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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청년행복 찾아주는 알찬 `체감 정책` 펼친다

체계적이고 우수한 청년지원정책을 자랑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청년들은 애국심과 애향심이 강했다. 자신의 나라가 지옥 같다며 `헬 조선`이라는 신조어를 연발하는 우리나라 청년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대부분 복지국가는 세율이 40%를 넘는 등 기본적인 사회구조부터 다르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을 위한 우수한 지원정책은 하루아침에 이뤄낸 것이 아닌 부단한 소통과 노력의 결실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도 난무하지만, 경북도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 올 한해동안 1만여개 청년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고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지는 경북도가 올해 펼친 청년지원정책과 내년도 계획을 살펴봤다.상공인·대학·지자체 대표 등 `의기투합` MOU 체결道 청년고용촉진 특별위도 발족, 자문 역할 `톡톡``1社-1청년 더 채용 릴레이 운동` 장밋빛 기대해외취업 성공 청년들에 지원도 아끼지 않아내년에는 건강관리·자기계발 등 복지혜택 늘리고취업준비생 기술함양 교육 마련 등 지원 확대□ 전국 최초 청년취업과 신설올해 신도청 시대를 맞은 경북도는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고자 청년 일자리 창출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특히 올 초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 전담부서인 `청년취업과`를 신설해 다양한 정책을 연구하고 실현했다.청년취업 정책토론회 등을 열어 청년일자리 활성화 정책을 마련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모든 부서가 청년지원 관련 신규사업을 발굴했다. 먼저 청년일자리 1만2천개 창출과 청년고용률 45% 달성을 목표로 `청년취업 Cheer Up! 종합대책`을 수립·발표했다. 또 지역 상공인과 대학, 지자체 대표 등 청년고용 관련 협업기관 단체가 모여 청년일자리 늘리기 결의대회를 갖고 청년고용촉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북도 청년고용촉진 특별위원회도 발족해 청년일자리 확충 장·단기 계획 수립과 정책개발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는 10개 상공회의소 3천900개 회원사 주관 아래 하반기 취업 시즌에 맞춰 `1社-1청년 더 채용 릴레이 운동`을 진행했다. 지난 9월 21일 영천 상공회의소를 시작으로 경산, 상주, 칠곡, 포항, 구미, 김천, 영주, 안동, 경주 등을 돌며 일자리 확산 운동을 펼쳤다. 이 행사는 캠페인으로 그치지 않고 회원사 기업들이 릴레이 운동에 동참해 현장에서 즉석 면접을 치르고 바로 채용해 실질적인 취업으로 연결되는 획기적인 운동이다. 도내 10개 상공회의소 소속 약 4천개 기업이 청년 1명씩을 더 채용한다면 경북 청년실업자는 20%가량 감소할 전망이다.해외취업 정책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해외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에게 항공료, 보험료, 현지정착비 등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대상은 경북에 주소를 둔 19~34세 청년이다. 아시아·오세아니아는 1인당 200만원, 미주·유럽은 3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도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경북도경제진흥원 내 `경북청년해외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전담직원 2명도 배치했다. 현재까지 115명이 신청·접수했으며, 35명이 지원받았다. FTA 확대 등 복잡한 글로벌 무역환경에 대응하고 수출기업 수요에 부합하는 무역 인재 양성을 위한 청년무역사관학교도 운영 중이다. 올해 4년째 운영된 이 학교는 지역 제조업 및 우수농산물 수출기업체에 무역 전문인력을 공급하고 지역 대학생들의 수출입 전문역량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모집기준은 만 39세 이하 청년으로서 경북소재 대학교 재학생(졸업생) 및 경북에 주소를 둔 대학생이다. 현장실습에 참가하면 학기제 학점도 인정받을 수 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271명이 수료해 114명(42%)이 취업하는 우수한 성과를 낳았다. 청년창업을 위한 정책도 다양하다. 지난 10월 13일 창업기업이 접하는 맞춤형 멘토링을 지원하고자 멘토단을 위촉했다. 청년창업지원정책의 초점이 창업육성에서 사후관리로 전환되는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도는 지난 7~8월 2개월에 걸쳐 모집공고 및 기관추천을 통해 청년멘토 13명을 최종 선정했다. 총괄, 경영관리, 지식재산, 마케팅, 투자자문분야 등으로 세분화된 청년멘토단은 청년창업과 창업기업육성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전문분야 재능기부를 통한 멘토링 지원이 가능한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앞으로 2년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실전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멘토링을 청년창업기업에 상시 제공하게 된다. 또한 청년창업에 대한 인식과 저변확대를 위해 대학생, 도민, (예비)창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펼친다.지난해 8월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 중심가에 청년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경북 청년 CEO 몰`을 개소했다. 이곳은 지역 청년창업기업의 마케팅과 홍보, 제품 판로개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판매장과 카페를 겸하는 1층에서 청년창업기업 34개 업체 114종의 제품을 전시·판매한다. 지난 9월까지 1만500명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제품판매와 카페운영, 회의장 임차 등의 수익사업을 통해 3천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경북도 조성희 청년취업과장은 “정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도는 올해 `일·취·월·장 7대 프로젝트`를 추진해 9천483명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했다”면서 “목표했던 1만2천개 보다는 부족하지만 80%를 넘어서는 성과를 달성했고, 실질적인 취업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내년도 7개 사업 신규시책, 154억 예산 편성경북도는 올해 기업과 대학, 관계기관과의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했다. 내년부터는 올해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실적 위주의 청년고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계획이다.단순히 청년취업만을 위한 사업추진을 넘어 청년행복을 찾아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건강관리, 자기계발 등 복지향상 지원, 취업준비생 기술함양 교육훈련 강화, 사회 전반의 일자리 인식개선사업 확대 등의 신규시책을 마련했다. 2017년도 청년지원정책 예산은 지난해 62억원보다 150% 증액된 154억원을 편성했다. 도는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맞춤형 교육 후 취업으로 연계하는 경북청년기업매칭협력사업(20억원)과 청년취업틈새기술인력양성사업(5억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등 근무여건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청년취업경북청년카드지원(20억원), 청년고용이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고용환경개선비를 지원하는 청년고용촉진기업지원(20억원), 청년 CEO육성 및 청년창업제품 판로개척지원에 29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또 도는 북부권 청장년 창업지원센터를 신규설치해 신도청 중심지인 북부권의 청년창업활성에 거점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정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경북은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과를 신설하고 지금까지 청년들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임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을 기반으로 청년고용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학 등 취업지원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2-05

선진 직업교육시스템 구축이 청년문제 해결 실마리 된다

청년실업문제 청정(淸淨)국가 오스트리아는 일하지 않으면 각종 사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청년 스스로 일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체계적인 기술교육과정은 수많은 마이스터(장인)를 양성하고 있다. 법정 의무교육 9학년(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이 끝나면 진학이나 기술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기술교육의 선호도가 더 높다. 기술교육 최종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마이스터에 오르면 대학졸업자들보다 더 대우받는 사회풍토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졸이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판이하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단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바우 건축직업학교(BAU Akademie Lehrbauhof Salzburg)를 방문해 기술교육 과정을 취재했다. 밝은 표정으로 현장실습교육을 받는 이곳 학생들을 보면서 머리를 싸매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새벽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엽기까지 했다.오스트리아 학생 70%, 대학 대신 직업교육 선택잘츠부르크 바우 건축직업학교 연방·州정부서 지원재학생에 수당 지급… 자격증 취득때마다 올려 받아직업훈련중 적성 맞지 않거나 다른 일 하고 싶다면공공고용서비스 AMS 통해 타 분야로 이동 가능다양한 고용서비스 원스톱 제공, 취업률 90% 넘어□ 대학진학보다 기술교육 선호오스트리아 직업교육 시스템은 유럽연합국가 중에서도 본보기로 삼는다. 단순 실습교육이 아닌 기업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산업현장의 인력 미스매치를 줄이고 있다. 기술이론교육 역시 교과과정을 세분화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고, 교육자가 필요한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대학진학률이 70.8%(2015년 기준)에 이르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오스트리아는 70%가량이 직업교육을 받는다. 더 큰 테두리인 유럽연합 차원으로는 절반가량이 직업교육을 받는다. 유럽연합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청년실업문제가 대두하자 직업교육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젊은 인재들이 일찍부터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을 갖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이 때문에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선진화된 직업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유로스타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취업교육률은 체코가 73%로 가장 높았으며, 크로아티아(71%), 오스트리아·핀란드(각 70%), 슬로바키아(69%), 슬로베니아(67%), 네덜란드(66%) 등의 국가가 뒤를 이었다.학생들도 직업학교를 선호한다. 직업학교에는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어서 기술을 배우는 학생부터 기업의 오너가 되려는 학생까지 다양한 꿈들이 자라고 있었다. □ 마이스터 양성소 바우 건축직업학교잘츠부르크 교외에 있는 바우 건축직업학교는 건설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이 학교는 건설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운영되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교장을 비롯한 12명의 교사가 근무한다. 시간제 강사 5명도 교육을 돕고 있으며, 연간 150명 전문가가 특강을 벌인다. 학교는 연간 200만 유로 예산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의 직업교육 비용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지원한다. 학생들은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매월 일정한 비용의 수당도 받는다. 이 수당은 단계별 자격증을 취득할 때마다 높아진다. 재교육을 받는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건축직업학교는 목공, 타일, 벽돌 쌓기, 땅 다지기, 건설장비 운용 등의 기술을 교육해 다양한 분야의 장인양성을 목표로 한다. 모든 건설분야에 필요한 안전교육은 물론, 기업경영이나 건설법,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 등 현장과 관련된 이론 교육도 이뤄진다. 교육기간은 3년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첫 과정은 15세부터 시작한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합격하면 18세에 전문인력으로 인정받는다. 전문인력이 되면 선임기술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이어 정식기술자에 도전한다. 최종 목표인 마이스터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기업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통과한다면 또래 대학졸업자들보다 급여수준도 높고, 사회적으로도 더 인정받는다.바우 건축직업학교 입학생 55% 이상은 마이스터 과정을 밟는다.올해 입학해 첫 현장교육 과정을 받는 도미닉(15) 군은 “딱딱한 교실보다는 활발한 현장이 좋고, 집을 짓는 일에 매력을 느껴 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건설자가 꿈이기 때문에 일단 벽돌 쌓기 분야 장인이 되고, 또 다른 분야도 배울 계획”이라고 말했다.산림관련 기술교육을 마치고 취업했다가 건축기술 재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마티아스(22)씨는 “대학에 진학하면 단순히 이론교육만 받고 학위 밖에 딸 수 없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유리하다”면서 “일 때문에 노르웨이도 다녀와 봤지만, 오스트리아의 직업교육과 지원정책이 좋아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 수준 높은 공공고용서비스(AMS:Arbeits Markt Service)오스트리아에는 건축 분야 외에도 미용과 제빵, 전기, 자동차수리,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학교가 있다. 바우 건축직업학교는 물론 모든 학교들이 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학생들을 돕는다. 직업훈련을 받다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다른 분야의 일이 하고 싶다면 AMS에 상담 신청을 한 뒤 다른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AMS는 구직자와 구인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일자리를 알선하는데, 수요자에 적합한 다양한 고용서비스를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한다. 우리나라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과 비슷한 장치다. 그러나 취업성과를 기준으로 보면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사회 기본 시스템 등이 전혀 다른 오스트리아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워크넷 취업률은 40%를 밑도는 반면 AMS는 90%를 상회한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적극적인 소통으로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돕고, 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취업을 도운 성과라고 볼 수 있다.요한 필터바흐 교장은 “오스트리아 청년실업률이 낮은 비결은 직업교육시스템과 공공고용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다채롭고 충실한 취업교육은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이는 노동시장의 충성도를 높여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또 그는 “고급 인력이 취업해 기업이 성장하면 국가 경제의 안정성으로 귀결된다. 청년교육이 국가 경제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청년실업 문제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부재가 원인”인터뷰 요한 필터바흐 바우 건축직업학교 교장요한 필터바흐사진 바우 건축직업학교 교장은 우수한 교육 시스템이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실마리가 된다고 강조했다.필터바흐 교장은 “직업학교 교육과정은 6단계로 나눠져 있고 마지막은 현장 소장 개념의 마이스터다. 전문대학을 졸업하면 3단계부터 시작하는데, 이론은 바싹하지만 기술이 없다”면서 “오히려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우리학교 졸업자들이 성장이 빠르고 급여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3천명 정도가 졸업하는데 모두 건축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가 되거나 컴퓨터 전공자가 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 학교는 건축관련 마이스터 과정을 받는 비율이 55%나 되고 전체 학생 중 15%가 마이스터가 된다”고 설명했다.또 그는 “오스트리아는 직업학교 입학비율이 70%에 이르지만, 잘츠부르크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업학교에 입학하는 비율이 45% 정도 된다. 예전과 비교하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자신의 적성을 살려 전문직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이 많아 직업학교 진학률은 매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서 “학교도 전문학교로 학생을 유치하고자 초등학생들을 초대해 직업교육 과정을 설명하는 등 홍보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는 “학교 내에 건설 관련 기술혁신팀과 연구팀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팀을 운영하는 등 기술교육뿐만 아니라 연구활동으로 학교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 학교를 통해 실력 있는 건설분야 전문인력을 많이 배출하고 있어 국가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마이스터를 배출하는 만큼 자부심도 크다”고 자랑스러워 했다.마지막으로 그는 “국가 경쟁력을 키우려면 자라나는 청년들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청년들이 고급인력을 가진 인재로 성장하면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나라 경제가 튼튼해진다. 최근 세계적으로 대두하는 청년실업문제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의 부재가 원인이다”고 평가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1-28

“아낌없는 청년지원 정책이 지역 경쟁력 살려낸다”

연애, 외모관리, 인간관계,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모두 포기한 `N포 세대`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극자본주의(hyper-capitalism) 국가로 불리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청년문제가 실업부터 비롯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돈을 벌지 못하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용절벽이 악화할수록 청년들의 시름은 깊어간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지난 9월 기준 9.4%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심각하다. 실업률을 산정하는 경제활동인구에 학생, 취업·공무원 준비생, 비경제활동인구(취업을 포기한 사람) 등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를 일컫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nning)`을 포함하면 청년실업률이 30%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정적인 사회복지가 정착된 유럽은 어떨까. 최근 여러 유럽국가에서도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지만, 청년지원정책이 우수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단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정부와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을 만나 청년지원정책을 취재했다.□ 잘츠부르크는…오스트리아 주정부 9개 중 하나인 잘츠부르크는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어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베토벤, 하이든 등과 함께 빈 고전파를 대표하는 작곡가 모차르트의 고향이기도 하다. 1965년 개봉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촬영지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영화팬이 찾고 있다. 이곳의 인구는 약 54만명이지만, 연간 숙박 관광객만 무려 100만명이 넘는 오스트리아 대표 관광지다. 잘츠부르크 도심으로 들어서면 트램웨이(Tramway)와 비슷한 유선 전기버스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전기버스와 연결되는 전깃줄이 건물 사이사이에 거미줄처럼 얽혀 장관을 이룬다. 오래된 건물과 전기버스라는 신구 조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이다.잘츠부르크는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산업구조다. 레드불 등 대기업으로 불리는 업체도 있지만, 극소수다. 엘리베이터 부품이나 자동차 엔진 부품 등 정밀공업이 우수해 가장 많은 수출을 하고 있으며, 건축산업과 나무산업도 발달했다. 최근 잘츠부르크 청년들이 많이 취업하고 성장하는 분야는 멀티미디어, 창의산업 등이다. 오스트리아 전체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5.9%를 기록, 잘츠부르크는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실업률은 따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전체 실업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정부는 판단하고 있다.15년전부터 교육지원금 `빌둥셰이크` 자체 도입구직·재교육 원하는 청년 연간 5천명 혜택 받아대학생·소수민족 어학지원금 등 교육비 지원 다양100가지 넘는 마이스터 자격시험도 적극 지원우수한 청년지원 정책들, 실업률 낮추고 경제활성화 효과인력양성으로 지역기업 키우고 주정부 재정도 살 찌워□ `청년문제 청정국가` 오스트리아 지원 정책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주정부 9개 중 하나로 오스트리아 연방정부의 정책을 따른다. 더 큰 테두리로는 유럽연합의 관리를 받는다. 잘츠부르크 주정부가 단독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한정적이지만 주거·건축 관련 지원금과 교육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오스트리아는 가족형편과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19세까지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족지원금(아동수당)을 지원하는데, 아동 1인당 나이에 따라 연간 최소 147만8천원에서 최대 202만9천원까지 받을 수 있다. 자취를 하며 대학을 다니거나 부모가 일찍 사망한 경우, 4년 이상 단독세대로 직업활동을 했을 때에는 월 최대 84만5천원을 받을 수 있다. 일반 대학생들은 월 59만5천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가족지원금는 별도로 양육수당을 받는다. 아이 1명당 14만원 수준이다.각종 지원금을 받으려면 대학입학 후 학점 등을 제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교육지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뛰어난 부분이다. 잘츠부르크는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외에도 별도로 세금을 부과해 재원을 직접 마련, 젊은 세대들이 집을 사거나 지을 때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주택지원금도 연방정부 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된다. 미혼모·미혼부를 비롯해 신혼부부, 아이가 많은 가정일 경우 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태양열 발전 등 친환경에너지를 이용한 주택은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주택지원금 재원은 주민들로부터 급여의 일정 비율을 주택건축을 위한 부담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슈테판 마이어 잘츠부르크 주정부 대변인은 “잘츠부르크는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청년취업을 유도하는 다양한 지원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주정부도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항상 고민하고 실현하고 있다”면서 “지역 청년들이 느끼는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도 각종 설문을 통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애향심도 강하다”고 강조했다.□ 잘츠부르크 주정부 차원 교육지원금 `빌둥셰이크`유럽연합 국가들은 대부분 청년에게 현금을 지급한다. 각 국가가 정한 연령까지 재산이나 소득 여부와 관계 없이 양육수당을 지원한다. 교육도 대부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대학진학보다는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청년들은 자격취득교육지원법의 지원을 받는다. 특히 잘츠부르크는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빌둥셰이크`라는 교육지원금을 지원한다. 이 제도는 잘츠부르크 주정부가 15년 전 자체적으로 도입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재교육(보수교육)을 원하는 사람 등 누구나 자격취득을 하고 싶다면 지원할 수 있다. 주정부는 연간 5천여명을 선정해 교육비를 지원하는데, 이는 대학생 지원금이나 기존 실업교육과 관련한 지원금 정책과는 별도로 운영된다. 이와는 반대로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직장인도 대학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준다. 외국인노동자나 소수민족 출신이 독일어를 배우도록 지원하는 `독일어 어학 지원금`도 있다. 화물자동차 운전 자격시험을 비롯한 일반기술에도 교육비를 지원한다.2년 전부터는 마이스터(장인) 자격시험도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값비싼 가격 때문에 서민들이 장인 자격취득에 어려움을 겪자 지원정책을 손본 것. 오스트리아는 기술이 필요한 개인 사업을 하려면 무조건 마이스터 자격증이 필요하다. 열쇠 수리공도 자격증이 없으면 할 수 없고, 회사 사장이 되려면 직종과 관련한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장인 자격증 종류만도 100가지가 넘는다.▲ 크리스티안 잘러트마이어 잘츠부르크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이 공동기획취재단에게 청년지원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장인 자격시험 지원은 교육비용 50% 제공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으면 제도를 악용해 취미로 교육을 받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4년을 기준으로 1인당 최대 900유로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20살이 지나도록 직업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던 사람과 50세 이상은 1천250유로까지 받을 수 있다. 시험 응시료는 이와는 별도로 2천유로까지 지원된다.연간 주정부 교육지원금 총 예산은 250만유로 정도다. 지난해 교육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19세 이하 125명, 19~45세 3천470명, 45세 이상 382명 등 총 5천명으로 나타났다. 잘츠부르크 주민 약 1%가 매년 혜택을 보는 셈이다.잘츠부르크 주정부 관계자는 청년들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정책이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크리스티안 잘러트마이어 경제관광자치행정국 과장은 “지난 15년간 교육지원금을 지원했는데, 매년 주민 1%가 교육지원금을 받았으니 현재까지 인구 15%가 혜택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또 “지역 기업들이 장인 자격증을 가진 인력이 필요하고 선호하는데, 이를 주정부가 지원해 좋은 인력을 양성하면 지역에 더 많은 기업체가 들어올 것이고,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면서 “기업이 활성화되면 지역 경제도 함께 좋아지고 장인 자격증을 소지한 고급 인력들은 더 많은 월급을 받아 다시 세금을 내기 때문에 주정부 재정으로 다시 순환된다”고 설명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1-21

