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라는 인기 드라마가 지난 14일 막을 내렸다. 북한의 최고 통치자 김정은 역시 김일성이라는 `민족 태양`의 후예이다. 4월 15일 `태양절`(太陽節)은 김일성의 생일이며 북한 최대 명절로서 이틀 간의 연휴이다. 북한은 태양절 행사에 외국 손님도 초대하고, 대대적인 경축행사를 준비하였다. 물론 북한 당국은 태양절 행사로 김일성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소위 북한 사회주의 헌법은 `김일성 헌법`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에 까지 이미 세상을 떠난 김일성을 명기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북한 헌법 서문에서는 여러 곳에서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김일성은 `조선의 창건자`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로 묘사되어 있다. 김일성은 북한의 시조일뿐 아니라 국가 자체인 셈이다. `짐이 곧 국가`라는 전제군주 독재자 루이 16세를 연상시킨다. 북한 헌법은 김일성을 `민족의 태양`, `령도 예술의 천재`, `백전백승의 강철`, `위대한 혁명가`, `세계 정치의 원로` 등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칭송하고 있다. 결국 김일성은 북한에서 정치, 예술, 혁명, 군사, 외교 등 전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로 우상화되는 실정이다.
북한 당국은 1974년 4월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을 통해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로 선포하였다. 과거 독재국가에서 우상화작업은 가끔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지도자의 생일을 태양절로 설정하여 신격화하는 일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살아서는 북한이라는 `사회주의 대 가정`을 이끄는 `어버이 수령`으로 칭송 받았고, 죽어서는 다시 `민족의 태양`으로 추앙 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는 아직도 `영원한 주석`으로 칭송받고 영생 탑까지 건립하여 참배객을 모으고 있다. `수령님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영생론적 슬로건은 김일성이 북한 땅에서 종교적 신앙 대상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후 어느 날 갑자기 북의 최고 통치자가 되었다. 왕조시대도 아닌 사회주의 국가에서 수령 3대 세습이 이룩된 것은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일이다. 30살의 김정은은 권력승계 후 부족한 카리스마를 조부 김일성을 통해 보충하고 있다. 소위 `정치적 상징 조작`을 일상화하고 있다. 부친 김정일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김정은의 모습은 조부 김일성의 형상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김일성과 같은 듬직한 체구, 옆머리를 밀어올린 헤어스타일, 김일성이 즐겨 입던 검은 인민 복장까지 그는 조부 김일성을 연상케 하였다. 최근에는 뒷짐 짓고 걷는 모습, 즉흥적인 연설 장면, 검은 테 안경, 가끔씩 쓰는 중절모까지 그의 조부를 그대로 모방하였다. 이러한 연출은 그의 핵심측근들의 건의인지 스스로 선택한 방식인지 알 길이 없다.
이제 김정은은 집권 4년차를 맞고 있다. 그는 아직도 홀로 서기가 힘들어 선대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측근 권력핵심을 여러 명 숙청하였다. 그의 리더십은 막스 베버가 말하는 왕조적인 `전통적 지배`와 `카리스마적 지배`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인접 중국은 모택동 이후 여러 명의 지도자를 교체하여 오늘의 시진핑 체제가 수립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수령 승계론에 의해 왕조적인 3대 권력 세습을 이어 가고 있다. 그들은 1997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3주기 때부터 김일성 탄생 104년이라는 주체 연호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태양의 후예들이 승계되는 한 북한의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계화시대의 정보화·개방화의 물결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 사회주의는 대부분 몰락하였지만 북한은 아직도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이제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체제도 시장화와 개방화라는 세계사적 추세에 역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