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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걸쳐 돌김 양식 노하우 축적, 세토내해 양식장 ‘평정’

한상갑 기자
등록일 2025-07-13 17:29 게재일 2025-07-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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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반도체 김, 스마트 양식 시대를 열다
④ 세노수산의 돌김 양식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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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노수산에서는 매년 2000장 정도의 그물을 해상 양식장에 설치한다. 어린 김이 성체로 자라 수확을 하는데 보통 1~2개월이 걸린다. 완전히 자란 김은 약 10~20cm 정도인데 이것들은 모구리선이라는 전용 선박을 이용해 수확한다. 사진은 김 수확을 하는 모습. /세노수산 제공

‘전지적 김의 시점에서’

세노수산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금언(金言)이다.

‘한길 물속은 알아도•••.’ 로 시작하는 한국 속담도 있지만 양식업자들에게 이 ‘한길 물속’은 각자의 수십 년 지식과 경험이 투영되는 공간이다.

수온과 광량(光量), 영양, 염도에 따라 천양지차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육묘 배양에서 수확에 이르는 약 6개월 기간 이 시기 세노수산 직원들의 모든 주파수는 김과 맞춰진다. 김처럼 생각하고 해초처럼 느껴야 대상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본격 육묘 작업, 패각에서 어린묘 배양
매년 2000여장 김발 설치, 연간 10t 수확
수확한 돌김 원형 그대로 건조, 식감·향 일품
양념김·김밥용 김 등 20여가지 가공김 생산 

글 싣는 순서

① 바다에서 육지로, 김 산업의  변화
② 국내 스마트 김 양식장 현장을 가다
③ 일본  김 양식장 세노수산 취재기
④ 세노수산의 돌김 양식 성공 비결 
⑤ 경북도의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

이렇게 10년을 거듭하면서 세노수산은 자신들 만의 독특한 김양식법을 완성했다.

현재 세노수산의 선진 양식 법은 가와현 뿐만 아니라 인근 혼슈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세노 수산 ‘환자채’(幻紫菜)는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가사오카시, JR오카야마가 2015년 11월 실시한 ‘제3회 고향 우수식품’에서 ‘고향 살리기 프로젝트 우수상’ 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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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물김을 수조에서 세탁하는 모습.

□ 김밥용 ‘스사비놀리’와 돌김 ‘환자채’ 생산

‘스사비놀리’와 돌김 ‘환자채’ . 세노수산은 두 종류의 김을 생산한다.

스사비놀리는 우리가 ‘판(板)김’이라고 부르는 김밥용 김이고, 환자채(幻紫菜, 뿌려 먹는 김 종류)는 세노수산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돌김이다.

이 두 김은 생육시기가 한 달 정도 어긋나 있어 작업에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반대로 공정이 겹칠 때는 양식과 가공을 동시에 할 때도 해야 할 때도 있어 심야까지 작업이 이어질 때도 있다.

세노수산에서 본격적인 작업은 5월에서 9월에 이르는 약 5개월에 집중된다. 먼저 5월이 되면 김망 세척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마당에 김망이 쌓이기 시작하면 본격 어기(漁期)의 시작을 의미한다.

취재진이 현지를 방문했을 때 세노수산 앞 방파제엔 김망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세노 유키(妹尾祐輝) 씨는 “깨끗이 씻겨진 김망은 그물에 달린 이물질들을 모두 제거한 후 9월 쯤 인공 채종(採種)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세척이 끝난 김망은 다시 중첩망(重疊網) 작업에 들어간다. 그물의 전체 구조를 살피며 차곡차곡 질서 있게 중첩, 배열해 흔들림이 없도록 단단히 살피는 과정이다.

김망 준비가 끝나고 9월이 되면 본격 육묘작업에 들어간다. 보통 김 씨앗은 패각(貝殼)에서 키운다. 배양된 유엽(幼葉)은 수조로 옮긴 후 양식그물에 활착 시킨다. 김망(그물)이 감긴 수차를 회전시켜 접목 시키는 방식이다. 물레방아가 수류를 일으키면 물결을 따라 씨앗들이 그물에 달라붙게 된다.

유엽 정착이 확인되면 바다로 싣고 나가 그물을 양식장에 펼친다.

수온이 21도 이하가 되면 김망을 해상(海上)에 노출시켜 유엽(幼葉)의 싹을 크게 키운다. 김은 햇빛, 건조에도 강하기 때문에 그물을 오랜 시간 해면 위로 올려도 생장에 지장이 없다. 이 작업을 ‘건출’(乾出)이라고 부른다. 세노수산에서는 매일 새벽 6시부터 이 작업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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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묘를 햇볕, 공기에 노출 시키는 건출(乾出) 작업 모습.

 

□ 2000여채 그물에서 연간 10t 이상 김 생산

육묘가 끝난 그물은 일단 냉동 보관했다가 수온이 18도 이하로 내려가면 김망을 해상에 펴는 데 이 작업을 하리코미(Harikomi)라고 부른다.

10월 하순이 되면 ‘단장’(單張)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단장이란 포자가 붙은 김 그물을 한 장씩 낱장으로 바다에 설치하는 과정을 말한다.