“기본소득네트워크 도입이 청년실업 돌파구 될 수 있어”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혼동하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태어난 나라로,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아내 프란체스카 도너(Francesca Donner)도 그 출신이다.유럽 대륙 중앙에 있는 이 나라는 중도통합형 복지국가로 영미식 신자유주의나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보다는 실용적인 복지국가 모델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세계 18위를 기록하는 등 소득수준이 높다. 국가 실업률은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기획단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과 잘츠부르크를 찾아 기본소득네트워크와 선진 청년 지원정책을 취재했다.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소득 보장 주장부자·상위 10% 계층 증세로 재원 마련2006년 시작 2018년 국회에 시민청원 목표현재 유럽 전역 25개 네트워크가 운영오스트리아사회주의청년연맹 실업 최소화 운동기업에 총매출액 대비 세금 부과 세원 확보주 30시간 노동 단축은 질병·의료비 감소더 많은 일자리 더많은 사람에 제공 가능□중도통합형 복지국가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황제의 나라로 서구의 변방과 동서의 교차로에 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Vienna)은 19세기 말 유럽 최고의 도시로 꼽혔다. 인근 유럽 국가들보다 자유주의와 산업화, 민주화가 늦게 진행됐고, 현재까지도 엘리트주의적 정치문화가 남아 있다. 아돌프 히틀러가 태어난 나라로, 세계대전 가해 세력으로 분류돼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의 분할 신탁통치를 거쳤다.자본주의체제와 사회주의체제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중립을 선택했으며, 화해와 타협, 조정과 중재, 점진주의와 실용주의, 융합과 재창조 등을 모형으로 한다.중도통합형 복지국가인 오스트리아는 개인 소득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걷는다. 이는 가족지원금, 취학아동 양육수당, 실업수당, 출산수당, 연금 등 복지재원으로 사용된다. 일반 의료비가 무료이며, 25세까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특히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성인에게도 직업교육지원금을 지급한다.□기본소득 붐(boom) 이뤄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유럽국가에서는 국가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매월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는 기본소득보장 운동이 활발하다.클라우스 삼보(79)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은 “기본소득 도입이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는 2006년 공식 출범했다.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한 홍보물을 만들어 배부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5천여명으로부터 도입찬성 서명을 받아냈다. 오는 2018년 오스트리아 국회에 기본소득 도입 시민청원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으로는 7개 이상의 나라에서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유럽연합의회에 청원하고 2020년 도입을 목표로 한다.지난 2014년 1차 청원 운동을 진행했으나, 6개국에서 30만명의 서명을 받는데 머물러, 청원에 실패했다. 이후 꾸준한 활동으로 기본소득 운동을 확산했고, 현재는 유럽 전역에 25개 기본소득네트워크가 운영돼 전망을 밝히고 있다.기본소득네트워크는 기복소득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 보장 △보편적인 기본소득 보장 △개인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 보장 △최소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기본소득 보장 등 4가지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가장 큰 걸림돌이 재원 마련이다. 그들은 부자증세로 국가 양극화 현상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위 10% 계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 클라우스 삼보(79)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클라우스 삼보 회장은 “청년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공부하고,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려면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상위층이 누리는 혜택이 분산되는 것이 청년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그는 “지난 5월 비엔나대학교 경제학과 학생을 상대로 기본소득 관련 특강을 했는데, 2천여명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며 “6월에도 전국 40개 지역에서 천여명의 청년들이 기존 정치에 불만을 느끼고 주거와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한편, 독일에서는 기본소득 캠페인으로 `마인 그룬트아인콤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54명에게 1년간 월 1천 유로(약 128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오스트리아 청년들이 말하는 `청년문제`오스트리아 사회주의청년연맹 율리아 헤르(23·여) 의장과 돌란트 플락히(23) 대변인은 낮은 최저임금, 비싼 집값, 난민 문제 등을 청년 삶의 어려움으로 꼽았다.사회주의청년연맹은 현재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 산하 청년조직으로 120년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16~22세 청년 7만여명이 가입해 활동한다. 연맹은 사민당의 산하 조직이지만 그들의 정책과 입장이 다를 때는 철저히 반대의견을 내기도 하는 독립된 조직이다.오스트리아 청년실업률은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그들은 실업률을 더 줄이고자 다양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연맹이 추진하는 청년문제해결을 위한 운동은 `가치창출 부담금`과 `주당 30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 도입이다.`가치창출 부담금`은 집권당이 추진 중인 정책으로 가치가 창출되는 곳에서 세금을 내게 하는 재원확보 방안이다.율리아 헤르 의장은 “소수 고용주가 대부분의 일자리를 쥐고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오스트리아의 세율이 높다 보니 회사나 주거지를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곳으로 옮긴다”고 실태를 지적했다.이어 “재원을 허투루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가치창출 부담금`을 도입해 기업 총매출액(순수익) 대비 일정액을 세금으로 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오스트리아에선 현재 법적 노동시간이 주당 40시간, 산업별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단체협약상으로는 주당 38.6시간이지만, 잔업이 많아서 통상 법적 노동시간을 웃돌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높고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연맹의 주장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스트레스도 줄고 질병이 적어져 오히려 의료비 등 복지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또 일자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실업률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연맹은 여성과 남성 간 임금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그는 “오스트리아는 일자리가 적은 건 아니지만, 급여 등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하는 것이 청년들의 고민”이라며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를 느끼는 청년들이 직접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연구해 국가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2016-11-14

연애·취업·인간관계·결혼·출산까지 포기 위기의 `N포 세대`에 희망을…

최근 우리나라 청년들은 스스로를 `헬 조선(지옥 같은 한국 사회)`이라는 단어 아래 가둬놓고 희망과 꿈을 포기한 안타까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연애, 취업, 외모관리, 인간관계,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모두 포기한 `N포 세대` 세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4%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당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던 외환위기 시절임을 생각하면 현재 청년실업률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정부는 매년 약 2조원을 청년실업 대책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일자리 정책은 청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지 못하는 실정이다. 본지는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했다. 세계적으로 청년지원정책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2개국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청년정책 방향을 5회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청년실업률 지난 9월기준 9.4%10명 중 1명은 `백수`인 셈학생·취준생·취포생 등 포함하면체감 청년실업은 30~40%에 이르러OECD 회원국 중 한국 등 5개국 상승세청년문제 해결 시동 건 경북도올 1월 전국 최초 `청년취업과` 신설`1사-1청년 더 채용하기` 프로젝트도 가동청년일자리 창출 성과 속속 이어져도서관·편의점이 전부인 공시생 4년차알바 편의점서 쪽잠 자며 시험준비`인생역전`은 공무원 임용 뿐이던가…#새벽 4시.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해장 음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멈추는 시간이다. 포항 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인 이호진(29·가명)씨는 이 시간이 좋다.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4년째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그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쓸 면목이 없어서다.학사모를 쓰고 기뻐했던 기억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의 첫 일과는 직장이 아닌 도서관 출근이다. 두꺼운 책을 뒤적이다 어둠이 내리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편의점 계산대를 베개 삼아 쪽잠을 자기도 한다. 그가 누울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지만,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낸다. 취업문이 바늘구멍보다 좁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 역전`을 위한 돌파구는 공무원 임용뿐이라는 일념으로 오늘도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중졸 출신인 일명 `흙수저` 20대 청년 어린 나이부터 건설현장 일용직 전전햇빛 그리운 쪽방 벗어날 날은 언제…#김정훈(27·가명)씨는 가난이 싫다. 그는 요즘 흔히 말하는 `흙수저`이다. 홀로 가계를 담당하는 어머니의 부담을 덜고자 고등교육도 마치지 못했다.어린 나이부터 일용직 근로자로 건설현장을 전전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삭신이 쑤신다.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싶지만, `중졸`이라는 이유로 서류지원도 쉽지 않다. 국가가 지원하는 직업교육도 쉽게 받을 수 없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생활도 8년. 아무리 발버둥쳐도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 일거리가 줄면서 기본적인 생활도 어렵다. 그는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쪽방 월세를 걱정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헬조선` 외친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우리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같이 규정하고 있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는 그에게 다른 나라 얘기다.■ 우리나라 청년실업 현주소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매달 고용지표를 발표할 때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다. 지난 9월 기준 9.4%를 기록, 대략 10명 중 1명은 `백수`인 셈이다.그러나 청년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청년실업은 이보다 훨씬 가혹하다. 실업률을 산정하는 경제활동인구에 학생, 취업·공무원 준비생, 비경제활동인구(취업을 포기한 사람) 등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청년실업률이 30~40%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다.니트(NEET)족 증가도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니트족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ning`의 약자로 정규교육을 받지도 않고, 노동시장에서도 제외되어 있으며,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층을 의미한다.2014년 한 조사에서는 청년층(만 15~29세) 950만명 중 취업자와, 학생을 제외한 니트족은 163만명(17.2%)이라고 집계된 바 있다. 특히 니트족은 수입창출이 불가능해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잠재실업률 상승 때문에 국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각종 일탈행위의 잠재요인으로까지 분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적 문제 `청년실업`청년실업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지난해 평균 청년실업률도 11.6%를 기록했다.국가별로는 그리스가 41.3%로 가장 높았고, 스페인(36.7%), 이탈리아(29.9%), 포르투갈(22.8%), 프랑스 (18.9%) 등이 뒤를 이었다.반면 일본은 5.3%를 기록하며 가장 낮았고, 독일(6.5%), 아이슬란드(7.0%), 스위스(7.1%), 멕시코(7.7%), 노르웨이(8.2%), 오스트리아(8.4%), 미국(9.1%) 등도 한국보다 낮은 편에 속했다. 청년 실업률이 상승 추이를 보이는 회원국은 우리나라(0.2%p)를 비롯해 핀란드(1.8%p), 노르웨이(1.5%p), 터키(0.5%p), 네덜란드(0.3%p) 등 5개 나라다.나머지 29개 회원국은 청년 실업률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하락했다. 청년실업률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국가는 아일랜드(-3.9%p), 슬로바키아(-3.7%p), 그리스(-3.7%p), 스페인(-3.0%p) 등으로 집계됐다.■ 경북도 청년실업문제 해결 `집중`경북지역 청년실업률은 6월 기준 9.61%로, 일반실업률 3.21%보다 6.4%p 높다. 포항 철강산업과 구미 전자·전기사업 등도 어려움을 겪으며 청년들의 취업길은 더 험난해졌다.지역 인재 유출현상까지 가속화하면서 청년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올해 신도청 시대를 맞은 경북도의 청년 정책은 슬로건 하나로 집약된다. 바로 `경북청년! 일·취·월·장`이다. `일찍 취직해 월급 받아 장가(시집) 가서 부모님께 효도하자`는 내용으로, 청년일자리 1만2천개를 창출하고 이와 동시에 청년 고용률 45%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특히 도는 청년실업문제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1월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과`를 신설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청년취업 문제를 노동시장 원리에 맡겨 두기에는 사회적 시급성이 절박하고, 기업과 사회의 동반성장 측면에서 청년고용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숨어 있는 일자리를 찾아내는 데 주력한다는 복안이다.이는 다른 정책보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김관용 경북지사의 신념에서 시작됐다.`1사(社)-1청년 더 채용하기`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도는 올해 3월 7일 상공인, 대학, 경제·노동단체, 지자체 등의 대표와 도민들이 모여 청년일자리 늘리기 범도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청년 구직자와 도내 우수기업의 연결에 도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자는 활성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각 기관의 대표들과도 경북도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를 별도로 발족해 청년일자리 확충을 위한 장·단기 계획 수립과 정책 개발 자문의 시간을 자주 갖는 등 청년취업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도의 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까지 취업자 145만6천명, 고용률 63.7%를 기록했다.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중 제주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실적이다. 청년 실업률(9.61%)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6-11-07

