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3 총선 이후 유승민과 김부겸 두 정치인은 TK뿐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 인물로 부상되고 있다. 유승민은 친박의 아성인 대구에서 여당 공천에 탈락하고도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당선되어 새누리당 복당까지 허락되었다. 야당 정치인 김부겸은 20여 년 야당 불모지 대구 땅에서 더민주당 간판을 걸고 당당히 국회의원에 입성하였다. 그는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세 번째 도전하여 김문수를 꺾고 정치적 승리를 쟁취하였다. 이들의 당선은 대구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 두 정치인은 벌써부터 당대표와 대권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정치인이 처한 상황이나 입지는 정당만 다를 뿐 서로 비슷한 측면이 있다. 김부겸과 유승민이 대권과 당권이라는 투 트랙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것은 거의 확실시 된다. 이들이 전국적 정치 거목이 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정치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지난 4·13 총선 결과 분석 세미나에서도 이들 두 사람을 잘 다듬으면 훌륭한 정치적 재목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우리가 이들 두 사람의 정치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적 거목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적 비전이 분명해야 한다. 유승민은 원내 대표 시절부터 `보수 개혁`을 강조하였다. 그는 `증세 없이 복지 없다`는 주장으로 현직 대통령의 복지 공약에 반기를 들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청와대 얼라 들`이 한 짓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원내 대표 사퇴의 변은 헌법 1조의 `국민주권론`을 강조하고 그 연장선에서 최근 `공화국론`을 거론하였다. 김부겸 역시 친노의 강경 운동권 노선이나 논리를 반대하면서 당의 개혁을 강조하였다. 그의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조화론은 언뜻 새누리당의 주장과도 다르지 않다. 그는 시장 선거에서 박정희 기념관을 대구에 유치하겠다고 주장하여 진보 세력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책적 좌우 클릭만으로 그들의 정체성과 정치적 비전은 선명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이제 자신의 정치 노선과 색깔을 보다 분명히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둘째, 두 사람은 당내의 자기 조직력부터 확고히 하여야 한다. 이들이 4선의원이 되었지만 당내의 비주류인 점도 비슷한 처지이다. 아직도 친박 세력이 강한 새누리당 내에서 유승민의 입지는 사면초가 상황이며 여전히 좁은 것이 사실이다. 비대위의 유승민 복당 결정에 친박이 크게 반발하는 것도 이를 잘 입증한다. 김부겸 역시 친노와 친문이 득세한 더불어 민주당 내에서 조직과 세력 면에서는 약할 수밖에 없다. 그의 4년간의 의회 공백이 더욱 그렇게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8월 당권에 도전하려면 자기 조직이나 지지 세력부터 확실히 규합하고 확대하여야 한다. 이점이 이들 앞에 놓인 가장 어려운 관문일지도 모른다. 정치는 결국 조직과 세력 싸움이라는 것은 본인들도 잘 알 것이다.
셋째, 정치적 거목이 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초심을 잃지 않고 정치적 헌신과 강한 실천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4·13 총선에서 그들 앞에 닥친 정치적 위기를 소신과 뚝심으로 극복하였다. 그러나 그것에 안주해서는 결코 정치적 거목이 될 수 없다. 요동치는 한국 정치에서 외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소신의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여야 모두 당 대표까지 오른 정치인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소신 없이 굴절된 모습을 보이다 후퇴하지 않았던가. 한 동안 대권후보로 거론되던 후보가 어느날 갑자기 추락한 정치 현실도 직시하여야 한다. 두 정치인은 모두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식견은 생각보다 예리함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