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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현장의 힘, 고유기술과 관리기술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제조업에서 비용을 구분할 때 크게 재료비, 노무비, 경비, 일반관리비, 이윤으로 나눈다. 그런데 동일한 제품을 같은 공정으로 생산하는 회사 간에 비용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비용의 차는 기술의 차이며 고유기술과 관리기술로 대별된다. 특히 관리기술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과 LG전자가 과거 약 10년 주기로 직책자들을 대거 일본 도요타자동차로 보내 벤치마킹 한 것으로 유명하다.일반적으로 고유기술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본기술을 말한다. 철강업을 예로 들면 제선, 제강, 압연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필수 기술로 제선은 분철광을 소결광으로 만들어 석탄인 코크스와 같이 장입하여 고열로 녹이는 용선제조기술과 제강의 고순도 강을 만들기 위한 용강제조기술, 압연은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연연속과 표면처리기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관리기술은 고유기술을 살리는 응용기술로 인적·물적 여러 요소를 운영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관리 요소는 생산, 품질, 원가, 납기 안전, 인력 등이 있으며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기법으로 산업공학, 품질관리, 가치공학, 전사적생산보전활동, 6시그마, 적기공급생산 등 다양한 방법론들이 있다. 이 중 6시그마는 1980년대 모토롤라에서 불량품 처리비용으로 매년 약 8∼9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지출을 막기 위해 로버트 갤빈 회장이 5년간 10배의 개선을 달성하라는 명령에서 출발해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마이클 해리 박사가 동사의 전자사업부에 근무하면서 100만개 중 3.4개의 불량인 6시그마를 달성하도록 개발한 방법론이다.이런 6시그마를 2000년대 우리나라에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면서 포스코도 일하는 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현장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통계 툴을 너무 어려워해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6시그마의 문제해결단계와 전사적생산보전활동의 자주적 설비관리, 산업공학의 각종 분석기법, 적기공급생산의 낭비제거사상 등 필요한 부분만을 취해 전원참여 개선활동과 인재양성 방법으로 만들어 발전시킨 활동이 현재의 QSS(Quick Six Sigma)이다.QSS활동도 2007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해 15년을 지속하면서 대내외 여건변화에 맞추어 툴도 진화되고 중점활동방향도 바뀌어 왔다. 2019년 이후는 사회적 이슈인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으로 했고, 최근에는 세계적 이슈인 에너지 저감도 확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기업의 궁극적 목적인 지속적인 이윤을 창출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함이다.생산의 본질은 ‘좋은 제품을 남보다 싸게 만들어 고객이 필요할 때 제공’해주는 것으로 기업의 본원경쟁력이라고도 한다. 안전과 환경은 이 일을 실행하는 작업자 스스로를 위한 것으로 당연시 되어야하며, 생산의 본질 향상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 설비 도입이나 투자와 같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QSS활동과 같은 관리기술이다. 이는 사람을 통해 오랜 시간 현장에 문화로 녹아있는 것으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핵심 기술인 것이다.

