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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모든 세대가 즐길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수준높은 공연 선사 최선

# 딜레마 1. 오스트리아엔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이 있다. 1년에 300회 가까운 클래식, 오페라, 발레 공연이 열리지만 극장 측에선 관객 동원을 걱정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공연이 입석까지 매진될 정도니까.‘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단원들의 기량은 “경제적 안정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 극장 단원 330여 명은 매달 극장으로부터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넉넉한 월급을 받는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이 생긴 건 지금으로부터 149년 전. 그때부터 지금까지 교향악단, 오페라단, 발레단을 후원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다.극장 설립 초기엔 귀족과 돈 많은 딜레탕트(dilettante·호사가)가 주된 후원자였다면, 지금은 세계 유수의 기업과 예술 애호가들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씩을 흔쾌히 극장에 내놓고 있다. 이들이 후원을 통해 얻는 홍보효과 역시 크다. 포항을 포함한 대구·경북지역 공연 관계자들에겐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구와 경북엔 150년 된 공연예술 전문극장이 없고, 오페라나 발레 공연 후원에 선뜻 나서는 이들도 드문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자체나 독지가의 적극적이고 통 큰 투자 없이 대중적 토대가 미약한 클래식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딜레마 2.관객이 없는 공연장은 ‘팥소가 빠진 붕어빵’과 다를 게 없다.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서울은 축복받은 도시다.서울과 인근 인천·경기지역의 인구를 모두 합하면 자그마치 2천500만 명. 한국인의 절반이 그곳에 몰려 산다. 젊은이들의 거리 공연에도 수백 수천의 관객이 들어차고, 대중예술은 물론 발레와 오페라를 좋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다른 지역에 비해 공연예술 관계자의 한숨 소리가 크지 않다.사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서울 사람들의 비율이야 다른 도시와 큰 차이가 없을 터.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핵심’은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숫자다.포항의 인구는 대략 50만 명. 서울·인천·경기의 1/50이다. 포항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1천 석 극장에 오페라나 발레 관객을 가득 채우려면 서울 공연 기획자에 비해 50배 이상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그렇다고 공연장을 채우기 위해 ‘인구 늘리기 운동’을 벌일 수도 없는 일. 그야말로 딜레마(Dilemma·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가 아닐 수 없다. 글 싣는 순서1. 포항에선 어떤 문화예술 공연이…2.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를 가다3. 비엔나 공연예술가와 관객들4. 젊음 넘치는 ‘서울 홍대거리’5.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포항으로열악한 공연 인프라·적은 인구 등악조건에도 불구시민 위한 다양한 공연 마련에 열성더 풍부한 공연 예술 위한지자체·독지가 등 후원 아쉬워 ◆ 포항 공연예술계, 역량 강화와 적극적 마케팅으로 난관 극복공연예술계가 겪는 어려움은 비단 대구·경북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 대부분의 도시들이 유사한 걱정을 하고 있다.그런 까닭에 “어떻게 하면 양질의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물할 수 있을까?” “홍보의 방식을 달리하면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아줄까?”라는 건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포항시립예술단은 시민들의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시민이 행복한 공연서비스 제공’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각 예술단의 화합과 결속을 위한 조직구조 개선과 단원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립교향악단을 이끌 상임지휘자의 영입으로 구심점을 세우고, 공연기획과 홍보업무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전임 사무단원도 배치할 계획이다. 여기에 지휘자와 연출가를 중심으로 비전을 설정해 공연의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예술단의 특성에 따른 정기공연과 합동공연, 기획공연과 초청공연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클래식의 대중화와 전통공연의 저변 확대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게 포항시립예술단의 각오다. 이를 위해 학교, 기업, 복지시설로 찾아가는 공연을 기획하고 포항의 명소 곳곳에서 야외공연과 테마공연도 펼칠 예정이다.시립교향악단의 경우 클래식에서부터 팝,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며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깨는데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4회의 정기공연과 44회의 찾아가는 공연, 8회의 특별공연으로 포항시민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 시립교향악단. 올해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찾게 된다. 정기공연 등과 함께 복지시설과 재난 현장을 찾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희망을 돌려주겠다는 의지도 충만하다.시립합창단은 지난해 이충한 상임지휘자가 부임했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조직력을 갖추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을 넘어 세계 속에 포항을 알리는 합창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단원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비전도 세웠다.시립연극단 또한 올해 포항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인 다양한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주목받는 신예 박훈영의 창작극 ‘클로즈 업’과 정기공연 ‘철로’는 이미 무대에 올려져 극장에 모인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 포항문화재단이 준비한 기대되는 공연들작년에 이어 올해도 ‘화제의 공연’을 여러 편 선보이고 있는 포항문화재단의 하반기 공연에 관심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7월 14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펼쳐질 가족극 ‘브러쉬’는 ‘2018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선정작. 그림과 음악을 결합시켜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선보일 이 공연은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아시안 아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입장료도 1만원으로 저렴해 가족 단위로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듯하다. 9월 14일과 15일엔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뮤지컬 ‘시카고’를 만날 수 있다. 아이비, 김지우, 남경주, 안재욱 등이 출연하는 이 공연은 이미 관람한 수많은 관객들이 재미를 보증하는 뮤지컬이다. 찬바람이 불어올 12월이 되면 국립합창단이 포항을 찾는다. ‘2018 국립 명품시리즈’로 명명된 ‘메시아’ 공연이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것. 몇몇 클래식 전문가들이 “죽기 전에 한 번은 들어야 할 명곡”으로 지목한 ‘메시아’가 자신에겐 어떤 감동으로 다가올지 궁금한 이들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이처럼 포항시립예술단과 포항문화재단 공연예술 관계자들은 비엔나에 비해 열악한 공연 관련 인프라와 서울에 비해 매우 적은 ‘공연 향유 인구’라는 조건 속에서도 악전고투(惡戰苦鬪)를 지속하고 있다.공연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클래식과 오페라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지방 소도시에서 접하기 어려운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과 무용, 그림 전시회를 포항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는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문화 관련 단체에겐 아픈 지적이다. 하지만 다수의 시민들은 처한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포항의 공연예술계에 따뜻한 박수와 격려를 전하고 있다. 이 기획 연재기사가 시작될 무렵 “한 편의 공연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문장을 쓴 적이 있다.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은 ‘인간의 삶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쏟는 땀과 열정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홍성식기자끝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8-06-29

거리 전체가 공연 무대 함께한 모든 이들이 예술가이자 관객이었다

200m의 차없는 거리, 갖가지 공연 펼쳐져보여주기보다 스스로 즐기는 공연나이·지위·시간·공간 초월하는 홍대거리젊은 예술인 끼 펼칠수 있는 정책적 지원 필요글 싣는 순서1. 포항에선 어떤 문화예술 공연이…2.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를 가다3. 비엔나 공연예술가와 관객들4. 젊음 넘치는 ‘서울 홍대거리’ 5.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포항으로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에 위치한 홍익대학교. 여타의 캠퍼스에 비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그 대학과 일대 상수동-합정동을 엮어 지칭하는 ‘홍대 입구’는 이제 보통명사로 자리 잡았다. ‘청춘의 해방구’ 혹은,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예술의 생산기지’를 의미하는.비단 10~20대만이 아니다. 젊음의 언어와 문화, 행동양식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40~50대에게까지 ‘홍대 입구’는 낯선 명칭이 아니다. 서울 시민만이 아닌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驛) 9번 출구를 나와 골목을 꺾어 돌면 어울마당로가 나와요. 거기 가면 거리 공연 하는 애들이 지천일 걸요.”올해 홍익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한 선배의 딸에게 “금요일 밤에 거리에서 노래하거나 춤추는 젊은이들을 어디 가면 볼 수 있을까”라고 물었을 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위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과연 그랬다. 덥지도 춥지도 않았던 5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 홍대 입구 어울마당로는 노래하고, 춤추고, 환호하는 청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족히 200m는 넘어 보이는 차 없는 거리. 대략 10~20m 간격을 두고 통기타 공연, 힙합 공연, 보이밴드를 카피한 공연, 마임 공연까지가 다채롭게 펼쳐졌다.밤 10시가 넘었음에도 그곳은 청년들이 만들어내는 초여름 밤의 열기로 마치 대낮 같았다. 독일의 베를린과 오스트리아의 비엔나가 ‘클래식과 오페라 공연의 메카’라면, 홍대 입구는 ‘버스킹(Busking)의 성지’라 불러도 좋을 듯했다. ◆ “관객보다 내가 즐거워서 거리에 선다”는 청춘들‘버스킹’이란 행인들에게 노래와 춤, 연주 등을 보여주고 약간의 돈을 얻어내는 공연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날 어울마당로를 채운 젊은이들에게 공연 후 관객이 자발적으로 내놓는 ‘돈’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해 보였다.아스팔트 위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맞춰 한바탕 멋진 춤을 보여준 강한민(가명·19)씨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즐거워서 하는 거죠. 세상엔 의사와 판사도 필요하지만 춤꾼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돈과 지위가 인간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라는 어른스런 말로 기자를 놀래켰다.강씨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문화·예술이 함께 하지 않는 정치·경제만의 성장은 나라를 절름발이로 만들기 십상이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클래식과 오페라 같은 ‘순수예술’과 더불어 ‘대중예술’이 함께 꽃을 피운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문화예술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의 몇몇 국가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벽을 허물었다. 런던 교향악단(London Symphony Orchestra)과 록 밴드 ‘딥 퍼플’에서 기타를 연주한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의 협연은 그 생생한 사례다. 사실 21세기에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놓고 우열을 논한다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런 행위다. “앞마을 달걀과 뒷동네 계란 중 어떤 게 맛있느냐”고 논쟁하는 것처럼.‘홍대 입구’와 인근 신촌은 1980년대부터 전위성과 실험성이 가미된 대중예술이 싹을 틔운 공간이다.록과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신촌블루스’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았던 청춘들의 우울함을 위로해줬고, 1990년대 홍대 입구 소규모 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크라잉 넛(Crying Nut), 노 브레인(No Brain) 등의 펑크록 밴드는 출구 없는 세기말 젊은 영혼의 어깨를 따스하게 두드려줬다.노래는 물론 작사와 작곡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가수 김윤아 역시 그 시절 ‘미운 오리’란 이름의 밴드로 홍대 입구 클럽에서 활동했다. ◆ 젊은 예술가들에게 ‘판’ 깔아주는 정책적 지원 있어야2000년대에 들어서며 ‘홍대 입구’의 공연예술은 보다 다채롭게 발전한다. 어느 한 장르와 경향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고 있는 것.어울마당로에서 통기타를 연주하며 1970년대 풍의 노래를 부르던 A씨(23)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이면 홍대 입구에서 거리 공연을 한다고 했다. 그에게 물었다. “힙합과 댄스음악의 시대에 왜 하필 고풍스런(?) 통기타냐”고. 돌아온 대답이 철학자 방불이었다.“잘난 척 하는 것 같지만…. 예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것 아닌가요. 어떤 장르가 시대에 뒤떨어졌다, 어떤 스타일이 시대를 앞서간다고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그저 공연을 펼치는 사람의 영혼이 향하는 쪽으로 가는 거죠.”밥과 빵이 사람의 육체를 키운다면, 공연예술과 문학, 미술과 영화는 인간의 정신을 ‘인간답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어울마당로에서 만난 버스커(Busker·버스킹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자기주장과 논리가 정연하고 뚜렷했다. ‘공연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공연을 보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중학교 2~3학년으로 보이는 소녀 4명에게 물었다. “늦은 시간인데 왜 집에 안 가고 있어요?” 친구라는 그들의 대답은 이구동성이었다.“어른들은 우리에겐 스트레스가 없는 줄 알아요. 그런데 안 그래요. 중학생도 짜증나는 일이 많거든요. 근데 오빠들이 춤추는 걸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그래서 가끔 친구들끼리 어울려 홍대 입구로 놀러 와요.” 말을 마친 소녀들은 다시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었다.버스킹이 한창인 어울마당로에선 보기 드문 중년남성이 있어 다가갔다. 홍익대 지척에 자리한 서강대를 졸업하고 금융 회사에서 일한다는 정경식(49)씨.그는 “요즘 부쩍 ‘이제 내게선 청춘이 사라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여기 오면 옛날 20대 시절도 떠오르고…. 그냥 살아가는데 위로가 돼요”라며 웃었다.이처럼 홍대 입구 ‘거리 공연’은 연주자와 댄서, 노래하는 이들은 물론 그걸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공연예술이 가진 힘이 아닐까.‘홍대 입구’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예술공간에 가깝다. 그러나 그것을 하나의 ‘문화상품’이자 ‘관광상품’으로 만들기까지는 분명 서울시와 마포구의 지원과 노력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보고 배울 가치가 충분해 보였다.“서울처럼 공연을 볼 사람이 많지 않고, 문화를 소비할 이들도 적다”는 변명만으로 일관한다면, 지자체마다 외쳐대는 “문화도시 건설”은 앞으로도 헛된 캐치프레이즈에서 멈출 게 뻔하다. 공연·영화·연극·강연까지… 접할수 있는 모든 예술 한 곳에멀티플렉스 ‘KTG 상상마당’홍익대 아래 어울마당로를 걷다 보면 독특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7층 건물과 만나게 된다. 어둠이 거리를 장악한 밤이면 이 건물은 몽환적인 ‘마법의 성’처럼 보이기도 한다.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은 커피 값을 지불해야 하는 카페 대신 이곳을 약속 장소로 정한다. ‘ KTG 상상마당(이하 상상마당)’이다.콘서트와 연극 공연, 영화 상영과 미술 전시회까지 다양한 문화 관련 이벤트가 연중 이어지는 복합 예술공간 상상마당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7년 9월 개관했다.청춘의 특권이자 책임이기도 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문화로의 행진’을 지원하는 이 공간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지상 7층·지하 4층으로 만들어졌다. 아담한 규모의 영화관·공연장과 함께 갤러리와 문화예술 교육 강의실, 사진 암실까지 갖춘 상상마당이 20~30대에게 특별한 장소로 활용되는 건 당연한 일.“예술가의 창작활동을 돕고, 관객과 방문자에겐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전달한다”는 상상마당의 슬로건은 기업의 바람직한 사회공헌 방식을 보여준다. 이번 6월에도 밴드 ‘잔나비’와 버스커의 합동 공연, ‘오버 더 레인보우’라 명명된 전시회, 작가 지망생을 위한 아카데미, 예술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다른 멀티플렉스에선 보기 힘든 영화와 만날 수 있고,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공연도 즐기며, 내게 필요한 강의나 강연까지 접할 수 있어 한 달에 몇 번은 찾게 된다”고 하는 대학생 김현민(25)씨의 말에는 상상마당이 수행하는 역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문화계 원로들은 “무모할지라도 기존의 질서에 저항하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는 청춘의 특권이다. 그 문화·예술적 실험이 이뤄지는 공간이 서울만이 아닌 지방 도시에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부정하기 힘든 지적이다.글/홍성식기자·사진제공/구창웅  hss@kbmaeil.com

2018-06-22

1천명 넘게 모인 관객… 음악소리 말고는 잡음 하나 없어

# 장면 1.2018년 5월 31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쇤브룬 궁전에서 비엔나 필하모닉 교향악단 (Vienna Philharmoniker)의 야외 연주회가 열렸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후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1717~1780)가 애지중지한 아름다운 그곳에서 시민들을 위한 무료 음악회가 펼쳐진 것. 연주회 시작 3~4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비엔나의 그날 날씨는 한국의 8월처럼 무더웠다. 그럼에도 연주회장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 중 짜증난 표정을 짓는 이는 없었다. 백발의 노신사부터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열 살 남짓 아이까지 마찬가지. 고등학생 손자와 쇤브룬 궁전을 찾은 루드비히(71)씨는 “나 역시 어린 시절엔 아버지와 함께 비엔나 교향악단 연주회를 찾곤 했다”며 “좋은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두어 시간쯤 기다리는 건 아무렇지 않다”며 유쾌하게 웃었다.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에 의지해 음악회를 찾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 다수의 관객들은 그들을 배려하는 것에 익숙해 보였다. 최소한 비엔나 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만큼은 장애인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 장면 2.2011년 7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비엔나 시청 건물에 수십m의 거대한 영사막이 드리워졌다.거기선 녹화된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1813~1901)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가 상영됐다.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야외 객석엔 1천 명이 넘는 관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관객석은 물밑처럼 고요했다. 끼리끼리 떠들거나 깔깔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놀라웠다. 다들 화면에 빨려 들어갈 정도로 오페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비엔나 시민 모두는 공연장에서 지켜야 할 매너를 혹독하게 교육이라도 받는 걸까? 실내와 야외를 구별하지 않는다. 문화공연과 예술가를 대하는 비엔나 관객의 태도는 어디서나 예의 바르고 정중했다. 7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관객들의 서로를 향한 정중함과 매너 ‘예술공연’에 대한 프로의식 돋보여소속된 단체에 문제 있으면 입단 1년차 단원도 지적… 비판정신 투철글 싣는 순서 1. 포항에선 어떤 문화예술 공연이…2.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를 가다3. 비엔나 공연예술가와 관객들4. 젊음 넘치는 ‘서울 홍대거리’ 공연문화5.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포항으로◆ 관객 ‘매너’와 예술가 ‘프로의식’이 만든 비엔나 공연문화공연장에 함께 자리한 이들에 대한 배려와 예술을 향한 흠모와 존중이 비엔나 관객들을 상징한다면, 날카로운 비판정신과 실력에 더불어 인격까지 높여가려는 프로의식은 비엔나 공연예술가의 특징이다.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쇤브룬 궁전, 문화예술기획사 등에서 만난 공연예술 관계자들은 너나없이 “빼어난 프로의식과 비판정신이 오늘날 유럽의 문화와 예술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비엔나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나 클래식 연주자, 연극배우와 발레단원은 자기가 소속된 극장이나 단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그 점을 지적한다. 그러니 입단 1년차 단원이 최고 경영자에게 극장 운영 시스템을 비판하는 상황도 가끔 발생한다. 한국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하지만, 지적을 받는 쪽에서도 비판이 합리적이라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쳐 잘못된 관행을 바꿔나가는 것이 일상화 돼 있다고 한다.또 하나 독특한 게 있다면 비엔나의 예술가들은 행정적인 업무에도 능력을 보인다.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합창단 내에는 재무, 서무, 홍보를 맡아보는 단원이 존재한다.성악가가 사무직원의 역할까지 겸하는 것이다. 재무와 홍보 등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없어도 합창단은 원활하게 운영된다.“문화예술을 잘 아는 사람이 그와 관련된 행정업무도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비엔나의 공연예술가들에겐 있다. 비엔나를 떠나오던 날. 케른트너 거리를 다시 찾았다. 미려하게 우뚝 선 국립 오페라극장의 분수대 인근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그날도 클래식이나 오페라 공연이 열리는 것인지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멋진 공연과 만날 수 있다면 몇 시간의 기다림이 대수인가”라고 말하는 관객들. 매너와 정중함을 갖춘 그들의 기다림을 설렘으로 바꿀 정도니 비엔나 공연예술가들의 ‘실력’을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2018년 초여름 비엔나.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은 물론, 관객을 기다리는 연주자와 성악가 역시 행복해보였다.비엔나 문화예술기획사 WCN 송효숙 대표한국의 미성숙한 티켓문화 아쉬워재능있는 음악가에 국가관심 필요비엔나의 공연예술과 문화가 지닌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힘이 이 도시를 ‘클래식과 오페라의 고향’으로 자리매김 시켰을까?세계 각국의 공연예술가를 가까이서 만나온 비엔나의 문화예술기획사 WCN(World Culture Networks) 송효숙 대표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아래는 리하르트 바그너가 연주되는 비엔나 시내 카페에서 송 대표와 나눈 이야기다.-비엔나에서 공연기획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1996년 대기업 법인장이었던 남편을 따라 가족 모두 비엔나로 왔다. 2년 후 IMF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됐고, 여러 환경이 잘 갖춰진 비엔나에서 아이들 교육이라도 시키고자 남게 됐다. 여기서 지내다보니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 생동하고 있는 클래식을 자주 접하게 됐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음악가들도 만났고,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WCN이다. 음악을 통해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잇고, 한국의 공연예술가를 유럽에 소개시키겠다는 꿈도 생겼다.”-한국과 오스트리아 관객의 가장 큰 차이가 뭔가.“연령층이다. 한국에 비해 비엔나는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의 나이가 많다. 클래식을 지금의 대중가요처럼 듣던 시기에 그 음악을 사랑했던 중년층 이상이 공연장을 주로 찾는다. 그러다보니 유명한 극장들은 미래의 관객을 위해 청소년들에게는 제일 좋은 좌석을 5유로(약 7천원)에 예약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의 관객 연령층이 낮다는 것은 미래 한국 클래식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WCN을 해오며 보람됐던 순간과 마음 아팠던 순간은.“한국 연주자들이 유럽 무대에 데뷔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기쁘다. 클래식 연주자가 유럽에서 데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력이 좋다고 모두 무대에 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한국 연주자를 더 많이 유럽 무대에서 소개시키는 것, 이 부분이 우리가 해야 될 일이라 믿고 있다. 비엔나의 많은 유학생들이 좋은 실력을 가졌음에도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해 힘겨워 할 때면 우리도 가슴이 아프다.”-한국 클래식 공연문화는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할까.“한국은 공연에 대한 관심은 상당한데 티켓문화가 아직 덜 성숙된 듯해 아쉽다. 경제적인 어려움 탓에 성장을 멈춘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이 주위에 많다. 국가나 기업이 관심이 기울였으면 한다. 그들이 한국의 이름으로 세계적 콩쿠르에 나가 좋은 결과를 얻어내며 성장한다면 그것이 결국 한국의 이름을 높이는 일 아닌가. 그 옛날 바하, 헨델, 모차르트, 슈만 등 유명한 작곡가들도 모두 가난했다. 그러나 그들 곁엔 후원을 아끼지 않은 귀족과 왕이 있었다. 비엔나 교향악단도 전 세계 기업들의 후원이 단원들에게 큰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힘이 비엔나의 공연예술을 지탱하고 있는지.“축적된 클래식 역사와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엔나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숨 쉬는 아름다운 음악이 그 힘이다.”-비엔나 공연문화예술 관계자들의 특징은.“그들은 약속과 신뢰라는 단어를 소중하게 여긴다. 공연의 기획부터 계약, 그리고 진행까지가 바로 이 약속과 신뢰 아래서 진행된다. 유럽은 한국보다 일의 진행이 많이 느리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이 유럽인들과 함께 일하는 게 때론 어렵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기에 ‘느리지만 정확한’ 유럽 사람들의 태도를 배우기도 한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왈츠와 알프스의 근사한 풍경이 있는 오스트리아는 작지만 멋진 나라다.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 외에도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의 그림과 미적 완성도 충만한 비엔나의 역(驛)들을 설계한 건축가 오토 바그너도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번쯤 비엔나를 찾아 문화예술의 향기를 느껴보시길 권한다.”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WCN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8-06-15

