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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시스템·문학강의·연주회도… 작지만 알찬 관악도서관

홍성식 기자
등록일 2016-07-29 02:01 게재일 2016-07-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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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도서관 선진화 방안
▲ 선진적인 도서관 시스템을 갖춘 서울 관악구. 관악구의 메인도서관격인 관악문화도서관 전경.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김민석(30)씨는 오랜 취업준비 끝에 최근 A기업에 입사했다. 맡은 업무와 회사 분위기 파악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김 씨. 하지만, 중학교 시절부터의 취미인 `독서`의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었다.

그런 김 씨에게 이용자 친화적인 관악구의 효율적인 도서관시스템은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홈페이지 통해 책 신청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받아볼수 있어

55만권 책 데이터베이스화

도서대출·반납 편리하게

도서관 신축보다 민간자본 유치해

유휴공간 활용, 내실부터 다져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도서관

다문화 가족위한 프로그램까지

하드웨어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

글 싣는 순서

1. 문화도시 파리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

2. 파리 시민들의 사랑방 퐁피두도서관

3. 서울 관악구가 양질의 인프라를 갖춘 이유4. 지역 도서관의 현재와 지향하는 미래

5. 파리와 서울 관악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관악구 도서관 통합홈페이지에 접속해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출퇴근 시 이용하는 지하철 신림역에서 그 책을 바로 찾아볼 수 있는 것. 반납 또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도서반납기를 이용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책을 받아볼 수 있는 관악구의 선진적인 도서관 이용체제.

구 내 40개의 도서관이 소장한 55만 권의 책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구민이 평소 이용하는 지하철역에서 도서 대출과 반납이 가능하도록 만든 관악구의 혁신은 국내외 많은 도서관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 관악구가 타 지자체가 부러워하는 `도서관 시스템`을 갖춘 배경에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유종필 씨가 있다. `세계 도서관 기행` 의 저자이기도 한 유 씨가 관악구청장으로 취임한 2010년부터 현재까지 관악구의 도서관 시스템은 해를 거르지 않고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2009년 5개에 불과했던 관악구의 도서관은 2014년엔 43개로 늘었고, 각각의 도서관이 효율적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이를 통해 자신의 집 가까운 도서관에는 없는 책도 신청을 통해 이틀 안에 받아볼 수 있게 됐다.

▲ 관악구는 아이들이 책 읽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관악구는 아이들이 책 읽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업무를 위해 관악구는 6명의 전담직원을 운용한다. 이들은 몸이 불편해 도서관까지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집으로 책을 배달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식 도시락 배달`로 명명된 이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관악구민이 읽은 책은 도합 36만 권. 그 책들을 쌓으면 에베레스트산(8천848m) 턱밑까지 도달하는 약 7천m 높이가 된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관악구청 도서관과 직원들이 지난 6년간 마음속에 담아온 슬로건이다. 관악구에 자리한 43개 도서관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관악구청 도서관과 임병재 도서관운영팀장은 “빠듯한 예산으로 무작정 도서관을 신축하기는 현실상 힘들다. 대신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유휴 공간을 활용해 작지만 내실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 관악구청은 다문화가정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 진행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관악구청은 다문화가정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 진행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 관악구청 청사 1층 여유공간을 활용해 만든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 공유지를 활용해 환경친화적으로 꾸민 `도림천에서 용나는 작은도서관`, 방치돼 있던 관악산도시자연공원 내 매표소를 리모델링한 `관악산 시(詩)도서관` 등은 임 팀장이 설명이 현실화 된 생생한 사례다.

신림로3길에 위치한 관악문화도서관(지하2층·지상5층)은 17만 권의 도서를 갖춘 관악구의 메인 도서관이다. 서울대학교와 지척인 여기에선 입구에 늘어선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 혹은 벤치에서 책을 읽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도서관 외에도 관악구엔 4개의 공공도서관과 33개의 소규모 도서관이 있고, 지하철 신림역·봉천역·서울대입구역 등엔 `무인 도서예약·대출기`와 `스마트도서관 자동반납기`가 설치돼 있다.

3년째 관악구에 거주하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는 B씨는 “책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인프라도 좋지만, 더 매력적인 건 도서관에서 각종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관악구 도서관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덴마크 코펜하겐 시찰단.
▲ 관악구 도서관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덴마크 코펜하겐 시찰단.

2015년 관악구 내 공공도서관 5곳에서 진행된 `길 위의 인문학` `다산 정약용 이야기` `명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등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시험 준비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바쁜 B씨에게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선물했다.

여기에 `작가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도 관악구청이 내세우는 문화행사다. 분기별로 시인과 소설가 등을 초청해 허심탄회한 이야기의 시간을 나누는 북콘서트. 독자들이 평소 좋아하던 작가들 앞에서 작품을 낭송하고, 연주회와 작가 사인회 등이 동시에 열리는 이 행사에는 작년에만 1천150명이 참석했다.

`책과 구민을 보다 가까이`하려는 관악구청의 노력은 이것만이 아니다. 임병재 팀장은 부연한다. “주민센터 내에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다문화가족을 위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린 시절부터 책과 함께 하는 환경조성을 위해 `북 스타트 운동(아이들을 위한 독서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도 관악구의 도서관시스템은 끊임없이 발전할 겁니다.”

▲ 관악구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관악구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런 형태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췄으니, 이를 보고 배우려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시도가 이어지는 건 명약관화한 일.

2016년 상반기에만 부산광역시 남구청, 전라북도 문화예술과 도서관문화시설팀, 완주군 교육지원과 도서관팀, 서울시 중구청 교육체육과, 거창군 문화관광과, 안성시립중앙도서관, 동대문구 문화체육과가 관악구 도서관과를 찾아 도서관 운영과 문화행사·이벤트 진행의 노하우를 배워갔다.

지구 전체가 인터넷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된 세상이니 외국에서도 관악구의 도서관 체제와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좋은 것을 모방하려는 노력은 외국도 국내와 다르지 않았다.

▲ 관악구 공공도서관이 진행하는 북콘서트. 소설가 황정은과 자리를 함께 한 관악구민들.
▲ 관악구 공공도서관이 진행하는 북콘서트. 소설가 황정은과 자리를 함께 한 관악구민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관악구로 시찰단을 보냈고,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은 교수들을 보내 “우리도 관악구의 도서관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줬다.

또한, 중국의 CCTV와 일본의 `동경신문` `주니치신문` 등은 `특색 있는 한국의 도서관`, `지식복지를 추진하는 미래 창조 도서관`이란 제목 아래 관악구의 도서관을 다룬 방송과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유종필 구청장은 “사람이 곧 미래”라고 말한다. 그 사람과 미래에 대한 투자의 방점을 `책`과 `도서관`에 찍고 있는 관악구의 내일을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글/홍성식 기자

사진제공/ 구창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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