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륜차를 탄다. 이륜차는 흔히 오토바이, 바이크, 모터사이클이라고 칭하는 두 바퀴 달린 자동차를 칭하는 도로교통법상의 용어다. 내가 타는 것은 배달 오토바이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25cc 스쿠터이다. 그렇다고 배달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레저를 목적으로 타는 것도 아니다. 외부 일정이 있을 때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타고 다닌다. 이륜차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동차는 이와 구분지어 사륜차라고 써야 옳겠으나, 편의상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오토바이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운송수단이다. 우선 내가 타는 것은 배기량이 적기도 하고 차체도 무겁지 않은 편이어서 이동할 때 연료를 적게 소모한다. 자동차에 비해 압도적으로 경제적이고 환경을 덜 파괴한다는 이야기다. 작은 부피를 가진 만큼 좁은 길을 통과하는 데 유리하다. 따라서 모세혈관처럼 좁은 골목들이 구석구석 퍼져 있는 도심을 주행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주차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잠시 길가에 정차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른 이들의 통행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오토바이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기후의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날씨가 춥거나 눈,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는 운행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리고 또 하나는 다소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 위험성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오토바이는 왜 위험한가.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타는 사람이 위험하게 타기 때문이다. 헬멧이나 장갑 등 보호 장비를 잘 갖추지 않은 채로 운전을 하는 경우, 그리고 운전 자체를 난폭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오토바이의 헬멧은 당연히 얼굴을 많이 가릴수록 안전하다. 그런데 일부 라이더들은 번거로운 착용과 답답한 기분 때문에 대충 바가지 같은 패션헬멧이나 심지어 자전거 헬멧을 착용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단속을 피하기 위함이지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다. 난폭운전에 있어서만큼은 라이더들 스스로의 자성이 필요하다. 차 사이를 이리저리 통과하며 달리는 경우, 갓길이나 인도로 주행하는 경우, 과속방지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속하는 경우, 각종 곡예주행을 하는 경우 등. 상당수가 생업을 위해 배달이나 퀵서비스 용도로 오토바이를 타기 때문에 시간이 곧 돈이 되는 상황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가 있더라도 난폭운전을 하는 것은 자신 뿐 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토바이가 위험한 두 번째 이유에 대해 말하려고 이 글을 쓴다. 수많은 자동차들로부터의 위협이 바로 그것이다. 앞서 말한 난폭운전자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자동차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오토바이만 발견하면 기분이 나빠지곤 하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내가 모는 오토바이 역시 한 대의 차량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차선 하나를 차지하고 달린다. 125cc 저배기량 스쿠터이지만 나름 시속 10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으므로 도심을 달릴 시 도로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일도 없다. 그런데 뒤따라오는 자동차는 연신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려대거나, 심지어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며 거의 스칠 기세로 동차선 추월을 감행하기도 한다. 차선을 차지하지 않고 차량 사이로 운행하면 무개념 라이더가 된다. 그런데 차선을 차지하고 달리면 또 그게 못마땅하다는 이유로 상대를 위협한다. 차체가 작다는 이유로 앞뒤로 함부로 끼어드는 일은 너무 익숙해서 별로 화도 안 난다.
주차에 있어서도 난감한 점이 있다. 오토바이는 이륜차. 명백히 자동차에 속한다. 그런데 주차장의 한 칸을 차지하고 주차를 하면 반드시 항의를 받게 된다. 아까운 주차 자리에 감히 오토바이가 주차를 했다는 이유로. 그렇다고 주차장 칸 바깥에 주차를 하면 또 주차 공간이 아닌 곳에 주차를 했다고 항의를 받는다. 오토바이는 어디에 주차하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인가. 마음 같아서는 배낭에 넣어서 짊어지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에도 왜 오토바이를 타냐고 타박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인종차별의 이유를 차별받는 이에게 전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모든 부당한 차별은 차별하는 이의 잘못이지 차별당하는 이의 잘못이 아니다.
날이 풀리고 다시 두 바퀴로 달리기 적당한 계절이 오고 있다. 이륜차 역시 다른 자동차들처럼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바퀴 수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겁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