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3 총선의 민심은 냉혹했다. 총선 결과는 정치 평론가 등의 일반적인 예측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총선 결과는 군림하려는 오만한 정부 여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민생을 외면하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총선 민심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의 대오 각성을 촉구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 말로만 하는 `민생 정치`나 `화합의 정치`는 먹혀들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선거 치른 지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정치권은 총선의 민심을 이탈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여당 패배의 원인에는 대통령의 그동안의 국정운영 방식과 불통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 사실 대통령은 그간 야당은 물론 정부 여당과의 소통마저 소홀히 하였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의 `나 홀로 리더십`은 독단적인 리더십으로 비쳐지기도 하였다. 대통령이 선거 후 언론사 간부들과 긴급 간담회 한번으로 `소통의 리더십`이 회복될 수 없다. 대통령은 앞으로 3당 대표와의 면담뿐 아니라 민심 향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소통의 통로를 더욱 다각도로 열어 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여당의 선거 참패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공천 파동이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공천을 둘러싼 친박과 비박의 대립, 김무성 당대표와 이한구 공천위원장 간 극한적인 갈등은 여당의 고정 지지층마저 이탈케 했다. 친박을 자처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오만한 권력은 총선 민심에 역풍을 초래했다. 더욱이 공천 막판의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공천강행과 당대표의 `옥새파동`은 여당 표심을 더욱 이탈케 하였다. 그러나 총선 후 여당의 내부 기류는 아직도 계파 청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김무성 대표는 사퇴하고, 선거 패배에 책임감을 통감해야 할 공천위원장은 자신의 역할을 `역사의 심판`에 맡겨야 한다는 변명만 하였다. 새누리당은 계파 청산의지없이 당선자 워크숍에서 사죄하는 행태만으로 총선 민심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 여당은 야당의 분열로 1대 2의 선거 구도를 내면적으로 즐기면서 제대로 된 선거의 공약하나 내 놓지 않았다. 야당의 김종인 대표의 대항마로 영입한 강봉균 전 장관의 알아듣기 어려운 `양적 완화` 정책만이 부각될 뿐이다. 여당은 `선거의 여왕`인 대통령에 기대고 김무성 당 대표의 치기어린 `어부바 정치`에 희망을 걸었는지도 모른다. 정부 여당은 현실적인 체감 경기의 악화와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발목 잡는 야당`과 국회에만 책임을 전가하였다. 이러한 여당의 선거 전략 부재는 민심을 더욱 이탈케 하였다.
정부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총선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난파 직전의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예상치 못한 123석의 제1당이 되었다. 수도권에서 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은 정부 여당에 대한 실망으로 파생된 반사이익이다. 아직도 더불어 민주당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주류와 비주류 간의 당의 노선과 정체성 논쟁, 당 지도부의 선출시기와 선출과정은 당을 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도취한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자중하여야 한다. 호남 유권자들의 일시적 지지로 다시 지역 당을 출현시켰을 뿐이다. 그러한데도 국민의당은 `안(安)비어천가`를 부르면서 내년 대선에 집착할 때 인가.
여야 정치권의 이러한 정치 행태는 분명히 총선 민심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러한 정치는 또다시 정치 불신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총선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여 민심에 부합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여야는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임을 하루빨리 체득하여 과감한 변화와 개혁의 길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