수백년 이상 체화된 클래식 문화의 집대성 ‘공연예술의 본향’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아름답다”고 말할 수밖에 다른 표현을 떠올릴 수 없는 올드타운(Oldtown·옛날 도심). 그 가운데 자리한 칼스플라츠(Karlsplatz)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면 137m의 아찔한 높이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슈테판성당(Stephansdom)이 보인다.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케른트너 거리(Kerntner Street). 0.6km를 직선으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 양 옆으로 예쁘게 꾸민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고,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그림을 도자기와 티셔츠에 새겨 넣은 기념품점들이 가득하다.해마다 유럽과 북미, 남미와 아시아 관광객 수백 만 명이 찾는 곳. ‘지구 위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그 길의 끝에 ‘무언가’ 있다.구구절절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곳이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Wiener Staatsoper)’이라는 건 누구나 알게 된다. 왜냐? 건물의 사방을 둘러싸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수많은 여행자들 때문이다.사실 오스트리아는 우리가 ‘클래식’이라 부르는 음악이 탄생한 곳이라 불러도 무방한 나라다. 초등학생도 그 이름은 알고 있는 모차르트, 슈베르트, 요한 스트라우스, 하이든 등이 태어난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뿐 아니다. 비엔나는 베토벤과 브람스가 수백 년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연주되는 ‘불멸’에 가까운 곡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머물렀던 도시다. 그런 역사가 있으니 그곳에 ‘세계 최고의 공연장’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1869년 객석 2천여석의 극장 완공1년에 300회 가까운 공연 열리고다양한 가격대 입장료에 입석까지예술을 원하는 사람에 차별없어글 싣는 순서1. 포항에선 어떤 문화예술 공연이…2.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를 가다3. 비엔나 공연예술가와 관객들4. 젊음 넘치는 ‘서울 홍대거리’ 공연문화5.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포항으로 ◆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함께 포용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은 클래식 공연과 더불어 관악과 현악, 타악과 노래까지 결합된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메카’라고 부를만한 공간이다.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는 옛 도심의 성벽을 부수고 말의 발굽 모양과 유사한 커다란 순환도로를 만든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은 이때 국회의사당, 시청, 몇몇 미술관과 함께 조성됐다. 극장이 완성된 것은 1869년. 완공 기념으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Don Giovanni)’가 공연됐다. 객석은 그때나 지금이나 2천여 석에 가깝다.클래식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풍문을 통해 한 번은 들어봤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이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규정짓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밀라노의 라 스칼라(La Scala),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Metropolitan Opera House)와 더불어 이 극장을 ‘세계 3대 오페라극장’이라 부른다.네오 르네상스 양식과 고딕 양식이 결합된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은 외부와 내부가 모두 아름답다.극장으로 들어가는 계단 위에 달린 무지막지하게 큰 샹들리에와 보석처럼 반짝이는 로비의 바닥, 짙은 붉은색 관객석과 황금빛으로 장식된 천장화, 거기에 예전엔 왕이나 왕비, 공작과 후작, 백작이나 남작만이 앉을 수 있었다는 멋들어진 발코니까지.그러나 1년에 300회 가까운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이 극장은 이제 ‘선택받은 사람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사실 100년 전만 해도 왕족·귀족과 평민은 좌석만이 아니라 출입구까지 따로 사용했다. 물론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의 비싼 좌석은 현재도 300유로(한화 약 37만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돈이 부족해 좋은 공연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오스트리아의 선진적 문화마인드가 3유로(3천700원)짜리 입석을 만들어냈다.힘들겠지만 두어 시간 동안 서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거나, 베르디의 오페라를 보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의 ‘귀한 관객’이 될 수 있다. ◆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의 비하인드 스토리사실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건 201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여행에선 건물의 외부만을 구경했을 뿐 극장 안으로 들어 가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운이 좋았다. 지인이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합창단에서 테너로 활동 중인 송원철(49)씨를 소개시켜줬다. 대구에서 태어난 테너 송원철은 대학 졸업 후 10년 가량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하다가 ‘보다 큰 꿈을 꿀 수 있는 유럽 무대로 가고 싶다’는 열망에 독일 뉘른베르크를 향했다. 그곳에서 열정을 펼치던 송씨가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합창단 테너가 된 것은 2012년 9월.그의 안내로 극장 무대에 오르는 출연자들만이 오갈 수 있는 복도와 대기실, 연습실과 무대 뒤편까지를 두루 돌아볼 수 있었다. 바쁜 일정임에도 2시간 이상을 기자에게 내준 테너 송원철과 함께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의 안내와 설명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적지 않게 알게 됐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지하에는 거대한 터널이 뚫려 있어 에어컨이 없던 시절 여름에도 객석이 그다지 무덥지 않았다는 것, 19세기엔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엄격했던 탓에 남녀 가수와 배우들의 대기실과 연습실이 건물의 정반대 방향에 자리해 있었다는 것, 150년 전에 설계됐음에도 무대에서 객석으로는 소리가 잘 전달되지만, 객석에서는 어지간히 크게 떠들어도 그 소리가 무대에선 들리지 않는다는 것,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은 극장 맨 위층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는 것, 관객이 볼 수 있는 무대보다 2~3배는 더 큰 출연자와 스태프들의 공간이 극장 빨간 장막 뒤에 존재한다는 것 등….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이 지닌 ‘하드웨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 후 테너 송원철과 극장 내에 자리한 휴게실에 마주 앉았다. 이제 ‘소프트웨어’에 관해 질문할 시간. 아니, 그보다 먼저 그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왜 서울시립합창단과 독일에서의 솔리스트(Solist) 활동을 접고 이곳의 합창단원이 됐느냐”고 물었다. 생활과 예술 사이에서 고민한 사람의 진솔한 대답이 돌아왔다.“사람에겐 명예가 중요하지요. 하지만 저는 가족이 더 소중하다고 봅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시스템이 힘들었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명예가 아니라 평생 노래하는 겁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노래할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 극장 합창단이죠. 좋은 인프라와 누구나 인정하는 높은 수준도 비엔나를 찾은 이유겠지요.”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은 합창단원, 발레단원, 배우 등 300여 명의 예술가를 월급 주며 고용하고 있다. 한 사람만 벌어도 가족 모두가 어렵지 않게 생활할 정도로 금액도 박하지 않다.테너 송원철은 여기서 정년까지 활동할 수 있는 계약을 이미 마쳤다. ‘생활은 우리가 책임질 테니 당신들은 노래와 춤, 연기에 집중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행복감을 주시오’라는 문화·경제적 약속을 흔쾌히 맺어준 것이다.그런 편안함 속에서 노래를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기 때문일까? 송씨는 우스개에도 인색하지 않았다.“독일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유럽 극장 관계자들이 물어요.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들 노래를 잘 하는가? 김치 때문인가’라고요.(웃음)” ◆ 비엔나가 가진 ‘문화·예술적 힘’은 어디서…“독일엔 인구가 2만 명 이상인 도시엔 클래식과 오페라를 공연하는 극장이 반드시 있어요. 놀라운 것은 그 극장마다 1명 이상의 한국 성악가가 활동하고 있다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테너 송원철에게 마지막 물음을 던졌다.유럽, 그 중에서도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공연예술의 본향(本鄕)’으로 불리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견해가 궁금했다. 주저함의 시간 없이 현답이 나왔다.“이곳엔 수백 년 이상 체화된 클래식에 대한 지식과 문화가 있어요. 그것들이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로 나타나는 거지요. 거기에다 이곳 사람들은 오페라 한 편을 보러올 때도 많은 공부를 하고 옵니다. 한국의 문화공연 관계자와 관객들에게 한마디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말만은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그럴듯한 흉내’가 아니라 ‘노력 속에서 얻어지는 이해’라고요.”취재와 인터뷰가 끝났다. 예술가의 혜안과 안내자의 꼼꼼함을 동시에 보여준 테너 송원철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그 순간,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수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마리오 델 모나코(Mario del Monaco)와 송씨가 학생 때부터 흠모했다는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가 떠올랐다.남성이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역으로 노래하는 테너. 우리는 그들을 “청각적 행복을 위해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라고 말한다. 송원철 테너가 모나코나 도밍고처럼 ‘최고의 테너’가 되기를 빌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심이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Wiener Staatsoper·Michael Poehn

2018-06-08

포항의 문화감수성 높여 시민 삶 행복으로 이끌 저력 키운다

클래식 공연 한 편, 대중문화 공연 하나가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사회가 진화할수록, 그 나라가 선진적인 형태를 취해갈수록 문화예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정치·경제·사회적 발전과 더불어 문화와 예술의 향유 욕구도 함께 성장해온 것이 우리의 역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다수의 시민이 다양한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건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본지는 최적화된 환경에서 양질의 문화예술 공연을 펼침으로써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서울 홍대 인근을 밀착 취재했다. 이번 기획보도로 포항이 공연예술이 활성화된 도시로 나아가는데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자 한다./편집자 주포항문화재단문화진흥 위한 정책 개발예술 다양성 증진 위한 노력 열성포항시립예술단30년간 지역 문화예술 책임져활력 넘치는 문화생태계 구축 최선‘클래식 어렵다’ 선입견 깨고효과적인 공연홍보 방법 고민해야글 싣는 순서 1. 포항에선 어떤 문화예술 공연이…2.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를 가다3. 비엔나 공연예술가와 관객들4. 젊음 넘치는 ‘서울 홍대거리’ 공연문화5.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포항으로‘상대성 이론’과 ‘광양자 가설’로 잘 알려진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1879~1955). 그는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린다.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은 청년시절부터 클래식 공연 보는 걸 즐겼다고 한다.특히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에 관해선 고전음악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문 기자가 “당신은 죽음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답했다. “죽음요? 더 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것이지요.” 이쯤 되면 아인슈타인이 보여준 천재성에 클래식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 궁금해진다.송강호와 설경구 등 유명 영화배우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곧잘 등장한다. “학창시절 본 한 편의 대중문화 공연이 내 발길을 연극판으로 향하게 했고,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이처럼 공연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밝혀주는 동시에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세상사를 해석하는 인식의 폭을 넓혀주는 것 역시 공연예술이 주는 선물이다. 그렇기에 대구·경북의 지자체들은 공연장을 만들고, 양질의 문화예술 공연을 주민들에게 선보이고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포항의 경우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이 지역 공연문화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단체가 최근까지 진행해온 기획·정기공연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현재 포항의 공연예술 현황과 향후 바람직한 발전 방향까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 포항문화재단 “공연작 선정부터 무대 철수 때까지 마음 못 놔” 2017년 1월 1일 “포항의 문화진흥을 위한 주요 시책을 지원하고 수행한다”는 슬로건 아래 설립된 포항문화재단은 지난해 16편의 기획공연을 포항문화예술회관과 포항시청 대잠홀 무대에 올렸다.클래식 공연에서부터 뮤지컬, 무용극, 역사인물 체험극, 아동 음악극, 미술 퍼포먼스, 국악 공연 등 그 장르도 다양했다. 이 기획공연들을 관람한 인원은 모두 1만1천187명.이는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양질의 문화행사를 추진해 포항의 문화 감수성을 높인다는 재단의 설립 목적을 위해 매진한 결과다.재단 출범 직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축하음악회엔 1천여 명의 관객들이 모여 드보르작과 베토벤의 음악을 감상했다. 이날 연주된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과 가수 김조한의 노래 역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안재욱과 정성화 등 인기배우가 출연한 포항문화재단 출범기념 뮤지컬 ‘영웅’도 2천89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 작품은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다. ‘2017 문예회관과 함께 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선정작인 국립현대무용단 공연과 성악가 황수미와 피아노 연주자 헬무트 도이치의 ‘듀오 콘서트’, 역사인물 체험극 ‘소년 이순신, 무장을 꿈꾸다’도 문화예술회관을 찾은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이외에도 포항문화재단은 한국의 전통 장례 절차인 ‘염’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 연극 ‘염쟁이 유씨’, 아동 음악극 ‘캐나다에서 찾아온 바이올린 할머니’, 매력적인 미술 퍼포먼스 ‘페인터즈 히어로’, 송년기획 ‘꿈드림 콘서트’,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 ‘오픈하우스 콘서트’ 등을 통해 시민들의 예술적 갈증을 해소시켰다. “가득 찬 객석을 바라볼 때, 그리고 관객들이 만족감을 표현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포항문화재단 공연전시팀 문혜정 대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공연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이미 상반기에 무대에 올린 ‘KBS교향악단 초청 2018 신춘음악회’와 넌버벌 코미디 ‘옹알스’, 가정의 달 특집 콘서트 ‘장사익 소리판-꽃인 듯 눈물인 듯’이 호평을 받았고, 앞으로도 가족극 ‘브러쉬’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명품 뮤지컬 ‘시카고’,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국립합창단의 ‘메시아’ 공연이 포항시민들과 만나게 된다. 올해 예상되는 관객 수는 1만3천여 명.포항문화재단 관계자들은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문화예술 창작기반 조성에 힘쓰며, 예술의 다양성 증진을 지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포항시립예술단 “문화도시 포항의 위상 높일 터”“문화예술을 통해 시민의 삶을 행복으로 이끈다”는 목표 아래 30년 간 꾸준히 활동해온 포항시립예술단은 지난해 재도약의 시간을 가졌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합창’ 협연이 주목받았고, 배우와 관객 사이의 벽을 사라지게 한 연극 ‘갈매기’ 또한 좋은 평가를 얻었다.“예술단의 경쟁력 강화, 조직 분위기의 변화, 단원 역량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는 포항시립예술단. 이의 실천을 위해 시립교향악단은 유명 지휘자를 초빙해 곡 해석의 수준을 높이고, 단원들의 연습 강도 역시 높이고 있다.시립연극단은 세계적 극작가 안톤 체홉의 ‘갈매기’와 박조열의 ‘오장군의 발톱’ 등 순수연극을 무대에 올려 지역적 한계 극복을 꿈꾸고 있다. 이런 노력은 전년대비 관객 250%, 공연수익 300% 증가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시립합창단은 음악적 완성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100회 시립합창단 정기공연 ‘봄을 노래하다’는 화려한 의상과 생동감 있는 율동으로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는 관객들의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시립연극단과 제4기 어린이 단원들이 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린 뮤지컬 ‘어린 왕자’도 눈길을 끌었다. 회당 8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린 이 공연은 23명의 어린이 단원들에게 스스로 공연예술의 주인공이 되는 기회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상생, 도약 그리고 비상”을 올해의 비전으로 선포한 포항시립예술단은 활력 넘치는 문화생태계 구축과 문화예술 플랫폼 조성에 진력하고 있다.지난해 11월 15일 포항을 덮친 지진으로 오랜 시간 준비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시립연극단 정기공연 ‘연애의 시대’가 취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 포항시립예술단이 2018년 공연에 임하는 자세는 진중할 수밖에 없다.“시련을 극복하고 예술의 터전 위에서 성숙한 문화시민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포항이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하는데 역량을 모을 것”이라는 게 이와 관련된 시립예술단의 설명이다.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은 ‘시민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연서비스 제공’ ‘각 예술단의 특성에 맞는 정기공연, 합동공연, 기획공연, 초청공연의 활성화’ ‘클래식의 대중화’ ‘야외공연과 테마공연의 확대’ ‘포항·울산·경주의 해오름 문화동맹을 선포하는 야외 합동공연과 해오름 합창페스티벌 참가’ 등이다. ◆ 공연예술이 가진 ‘긍정적 힘’을 낙관해야…평소 초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이 진행하는 공연을 자주 관람한다는 강민정(39) 씨는 “가까운 곳에서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기쁨과 함께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자부심도 생긴다”며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획공연들이 많아졌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입장료도 저렴해서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하지만, 지역에서 꾸준히 좋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어려움도 없지 않다. 아직도 “클래식 공연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존재하고, 공연의 효과적인 홍보 방법도 매번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공연예술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힘겨움 또한 존재한다.하지만 현실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은 “항상 시민들이 좋아할 프로그램과 예술가를 선정하는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공연예술이 가진 긍정적 힘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정도 마음가짐이라면 포항이 열어갈 공연예술의 미래를 낙관해도 좋지 않을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8-06-01

