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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상조·미디어까지 조합원과 `더불어 함께` 경영

임재현기자
등록일 2014-11-14 02:01 게재일 2014-11-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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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과 양극화 해소<br> 경제에 길을 묻는다
▲ 노종면 국민TV미디어협동조합 방송제작국장이 앵커를 맡고 있는 뉴스K 방송에 앞서 스튜디오를 안내하고 있다.
▲ 안영진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 회장(왼쪽)과 서현석 상무가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더불어 삶`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다.

국내 사회적 경제는 혁신적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모델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해피브릿지의 `더 파이브`에서 그 역량을 막 꽃 피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 미덕인 환난상휼을 현대 상조문화에 접목시킨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대안언론을 모색하는 국민TV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전 분야에서 개척하고 있다.

■ 글 싣는 순서

① 사회적 경제, 불신과 과신의 극복에서

② 제2·제3의 해피브릿지를 꿈꾼다(국내)③ 조합이 일궈낸 6차산업의 천국(독일)

④ 소방서에서 탄생한 노숙인 셰프(영국)

⑤ 사회적 경제를 지역의 기회로

조합모델 선구격 `해피브릿지`

400여개 외식 프랜차이즈 성장

갑을문제 개선 새로운 도전

폭리 없는 새 장례사업 선도,

중립성 추구 대안언론도 눈길

□ 해피브릿지 `더 파이브`

`보리식품영농조합법인 설립(1999년)-2년 연속 한국프랜차이즈 대상 수상·2년 연속 한국소비자만족지수 1위 수상(2013년)-100대 프랜차이즈 선정(2014년)`.

이런 괄목할 만한 비약을 거듭한 프랜차이즈 기업이 주식회사가 아닌 협동조합이라면 쉽게 믿기가 어렵다. 이 놀라운 성공담은 바로 `국수나무` 브랜드로 잘 알려진 해피브릿지에 의해 창조됐다.

창립 후 주식회사로 신장을 거듭하다가 송인창(46)현 이사장의 주도 아래 지난 2013년 2월 협동조합 전환을 결의했다. 해피브릿지는 현재 국수나무 외에도 화평동왕냉면, 미야오 등 7개 브랜드가 전국 400여개의 음식체인점을 갖춘 외식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송 이사장이 현재 프랜차이즈의 심각한 갑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도하고 있는 도전은 수제 버거 브랜드인 `더 파이브`. 본사가 직접 점포를 차리면 조합원 5명이 한팀으로 운영하는 노동자협동조합 방식이다.

일반 프랜차이즈 직영점은 수익을 본부로 보내지만 이곳은 회계를 공개하고 순수익금은 점포에 모아 둔다. 금액이 초기 시설 투자비에 이르면 조합원들은 임차료와 권리금만 내고 점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는 업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인수 후 해피브릿지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면 독립된 조합식당이 창업된다.

지난해 서울 건대점을 시작으로 올 4월 명일점에 이어 10월에는 제3호 월곡점이 개점했다.

윤경선 해피브릿지 신사업팀장은 “조합의 외식업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이 확산되면 현재 프랜차이즈의 갑을 문제에 대안이 될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팀장의 말 대로 지난 10월 29일 문을 연 HB외식창업센터 요리학원(HBCC)은 해피브릿지의 15년간 외식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요리전문학원(에스창업요리학원 대표 서인준)을 통합하고 커피협동조합(ep-coop커피 대표 이준수)과 연대해 협동외식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HBCC 수석쉐프 서인준 원장은 “창업 후 점포 운영에 매몰돼 변화되는 소비자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매출이 악화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신 메뉴 R&D 교류모임을 통해 창업주가 경험하는 생생한 현장 정보와 메뉴 개발로 성공적 창업 및 운영을 돕겠다”고 말했다.

▲ 노종면 국민TV미디어협동조합 방송제작국장이 앵커를 맡고 있는 뉴스K 방송에 앞서 스튜디오를 안내하고 있다.

□ 한겨레두레·국민TV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는 서울, 강원, 광주, 충북, 부천, 창원, 천안아산 등 전국 7개 지역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행 법의 제한으로 교육과 조직은 조합이 담당하고 상포계 장례서비스는 한두레가 담당하는 이원 체제이다.