천혜의 바다자원 활용, 체험·참여관광 개발에 `선택과 집중`

본지는 지난 4회에 걸쳐 영국 브라이튼, 전라남도 여수 등의 사례와 포항시 현재 해양관광 실태·향후 방향 등을 살펴봤다. 포항이 철강이라는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은 자명하며, 새로운 먹을거리인 관광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마지막회에서는 포항이 해양관광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도시로 탄생하기 위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본다.두호마리나항 등 해양시설 조성 힘싣고해양레저·스포츠분야 전문인력 양성숙박·부대시설 등 인프라 구축 나서야외곽지역 해안가 리조트·콘도 건설 등시설 분산 추진으로 균형개발 추구청년부터 중장년까지 全세대 아우르는쇼핑 환경 구축도 중요 과제로호응도 높은 내실있는 축제 개발 절실시민 참여의식 강화도 반드시 필요□ 브라이튼과 여수앞서 살펴본 영국 브라이튼과 전라남도 여수는 두 도시가 지닌 천혜의 자연여건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해양관광 도시로의 기회를 잘 살린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이튼은 휴양지로의 인기가 식으며 침체됐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안 개발을 시도, 쇠퇴하는 지역을 되살리고자 예술과 문화가 있는 휴양지로 탈바꿈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각종 문화 축제, 공연 등이 연중 내내 펼쳐지며 관객이나 여행객이 먼저 찾아오는 도시가 됐고, 여기에 각종 콘퍼런스 유치 활동으로 방문자를 유도해 경제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인구가 약 16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 항상 외부에서 온 방문객이 넘쳐나는 것은 브라이튼만의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영향이 있겠지만 여기에 더해진 문화·예술 등의 콘텐츠가 핵심이 된 것이다. 아울러 이처럼 유입되는 방문객을 머물게 하기 위한 충분한 숙박, 쇼핑 등의 인프라도 충분히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였던 브라이튼은 더 많은 관광객 확대 목표를 이루고자 앞으로도 편의시설 확충에 더욱 주목하기로 했다. 여수시의 경우 무엇보다 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가 도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개최 당시 800만이상의 방문객이 여수를 찾았으며 박람회가 종료된 후에도 연평균 1천명이상이 찾는 국내 최고의 관광도시가 됐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여수에서 박람회가 열렸기 때문이 아니라, 여수시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양관련 기구·기관 유치와 더불어 새로운 관광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은 까닭이다. 또한 관광객을 수용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도 힘을 기울였고 일회성 방문이 아닌 다시 찾고 싶은 도시를 위해 해양레저·스포츠 분야와 먹을거리, 놀거리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많은 섬과 아름다운 바다, 야경으로만 유명한 장소를 넘어 `즐길 수 있고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탄생할 수 있도록 기울인 노력의 결실을 얻고 있는 것이다.□ 체험·체류형 관광 위한 준비를포항시는 현재 `철강`이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된 산업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철강경기침체와 후발국가의 추격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지역 곳곳에는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실정이다.앞으로 포항시가 극복해나가야 할 여러 대안 중 하나는 지금처럼 제조업 위주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며 수많은 전문가는 포항의 `산업다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다변화를 위한 여러 해결책 중 한가지가 바로 `해양관광의 활성화`로 꼽힌다. 최근 관광의 추세는 유명장소나 관광지를 들러서 살펴보는 단순한 관광에서 직접 경험해 보는 체험관광, 참여관광 위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 역시 바다와 같은 자원을 활용한 체험, 참여관광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포항은 동해안의 아름다운 해안과 역사적 의미가 있는 상징들, 영일대 해상누각과 죽도시장, 포항운하, 호미곶 등 각종 유명 관광요소는 충분히 갖추고 있으나 체험 요소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여수의 경우 해양레저스포츠 참여인구 증가에 발맞춘 관련 분야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수시는 해양레저스포츠 타운 및 돌산해양낚시공원, 마리나항 조성과 단체 관광객을 목표로 한 무료 해양레포츠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여름마다 방문객 증가 효과를 누리고 있다. 포항시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걸 맞게 현재 추진단계에 놓여 있는 두호 마리나항 등 각종 해양시설 조성이 지지부진하지 않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해양레포츠 프로그램 확대 운영 및 전국 홍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해양레저·스포츠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 양성도 필수다. 지역 내 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육에 대한 투자를 연계해 마리나 등 해양시설 완공 이후 크루즈·요트산업 등에 종사할 수 있는 인재를 준비하는 과정도 서둘러야 한다.□ 관광 인프라 확충 시급한편, 위에 언급한 대로 체험·체류형관광 조성을 위해서는 숙박이나 부대 편의시설에 대한 관련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우선 관광산업에 필요한 호텔, 리조트, 도로, 대중교통 등 인프라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 포항의 관광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역시 호텔 부족 등 숙박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스포츠 대회나 이벤트 등으로 포항을 찾은 단체 관광객이 머물 곳이 없어 경주나 영덕 등 인근의 도시로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는 이미 해마다 반복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포항에는 중국 투자 기업을 유치해 환호공원 안에 5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등 각종 계획이 있지만, 영일대해수욕장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된 상태이며, 포항 외곽지역 해안가에도 대형 리조트나 콘도 등의 시설을 분산해 균형 있는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또한 내·외국인들이 관광·쇼핑하기 편한 여건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잦은 만큼, 시에서는 전통시장과 더불어 공생할 수 있는 쇼핑환경을 구축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위주의 시장보다는 청년에서부터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쇼핑 환경도 구축돼야 할 것이다.□ 전문기관·축제·시민의식 강화해야브라이튼의 공식 관광기구 `비짓브라이튼(VisitBrighton)`은 단순한 지자체의 행정부서가 아닌 마케팅과 이벤트 유치,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정적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브라이튼을 하나의 `회사`혹은 `상품`으로 전제해 도시 홍보를 하는데 최적화돼 있으며 10년 이상 종사한 전문가들이 영국뿐만 아닌 인근 유럽 등의 관광 추세를 분석하고 새로운 잠재적인 고객확보를 위해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등 활약을 펼치고 있다. 포항 역시 관광 분야의 전문가를 확보하고 충분한 경험을 쌓아 오래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같은 부서나 기관에서 근무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물론 내년부터 국제통상·세제·재난·안전 등 공직사회 내에서 전문성이 필요할 경우 부서를 옮기지 않고 한 분야에서만 평생 근무하는 `전문직 공무원` 제도가 처음 도입된다. 그러나 일부 부처와 특정 직급으로 시범시행됨에 따라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순환보직제의 단점을 줄이고자 불필요한 관련 부서개편을 줄이고 최소한의 근무기간을 보장하는 등 행정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이와 함께 내실있는 축제 개발과 함께 관광분야에 대한 시민의식의 강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지역 축제나 각종 문화활동 등에 대해 시민의 참여도를 높일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포항엔 연중 내내 다양한 기관 주최로 많은 축제가 열리지만 정작 시를 대표하는 축제 한두 개를 제외하면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역축제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 지역민의 소득이 우선돼야 하며 주민 화합과 더불어 지역홍보 효과도 불러올 수 있어야 하는 점을 명심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민과 상인, 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6-10-31

자연·문화 어우러진 다양한 콘텐츠가 만든 `낭만 여행지`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 中)가을밤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서정적인 노래 가사에 나오는 전라남도의 도시 `여수`는 많은 이들의 낭만을 자극하는 꿈같은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2012년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여수는 국내해양관광에도 새로운 획을 그었고 체험형 관광상품, 교통·숙박시설 등 풍부한 관광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한 해 관광객 1천300만명을 돌파했다. 인구 30만의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국내 최고의 해양관광도시로 자리 잡은 여수. 이 도시가 오늘날의 명품관광지로의 영광을 이룩하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살펴본다.2012년 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로4년째 연 1천만명 방문 `쾌거`예술인거리·버스커 특화마을마리나항·해양레저스포츠타운 등체류형 관광도시 조성 대성공□ 지난해 1천300만 관광객 달성`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이란 주제로 지난 2012년 여수에서 열렸던 세계박람회는 여수시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했다. 개최 당시 800만이상의 방문객이 여수를 찾았고, 박람회 유치로 인한 경제적 기대효과는 전국적으로 약 12조 2천억원의 생산, 약 5조 7천억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해양관련 기구·기관 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였으며 청소년해양교육원 및 복합해양센터 건립 등 박람회장을 해양 문화·학술·스포츠 메카로 육성하는데도 힘을 쏟았다. 이에 박람회 종료 후 4년째 평균 1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됐으며 지난해는 1천300만명이 여수를 방문하는 쾌거를 이뤘다.□ 문화기반시설 구축 등 다각도의 노력흔히 `여수`하면 아름다운 바다, 야경, 섬 등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여수시는 이러한 자연환경에만 의존하면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판단,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우선 문화기반시설 구축을 위해 중앙동·종화동에 예술인거리를 조성하고 버스커 특화마을과 도립미술관 등을 유치했다. 이와 함께 체류형 관광을 늘리고자 생태관광을 개발해 여자만 연안생태 휴양마을 및 갯노을길, 소호해변공원, 백야도 별자리 테마공원, 개도 생태탐방로 등 체험과 휴양의 기능을 하는 다양한 관광지를 조성했다. 또 해양도시에는 풍경 감상 외에 즐길 거리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해안 포장마차촌, 국내 최초 해상 케이블카·해상 시티투어 운영, 여수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거북선유람선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해 주목을 받았다.실제로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여수에는 전체 관광숙박업소가 838곳 9천764실에 이르며,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70곳 1천319실에 이르는 숙박업소 신축 바람이 불고 있다. 여수시는 관광객 증가로 인한 숙박업소 호황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국제 해양레저·스포츠 산업에도 초점여수시는 체류형 관광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해양레저스포츠 참여인구 증가에 발맞춘 관련 분야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호·웅천 등 대규모 마리나항 조성과, 해양레저스포츠 타운(웅천) 및 돌산해양낚시공원 조성 등이 있다. 또한 해양레저스포츠 거점도시 이미지를 굳히고자 전국해양스포츠제전 개최, 전국단위 요트대회 및 비치발리볼대회 유치 등 전국단위 해양레저대회를 꾸준히 개최하는 중이다.이와 더불어 시에서는 딩기요트, 윈드서핑, 카약 등 해양레포츠 체험 프로그램 운영시간을 확대해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광객이 웅천친수공원·박람회장·만성리해수욕장·소호요트경기장을 찾으면 각종 해양레저스포츠 체험을 무료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 이에 여름 휴가철에는 대학생과 중·고등학교 단체 체험 인파가 줄을 잇고 있으며 주말에는 하루 1천명이 넘게 이용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수학여행단·외국인 등 단체관광 유치도여수시는 해외 관광객과 수학여행단 등 단체 관광객 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를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중이다. `K-Travel Bus`는 서울 등 수도권을 주로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의 우수한 관광 및 체험 콘텐츠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버스는 서울을 출발해 여수의 유명 관광지를 등을 돌아본 후 여수에서 하루를 묵는 1박 2일 여정으로 운행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인 맞춤 관광상품,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를 찾는 관광객이 여수에서 하룻밤을 머무를 수 있도록 셔틀버스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아울러 대규모의 크루즈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세계 최대의 크루즈산업박람회에 참가해 여수가 가진 천혜의 자연경관과 15만t급 크루즈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여수항 크루즈부두를 홍보했다. 이는 크루즈선박들이 대개 유럽이나 미주지역에서는 2년 전에, 아시아지역은 1년 전에 기항지를 확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 수학여행객을 맞이하기 위한 관광시책과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학생들이 생생한 현장학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최적의 코스를 준비해 홍보하고 있다. 여기에 호텔, 리조트 등 4천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최고급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전국 초·중·고 학교를 대상으로 집중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해양스포츠=여수` 브랜드 만들기 주력… `아름다운 여수밤바다` 문화콘텐츠도 잘 활용” 김재일 여수시 관광과장-지난해 여수 관광객이 1천300만명을 돌파했는데 비결은.△여수시가 지난해 관광객 1천358만 명을 기록했다. 이런 기록은 서울시와 제주도, 경기도 용인시를 제외하면 중소도시에서는 전례가 없는 놀라운 기록이다.여수 관광의 비결은 천혜의 관광자원과 여수만의 관광 상품 그리고 시민들의 열정이라 생각한다.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 해양레일바이크, 여수밤바다와 낭만 버스킹 공연, 시티 투어버스와 야간 유람선 등 여수만이 가진 관광 상품도 최근 많이 생겼다.-올해 여수 관광객의 유치 상황은 어떤가.△9월 말 기준 여수를 찾은 관광객 수가 1천20만명을 넘었다. 올해도 1천300만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다소 감소 추세이지만, 단체관광보다 가족단위 관광과 섬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관광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주말 숙박업소의 투숙률은 큰 변화가 없다. 가족단위 체험관광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은 관광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여수시에서는 어떤 관광산업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나.△여수의 미래비전은 해양관광에 있다. 하지만 레저스포츠가 결합해야 지속적인 해양관광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해양레저스포츠를 여수관광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시키고 있는데, 우선 웅천에 150선석 요트마리나를 올해 개장한 데 이어 300선석 규모의 정부 거점형 마리나를 건설해서 국내 최대 마리나항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리고 매년 4월부터 9월 말까지 4개 장소에서 스쿠버와 딩기요트, 원드서핑과 카약 등 9개 종목의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다양한 해양스포츠 대회도 개최해 `해양스포츠는 여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여수의 인기 관광 프로그램은.△여수에는 `아름다운 여수밤바다`라는 문화콘텐츠가 있다. 종포 해양공원 앞에 펼쳐진 돌산 섬과 야경, 그 앞을 오가는 야간 해상유람선, 해상케이블카는 여수만이 가진 인기 상품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낭만버스커` 거리 공연이 인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17만여명이 관람했다. 낭만버스커 거리공연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상품으로 해외 홍보도 시작했다. 내년에는 `국제 버스킹 페스티벌`로 확대해 여수를 세계적인 버스킹의 메카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2층 야간 시티투어버스와 해양레일바이크, 올해 개장한 `낭만포장마차`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인기 상품이다.-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여수는 청정바다에서 나는 신선한 해산물로 유명하다. 특히, 게장백반과 서대회무침, 장어탕과 구이, 해산물 삼합과 싱싱한 회는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관광객이 밤바다를 보면서 낭만을 즐기고 술 한 잔을 할 수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여수밤바다 중심 해안가에 `낭만포차`를 마련했다. 수산시장에는 `바이킹 야시장`도 개장했는데 지난 여름휴가철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2016-10-24

마케팅·컨벤션·방문서비스 등 `비짓브라이튼`의 대활약

지난 상편에서는 브라이튼이 유럽에서 손꼽는 해양관광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현재 관광산업의 실태를 짚어봤다. 하편에서는 브라이튼의 공식관광기구인 `비짓브라이튼`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홍보담당관 샬럿 배로우(Charlotte Barrow)씨와의 인터뷰와 함께 브라이튼 시의회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살펴본다.지난 한해 60여개 컨퍼런스·이벤트 행사 성사대리 숙박시설 예약제로 계약 1만개 이루기도해안가 복원·재생 프로젝트 가동, 홍보에도 심혈□ 비짓브라이튼(VisitBrighton)`비짓브라이튼(VisitBrighton)`은 브라이튼호브(행정구역통합)의 공식 관광기구다. 브라이튼이 오늘날의 해양관광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것은 역사적·지리적 장점과 더불어 비짓브라이튼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구는 브라이튼의 홍보를 담당하는 `브라이튼 마케팅` 부서, 컨퍼런스·회합 및 이벤트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도시를 `판매`하는 역할을 하는 `컨벤션`부서, 브라이튼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방문자 서비스` 부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비짓브라이튼은 90개 이상의 신문이나 미디어의 방문을 주도했으며, 이를 통해 760만 파운드를 초과하는 보도자료와 언론 광고 효과를 달성했다.또한 비짓브라이튼을 통해 지난해 브라이튼은 167개의 컨퍼런스와 이벤트 문의를 받았고, 이 중 64개가 성사됐다. 덕분에 4천500만파운드의 경제이익을 생산할 수 있었으며 비짓브라이튼에서 시행 중인 컨퍼런스 대리 숙박시설 예약 제도를 통해서는 총 94만6천파운드 가치를 지닌 1만개의 숙박계약이 이뤄졌다.또한 이 기구는 영국뿐만 아닌 인근 유럽 등의 관광 추세를 분석하고 새로운 잠재적인 고객 확보를 위해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등 `브라이튼`을 하나의 기업처럼 상품화하고 판매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 도시 전체에 걸친 개발 프로젝트브라이튼시의회는 브라이튼의 해안가 시설 인프라에 대한 `복원 및 재생 사업`이 긴급하다고 진단하고, 현재 장기적인 투자 프로그램의 첫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해변 한 가운데에 있는 쉘터홀(Shelter Hall)에 대한 보강공사에 착수했다. 쉘터홀은 과거부터 해일, 폭염 등의 기상악화에 대비한 피난처의 기능을 담당한 건물이다. 하지만 낡고 보수가 필요함에 따라 시의회는 이 건물의 피난처 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상가를 형성해 새로운 형태의 통합 쇼핑·비즈니스센터로 마련할 방침이다. 여기에 브라이튼 마리나 신규 주택 건설과 함께 시 외곽의 개발로 지역 교통 프로젝트를 재정립하는 계획, 오래된 씨 라이프 센터(Sealife Centre) 위의 수족관 테라스 재개발을 통해 일자리와 교육을 포함한 자금 조달 방침, 해안가에 기업을 유치하고자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이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과 도시재생을 목표로 새로운 교육 및 연구 시설을 형성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유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브라이튼은 학생의 숙박 시설 공급을 통해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댄스 스튜디오와 작업 공간 등 예술거리 형성으로 스타트 업 기업 및 예술가, 대기업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 □ 브라이튼의 새 상징 i360브라이튼이 18세기 이후 영국 왕실의 휴양지, 오래된 피어(piers, 교각) 등을 통해 고전적인 느낌의 관광지로 이름을 떨쳐왔다면, 지난 8월 4일 문을 연 전망대 `i360`은 브라이튼의 `새로운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다.브라이튼은 이 전망대를 통해 440개의 정규직 및 부가적인 일자리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른 축제나 행사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높이 약 162m 이르는 이 전망대는 강한 폭풍으로 폐쇄된 `웨스트 피어`가 있던 자리에 건설됐고 브라이튼의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바라볼 수 있는 위치다. 전망대에 함께 설치된 세계 최초의 수직상승 케이블카는 지상 138m까지 올라가며 아름다운 브라이튼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이미 소문을 타고 유럽 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영국항공이 투자해 설치한 i360은 아름다운 바다와 문화유산 등에 그치며 그동안 특별한 상징성은 없었던 브라이튼에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브라이튼 관광기구 `VisitBrighton` 홍보담당 샬럿 배로우연중 즐기는 이벤트·쇼핑·문화 등다양한 분야서 관광객 충족시켜야브라이튼 관광기구 `VisitBrighton` 홍보담당 샬럿 배로우-브라이튼이 오늘날의 관광지로 자리 잡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있었나. 시에서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간단히 설명해달라.△정부가 브라이튼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주도한 역할은 없다. 그러나 `비짓브라이튼`에서는 브라이튼과 호브의 방문객, 특별히 체류하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항상 모색하고 있다. 또한 컨퍼런스 담당부서에서는 컨퍼런스와 비즈니스 회의, 전시 또는 기업의 사회적 기능 부문들을 브라이튼에서 할 수 있도록 기업을 장려해 비즈니스 관광을 증가시키고 있다.-해양관광도시로의 발전을 위해 거쳐온 과정 중 어려운 부분은.△브라이튼은 항상 관광지로 알려졌었으나, 우리가 직면하는 유일한 어려움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브라이튼을 찾을 수 있는지를 홍보하는 문제다. 이와 함께 브라이튼이 단지 여름 한 철만 찾는 곳이 아니라 1년 365일 방문하기에 좋은 곳인지를 인식시키는 일이다.-브라이튼의 주요 관광시설은 어떤 것이 있고 이용객은 점차 늘고 있는지.△우리는 유럽에서 가장 큰 교각 중 하나인 브라이튼피어를 가지고 있으며, 로얄파빌리온과 박물관, 극장, 영국항공의 전망대 i360 등이 있다. 특히 지난 8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이 전망대는 2017년에 `세계에서 가장 높고 날씬한 타워`로 기네스북에 등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브라이튼은 1천50만명이 방문했다. 이 수치는 850만명이 찾아왔던 지난 2010년보다 많이 증가한 것이다.-각종 축제도 많이 열리는 것 같은데, 지역 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되나.△브라이튼에서는 모든 분야의 축제가 열린다. 예술, 음악, 코미디, 사진, 문학, 디지털, 음식·음료, 문신, LGBT(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맥주, 고추, 자동차, 스포츠 등 무슨 축제든 항상 열린다. 비짓브라이튼의 담당부서는 브라이튼에서 열고자 하는 모든 축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축제가 더 많은 방문객 유치 효과가 있으므로 경제효과도 당연히 따라온다. 지역의 가장 큰 축제인 `브라이튼 프라이드(Brighton Pride)`는 지역 경제에 1천300만파운드(약 184억원)의 수익을 벌어다 주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올해 혹은 몇 년 사이 브라이튼의 발전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많은 개발 계획이 있다. 현재 해안 산책로 개선을 위해 진행 중인 사업이 있으며 오는 2018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여기에 브라이튼 해안 개발 사업 및 도시 구석구석의 발달을 위한 많은 계획이 논의 중이다. 하지만 검토중인 단계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해양관광도시로의 새로운 꿈을 키우는 포항시를 위해 조언하고 싶은 것은.△브라이튼에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축제나 이벤트들이다. 만약 포항시에서도 지금보다 다양한 이벤트를 장려할 수 있다면, 해양관광도시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포항에 방문자들이 쉽게 올 수 있도록 접근성도 고려해야 하며, 지역 내 주요 관광지에 대한 교통 여건 개선 등도 필요하다. 아울러 `바다`라는 자연환경이 브라이튼에게 좋은 관광상품이긴 하지만, 우리 시에서는 바다가 브라이튼의 전부라고 인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는 단지 브라이튼이 따뜻하고 햇볕 좋은 여름 한 철에 찾기 좋은 관광지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포항시도 단순히 `바다`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연중의 다양한 이벤트와 쇼핑, 문화 등 관광객을 다양한 분야에서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6-10-17