2022-08-01

시대의 아이콘이 된 ‘나혜석’이라는 이름

근대의 예술가상을 떠올리자면, 어쩐지 열렬히 불타오르고 금방 사그라들고 만 비운의 작가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단지 틀에 박힌 스테레오타입화된 사고는 아닐 것이다. 어떤 시대의 공기는 늘 그 공기를 호흡하는 사람들의 묵지근하게 마음을 내리누르고 있지만, 적어도 근대의 예술가들이란 그 시대의 공기를 자연스레 호흡하기보다는 새로운 공기를 불어올 바람을 찾아다니거나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니 말이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예술가’들 중 대부분이 그의 시대에 앞서 있었거나 혹은 뒤서 있어서 아무런 평가도 받지 못하다가 한참 나중에서야 그에 값하는 평가를 받게 된다. 어떤 삶과 예술은 그것이 사회로부터 받아들여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아니 인식의 단절이라고 해도 좋을 변화를 요청하고 필요로 한다.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나혜석’(羅蕙錫·1896~1948)이라는 화가이자 작가는 바로 그러한 전형적인 근대적 예술가상의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해도 좋다.그는 여성에게는 거의 금단의 영역이라고 해도 좋았던 한국 근대 미술계에서 가장 뚜렷한 작품활동을 보여주었던 화가였고, 문학 작가로서도 일정한 자기 영역을 갖고 있는 작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서 ‘나혜석’이라는 이름을 떠올린다면, 사실 그의 이러한 예술적 성취보다도, 신여성으로서 시대의 인습에 저항하다가 비운의 예술가로서 최후를 맞이했던 그의 삶이 먼저 떠오른다. 물론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예술이란, 특히 근대의 예술이란 단지 그림 한두 편이 보여준 성취가 아니라, 시, 소설 몇 줄이 보여주는 성취가 아니라 예술가의 삶 자체가 예술화되어가는 과정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나혜석은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 나가 ‘인형의 집’에서 자발적으로 추방당했고, 그를 통해 시대적인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나혜석은 일본 유학 시절, 한국 최초의 문예지 ‘창조’의 동인이었던 시인 최승구와 연애하였지만, 정작 변호사인 김우영과 결혼하였다. 이 결혼은 당시로서는 세기의 결혼으로, 신문지상에 기사로 실릴 정도였는데, 이는 전적으로 당시 나혜석의 유명세 때문이었다. 당시는 여성 예술가가 귀해서 여성으로서 미술이나 음악, 문학을 창작했던 작가들은 언제나 주목의 대상이었던 시대였다. 그 때문에 신여성으로서 예술을 하고자 했던 이들은 언제나 조선 전통의 관습을 따르는 평온한 삶과 시대적 관심 속에 자신을 내맡기는 삶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나혜석의 소설 ‘경희에서 나혜석 자신의 페르소나이기도 한 ‘경희’가 결혼하기 전 자신 앞에 놓인 두 개의 길을 내다보고 고민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고민이었다. 다만, 나혜석으로서는 두 개의 길 중에 평온한 삶을 택했던 것이었지만, 그 삶조차 평온한 것은 아니었다. 널리 알려져 있듯, 구미만유, 불륜, 이혼고백장, 정조취미론 등 이후 나혜석이 걸었던 삶은 조선 전래의 인습에 맞서 자기를 예술화하는 것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누군가는 나혜석에게서 결혼과 정조라는 낡은 관념에 저항했던 페미니스트의 면모를 발견하지만, 그의 삶에서는 한국에서는 일찍이 존재한 적이 없었던 근대 예술가의 상을 떠올리게 된다. 비록 그가 평온한 삶을 바랐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렇게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언젠가는 시대를 앞서 나가 그것과 싸우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결국 삶을 예술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근대 예술가의 숙명일 테니 말이다.나를 둘러싼 시대의 공기가 정체되어, 마치 그것이 나의 온몸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 때, 나는 나혜석의 소설을 읽는다. 그 속에는 다가올 예술에 대해 예감하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존재가 있다. 성별이나 민족을 넘어서 시대적 편견과 싸우는 예술가들이 겪는 두려움에 여전히 공명하게 되는 것은 근대 예술의 이상이 아직 종료하지 않았다는 기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2-08-01

