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의 2월이 끝나가고 있는 현 시점이지만, 나는 아직도 새해의 첫 마음으로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새로이 바꾸고 있다. 예를 들자면, 우선 일 년 여간 고집했던 집 안의 가구 구성을 전부 바꾸고 있고, 일 년 사이에 늘어버린 몸무게 탓에 작아져버린 여러 옷들을 옷장 속에서 골라냈으며, 그간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온갖 잡동사니 물건들을 전부 골라내어 버리거나 나누기 시작했다. 그간 흐린 눈으로 바라보던 집 안의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교체해주며 다시금 새 것처럼 빛을 내는 작업을 두 달을 거쳐서야 드디어 끝을 냈다.
그 결과 지금 나의 원룸엔 내게 꼭 필요한 물건들만이 남아 있다. 꼭 필요한 가구, 여분도 없이 지금 딱 쓸 만큼의 물건의 양들, 손을 뻗으면 필요한 물건이 제자리에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며 나는 지난 한 해에 내가 그토록 집착하던 평안의 상태를 드디어 이르렀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평안, 차분한 마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나는 작년 한 해 런닝도 열심히 뛰어보고, 기록도 4개의 노트에 나누어 기록할 만큼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기도 했다. 심심하면 자발적으로 글도 써보고, 뜨개질도 하고, 새로운 취미를 갖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편안한 상태에 이렇게 쉽게 도달하기까지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청소라는 것을, 이제야 깨끗하고 명쾌해진 공간 속에 놓여 뒤늦게 깨달았단 사실이 조금은 허탈하고 또 피식 웃긴다. 집을 새로이 가꾸면서 나는 아주 작은 사소한 디테일에도 관심을 기울기 시작했다. 자주 먹는 약들은 약봉지에 담겨진 채로 하나씩 뜯어 먹는 것이 아닌, 불투명 상자에 칸칸이 약을 정리해서 바로 꺼내먹을 수 있게 만든 것, 휴지 케이스를 사서 두루마리 휴지가 방바닥에 마음 대로 굴러다니지 않도록 깔끔하게 정리해 놓는 것, 식탁 테이블 한 켠엔 언제든 따뜻한 차를 내려마실 수 있도록 깨끗하게 씻어 놓은 다기와 다구가 잘 정리되어 있는 것, 속옷 서랍을 열면 여유분의 속옷들이 말끔하게 개켜 있는 것 등등.
매일 조금씩 부지런히 해나가야 하는 집안일이라는 루틴이 없다면 절대 유지될 수 없는 일들, 하지만 조금만 움직인다면 제자리에 가지런히 놓여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에 도움이 주는 아주 작은 요소들에 관심을 갖게 되고, 루티너리하게 움직이며 꾸준함의 힘에 대해 더욱 알게 되는 요즘이다.
동시에 하루에 시간을 내어 조금씩 집안일을 하다보면, 주말 내내 오랜 시간을 들여 청소를 할 필요가 없단 사실도 알게 됐다. 평일엔 일에 치여 집안일을 미루고, 주말에 몰아서 하는 편이었던 터라 주말만 생각하면 엄청난 가사노동에 시달릴 것이라 늘 지레 겁을 먹었지만, 이젠 조금씩 해나가는 덕분에 가사노동이라는 큰 부담감에서 벗어나 몸도 마음도 단순하게 살아가고 있다.
또한 새로운 물건을 살 때에도, 지금 완벽하게 구성된 나의 작은 방 안에 이 물건이 꼭 필요한 것인지, 곧 후회하며 다시금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지, 꼭 필요한 것에 대해 나만의 기준점이 생기게 되었다. 결국 꼭 필요한 물건만을 들이는, 이상적이면서 유용한 생활상을 쉽게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을 남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아는 정리를 통해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고, 집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삶에서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말했다. 또한 정리에도 철학이 있어야만 잘 할 수 있고, 정리를 통한 자기 변화, 자신감 회복, 그리고 버리면서 알게 되는 비움의 미학을 강조한다.
물론 정리해둔 상태가 그대로 쭉 유지되면 좋겠지만 또다시 바빠지는 일상과 상황 속에서 물건은 흐트러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곤도 마리에는 정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정리를 해야 하는 ‘정리 리바운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물건을 항상 그 자리에 두는 수납법만 유지된다면 일상을 더욱 윤택하게 유지할 수 있음을 말하기도 했다.
삶은 언제나 깨끗한 방처럼 완벽할 수 없다. 그건 작년 한 해에 내가 무수히 깨달은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니 올해는 조금 더 유연한 자세로, 단정한 일상을 위해 오늘도 집 안을 더욱 애정 어리게 가꾸고 있다.
20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