작은 해변도시에서 `바닷가의 런던`으로 화려한 변신

브라이튼(Brighton)은 오랜 역사를 지닌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해양 관광도시이다. 과거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 도시는 18세기부터 차츰 휴양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국 남부 해안가의 작은 도시인 브라이튼은 `바닷가의 런던`이라고 불리며 현재 최고의 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여름마다 유럽 여행객들이 넘쳐나고 사계절 내내 지역 명소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연중 큰 해양 이벤트와 각종 축제 등도 마련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본지는 2회에 걸쳐 브라이튼의 발전 과정과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기까지 어떠한 노력이 있었는지 소개해 본다.1759년 웨일즈왕 왕궁 `로얄 파빌리온` 지으며 귀족 휴양 관광지로 급성장1806년 극장 `로얄` 건립 ·호텔·철도 개통으로 연간 방문객 25만 러시20세기 들어 제1,2차 세계대전 등으로 휴양지 기능 상실하며 내리막2000년 문화·예술 분야 활성화로 영국에서 가장 세련된 해변 중 하나로 재도약해마다 열리는 브라이튼 페스티벌·브라이튼 프린지, 연극·무용·콘서트 등 풍성한 축제매년 800만명 이상 관람객 방문 관광지출 5천700억원 발생□ 외딴 어촌마을이 영국 여왕의 휴양지로브라이튼은 런던에서 기차로 약 50분, 버스로는 2시간가량이 소요되는 가까운 위치의 작은 해변 도시다. 이 도시에서의 본격적인 관광은 지난 1759년 의사였던 `리처드 러셀`이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해수욕과 바닷물을 마시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한 해수치료법을 주장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유래된다. 당시 영국 귀족들은 수영을 즐기고자 브라이튼 해변으로 몰려들었다.이후 1783년에 웨일즈의 왕(후에 황세자가 되고 조지 4세 왕이 된다)의 방문으로 브라이튼시의 운명이 바뀌었다. 그는 처음엔 작은 농가를 임대해 지내다가 결국은 소유지를 구매해 그 자리에 헨리 홀랜드에 의해 디자인된 고전주의 양식의 첫 번째 궁전 `로얄 파빌리온`(오늘날 로얄 파빌리온은 존 내쉬에 의해 디자인되고 오리지널 건물을 중심으로 지어진 것) 을 지었다. 이에 브라이튼은 사람들을 모으며 더욱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조지 4세는 브라이튼을 왕실의 거주지로 삼았으나 이후 빅토리아 여왕의 취향에 맞지 않아 그녀는 이곳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이후 관광지로 본격적으로 개발되며 극장 `로얄`이 1806년에 로얄 파빌리온 맞은 편에 지어졌다. 이어 지역 내 유명 호텔도 들어서기 시작했다.또한 지난 1841년에는 런던과 브라이튼을 이어주는 철도가 생겨 이후 수많은 당일치기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곳이 됐다. 이어 1860년 브라이튼은 1년에 기차를 타고 찾아오는 방문자의 수가 25만명에 다다랐다. 철도는 또한 중공업의 발전을 이룩했고 기관차 관련업무는 마을에 일자리를 창출했다.이와 함께 브라이튼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인 `피어(piers, 교각)`도 지어졌다. 오늘날 브라이튼에는 브라이튼 피어와 웨스트 피어가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세 개의 피어가 있었다. 영국 제도에서 첫 번째로 특수제작된 유흥지 피어가 브라이튼에 지어졌었고, 이는 1823년에 선보인 로얄 서스펜션 체인 피어다. 그러나 1896년 강풍에 의해 파괴된 바 있다.지난 1970년 강한 폭풍으로 웨스트 피어 역시 심하게 손상돼 결국 1975년에 폐쇄됐다. 하지만 이 장소에 돛대 모양의 관망대인 `i360`이 지난 8월 새롭게 문을 열었고, 캐나다 토론토의 CN타워처럼 i360도 브라이튼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이와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큰 교각인 브라이튼 피어는 식당과 유흥시설, 놀이기구 등을 도입해 현재는 매해 3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 휴양지로서의 영광-몰락-재기20세기에 들어서자 영국 조간신문 데일리메일(Daily mail)이 브라이튼을 `비진취적이며 매력적이지 않고 구식이 된 휴양지`라고 주장할 만큼 관광지로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영국의 세계 1, 2차 세계대전 참전 등으로 휴양지의 기능이 어려워졌던 브라이튼은 1950년대 중반부터 피쉬앤 칩스, 유리구슬점 등으로 다시 인기를 조금씩 회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980년대에는 레저를 즐길만한 관광지로의 가치가 떨어졌고 다행히 1977년 브라이튼 센터의 개통이 이 도시를 국제적인 회의 장소로 만들어 놓았다. 남쪽 해안의 첫 번째 컨퍼런스 센터 중 하나인 브라이튼 센터는 대규모의 정당 컨퍼런스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어 지난 2000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브라이튼과 인근의 호브(Hove) 지역을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했다. 이후 시에서는 새로운 해안 개발을 시도하며 쇠퇴하는 지역을 되살리고자 노력했고, 새로 만들어진 예술가의 분기, 클럽, 바, 식당들은 지역을 활성화하며 영국에서 가장 세련된 해변들 중의 하나로 돌아오게 했다.또한 브라이튼의 관광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시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7년 6월 브라이튼의 극장 `로얄`은 200주년을 기념했다. 오늘날 이곳은 예술가들과 극장 관람객들에 의해 높이 평가되며 많은 유명한 웨스트 앤드 런던 작품들을 초연해왔다. 고전연극, 무용, 콘서트, 뮤지컬 그리고 서커스에 구색을 갖추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무언극이 이어지고 있다.또한 브라이튼 페스티벌(Brighton Festival)은 잉글랜드에서 가장 큰 이벤트로, 5월 3주간 연극, 무용, 음악, 서커스, 문학 등의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과 어린이 축제 등이 마련된 행사다. 영국과 해외의 혁신적인 예술가와 작품들을 소개하고 제작하고 있다.브라이튼 프린지(Brighton Fringe)도 5월 한 달 동안 열리는데, 이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예술 축제이다. `오픈 액세스`는 저자의 비용 부담, 이용자의 무료 접근, 시공간을 초월한 상시적 접근, 저자의 저작권 보유 등의 4대 원칙을 강조하는 정보 공유 체제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열린 축제이며 예술가와 즐기는 이들 모두에게 꿈같은 기회의 장이다. 이와 비슷한 축제로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Edinburgh) 프린지 페스티벌이 있다. 이 페스티벌이 불러들이는 경제유발 효과도 한화로 1천500억원에 가깝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브라이튼은 런던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쇼핑이나 예술적인 감각을 충족시키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문화·관광` 도시로도 자리 잡을 수 있었다. □ 오늘날의 `브라이튼`이 되기까지세계적인 여행상품 판매사이트인 라스트미닛(lastminute.com)에 의하면 브라이튼은 영국을 방문하는 해외 방문객 상위 10위권, 가장 인기있는 영국의 도시로 상위 5위권에 선정된 바 있다.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 30분, 런던 시내에서는 1시간이 걸리는 교통적 이점으로 해마다 브라이튼에는 8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많은 레저 관광객과 각종 국제회의 관계자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호텔도 도시 주변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브라이튼 지역에서만 해마다 4억 파운드 (한화 약 5천 7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관광지출이 발생하는 등 경제창출에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이와 더불어 브라이튼은 해변과 바다의 조화가 아름답고 요트를 즐기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브라이튼이 기존의 피어(교각)와 함께 아름다운 해변, 역사를 자랑하는 각종 박물관 및 유적, 문화·예술의 장 등을 토대로 유명세를 떨쳤다면, 여기에 영국 최대 마리나항인 `브라이튼 마리나(Brighton Marina)`도 해양 관광에 한 획을 그었다.이곳에 정박한 요트 규모는 1천600여척으로, 마리나항에 주거단지와 상업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조성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11개의 마리나 밸리지에 853개의 아파트, 상가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각 주거단지 전면에 전용 계류장 배치를 계획했다. 편의성을 높이고자 워터프런트 호텔과 영화관, 쇼핑몰, 볼링장, 카지노 등을 도입해 해마다 꾸준한 방문객 유입 효과도 누리는 중이다. 다음 편에 계속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6-10-10

철강도시 이미지 털고 해양레저스포츠 도시로 `비상`

최근 세계에서 해양레저 등 관광산업은 미래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웰빙 및 힐링 욕구 증대, 주 5일제의 정착 등에 따라 국내 해양관광활동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북미와 유럽은 마리나 산업, 크루즈 시장 등으로 해양관광을 주도하고 있으며,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등 기타지역도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에 국내 각 지자체에서도 해양관광산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포항 역시 기존의 철강산업도시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2012년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 명실상부한 최고의 해양도시로 자리 잡은 여수시와 작은 규모의 어촌에서 영국 최고의 휴양지로 거듭난 브라이튼 시의 사례를 참고해 앞으로 포항이 해양관광산업을 위해 나아갈 길을 5회에 걸쳐 살펴보기로 한다.200㎞ 해안선 따라 아름다운 해수욕장 등 천혜비경 갖춰KTX·포항~울산 고속도 개통 더불어 포항공항도 재개항두호마리나 복합리조트·여남지구 해양문화공간 조성 등환동해 해양관광 거점도시로의 기반 마련 `착착`□ 해양관광의 중요성관광산업의 중요성은 급속한 속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내륙 중심형 관광에서 해양관광의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여기서 `해양관광(Marine tourism)`은 해양과 도서, 어촌, 해변 등을 포함하는 공간의 자원을 이용해 일어나는 관광 목적의 모든 활동을 뜻한다. 쉽게 말해 바다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관광 활동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스포츠와 레저활동 등도 포함되며 해양의존형의 스포츠(윈드서핑, 보트, 제트스키, 다이빙 등)·휴양(해수욕, 낚시 등)·유람(해상유람, 크루즈 등) 등과 해양연관형과 같은 해양문화관광, 경관감상, 생태관광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해양관광은 국내 관광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수욕장과 낚시 등 전통적 강세분야와 함께 도보여행, 서핑과 스킨스쿠버 등의 스포츠 같은 신규 분야의 인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주5일 근무제의 정착과 교통여건 개선 등으로 국내 관광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지자체마다 경제창출의 새 원동력으로 관광을 주목하는 만큼, 포항도 지리적 강점을 해양관광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아울러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세계 관광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4.3%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기준 세계관광객 규모는 10억명, 시장규모는 1조2천억달러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권역별 관광객 비중은 미국·유럽시장이 13%p 감소한 반면, 아시아·태평양시장은 1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체 관광시장에서 해양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로 추산되고 있으며 세계관광기구가 발표한 미래 `10대 관광트렌드` 중에도 해변, 스포츠, 크루즈 등 6개 분야가 해양관광과 관련돼 있다. 이에 따라 전체 관광에서 해양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적 측면이 아닌 국가적 측면에서도 왜 `해양관광산업`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 포항, 해양관광으로 답을 찾아야포항은 동해안의 풍부한 해양자원을 지닌 천혜의 도시다. 200여㎞의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갖춰져 있고 곳곳에 관광 명소가 분포돼 있다. 영일대해수욕장과 죽도시장, 포항운하, 호미곶 등 인접한 관광지를 찾는 이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시에서도 전국 최고의 해양관광도시를 꿈꾸며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포항은 지난 6월 개통한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와 더불어 올해 포항공항도 재개항하면서 과거보다 교통 접근성도 크게 향상됐다. 여기에 포항과 울산, 경주의 연합체인 `해오름동맹`도 함께 맺어져 세 도시가 공유하고 있는 해양자원을 이용한 해양관광분야도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또 그동안 `교통 오지`로 불렸던 포항은 지난해 포항~서울 KTX 개통 이후 동해안의 교통·관광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연평균 1천700만여명이던 포항시 관광객은 KTX가 개통한 지난해 1천800만여명으로 100만명가량이 늘었다. 또한 포항에 KTX가 운행된 이후 영덕, 울진 등 인근 동해안 관광객도 더불어 증가하는 등 연계 효과를 누리고 있어 잠재적인 영향력이 충분하다. 아울러 오는 2018년에 예정된 `동해안발전본부`의 이전도 포항 및 경북동해안지역의 해양관광을 한층 고급화시킬 수 있는 기회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동해안발전본부는 경북도청의 안동 이전으로 공백이 예상되는 경북 동남권 행정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조직으로, 행정 기능과 함께 향후 도내 다양한 산업·관광분야 등의 육성을 맡을 예정이다.이와 함께 경북도가 동해안의 대표적인 섬 울릉도를 동해안 해양관광의 중심지로 개발하는 계획 역시 포항 해양관광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향후 울릉공항 건설과 대형여객선 취항 등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제적인 해양관광·휴양지를 조성한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포항은 울릉도·독도의 주요 관문으로, 울릉공항이 개장하게 되면 포항공항과 함께 이용객이 늘고 내륙에서 독도 관광의 주요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수십년간 국내 철강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아왔던 포항이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새로운 먹거리`가 현재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 이에 포항도 지금보다 강화된 관광인프라 구축을 통해 수익성과 고용 창출 효과 등을 기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로봇연구, 타이타늄 등 각종 신산업과 더불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해양관광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필수다. □ 포항의 해양관광 현주소현재 포항 하면 떠오르는 관광 요소는 역사·문화자원과 해수욕장, 죽도시장과 포항운하, 영일대해수욕장 등이다. 대표적인 볼거리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국가우수축제인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있다. 올해 열렸던 제13회 포항국제불빛축제에는 187만명이라는 기록적인 관람객을 유치했다. 하지만 관람객 수와 명성에 비해 인근상가 등 일부만 수혜를 입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지역 전체 체감도는 낮아 실익으로 연결되는 축제로 전환하기 위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해양관광의 한 부분인 레저산업은 지역에서 인기가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이에 포항시도 해양스포츠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는 두호마리나 복합리조트 조성을 시작으로 북구 환여동 여남지구 일대를 오는 2018년까지 해양문화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또한 형산강 일원에 경북수상조종면허 시험장을 유치해 해양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라문화탐방 바닷길과 호미반도권 해안둘레길, 동해안 연안녹색길 등 해양관광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는 등 환동해 해양관광 거점도시로의 기반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딩기요트와 윈드서핑, 스킨스쿠버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해양스포츠아카데미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말께 열린 `2016 전국 제트스키 챔피언십`등 각종 해양 대회들을 유치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및 각종 대회의 성공 여부를 벗어나 관광객이나 시민들의 실질적 `해양관광도시`로의 체감은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지난 2014년 포항테크노파크가 실시했던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다양한 관광 콘텐츠 개발이 시급함과 동시에 포항에 대한 이미지가 여전히 철강도시로의 이미지가 강한 부분도 지적된 바 있다. 이에 민자유치를 통한 복합리조트 조성, 마리나 항만의 성공적 개발 활용, 스토리텔링 관광자원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2016-09-26