다시 일어서는 포항… 세계적 ‘지진 극복모델’ 구축이 관건

진앙지 흥해읍 ‘특별재생지역’ 지정7월부터 6천500억 투입, 재생사업 추진‘흥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대학생 ‘흥해 아이디어 발굴단’ 등|지역주민 적극 참여, 공동체 의식 제고한국 제1호 재난대응형 도시이미지로‘지역 명소화 사업’ 추진한반도 방재 ‘랜드마크’ 도약 기대글 싣는 순서 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2. 한신·아와지와 동일본 대지진3.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도시재생 뉴딜(New deal)사업지난해 4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약을 발표했다. 전국적인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에 따른 도시 쇠퇴가 심각하고, 이에 따른 시민들의 삶의 질 만족도가 저하되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방편으로 뉴딜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그간의 도시재생정책은 주민의 체감도가 낮고 정부지원 수준도 미흡했다. 지난해 8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인 사업 시행에 들어갔다.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일반 도시재생사업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 개발이익 중심의 전면 철거방식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점이다.뉴딜사업은 도시공간을 혁신적으로 활용해 삶의 질 향상 및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마련됐다. 특히, 주민과 지역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가면서 공동체 회복 및 사회 통합에 이바지할 수 있다. 또 노후 주거지를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정비하고 쇠락한 구도심을 혁신 거점공간으로 조성, 지역 기반의 도시재생 경제 생태계 회복과 함께 상가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에도 대응할 수 있다.지난해 12월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에 전국 68곳이 선정됐다. 올해부터 추진전략 및 계획 수립 이후 본격적인 사업 진행에 들어간다. ◇ 진앙지 흥해읍, 특별재생지역으로 새롭게 도시재생사업은 △최근 30년간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기와 비교해 20% 이상 감소한 지역 또는 최근 5년간 3년 이상 연속으로 인구가 감소한 지역 △최근 10년 간 총 사업체 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와 비교해 5% 이상 감소한 지역 또는 최근 5년간 3년 이상 연속으로 총 사업체 수가 감소한 지역 △전체 건축물 중 준공 후 20년 이상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인 지역 등 3가지 쇠퇴 요건 중 2가지 이상 충족돼야만 도시재생사업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재난지역에 대한 별도의 도시재생사업은 없었다.정부는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지진 이후 약 한 달 만인 12월 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국무총리)에서 도시재생특별법 개정 및 ‘특별재생지역’ 신설을 통해 흥해읍에 특별재생 시범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원이 세 가지 조건 중 인구감소 부분만 충족해 현행 도시재생법에 따른 지원이 불가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자유한국당 김정재(포항북) 국회의원은 지난 1월 19일 지진의 진앙지지이자 가장 큰 피해를 본 포항 흥해읍이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도시재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특별재생지역(특별법 제2조 제1항 제8호의 2)이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 중 피해지역의 주택 및 기반시설 등 정비, 재난 예방 및 대응, 피해지역 주민의 심리적 안정 및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재생을 긴급하고 효과적으로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지역을 말한다.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개정된 도시재생특별법으로 흥해읍을 중심으로 한 포항 지진 피해지역은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돼 재생계획에 따라 포항의 새로운 부흥지역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약 6천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한다. ◇ ‘관’ 주도에서 ‘민’ 주도로 포항시는 흥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흥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에 참여할 주민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이들은 뉴딜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주민 대표 역할을 한다. 주택정비와 도시 재생 활성화 방안 등 두 분야로 나눠 지역 주민이 주체가 돼 추진하는 상향식 모델이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은 흥해읍을, 포항시를 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12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파손돼 시민들이 갈 곳을 잃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재해부흥공영주택을 큰 기둥으로 삼아 주택문제를 해결했다. 말 그대로 재해로 말미암아 주거지가 파괴된 이재민들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어 공급하는 주택이다.가장 중요한 점은, 주택재개발사업과 구획정리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일본정부가 주민들로 구성된 ‘도시 만들기 협의회’ 등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그 결과, 지역의 독자적인 문화가 형성되고, 지역 주민인 이재민들 간의 공동체 의식도 높아졌다.흥해지역 주민들도 직접 도시 설계에 참여한다. ‘주민참여컨설팅단’에 소속된 도시재생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주민들과 만나 마을 부흥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흥해’를 설계한다.또 한동대나 포항대, 선린대 등 지역 대학생들의 집합체인 ‘흥해 아이디어 발굴단’을 통해 대학생들이 보고 느낀 아이디어를 수집해 도시계획에 반영한다.포항시는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뉴딜사업을 지원사격한다. 포항시 재난심리지원센터 개소와 함께 지진을 겪은 주민들의 심리적인 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동시에 앞으로 진앙지인 흥해읍 일원에 ‘지역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진을 극복하고 새롭게 일어서는 도시 이미지를 구축, 포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이 외에도 흥해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개소와 함께 주민밀착형 사업 추진으로 ‘대한민국 제1호 재난대응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이재민들의 당면과제인 경제적인 부분은 중앙정부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다.흥해읍은 고령화에 서민밀집지역, 구도심 지역이라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이 많다. 새 건축물에 이주한다 하더라도 또다른 빚더미에 앉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이재민들이 떠안아야 할 개인의 재건비용이 많이 들어 문제가 됐었다.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이재민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각도에서 방편을 찾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피해주택복구지원금도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 지자체 조례 등도 개정한다.주택사업과 관련한 각종 규제에 대한 편의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포항시는 문화재, 도시계획, 부당금 등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부분을 최소화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뉴딜구역’에서는 상하수도 요금도 감액한다. 지역 내 건설업체나 원자재 공급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 제도도 구상하고 있다.이재민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의 주거안정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업체와의 협업으로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포항재난지역 특별도시재생 성공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공공기관이 사업성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포항)도시재생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뭔가를 해줘야 한다”며 “국토부를 중심으로 특별재생 T/F팀을 꾸려 현실성 있는 (지진 대책)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도약하는 포항, 한반도 방재 ‘랜드마크’로11·15 포항지진을 겪은 포항시는 가까운 미래, 도시부흥의 선도모델이자 전 세계적인 지진극복모델로 성장하겠다는 야삼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경상북도를 넘어 한반도 대표 방재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다. 전국 처음으로 포항시 행정조직에 지진을 전담으로 하는 ‘지진국’도 신설됐다. 포항시 지진대책국에는 20여 명의 공무원이 배치돼 지진에 대한 수습뿐만 아니라 365일 지진 선제대응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국내 최대규모 지진안전체험관을 비롯해 지진과 관련한 모든 시설들이 집대성한 국립방재공원 건립도 포항에서 추진되고 있다.지진은 물론 태풍, 해일, 화재 등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재난 컨트롤타워인 고베시 ‘인간과미래 방재센터’의 역할과 같다.포항의 경우,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해일이나 지진해일(쓰나미) 등의 위험과도 상당히 맞닿아 있다. 특히, 해발 0m인 일본 오사카시와 마찬가지로 포항 역시 오래전 ‘뻘 지역’으로 지대가 낮다. 따라서 동해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하게 되면 그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또 ‘루사’나 ‘메미’ 등 한반도에 들이닥친 강력한 태풍들의 이동경로에 자리 잡고 있어 태풍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진도 포항에서 발생했다. 모든 방면에서 ‘포항’ 국립방재공원의 건립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국립방재공원이 들어서게 되면 이곳에서 방재전문가를 양성, 재난 상황 발생 시 신속·정확하고 효율적인 조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경상북도 내 안전체험관의 부족으로 체험형 안전교육이 미비했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시는 기존 체험관에 대피기능까지 갖춘 국립방재공원 건립 추진으로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 100대 국정과제인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역시 포항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일본 최고의 항구도시이자 아시아 중심(hub)항이었던 고베시는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도시로 추락했다.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전국적인 관심에 힘입어 과거의 영광을 넘어선 세계적인 방재도시로 부흥에 성공했다.전문가들을 초빙해 교육하고 방재 비전을 제시하는 등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선두주자로 나아가고 있다.조건은 다 갖췄다. 일본의 성공적인 사례가 이미 있고, 정부와 포항시는 예시대로 모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은 건 실천하려는 의지 뿐이다.‘New deal’은 미국 숙어로 재출발, 대변혁, 또 한 번의 기회 등으로 뜻풀이된다. 포항시는 지진 이후 재출발,“New deal”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New deal’, 혁신적인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끝

2018-05-18

선제적 방재대책 추진·형식 아닌 실질적 대응시스템 마련 ‘착착’

‘지진 안전지대’ 안심하던 대한민국경주·포항 지진 당시 전국민 불안 떨어정부, 지진대응 체계 ‘대수술’ 착수내진설계 의무대상 확대·인증제 도입전국 단위 지진대피 훈련 실시도포항시, 지진방재 선구도시 목표현장중심 대응능력 고도화에 최선글 싣는 순서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2. 한신·아와지와 동일본 대지진3.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 헛돌았던 지진방재대책경주지진의 정부 대응은 참혹했다.2016년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경주시 남남서쪽 8.2㎞ 지점,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약 한 시간 뒤인 오후 8시 32분, 본진인 규모 5.8의 강진이 경주를 휩쓸었다. 이날 발생한 지진은 1978년 국내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였다. 경주는 물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진동을 느낄 만큼 강력했다. 행정안전부 추산 부상자 23명, 이재민 54세대 111명, 약 11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대한민국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아무도 지진임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정보전달이 신속·정확하지 않았다. 이날 지진 이후 전 국민들에게 보내진 긴급재난문자는 8분이나 늦었다. 일부는 이 연락조차 받지 못했고, 최초 지진 이후 16분이 지난 오후 8시가 다 되서야 각 시민의 휴대전화에 발송됐다. 충분하고 신속한 설명자료 없이 5천만 대한민국은 원인도 모른 채 늦은 저녁 집 밖으로 나와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물론 TV에서도 재난안내를 수분이 지난 뒤 짧게 내보냈을 뿐이었다.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모든 전산망이 마비됐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런 땅의 흔들림에 놀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들었지만 모두가 불통이었고, 문자, SNS 등을 비롯한 모든 연락수단이 멈췄다. 일부 지역에서는 약 2시간 가량 전화 연결이 안되기도 했다. 지진을 관측하고 예보하는 기상청 홈페이지도 먹통이긴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한반도는 지진에 그저 방치돼 있었을 뿐이었다.대피소도 마땅치 않았다. 주변에 대피소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국민들이 대다수였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 역시 지정된 대피소와 재난 임시 주거시설도 마련돼 있었지만, 전쟁이나 풍수해 등에 대비한 시설이었다. 지진대피소는 없었다. 대한민국은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전까지 지진 안전지대라고 모두들 알고 있었다. 갈피를 못 잡던 주민들이 취할 수 있었던 행동은 건물 주변에서 떨어져 본능적으로 넓은 곳을 찾아 삼삼오오 모이는 것 뿐이었다. 숱한 방재정책이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간 건 없었다. □ 형식에서 실질적인 대책으로경주지진 이후, 중앙정부는 지진 대응의 모든 부문에서 ‘대수술’에 들어갔다.우선 지난해 12월 기존 내진설계 의무대상 기준을 3층 또는 연면적 500㎡에서 2층 또는 200㎡ 이상 건축물 및 모든 주택으로 확대했다. 법적으로 강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개인 소유 건축물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내진 설계를 적용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재산세와 취득세 등 지방세 감면율을 최대 100%까지 확대했으며, 소득세와 법인세 등 국세는 최대 7%(내진투자금액의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7%) 공제해 준다. 내진설계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축물 대장 및 부동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내진성능을 표시하도록 했다. 또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제’를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시설물 인증제는 민간 건축물과 시설물 등의 소유자·관리자가 필요한 경우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을 신청해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고, 인증표시를 시설물 등에 부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 느끼고 있는 지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방편이다. 이 외에도 교량이나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 SOC시설의 내진보강은 오는 2019년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학교시설 내진보강 소요기간 역시 지진 예산을 투입해 기존 83년에서 34년으로 단축했다. 거센 비판을 받았던 지진재난문자 송출체계를 지진 이후인 지난 2016년 11월 기상청으로 일원화했다. 기존에는 조기경보를 기상청이, 송출은 행정안전부가 담당해 차례를 거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기상청은 이동통신사(SKT·KT·LG U+)와 지진·지진해일 긴급 재난문자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신속·정확한 재난안내를 하기로 약속했다. 오는 6월부터는 규모 6.0 이상 지진 발생 시 강제 수신기능과 지진에 대한 행동요령을 포함하는 재난문자 발송 등의 서비스도 함께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지진조기경보 시간은 50초에서 25초까지 당겼다.혼란을 가중시켰던 지진대피소 위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 옥외대피소 8천155곳, 실내구호소 2천489곳을 구분해 지정했으며,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 지도와 T-map 등에서 대피소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전엔 없었던 전국단위의 지진대피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학교 안전관리사 제도 도입 및 안전교육·훈련 실시도 의무화했다.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장소와 상황별 구체적인 국민행동요령을 마련해 책자나 리플릿 동영상을 통해 상시 홍보하고 있다. 주택피해 지원기준 마련과 지진대응 전개양상을 반영한 매뉴얼 개선, 중앙과 지자체 모두 지진분야 전담조직을 확대했으며, 전문가 양성과 지진에 대한 학계의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지진방재 전문인력 양성기관(고려대, 강원대, 충북대, 전남대, 부산대)을 지정해 운영하면서 지진대응역량강화를 준비중이다. 또 미지의 구역이었던 한반도 활성단층 조사·연구에 착수했다. 총 5단계 1천175억원을 들여 오는 2041년까지 25년간 추진하기로 했다. 범정부 지진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중앙부처 및 지자체의 조직과 전문인력을 102명(중앙부처 45명, 지자체 57명)으로 보강하기도 했다. □ 방재대책에 앞장서는 포항최근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11·15 포항지진’의 피해 규모가 총 3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직접 및 간접 피해액으로 나눠 포항지진 발생에 따른 자산 손실액을 추계한 결과다. 직·간접적으로 포항은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아직도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포항지진은 규모가 경주보다 작았지만 피해는 오히려 더 컸다.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께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포항시가 집계한 피해액은 현재 668억 2천 5백만원이고, 복구비용은 1천억원을 넘겼다.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명됐지만, 한반도에서는 처음으로 액상화현상이 나타나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이 집중됐다. 계속된 여진은 지난 3월 30일자로 100회를 기록한 뒤 멈췄다. 하지만, 지진이 끝난 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모로 포항지진은 경주지진보다 심각했다.포항지진이 남긴 가장 큰 문제점은 이재민이었다. 포항지진이 포항 도심지를 강타했고, 발생 깊이가 얕았기 때문에 주거지의 피해가 심각했다. 특히 대성아파트는 30년이 넘은 아파트였다. 진앙지 주변으로 내진설계가 없었던 오래된 건축물이 많았던 것도 포항지진에 큰 피해를 입은 이유로 지적된다. 포항시는 전파·반파·소파로 나뉜 피해규모에 따라 우선적으로 재난지원금과 의연금을 지급하는 한편, 지진의 여파로 현 주거지에서 생활이 불가능한 이재민들의 이주작업을 진행했다. 국민임대아파트 172호와 다가구 128호 등 총 300호의 물량을 지원받아 현재까지 653세대 이재민 중 95%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월 임대료는 경북도와 포항시가 각각 50%씩 나눠 부담하며, 전세임대 신청자에게는 LH의 지원을 받아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강력한 지진을 겪은 포항시는 현재 ‘365 선제적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통해 지진방재 선구도시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우선 4대 계획(△예측·예방 △사전대비 △지진발생시 대응 △조사·복구)을 마련해 추진하면서 현장 중심의 지진대응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데 목표를 뒀다. 주민 방재지도자 육성, 지진감지 센서와 방사선 감지기 추가설치, 기상청 및 교육청과 조기경보 협약 등을 통해 지진 예측·예방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재난방송 송출협약, SNS 상황전파단 운영, 주민소통 현장채널 개설, 이재민 관리 전자인증 시스템 도입 등을 마련해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정착시키기로 했다. 빠른 조사와 복구를 위해 원스톱 주거안정 시스템 마련, 이재민 주거안정협의회 구성, 포항 해비타트운동 전개, 심리안정 현장지원센터 및 국립 트라우마 치유센터, 국립지진방재센터 유지 등도 현재 진행 중이다.그동안 형식에 지나지 않았던 지진대피훈련을 수정해 실질적인 방안을 담았다. 읍면동 권역별 순회교육을 통해 지역 내 초·중·고 126개교를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이론·체험교육 등의 종합교육을 실시한다. 기업현장지원단을 활용해 개별 기업의 지진 대응계획 수립 및 대피훈련 실시 여부를 확인하고, 미수립 기업에 대해 자체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읍면동별 시범 마을·아파트를 지정해 자체 대피훈련을 정기적으로 추진하고, 학교·기업·다중밀집시설 등도 기관·장소별로 적합한 자체 매뉴얼을 수립해 정기적인 대피훈련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photokid@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8-05-11