그 길밖엔 없어<Ⅳ>

박 팀장은 담뱃불을 손으로 튕겨냈다. 종이컵에 꽁초를 넣었다.-그러면 올더앤베러 소유 차량에서 범행이 일어났다는 거잖아. 내부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말이야?-그렇게 단언해서 말할 수는 없지요.허 형사는 대답을 한 후 종이컵에 남아 있던 커피를 마저 마셨다.-그건 그렇지. 진주 공장에 갈 때 같이 가자. 나도 도와줄게.-팀장님은 그냥 여기 계십시오. 같이 가봤자 걸리적거리기만 합니다.허 형사가 벤치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야, 뭐라고? 아직 삐져 있는 거야? 사내자식이. 야, 거기 서봐.박 팀장도 허 형사를 따라 벤치에서 일어났다. 허 형사를 쫓아갔다.-사람이 따라오면 기다려주기도 하고 그래야지.박 팀장이 숨을 헐떡였다.-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허 형사가 이야기했다.-중고 인공 장기 말입니다. 한 번 사용한 인공 장기라 하더라도 다시 사용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다시 사용하려면 정해진 시간 내에 특수한 세척을 해야 다른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답니다. 설명이 어렵던데, 인공 장기에 처음 사용했던 사람의 세포 같은 것이 남아 있어도 안 되고, 또 무균상태로 만들기 위해 소독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고. 하여튼 몇 가지 이유 때문에 특수한 세척을 해야 한답니다.-그렇겠네. 재사용하는 것 자체가 찝찝하잖아. 인공 장기를 달면서 중고를 쓰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신기해.박 팀장이 옆 책상의 의자를 끌고 와 허 형사의 책상 옆에 자리를 잡았다.-간혹 있다 하네요. 신품과 중고 가격 차이가 많이 나니까. 어쨌든 이 특수 세척이 필요한 데, 이 특수 세척을 할 수 있는 기계가 수거업체, 그리고 제조 회사에만 있답니다. 이게 쉽게 들여오거나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아니랍니다. 그렇다고 기계를 밀수해 와서 쓸 만큼 시장이 넓은 것도 아니고. 결국 병원이 아닌 곳에서 불법 인공 장기 이식 시술을 하더라도 수거 업체나 제조 회사의 세척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 이후로 지금까지 수거 업체나 제조 회사에서 세척한 인공 장기가 없답니다.허 형사의 말을 듣고 있던 박 팀장이 허 형사의 말을 끊었다.-잠깐만. 세척을 해놓고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야? 아니면 아직 세척하러 오지 않았거나. 무조건 수거 업체나 제조 회사를 거쳐야 한다면 분명히 들통 날 텐데. 다른 방법이 있는 것 아니야?허 형사는 잠시 박 팀장을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그러니까요. 이제 말하려고 하는데. 제발, 좀. 제 말 좀 끊지 마십시오. 팀장님은 그게 제일 이상한 습관입니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듣고 있지를 않습니다. 어쨌든 그런 것을 살펴볼 수 있는 방법으로 기계의 사용 횟수를 보는 것이 있습니다. 기계가 몇 번 돌아갔는지 기계 자체에 기록이 되어 있기는 한데, 장기 하나를 세척할 때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세척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기계가 돌아간 횟수로는 불법 세척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세척에 필요한 약품의 사용량을 보는 것인데. 이것도 사용량을 서류 조작하거나 평소에 세척을 하면서 조금씩 따로 모아놓았다가 사용을 했다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어차피 남아 있는 양을 보는 것이라서 내부직원이 관계되어 있다면 알 수 없는 일입니다.-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잖아.박 팀장이 허리를 뒤로 젖혔다.-그렇기는 한데요. 수거 업체나 제조 회사의 서류와 기록이 모두 진짜라 가정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시간상으로 보았을 때 아직까지 제품을 세척하지 않았다면 재사용할 수 없다 하더라고요. 재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세척을 했어야 하는 거지요.-범행의 목적이 인공 장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나?허 형사가 씩 웃으며 박 팀장의 얼굴을 보았다.-그렇지요. 제 말이 그겁니다. 전혀 다른 사건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인공 장기 관련 사건인 것처럼 보이게 말이죠. 시체를 다시 가져다 놓은 것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인공 장기만 노린 놈들이라면 시체를 다시 가져다 놓을 필요는 없지요.-그렇지.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어쨌든 인공 장기가 사라졌잖아. 다른 목적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인공 장기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지. 두 가지 목적이 있을 수도 있고. 인공 장기와 복수, 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리고 녀석들은 자기들이 시체를 다시 가져다 놓은 사실을 우리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말하자면 범행 장소를 헷갈리게 하려고 일부러 시체를 가져다 놓았을 수도 있지.박 팀장이 허 형사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을 이었다.-허 형사, 아니, 우리 허 형사가 그 신호음인가 뭔가의 신호 강도에 대해서 알아내지 못했다면 우리는 여태 범행 장소도 오리무중이었을 것 아니야. 다행히 우리 허 형사가 아주 똑똑한 덕분에 알게 되었지. 여러 가지 가능한 이야기들이 있으니 모두 염두에 두자고. 인공 장기 매매도 포함해서 말이야. 중국 같은 외국으로 빼돌렸을 가능성, 수거 업체나 제조 회사의 기록이 조작되었을 가능성, 재활용하려다 여의치 않아서 접었을 가능성. 모두 다 있는 거니까. 그런데, 어쨌든 말이야. 허 형사. 인공 장기 관련해서 전문가가 다 된 것 같아. 정말이야. 신호니 세척이니 등등. 너무 잘 아는 것 아니야? 대단해. 앞으로 비슷한 사건들이 많이 생겨날 텐데. 우리도 전문가가 한 명 생긴 것 같아. 든든해.박 팀장은 인공 장기가 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허 형사의 말에 동의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인공 장기 관련해서 허 형사가 알아낸 사실들에 대해 칭찬을 했다. 허 형사는 박 팀장의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아내의 죽음과 맞바꾼 것들이었다./김강 소설가