옛 도심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새생명을 불어넣다

도시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발전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쇠퇴하고 낙후되는 지역이 생기는 등 사람의 삶의 흔적과 같이 진화하고 변화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도시마다 신도심은 눈에 띄게 빠르게 발전하는 반면, 구도심은 활력을 잃어 슬럼화 되고 있으며, 지자체마다 구도심 재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대구경북기자협회(협회장 김철우)는 도시 발달과 산업의 변화 등으로 인한 도심지역 내 낙후된 구도심을 어떻게 개발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지 알아보고자 대구·경북 회원사들과 함께 독일 등 유럽 도심재생 선도도시들을 8일간 둘러봤다. 편집자주에센의 버려진 탄광시설 쫄페어라인바우하우스 양식 탄광 제반시설 보존디자인 박물관·화랑·야외수영장 조성관람객 150만명…유럽관광 필수 코스뒤셀도르프 지하 터널미술관도로건설 공사자재 창고로 쓰이다 폐쇄뒤셀도르프 미대생 창작공간 활용 계기2007년 전문 전시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회화·조각·사진 등 신진예술 교류의 장성당을 서점으로 활용한 도미니카넨 서점고색창연한 13세기 성당으로 들어가면10여개 장엄한 아치형 기둥이 병렬하듯`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 선정전세계서 매년 70만명 찾는 관광 명소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은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유명무실해진 뉴타운, 재개발·재건축의 대안으로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의 새로운 제도를 제정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각종 정책 공모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착되기 시작했다.도시재생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다양한 지역자원을 활용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으로, 구도심의 슬럼화로 인한 다양한 불평등을 극복하고자 도시재생을 중요한 정책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재생은 현재 제도와 조직만 갖춘 실정이지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영국은 1980년대부터 정부기구와 보조금을 활용하고 있고, 독일은 1970년대 이후 구도심 도시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제적 활성화와 공공성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정책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1990년 이후에 주거부족, 빈곤, 위생 등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며 최근에는 중심시가지 활성화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다.이 가운데 독일 에센의 버려진 탄광시설인 쫄페어라인과 라인강변에 버려진 지하공간, 13세기 성당을 이용한 서점 등 구도심 내 폐허가 되고 버려진 산업시설을 문화·관광 인프라로 변모시켜 세계적인 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독일의 도시개발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독일 에센의 버려진 탄광시설 쫄페어라인독일은 1970년대 이후 구도심 도시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제적 활성화와 공공성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정책화하고 있다.독일 서부지역 에센은 석탄산업 도시로 1950년대 중반 석탄 생산량이 1억2천500만톤을 기록했으나, 석유와 미국 석탄에 눌려 1980년에는 생산량이 6천910만톤으로 줄어드는 등 쇠락의 길을 걸었고 결국 1986년 문을 닫았다.지역 경제를 이끌어가던 석탄산업의 쇠락으로 65개에 이르는 건물, 200개가 넘는 설비, 약 2.7㎞ 컨베이어 시설과 13.2㎞인 파이프는 에센의 애물단지가 됐다.애물단지가 된 100㏊ 광산지대를 어떻게 개발할지에 대해 고민에 빠진 주 정부는 독일 루르지방의 에펠탑이라고 불리는 쫄페어라인의 탄광 제반시설이 1930년대에 서양 현대 건축의 모태가 되는 바우하우스 양식으로 지어져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사실에 주목했다. 기능을 중시하고 단정한 형태의 새로운 건축 미학을 추종하는 바우하우스 양식은 당시에 대단히 진보적으로 평가됐다.이에 주 정부는 에센 주민의 자존심인 산업시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재활용하는 방안을 찾았고 1989년 `용도 전환을 통한 보존`이라는 원칙에 따라 문화를 통한 변화에 눈을 돌렸다.에센의 대표적인 탄광시설인 쫄페어라인의 공장은 디자인 박물관, 화랑, 디자인 학교, 야외수영장 등 편의시설 등으로 변모했으며, 탄광 설비 일부는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해 채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주 정부와 지역민의 노력으로 폐광은 세계적인 도심재생 명소로 변모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곳곳에서 매년 150만명 가량이 찾는 유럽 관광 필수코스가 됐다.쫄페어라인은 흉물로 변한 공장시설을 파괴하고 새로 만드는 변화가 아니라 재활용을 통한 세계적인 문화시설로 변모해 지역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고, 특히, 지역민들에게는 자부심을 주고 있다. △뒤셀도르프 지하 터널미술관독일 뒤셀도르프 시내를 가로지르는 라인강변 지하에는 뒤셀도르프 시내 지하를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각종 공사 자재를 보관하던 창고를 미술관으로 변화시킨 터널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라인강과는 불과 40여m 떨어져 있는 터널미술관은 길이 144m, 면적 888㎡으로 상당히 특이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지상에 있는 카페로 들어간 뒤 긴 계단을 내려가 미술관에 들어서면 천장 높이와 공간 폭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갈수록 점점 낮아지고 좁아지는 모습을 하고 있다.1990년대 중반 뒤셀도르프 시내 지하를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하며 각종 공사 자재를 보관할 창고 용도로 만들어진 이 공간은 지하도로를 완공한 뒤 사실상 버려졌고, 1990년대 후반 뒤셀도르프 국제공항 화재를 계기로 실시한 공공물 소방점검 직후 안전문제로 폐쇄됐다.그러나 폐쇄된 지하공간은 시간이 흐르며 인근 뒤셀도르프 미술대학생들이 몰래 예술을 창작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이에 2006년 뒤셀도르프 시장은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을 높이 사 지하터널을 전시장으로 꾸미기로 하고 350만 유로라는 거금을 들여 전시공간으로 바꾼 뒤 2007년 문을 열었다.터널미술관은 뒤셀도르프 미대생들에게 공식적인 첫 전시회를 열 기회를 제공하고, 회화, 조각, 사진, 비디오아트, 설치 등 장르를 망라해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신진 예술가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인적 교류도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신진미술가들의 등용문이 되고 있는 이 미술관은 매년 5만명 가량의 젊은 예술가와 관광객이 몰리며 독일의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성당을 서점으로 활용한 도미니카넨 서점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시내에는 13세기에 지어진 성당을 개조해 매년 70만명의 관광객을 모으고 있는 독특한 서점이 있다.밖에서 보면 고색창연한 성당 모습 그대로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서점이 나타난다. 바로 도미니카넨 서점이다.건물을 떠받치는 10여개 기둥과 아치가 줄지어 있는 천장, 장엄한 느낌을 주는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등은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이 건물은 1294년 도미니코 수도회가 고딕 양식으로 세운 성당으로 1796년에 문을 닫은 뒤 마구간, 자전거 보관소, 전시장, 파티장 등 주민을 위한 공공장소로 이용했다.그러던 중 2005년 네덜란드 최대 서점 체인이 이곳을 서점으로 바꾸겠다고 나섰고, 마스트리흐트 시 정부는 성당 내외부 모두를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서점으로 활용하는데 동의했다.옛 성당 내부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진행된 공사로 2006년 12월 14일 5만권의 장서를 갖춘 현대적인 서점으로 변모했으며, 영국 `가디언`이 2008년 이 서점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선정한 것을 비롯해 많은 언론매체가 앞다투어 소개하며 매년 7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옛것을 보존하는 가운데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은 행정당국의 노력으로 도미니카넨 서점을 찾는 사람은 책을 고르거나 커피를 마시며 17세기 초 프레스코화(1619년), 토마스 아퀴나스의 일대기를 묘사한 13세기 벽화(1337년) 등 지나온 역사와 만날 수 있게 됐다.이제 우리도 도시가 지니고 있는 역사와 문화는 물론, 살고 있는 지역민의 애환을 반영한 도심 재창조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16-09-13

`抗日(항일)`과 `農道(농도)` 정체성 자부하는 경북이 중심에 나서야

재미 한인 교포 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852년부터 1905년까지 32개 민족의 하와이 외국 이민자들 가운데 한인들의 귀국과 본토 이주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는 조국이 일본에 의해 침략되고 있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가족들을 염려하거나 외세의 피압박에 절망한 나머지 이민의 길을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이후 본지의 기획특집이 보도되는 동안 공교롭게도 한국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나라 안팎에서 극심한 갈등에 휩싸여 있다. 지금 한반도의 정세가 을사늑약(1905년) 즈음의 동북아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경고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망국의 시름에 백성이 타국으로 방랑길에 오른, 뼈 아픈 과거를 가지고도 과연 역사의 교훈에서 배우고 있는가. 미 중가주 한인 1세대의 잊혀진 역사를 재조명하고 기념하는 일은 시시각각 시련과 도전에 직면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자각하고 자강하게 하는데 한 계기가 될 것이다. `김형제상회` 김호 후원으로 빛 본 1959년 발간 `재미한인 50년사`해외독립운동史서 큰 의미 차지세번째로 많았던 경북출신 이민자독립 지원에 상당한 역할 담당미주 이민1세대 조명 당위성 충분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 위상도 커져국내외 독립운동사 연구확대 기대□ 중가주 초기 한인사의 의의지난 2003년은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아 정부와 민간에서 모두 기념 저작과 발표가 봇물을 이룬 해였다. 당시 관련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됐다고 평가되는 단행본 `재미한인 50년사`의 발간 경위는 미국 중가주가 한국의 해외독립운동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재미 사학자 김원용(1976년 79세로 타계)이 514쪽 분량에 직접 손으로 써서 지난 1959년 미국 리들리시에서 발간한 이 역작의 후원자는 김호였다. 그는 미국의 천도복숭아 `넥타린`을 개발해 미주 한인 최초의 백만장가가 된 김형순과 함께 `김형제상회`를 운영하며 조국을 지원한 정부 포상 독립유공자이다. 미주 이민 1세대인 이들은 나라 잃은 백성으로서 본국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인종차별에 시달려가며 미국 본토에서 자수성가했다. 이후 미 주류 사회에 진출하는 한편 정치활동에 참여해 조국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한인사회를 형성하는 중심이 됐으며 지식인을 후원해 자신들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남겼다.본지는 이번 기획 취재로 지난 1903년부터 시작된 하와이 농업 이민자 가운데 미 본토 이주를 택한 한인들이 북가주인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리들리와 다뉴바 일대 중가주로 유입된 이후 미주 최초의 한인타운이 형성되는 경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1921년 김형제상회가 설립된 이후 1960년대까지 이 일대 농장에는 일평균 최대 500여명의 한인이 고용됐다. 1920년에 국내외 최초의 3.1운동기념식이 인접한 다뉴바에서 열린 배경에는 이런 연유가 있었다. 각성된 이곳 한인사회는 최초의 여성애국단을 결성하고 독립자금 모금을 위해 왜간장 안먹기, 일제상품 배척운동을 폈다. 한인교회는 여름마다 국어학교를 열어 2세 민족교육을 했다.하지만 본국의 외면과 한인사회의 해체 속에서 은퇴자들의 삶은 비참했다. 리들리와 다뉴바 한인묘지의 자료를 교민들이 분석한 결과 독신자는 3분의 2가 넘었다. 안창호나 이승만 같은 해외독립운동 명망가의 손에 매월 수입의 10%가량을 독립자금으로 맡겼지만 자신은 말년에 `여관`이라 불리운 합숙소에서 무연고자로 비참한 생을 마감했다. `리들리의 마지막 한국인` 로버트 김에 따르면 이들의 유품을 챙기는 과정에서 침대나 카펫 아래서 꼬깃꼬깃하게 접은 지폐가 나와 주위를 더 슬프게 했다고 전한다. □ 경북도 정체성 확장 계기도경북도가 펴낸 경북독립운동사와 재미 사학자 등의 연구성과를 종합하면 지난 1903년부터 1905년까지 하와이로 공식 이민을 떠난 7천500여명 가운데 경북 출신은 세번째로 많았으며 그중 경주가 으뜸이었다. 공식적으로 경북 출신의 미주 이민자 중 독립유공자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무명의 한인 이주 노동자들이 비루한 삶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지원하는 대열에 나서는데 경북 출신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그동안 `항일`(抗日)과 `농도`(農道)를 정체성의 중심으로 삼아온 경상북도가 미주 한인 이민1세대를 재조명하고 기념하는 일은 당위성이 충분하다.특히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이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으로 위상이 확대된 상황에서 국내외 독립운동사 연구의 권위자인 김희곤 관장이 경북 전역으로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어 상당한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본지에 이번 해외취재보도를 제안한 LA 거주 재미 신학자 최덕희 씨는 “미 중가주 한인 이민선조들의 역사가 재조명되고 재미 교포들이 이를 추모하는 행사에 쓸 태극기가 고국에서 기증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면서 “나라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동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자각을 주고 다음 세대에는 또 다른 길이 된다”고 말했다.지난 13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미국 리들리시 공공묘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 및 애국선열 추모식에는 25년째 행사를 주관해온 김명수 재미 중가주해병전우회장과 이자경 미주 한인이민역사연구가 등 교민들이 참석해 이민선조들을 위로했다. 이날 행사에 사용된 태극기는 본지 보도를 계기로 민족화합통일연대 박영근 공동대표 등 회원들의 기증으로 전달된 것이어서 그 의미를 더했다.▲ 김희곤 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 관장인터뷰 - 김희곤 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 관장 정부 포상 독립유공자수 `전국 최다`대구·경북은 한국 독립운동의 중심- 한국독립운동사에서 경북의 위상은.△정부 포상 독립유공자 수가 2천101명으로 전국 최다이다. 그 다음인 경남, 전남 등의 1천명대와 비교하면 의미를 잘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안동이 356명으로 가장 많다. 1905년부터 1910년말까지 전국의 순절자 70여명 중 가장 많은 18명이 경북에서 나왔다. 대구경북은 한국 독립운동의 중심이다.- 경북출신의 대표적 미주 독립유공자는.△2012년까지 미주지역 독립유공자 중 경북은 모두 9명으로 주로 반 이승만 계열에 섰다. 영양 출신 권도인은 하와이에서 이승만 중심의 동지회, 안창호 중심의 대한인국민회 간의 갈등이 깊어지자 `합동운동`에 크게 기여했다. 기업가로서 한국의 `발`을 응용한 차양을 개발해 조국독립에 많은 기부도 했다. 대구 출신 송종익은 안창호와 함께 흥사단의 주역이었다. 경주 출신 김성권은 하와이와 북미의 한인단체를 통합한 국민회 경축식(1909년 2월1일)에 하와이 총대표원의 한 사람으로 참가했다.- 학자로서 해외독립운동사 연구에 업적이 많은데….△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과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 편찬위원장을 역임하며 해외독립운동 유적지 조사를 주도했다. 이 사업은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는데 미주팀 등 7개팀이 구성돼 전세계 대상지 700여곳을 조사했다. 미국 리들리도 포함돼 조사단이 현지를 2번 방문했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의 운영 계획은.△경북도청 이전과 맞물린 김관용 도지사의 공약사업으로 지난 2014년 1월 명칭이 바뀌었다. 업무영역이 기존의 안동에서 23개 시군 전체로 확대됐지만 8명의 정 직원으로 예산,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과도기이다. 오는 연말 신축 기념관이 완공되면 건물이 2.5배 확장된다. 이 곳은 대구경북 전체의 독립운동사를 포함하며 지금 안동의 독립운동가 1천명을 기념한 추모벽도 경북 전역을 망라할 것이다. 기존 건물에는 어린이박물관과 안동의 독립운동 대표마을을 기념할 것이다. 연수원도 2배 확장해 120명의 숙식이 가능해진다. 신흥무관학교를 재현하기 위해 서바이벌게임 체험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조상들의 자료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상담도 강화할 것이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끝글·사진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6-08-16