세노수산에서는 매년 2000장 정도의 그물을 해상에 펴고 있다. 단장을 끝낸 김망은 약 한 달 후 수확에 들어간다. 육묘, 단장을 끝낸 김망이 성체로 자라 수확을 하는데 1~2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완전히 자란 김은 약 10~20cm 정도인데 이것들은 모구리선이라는 전용 선박을 이용해 수확한다.

첫 수확 한 김은 전체 김 중 색채도 좋고 맛이 부드러워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세노수산에서는 이 ‘첫 따기’로 수확한 김을 활용해 각종 가공식품을 생산한다.

타카유키 씨는 “세토내해에서 자란 돌김은 단맛과 씹는 맛이 뛰어나고 특유의 향기와 세토 우치의 풍부한 맛이 꽉 채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식감도 일품이라, 여러가지 요리에 뿌려 먹으면 음식의 풍미를 좋게 해준다는 것.

11월부터는 수확기의 연속이다. 작황이 좋은 때는 3월 초까지 수확에 이어져 소득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수온이 올라가거나 해류, 영양, PH 등 악조건에 노출되면 12월에 모든 작업이 끝날 때도 있다.

수확한 돌김(환자채)는 원형 그대로 건조시킨다. 그래야 채취 당시 본래의 맛과 향기가 그대로 응축되기 때문이다.

김밥용 김 ‘수사비놀리’는 양식장 근처에 공장으로 직행한다. 가공 목적에 따라 절단된 후 깨끗이 씻어 기계로 탈수, 건조, 박리(剝離) 공정을 거치면 김밥용 김인 판김이 완성된다. 2000여 채 그물에서 생산되는 김(연간 10t)이 워낙 많아 11월부터 3월까지는 가공 공장이 24시간 동안 풀가동을 한다고 한다.

현재 세노수산에서는 판김(김밥용 김), 환자채, 양념김 등 20여가지 가공 김을 판매하고 있다. 맛과 풍미가 워낙 뛰어나 한번 맛을 본 손님들은 대부분 재구매로 이어진다고 한다.

 

[인터뷰] 세노수산 세노유키(妹尾祐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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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해수에 강한 돌김 개발 특허 준비

최근 열대 어류 급증 양식장 파괴 심각

“옛날에는 그물만 쳐 놓아도 바다가 다 알아서 키워줬지만 환경이 변했습니다. 이젠 어부가 바다에게 묻고 답을 구해야 합니다. ‘어부와 바다의 지혜로운 상생(相生)’, 바로 세노수산이 추구하는 영업 전략입니다.”

조부, 부친 세노 타카유키(妹尾孝之)에 이어 3대째 세노수산을 운영하고 있는 세노유키씨를 만나 그의 김양식 성공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고온의 해수에서도 생육이 가능한 김 종자를 개발했는데 앞으로 계획은?

△현재 변리사를 통해 특허 출연 중에 있다. 올해 내로 라이센스를 확보하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종묘 상업화, 생산 확대 등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해수 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는 종묘로 주목 받으면서 각계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최근 20 여년 사이 세토내해 김 양식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들었다.

△옛날 카사오카 앞바다는지주, 부표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김 양식이 성업했었다. 10여년 사이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폐어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몇 곳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해수 온난화 외에 김 양식을 위협하는 변수는 없나?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열대어 같은 열대성 어류가 급증하고 있다. 바다 생태계 변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쳐도 문제는 열대어들이 김을 먹이로 삼으면서 어장이 황폐화되고 있다. 단순히 유엽(幼葉)을 뜯어먹는 차원이 아니라 성체(成體)까지 사냥에 나서며 전체 생산량의 30~40%를 먹어 치우고 있다. 현재 세노수산의 가장 큰 적은 해수 온난화보다 열대어종의 급증으로 인한 양식장 파괴다.

-연간 김 생산량은 얼마나 되나?

△돌김과 판김(김밥용 김) 전체 생산량은 약 10t 정도 된다. 물고기들이 달려들어 양도 줄고 상품성도 떨어져 걱정이다. 아직은 판김 생산이 80%고 돌김(이와노오리)은 20% 정도다. 자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전량 가공식품으로 활용해 사업성이 어느 정도 담보 되는 편이다.

-김 생산도 중요하지만 판로 확보도 중요할 것 같다. 환자채(幻紫菜)를 시식해 보았는데 조미를 한 것처럼 맛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산, 가공된 김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상당수 단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도쿄나 오사카에 있는 온라인 단골들이 휴가나 여행 중에 일부러 가게를 찾아오기도 한다.

-현재 한국의 김양식장은 해수온난화로 조업 일수가 20~30% 줄어들고 있다. 일본도 난류로 인한 양식장 피해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우리는 조부 때부터 50년 가까이 김 양식장을 경영해왔다. 솔직히 2대까지는 자연이 주는 대로 거두어도 창고가 늘 가득 찼다. 세토내해에도 10여년 전부터 온난화라는 자연 재앙이 일상화 되었다. 다행히 부친 때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있어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종자를 조금씩 개량해서 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다. 특허등록이 완료되면 해외에 종자 수출, 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카사오카시에서 한상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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