2022-08-01

양보할 줄도 아는 게 정치다

김진국 고문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부터 휴가다. 폭염과 짜증 나는 현실을 잠시 피해 머리를 식힐 시간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곤두박질쳤다. 불평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불만도 있지만 실망과 아쉬움도 많다. 지지 여부를 떠나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한다.20%대 지지율로는 국정 동력이 안 생긴다. 공무원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경찰의 항명도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 임기 초에는 대통령에게 힘이 집중된다. 누구나 두려워하며 눈치를 본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벌써 얕보이고 있다. 힘은 공포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에서 나온다.어느 조사에서나 인사 문제를 지적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잘하는 사람을 누구든 쓸 수 있다. 이념과 지역도 장벽이 되지 않는다. 조금만 노력하면 반대 정당의 인재까지 쓸 수 있다. 다만 인재를 알아보는 눈과 최적의 인재를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기대가 꺾인 건 여기서부터다. 사적 인연의 좁은 지인 풀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인적인 오랜 인연에 모든 국정을 의지한다고 알려졌을 때 국민은 배신감을 느꼈다. 대통령이 나눠준 그 자리는 ‘내 표’와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이 임의로 나눠줘도 되는 게 아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검찰 이외 경험이 거의 없다. 그게 문제는 아니다. 그 좁은 우물에 자신을 가둬버리는 게 문제다.특히 검사가 너무 많다. 검사가 모든 일을 잘하는 건 아니다. 서울 법대 출신으로만 채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엘리트주의만이 아니다. 세상일은 유죄와 무죄로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법률가가 많은 정치는 옳고 그름만 따진다. 피고와 원고, 내 편 아니면 적이다. 야당도 전투적인 법률가들의 목소리가 크다. 서로 내 편이 옳다고 고함지르니 대화와 타협이 있을 리 없다. 정치가 실종됐다.집권당을 보면 더 한심하다.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20%대로 추락하고서도 반성이 없다.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을 향해 손가락질했지만, 국민의힘도 그대로 행동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노력 없이는 큰 세력이 될 수 없다.당장 이준석 대표 문제는 너무 성급하고, 서투르게 달려들었다. 이 대표는 대선 때 여러 차례 윤 대통령을 궁지에 몰았다. 이 대표의 힘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게 했다. 인간적으로 섭섭한 앙금이 남았을 수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노출한 문자를 보면 이 대표를 향한 불편한 감정이 ‘윤핵관’들의 과잉 충성 탓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대표를 밀어낸 방법은 너무 속이 보인다. 그런 무리한 방법은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나름의 세력이 있다. 아무리 얄미워도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이 대표의 팬덤만이 아니다. 이 대표를 공격하는 전선에 극우 인사들을 배치해 집권 세력 스스로 극우의 틀에 갇혔다. 중도와 젊은 층을 모두 밀어내는 패착을 뒀다.아직 선거가 끝난 게 아니다. 앞으로 2년은 심각한 여소야대를 견뎌야 한다. 그동안 야당의 협조는 어떻게 얻을 것이며, 2년 뒤 선거는 왜소해진 정당으로 치를 것인가. 젊은 유권자는 현재의 그 숫자가 아니다. 점점 비중이 커지는 세력이다. 전쟁을 잘하는 사람이 국정도 잘하는 건 아니다. 잡음이 많이 이는 게 그 부분이다. 가장 믿는 측근은 위기 때를 위해 아껴두는 법이다. 최고의 전문가를 앞세우고, 가까운 사람들은 잠시 뒤로 물리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윤 대통령은 검사다. 옳고 그름이 분명하다. 직진한다. 그러나 정치는 법정이 아니다. 지킬 것과 내줄 것을 구분해야 한다. 대화하고 타협하고 양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도 대통령이 보호해야 할 국민이다. 단호한 장악력도 필요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은 절제가 필요하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7-31