하드웨어가 아닌 콘텐츠로 승부, 예술·문화·지식의 보물창고로 거듭나야

소설가이자 도서출판 리젬의 대표인 안성호(47)씨는 가끔 황당한 전화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책 뿐 아니라 영화·그림·공연 등다양한 콘텐츠로 내실 채우고정보소통·네트워크 구축이 중요지역 공공도서관들이하나의 그물망으로 촘촘히 이어져시민들위한 문화향유 거점돼야글 싣는 순서1. 문화도시 파리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2. 파리 시민들의 사랑방 퐁피두도서관3. 서울 관악구가 양질의 인프라를 갖춘 이유4. 지역 도서관의 현재와 지향하는 미래5. 파리와 서울 관악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잊을만하면 도서관협회 등에서 연락이 온다. 책을 기부하라는 것이다. 물론 책을 도서관에 기부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다. 쌓여있는 책들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보다야 백번 나은 일이니까. 그런데, 그런 전화를 받을 때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도서관에 책을 기부하면) 세금 부분의 혜택도 받으니까. 하지만, 도서관을 짓는 데는 수십 억 혹은, 수백 억 원을 사용하면서 1~2만원짜리 책을 공짜로 얻으려는 태도는 당최 이해하기가 어렵다. 서울이건 지방이건 도서관에 강연을 가보면 `책을 배제한 행사`가 태반이다. 심지어 초청한 저자의 책이 없는 도서관도 있다. 부산은 세계적으로도 영화와 영화제의 도시로 이름이 높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부산에 영화전문 도서관이 있나? 부천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판타지 영화제를 열면서 판타지문학 도서관은 없다. 책을 공짜로 얻으려는 도서관측의 인식에 변화가 없다면, 이 문제는 앞으로도 해결이 요원하다.”안 대표의 말이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처럼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도서관 운영시스템이 가장 선진화됐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시 관악구의 1년 도서구입 예산은 5억2천만 원 남짓. 240억 원을 들여 건축된 멋들어진 포항시 포은중앙도서관의 도서 구입예산은 3억5천만 원이다. `억원`이란 단위만으로 보면 적지 않은 금액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포은중앙도서관 도서구입비는 건물가의 70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포항 인구를 50만으로 보면 시민 1인에게 배정된 연간 도서 구입예산은 700원에 불과하다. 이는 과자 한 봉지도 사먹을 수 없는 돈이다. 책 중에서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시집 1권의 평균 가격은 8천원.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1년을 모아야 포항시민 한 명의 손에 시집 1권이 들려지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모아진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책에 투자되는 금액이 이 정도라면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하게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국립도서관)이 보유한 책은 3천500만 권이다. 서울 관악구나 포항시의 수준으로 도서 구입예산을 책정한다면, 대체 얼마의 세월이 흘러야 프랑스 국립도서관만한 장서를 구비하게 될까? 계산도 되지 않는다.안 대표는 이런 말도 들려줬다. “책이 인간에게 길을 열어주던 시대가 끝났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람이 책 외에 무엇에게서 세상을 배운단 말인가.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전화번호부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 만약 그런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엔 미래도 없다.”`책이 없는 도서관`이란 황당한 문제점 외에도 한국의 지방도시 도서관이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 취재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찾았을 때 퐁피두센터 내에 위치한 퐁피두도서관을 방문했다. 책은 물론, 영화와 그림을 만날 수 있고, 상설·특별 전시회와 다종다양한 문화공연까지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퐁피두센터에 입장하려고 10대 소년·소녀 수백 명이 족히 100m는 넘어 보이는 긴 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한국의 어떤 도서관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찾아가고 싶은 도서관, 뭔가 얻어낼 게 있는 도서관, 예술과 문화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도서관은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트렌드다. 예산 부족과 여의치 않은 현실 상황을 이유로 이러한 트렌드의 완성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앞서 안 대표의 언급처럼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고.전 중앙대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박철화(51)씨는 1990년대의 대부분을 파리에서 공부하며 보냈다. 그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고문서의 빛나는 보물창고”라고 정의한다. 서울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박 평론가는 유학 시절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그가 말한다.“도서관은 건물의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외형이 아닌 책과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처럼 도서관 건물 자체에만 집착하는 태도는 19세기식 낡은 사고방식이다. 이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21세기는 정보의 소통과 네트워크의 효율적 구축이 중요한 시대 아닌가.”도서관의 핵심 콘텐츠가 `책`이라는 것은 재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책을 중심으로 채워져야 할 도서관이 외피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한국적 현상`은 어디에서 발원한 것일까? 이 문제에 관해 박철화 씨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다소 과장이 섞인 이야기겠지만, 퐁피두센터를 건립한 프랑스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는 시 3천 편을 외우는 문학애호가였다. 그에게 문화예술센터의 건립은 단순히 치적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적으로 절박한 숙원사업이었다. 파리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과 갤러리, 공연장과 휴식공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퐁피두센터는 대중을 위한 최고의 `공적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긴 설명 없이도 간명하게 보여준다.”책을 중심으로 책과 관련된 각종 문화이벤트와 예술전시회가 펼쳐지는 도서관, 책을 매개로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들이 북적거리는 도서관, 문화적 감각을 가지고 선진적 문화정책을 펼치는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나라, 책을 죽은 지식의 감옥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오랜 친구로 인식하는 도서관장이 있는 도시. 이는 모두가 꿈꾸는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경제적 발전과 솟아오르는 고층건물의 높이만으로 한 국가의 발전 정도를 측량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가 오고 있다. 아니 이미 도래했다. 한국의 지역 도서관은 이 시대를 어떤 자세로 맞아야할까?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루이스 보르헤스는 말했다. “만약에 천국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선언적 문장에 가까운 보르헤스의 진술에 박철화 평론가는 이런 실질적인 조언을 보탰다. “도서관은 시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거점이 돼야 한다. 개별적으로 운영돼온 인접한 지역의 공공도서관들이 하나의 그물망처럼 이어지는 것을 상상해본다. 책을 통해 꿈꾸는 내일, 결국 그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아름다운 미래가 아닐까?”끝※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08-12

해외동포 피와 땀의 이민史 가슴 저릿한 울림으로 다가와

1903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된 한국인들의 초기 농업이민사에는 국권 침탈 과정에서 민초들이 겪어야 했던 비극이 해외로까지 확산되는 생생한 면모들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이는 독립운동사 알기의 또 다른 방법이면서 국내 다문화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반듯한 창(窓)의 역할도 한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14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에 이르며 오는 2020년에는 물경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을 우리 사회의 엄연한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우리 이민선조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을 대하고 느끼는 동병상련의 마음에서도 비롯된다. 본지는 사계에서는 국내 유일한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찾아 이민기념사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농협중앙회 등 국내 공공 박물관으로 사업을 확산할 필요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인천 정체성의 또 다른 진면목역사책을 즐겨 읽어본 사람이라면 인천 제물포항 개항의 계기가 된 강화도조약이란 단어 앞에는 `일본의 운요호 사건을 핑계로 한 굴욕적인`이란 수식어가 상투적으로 붙음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인천이 지닌 이미지는 외부에 어떤 것일까? 실리를 추구해 일견 야박해 보이기도 하는 인천사람들을 지칭하는 `짠물`에다 한국전쟁의 인천상륙작전과 맥아더장군, 수출항인 인천항, 영종도 신공항에다 `먹방`의 시대가 되면서 `공화춘`으로 상징되는 차이나타운까지 겹쳐진다. 하지만 그 어느 것에서도 문화나 유장함과 같은 깊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하지만 인천의 월미도에 자리잡은 한국이민사박물관에 한번 가보면 인천사람들의 자부심의 깊이와 인천만의 정체성에 대해 충격에 가까운 자각에 이르게 된다. 영남권에서 찾아가기란 `멀고 먼`인천에 접어들면 몸이 파김치가 되지만 월미도에 이르는 순간부터 놀라움의 연속이다. 인천시는 상륙작전의 현장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대관람차를 비롯한 놀이시설이 있는 곳쯤으로 외부에 알려진 월미도를 어느 새 정부로 부터`관광특구`로 지정받아 놓은 것이다. 리모델링된 구항은 이제 경관이 뛰어난 수변시설지구로 탈바꿈해 테마파크와 전망대, 해양분야 마이스터고교인 국립 인천해사고등학교 등을 갖추고 있다.그중의 백미인 한국이민사박물관은 검단선사박물관, 송암미술관, 컴팩트스마트시티 등 인천시립박물관의 분관 중 한곳이다. 국내 최초의 관련 기관이라는 분관의 자부심은 본관인 시립박물관이 우리나라 최초(1946년)의 `공립박물관`이라는 위상에 뿌리를 대고 있다. 시립박물관은 현재 맥아더 동상 자리에 있던 옛 세창양행 사택 터에 시민들의 염원을 모아 개관했으나 상륙작전의 포화에 소실됐다. △`최초`위상 걸맞은 `콘텐트 파워`한국이민사박물관은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03년 3월 추진위원회가 결성돼 2008년 6월 개관했다. 박물관 측 홍보 브로슈어의 내용 대로 `우리 선조들의 해외에서의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인천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의 뜻을 모아 건립`한 이력은 시설 내부 곳곳을 둘러보면 관람객에게 이심전심의 울림으로 전해진다.총 4개의 전시실은 최초의 하와이 이민(`미지의 세계로`), 생활상과 본토 이주(`극복과 정착`), 해외독립운동과 기타 중남미 이민(`또 다른 삶과 구국 염원`), 750만 해외동포의 위상(`세계 속의 대한인`) 등 테마별로 조성돼 있다. 전시물의 수준과 전시 방법, 설명의 완성도는 범작들의 공력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민선 `코리아마루호`의 선상 메뉴, `집조`(여권), `방고`(하와이 사탕수수농장 노동자 식별표) 등 유물들은 학예사의 엄정한 고증과 세심한 큐레이팅으로 인해 저마다 제자리를 잡고 있다. 내부를 둘러보면 이민선조들이 `고립무원``창졸지간`에 맞닥뜨린 풍찬노숙의 시련에 마음이 저려오는 가운데 도대체 어떤 에너지가 이 박물관을 거쳐갔거나 재직 중인 구성원들을 움직였을까 하고 자문하기에 이른다. 기획을 맡았던 한 담당자에 의하면 가장 큰 도움은 재외동포들이었다. 이민사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동포가 기증을 해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한 재외동포는 전시관의 하와이 당시 복원 마네킹이 한복 바지를 입고 있자 오류를 지적하며 청바지로 갈아 입히도록 조언하기도 했다. 그럴 것이다! 평범한 지식인이나 샐러리맨에 머물러도 웬만하면 흠이 없을 이 박물관의 사람들을 고양시킨 힘은 해외 시련 동포들의 피와 눈물이었을 것이다. 학예사들의 역량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미국 현지 취재 중 다뉴바 묘지에서 무연고자 김경선의 이름을 확인하고 고향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이름 세 글자만으로 그가 1904년 몽골리아호를 타고 하와이에 이민한 경주 노동동 출신임을 확인시켜 준 이는 이현아 학예사였다. 그는 기자가 출국에 앞서 하와이 이민자들의 전국 분포 통계를 문의하자 단행본`구한말 한인 하와이 이민`(인하대 출판부)의 해당 페이지를 복사해 턱 내놓았다. 평가가 너무 상찬인 감은 있으나 이 박물관의 태도도 남다르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그리고 공존과 번영`. 평범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해보면 이는 실천되고 있다. 신은미 한국이민사박물관 관장은 “그동안 주로 하와이와 중남미 이민 위주로 전시를 했지만 앞으로는 러시아와 중국, 일본, EU 등 전세계의 동포를 대상으로 기획 중인 특별전을 상설화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며 “들어오는 이민자들에 대한 전시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박물관, 농업 이주사 조명해야농협중앙회가 서울 충정로에 운영 중인 농협박물관은 전시물마다 풍부한 자금력이 흠뻑 배어 있는 시설이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한민족들이 뛰어난 `농업DNA`를 살려 미주와 러시아 연해주 등 해외에서 이룩한 성과들을 연구 및 수집한 결과들은 전시물에서 전혀 없었다. 미주 이민 1세대 중 천도복숭아인 넥타린을 개발해 거부가 된 김형순, `라이스 킹`김종림 등 농업 분야의 성공 사례는 국내 농업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한 만큼 농협이 중심이 돼 재조명하고 기념해야 한다.학문적 성과와 관련해서도 농협박물관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농협중앙회 전체에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로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에 문의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문헌 조사의 결과로 볼 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학계가 남아 있지만 농협중앙회 조차 성과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면 관련 연구는 적어도 체계적이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글·사진/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6-08-08

포항을 항해하는 지식의 선박을 꿈꾸다

“저 안에 제대로 된 콘텐츠만 채워진다면, 도서관의 외형은 한국 아니, 세계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겠는 걸.”지난달 포항을 찾은 소설가 조용호(55)씨가 포은중앙도서관을 보며 한 말이다. 조 씨는 남미·아프리카 문학기행서인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을 필두로, 소설집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떠다니네` 기행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 등을 쓴 작가. 소년시절부터 중년에 이른 오늘까지 수십 년을 책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니 도서관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다.글 싣는 순서1. 문화도시 파리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2. 파리 시민들의 사랑방 퐁피두도서관3. 서울 관악구가 양질의 인프라를 갖춘 이유4. 지역 도서관의 현재와 지향하는 미래5. 파리와 서울 관악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포은·대잠도서관 필두 포항시립도서관 총 45개 보유포항문화원·어린이영어도서관 등 특화 도서관도 인기지역별 특색있는 프로그램·이벤트 기획 `주민에 더 가까이`포은, 개관 1년차…보유 장서수 적고 휴식공간·열람석 부족서적 상호대차서비스 가능해도 4~5일 시간 소요 개선 시급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 내실 다져야조 작가의 말처럼 포항시 북구 삼호로에 위치한 포은중앙도서관의 `하드웨어`는 곱고 아름답다. 출렁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며 `지혜를 싣고 항해하는 날렵한 선박`처럼 느껴지고, 달리 보면 지식을 관장하는 신화 속 `거대한 동물의 알`처럼도 보인다.지난해 10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포항 북부의 새로운 랜드마크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 지하1층·지상6층으로 지어진 건물에는 683석의 열람석과 7개의 강의실이 갖춰져 있으며, 만화자료실과 디지털자료실에는 8천 권에 육박하는 만화책과 2천500여 점이 넘는 극영화·다큐멘터리 DVD가 구비돼 있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관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터라 보유 장서수가 아직은 다소 적고, 휴식공간의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학원 강사로 일하며 중·고교생들을 자주 만나는 A씨(31)는 “열람석을 줄이는 것이 현대 도서관의 추세인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학생들과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은 오랜 시간 앉아서 편안히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을 원한다. 그런 요구도 도서관 관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시청 이전 등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 포항 북구에 젊은이들이 오게 만드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으니 A씨의 말에도 귀 기울일 필요성은 충분하다.포은중앙도서관의 휴식공간 부족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역시 젊은층이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과 책을 읽다가 친구들과 커피 한 잔 나눌 수 있는 휴게실이 도서관 내에 설치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시간 도서관에 머물며 책과 영화를 보고, 각종 예술관련 행사까지를 즐기기 위해서는 가벼운 식사를 해결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듯하다.오늘도 포은중앙도서관을 포함한 포항시 시립도서관 직원 32명은 쏟아지는 도서관 관련 각종 민원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일까를 고민하고 있다.인구 50여만 명이 생활하는 포항시의 시립도서관 숫자는 읍·면·동에 자리한 `작은도서관` 38개소까지 포함해 모두 45개. 이중 포은중앙도서관과 시청 내에 위치한 대잠도서관이 메인도서관 격이다.열람실만 갖춘 포항문화원과 어린이영어도서관 등은 이른바 `특화된 도서관`.11만 권의 장서를 갖춘 포은중앙도서관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4천664명, 13만 권의 책이 사람들을 기다리는 대잠도서관엔 하루에 1천700여 명이 찾아온다.포항 도서관 전체의 연평균 방문자 수는 약 125만7천여 명. 포항 전체 시립도서관의 장서를 모두 합하면 70만 권에 육박한다. 포항시 도서관이 갖춘 외양이 이 정도라면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것들은 얼마나 내실을 갖춰가고 있을까. 현대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벗어나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이는 비단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 추세다. 지난 6월 취재를 위해 찾은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도서관은 그러한 흐름을 잘 보여줬다. 갤러리와 서점, 자연스레 형성된 외부의 공연장과 영화관은 도서관을 찾는 남녀노소의 다양한 예술욕구를 효과적으로 채워주고 있었다.포항의 도서관들 역시 “책을 중심으로 도서관만이 진행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행사를 늘려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포은중앙도서관과 대잠도서관은 물론 곳곳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에서도 특색 있는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기획해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포항시립도서관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조미령 씨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올 한해 2억2천만 원의 예산도 배정됐다. 포항시에 산재한 도서관들은 개별적인 특성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포은중앙도서관이 만화와 예술관련 서적에 강세를 보인다면, 대잠도서관에는 시집과 소설집 등 문학서적이 많고, 영암도서관과 동해석곡도서관엔 사회과학 도서와 철학책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그런 이유로 각각의 도서관은 이를 염두에 두고 이벤트와 강연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나름의 효율성 제고인 셈이다.포은중앙도서관, 영암도서관, 오천도서관에서 연 72회에 걸쳐 진행되는 `북 스타트`는 “어린이들이 책과 함께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유아 대상 프로그램으로 적지 않은 부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초등학생을 위한 `학년별 독서회`와 `방학독서교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방학 인문학 교실`과 성인들이 참여하는 각종 문화강좌와 `주부독서회` 등도 포항 도서관이 진행하는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들이다.포항시 도서관에서 기획한 이벤트 중에선 큰 인기를 끈 것도 있었다. 지난 4월 열린 `창조만화페스티벌: 만화를 통한 문화축제`에는 만화가 이현세 씨가 초대됐고, 그의 높은 인기 덕분인지 3일간의 페스티벌 기간 동안 3만2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도서관을 찾았다. 이외에도 책을 읽고 영화를 감상한 후 이를 비교해가며 토론하는 `영화, 책 숲을 거닐다`도 도서관 방문자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하나다. 이처럼 외형과 내면 모두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포항의 도서관들이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기자는 도서관시스템의 선진화가 전국에서 가장 잘 이뤄져있다고 평가받는 서울시 관악구에서 4년 가까이 살았다. 관악구에선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인터넷에서 신청해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서 받아볼 수 있다.포항 역시 `상호대차 서비스`를 통해 이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관악구가 책 신청에서부터 대출까지 이틀이 걸린다면, 포항의 경우는 4~5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또한, 240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포은중앙도서관의 규모에 어울리는 다양한 책을 갖춰나가는 것도 긴급한 과제다. `읽고 싶은 책이 없는 도서관`은 `공이 없는 축구장`과 다를 게 없다.젊은 도서관 방문자들이 원하고 있는 스낵바와 소규모 카페테리아의 개설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 결국 그들이 앞으로도 도서관을 찾을 주요 방문객인 동시에 `젊은 포항 도서관`을 만들어갈 주역이기 때문이다.포은중앙도서관 6층에는 `둥지마루`라는 이름의 휴식공간이 있다. 거기서 바라보면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배`를 닮은 포은중앙도서관에 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과 철학, 실용학문과 예술, 거기에 어린이를 위한 책들까지를 모두 싣고 `책 읽는 미래 포항`을 위해 닻을 올려야 할 때다.글/홍성식 기자·사진/이용선 기자

