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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등록일 2016-04-04 02:01 게재일 2016-04-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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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대구의 선거가 오랜만에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구 수성갑의 야당 김부겸 후보가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승민 후보 역시 여당 무공천 지역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수성을의 주호영 후보도 진박 이인선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에서 컷오프된 북구의 홍의락 후보도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처럼 대구의 일당 독점의 선거판이 전례 없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과거 30년간 TK 지역 선거는 여당 공천이 당선이라는 단순 등식이 성립되어 철저한 일당 독점적 정치 구도가 형성되었다. 같은 영남이지만 부산 경남은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야당 의원도 몇 명 당선되었다. 더구나 야당의 텃밭 호남에서도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이 순천 곡성에서 당선되었다. 그러나 대구·경북에서는 이에 아량곳 하지 않고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여당의원만 몽땅 당선되는 특이한 일당 독점구도가 형성되었다. 총선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야당 한 명 없는 여당 독점구도가 강화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독점 구도는 필연적으로 정책의 경쟁력마저 잃게 하였다.

대구·경북에서 이러한 장기적 정치적 독점 구도가 조성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을 보는 시각도 다르고 그 평가도 다르지만 5·16 이후 굳어진 영·호남의 지역 연고주의 정치구도와 무관치 않다. 이곳은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고, 그것이 일당 독점구도를 더욱 강화시켰다. 한동안 이 지역의 `우리가 남이가`하면서 지역 연고에 기반한 정치적 정서는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로 연결된 것이다. 이러한 구도에서 대구 시민들의 정치의식은 더욱 보수화되고 강한 배타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것이 지난 대선에서도 TK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나타나 3% 대선 승리의 견인차가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4·13 총선 전야의 대구의 선거판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다. 대구의 민심과 표심이 과거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각종 여론 조사는 대구에서도 일당 독점구도의 균열이 시작되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어제 저녁 밤늦게 탄 택시 기사의 이야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선거판이 어떻습니까?` 라는 단순 질문에 나이 든 운전기사는 `작대기를 꽂아도 당선되는 대구는 이제 바꿔야 합니다` `나는 이번에는 야당 찍을 것임니더. 그런 손님이 많아예` 물론 택시 기사 한 명이 대구의 여론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새누리당의 질질 끈 공천과정이 시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한편 대구 수성구의 선거판이 요동치는 원인은 유권자들이 이제 일당 독점 구도의 폐해를 늦게나마 자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구의 유권자들이 여당 후보를 그토록 꾸준히 지지했지만 대구의 발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대구의 도시 경쟁력은 형편없이 낙후되었다. 1인당 지역 총생산은 20여 년 간 전국 꼴찌이고, 대구의 재정 자립도는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대구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나고 있다. 그러한데도 당선된 의원들은 대구발전에 대한 관심과 열정보다는 중앙 권력에 눈치 보기와 줄서기에 혈안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번 여야의 지루하고 변칙적인 공천 과정이 대구의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이번 대구의 각계각층의 지식인들의 `이제, 대구를 바꿉시다`라는 시민 선언에 1천33명이 동참한 것은 이를 잘 입증한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야 알겠지만 종전의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4·13 선거가 여당 일색의 대구가 아니라 여야와 무소속이 공존하는 토대가 마련 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선거가 역동적이고 컬러풀한 대구 건설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4·13 총선 결과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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