장애를 바라보는 이중적인 눈길

김규종 경북대 교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연일 화제를 뿌리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우영우’의 폭발적인 인기가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를 수식하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를 생각해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천재성을 가진 자폐 장애인 우영우가 대형 법률회사에 입사하여 좌충우돌하는 게 기둥 줄거리이기 때문이다.그동안 자폐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와 드라마는 적잖다. 영화 ‘말아톤’ (2005)과 ‘그것만이 내 세상’(2017), ‘증인’(2019)과 드라마 ‘굿닥터’ (2019) 등을 거명할 수 있다. 이런 장애 영화와 드라마를 해외로 확장하면 부지기수(不知其數)가 될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장애인을 따사롭게 보듬는 인권 선진국들은 자폐를 포함한 각종 장애인을 외면하거나 냉대하지 않고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게 받아들여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1988년 할리우드 영화 ‘레인 맨’에 등장하는 레이먼드와 그의 아우 찰스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인색한 아버지로 인해 감옥에서 썩어야 했던 찰스가 거액의 유산 때문에 형 레이먼드와 여행하면서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레이먼드는 ‘서번트 증후군 savant syndrome’을 겪는 자폐 장애인이다. 한편으로는 천재적인 암기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소통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우영우 역시 자폐에 시달리는 장애인이지만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예쁘기까지 하다. 우리는 우영우를 장애인 취급하기보다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소유한 아름다운 여성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장애와 장애인 문제는 그다지 심각하거나 우울하지 않다. 우리는 여러 사회적 난제를 이겨내는 그녀의 인내력과 빼어난 능력에 감탄하면서 드라마에 공감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따뜻하고 이해심 있는 태도로 바라보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될지 자못 궁금하다. 전장연의 주장을 보면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면모가 확연히 드러난다.“사람들은 우영우란 캐릭터를 보면서 함께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장애인도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드라마를 끄고 현실로 돌아와 출근길에서 장애인이 ‘지하철 타기 선전’을 하면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의 마음들은 오간 데 없습니다.”이와 같은 이중성은 한국 사회의 민낯 가운데 하나다. 예전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팠고, 지금은 가까운 친구나 친지가 성공하면 암에 걸릴 지경이니 말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생각은 여전히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우영우’가 끝나면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탈시설 목소리도 시나브로 잦아들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험난한 세상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2022-07-31

소설가 연구원장

경북도가 소설가(이인화)이자 이화여대 응용융합콘텐츠학과 교수를 역임한 유철균 전 교수를 대구경북연구원장에 임명해 화제다. 대구경북연구원은 1991년 대구시와 경북도가 출연한 정책 연구기관이다. 대구경북의 산업과 경제, 도시계획, 교통,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시책을 연구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이른바 지방정부의 싱크탱크다.이곳의 수장이 소설가 출신이라니 이색적이다. 물론 그의 경력 중에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이력이 있으나 관례적인 연구기관의 수장 이력과 비교하면 파격적이고 어색하다.경북도는 인문학 기반의 원장을 선임한 배경에 대해 “융합적 연구와 파괴적 정책 대안 제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이디어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디지털과 인문학적 역량을 갖춘 혁신형 리더로서 역할을 기대한다”고도 했다.지금 우리시대는 상식이 파괴되는 시대다. 융복합적 사고로 이뤄지는 과학의 발명이 상식의 범주를 넘어서고 새로운 창의를 만들어 내는 세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문, 과학, 기술 등 각각의 세분화된 학문이 서로 결합하고 통합하며 나아가 이를 응용해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는 과정들이 반복되고 있다.예술과 기술이 만나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 파괴적 변화를 일으킨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가 맞을 미래는 아무도 상상 못 할 일들로 가득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기술을 필두로 나타나는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 세상에 대처할 우리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소설가 출신 연구원장 임명이 파격적이지만 파괴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7-31

문해력이 문제라고요?