2016-08-05

털없는 복숭아 `넥타린`으로 백만장자 반열에 오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벼농사 중심의 농업국가이다. 봉건주의 조선을 지탱한 양대 축은 이데올로기로는 유교(儒敎)요, 산업에서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으로 상징되는 농업이었다. 조선시대에 조정이 세종대에 농사직설, 효종대에 농가집성, 숙종대에 산림경제 등 국가적인 농법서 편찬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한 것은 애민(愛民)의 발로이면서도 국부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조선의 백성은 모두 군사로 육성한다는 국가적 목표 아래 군역에 고통받기도 하고, 세원(稅原)으로서 농토에 붙박혀 떠날 수가 없는 `가렴주구`, 수탈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농업이야 말로 한반도의 백성에게는 가족을 먹여살릴 하늘과 다름 없는 쌀을 생산하는 중요한 기술이었기에 끊임 없이 매달려 궁리한 결과, `농업DNA`는 한국인의 한 특성이 됐다. 망국의 한을 안고 태평양을 건너던 미주 이민 한인 가운데 농업으로 대륙에 이름을 아로새긴 명사들이 수두룩하게 배출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경남 통영출신 통역관 김형순 미국의 천도복숭아 개발 성공`김형제상회` 설립 美전역 판매독립운동·구호사업에도 헌신동업자 김호, 해방 후 애국가 소개숙주나물 통조림으로 富 일군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박사`라이스 킹`으로 알려진 김종림도성공한 초기 이민 한인 이름 올려□ 미주 최초의 한인 백만장자 김형순캘리포니아 리들리와 다뉴바 일대에 드넓게 펼쳐진 과일농장을 지나다보면 우리나라의 국도변처럼 생산자들이 운전자를 상대로 직거래를 하기 위해 세워놓은 입간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넥타린`(Nectarine)이라는 생소한 과일이름도 찾아볼 수가 있는데 바로 `미국의 천도복숭아`다.미국인들이 `털 없는 복숭아`로 부르는 이 신품종의 개발자는 경남 통영 출신의 김형순(Harry S. Kim, 1886~1977)이다.통역관으로서 1903년 첫 이민선 갤릭호를 탄 그는 샌프란시스코를 통해 본토에 입국한 다음 1916년 리들리에 정착해 대학교수의 도움으로 넥타린을 개발했다. 미국인들은 복숭아의 잔털에 특히 알레르기가 심하다는 점에 착안한 그는 조선의 천도복숭아를 염두에 두고 복숭아와 자두를 육종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처음에는 묘목을 판매하던 김형순은 아예 `김형제상회`(Kim Brothers, Inc.,)를 통해 미 대륙 전역에 넥타린을 판매함으로써 미주 한인 최초의 백만장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초기에 하와이를 거쳐 본토에 입국한 한인들은 처음에는 주로 `철새노동자`로서 수확철마다 리들리와 다뉴바에 거주했다. 김형순이 김호(본명 김정진, 1884~1968)와 공동설립한 김형제상회라는 든든한 언덕은 리들리에 한인 타운이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두 김씨는 조국을 위해 해방 전에는 독립운동을, 후에는 구호사업에 헌신했다. 현재 리들리시에 남아 있는 옛 한인장로교회(현재 멕시코교회)는 김형순이 기부한 대지 위에 한인들이 1938년 직접 건립했다. 한국전쟁 중에는 미국인교회와 라이온스클럽에서 기금과 구호물자를 지원받아 전쟁고아와 난민을 도왔다. 이번 취재에서 확인한 그의 대저택은 사후 40여년이 지났으나 옛 주인의 명성을 확인케 해주는 건축물이었다.반면 그의 동업자였던 김호의 저택은 길건너편에 단촐한 규모로서 소박한 성품을 짐작케 해줬다. 그는 한때 여운형과 친분을 맺었으며 배재와 이화학당에서 수학, 물리, 영어교사를 지내고 도미해 해방 후에는 한국에 안익태 작곡의 애국가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 그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가 세워졌다. □ 유일한 박사도 농업으로 성공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1895~1971)박사는 근검과 성실, 투명 경영과 사회헌신을 위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한국의 기부문화에 원조격의 모델이 돼 왔다. 하지만 그가 도미 역정의 초기에 미국에서 생소한 숙주나물로 부를 일군 사실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유일한은 1922년 숙주나물 등을 통조림에 넣어 파는 라초이회사를 설립해 6년 만에 자산 200만 달러 규모의 회사로 키워 `숙주나물 킹(King)`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라이스 킹`(Rice King) 김종림(1884~1973)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1907년 23세에 하와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간 그는 철도 노동자로 일하다가 가주로 이주해 1914년 벼농사에 뛰어들었다. 당시 쌀을 재배하지 않던 가주였지만 1차 세계대전 발발로 수요가 폭증해 연간 8만 달러(현재 가치 100만 달러)를 벌 만큼 거부가 됐다. 그가 1920년 2월 북가주 윌로우스 지역에 5만 달러(현재 가치 60만 달러)를 기부해 창설한 `한인비행학교`는 대한민국 공군의 뿌리가 됐다.이민선조를 기리는 재미 한인들 `리들리의 마지막 한국인` 로버트 김버려진 한인묘지 발견 뒤 외부에 알려김명수 재미 중가주 해병대전우회장24년째 매년 2차례 한인묘지 헌화봉사한인들의 미국 이민사에서 중요한 장을 차지하고 있는 중가주 초기 한인들의 숨겨진 역사는 피와 눈물로 얼룩졌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고국(故國)의 역사연구와 추모사업에서 소외돼 왔다. 이들이 세상에 조금씩 알려진 계기는 스스로 이민 길의 험로를 경험했기에 타국의 묘지 한켠에 쓸쓸하게 방치돼 있는 이민선조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주머니를 털어 조촐한 헌화에서 시작해 추모사업으로 발전시켜온 한인 후예들의 노력 때문이었다.지난 6월13일 로스앤젤레스시 써니힐스 양로원에서 만난 로버트 김(김경옥·93·사진)은 `리들리의 마지막 한국인`으로 불릴 만큼 중가주 한인사의 산증인이다. 그의 부친 김유호는 1903년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에 첫 입도한 최초 이민자이다. `사진결혼`부부의 이민2세인 그는 귀국을 선택한 아버지에 의해 식민지 조선에서 중국을 거쳐 미군속으로서 패망한 일본, 다시 하와이를 거쳐 본토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부침의 세월을 보냈다. 그는 1960년경 리들리에 정착해 인접한 다뉴바의 학교재단에서 회계행정 담당으로 22년간의 직장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 결과 리들리와 다뉴바의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사가 됐으며 김형순과 김호 등 한인 명사들과 많은 일화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그가 이민선조들의 역사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이사 직후 그의 아내가 집 근처의 묘지를 산책하면서 비롯됐다.“하루는 아내가 집으로 막 울면서 들어왔어요. 미국인들의 공동묘지 한구석에 낯선 이름들이 있어서 읽어보니 같은 한국사람이라는 거예요. 묘비에 부인이 없는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함께 집 정원의 꽃들을 꺾어서 무덤마다 헌화하기 시작했지요.” 그는 1남2녀의 자녀를 모두 성공시키고 부인이 작고한 뒤 LA의 양로원에 홀로 거주하고 있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성성한 눈빛과 완벽에 가까운 한국어가 인상 깊은 로버트 김은 “죽으면 리들리에 묻히고 싶지만 가족묘가 있는 하와이로 가야 할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철저하게 가르쳐달라”고 당부했다. 로버트 김의 오랜 임무는 김명수(76) 재미 중가주해병대전우회 회장에게 이어졌다. 해병대 97기인 그는 1987년 12월 LA로 이민해 의류사업 등에 종사하던 중 1992년 2월 로버트 김과 함께 리들리묘지를 첫 방문했다. 이후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와 8·15광복절 등 매년 2차례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조국의 관심도 없이 요즘도 종이에 직접 태극기를 그려 넣어 189기의 무덤에 꽂고 있다.김명수씨는 “저 무덤에 누워 계신 이민선조들은 모두 자갈밭을 개간하신 분들”이라며 “그 위에 지금 우리가 씨를 뿌리고 있으며 수확의 열매는 우리의 후손들이 누리게 될 것이며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글·사진/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6-08-01

선진시스템·문학강의·연주회도… 작지만 알찬 관악도서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김민석(30)씨는 오랜 취업준비 끝에 최근 A기업에 입사했다. 맡은 업무와 회사 분위기 파악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김 씨. 하지만, 중학교 시절부터의 취미인 `독서`의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었다. 그런 김 씨에게 이용자 친화적인 관악구의 효율적인 도서관시스템은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홈페이지 통해 책 신청하고원하는 장소에서 받아볼수 있어55만권 책 데이터베이스화도서대출·반납 편리하게도서관 신축보다 민간자본 유치해유휴공간 활용, 내실부터 다져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도서관다문화 가족위한 프로그램까지하드웨어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글 싣는 순서1. 문화도시 파리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2. 파리 시민들의 사랑방 퐁피두도서관3. 서울 관악구가 양질의 인프라를 갖춘 이유4. 지역 도서관의 현재와 지향하는 미래5. 파리와 서울 관악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관악구 도서관 통합홈페이지에 접속해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출퇴근 시 이용하는 지하철 신림역에서 그 책을 바로 찾아볼 수 있는 것. 반납 또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도서반납기를 이용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책을 받아볼 수 있는 관악구의 선진적인 도서관 이용체제.구 내 40개의 도서관이 소장한 55만 권의 책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구민이 평소 이용하는 지하철역에서 도서 대출과 반납이 가능하도록 만든 관악구의 혁신은 국내외 많은 도서관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 관악구가 타 지자체가 부러워하는 `도서관 시스템`을 갖춘 배경에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유종필 씨가 있다. `세계 도서관 기행` 의 저자이기도 한 유 씨가 관악구청장으로 취임한 2010년부터 현재까지 관악구의 도서관 시스템은 해를 거르지 않고 업그레이드되고 있다.2009년 5개에 불과했던 관악구의 도서관은 2014년엔 43개로 늘었고, 각각의 도서관이 효율적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이를 통해 자신의 집 가까운 도서관에는 없는 책도 신청을 통해 이틀 안에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이 업무를 위해 관악구는 6명의 전담직원을 운용한다. 이들은 몸이 불편해 도서관까지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집으로 책을 배달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식 도시락 배달`로 명명된 이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관악구민이 읽은 책은 도합 36만 권. 그 책들을 쌓으면 에베레스트산(8천848m) 턱밑까지 도달하는 약 7천m 높이가 된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관악구청 도서관과 직원들이 지난 6년간 마음속에 담아온 슬로건이다. 관악구에 자리한 43개 도서관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관악구청 도서관과 임병재 도서관운영팀장은 “빠듯한 예산으로 무작정 도서관을 신축하기는 현실상 힘들다. 대신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유휴 공간을 활용해 작지만 내실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구 관악구청 청사 1층 여유공간을 활용해 만든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 공유지를 활용해 환경친화적으로 꾸민 `도림천에서 용나는 작은도서관`, 방치돼 있던 관악산도시자연공원 내 매표소를 리모델링한 `관악산 시(詩)도서관` 등은 임 팀장이 설명이 현실화 된 생생한 사례다.신림로3길에 위치한 관악문화도서관(지하2층·지상5층)은 17만 권의 도서를 갖춘 관악구의 메인 도서관이다. 서울대학교와 지척인 여기에선 입구에 늘어선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 혹은 벤치에서 책을 읽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이 도서관 외에도 관악구엔 4개의 공공도서관과 33개의 소규모 도서관이 있고, 지하철 신림역·봉천역·서울대입구역 등엔 `무인 도서예약·대출기`와 `스마트도서관 자동반납기`가 설치돼 있다.3년째 관악구에 거주하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는 B씨는 “책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인프라도 좋지만, 더 매력적인 건 도서관에서 각종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관악구 내 공공도서관 5곳에서 진행된 `길 위의 인문학` `다산 정약용 이야기` `명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등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시험 준비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바쁜 B씨에게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선물했다.여기에 `작가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도 관악구청이 내세우는 문화행사다. 분기별로 시인과 소설가 등을 초청해 허심탄회한 이야기의 시간을 나누는 북콘서트. 독자들이 평소 좋아하던 작가들 앞에서 작품을 낭송하고, 연주회와 작가 사인회 등이 동시에 열리는 이 행사에는 작년에만 1천150명이 참석했다.`책과 구민을 보다 가까이`하려는 관악구청의 노력은 이것만이 아니다. 임병재 팀장은 부연한다. “주민센터 내에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다문화가족을 위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린 시절부터 책과 함께 하는 환경조성을 위해 `북 스타트 운동(아이들을 위한 독서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도 관악구의 도서관시스템은 끊임없이 발전할 겁니다.” 이런 형태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췄으니, 이를 보고 배우려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시도가 이어지는 건 명약관화한 일. 2016년 상반기에만 부산광역시 남구청, 전라북도 문화예술과 도서관문화시설팀, 완주군 교육지원과 도서관팀, 서울시 중구청 교육체육과, 거창군 문화관광과, 안성시립중앙도서관, 동대문구 문화체육과가 관악구 도서관과를 찾아 도서관 운영과 문화행사·이벤트 진행의 노하우를 배워갔다.지구 전체가 인터넷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된 세상이니 외국에서도 관악구의 도서관 체제와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좋은 것을 모방하려는 노력은 외국도 국내와 다르지 않았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관악구로 시찰단을 보냈고,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은 교수들을 보내 “우리도 관악구의 도서관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줬다. 또한, 중국의 CCTV와 일본의 `동경신문` `주니치신문` 등은 `특색 있는 한국의 도서관`, `지식복지를 추진하는 미래 창조 도서관`이란 제목 아래 관악구의 도서관을 다룬 방송과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유종필 구청장은 “사람이 곧 미래”라고 말한다. 그 사람과 미래에 대한 투자의 방점을 `책`과 `도서관`에 찍고 있는 관악구의 내일을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글/홍성식 기자사진제공/ 구창웅

