동의 문제도 아직 논란만 있고 아무런 합의도 없다. 외교부와 국회 입법조사처의 입장도 다르다. 대구 경북 지역 의원 25명 중 21명은 “전자파의 진실을 제대로 밝혀라”면서 정부의 사드 결정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집단 성명까지 발표하지 않았던가. 여기에는 최경환 의원 등 진박 실세들이 포함되어 있다. 군수가 앞장서 반대하고 일부 여권지도자들마저 비판하는 복잡한 현실에서 군민들에게만 이를 어찌 수용토록 할 것인가.

셋째, 언론도 성주 군민들과 이번 사태를 지역 이기주의적 님비현상이라고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개방화 시대에서 안보 문제는 반드시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적 밀실 행정, 밀어붙이기 식 행정은 이제 시대착오적 발상임이 드러난 것이다. 주민들은 생존권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드 문제를 쓰레기 매립장 설치 정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서슬이 퍼런 일제 시에도 성주 군민들은 성주를 경유토록 설계한 경부선 철로까지 변경시킨 장본인들이 아니던가.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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