유영희 작가 얼마 전 성인들로 구성된 소설을 소리 내어 읽는 모임에 참여했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 참가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문자 그대로 읽지 않고 조사를 바꾸는 것은 다반사이고 읽고 나서도 내용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런 오독은 독서 모임에 참여할 때마다 가끔 보는 일인데, 문제는 그렇게 잘못 이해한 것을 다양한 해석이라는 명분을 내걸며 우길 때 참 난감하다.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도 이런 오독은 종종 일어난다. 다행히 모임에서는 서로 자기가 읽은 것을 나누면서 고칠 수 있지만, 취업을 준비하거나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한순간 잘못 이해하면 큰 낭패를 보기 때문에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문해력은 원래 문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글의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의미적 읽기’까지 수행하는 정도를 실질적 문해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도 문해란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하여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기초 문해력을 습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사회가 급속히 변하면서 알아야 할 어휘가 급속히 늘어나는 데다, 관련 지식이나 정보가 없으면 정보 문서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실질 문맹률은 점점 늘어난다. 우리나라는 3년마다 성인 문해력 수준을 조사하는데, 2020년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학교 학력 이하의 문해력을 가진 사람은 모두 1천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이런 고민에 응답하듯, 7월 7일부터 10월 6일까지 EBS에서 ‘당신의 문해력+’를 방영하고 있다. 작년에 방송된 ‘당신의 문해력’이 6부작이었는데 올해는 그 두 배가 넘는 13부작이라고 하니 문해력 문제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방송을 보니,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의 질문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답을 하거나 거래처에서 온 업무 메일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출연해 경각심을 높여주었다.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새로운 단어를 발견할 때마다 사전을 찾고 문맥에 맞게 써보는 것이 좋다. 문장 간 연결 능력을 키우는 데는 추론적 질문하기가 효과적이다. 추론적 질문은 내가 강의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평소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올해 EBS 문해력 테스트에서 주식 매매 수수료나 휴대폰 약정 할인 문제를 보니, 눈앞이 캄캄했다. 2020년 EBS 문해력 조사에서 실질 문맹률이 75%라고 나왔다는데, 이번 테스트에도 당황한 사람이 많을 것 같다.문해 능력 평가는, 문자 중심의 산문 문해, 서식과 도표를 포함한 문서 문해, 계산이 필요한 숫자 문해로 구성되어 있다. 인문학 중심으로 책을 읽다 보면, 사회 변화에 둔하고 숫자 문해에도 취약해지기 쉽다. 새로운 문물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려는 태도도 문해력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추가하고 싶다.