흔들리는 재앙 ‘震災’ 기억하고 복구하고 대비하는 ‘재난 제어탑’ 역할 충실

한신·아와이 대지진 이후 당시 현장의 모든 기록 저장재해 경험·교훈 ·정보 총망라지역내 모든 관공서 연계재난종합방재정보시스템 구축매달 지진 정보 연재하는 언론 등‘방재 생활화’ 위한 노력 계속글 싣는 순서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2. 한신·아와지와 동일본 대지진3.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 학계고베시 한가운데 있는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재해의 경험과 교훈을 계승하고, 방재 및 감재사회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시설이다. 건물 안에는 전시 자료와 지진 당시의 영상, 지진 재해 체험자의 체험담을 통해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재해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또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전의 거리와 이후의 모습들, 재해부터 도시의 부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등 모든 자료들도 저장돼 있다.특히, 센터는 단순 기념 시설을 떠나 방재 연구와 전문가를 육성하면서 일본 재해·재난의 제어탑 역할을 한다. 30년 앞을 전망하면서 △재해대책행정대응 △응급피난대응 △정보대응 △지역경제대응 등 10가지로 연구분야를 나눠 일본의 방재를 이끌어가고 있다.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자 등을 연구원으로 채용해 방재전문가로 육성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실제 이들은 지난 2016년 일본 구마모토 지진(일본 기준 진도 6, 한국 진도 9 수준) 당시에도 현장에 투입돼 많은 활약을 하기도 했다.오사카시에 있는 ‘오사카시립 아베노 방재센터’는 다가올지 모르는 대재앙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본은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 앞으로 30년 안에 진도 8의 대지진이 일본 본토에 들이닥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00∼200년마다 일본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하곤 했다. 단지, 어느곳에서 어떻게 지진이 발생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곳에는 일본에서도 아직 경험해본 적 없는 진도 8의 대지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코너’를 마련해 놓고 있다.□ 언론일본의 가장 큰 신문사 중 한 곳인 마이니치 신문은 매달 17일마다 지진 관련 이야기를 신문에 담아내고 있다.올해로 23년째 연재 중이다. 지진 피해상황과 함께 재난민에게 생활 정보를 전하는 ‘희망신문’과 ‘재난특집’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1995년 1월 17일 이후부터 시작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목적으로 언론 역시 재난을 극복하고 또 이겨내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또 일본에서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표기할 때 ‘한신·아와지 대진재(大震災)’로 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진(地震)’이 아니다. 이를 가장 먼저 사용한 곳 역시 마이니치 신문이다. 이 신문은 지면기사를 통해 ‘한신 아와지 대지진’을 ‘진재(震災)’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자연의 재앙은 거스를 수 없지만, 반대로 이를 극복해서 이겨내자는 의미에서 ‘지신(지진, 地震)’이 아닌, 강조의 의미를 담은 재앙을 단어에 담아 ‘신사이(진재, 震災)’를 썼다”고 말했다. 이 단어는 오늘날까지 일본 전역에서 통용되고 있다. □ 관공서일본 내 모든 관공서들은 재해·재난 발생 시 각자의 메뉴얼대로 움직이도록 시스템화돼 있다. 일본 여행지 중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오사카시는 재해·재난 발생 시 시민들의 대피장소에 53만명이 사흘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양의 식사와 물을 비축해 두고 있다. 이곳은 해발 0m 지대로, 해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공업용수로 많은 양의 지하수를 퍼올려 쓰면서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오사카시는 지진과 해일 등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층 빌딩을 ‘쓰나미빌딩’으로 정해 비상시 시민들의 피난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또 재난종합방재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소방국, 경찰 등 모든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동체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재해가 발생하면 오사카 시내 전역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신속하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오사카시에서는 일반인이 아닌 고령자나 장애인 등이 재해 중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가까운 병원과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피난소’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는 자주방재조직(자율방범대, 유년소방클럽, 소년방재클럽, 부인방재클럽)을 통해 지방방재능력의 향상 및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낙오자가 없도록 자주방재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 자원봉사자정부나 학계, 언론 등 모든 기관에서 재해·재난 발생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자원봉사자’로 꼽는다.지진 이전, 일본에서 ‘자원봉사자(Volunteer)’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 의미가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려진 때가 바로 1995년이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고베시에는 전국적으로 구원의 손길이 모였다. 공무원들이 동원돼 물질적인 피해를 복구하는 동안, 이들은 공무원들이 신경 쓰지 못한 이재민들의 모든 아픔을 함께 나누고 봉사했다. 방재와 관련한 모든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통해 고베시를 포함한 지진 피해지역이 신속하게 복구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재난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지진이라는 아픔을 겪고 나서, 일본에서 ‘자원봉사자’라는 의미가 정착했다. 자원봉사활동이 발전하면서 지난 2006년 고베시가 있는 효고현 내 NPO(특정비영리활동)법인이 1천개를 넘어서면서 전국 6위를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진으로 많은 것을 잃은 만큼, 많은 것을 얻었다.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시라이시 히데토시부센터장 인터뷰방재는 재해를 상상해서 하는 대비준비만 잘하면 80%는 해결된 것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이 가장 중요고베시와 효고현, 일본 정부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고베시 한 가운데서 방재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지진을 겪은 이들은 예방하고, 지진을 극복하기 위해 미래를 설계 중이다. 일본 방재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시라이시 히데토시 부센터장을 만나 지진에 대한 진짜 이야기와 일본 방재의 현주소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를 소개 한다면△방재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연구원들을 교육시키는 곳은 많지만, 전문가 양성을 할 수 있는 곳은 일본에서 우리 센터뿐이다. 물론 지진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1995년 1월 17일 이후 당시 그 누구도 고베에서 지진이 발생할 줄 몰랐다. 실패를 딛고서 교훈으로 삼자는 의미에서 고베시에 방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7년 만인 2002년에 완공됐다. 당시 국비 30억엔과 지방비 30억엔을 합해서 60억엔으로 만들어졌다. 이곳은 지진 교육과 앞으로 일본 전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구원들이 상주하면서 방재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연구원들이 실제 재난 발생 시 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2년 전 ‘구마모토 지진’ 당시에서 이곳 연구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많은 대처를 했다. 중국에서도 방재 교육을 위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일본은 지진을 예측하고 있는 수준까지 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일본에서도 지진을 예측 가능하다는 말이 많이 있었다. 지금은 전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예측을 전혀 할 수 없다. 지진이 어디에서 일어날 지도 모른다. 지진 발생 이후 또 다른 어떤 상황이 닥칠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땅이 운동하면서 수많은 건물이 붕괴됐다. 그런데 구마모토 지진도 땅이 분열됐는데, 큰 피해가 없어서 사람들이 안심했었다. 하지만, 방심한 틈에 두번째 지진이 연이어 와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같은 원인의 지진이어도 발생 이후 현상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씀드릴 수가 없다. 또 동일본 대지진처럼 지진으로 인한 1차 피해가 아닌 지진해일(쓰나미)로 피해를 많이 입은 사례도 있다.-일본의 방재는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우선 방재는 큰 재해가 발생할 경우를 상상해서 사전에 대비하는 것 또는 준비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준비만 잘 해 놓으면 80% 해결된 것과 같다. 가장 쉽게 접하는 부분이 내진설계인데, 일본은 1986년 건축법 개정으로 진도 6까지 건물이 견딜 수 있도록 설계를 강제했다. 일본은 진도 7이 최대치다. 진도 6이면 한국 기준으로 9∼10 정도다. 지진은 사실 ‘운’이다. 집에서 있을 수도 있고, 밖에 외출한 상태로 지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어디서든 큰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살아남았다면, 전력을 다해 도망가라.-지진 발생 이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무엇인가△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건물 재건을 비롯한 물질적인 부분은 100% 복구됐다. 다만, 처음에 내세웠던 ‘고베 부흥’의 목표 설정이 어디까지인지 미묘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순 없을 거 같다. 지진 트라우마 등 인간관계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하다.사람에 대한 대처, 사람들이 생활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험상 재난이 발생하면 공권력이 상황을 추스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버린다. 온 국민들이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해결은 어렵다. 같이 협조하고 지원하고, 구조활동을 해야 한다. 지진 이후에는 소통하려고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전에 준비를 잘 해야 한다는 것. 한국사람들에게 꼭 이 말을 해 주고 싶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photokid@kbmaeil.com

2018-05-04

‘규모 7.2’ 부서진 고베… 그날의 참상을 기억하며 생존을 배우다

고속도로·철로 끊어지고 주택 붕괴지자체의 모든 기반시설 무너지고섬과 日 본토 사이 거리도 1m 벌어져갈라진 땅·붕괴주택 등 지진 잔해 보존정부·지자체 합동 박물관·공원 조성미래세대에 위험성 인식·학습자료 활용글 싣는 순서 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2. 한신·아와지와 동일본 대지진3. ‘신사이(震災)’ 재난을 극복하다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일본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지진은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다.규모는 9.0. 1900년 이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 이 지진의 특징은 지진의 규모 자체보다 후발주자인 ‘쓰나미(지진해일)’에 있다.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도호쿠)지방 태평양 해역 해저 깊이 24㎞에서 흔들린 땅의 울림을 시작으로 10m 높이의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을 덮치면서 당시 1만5천890명이 숨지고 2천589명이 실종됐다.이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 수소폭발과 함께 방사능이 누출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모두 2만명이 넘는 희생자와 약 182조원의 피해를 낸 최악의 지진이자 쓰나미로 기억돼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 일본 최악의 지진은 물론 1995년 규모 7.2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이다.1월 17일 오전 5시 46분 52초에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에서 ‘7’이라는 숫자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기록된 진도 7 지진이었다.‘쓰나미’가 아닌 땅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일본 전국에서 6천43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4만3천792명이 다쳤다. 약 20초의 흔들림으로 10만4천906채의 건물 전파, 14만4천274채가 반파됐다.화재는 7천36건 발생했다. 한신 고속도로가 끊어지고, 역사가 붕괴해 철로에 있던 기차가 쓰러졌다.당시만 해도 일본 최대의 항구이자 아시아의 중심항이었던 고베시는 이 지진으로 지자체의 모든 기반시설이 무너지면서 일본에서 최고의 부채를 안고 가는 도시로 몰락했다. 고베시의 피해가 가장 커 ‘고베 대지진’으로도 부른다.‘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애초에 지진이 빈번한 나라기 때문에 나름대로 지진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엄청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고베시는 오래전부터 지진이 없었던 곳이었고, 당시 지진 연구기관들도 진원지에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만큼 갑작스런 지진이었다.목조건물이 많았던 곳이라 피해는 극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서 내진설계를 포함한 건축기준이 더욱 엄격해지는 계기가 됐다.한편, 일본 기상청이 명명한 정식 명칭은 ‘헤이세이 7년(1995년) 효고현 남부 지진’이지만, 발표에 앞서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이 지진을 ‘한신 대지진’으로 보도했다. 아와지섬의 피해도 극심하다는 상황을 고려해 일본 정부는 약 한 달 만에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명칭을 통일했다. □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남은 것들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남서쪽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아카시해협 대교(아카시 대교 또는 명석 대교)’가 나온다.전체 길이는 3천911m, 중앙 지간의 길이는 1천991m다. 이 다리는 1988년 착공 당시 전체 길이가 3천910m로 설계돼 1998년 개통됐는데, 대지진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1995년 1월 17일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땅이 크게 뒤틀리면서 일본 본토와 섬 사이의 거리가 1m 벌어졌고, 보완작업을 거쳐 기존 설계 길이에 추가로 1m를 늘여 공사한 뒤에야 개통됐다. 이 대교에 오르면 멀리 아와지(淡路)섬이 보인다. 섬에 도착해 다시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5분여를 가다 보면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일본 효고현의 작은 섬인 이곳 아와지섬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진원지였다. 섬 지표면의 16㎞ 아래인 아카시해협의 활성단층 중 일부가 운동하면서 일본 본토까지 충격이 이어졌고, 재앙이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아와지섬에는 총 길이 10㎞에 이르는 ‘노지마 단층’이 생겼다.일본 정부는 1998년 7월 31일 지표면으로 표출된 노지마 단층(185m)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함과 동시에 그 일부인 140m를 ‘북단 지진재해기념공원’에 보존해놨다. 기념공원 안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남아 있다.평평했던 땅이 지진을 겪으면서 층이 생겼다거나, 직선 배수관 중 일부가 45도 기울어지는 등 단층에 의한 다양한 지형변화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진도 7 지진에 모든 건물이 무너질 때 유일하게 형태를 유지했던 고베시 나가타구 와카마츠 시장의 방화벽(일명 ‘고베의 벽’)도 아와지섬 내 기념공원에 그대로 옮겨왔다. 공원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1995년 지진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념공원에서 만난 시즈오카 시민 타키다 아사에(66·여)씨는 “23년 전 고베 지진 당시 고베와 시즈오카는 엄청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흔들림을 느껴 잠에서 깬 기억이 있다”며 “아와지섬에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이 있다는 걸 알고 TV로만 봤던 지진의 실제 모습을 알고 싶어서 방문했다”고 말했다.특히, 이곳은 지진 당시 활성단층 위에 지어져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개인 주택도 파손 상태 그대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직접 이 건물을 사들여 현재까지 유지 및 보수작업을 한다.섬 안에 살면서 지진을 직접 체험했던 생존자들이 매주 이곳에서 방문자들에게 직접 지진체험담을 들려주기도 하며,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진도 7을 체험할 수 있는 지진체험관도 기념공원 안에 있다.고베시 주오구에 위치한 메리켄 파크 내에 조성된 ‘고베항 지진피해 메모리얼 파크’에도 고베 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었던 잔해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1997년 7월 준공된 이 공원은 기존 메리켄 파크 내 방파제가 지진의 여파로 파괴되면서 그 일부를 지진 당시의 상태 그대로 보존해놓음과 동시에 주변을 기념공원으로 만들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탑을 세웠다. 이 외에도 지진 피해지역 상점가의 빈 점포를 이용해 지역의 지진 기록을 전시하는 ‘지진 박물관’을 만들거나, 상점 주인이 직접 당시의 체험담을 이야기하는 모임 등이 여전히 열리고 있다. □ 참혹한 현장 보존해 교육자료 활용지난해 3월 고베신문은 대지진 재해자의 생활 및 주택 재건과 산업재생 등을 지원하는 공익재단법인 ‘한신·아와지 대지진 복구기금’이 오는 2020년에 모든 사업을 완료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또 재해복구주택의 고령자 돌봄사업 역시 2018년 이후에는 예산 부족으로 효고현이 계승해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피할 수 없었던 자연 재앙을 겪은 일본은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 대지진의 참혹한 현장을 보존하기로 했다.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름 아닌 ‘체험’이다. 일본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방재교육을 받는다고 농담 섞인 말을 한다.지진을 겪었던 많은 이들은 당시의 모든 상황을 온전하게 보전해 자라나는 후세에 물려줌으로써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다.일본 정부는 모든 학교에서 지진체험교육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면서 유치원생부터 직장인들까지 모두가 지진과 화재 시에 대비한 훈련을 많게는 매달 실시한다.지역마다 국비로 운영되는 ‘방재훈련시설’에서는 지진 대비 교육부터 대지진 당시의 상황들을 재연해 가감 없이 보여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 어린아이들부터 진도 7을 체험하고 느끼면서 지진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학습하면서 실제 지진이 닥쳤을 때도 차례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상태다.우리나라에서 의례적으로, 형식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대피교육과 마음가짐부터가 다른 이유는 바로 ‘실제경험’에서 나오는 교육의 차이에서부터 시작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포항은,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18-04-27

뒤틀린 땅의 에너지,인간을 공격하다

땅이 흔들렸다.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31초, 한반도에서 유래가 없었던 강진이 포항을 덮쳤다. 재산피해만 600억원을 넘겼다. 건물 벽면이 통째로 무너지고 필로티 건물을 지탱하고 있었던 기둥이 으스러졌다. 시민들은 평생을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잃어버렸다. 불과 1년 전 인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연이은 재앙이었고, 5.4 규모의 포항 지진은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땅이 흔들렸다.1995년 1월 17일 화요일 오전 5시 46분 52초. 6천434명이 사망했고 4만3천792명이 부상을 입었다. 10만4천906채의 건물이 붕괴, 7천3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재민 중 3명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방불명 상태로 남아있다. 일본 효고현의 한 작은 섬이 진앙지였다. 아와지섬 땅 속 판이 뒤틀리면서 시작된 강력한 지진은 그 영향이 바다를 넘어 일본 전역에 미쳤다. 7.2 규모의 지진으로 시가지 아스팔트 도로가 절단되고 교량은 속절없이 넘어갔다. ‘한신·아와지 대지진’또는 ‘고베 대지진’으로 불리는 이 지진은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20년이 지난 지금,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은 일본은 지진 복구를 완료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 자원봉사자, 시민들 모두가 힘을 합친 결과 이들은 모든 것을 지진 이전으로 되돌려놓는 것 이상으로 발전에 성공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고, 참고 인내하고 견뎌내는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보란듯이 자연의 재앙을 극복해냈다. 대재앙을 겪은 일본은 이제 당시의 상황을 온전히 보전하면서 값진 경험을 후세에 물려주려 하고 있다.이에 본지는 지난해 지진으로 여전히 트라우마에 갖혀 있는 포항시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미래상 등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고베시에서 찾아보았다. 고베시의 과거와 현재 모습과 현 일본 정부의 지진 방재방향, 미래상을 통한 지진 극복방안 등을 총 5회에 걸쳐 연재한다.글 싣는 순서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2.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3. ‘신사이(震災)’, 재난을 극복하다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2017년 11월15일 오후 2시규모 5.4 강진 포항 강타삼국시대 부터 지진 기록 존재해1978년부터 20년간 연 평균 19회3.0이상 지진도 8.8회… 증가 추세구름운 등 전조현상 검증 안돼전문 학계 연구 뒷받침돼야□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불행하게도,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였다.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뉘었던 삼국시대 때부터 지진은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한국의 지진활동 자료는 1905년 인천에 지진계가 설치되기 전까지의 역사지진자료와 그 이후의 계기지진자료로 구분된다.역사지진자료는 삼국사기와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적에는 ‘땅이 갈라지고 샘물이 솟아 올랐다’, ‘담과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많이 깔려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779년(신라 혜공왕 15)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무려 1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역사지진자료를 종합하면 AD 2년부터 약 1천800회의 유감지진(인체로 느낄 수 있는 지진)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본격적인 계기지진관측이 시작된 지난 1978년부터 2000년까지 한반도에는 총 469회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이 발표한 ‘1978∼2000 지진관측보고’을 보면 이 기간 동안 한반도에 규모 4.0 이상 지진도 19번이나 있었다. 규모가 가장 컸던 지진은 1980년 1월 8일 오전 8시 44분 13초 평안북도 의주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의주지진이었고, 진도를 기준으로 하면 1978년 10월 7일 충청남도 홍성에서 발생한 진도 V(5)의 지진이 가장 강한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홍성 지진은 한국 지진사의 변환점이었다. 이날 오후 6시 19분 52초께 북위 36.6도, 동경 126.7도에서 관측된 규모 5.0 지진으로 당시 부상 2명과 건물 파손 118동, 건물 균열 1천여 곳 등 총 1억9천995만5천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지진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던 한반도에서 지진의 위력과 공포를 실감한 사건이었고, 현재의 체계적인 지진관측업무가 정착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기상청의 ‘2017 지진연보’에서는 지난 1978년부터 20년간 연 평균 약 19.2회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규모 3.0 이상 지진은 8.8회였다. 지난 1992년부터는 지진발생 횟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 1999년부터 2017년까지는 연 평균 지진발생건수가 약 67.6회로 급증했다. 3.0 규모 이상 지진도 11.2회로 늘었다. 한반도가 지진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는 반증이자 이전부터 꾸준히 지진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지역적으로는 경상 일대의 경상분지에서 지진활동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충청·경기 일대의 서해안 지역이며, 내륙지역과 북부의 개마고원 지역에서는 낮은 편이다. 한반도의 경우 1971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에 발생한 지진의 분포를 보면 추가령단층대, 양산단층대와 포항 영일만-아산만 간 대상을 이루는 진앙지를 갖는 것을 알 수 있다. □ 지진이란 무엇인가지진의 전조현상은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 지진 때마다 퍼졌던 구름운이나 가스냄새, 곤충들의 무리이동 등은 정확히 ‘지진만’의 전조현상은 아니다. 설사 이러한 모습이 보이더라도 지진이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조현상이 관찰되지 않는 상태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지진예보에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본진이 발생하기 전 종종 작은 규모의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전진이라고 한다. 대지진에는 전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 때에도 물론 전진이 있었다. 이를 통해 최근에는 지진 예측에 이러한 전진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지진의 전진인지 또는 본진인지 확인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지진이 모두 발생한 이후에서나 알 수 있는 게 과학적 현실이다.지난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지진 이후 여진은 19일 기준 195회를 기록했다. 포항 지진은 100회째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본진이 끝난 후 보통 이보다 작은 규모로 여러 차례 발생하는 지진을 여진이라 한다. 지진은 응축된 에너지가 분출되는 현상인데, 여진은 단 한 번의 본진으로 방출되지 않은 에너지를 모두 해소하기 위해서 발생한다. 본진보다 규모가 작으며, 본진 발생 후 수일에서 수년 동안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진의 규모가 클수록 여진은 더욱 광범위한 지역에서 보다 긴 시간 동안 잦다. 지진의 크기는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 scale)를 사용한다.지난 경주 지진의 경우 규모는 5.8로 포항 지진(규모 5.4)보다 규모가 컸지만, 피해액은 포항 지진이 668억 2천500만원으로 경주와 비교해 6배나 많았다. 포항에서는 한반도에서는 처음으로 ‘액상화 현상’도 관측됐다. 진원의 깊이를 포함해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이 달랐기 때문이다.규모는 진원에서 방출된 지진에너지의 양을 나타내고 진도는 어떤 한 지점에서 인체 감각, 구조물 피해 정도에 따라 지진동의 세기를 표시한 것이다. 규모는 절대적인 반면, 진도는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을 전국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지역에 따라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진 당시 경북은 최대진도가 Ⅵ(6)이었지만, 거리가 떨어진 전북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인 Ⅲ(3)의 진도로 지진을 ‘체험’했다.지진은 활성단층이 움직임과 동시에 그동안 축적돼 있던 힘이 분출되면서 발생한다. 전체 지진의 90% 정도가 활성단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낙동강 하구에서 부산 을숙도, 양산, 경주를 거쳐 경북 울진 기성면까지 약 200km 정도 이어지는 양산단층을 활성단층대로 추정 중이다. 활성단층이란 최근에 운동을 했으며 미래에 운동을 할 수 있는 단층으로, 쉽게 말해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다. 단층은 외부의 힘을 받아 지각(지구의 바깥쪽을 차지하는 부분, 땅)이 두 개의 조각으로 끊어져 어긋난 지질 구조다. □ 지진 발생 원인지진의 발생원인은 현재 ‘판구조론(Plate tectonics)’으로 설명한다.판구조론이란 지각이 단일 구성이 아닌 십 수개의 조각난 판으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이다. 이 판들은 각각 서로 부딪치거나 밀고 때로는 서로 포개지면서 매년 수cm 정도(손톱이 자라나는 정도)의 속도로 점성이 있는 맨틀 위를 제각기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지각판들이 마주치게 되고, 경계부위가 미끄러지면서 직·간접적으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현재의 정설이다.지진이 잦은 일본은 유라시아판과 태평양 판 사이, 즉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위치해 있다.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 활동이 중첩된 지역인 환태평양 조산대다.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한 대형 지진이 모두 이곳에서 발생했고, 실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지진은 이러한 판의 경계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판 내 지역에서는 판 경계지역보다 지진발생빈도가 낮을 뿐더러 규모도 작은 편에 속한다. 유라시아 판 내부에 속한 대한민국은 이러한 이유로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판 경계부위가 아니더라도 큰 지진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제일영 센터장은 “막대기 끝 부분에 힘을 가하면 힘이 약한 부분이 휘어지듯이 판 내부에 있는 한반도 역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계에서도 지진 전조현상을 비롯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18-04-20