2016-07-29

수많은 해외 독립유공자들, 독신으로 비참하게 생 마쳐

미국 중부 캘리포니아를 일컫는 중가주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사회로 상징되는 남가주와 샌프란시스코가 중심인 북가주는 미국을 대표하는 이미지인듯 우리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중가주는 1903년부터 1905년까지 이어진 하와이 농업 이민 1세대 한인들이 북가주를 통해 미 본토에 입국해 남부로 이동하며 전역에 250만 교민을 형성하기 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 해외독립운동 사적지이다. 오죽했으면 교민사회에서 `미주 한인 이민역사의 성지`라는 평가까지 나오겠는가. 이들은 비록 역사에서 이제 거의 잊혀졌지만 비천한 신분과 가난 속에서도 이름 없는 해외독립 유공자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이제 리들리와 다뉴바를 중심으로 한 중가주 한인 이민사를 복원하는 일은 과거의 거울에 내일의 길을 비추는 모색으로서 그 의의가 충분하다. 하와이 첫 공식 이민자 중 2천명 美 본토 밟아당시 한인 전체 이민자 3분의 1이 중가주 정착리들리엔 안창호·다뉴바엔 이승만이 거점 삼아경쟁적으로 관리하며 독립자금 거둬 들여이민 1세대 중 경주출신 매장기록 유일한 김경선29세 청년 시절부터 농장 날품팔이로 늙어간 뒤환갑 나이에 스스로 목숨 버린 한많은 生 안타까워□ `포와`에서 `상항` 거쳐 `딴유바`까지자동차로 LA를 출발해 우리 고속도로와 같은 5번과 99번 프리웨이를 3시간 가량 달리면 다뉴바이며 다시 30분을 더 가면 리들리가 나온다.전형적인 농촌도시인 이곳은 킹스리버(King`s River)가 공급하는 풍부한 용수와 일조량, 밤낮의 기온차가 심한 분지의 지형으로 인해 `미국의 과일바구니`로 불릴 만큼 과수 농업이 발달돼 있다.이번 현지 취재 기간 중 직접 차를 몰아 달려본 도로변에는 복숭아와 오렌지, 아몬드 등 갖가지 유실수가 끝 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접근해보면 나무 아래에는 노동력 부족으로 수확되지 않은 낙과들이 부지기수였다. 이제는 히스패닉들도 취업을 주저할 것 같은 이 과일 수확 임노동자들의 선조는 지난 1904~1905년께부터 시작해 1930년대 무렵, 한때 300~500명이 모여 살았던 한인 이민자였다. LA 거주 사학자 이자경씨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이른바 `포와`(하와이)에서 근로기간을 마친 한인 임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귀국이나 하와이 잔류, 미 본토 입국 등 다음 행선지를 선택할 수가 있었다.그 결과 하와이 첫 공식 한인 이민자 7천500여명 중 1천500~2천여명이 `상항`(샌프란시스코)을 통해 미 본토를 밟았다. 이들은 곧바로 솔트레이크시티 등의 대륙횡단철도 공사현장이나 덴버의 광산에서 중노동을 하거나, 하루 일당 1~2달러로 다소 낮지만 리들리와 `딴유바`(다뉴바)의 포도나 오렌지 농장에서 과일 수확을 했다.극히 드문 사례지만 1909년에는 박제순이 유타주에서 현지인의 토지를 빌려 사탕수수를 직접 재배하기도 했다. 한인들은 본토 입국 후 초기 5년 동안 성실하게 삶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국민회와 동지회의 주무대중가주 한인 커뮤니티의 규모가 가주 전체 한인의 3분의 1을 점할 만큼 성장하자 미주지역 독립운동의 양대 거두였던 도산 안창호와 우남 이승만이 지나칠 리가 없었다. 이들은 각기 노선을 달리해 사사건건 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나 경쟁적으로 리들리와 다뉴바의 한인사회에 정성을 쏟았다.결국 리들리는 안창호의 계열인 대한민국민회가, 다뉴바는 이승만이 중심인 동지회가 각각 거점으로 삼기에 이르렀다.이 때의 감정으로 인해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이 되자 리들리의 한인들은 한국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할 만큼 불이익을 받았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이다.□ 독립지원 이면에 일탈의 양면도상해 임시정부의 활동은 미주 한인들의 독립성금에 크게 의존할 만큼 공헌도가 컸다. 대부분이 독신자인 한인 노동자들은 `먹고 남은 것은 조국 광복운동 후원에 바쳤다`(김원용 저 `재미 한인 50년사`)고 할 만큼 열성적이었다. 하지만 힘든 노동과 가족의 위안도 받을 수 없었던 처지에서 이들 가운데 일부는 도박과 마약에 빠지고 살인과 폭행 등 범죄와 일탈의 심각성을 보이기도 했다.결국 노동력을 상실한 은퇴 한인 이민자들은 리들리 한인교회 앞 한인이 운영하던 하숙집에 집단 거주하며 열악한 의식주로 연명하다가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임종 조차 지킬 이가 없는 비참한 삶을 살았다. □ 경주사람 김경선의 흔적을 찾아서이번 취재에서 리들리와 다뉴바의 공동묘지에 안장된 미주 한인 이민1세대 가운데 매장기록이 확인된 유일한 경북 경주 출신 김경선본지 18일자 1면 보도의 행적을 거슬러 가는 일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미국 중가주의 작은 농촌도시 다뉴바의 공동묘지에 쓸쓸히 잠든 그의 존재는 지난 6월14일(현지 시간) 오후 현지 안내를 맡은 한 교민이 건네준 명단을 통해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애국선열 명단`제목을 단 11쪽 분량의 이 묘지 기록에 기재된 한인 1세대 매장자는 리들리 189명, 다뉴바 58명 등 모두 247명으로 생몰 연대와 출신지, 사인(死因) 등이 담겨 있었다. 물론 성씨만 기재되는 등 미확인자도 적지 않았다.출국 전 이미 국내 취재에서 제물포항을 통해 하와이로 농업이민을 떠난 7천500여명의 출신지 중 경상도가 세 번째이며 그중에서도 경주 출신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자의 눈에 김경선이 띈 것이다.유일하게 `경주`가 기재된 그는 1874년생으로 1934년 4월28일, 만 59세에 사망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생을 접었으며 `중가주 독립당에서 장례`를 치렀다고 기록돼 있었다.한인 매장자 가운데 그리 드문 사인은 아니었으나 확인된 유일한 경주사람이니 자연히 행적에 관심이 갔다. 이어 다음날 방문한 다뉴바에서 묘비 하나로 남은 그를 뭉클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이 쓸쓸한 사내는 누구이며 어떤 일이 있었길래 머나먼 고국의 나이 60세가 된 해에 생을 버렸던 걸까?18일 귀국한 뒤 곧바로 경주시에 취재를 했으나 동명이인은 있을 뿐 1874년생은 없었다. 미심쩍은 생각에 포항시에도 문의했으나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번 취재의 시작 지점이었던 인천의 한국이민사박물관에 도움을 청했다. 얼마 뒤 이메일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같은 이름이 모두 8명 확인되지만 출생년도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첫 보도를 해야 하는 11일이 코앞에 다가오는데 속이 탔다. 하지만 흔한 이름이 아닌데도 8명씩이나 확인된다는 점에 의문이 들어 다시 용기를 내어 재확인을 요구했다. 며칠 뒤 이현아 학예사로부터 놀라운 답변이 왔다. `미국 측 도착자 명단에서 재확인을 해보았더니 경주시가 아닌 상세 거주지로 □ Dong으로 기록된 김경선이라는 이름이 검색`된다는 것이다. 이 학예사는 `1904년 9월 26일 몽골리아(Mongolia)호로 하와이에 도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도 덧붙였다.그렇다. 김경선이 경주 시내인 노동동에서 살았다는 사실은 확실해졌다. 29세의 청년으로 하와이로 건너간 그는 다시 본토로 건너가 농장의 날품팔이로 늙어간 뒤 끝내 외로운 삶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그렇다면 이쯤에서 그에 대한 더 이상의 확인은 미뤄두기로 했다. 잘만 하면 그의 혈족들을 찾아 보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은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그가 마지막 눈을 감던 순간, 먼 시절 이역만리 경주의 토함산에 걸렸던 뭉개구름과 알천변의 물놀이, 반월성지의 첫사랑을 그리워했으리라는 추모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비록 자신은 비루한 처지 속에서 떠돌이로 생을 마쳤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가난한 주머니를 열었으며 이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후손들이 있다면 안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6-07-25

세상의 모든 예술 만나는 파리시민 사랑방 같은 도서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먼저 에피소드부터 하나. 10대 청소년들이 끝도 보이지 않게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1층 안내데스크에서 “퐁피두도서관 담당자와 5분쯤 인터뷰가 가능한가?”라고 물었다.잠시 후 세련된 옷차림의 중년여성이 계단을 통해 2층에서 내려왔다. 언론담당관 크리스틴 카리에였다. 예고 없는 방문이었음에도 그녀는 친절했다. 약속했던 5분의 인터뷰는 15분으로 길어졌다.1977년 국립예술문화센터와 함께 개관 소장도서 40만권 한정해 신간 로테이션 빠르게영화·음악 등 예술·문화 전 장르 만날수 있어카페·영화관·비디오 자료·갤러리 전시실 등20~30대 젊은 층의 전폭적 사랑받는 도서관글 싣는 순서1. 문화도시 파리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2. 파리 시민들의 사랑방 퐁피두도서관3. 서울 관악구가 양질의 인프라를 갖춘 이유4. 지역 도서관의 현재와 지향하는 미래5. 파리와 서울 관악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퐁피두도서관 언론담당관 크리스틴 카리에.재밌는 사건(?)은 인터뷰가 끝난 후 일어났다. 통역자를 통해 크리스틴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한국엔 국립도서관이 몇 개나 되느냐?” “한국 도서관의 관리주체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다오.” “서울과 지방 도서관의 차이는 어떤 것인가?”... 누가 기자이고, 누가 언론담당관인지 헛갈리기 시작했다. 3개의 매체를 거치며 10년 넘게 기자를 해왔지만, 이처럼 `호기심 많은` 취재원은 처음이었다. 아는 한도 내에서 질문에 답해주며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이게 프랑스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임하는 모습이고, 많은 책을 읽으며 살아온 자의 지적 호기심이구나.`크리스틴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는 퐁피두도서관은 1977년 개관한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 Pompidou)와 함께 생겨났다.철골과 배관을 숨기지 않고 외부로 노출한 대담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퐁피두센터는 그 독특한 미적 완성도로도 이름이 높아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등과 함께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한 번은 들러보고 싶어 하는 곳. “책, 음악, 미술을 포함한 모든 예술이 더불어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퐁피두도서관은 바로 이 퐁피두센터 2~3층에 자리했다. 크리스틴의 설명에 따르자면 “도서관을 향한 프랑스인의 현대적 요구에 가장 효과적으로 답하는 공간”이 바로 퐁피두도서관이다.소장도서를 40만 권 내외로 한정시켜, 출간시점이 오래된 책은 외부로 내보내고 항상 새로운 소설과 시집, 미술과 음악 관련 신간들을 채워 넣는 퐁피두도서관의 시스템은 젊은층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10대와 20대 방문자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프랑스의 어떤 도서관보다 늦게 문을 닫는 것도 장점이다. 퐁피두도서관이 불을 끄는 시간은 밤 10시. 이 원칙은 일주일에 단 하루, 화요일을 제외하고는 휴일과 국경일에도 지켜진다. 비유를 해보자. 프랑스국립도서관(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이 3천500만 권에 이르는 희귀한 고서적과 고문서를 소유한 점잖은 교수라면, 퐁피두도서관은 지식에 대한 열망으로 몸을 뒤채는 쾌활한 학생이라 할 수 있다. 퐁피두센터는 젊은이들의 `지적 열망`에 효과적으로 답하는 공간 배치로도 이름이 높다. 1층에는 카페테라스, 영화관, 서점이 위치해 있고 2~3층은 열람실과 학습실, 비디오 및 음향 자료실과 프레스 미디어실로 꾸몄다. 여기에 4층과 5층엔 갤러리와 그래픽아트·조각 전시실이 자리했다. 퐁피두센터 한 곳에서 책은 물론 영화와 음악, 미술까지 예술의 거의 전 장르와 즐겁게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게 무료라는 것도 주머니 가벼운 소년·소녀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크리스틴이 가지고 있는 퐁피두도서관에 대한 자부심이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인구대비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은 북유럽이 더 많아요. 하지만, 북유럽은 춥고 흐린 날씨 탓에 도서관이 `따뜻한 동네 카페`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사교공간으로서의 비중이 더 큰 거죠. 아마 순수하게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오는 이들은 프랑스 사람들이 더 많을 걸요.” 환하게 웃어 보인 크리스틴이 말을 이어갔다.“프랑스는 국가가 운영하는 도서관만이 아닌, 대학 도서관과 지역의 민간도서관도 인프라가 좋은 편이죠. 거기서 체계적인 도서관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관한 도움을 요청하면, 파리에서 전문가가 파견되기도 한답니다.”내침 김에 도서관과 책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이 여성에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다행히 기자도 들어본 이름이 나왔다. 소르본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프랑스 소설가 실비 제르맹(Sylvie Germain). 한국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라는 작품을 번역·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당연지사 “왜 그의 소설을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노래하듯 들려준 크리스틴의 답변이 잘 쓰인 한 편의 프랑스 시 같았다. “외로움에 대한 해석이 독특해요. 어쩔 수 없는 생의 비극적 정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게 좋았죠. 게다가 슬픔에 접근할 때도 문장은 한없이 아름다워요. 그러니,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취재와 인터뷰를 마치고 퐁피두센터 앞 광장으로 나왔다. 햇살이 제법 따가운데도 젊은이들은 그것에 개의치 않고,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이야기하거나 광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소규모 공연을 지켜보느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거기서 만난 프랑스 소녀 소피(18)와 소년 루카스(17)는 “퐁피두센터 안에선 책도 읽고 영화와 전시회도 보고 친구랑 아이스크림도 먹어요. 이렇게 광장으로 나와선 형과 누나들의 악기 연주와 마임(Mime)을 보기도 하죠. 아저씨도 파리를 즐겨보세요”라는 말로 기자를 즐겁게 했다.앞으로 20~30년 후쯤에는 소피와 루카스의 아들·딸도 퐁피두센터와 그 앞 광장에서 책, 음악, 미술, 공연과 함께 청춘의 한 시절을 보낼 것이다. 바로 그런 청춘시절의 경험이 그들을 예술을 알고 제대로 향유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시키지 않을까.※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글/홍성식 기자·사진/이준성 기자

2016-07-22

쇠퇴한 중앙동에 복합개발사업 옛 활기 되찾을 무한가능성 열려

지난 2015년 4월 1일 포항시 북구 대흥동 구도심에 위치한 구 포항역은 역사이전과 함께 지난 100년간 수행했던 역세권으로서의 역할에 종지부를 찍었다. 역이 떠나고 남은 자리에는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글 싣는 순서1. 영국 산업발전 견인차 `맨체스터 리버풀역`2. 영국 과학·산업 역사 한눈에 `맨체스터 MOSI`3. 시민의 발이 문화공간으로 `충남 보령문화의전당`4. 포항역의 역사(歷史)와 KTX시대5. 옛 포항역 부지 가능성과 개발 기대효과옛 포항역 복합개발사업 용역 진행주택·체육시설·편의시설 등사유지 포함 수만평 규모 확대 개발구도심 활성화 신호탄 기대비록 도로개설로 인해 역사(驛舍)는 철거됐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역주변 부지는 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발사업의 중요포인트는 주민 스스로가 개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앞서 영국 맨체스터의 사례에서 과거 맨체스터 리버풀역이었던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 인근 도심지역인 스피닝필드는 런던부동산연합(Allied London Properties)이라는 민간기관이 주도아래 2000년 이후부터 본격화됐다.런던부동산연합은 15억파운드라는 엄청난 민간자본을 유치해 박물관으로부터 1㎞ 가량 떨어진 스피닝필드 지역에 비즈니스, 상업, 주거가 복합된 새로운 지구를 만들었다. 맨체스터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1만6천명이 넘는 인원이 스프링필드 지역에 입주한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구 포항역이 위치한 포항 구도심지역은 침체일로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1980~90년대 가장 번화했던 포항 중앙상가 일대는 젊은 청춘들이 추억을 쌓는 공간으로 늘 생기가 돌았지만 이제는 그러한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도로변 상가들은 점포가 비어있기 일쑤고, 일부는 아예 임대문의조차 없이 방치되고 있다.쇠퇴한 상권은 점점 되살리기 어려워졌고, 휴일이나 주말이 되면 각종 아울렛·쇼핑센터가 들어선 가까운 대구·울산·경주 등으로 쇼핑객들이 빠져나가면서 지역자본이 유출되고 있다.이 때문에 지난 1980년대 4만6천여명으로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했던 포항시 북구 중앙동은 2016년 6월 기준 1만7천여명에 불과하다.이는 포항시 북구지역 동단위 행정구역 8곳 중 환여동(1만1천여명)에 이어 2번째로 적은 규모다.이같은 상황에서 구 포항역 복합개발사업이 구도심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구 포항역 철도부지는 약 6만6천97㎡(약 2만평)의 규모로 소유지분은 국유지가 4만4천145㎡, 코레일이 2만633㎡, 포항시가 1천319㎡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개발에 추가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변 사유지의 범위설정이 이뤄진다면 개발범위는 수만평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구체적인 안이 제시되지는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예상안은 행복주택, 주차장, 광장, 체육시설 등 주거와 편의시설이 포함된 복합개발이다. 현재 구도심 인근에 위치한 중앙동, 대흥동, 죽도동 등지에는 대규모 주거시설이 없어 퇴근 이후에는 상당수의 인구가 장량, 문덕 등 신시가지로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 주거·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설 경우 퇴근이후에도 머물 수 있는 인구를 확보하게 되고 더불어 상권의 활성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지난해 개관해 포항시민의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는 포은중앙도서관과 경북동해안 최대 규모의 죽도시장, 중앙상가 등과 효과적으로 연계하면 상당한 인구유입 효과와 관광객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여기에 포항역 이전으로 폐선된 효자역~포항역간 철도부지 4㎞구간에 대한 공원화 사업 추진도 본격화되면서 휴식기능을 더한다면 구 포항역 일대는 인구를 모으고, 주변으로 확산시키는 효과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구 포항역 개발사업은 단기간에 마무리짓기 위해 사업속도를 높이기 보다는 10년, 20년을 내다보며 사업을 진행해야 성공적인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제시 등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사업시행자가 이를 반영한다면 구도심활성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데 소중한 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병국 포항시의회 건설도시위원장지역주민 아이디어·대안 제시로도심재생사업 시너지 효과 기대-구 포항역 복합개발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지난해 4월 포항시, 한국철도시설공단(KR), 코레일 등 3개 기관이 구 포항역 개발사업을 위해 MOU를 맺은 바 있다. 그런데 협약을 맺고 KR이 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사업범위를 확대해 주변 사유지도 함께 개발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 의견이 받아들여져 사업주체에 변화가 생겼다. 사업범위가 사유지로 확대되면 국토부 지침과 법적근거 등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주체로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LH의 사업참여가 본격화되면서 수개월간 각 기관이 입장을 교환했고 지난 6월 포항시와 LH가 새로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구상을 위한 용역을 수행 중이다.-개발사업이 어떤방향으로 가야만 구도심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우선 사람이 살아야 한다. 상주인구가 늘어나면서 유동인구도 덩달아 확보가능해진다면 근거리에 있는 상업지구와 연계해 활발한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LH의 구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행복주택의 경우 젊은 직장인, 신혼부부, 대학생이 70%이상이라 소비층이 다소 약한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에 구도심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구 포항역 축소복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장소인 만큼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철거이전 실시했던 실측모델을 바탕으로 개발사업 부지 한켠에 마련한다면 의미가 있는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KTX역 이전의 포항역을 기억하는데 도움을 주고 건물 내에 갤러리, 전시회 등을 수시로 개최할만한 공간을 제공한다면 구도심의 새로운 명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가장 중요한 사실은 구 포항역 복합개발사업은 역세권을 상실하고 구도심침체를 우려한 주민들 스스로가 자구책을 들고 나오면서 추진된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포항시에서 도심재생과 중앙상가 활성화 등을 위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도심은 여전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민들이 협의체구성 등을 통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요구를 제시하고 대안을 의뢰한다면 구 포항역 개발사업은 도심재생사업과 더불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끝

201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