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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웠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록일 2025-03-09 18:43 게재일 2025-03-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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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 육아 상식은 누구나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최근 몇 년간 나의 인생은 큰 폭으로 두 번 변화했다. 2022년 결혼을 하며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었고 2024년 아들이 태어나며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었다. 이 사건들은 다르게 말하자면 내가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나는 누군가가 가정을 짊어지고 이끌어간다는 뜻인 가장이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결혼을 하며 아내와 내가 서로의 보호자가 된 것과 아들을 만나며 내가 그의 보호자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내가 몸이 아플 때 일시적으로 나는 아내를 책임져야 하고 아들이 자립하기까지의 오랜 세월동안 나는 많은 부분에서 그를 챙겨야만 한다. 다른 이를 책임지고 챙길 때 나는 나 자신만을 건사하는 때보다 더 꼼꼼해지고 야무져져야하는데, 나는 아직도 여러 방면에서 서툴기만 하다는 게 속상할 때가 있다.

요 며칠은 아들이 기관지염으로 고생을 했다. 새벽 내내 콧물을 줄줄 흘리고 기침으로 고생을 하는 작은 존재를 앞에 두고 병원 문이 여는 아침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름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성실하게 받았고 대학을 거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공부도 했건만 그러면 뭐하나, 정작 삶에서 필요한 중요한 지식과 지혜는 갖추지 못한 헛똑똑이에 불과한 것을. 그러나 이것은 내 잘못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내게 아이를 기르는 방법과 누군가를 간호하는 방법 같은 걸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 세상에는 미분과 적분, 직유법과 은유법, to 부정사와 동명사 같은 것보다 더 필요한 지식들이 많은데 정작 그런 것들이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입시 교육에 밀려 가볍게 지나치게 되는 경우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모두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육아 상식은 누구나 조금씩은 알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육아 상식을 가르친다면 살면서 그것을 써먹을 확률은 미분과 적분을 배워 써먹을 확률보다는 분명히 높을 것이다. 부모가 되지 않더라도 부모가 된 다른 사람과 자라나는 어린 존재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공감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신생아는 몇 시간 마다 먹여야 하는지. 아기가 우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각각의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야해 하는지를 미리 배워 알고 있었더라면 시행착오는 훨씬 줄었을 것이고, 부모와 아기 모두 고생을 덜 해도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주 기초적인 의학 교육이 정규교육에 포함된다면 누군가를 보호하거나 간호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 데에도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어떤 증상이 생겼을 때 적어도 그것이 심각한 상황인지 가볍게 넘겨도 되는 상황인지는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구급법이야 가끔 학교에서 배우기도 했던 것 같지만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밖에도 손발목이 삐었을 때 뜨거운 찜질을 해야 하는지 차가운 찜질을 해야 하는지, 함께 복용하면 오히려 몸에 해로운 약은 어떤 것이 있는지, 평상시와 감기가 걸렸을 시에 집안의 온도와 습도는 각각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정도는 학교에서 비중있게 가르쳐준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자동차의 대략적인 구조와 간단한 정비 기술 같은 것을 학교에서 가르치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자동차 경고등의 종류와 해당 상황에서 어떤 조치들을 할 수 있는지. 엔진오일을 비롯한 소모품들은 어느 정도 주기로 갈면 되는지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불의의 사고나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가 고장날 때마다 정비업체에서 부르는 가격을 의심하고 때로는 뒤늦게 배신감을 느끼곤 하는 일들도 많이 줄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기초적인 법률 상식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면 어떨까.

지갑이나 휴대폰을 주워서 돌려주는 이에게 어느 정도의 사례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을 할 때 어떠한 법률을 통해 어떤 부분을 보호받으며 일할 수 있는 것인지, 이사를 갈 때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교과과정을 통해 교육한다면 사회의 질서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밖에 기본적인 가사노동 스킬이라거나, 연애를 할 때의 에티켓이라거나,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하는 예절 같은 실용적인 것들이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보다 심도 있게 다루어진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공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이전에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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