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가적 재난을 계기로 방황에 빠진 우리 사회 전반에 깊은 성찰의 계기를 던져 주었다는 점에서 반향이 더 컸다. 특히 양극화와 실업의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는 메시지도 깊이 남았다.본지는 `지역신문사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체제 아래서 대안적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의 국내외 실태와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공공부문만으론 복지수요 한계전·현 정부 들어 홍보·육성한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전국 5천여개 우후죽순 설립단기실적 조급함 등 문제 많아전세계 조합 숫자 170여만개스페인 `몬드라곤`은 매출 30조■ 글 싣는 순서① 사회적 경제, 불신과 과신의 극복에서② 제2·제3의 해피브리지를 꿈꾼다(국내)③ 조합이 일궈낸 6차산업의 천국(독일)④ 소방서에서 탄생한 노숙인 셰프(영국)⑤ 사회적 경제를 지역의 기회로□사회적 경제에 대한 편견지난 8월말 서울 광화문 한국언론재단에서 `2014 지역신문발전기금 제3차 공동기획취재단`의 국내 취재 일정이 진행됐다. 주제는 `양극화와 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 방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이 딜레마에 대해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 대표하는 `사회적 경제`를 대안으로 모색하는 기회였다.강사 중 한명인 김성오 (협)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은 세계 협동조합운동의 고전인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를 이미 22년 전 국내에 보급한 장본인. 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협동조합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 사례를 들었다.이제는 퇴임한 영남권의 한 광역단체장은 재임 당시 간부들에게 “협동조합에는 관심도 없으니 성과에 대해 보고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조합=좌파`라는 등식이 자치단체장에게 까지 주입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서구 사회에서는 일반화된 이 기업 형태에 대해 `좌파 집단` `몰개성`의 이미지를 넘어 `집단농장`이라는 편견이 있을 정도이다.여기에다 회계 부문 등 사회적 경제 참여자들의 전문성 부족이 초래한 아마추어리즘, 낮은 수입과 노동강도에서 오는 부의 하향 평준화, 과거 벤처 광풍을 연상케 할 만큼 폐해가 심했던 사회적 기업 설립 붐 등도 부정적 인식 확산에 한몫했다. □ 전·현 정부 모두 적극 지원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까지 보수 집권당 체제 하에서 사회적 경제는 연이어 적극적 홍보와 육성 지원을 받아 왔다.이 같은 아이러니한 현실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현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와 협동조합 지원정책이 어디서 맞물렸는지를 보면 된다. 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국가나 지방 모두 재정이 부족한데도 그 효율성이 부족해 공공부문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관련 전문가인 민영서 (사)스파크 상임대표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의 자율적 기능을 회복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나에서 우리로, 자본에서 인본주의로 회귀하는 시대정신이자 `소셜 이노베이션`”이라고 강조했다.민 대표에 따르면 청와대의 정책결정으로 주관부처가 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처음에는 협동조합에 대한 불신이 역력했다. 하지만 스페인 현지의 몬드라곤 조합을 방문해 기업의 실상과 내부유보금이 45조원에 이를 만큼 안정된 내실을 확인한 뒤 비로소 태도를 바꾸게 됐다.그렇지만 여전히 관 주도 위주와 단기적 성과주의의 문제는 여전하다.최혁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기획관리본부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험 때문인지 아직도 `협동조합을 하면 자금 지원이 되는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설립을 쉽게 결정하고 서둘러 실적을 내려는 조급성도 국내 조합 문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국내·외 협동조합 실태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2012년 12월 1일이 기준이 된다. 그 이전에는 8개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소위 `선배조합`이 5천200여개이다. 생산자조합(농협, 수협), 신협(신협, 새마을금고), 소비자생협(한살림, 아이쿱 등)은 국민총생산에서 약 3% 비중이다.그 이후 지난 6월까지 1년7개월여 만에 5천6개의 조합(도소매업 27.2%, 농어업 12.4%, 교육서비스 11.6%, 제조 8.5%)이 설립됐다. 평균상근 0.9명, 평균출자액 2천여만원, 전체조합원은 10만여명이지만 실작동률은 10% 남짓에 불과하다.현재 전세계 170만개 협동조합의 기원은 영국의 로치데일 소비조합이다. 1840년대 노동자와 주부들이 조악한 품질의 생필품이 조달 마저 어렵자 직접 가게를 만들었다.이는 독일에 영향을 미쳐 라이파이젠 신용협동조합을 낳았다. 1860년대 고리대금에 시달리던 프로이센 농민들을 구제한 면장 라이파이젠의 제안은 소비자조합 보다 3배나 빠른 10여년 만에 전 유럽 농촌에 확산됐다.농산품 생산자조합의 대표인 썬키스트 오렌지, 제스프리 키위 외에도 미국의 AP통신과 유럽 명문의 축구클럽인 FC 바르셀로나, 미국 햄버거 메이커 버거킹 등이 협동조합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다.260여 조합의 그룹인 세계 최고의 조합 몬드라곤은 1956년 설립 이후 연 매출 30조원과 스페인 재계 서열 7위, 8만명이 넘는 일자리를 보유하고 있다. 위성 발사용 로켓 센서설비 제조기업,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시공한 우르사 건설사, 스페인 최대 슈퍼 체인인 에로스키 등이 속해 있다. 운영은 1인1표 원칙의 조합원 총회에서 주요 사안이 결정된다.이처럼 사회적 경제의 전통이 깊은 유럽 선진국에는 협동조합 외에도 NPO(Non Profit Organization, 비영리기구)가 중심이 된 사회적 기업도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공동취재단이 독일과 영국 현지에서 방문한 소셜 임팩트 랩(Social Impact Lab), 로컬리티(Locality), 더 브리게이드(The Brigade), 렘플로이(Remploy), 더 영 파운데이션(The Young Foundation) 등은 도시재생, 실직자 구제, 사회활동가 지원 등 소셜 이노베이션에 열정적이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