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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산주의도 자본주의와 결혼한다?

등록일 2016-06-13 02:01 게재일 2016-06-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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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슬라보예 지젝의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 결혼 한다`는 주장은 처음에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면서 등장한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와 결국 결혼한다는 역설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후의 냉전 구도는 이념대결을 강화시켰으나 탈 이데올로기 시대로 전환하면서 공산권은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냉전시대 한나라가 공산화 되면 인접나라도 공산화 된다는 도미노 이론은 기우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오히려 공산국가는 자본주의에 접목하면서 붕괴되는 역도미노 현상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지젝의 이 `아름다운 역설`은 세계 공산국가들의 붕괴 과정에서 잘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독일에서는 1989년 역사적인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1990년 10월 동독인들의 투표로써 서독 자본주의에 통합하였다.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도 연방이 해체되고 그라스노트와 페레스트로이카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수용하였다. 인접 동구 10여개 공산국가는 혁명적 과도기를 거쳐 공산주의를 포기하면서 자본주의와 결합하였다.

지젝의 역설은 아직도 공산당 일당체제가 유지되는 나라에서도 적용되는 것일까. 사회주의 대국인 중국도 공산당 일당헤게모니를 쥐고 있지만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에 접목하여 G2국가로 부상하였다. 1975년 공산화된 베트남도 베트남 식 개혁·개방인 도이 모이(doi moi)를 통해 시장 경제로 전환하였다. 베트남은 참전국인 우리는 물론 미국과도 적대감을 갖지 않고 교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쿠바의 카스트로도 미국에 문을 열고 결국 미국식 상품경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의 소유 욕망은 이념을 초월하는 것이다. 지젝의 `아름다운 역설`은 아직도 잔존한 공산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우리의 최대 관심은 북한식 사회주의에도 이 역설이 성립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북한의 총체적 경제 위기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초래하고 북한식 자본주의 현상을 초래하였다. 기아자와 탈북자의 속출은 북한 당국이 2000년 `7.1 경제 관리 개선 조치`를 단행케 하였다. 파탄 난 배급경제를 폐지하고 부분적인 시장 경제로 대치하는 긴급조치인 셈이다. 북한의 소규모의 장마당은 이제 380여개의 종합시장으로 확대되었다. 공장이나 매장에서는 `번 수입 평가 방식`이라는 우리의 성과급제를 도입하였다. 농민들은 집단 농장의 농사보다 시장에서 팔 수 있는 텃밭 경리나 소토지에 열중하였다. 시장의 확대는 자동차 수요를 증가시키고, 300만대의 휴대전화까지 보급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 역시 `제국주의 타도`를 외치면서도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는 부분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북한 땅에 상륙한 자본주의 황색 바람은 어느 정도 확산될 것인가. 여기에는 긍정적 전망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의 식량사정도 조금은 개선되었다. 북한의 재정은 시장 확대로 자릿세와 임대료를 받아 개선된 측면도 있다. 돈을 번 신흥부자는 중앙당이나 정부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당 간부나 권력자들의 자본주의적 부패현상까지 만연되고 있다. 시장의 확대는 유동인구를 증가시키고 지역 정보를 멀리 소통시키고 있는데 모두가 어두운 그림자이다. 그렇다고 국가의 주기적인 시장 통제는 시장을 위축시키고 북한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여기에 북한 당국의 시장 확산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렇다고 북한 당국이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를 폐기할 수는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며 딜레마이다. 북한 주민들은 결국 `당과 수령을 위해 절대 충성하라`는 당의 공식규범보다는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비공식 규범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당국이 선군 정치와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이것이 시장 경제의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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