2022-07-31

우리 사회의 한 수준

강길수 수필가 걸어 출퇴근한다. 일터에 오가는 일과 걷기운동을 겸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사무실 가는 길은 여러 거리를 지난다. 간선도로 서너 곳, 학교 곁 두세 곳, 지선도로 두어 곳, 이면도로가 열 곳이 넘는다. 이렇게 따지니 먼 것 같지만, 약 반 시간 정도 걸린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의 출퇴근 거리(距離)가 흔히 말하는 하루 운동량 만 보에는 미치지 못하나 내겐 족한 거리다.거리마다 같거나 다른 광경들을 만나며 걷는다. 어떤 곳은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하다. 반면, 어느 길모퉁이나 바람 모이는 자리엔 많은 쓰레기가 있다. 심지어 식당의 이면도로 앞에도 다량의 쓰레기가 있다. 짧은 시간 걷는 동안 깨끗하거나 지저분한 각기 서로 다른 모습의 거리를 만나는 것은, 생각거리를 만들어 주어서 좋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우리의 사회 수준 하나를 들킨 것 같아 씁쓸한 때가 더 많다.그럴 땐 젊은 날 일본 출장길에 쓰레기 하나 없는 거리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저절로 떠올라 우리와 비교되곤 한다. 서툰 일본어 실력으로 좌충우돌하면서 도착한 숙소에서 선잠을 자고 일어나 내다 본 이른 아침 소도시의 거리 풍경….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에 고운 동영상으로 살아 있다. 집집에 한 사람씩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갖고 나와, 자기 집 앞과 거리를 청소하는 멋진 모습이 부러움과 시샘으로도 다가왔었다.편도 십 리도 안 되는 길이 거리마다 다른 모양을 보여주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어떤 면을 말하는 걸까. 어떤 이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성 때문이라 할지도 모른다. 하나, 내가 본 깨끗한 거리에는 숨은 보석들이 살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침마다 보았던 어떤 할아버지의 묵묵한 공원 청소, 부부로 보이는 어느 시니어 봉사자들의 꼼꼼한 쓰레기 줍기, 땀을 흘리며 아침마다 자기 사는 지역 쓰레기를 말없이 치우던 중년 남자 등이 그들이다.깨끗한 거리는 정부의 일자리 사업 청소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본다. 출근길에 만나는 쓰레기 줍는 노인만 해도 족히 스무 명은 된다. 그분들은 정한 구역만 일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소외된 지역의 길은 숨은 봉사자가 없는 한 깨끗하지 못하다. 일자별로 다른 지역을 배정한다든가 하면 효과가 더 높아질 텐데, 그 많은 공무원과 시·도·국회의원 등 국민의 머슴들은 어디서 무얼 보고 살피는 걸까.삶터의 쓰레기 유무를 그 사회 수준의 한 척도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오토바이를 타고 깨끗한 거리에 황야의 무법자처럼, 쓰레기로 될 명함전단지를 휙휙 뿌려대도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잘못된 우리 사회 수준의 사례이리라. 쓰레기는 도시뿐 아니라 시골, 산과 들, 하천과 바다, 하늘에 이르기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 없을수록 좋은 게 쓰레기다. 온 나라가 합심하면 쓰레기 없애기가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이다.우리는 쓰레기로 버린 담배꽁초가 커다란 산불로 변해 엄청난 피해를 주고 인명도 앗아가는 불행을 겪었다. 이는 우리가 사회 수준을 높여야만 할 반면교사가 아닐까.

2022-07-31

미래 첨단산업·물류 중심도시로 도약

김충섭 김천시장 민선8기를 새롭게 출발하면서 ‘시민 모두가 행복한 김천’을 만들기 위한 생각들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나침반 삼아 초심의 마음으로, ‘살기 좋은 도시’ 김천을 향해 한걸음씩 나가고자 한다.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에게 힘이 되고, 일자리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서민들의 고단함을 덜어내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청소년들이 꿈 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오늘의 김천을 있게 한 어르신들을 더욱 정성껏 보살펴야 한다. 장애, 성별 등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으며, 혁신에 혁신을 더해 사람이 모이고 기업이 찾아오는 역동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다.먼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강소기업을 집중 육성하여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4단계 산업단지 조성으로 최적의 기업입주 환경을 만들고, 유망하고 탄탄한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 청년세대가 더 나은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청년 창업·성장 플랫폼도 구축한다.둘째, 따뜻한 복지로 일상의 행복을 누리도록 하겠다.삶이 행복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생활이 유지되어야 한다. 김천복지재단 활성화로 촘촘하고 세심한 복지 안전망을 구축하고 김천형 공감복지를 실현하겠다. 임신부터 출산, 양육까지 폭넓은 지원으로 아이와 가족 모두의 행복지수를 향상시키겠다. 장애인, 노인, 여성 등 계층별 맞춤형 복지시설 확충으로 삶의 질을 높이겠다.셋째, 균형발전으로 시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도시를 만들겠다.지역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려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며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나가야 한다.도시재생의 물결을 원도심 전역으로 확산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든다.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다양한 생활문화, 의료, 교육 인프라 확충으로 자족형 명품 혁신도시를 완성하겠다. 첨단 유통시설 확충과 고품질 과수 명품화, 스마트농법 확산으로 농업소득을 향상시키고, 상하수도 등 농촌지역의 정주환경을 개선해 여느 도시 부럽지 않은 부자 농업·농촌을 만들어 가겠다.넷째, 미래를 선도하는 첨단산업도시를 만들겠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먹거리 산업육성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시는 한 발 빠른 대응과 준비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현재 활발하게 추진 중에 있는 자동차 튜닝, 드론, 전기자동차 산업을 김천의 먹거리 산업으로 만들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동차 튜닝 클러스터, 자동차서비스 복합단지, 드론 메가시티 등 관련 사업을 착실히 추진해서 김천만의 특화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남부내륙철도, 대구권 광역전철 김천연장 등 전국을 아우르는 십자축 광역철도망을 구축하고, 물류산업 클러스터,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특구 조성으로 첨단물류 교통도시로의 위상을 새롭게 만들어 가겠다.다섯째 사람이 모이는 활력 넘치는 힐링도시를 만들겠다.문화, 예술, 관광, 스포츠 등을 융합한 새로운 힐링산업이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예술 놀이터 운영으로 생활 속의 문화공간을 확대하고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겠다. 권역별 관광 인프라 구축과 매력적인 체류형 관광벨트를 연결해 오고 싶고,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관광휴양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스포츠 시설확충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사계절 내내 대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며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 또한 각종 스포츠 경기 때 마다 많은 관중들이 우리시를 찾아오도록 해서 지역경제와 연계시키고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며 다리를 놓는다” 는 고사성어가 있다. 어떤 난관과 어려움에 봉착하더라도 변화와 혁신의 길로 헤쳐 나가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민선8기 시정을 이끌어 갈 각오를 다져본다.