교통인프라·지속가능한 에너지·지역 상생이 산악관광개발 첫 걸음

12시간을 날아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현지시각 저녁 7시반. 숙소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취리히 중앙역에서 루체른행(行) 기차에 몸을 실었다. 버스로 갈아탄 다음 필라투스(Pilatus) 정거장에서 내렸다. 이국적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걸어서 산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고, 산꼭대기에 호텔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입구에서 케이블카에 올라 해발 2천132m까지 닿는데 30여분.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구름에 가려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산 아래는 해가 쨍쨍했는데 정상에 오르니 자우룩하게 안개 낀 또 다른 별천지가 펼쳐졌다.자연과 낭만 즐기는 특별한 고객들연 평균 68만여명 관광객 맞이해최대한 자연 훼손없이 생태계 보존무분별한 개발 절제 필요`편하게 산을 오르내리는 것`모든 산악관광 사업의 초점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1. 세계 산악관광의 모범사례 스위스 알프스 산맥2. 산악관광 특성화 모델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3. 국내 산악관광 선점 경쟁 -울산 영남알프스4. 산악관광 활성화 가능성 및 개발 기대효과5. 경북 산악을 한국의 필라투스로전망대 맞은편 벽돌건물 하나가 보였다. 붉은색 용(dragon) 그림이 새겨진 필라투스 쿨름(Kulm)호텔이다. 아주 옛날 조난당한 사람들을 구해주었다는 용의 전설을 품은 곳이다.문 앞에 필라투스 해외영업마케팅 담당자 콜레트 리히터(Colette Richter)씨가 나와 있었다. 자신을 `드래곤 레이디(dragon Lady)`라고 소개했다. 스위스관광청 소개로 이번 만남이 이뤄졌다.배낭을 멘 단체 손님들과 함께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찬바람 불고 진눈깨비 흩날리던 외부와는 달리 따뜻하고 아늑했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입구 바로 왼편 식당으로 발길을 옮기니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두꺼운 외투를 의자에 걸어두고 식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 앞치마를 두른 직원들은 걸음이 빨랐다.-식당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한국에선 보통 배낭에 과일을 간단히 챙기거나 도시락을 싸서 산에 오른다. 간식으로 컵라면을 파는 매점이 있다면 모를까. 산 정상에서 그것도 고급 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라니.“우리 호텔의 자랑거리 퀸 빅토리아(The Queen Victoria) 레스토랑이다. 수년간 리모델링을 거쳐 과거의 고풍스러운 스타일을 되찾았다. 기둥이나 천장 오래된 구조물을 수리해 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던 1890년 당시 클래식한 분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음식 맛도 좋다. 가능한 한 로컬푸드(local food)를 사용해 계절마다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루체른 주민들 얘기로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대규모 보수작업을 했다던데.“지난 2011년에는 간단히 건물 외부만 손봤는데 최근 들어 내부작업까지 마무리했다. 전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복도에 있었다. 객실을 확장해 방마다 욕실을 만들었더니 손님들이 매우 편리하다고 좋아한다. 모든 작업은 고객 요구에 따라 진행됐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도 달라졌다`는 말에 공감해서다. 사회적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를 현장에 반영한 것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호텔을 운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다.”-정확히 127년이다. 역사가 어마어마하다.“더 놀라운 사실은 테라스 반대편 둥근 건물, 즉 지금의 벨뷰(Bellevue)호텔이 우리보다 30년 앞선 1860년에 세워졌다는 거다. 심지어 그때 당시 호텔에서는 투숙객이 필라투스 산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톱니바퀴 기차를 운행했다. 1960년에 소실된 이후 3년 뒤 재건축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필라투스 곳곳에 엄청난 역사가 깃들어 있다.”`산악레저 천국` 필라투스의 케이블카와 산악열차와 같은 교통 인프라는 이미 매스컴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산악 숙박시설인 쿨름호텔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스위스에 쿨룸호텔만큼 높은 고도에 있는 숙소가 별로 없기도 하다. 콜레트는 호텔 전망이 뛰어난데다 편안함까지 갖춰 존재만으로도 가치를 지닌 스위스 관광명소라고 말했다.-호텔 손님은 많이 오는가.“연평균 68만5천명이 필라투스를 찾는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전부 산 정상까지 올라오진 않는다. 호텔 방문객은 지난 2012년 58만6천명에서 2016년엔 68만5천명으로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해마다 평균 49만명 정도 오는 것 같다.”필라투스를 찾는 관광객 절반 이상은 스위스인이다. 북미와 아시아에서 온 이들도 각각 20%씩 차지한다. 쿨름호텔 숙박객 중엔 아시아인이 전체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주로 일본과 한국, 홍콩에서 온 관광객들이 좋아한다.-이들은 어떤 매력에 끌려 호텔을 찾아오는 건가.“`의도적(conscious)`으로 쿨름호텔을 선택한 것이다. 투숙객들은 밤의 경관과 고요함 속에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 골랐다고 말한다. 대부분 자연을 사랑하고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호텔이 산 정상에 있다는 것은 분명 사람들을 산으로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요소다.”-일종의 산악관광 트렌드라고 볼 수 있는가.“최근 유행하는 글램핑(glamping)만 봐도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특별한(special)` 것을 추구한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산속에서의 낭만을 꿈꾼다. 동시에 너무 많은 불편은 감수하지 않길 원한다. 자연과 어울리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어느 정도 편안함을 느끼면서 자연 속에 머무르길 바라는 것이다.”-식당이나 객실 운영을 제외한 수익 창출은.“결혼식이나 각종 모임 공간으로 연회장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행사는 새벽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필라투스 전체 매출이 연간 3억1천500만 프랑이라면, 식당 운영을 포함한 호텔 수입이 8천400만 프랑을 자치한다. 호텔 전체 매출 가운데 회의나 결혼식 유치로 벌어들이는 비중은 25~30%가량 정도다.”-지역 일자리 창출에는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계절마다 다르긴 하지만 필라투스 산 곳곳에 직원 140명이 일하고 있다. 성수기인 여름에는 250명의 손이 필요하다. 주로 호텔과 레스토랑에 인력이 많이 동원되는데 최소 90명이 투입된다.”한국도 스위스만큼이나 아름다운 산악지형을 자랑한다. 콜레트는 “그 아름다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서툰 한국어로 얼마 전 `평창`에 다녀왔다고 했다.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인지 되물었다.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를 만난 것은 운이 좋았다. 산악관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경북도에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이란 기대와 희망이 생겼다.-강원도 평창을 가봤다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산악관광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한국에도 산악관광을 활성화할 기회가 찾아왔다고 본다. 하지만 성급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 물론 나무를 자르지 않고 건물을 세우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정 장소에 건물을 짓고 나면, 나머지는 자연 그대로 남겨두는 절제가 필요하단 얘기다.”-보전과 개발 중에 자연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뜻인가.“산악관광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 바로 `골드러시(gold rush)`에 빠진 개발자들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산에 리조트를 마구잡이식으로 짓고 이러한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자연생태계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까봐 우려된다. 한국에겐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 주변 다른 나라들이 저지른 실수를 본보기 삼아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단 얘기다.”-어떤 실수(mistake)를 말하는가.“러시아 소치만 봐도 그렇다. `개발`된 자연은 올림픽 행사가 끝난 뒤 본래 가치를 잃어버린다. 하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둘러보라. 다른 나라를 본보기 삼아 한국은 최선의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런던올림픽이나 밴쿠버올림픽은 모범이 될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산악관광을 논의할 때 항상 대두되는 논쟁거리가 있다. 바로 환경문제다.-산을 개발하려고 하면 환경론자와 개발론자의 대립부터 거쳐야 한다.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이끌어 낼 만한 방법이 있는가.“쿨름호텔이 1890년에 지어진 게 얼마나 `다행(lucky)`인지 모른다(웃음). 지난 2011년 리모델링 관련 프로젝트를 하나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협상과 기획안 수정 과정을 거쳐야 했다. 파노라마 갤러리를 만드는데만 환경보호론자와 그 밖의 다른 단체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데 예상보다 5년이 더 걸렸다. 만약 지금에서야 쿨름호텔 건설을 추진하려 했다면 아마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결국 산악관광 추진은 환경론자와 개발론자의 타협과 대립에 의해 좌우된다.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순간 자연은 훼손된다`는 주장과 `1%의 개발로 99%의 완벽한 보존과 더불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장을 만들자`는 견해 차이의 접점을 어떻게 찾느냐의 문제다.-산 정상에 쿨름호텔을 짓는다고 했을 때 어려움은 없었나.“당시 법과 규제는 지금처럼 엄격(strict)하지 않았다. 물론 몇 가지 기준이 있긴 했지만 수용할만한 범위였다. 오늘날 우리가 새로운 호텔을 필라투스 산 정상에 짓겠다고 한다면, 결코 허가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아예 산에 오를 기회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프래크뮌테그(Frakmuntegg)에 있는 레스토랑을 재건축하려고 했을 때에도 처음 계획을 많이 바꿔야만 했다. 자연보호를 이유로 기획안을 거듭 수정했다. 끝내 최종 `오케이(okay)`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경북지역은 전체 면적의 70%가량이 산림으로 돼 있다. 여기다 동해안 바다까지 천혜 자연을 누리고 있는데 이와 연계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다면.“스위스 중부의 안데르마트(Andermatt) 지역 개발 사례를 참고한다면 도움이 될 거다. 안데르마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은 예산으로 스키를 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찾는 알프스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 이 마을에 있던 오래된 스위스군 막사 부지를 거대한 휴양지로 바꾸는 계획이 실행되고, 럭셔리 리조트 체디 안데르마트가 오픈하면서 조용했던 이 마을은 뉴욕 타임스가 추천하는 `숨겨진 최고의 겨울 휴양지`로 떠올랐다.”-안데르마트의 성공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교통수단. 물류나 인프라 부문을 강화하려면 우선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야 한다. 한국에는 대도시와 지방을 연결하는 고속열차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평창이 KTX열차 운행노선을 갖춘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본다. 지역 내에서는 대중교통 연결이 잘 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 교통이 편리하단 것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실제로 루체른 주(州)는 기차역에서 필라투스 입구까지 10분 간격으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교통 연결망 구축 외에 운영 전략을 제시한다면.“나를 컨설턴트로 고용하는 건 어떤가(웃음). 산악관광지 개발을 추진할 때 되도록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태양열, 풍력, 수력을 이용하는 것이 최대한 자연을 보존하면서 개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식당을 운영할 경우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식재료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local)에서 공급받는 게 좋다.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면 가급적 로컬푸드를 사용하는 방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길 바란다. 지역과 상생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협력이 어디 있겠나.건물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 지역 제품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만약 건물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었다면 이것을 공사 현장에서 목재로 다시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깨진 바위는 도로공사에 재활용하면 된다. 자연이 너무 고통받지 않는 범위에서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필라투스의 향후 100년을 기대한다면.“사실 산악 숙박시설을 만든 것은 우리의 핵심 사업이 아니다. 쿨름호텔은 단지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에 불과하다. 산 정상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하나의 부가가치이자 서비스 옵션일 뿐. 거듭 반복해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교통 인프라다. 스위스 주민이든,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이든 필라투스에 온 사람들이 편리하게 산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오직 여기에 모든 산악관광 사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아무리 정상에 올라서도 산은 정복된 적 없고, 늘 그렇게 똑같이 있다. 정상에 선 산악인의 산 아래 인생도 바뀌는 게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양보가 필라투스 뿐만 아니라 루체른 지역 전역을 별천지로 만들었다. 꼭대기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오니, 이번엔 산 아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끝

2017-12-15

신재생에너지 `자가 생산·효율적 절약`이 에너지 독립도시 도약 첫걸음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Zero Energy)` 공동주택 실증단지를 방문했다.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에 조성된 제로에너지 주택은 국토교통부가 에너지 비용 제로화를 목표로 493억원을 투입한 에너지 자립구조 주택이다. 집은 첨단 단열공법을 활용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로 설계됐다.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이 성공하려면 여기저기에 에너지자립 마을과 에너지자립 아파트가 많이 생겨야 한다”며 “여기 노원구에 있는 에너지제로 주택이 첫 모델을 아주 성공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에너지 자립도시 포항 만들기1. 문 정부와 탈원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2. 독일은 왜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시작했을까3. 에너지 자립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4.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과거와 현재5. 에너지 미래, 시민참여가 우선돼야독일, 2009년부터 모든 건물 건축에너지 낭비 최소화·절약 최대화한`패시브 하우스` 형태로 설계해야 허가정부의 꼼꼼한 정책·지원과시민 의식 변화·기업 투자 참여로친환경 신재생에너지 확대 해야□ 에너지는 생산보다 지켜야`패시브 하우스`는 단어 그대로 `수동적인 집`이라는 의미가 있다.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액티브 하우스는 자연 에너지를 활용해 자가발전을 이루는 집이다. 주로 태양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액티브 솔라하우스라고도 불린다. 지붕에 태양전지나 반사경을 설치하고, 축열조를 설계해 태양열과 지열을 저장한 후 난방이나 온수시스템에 활용한다.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형태로, 최근에는 풍력이나 바이오메스 등 에너지를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화석연료처럼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친환경성을 갖고 있다.그렇다면, 패시브 하우스란 무엇일까.쉽게 말해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건축물을 말한다. 무엇을 생산해내는 능동적인 뜻이 아닌, 기존에 만들어진 에너지를 최대한 저장하고 보관하는 의미다.남향으로 지어져 햇볕을 많이 받으며, 일반 단열재보다 최대 3배가 두꺼운 단열재와 단열에 효과적인 3중 유리창 등을 건축물에 적용한다. 궁극적으로는 난방과 함께 실외의 영향을 최대한 적게 받도록 하는 것이다. 1991년 독일 다름슈타트(Darmstadt)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역시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다. 프랑크푸르트는 지난 2009년부터 모든 신축 건축물을 패시브 하우스로 설계하도록 했다. 그렇지 않다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강제성을 부과했다. 물론, 패시브 하우스가 장기적으로는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도심재생사업과 재개발·건축 등을 통해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예전에 지어진 건축물도 패시브 하우스로 개축돼 있다.예를 들어 두세 시간의 난방 이후 훈훈한 열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면, 굳이 밤새도록 난방기구를 돌릴 필요가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겨울철 칼바람 등 외풍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역시나 보일러나 전기장판을 틀지 않아도 될 것이다.반대로 여름철에도 마찬가지다. 단열재를 통해 외부의 열을 차단함으로써 냉방기구 사용량을 줄인다. 특히, 내부 환기장치를 이용한다면 한겨울에도 난방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실내온도를 약 20℃로 유지할 수 있으며, 한여름에는 냉방시설을 사용하지 않아도 약 26℃의 실내온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패시브 하우스가 그 역할을 한다.에너지자립도시는 단순히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이는 `속 빈 강정`과 같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00%로 맞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천문학적 금액과 시간 등이 소요될 게 뻔하다. 전기를 생산함과 동시에 만들어진 전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수적인 요건들이 필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패시브 하우스는 이러한 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자립`이라고 할 것이며, 에너지로부터의 `독립`일 것이다. □ 에너지 절약은 신재생에너지와 상승효과대한민국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피의 성장에만 집중되고 있다. 발전소만 간헐적으로 지어졌을 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여타의 장치들이 부족하다. 히트펌프, 열저장시스템 등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에너지 저장시설을 이용하게 되면 53% 수준의 전기에너지 자가 생산율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지금 정부의 추가 역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인 오는 2030년 총 전력량 중 20%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더라도 실제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전혀 없다. 오히려 비싸진 전기료가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며, 정부의 지원을 받은 관련 기업들만 배를 불리는 전형이 될 것이다.특히, 가장 중요한 건 시민들의 의식 변화다. 정부의 수많은 지원도 물론 선행돼야 한다. 에너지 전환사업은 지자체 측면에서도 지역 내의 중소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가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관련 사업이 발전하면서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존 에너지를 수입해오면서 시외로 유출되던 자금을 막을 수 있다.또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은 탄소 배출량 감소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에너지 사용량 감소는 개발 단계를 넘어 난방 부분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여야 한다.에너지 절약과 관련해서는 가장 먼저,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가전제품이다. 냉장고, TV, 세탁기 등 제품은 에너지 소비효율이나 사용량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눈 라벨(label)을 부착하도록 제도화돼 있다.1등급은 5등급과 비교해 약 30%~40%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아직 일상에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비싼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보다 비교적 저렴한 아래 단계를 구매하고 있지만,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전기자동차 시장도 국내에서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역시나 1.5배 이상 차이가 나는 초기 투자 비용은 구매자에게 큰 고심 거리다. 그러나 정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는 확대 보급을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 시기를 맞춰 하이브리드 및 전기 차량을 구매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볼 수 있고,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이바지하게 된다. 이 역시도 결국, 시민들의 판단에 달렸다. □ 결론프랑크푸르트에서는 2020년을 에너지 전환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태양광발전 시스템과 전력 저장소의 개발, 전기자동차의 가격이 2010년과 비교해 현저히 감소했고,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프랑크푸르트는 2050년까지 목표(탄소발생량 95% 감소)를 달성하고 에너지 소비를 약 50% 절약할 수 있다.2010년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발표한 `기후보호를 위한 마스터플랜 100%` 맨 마지막 문단에서는 이러한 문구가 있다.“이 시나리오의 시행 여부는 결정권을 가신 행동 당사자들의 용기에 달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이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과 기업이 프로젝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정부 및 지자체의 흔들리지 않는 추진력이 선행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반대할 수 있는 시민과 기업의 의견을 청취하고 설득해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기업은 가운데서 눈치를 본다.그러나 프랑크푸르트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고 신재생에너지와 함께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끝/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2017-12-13

