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에서는 아직도 여당 공천은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1988년 제13대에서부터 제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특정 정당이 의원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TK에서는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에 87명이나 몰려들었다. 이곳에서는 여당 공천이 사실상 당선인 셈이니 공천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이곳에서는 후보간·정당간의 정책 대결이나 경쟁보다는 오직 공천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안타깝다.
이곳의 새누리당 공천과정은 초반부터 친박과 비박간의 경쟁이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천과정에서 후보자의 철저한 인물 검증보다 친박논쟁이 제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심지어 TK에서는 자신을 친박이라 표방하면서 상대를 비박(非朴)이라고 공격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는 후보의 면접을 실시하면서도 경선의 룰은 확정 못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국민 여론 70%와 당원 30%를, 친박은 100% 국민 여론조사와 (우선)전략 공천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선거구도 선거 룰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청자 면접부터 실시하는 것은 경기 룰도 없이 경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불안하기 그지없다.
당내의 비박 좌장 김무성 당대표와 친박 좌장 서청원 대표의 갈등구도는 이 지역정치에서는 더욱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친박 중진 최경환 의원이 대구에서 친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활동을 벌였다. 그는 청와대와 장관 출신의 `진박(眞朴)`후보들의 개소식에 참석해 노골적으로 그들을 지원했다. `진박의 감정사(鑑定士)`로 자처한 그의 처신은 볼썽사납다는 여론까지 비등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TK이지만 친박 비박의 싸움만은 원치 않는 분위기를 잘못 읽은 결과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공천이 친박 중의 친박을 고르는 선거로 전락한다면 지역 민심은 이에 역행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의 공천 심사과정에서 이러한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면접과정의 질문 중에는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어떻게 뒷받침하겠느냐는 질문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집권 여당 의원이 정부나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의원내각제도 아닌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친박 여부가 공천의 잣대가 된다면 이는 상식에 반하는 일이다. 의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은 방기해도 좋단 말인가. 공천 심사에서 유승민 후보에게는 과거 원내 대표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의 적절성 여부까지 물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당 정강 정책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어쩌다 공천 과정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러기에 지역민 뿐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은 유승민의 공천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탈박으로 몰린 유승민과 친박 이재만의 공천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는 국민들이 심판해야 한다`는 언급이 유승민의 공천 탈락으로 이어질 것인가. 한쪽에서는 대통령으로부터 낙인찍힌 유승민이 탈락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유승민이 지역 여론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기 때문에 그의 공천이 확실시 된다고 보고 있다. 만약 유승민이 이번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수도권 선거 판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유승민은 대표직 사퇴 당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언설로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많이 남아 있다. 이번 총선 출마의 변은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규정을 인용했다.
유승민이 이번 공천에서 승리한다면 그의 정치적 운명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당내의 역학구도 상 정치인 유승민의 역할은 대폭 증대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로서는 공천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