월 3만원의 상포곗돈(조합비:24%-7,200원/선불식할부회비76%-22,800원)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총 114회차(상포곗돈 기준 납부총액 342만원)까지 납부하면 추가납부하지 않아도 상포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12회차 이상 납입하면 100% 환급도 된다.

한겨레신문을 창간한 기자 출신인 안영진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우리 상포계의 9만원 가격 관이 일반상조회사에서는 30만원에 판매되는 등 폭리가 판치는 현실”이라며 “극도로 상업화된 기존 상조업계에 대안이며 협동의 힘으로 만드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대안 언론의 대안을 협동조합에서 찾고 있는 국민TV미디어협동조합도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잡은 국민TV는 2013년 4월 라디오에 이어 지난 4월 TV방송을 개국했다. 인터넷 기반 TV 등의 동시 접속자는 1회 2만여명이며 기업 광고 배제 원칙, 방송제작국장 임명동의제와 불신임해임안 등 방송의 중립성 유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아직 경상이익은 적자이지만 TV 수신료 형태인 조합원 조합비와 광고 매출, 사옥 내 카페 운영 매출, 조합원 수에 연동한 급여 체제 운영 등을 통해 흑자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뉴스K의 앵커를 맡고 있는 노종면 방송제작국장(YTN 해직기자)은 “이익 창출에 기대지 않고 특정 인물이 장악한 언론에서 탈피하기 위해 협동조합 형태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 안영진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 회장(왼쪽)과 서현석 상무가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더불어 삶`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다.
인/터/뷰 - 송인창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이사장

사람 냄새나는 협동조합 방식 외식업에 접목

-외식 프랜차이즈와 협동조합의 접목이 의외인데.

△현재 우리나라 외식산업 프랜차이즈의 딜레마를 주목해야 한다. 점주는 반실업상태나 다름 없다. 예를 들어 3억원을 투자해 점포를 창업했다고 가정하자. 이 돈의 상당 부분은 소위 `쳐바르는데`(인테리어)에 들어간다. 하지만 1년 반 이상 지나면 감가상각이 상당하고 부근에 더 세련된 점포와 메뉴의 경쟁업체가 생기면 그땐 망하기 시작한다. 돈 들여 다시 뜯어내 모두 폐기 처분하고 실업자로 돌아간다. 1년 반 동안의 수입은 따지고 보면 3억 투자금에서 조금씩 빼먹은 것일 뿐이다. 협동조합적 방식으로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파이브에서 이 시도가 실현되고 있다.

-잘 나가던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계기는.

△개인적으로 사람 중심의 직장 또는 공동체에 집착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기업이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는 신념이랄까. 대학 때 학생운동 하면서 사회변혁에 관심이 많았던 영향도 컸다. 가톨릭 청년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다가 1997년 다시 만나 의기투합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그때도 단순히 돈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 기여에 대한 비전들이 컸다. 사업을 하려면 자본이 모여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였다. 힘들 때 힘든 사람과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나중(2010년)에 이게 바로 협동조합의 원리와 상통함을 알게 됐다. 그래서 2010년 부터 세계의 협동조합 탐방을 시작했다. 세계3대 조합인 이탈리아 볼로냐 레가 코프 그룹의 사옥을 방문했을 때 조합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구성원들의 반발은 없었는지.

△15명의 주주가 자기자본 4억, 연매출 350억, 세전이익 15억, 장부상 80억의 권리를 포기하는데 총회에서 모두 의결했다. 기업 내부의 공유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기존 주주는 주식의 3분의 1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조합원, 직원과 나누자고 선언했다. 주주들은 지분을 내놓고 조합원이 됐으며 직원들도 1천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참여했다. 해피브릿지는 15명 주주의 회사에서 67명의 근속직원이 주인이 됐다. 회사가 성장 과정에 직원에게 소유권을 이전한 사례는 국내 최초이다. 조합 전문가인 볼로냐대학 자마니 교수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고 평했다.

-조합원 1인1표제가 신속한 의사결정에 저해요소는 아닌가.

△의사결정이 느리다고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최고경영자 1인의 결정 구조 때문에 오류의 위험성이 있다. 오히려 민주적 의사결정이 질을 높이기도 한다. 우리는 지난해 7번의 이사회를 했다. 과정은 힘 들었지만 결정의 질은 높았다. 굴지의 재벌 삼성도 상용차 투자 결정에서 오류를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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