`숲이 치유고 놀이다` 전 세대 유혹하는 산악관광벨트 조성 추진해야

산(山)은 사람에게 마법을 건다. 노동은 놀이가 되고, 불편은 낭만이 된다. 여름엔 뙤약볕, 겨울엔 찬바람을 견디며 굽이굽이 길을 따라 걸으면서도 절로 흥이 난다. 정상에 올라 발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과일 한쪽 베어 무는 게 전부.그런데도 사람들은 야호를 외치며 줄지어 산을 오르내린다. 마법에 빠진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간다는 `등산인구`가 2천만명에 달한다.산악자전거를 타고 산 속 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상당수다.국토의 64%가 산인 대한민국. 경북은 전체면적의 70%를 산에 내줬다. 그 자체로 거대한 산이다.군데군데 놀이와 낭만을 심으면 이만한 관광지가 없다. 지역 발전을 일굴 성장동력이다. 산악관광 대국 스위스는 아름다룬 자연환경과 완벽한 인프라로 해마다 관광수입 35조원을 벌어들인다.무슨 마법이 통한걸까.제약에 발 묶인 산악관광 개발`규제프리존특별법 처리` 목소리 높아봉화 백두대간수목원·영주 산림치유원 등지역의 천혜 자연환경 기반해산악관광 콘텐츠 개발 이뤄져야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1. 세계 산악관광의 모범사례 스위스 알프스 산맥2. 산악관광 특성화 모델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3. 국내 산악관광 선점 경쟁 -울산 영남알프스4. 산악관광 활성화 가능성 및 개발 기대효과5. 경북 산악을 한국의 필라투스로산악관광은 지역경제와 직결된다. 1·2·3차 산업을 아우르면서도 제조업 위기를 돌파할 대안으로 꼽힌다.산악관광 지출만 해도 그렇다. 스위스 필라투스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올라가 열차와 유람선을 타고 내려오는데 16만원이 든다. 필라투스 쿨름호텔 하루 숙박비는 최소 35만원. 레스토랑 식사에 산악레저 활동까지 포함하면 1박 2일 머무는 비용은 50만원을 훌쩍 넘는다.국내는 어떨까.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료 왕복 1만원에 대피소 숙박과 매점 식사만 따져봐도 5만원 안팎. 계산기 안 두드려봐도 필라투스와 열 배가량 차이가 난다.지리산 종주만 하더라도 외국 산장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시설에 수십 명이 한데 모여 쪽잠을 자야하는 현실. 불편은 불편일 뿐, 낭만이 될 수 없다.필라투스 쿨름호텔 건설은 120년 전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얕았던 시절이라 가능하기도 했다. 스위스 사람들의 생활원천이 목축업인 만큼 목초지 보존도 잘 돼 있었다. 세계적인 산악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토대가 그만큼 탄탄했다.역사와 문화보다 결정적인 것은 생각의 차이. 우리는 스위스의 몇 배 달하는 산림면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악관광을 제대로 즐길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환경론자와 개발론자가 타협과 대립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전문가들은 국내 산악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upgrade)`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산과 더불어 사는 삶 속에 등산인구가 증가하면서 히말라야, 알프스 트레킹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달라졌다.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악관광이 활성화될 경우 관광객이 10% 이상 증가할 뿐만 아니라 1인당 산지관광 지출액도 높아진다. 지역 총생산액과 부가가치는 덤으로 오른다. 고용이나 생산 유발효과도 볼 수 있다. □ 규제프리존특별법, 산악관광 활성화 열쇠 될까마법이 통하려면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그동안 국내 여러 지자체가 `산악관광의 메카`에 도전했지만 각종 제약에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했다.현행 산지관리법은 표고 50%, 평균경사도 25% 이상에 호텔이나 식당 설치를 제한한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면 조리된 음식 판매가 불가능하다. 백두대간보호법은 목초지 내 목장 외에는 어떤 시설도 설치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산에서는 오직 경관을 바라보는 일만 가능하단 얘기다.정부는 여러 제약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정쟁에 휘말려 표류 중이다.국내 산악관광 선두주자로 나선 강원도는 “대관령 일대에 계획한 산악관광사업이 시행되면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는 명산산업단지, 산지레포츠 산업단지, 고원초지형 산업단지, 산림치유산업단지 조성 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산악지형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특화단지를 만들자는 것이다.전경련은 “이를 추진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산악관광이 활성화된다면 케이블카와 산악자전거, 레저용품 등 아웃도어 시장을 포함한 관련 제조업이 다시 성장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 국립산림치유원 개원 1년간 4만명 방문경북 지역은 최근에서야 청정 자연환경을 활용한 치유·생태관광 촉진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작은 숲에서부터다.산림청은 지난해 10월 영주시와 예천군에 걸쳐 있는 소백산 옥녀봉 일원 2천889ha에 세계 최대 규모의 산림치유원을 만들었다.서울 여의도 면적의 10배 크기다. 한 번에 최대 2천명까지 수용 가능한데 아이부터 노인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사람들은 숲길을 걷고 수(水)치료와 명상을 하며 재충전한다.기본은 걷기. 문화탐방치유숲길(6.4㎞)은 3시간 30분, 산악스포츠치유숲길(3.2㎞)은 2시간이 소요된다. 마실치유숲길, 마루금치유숲길, 금빛치유숲길, 동산치유숲길, 볕바라기치유숲길 총 7개 구간에 34.3㎞의 치유숲길이 조성돼 있다.향기치유정원, 맨발치유정원, 음이온치유정원은 이름만 들어도 어떤 공간인지 짐작 가능하다. 아토피나 만성질환이 고민이거나 태교를 위해 찾는 이들도 있다.하룻밤 300여명이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도 갖췄다. 수련센터에는 청소년이나 직장인을 위한 회의실과 식당이 있다. 걷기와 체조, 족욕처럼 숲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활동은 물론 장비 착용 후 심박수를 확인하며 걷는 밸런스워킹, 활력충전 트레킹까지 산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놀이와 낭만은 현실이 된다.교육연수 장소로도 인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800여명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산림치유원에서 2박3일씩 14차례 워크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산림치유 프로그램과 연계한 행사는 더 이상 업무 연장선이 아니다. 이곳에서의 노동은 놀이가 된다.개원 이후 산림치유원에는 지난 1년간 3만8천명이 다녀갔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20억원. 산림 일자리도 덩달아 늘었다.강원 횡성, 전남 장성, 경북 칠곡의 국립숲체원 등을 포함한 산림 치유시설에는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와 같은 산림복지전문업 종사자 1천500명이 있다.산림복지진흥원 관계자는 “내년엔 산림치유원 이용객이 5만명을 넘을 것”이라며 “산림전문업 제도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종사자 200명을 더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백두대간수목원, 관광벨트 조성방안 무궁무진 경북 봉화는 지난해 9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임시 개원하고 지역 산악관광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생태 축인 백두대간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곳으로 면적이 5천179ha에 이른다. 정식 개원을 앞두고 지난 9월 10만번째 방문객을 맞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주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마법이 벌어진다. 백두산호랑이가 살고 있는 `호랑이숲`과 야생식물 종자저장시설인 `시드볼트(seed vault)`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순환전기버스인 호랑이트램을 타고 돌아볼 수 있으며, 사전 예약하면 전문해설 프로그램도 이용 가능하다.아이 손잡고 오는 부모가 많아 주변지역과 연계해 가족단위 관광벨트로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영주 산림치유원과는 달리 생태자원을 중심으로 한 웰빙테마 관광지로서 자연친화적인 요소를 관광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수요 창출방안을 설계 중이다.트레킹코스를 산악자전거와 집라인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묶으면 레포츠벨트도 만들 수 있다. 사계절 산림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국내 대표, 국내 유일의 산악관광지로서 지역발전을 이끌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스위스 필라투스 산이나 울주 영남알프스처럼 이름 있는 산악관광지가 되려면 교통이 뒷받침돼야 한다. 봉화에는 과거 백두대간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던 석탄산업이 사양화되면서 당시 석탄 이동 수단으로 사용됐던 철도 노선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노선을 활용한 산악관광 열차 운행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백두대간의 역사와 문화, 생태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탐방 전용열차를 도입 운행한다면 관광자원 개발은 물론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까지 넘볼 수 있다.대구경북연구원 김병태 연구원은 `한반도 허리 중추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백두대간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산악 및 모험레포츠 도입이 적절한 지역”이라며 “백두대간 레포츠 관광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인프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역사 등 지역특화 자원을 연계해 관광상품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산림에 지역 살림을 알차게 꾸릴 때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12-08

생활 속 신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에너지 자족도시` 건설 박차

2010년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이라는 독일의 한 도시가 민·관·학계가 모두 힘을 합쳐 에너지 자립마을로 성장해갈 때, 그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효율성을 따져 대규모 발전시설보다 소규모·자립형 발전을 중심으로 나아가려 할 때, 신재생에너지사업의 긍정적인 효과가 점차 연방국가 독일의 다른 도시로 확산해 갈 때, 아직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대한민국에서는 굳이 잘 생산·소비되고 있는 화력, 원자력발전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변환해야 한다는 이유와 목적이 없었다.당시까지만 해도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해외 선진사례로써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개념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대기업들은 달랐다. 발 빠르게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는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모든 곳에서 `친환경`이 `세계화`의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포착했기 때문이었다.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었던 화석연료를 포함한 기존 발전사업들을 계속 추진했을 때, 점차 고갈돼 가는 원료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 당연했고, 그에 따른 가격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 다분했다.신재생에너지의 무한한 에너지원을 기술력으로 뒷받침해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경제성과 친환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해외 몇몇 성공사례들을 분석한 LG그룹이 그 선두주자로 나섰다.에너지 자립도시 포항 만들기1. 문 정부와 탈원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2. 독일은 왜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시작했을까3. 에너지 자립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4.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과거와 현재5. 포항의 에너지 미래, 지방분권시대에 맞춰태안군 태양광발전단지 생산 전기태안 인구 40%가 1년간 사용 가능김천·영월 등 태양광발전소 조성으로소득과 일자리 창출로 연계돼`에너지자립마을` 실현 위해대기업·대규모 사업 아닌지자체 차원의 발전 방향 모색해야□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 경제성 확인지난 2008년 6월. 충청남도 태안군에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섰다.신재생에너지특구로 지정된 지역에서 완공한 첫 번째 에너지단지였다.3개월 뒤인 9월 3일 ㈜LG가 100% 출자해 설립한 LG솔라에너지는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일대에 조성된 태양광 발전단지 준공식을 가졌다.이 태양광발전소는 국내에 설치돼 가동 중인 발전소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지어졌다.1천100억원이 투자됐으며, 폐염전 위에 조성된 들판, 29만5천166㎡(약 9만평)의 넓은 부지에는 1개당 170~22W의 발전용량을 보유한 집광판(모듈) 7만7천182장이 설치됐다.태양전지 모듈 하나는 70인치 PDP 패널 크기로, 156㎜의 정사각형 태양전지 60개로 구성돼 있다.LG솔라에너지가 완공 이후 두 달간 시험운전을 한 결과, 발전소는 21억 2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업성은 충분했다.LG 측은 이후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1㎾당 677원에 판매해 연간 1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8년 당시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시세는 ㎾당 100원 수준이었다. 차액인 577원은 발전차액제도(FIT)를 통해 정부에서 지원했다.전기 생산량은 14㎿, 이산화탄소 저감량은 연간 1만2천t이었다. 지구온난화를 유발 및 이를 가중시키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으로 환산하면 28만5천달러, 약 3억 7천900만원 규모다. 생산된 전력은 태안군 인구 2만 가구 가운데 40%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LG에 이어 삼성도 곧장 태양광발전에 뛰어들었다.2009년 1월 31일 삼성에버랜드는 경북 김천시 어모면 일대에 경상북도·김천시와 MOU를 맺고서 태양광발전단시를 추진, 준공했다.김천은 기후가 일사량이 풍부하고 연중 안개가 없으면서 적당한 바람이 부는 통풍 등 특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왔다. 특히, 태양광발전소 후보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남해안 지역보다 연중 내리는 비와 눈이 적다는 입지분석 결과도 제시됐다.태양광 발전시설 부지 58만4천550㎡에서 생산된 전력량은 8천 가구가 연간 사용 가능한 2만6천MWh였다.이에 따른 원유 수입 대체 효과는 4만 배럴(bbl)이며, 화석 에너지 대체 효과는 6천TOE(Ton of Oil Equivalent, 석유환산톤을 의미하며 1TOE는 11.63MWh),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연간 1만700t에 달한다.태양광발전은 25℃의 적정 온도에서 가장 효율이 좋다. 때문에 이곳은 모듈의 온도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발전단지 부지에 잔디를 심어 지열의 영향을 줄이고 있다.25℃ 기준으로 모듈 온도가 1℃씩 상승하게 되면 출력이 0.4% 정도 떨어진다. 열 차단으로 하루 약 1천472kWh의 전력을 더 생산할 수 있게 됐다.또한, 물 분사 시설을 설치해 모듈의 빛 투과율을 높여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꾸준히 생산시설의 부수적인 부분들을 중점으로 출력을 높이고 있다. □ 지역 상생 발전 모델, 강원도 영월이미 한반도 전역에는 이와 같은 대규모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발전단지가 다양하게 조성돼 일정 부분의 전력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리고 단순한 대규모 발전시설을 떠나 지역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도 거둬들이고 있다.대규모로 지어진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은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을 천천히 대체하고 있다.강원도에는 현존 국내 최대의 태양광발전소인 영월태양광발전소가 있다.영월군 남면 연당리 두메산골에 위치한 발전소는 바위산을 깎아 만든 30만 평 규모의 발전시설에 300W 용량의 태양광 패널 13만장이 설치돼 시간당 40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하루 전기 생산은 약 160MW다. 이 전력량은 4만 명의 영월군 주민들이 모두 쓸 수 있는 규모다.특히, 이곳은 태양광 패널을 7m 높이의 H빔 위에 설치해 태양광 패널 아래 지면을 `명이나물`로 알려진 산마늘 재배 단지로 만들었다.초기 투자비 1천400억원 중 30%를 단지 조성에 투자해 지역 영농조합에 임대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 효과는 물론 소득 창출로까지도 연계될 기회가 제공됐다.영월발전소는 준공 이후 매년 1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앞으로 산마늘 밭고랑 사이에 승마코스 등을 만들어 세계 최초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겸비한 복합영농단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제는 독일처럼, 선택과 집중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의 3MW 초과 발전사업 허가현황(2017년 8월 29일 기준)을 보면 2001년을 시작으로 총 860여 건의 사업 허가가 났다.특히, 2010년부터 석유·석탄, 가스, 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원을 활용한 발전보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 매스,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매년 허가건수가 30여 건씩 증가하고 있다.문재인 정부의 핵심인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보급 정책으로 관련 사업은 당분간 계속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정된 국토에서 모든 발전시설을 수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실생활에 신재생에너지가 접목되지 않는다면, 상업성을 노리는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 뻔하다.프랑크푸르트의 `기후보호를 위한 마스터플랜 100%`이 필요한 시점이다.기업 주도에서 도시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발전시설보다는 소규모에 집중하고, 도시에서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에너지를 찾아 원인을 제거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이제는 계속해서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근육을 단련하고 군살을 제거해야 할 때이다.이미 정부에서는 기틀을 마련해가고 있다. 남은 건 `에너지자립마을`로 성장할 지자체의 의지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2017-12-06

