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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정계 복귀`를 보면서

등록일 2016-10-24 02:01 게재일 2016-10-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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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몇 해 전 어느 뒷골목 식당에서 손학규와 장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수더분한 얼굴에 상대의 말을 차분히 들어주는 그에게 우선 호감이 갔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정치 경력도 국회의원, 도지사, 장관, 당대표, 대권후보 등 매우 화려하지만 시종 겸손하였다. 당시 중도 진보인 그의 정치노선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았다. 2년 전 홀연히 정계를 은퇴했던 손학규가 다시 정치 재개를 선언하였다. 회견장에는 그간의 정치적 소신을 담은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 한 권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과연 그가 기자회견에서 밝힌대로 한국 `정치의 새판짜기`에 성공할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손학규의 정치 재개는 오래 전부터 점쳐져 왔다. 정치적 위기때마다 야권 정치인들이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시로 그를 찾았으나 그는 거절했다. 그는 강원도 춘천의 어느 산골에서 전남 강진으로 거처를 옮겨 가면서 정치 재개시기를 저울질하였다. 대선을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그는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타이밍상 아무래도 늦은 듯하다. 그가 개헌을 고리로 `제7공화국` 수립의 거대한 포부가 있었다면 좀 더 일찍 정계에 복귀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정치는 결국 세력 대결인데 얼마나 사람을 모을지도 의문이다. 그는 대권보다는 한국 정치의 `새판짜기`에 더욱 관심이 있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세력규합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 재개의 명분으로 87년 판의 6공화국을 청산하고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 건설을 천명하였다. 개헌은 여야 정치권에서 명분상 찬성하는 의원들은 많지만 그 실천은 쉽지 않다. 개헌론자들도 개헌이라는 원론은 찬성하지만 내각제 개헌에서부터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르기까지 입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 등 일부 비박에서도 개헌을 찬성하지만 친박과 청와대에서는 아직 동조하지 않고 있다. 제3의 정치를 선언한 전 국회의장 정의화, 새누리당을 탈당해 새 정당을 창당한 이재오도 개헌의 원칙에는 찬동하지만 대선후보들의 개헌에 관한 입장도 각기 다르다. 이럴 경우 개헌 문제는 대선전에 공론화되기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벌써 대선 후보가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다.

손학규는 그가 몸담았던 더민주당을 탈당하고 제3지대에서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의 더민주당의 탈당은 한나라당 탈당에 이은 두 번째 탈당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그에게는 과거의 탈당 자체가 지난 대선에서 정치적 부메랑이 돼 그를 괴롭힌 것도 사실이다. 그가 탈당해 구축할 `제3지대`는 이론적으로 보면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그는 10년 집권을 매개로 안철수와 공동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교감이 있은 듯하다. 그러나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다시 제3캠프에서 재창당하기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데도 그는 더민주당의 비문 세력과 새누리당의 비박세력까지도 규합해 넓은 지평을 확보하겠다는 포부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선 1년을 앞둔 시점에서 헤쳐모여 식의 정계개편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새누리당의 비박과 더민주당의 비문세력의 영입도 어려울 것이다.

여러해 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방문했을 때 그 대학 종신교수인 J씨는 손학규가 그 대학 출신 정치학 박사라고 자랑스럽게 전해주었다. 그는 젊은 시절 교수로서도 성공할 학자적인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비교적 때 묻지 않는 그의 학자적 풍모는 정치적 강점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대선 시 `저녁이 있는 삶`도 중산층 지식인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캐치프레이즈였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대선판이 냄비처럼 달아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제3지대를 통한 마지막 정치적 포부는 과연 성취될 수 있을까. 그는 친박과 친문간의 혈투가 예상되는 대선 전에서 제3의 후보로 성공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의 정치 행보를 관망해 볼 수밖에 없다. 진영 논리와 장벽논리가 지배하는 한국의 정치 풍토에서 그의 정치선언은 아무래도 늦은 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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