산과 사람 사이에 `놀이·체험`… 영남알프스 종합산악관광지 개발

“산과 사람의 팀워크가 워낙 좋았다. `산악`은 곧 자연을, `관광`이 인간의 특정 활동을 대변한다고 본다면, 글자 그대로 산악관광이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존재함을 말하지 않는가? 결국 `산악관광`에 답이 있었다.” 국내 대표 산악관광지인 영남알프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울주군 관계자는 `공존(共存)`에서 길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영남알프스는 스위스 필라투스 만큼이나 `환경보전과 산림개발이 반드시 앙숙만이 아니란 것`을 몸소 보여주는 곳이다.울주군은 글로벌 산악관광 브랜드 육성을 위해 지난 2011년 종합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를 컨트롤타워 삼아 오는 2020년까지 산악관광 집적화를 추진한다. 단순히 지역경제 활성화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울주군 관계자는 “영남알프스는 가장 `자연적(natural)`이면서도 놀이와 낭만까지 있는 산”이라며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어딜 가 봐도 여기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상당히 남아 있는 산이 없다며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보전과 개발,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산으로 사람을 부르는 가장 큰 매력이란 얘기다.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1. 세계 산악관광의 모범사례 스위스 알프스 산맥2. 산악관광 특성화 모델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3. 국내 산악관광 선점 경쟁 -울산 영남알프스4. 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가능성 및 개발 기대효과5. 경북 산악을 한국의 필라투스로 □ 교통인프라 구축으로 국내 산악관광 선도영남알프스 산악관광은 말 그대로 `산악`, 즉 자연에서부터 출발했다. 울주군은 스위스처럼 남다른 산악지형을 타고났다. 이웃한 밀양·양산·청도·경주 5개 시·군에 해발 1천m 이상의 고봉 9개가 어우러져 영남내륙에서 가장 높고 넓은 산악지대인 영남알프스를 형성했다. 운이 억세게 좋았다.영남알프스를 따라다니는 수사(修辭)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체면적 255km로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기묘한 바위와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계절마다 수려한 풍광을 선사한다. 1천m를 갓 넘는데도 지대가 낮은 평지에 솟아 있어 실제 눈으로 보는 산 덩치는 훨씬 웅장하게 다가온다.산꼭대기에는 억새초원이 장관을 이룬다. 천혜(天惠)의 비경에 매료된 산악인들은 `한강 이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찬미를 아끼지 않는다.도시는 그저 주어진 자연환경에 눌러앉지 않았다. 아무리 빼어난 경관도 보는 이가 없으면 소용없는 법. `산악`을 토대로 `관광`에 발을 들였다.울주군은 산으로 사람을 부르는데 교통인프라가 `앵커(anchor)`로 활약할 것이라 내다봤다. 버스와 기차 온갖 탈 것을 동원. KTX울산역 연계 리무진버스는 25~30분 간격으로 사람과 산을 잇는다.군 관계자는 “1천m급 산이 생활권 내 자리 잡고 있어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누구나 언제든 오르내릴 수 있는 `산악관광의 메카(Mecca)`로 부상하기 위해 교통인프라 구축을 통한 접근성 향상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산악관광 특성화로 지역경제에 활기를 더하고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거듭나고자 시민들이 앞장서 자연과의 공존을 꾀했다.영남알프스 홍보담당자는 “케이블카 설치도 주민들이 먼저 제안했다. 산을 보호하는 동시에 관광객에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 여겼다”고 덧붙였다. □ 문화관광단지 조성해 산악콘텐츠 강화팀워크는 산악문화 콘텐츠로 다졌다. 울주군은 지난 2015년 신불산 자락에 산악문화관광 거점시설인 복합웰컴센터를 세우고 종합산악관광지 개발에 나섰다. 산과 사람 사이를 놀이와 체험으로 채우기 위해서다. 센터가 들어선 등억마을 일대에는 국제경기가 가능한 인공암벽장과 수변야영장이 조성돼 있다. 오는 2019년까지 숙박시설을 마련하고 로프웨이 시설을 설치하는 등 대형 관광개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산악관광과 산악레포츠, 문화예술, 숙박 등 다양한 기능이 어우러진 산악관광단지로 탈바꿈한다.센터 관계자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KTX울산역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도로개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연말쯤 이 도로가 개통되면 이동 소요시간이 대폭 줄어 산악관광이 더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울주군은 청도·밀양·양산·경주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산악관광 콘텐츠를 강화할 방침이다.지난달 신장열 울주군수는 시정연설을 통해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관광도시`를 목표로 △행복케이블카 사업 △홍류폭포 테마숲길 조성사업 △산악영상문화센터 건립 △작천정 별빛야영장 △등억 야영장 △작천정 다목적 광장사업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영남알프스를 중심으로 지역 전체를 하나의 산악문화관광 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비전이다. □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개발영남알프스의 산악관광 열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울주군은 연간 평균 400~450만명이 영남알프스를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울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7 울산 방문의 해` 추진상황을 분석한 결과 9월말까지 541만명이 다녀갔다. 올해 목표치인 4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260만명이 다녀간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상승이다.이를 반영해 울주군은 최근 열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원 종합마스터플랜 최종보고회에서 중간보고회 때 취소한 집라인 설치를 재추진키로 했다. 케이블카 사업과 연계해 장기사업으로 분류하고 2021년께 착수할 예정이다.애초 군은 환경영향평가를 문제 삼아 집라인 사업을 계획 단계에서 취소했지만, 집라인은 공원시설에 포함되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검토 결과를 확인하고 재추진을 결정했다. 5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케이블카 상단부에서 복합웰컴센터로 이어지는 2㎞ 구간에 집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다.복합웰컴센터에서 홍류폭포를 잇는 테마숲길도 개발한다. 산책로를 정비하고 자연과 예술을 접목한 자연 설치미술 조형물도 내년부터 제작에 들어간다.사계절 물이 흐르는 홍류폭포를 만들기 위해 펌프 로 물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위적이고 도시적인 사업은 제외하는 대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사계절 녹지경관과 가로경관 조성에 중점을 뒀다.□ 산악영화제 개최로 산악관광 대중화팀워크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탄탄한 교통인프라와 풍성한 문화콘텐츠로 지난해 세계 산악인들을 위한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선보인 것.산악영화제는 산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축제의 장에는 전 세계 21개국이 참가, 산악영화 97편이 상영됐다. 행사 닷새 동안 관객 6만1천800여명이 다녀갔다.`핫(Hot)`한 열기에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얼마 전 국제산악영화협회(IAMF)의 스물네 번째 정회원이 됐다.국제산악영화협회 누리집 안에 홍보공간을 보유하고 국제경쟁 부문 접수 일원화, 공동 프로젝트 추진, 국제산악영화협회 그랑프리 수상자 선정 의결권과 같은 `회원 프리미엄`을 거머쥐었다. `글로벌 산악관광 1번지`를 향한 도움닫기를 마친 셈이다.세계를 무대로 우뚝 선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구심점 역할을 할 산악관광문화센터도 건립된다.울주군은 `바람의 조각`이란 테마로 영남알프스를 활강하는 글라이더 형상을 만든다.2019년 8월 개관 목표로 복합웰컴센터 옆 주차장 부지에 연면적 1천520㎡, 건축면적 630㎡의 지하 1층, 지상 1층 건물을 짓는다. 최대한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게 핵심이다.군 관계자는 “산악영상문화센터가 건립되면 국제연합 세계관광기구(UNWTO) 산악관광회의 개최도 가능할 것”이라며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본부 역할은 물론 영남알프스 입체상영관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센터가 산악관광 대중화와 관광객 유치, 볼거리 제공 등에 큰 몫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울주군의 현주소에서 경북 산악관광의 미래를 본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12-01

가정·산업·교통분야 `고효율성`에 집중, 탄소·에너지 절감 `일석이조`

2010년 조사 결과 프랑크푸르트의 전력 소모량은 6천580GWh로 나타났다. 서비스업과 무역업이 포함된 3차산업 분야에서 가장 많은 43%를 쓰고 있었다. 38%는 2차 산업에서, 15%가 가정용 전력이었다. 산업에서는 조명에 사용되는 전기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가정에서는 전체의 71%가 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였다. 결론적으로, 연간 6천GWh가 넘는 전력 소모량과 약 4천4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단순히 `효율성`만 높이더라도 38%나 감소시킬 수 있었다.기업 형광등·전구 교체로 에너지 소비 85% 줄여단거리는 자전거로… 고속자전거 도로 개설전기자동차 카풀 제도 권장하고 각종 지원 추진태양열발전·열 저장시스템 활용해가정내 발생하는 잉여전기 재활용도에너지 자립도시 포항 만들기1. 문 정부와 탈원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2. 독일은 왜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시작했을까3. 에너지 자립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4. 대한민국의 에너지자립마을, 충남 태안5. 포항의 에너지 미래, 지방분권시대에 맞춰□ 산업, 투자비용은 운영비용으로 상쇄우선으로 고려할 사항은 도시 내 각종 산업이었다. 특성에 따라 2차 산업과 3차 산업을 나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웠다.프랑크푸르트 최대 산업단지인 회흐스트 지역에는 화학·금속공업 등 90개의 회사가 있다. 1천800GWh(60만 가구 상당)의 전력이 사용됐고, 시 전체 산업 전력(2천582GWh)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이었다. 압축기와 환기장치 등 기계에너지에서 최대 전력이 소비됐다. 이를 작동하는 전동기(모터)를 고효율로 교체하기만 해도 20%의 에너지 절약 효과를 볼 수 있었다.3차산업(무역, 상업, 서비스업 등)에서는 열에너지 형태로 소비된 전기 에너지의 90% 정도가 재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분석됐다. 결국, 전체적으로 에너지 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이 `추가비용`을 낳는 상황이었다.프랑크푸르트 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형광등과 전구를 교체해 `스마트 조명 관리`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에너지 소비를 3/4까지 줄일 수 있었다. 건물 내 조명시설에 사용되는 전력은 전체의 38%였다. 연한 색의 벽과 바닥, 높은 투과율을 가진 유리창 등도 좋은 방안이었다. 초기 투자 비용은 2년 내에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의견이였고, 실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있는 도시인 `멘덴`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사용해 에너지 소비를 85%나 줄였다. 금전적으로는 비용의 83%를 아낀 셈이었다.□ 가정, 상호 보완으로 절감2010년 프랑크푸르트 가정에서 사용한 전기의 총합은 1천24GWh. 평균 전기 사용량은 2천825KWh였다. 중점은 에너지의 지역 내 순환이었다. 도심 지역에서 난방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적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열병합과 태양열 발전, 히트펌프, 열 저장시스템 등을 활용한다면, 쓰고 남은 잉여 에너지를 전기와 난방에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프랑크푸르트는 파악했다.태양열 발전은 호텔이나 식당, 양로원, 스포츠 시설 등과 같은 연중 내내 일정한 양의 온수를 필요로 하는 시설에 적합하다는 결론에서 시작했다. 2013년 태양열 발전소에서 생산된 열에너지 비중은 전체 열에너지 소모량의 10%였다.`기후보호 마스터플랜 100%`에 따라 2050년까지 태양열 발전의 비율은 지역 수요의 약 15%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이는 한 가정에서 약 60%의 가정용 온수 수요와 최대 35%의 난방 수요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서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웠고, 프랑크푸르트는 `상호보완`에 초점을 맞췄다.`히트펌프`는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열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작동에는 낮은 흡기온도가 필요하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 태양열 시스템의 작동이 제한될 때 히트펌프를 활용한다면 열 생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시내 중심지에서는 주위 공기를 자연적인 열원(source)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기존 건물에 설치하기엔 굉장히 제한적이지만, 낮은 흡기 온도를 포함한 저온 방사 패널을 신축 건물의 설계 단계에서 설정해 짓도록 했다.열 저장 시스템은 상호 보완에 필수적이었다. 저장된 열에너지는 날씨에 관계없이 연속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대규모 열 저장소 개발은 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각종 시스템의 50% 수준까지 저장해놓을 수 있다. 이 중 하나인 아이스뱅크는 낮은 온도를 요구하는 히트펌프와 끊임없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이미 프라운호퍼 연구소에게 가정용 히트펌프와 아이스뱅크, 태양열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상호 보완 작용으로 기존 난방유를 사용할 때보다 연간 약 1천유로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먼 미래 모든 방법들이 적용됐을 때,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의 자가소비율이 70% 이상 도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교통, 통근차량을 줄여라교통분야에서 에너지 절감과 탄소배출량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각종 지원, 편의를 위한 제도 개선이 중점이었다. 프랑크푸르트는 단순하지만 최선을 이용했다. 가장 먼저 해결할 문제는 `통근`이었다.단거리 이동 수단으로서의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는 것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시의 중점 사항 중 하나다. 탄소배출량 감소와 친환경 두 마리를 잡으려면 자전거 보급이 우선 확대돼야 함이 분명했다. 2010년 당시 시내 이동수단으로 자전거 이용객은 전체 13% 정도였다. 시는 자전거 이용률을 늘리고자 도심지로 향하는 `고속 자전거 도로` 개설을 추진했다.통근자들의 인구와 밀도를 기초로 한 연구 결과에 따라 총 여섯 개의 주요 도로를 확정해 개발하기로 했다. 이동시간을 1/3로 단축할 수 있음은 물론, 5~15㎞ 이내 통근자들은 출·퇴근 시 차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혜택 대상자는 프랑크푸르트 통근자 수 중 33%에 해당했다. 시에서는 더 많은 자전거 이용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 내의 자전거 교통에 맞춘 신호체계 변경과 자전거 주차장 확보, 자전거 대여 제도 등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차를 타야 할 상황이라면 시민들에게 출퇴근용 `카 쉐어링`을 이용하도록 권장했다. 특히, 저렴한 연료비를 가진 전기자동차의 `카풀`이다. 도시 교통량을 현저히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각종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카 쉐어링` 차량과 전기 차량에 대한 전용 주차공간을 확보해주고 규제를 완화, 우선순위화해 보급을 확대했다. 교통카드를 이용해 `공유 차량`에 탑승할 수 있도록 제도도 마련했다. 동시에 기존 휘발유와 경유 차량은 모두 전기 차량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모든 상황이 종합됐을 때 2050년 휘발유와 경유 차량은 모두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로 완전히 대체될 것이며, 자가용 부문의 에너지 수요는 2천888GWh에서 413GWh로 줄어든다. 자전거 이용객은 전체 시민 중 35%까지 올라서며, 대중교통에서는 소모 에너지가 31% 감소할 것으로 프랑크푸르트는 낙관하고 있다. 연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카 쉐어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bareum90@kbmaeil.com

2017-11-29

`세상을 발 아래에` 특별한 매력 특화산업화 해 감동주는 관광지 육성

1964년에 만들어진 영화 `메리 포핀스`에서 굴뚝 청소부 버트는 이런 노래를 부른다. `런던의 지붕 위는 정말 멋진 곳이라네/ 온 세상이 발아래로 보인다니까/ 이런 건 새들과 별들과 굴뚝 청소부만 볼 수 있는 거야.`지붕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버트는 특권이라 여겼다. 마찬가지로 산을 오른 자만이 산정(山頂)에서 내려다 보이는 세상을 차지할 수 있다.특별함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요소다. 일찍이 이를 노린 스위스는 산악지형을 특화산업으로 육성해 세계적인 산악관광지로 거듭났다.스위스 산악관광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융프라우에 이어 최근에는 루체른의 바위산 필라투스(Pilatus)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산악교통이 다양하고 체험레저 활동이 풍부해서다.중세시대에 용이 나타난 곳으로 알려진 필라투스에는 최고 경사각(48도·융프라우 25도)을 자랑하는 산악열차가 다닌다. 기차 이용료는 융프라우 삼분의 일 수준인데 발아래 펼쳐지는 경관은 더 낫단 평가가 나온다. 산꼭대기 바로 아래에 호텔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봤다. 온 세상이 발아래로 보이는 스위스 필라투스 산으로.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1. 세계 산악관광의 모범사례 스위스 알프스 산맥2. 산악관광 특성화 모델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3. 국내 산악관광 선점위한 경쟁 -울산 영남알프스4. 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가능성 및 개발 기대효과5. 경북 산악을 한국의 필라투스로 □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인구 5만7천명이 거주하고 있는 스위스 루체른(Luzern)은 산악관광으로 먹고사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이 동네에 자리 잡은 필라투스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지역경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루 반나절 여정도 가능한 까닭에 관광객은 물론 루체른 시민에게도 인기가 많은 산이다. 필라투스와 관련된 여러 설화는 여행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단순히 아름다운 경치 때문만은 아니다. 스위스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더해져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산을 두 발로 걸어 오르내린다는 공식부터 깨진다. 산정에 오르기까지 하늘과 호수 어디든 길이 된다. 필라투스의 가장 큰 매력은 유람선과 톱니바퀴 열차, 케이블카, 곤돌라를 모두 타는 `골든 라운드 트립(Golden Round Trip)`을 통해 발산된다. 루체른 교외의 크리엔스(Kriens)에서 곤돌라를 타고 오를 수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열차로는 반대편 사면에서부터 오를 수 있다.증기외륜선과 톱니바퀴 열차, 케이블카와 버스를 타고 즐기는 왕복 여행도 가능하다. 해발 2천132m 산꼭대기까지 빨간색 케이블카를 타고 하늘길에 올랐다. □ 골든 라운드 트립으로 즐기는 산악레저타운중간 기착지인 프레크뮌테크역에서는 하이킹이나 스키처럼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다.필라투스는 스위스 최대 산악레저타운으로 꼽힌다. 인공암장에서는 집라인(zipline), 번지 트램펄린, 보드와 롤러스케이트까지 아이들을 위한 놀이도 가득하다. 겨울에는 스키촌이지만 여름에는 낚시, 등산, 마운틴 바이킹, 하이킹, 곤돌라, 승마, 카약까지 가능한 `산악관광의 천국`으로 바뀐다.11살 아들과 함께 집라인 체험을 하고 있던 크리벨리(37) 씨는 “케이블카가 없었다면 아이와 함께 산을 오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채롭고 의미 있는 여행을 만드는 데 산악교통의 역할이 컸다. 남녀노소 누구나 산에 오를 수 있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enjoy)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말했다.중간역에서 필라투스 정상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카로 갈아타면 종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숲은 사라지고 암벽이 나타난다. 산정에 이르기까지 케이블카로 30분이면 충분했다.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녹색과 흰색의 경계가 뚜렷했다. 관광객들은 필라투스 주변을 병풍처럼 에워싼 봉우리들 중심에 서서 깎아지른 바위벽을 바라봤다. “원더풀(wonderful)”, “어메이징(amaging)”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졌다. 과연 산과 물의 제국이다. □ 산정에서 보내는 `별 헤는 밤`2천m가 넘는 산꼭대기 바로 아래 필라투스 쿨룸호텔(Hotel Pilatus-kulm)이 있다. 지난 1890년 문을 연 유서 깊은 산악호텔로 루체른 주(Canton)의 보호 건물로 지정됐다.2010년 8월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마친 쿨름호텔은 여행 중 아주 특별한 밤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밤이 되면 하늘에서 별빛이 쏟아지고, 산 아래로는 루체른 시내와 호숫가의 불빛이 아름다운 강을 이룬다.호텔 외관은 호화롭지도, 그렇다고 내부가 화려하지도 않다. `산 위의 성(城)`이라 불리지만 웅장하지 않은 소박함이 오히려 이 동네, 이 산과 조화를 이룬다. 127년이란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만큼 호텔 곳곳에 역사적인 장소와 고풍스런 장식이 남아있다. 얼마전엔 리모델링으로 현대적인 감각까지 더했다. 알프스 스타일의 방 27개실과 스위트룸 3개실을 갖췄다. 하룻밤 숙박 비용은 300~400프랑 정도. 언제 어느 객실에서 묵는지에 따라 가격대가 달라진다.객실에서 보이는 풍경은 수시로 바뀐다. 산 정상이라 날씨가 자주 변덕을 부리는 탓이다. 구름 없이 맑은 날에는 알프스산 영봉들과 루체른 호수가 저 멀리 보인다고 한다.이곳 퀸 빅토리아 레스토랑에서는 창문으로 보이는 오렌지빛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건물 밖에는 나무 의자와 식탁이 놓여 있어 날이 좋을 때는 야외 식사가 가능하다. 이런 게 진짜 낭만이다.필라투스가 19세기부터 유럽 부호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라는 것이 절로 이해되는 순간. 호텔 프런트에서 만난 스위스인 리나(52)씨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지난밤 쿨름호텔에서 아주 특별(special)한 시간을 보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며 “한밤중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연과 교감하고 대화를 나눴다”고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라 말했다. □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톱니바퀴 열차산밑으로 향할 땐 산악열차 `필라투스 반(bahn)`에 몸을 실었다. 케이블카처럼 빨간색을 칠한 열차다. 톱니바퀴를 이용해 오르내린다.1889년 운행을 시작한 필라투스 반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톱니바퀴 열차로 알려져 있다.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깎아지른 절벽과 숲, 들판을 지나 필라투스 정상까지 스릴 넘치는 풍경을 선사한다. 최고 경사도가 48도나 된다. 덜컹덜컹 거리는 기차 진동은 심장박동과 리듬을 맞췄다.열차는 동굴 사이를 거닐며 루체른 호수와 마을 풍경을 큼지막한 투명 창문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놓는다. 평화로운 알프스의 공기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눈 덮인 바위산의 전경은 내려갈수록 녹색 풍경으로 바뀐다. 같은 열차칸 맞은편에 앉아있던 바브린카(47)씨는 “스위스를 제대로 감상하는 법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산악열차를 타고 바라보는 근사한 풍경”이라며 웅장한 절벽과 숲속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케이블카로 산을 오르고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다본 세상은 루체른의 매력을 온전히 담고 있다. 2천m에 이르는 산을 체력 부담없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렇게 `발쉽게` 오르내리다니. 왜 사람들이 그토록 스위스에 열광하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필라투스 반 해외영업마케팅 관계자는 “해마다 평균 68만명이 필라투스 산을 찾는다. 교통이 편리하고 숙박시설까지 잘 갖춰져 있어 지난 5년간 방문객은 꾸준히 증가했다”며 “관광객 대부분이 골드 라운드 트립을 가장 좋아한다. 실제로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필라투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특별한 것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여행가”라고 말했다.온 세상이 발아래로 보이는 감동의 파노라마를 다양한 산악교통이 완성한 셈이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11-24

탄소절감·기후보호 위한 촘촘한 플랜 `세계적 에너지 자립마을` 명성

□ 독일,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유럽의 오랜 강대국. 통일국가이자 연방국가. 맥주와 소세지가 유명한 나라. 우리에겐 너무나 잘 알려진 이 나라는 광복 이후 간호사와 광부 파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독일은 전세계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이 가장 잘 정착한 나라로 유명하다.인구 70만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종교·문학적 역사 깊고 `EU 경제수도`2013년부터 `기후보호` 프로젝트 가동시민들의 쉽고 간편한 동참도 큰 역할2050년내 완벽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글 싣는 순서1. 문 정부와 탈원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2. 독일은 왜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시작했을까3. 에너지 자립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4. 대한민국의 에너지자립마을, 충남 태안5. 포항의 에너지 미래, 지방분권시대에 맞춰현재 독일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100% 달성한 지역은 20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중 15곳이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에 속한다.독일 최북단에 있는 해당 주는 사계절 내내 강풍이 불어 풍력발전의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다. 적게는 인구 100여 명에서 많게는 1만2천명 정도의 농촌 소도시로 이뤄져 있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는 그야말로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에 최적의 지리적 요건을 갖춘 셈이다. 이로 인해 이곳 도시들은 에너지자급자족을 실천하고 있다. 인구 약 70만의 도시. 독일 중서부 헤센 주에 위치한, 이 나라의 수도는 아니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시가 있다.정식 명칭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 흔히 프랑크푸르트라고 불리는 이 도시의 시가지에는 `라인 강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라인 강 지류인 마인 강이 흐르고 있다. 때문에 도시 이름도 `마인 강의 프랑크푸르트`라는 뜻을 담고 있다.상공업도시인 이곳은 오래전부터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의 상징적인 도시였다.9세기에 완공돼 1562년 이후 모두 10명의 황제들이 즉위식을 가진 `카이저 돔` 대성당을 비롯해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을 집필했던 대문호 괴테가 살았던 `괴테하우스`가 바로 이 도시 한 가운데에 있다. 국가적으로나 종교적, 문학적으로 역사가 오래되고 깊은 도시다.최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본사와 독일연방은행을 비롯해 모든 은행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있어 연방정부 독일의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이자 유럽연합(EU)의 경제적 수도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항공·철도·자동차 등 교통의 요지이면서 동시에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524㎞의 마인강 운하를 따라 뱃길도 나 있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들에겐 `에너지 자립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지구온난화와 신재생에너지가 지구촌 문제로 대두되기 이전 학계에서나 신재생에너지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할 때부터 이들은 이산화탄소를 버리고 친환경을 붙잡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왜 시작했을까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 소도시들보다 인구가 70배 이상 많은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약 2만2천650GWh의 에너지가 사용됐다.난방이 50%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전기 사용에 30%, 교통 분야에서 남은 20%가 소비됐다.하지만 이렇게 소비되는 에너지 중 지역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단 5%에 불과하며, 95%가 인근 도시에서 들여오는 수입에너지였다. 공급받는 에너지 역시 천연가스가 57%, 석탄화력이 23%였고,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양은 고작 9% 남짓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 도시는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을 마련했다.2012년 3월, 프랑크푸르트 시의회에서 `기후보호를 위한 마스터 플랜 100%`프로젝트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이 프로젝트는 지자체와 시민, 전문가 등 도시를 이루고 있는 모두가 힘을 합쳐 탄소 발생량의 95%를 감소시키자는 목표가 설정돼 있다. 에너지 사용량을 2050년 기준으로 현재보다 절반까지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들과 함께 부족한 양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충당하자는 논의 결과도 담겼다. 독일 연방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총 90만 5천 유로를 프랑크푸르트시에 지원하기로 했다. `모든 것`을 `모두`가 노력하자는 대전제 하에 2013년 1월부터 이곳에서는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동을 걸었다.우선 시는 프로젝트 가능성 조사 계획안들의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기간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이었다. 연구는 프라운호퍼(Joseph von Fraunhofer) 연구소가 참여했다. 다양한 자료들이 분석된 결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지역 내에서 재활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현재의 에너지 소모량을 줄일 수 있음은 물론, 탄소 배출량도 저감될 것이라는 연구소의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과학자들이 전력과 난방, 교통 등 세 갈래로 나눠 분석한 결과는 프랑크푸르트가 오는 2050년 안에 완벽한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다는 목표를 입증했다.계획안의 성공을 위해 프랑크푸르트는 주변 라인마인지역 타 도시들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했다.2013년 봄 라인마인지역 도시들은 마스터 플랜에 따른 `에너지 전환사업`에 협조할 것을 동의하고 공동지역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100여 개의 기관과 약 150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들은 △에너지 공급 △가동성 △설계 및 생활 △사업 △가치창출 등으로 큰 틀을 잡았다.도시의 대대적인 변화에는 시민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됐다. 프랑크푸르트 내 5개의 시범지구(버켄하임, 회흐스트, 북서부, 북동부, 운터리더바흐)에서 수집된 여러 에너지 전환 방법은 현재까지 단기·중기·장기적 방안에 따라 113가지가 목록화됐다.도심지를 도보로 이동하는 `시티 도보 투어` 를 비롯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도심지 보물찾기 `지오캐싱`과 “버리지 말고 수리하자”는 발상 아래 만들어진 `리페어카페`, 의류를 포함해 자신이 사용했던 물건들도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는 `기브박스`까지 단순하지만 쉽게 참여가 가능한 제안들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은 올해 다른 지구에도 확대됐다. 여전히 프랑크푸르트는 `기후보호를 위한 마스터 플랜 100%`을 이어오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2017-11-22

재개발 아닌 `재발명`… 생각의 한 끗 차이가 만든 `산악 관광대국` 스위스

산은 우리나라 국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반도 면적의 63%를 소유한 `땅의 주인`이다. 산에 깃들어 사는 삶 속에 누구나 산을 오르내린다. 산은 더 이상 산악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산악활동은 산악관광으로 귀결된다. 산과 사람의 공생을 택한 산악관광지에는 사람이 모이고 그 지역은 활기를 띤다. 전 세계 유명 관광지 대부분이 산악지방에 있으며, 관광산업 수익의 최대 20%가량이 산악관광으로부터 기인한다는 통계도 있다. 산악특화 지역인 경상북도는 전체 면적의 70%를 산에 내주고 울창한 산림과 풍부한 물까지 품고 있다. 자연이 곧 자원인 시대.축복받은 산악지형을 활용해 관광체험 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춘 셈이다.본지는 세계 관광산업 트렌드에 맞춰 경북도의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을 기획기사 5회에 걸쳐 연재한다.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있는 그대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과 자연을 가꿔 경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보존이냐 개발 대상이냐의 시각차이다.이 두 가지 관점의 중심에 미국 초대 산림청장을 지낸 지퍼드 핀초(Gifford Pinchot)가 있다. 그는 공익을 위한 자연보존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론 공익을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개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을 자원으로 지혜롭게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보존이라 여겼다.보존과 개발 뜨거운 논쟁 속에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산악관광 경쟁은 시작됐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에서는 아이디어를 발휘해 산으로 사람을 부른다.그중에서도 스위스는 알프스 산악관광을 내세워 세계적인 산악관광지로 발돋움했다. 환경보전과 산림개발이 반드시 앙숙만은 아니란 것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한국 절반크기 국토 강원도보다 작은 산림면적에도 산악관광 수입 매년 35조 육박일반인도 쉽게 등반, 풍경 감상하도록 산악교통에 주력… 일자리 창출·매출도 급증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1. 세계 산악관광의 모범사례 스위스 알프스 산맥2. 산악관광 특성화 모델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3. 국내 산악관광 선점위한 경쟁 -울산 영남알프스4. 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가능성 및 개발 기대효과5. 경북 산악을 한국의 필라투스로□ 알프스 산악관광 수입 연간 35조원사실 스위스와 우리나라는 닮은 점이 많다. 강대국 틈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로 지낸 것도 그렇고, 산악지대가 많아 땅이 척박하다.비슷하기만 한 건 아니다. 사람 수와 땅덩어리 크기만큼은 우리가 우세하다. 스위스 인구는 한국인의 6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국토 면적은 4만㎢로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다.산악면적은 서로 비슷한데 산악관광을 육성하기 위한 개발투자에는 스위스가 더 적극적이다. 산꼭대기까지 열차가 다니고 산 정상에는 호텔과 레스토랑이 있다.규제나 철폐를 대하는 사회의식도 스위스가 앞선다. 산을 깎아 건물을 짓는데 거리낌이 없다. 산악개발을 추진하기까지 자연환경적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결국엔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결론을 내려왔다. 스위스가 산악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매년 35조원. 산림면적 125만㏊로 강원도(136만9천㏊) 보다 작은 규모지만 우리나라 전체 관광수입 18조원의 두 배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다. 생각차이의 결과다. □ 해상케이블카, 지역 관광지도 바꾸다국내 상황을 들여다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강원도 양양군은 설악산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10년째 애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못 내렸다.이웃지역인 삼척은 지난 9월 개장한 해상케이블카로 명소가 됐다. 개장 한 달 만에 탑승객 4만5천명 돌파, 하루 평균 2천명이 넘는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 상권은 활기를 되찾았다.애초 30억원으로 잡았던 관광수입도 4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삼척 주변 관광지들도 반사 이익을 봤다. 해상케이블카 하나로 지역 관광지도가 뒤바뀐 셈이다.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천520억원에 이른다. 이제서야 양양군과 강원지역 지자체·사업자들은 “낙후된 관광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국토의 63%가 산지인데도 그동안 각종 규제에 묶여 충분한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는 더 나아가 설악산 대청봉 정상 근처에 4성급 호텔을 짓는 방안을 제안했다. 스위스 체르마트 관광지를 산지개발을 위한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다.전경연은 “스위스가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수시로 운행하고 산 정상에 리펠랄프 리조트 같은 5성급 고급 호텔을 운영 중이지만 환경 훼손 없이 전 세계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스위스 산악관광 역사 100년오늘날 산악관광 대국으로 불리는 스위스는 애초 가난한 낙농국가였다. 국토의 25%만 경작지인 데다 알프스 산에 둘러싸여 겨울이면 눈이 쏟아졌다.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 빈곤에 시달리며 풍요와는 거리가 먼 도시였다.경제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17~18세기 유럽 전반에 관광문화가 퍼진 가운데 1816년 영국의 대문호 바이런(Byron) 시인이 스위스 여행 중에 만든 시 `시옹성의 죄수`가 주목을 받으면서 유럽인들 사이에 `여행병`이 돌았다. 예술가들은 이를 `그랜드 투어(Grand Tour)`라 부르며 영감을 얻고자 스위스를 드나들었다. 척박한 산골짜기에 사람 발길이 이어지면서 스위스 산악관광 시대가 열렸다.스위스인들은 관광객을 오래 머무르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산골짜기를 활용하기로 했다. 1816년 8월 6일 루체른 근교의 리기산 정상에 스위스 최초의 산장호텔인 `리기쿨름(Rigi Gulm)`이 문을 연 배경이다. 리기산에 매료된 모험가, 학자, 작가들은 산정에서 바라보는 목가적 풍경에 발목을 잡혔다. 이후 1871년 유럽 최초의 산악열차가 운행되면서 관광객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개업 당시 침대 6개로 시작한 리기쿨름은 60년이 흐른 뒤 침대 630개를 갖춘 3개의 호텔로 성장했다. □ 산악열차와 숙박시설로 산악관광 선도산악지형을 성장 걸림돌로 여겼던 스위스는 리기를 선두로 알프스산맥을 활용한 산악관광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산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산에 올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산악교통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스위스관광청에 따르면 현재 케이블카와 스키용T바 총 2천470개가 설치 운영 중이다. 여기서 창출되는 일자리만 3천300여개, 매출은 7천400프랑에 달한다. 가혹하기만 했던 자연환경이 스위스 경제부흥의 원천이 됐다.알프스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산인 필라투스는 관광객 누구나 쉽게 산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로프웨이를 운영하고 있다. 산 끝자락에는 필라투스 쿨름호텔이 성업 중이다. 해발고도 2천132m의 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산악호텔로 관광객 발을 붙잡는 최고의 수단이다. 호텔에서 시작되는 하이킹코스만 5개. 융프라우를 비롯한 알프스산맥에 이어 루체른 호수와 시내,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낭만적인 석양과 일출도 빼놓을 수 없다. `별이 쏟아지는 밤`에 매료된 산악인들은 이곳을 반드시 묵어가야 할 곳이라 말한다.□ “지금은 산을 재발명 할 때”`산악관광 대국`이라고 해서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기후 악재로 인해 산악관광 시장이 위태로워진 탓이다.지난겨울엔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장이 제때 문을 열지 못하고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스위스 정부관광청 CEO인 유어그 슈미트(Juerg Schmid)는 한 포럼을 통해 “지금은 알프스관광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산을 `재발명`하기 위해 관광업계가 움직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산을 재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명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 것이다. 최근 스위스 정부는 산을 재발명하기 위해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산악관광 사업을 폭넓게 시도하고 있다. 자전거 여행자가 잠재성장력을 지닌 고객층이란 분석을 토대로 스위스 모빌리티(Switzerland Mobility)와 함께 산악자전거 관광아이템도 개발 중이다. 산악자전거 루트 개발에 관한 구조 계획을 정부기관에 제안하기도 했다.스위스관광청 관계자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쿨(cool)`한 여행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알프스산맥의 자연경관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도 획기적인 방법으로 산을 발명하기 위해 스위스다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치밀한 규제를 토대로 천천히 공들여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11-17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원`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시대 도약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 의사는 어느 정부 때보다 강하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총 전력량 중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적이고 무한한 공급력을 가진 신재생에너지는 탈원전 정책과 함께 문 정부의 투트랙 전략의 톱니바퀴처럼 하나씩 이가 맞춰지고 있다.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 연료를 재활용하거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로 태양 에너지, 지열 에너지, 해양 에너지, 바이오 에너지 등이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친환경·무한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경북도는 산과 바다가 있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기에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 일조량도 충분하다. 신재생에너지사업의 중심축인 태양광과 풍력, 지열과 함께 해상풍력까지 모든 조건을 충족할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경북도는 이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태양력, 풍력, 수력 등 동해안에 소재한 풍부 청정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관련 연구인프라 구축, 우수한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산학연이 모두 살아 숨쉬는 포항이 있다.가까운 미래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 개헌으로, 독립적인 하나의 자급자족 개체로서 생존해야 할 지자체로서는 에너지 수급 계획에 대해 충분히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이에 본지는 총 5회에 걸쳐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 경과, 미래 자치정부 수립에 따른 에너지 수급 계획,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에너지 자립도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예를 들어 에너지자립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문 정부 `지방분권 개헌` 더불어탈핵·재생에너지 정책 천명지자체 재정·에너지 등자립 생존시대 도래지자체-주민간 적극적 참여로에너지사업 필요성 공유해야글 싣는 순서1. 문 정부와 탈원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2. 독일은 왜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시작했을까3. 에너지 자립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4. 대한민국의 에너지자립마을, 충남 태안5. 포항의 에너지 미래, 지방분권시대에 맞춰□ 탈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상관관계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문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의 공략이었던 탈(脫)원전·석탄 정책을 선언했다.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를 주창해온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원자력 및 석탄 화력발전을 지양하고 친환경, 무한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사업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정부는 현재 7%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에는 2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신재생에너지3020`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지난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폐쇄 선포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탈원전 정책을 확고히 했다. 곧바로 후보시절 자신의 공약이었던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을 실행했고,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약 3개월간 공론화를 진행했다.재개 59.5%, 중단 40.5%로 결과가 집계돼 신고리5·6호기는 건설이 재개됐지만,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수용한 정부는 탈원전·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추진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현재 계획된 신규원전 건설계획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이 담긴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탈원전은 곧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연결된다.정부는 원전 폐쇄로 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에너지를 현재 확대 보급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충당할 계획이다.특히,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환경요건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가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산업통산자원부는 지난 3일 기후변화센터와 CSK에너지정책연구원이 개최한 6차 전력포럼에서 “연료전지 등 신에너지를 제외한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발전원의 추진계획을 담은 재생에너지 3020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급 확대로 발전시설 설치 비용이 감소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현재 우려되고 있는 전기세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해결해야 할 과제하지만, 여전히 신재생에너지사업의 확대 보급에는 많은 난제가 남아 있다.대표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입지선정이 까다롭다. 일조량과 풍향, 풍속 등 각자 특성에 맞는 환경을 찾더라도,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넓은 부지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주민 수용성 역시 넘어야 할 큰 산이다.설비 설치 시 소음 발생과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전국 어디서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민원과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지자체에서도 주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많은 사업체가 산자부 전기위원회의 허가 이후에도 관할 지자체 담당자 앞에서 매번 퇴짜를 맞는 이유다.실제 경북도내 신재생에너지사업이 허가된 5천여 곳 중에서 절반 정도가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우선으로 발전시설 입지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획입지제도를 활용해 설치를 지원할 방침을 세웠다. 이 제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또는 민간이 주택공급과 산업입지 지원 등의 특정 목적을 위해 개발한 택지개발예정지구, 산업단지 등에서 토지를 분양, 임대받아 시설을 설치하는 형태를 말한다. 토지형질변경 등 대지조성과 관련한 인·허가 절차를 별도로 거치지 않고 입주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계획입지는 체계적인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개발됨으로써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음은 물론, 환경보전 측면에서도 장점을 갖고 있다.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계획입지가 가능한 땅은 전국에 5억㎡ 정도로 여의도 면적의 172배에 이르고 있어 물량은 비교적 충분하다.사업은 각 지자체에서 주도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전까지 마찰을 빚어왔던 전례를 교훈 삼아 외부사업체의 일방적 추진이 아닌 지자체에서 주민들과 함께 직접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산자부는 밝혔다.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공유해 보급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인 `불필요한 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는 양보다 질신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큰 단점을 갖고 있다. 반면에 깨끗하고 고갈될 염려가 없을뿐더러, 무공해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영구성과 친환경성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접근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옳다.세계 각국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 역시 현재를 지나 미래를 안전하게 설계하기 위해서다.특히, 정부는 미래에는 과거와 현재처럼 대규모 설비시설보다는 소규모 발전사업이 중심을 이뤄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신재생에너지 관련 2018년도 정부 예산 총액은 1조 409억으로 올해보다 39% 증가했다. 이 중 발전차액지원(FIT) 예산이 38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발전차액지도는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공급한 전기 거래가격이 정부가 고시한 기준 가격보다 낮은 경우에 차액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발전사업자에게 직접적인 보조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사업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사업의 안전성이 담보된 FIT제도는 30㎾ 또는 10㎾ 이하 소규모 발전사업을 중심으로 활용될 예정이다.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일정 규모만 갖춘 사업체가 보다 쉽게 신재생에너지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여기서 파생된 수요·공급량의 증가로 설비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결국, 여타의 제반조건들이 모두 성립될 경우,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201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