2022-07-31

일곱 웅덩이에 별이 뜨면

오늘은 기원(祈願)의 기원(起源)을 찾아 동해안 칠포리를 향한다. 이곳에는 암각화가 곳곳에 있다. 비바람에 지워져 암각화인지 모르는 것도 있고, 언덕이나 골짜기에 있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게 많다. 발품을 파는 만큼 얻는 게 있으리라는 생각에 신발 끈을 야무지게 조인다. 칠포해수욕장을 조금 벗어나자 야트막한 산 초입에 안내판 하나가 눈에 띈다. 그 뒤에 큰 가마솥만 한 바위가 보인다. 안내판이 없다면 하릴없이 드러누워 낮잠을 자는 바위로 여길 것이다. 수풀을 헤치고 들여다본다. 거무튀튀한 표면에 희끗희끗한 돌꽃이 피었고, 군데군데 문양이 새겨져 있다. 점을 찍어놓은 듯하고 상형문자 같기도 하다.까마득한 옛날, 그러니까 겨우 쇠붙이로 연모를 만들 줄 알던 때, 이 땅에 조상들이 새겨놓은 문양들이다. 사다리꼴, 윷판, 북두칠성, 그리고 의미 모를 문양들…. 피라미드 밀실에 보존된 벽화처럼 내세관이 그려진 것도 아니고 반구대 벽화처럼 장엄한 스토리가 새겨진 것도 아니다. 이 문양은 울퉁불퉁한 돌 위에 점을 찍은 듯 줄을 그은 듯 투박하게 새겨져 있다. 더 큰 호기심을 품고 내륙으로 차를 돌린다. 곤륜산 동쪽을 끼고 개천을 따라간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니 더는 길이 없어 차를 버리고 걷는다. 안내판 저만치 묵정밭 한가운데에 거북처럼 웅크린 거대한 바위가 보인다. 너럭바위는 갈라지고 일부는 부스러졌지만, 성혈과 별자리 문양이 또렷하다.기도문을 읽듯 문양을 하나씩 손으로 짚는다. 나와 선사시대 사람과 세월의 거리는 삼천 년이다. 까마득한 옛날로부터 전해오는 기도문이 내 손끝에 닿았을까, 아이를 많이 점지해 달라는 어머니, 사냥에서 풍요로운 수확을 기대하는 아버지, 배곯지 않기를 바라는 아이들, 비를 내려 가뭄을 물리쳐 달라는 제사장, 그들의 간절한 기도가 내 손끝으로 전해오는 것 같다. 자동차를 곤륜산 서쪽으로 향하니 ‘오줌바위’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세상에는 멋진 이름이 많다만 왜 하필이면 오줌바위인지 궁금하다. 이정표를 따라 신흥리 북골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골짜기를 따라 걷는 동안에도 바위의 이름이 지어진 내력이 자꾸만 궁금해진다. 십여 분쯤 걸었을까. 왼편 산비탈에 묘한 풍경 한 점이 보인다. 오줌바위다. 검고 누르스름한 바위가 골 따라 길게 뻗어 있다. 가까이 올라가서 보니 바위에 굴곡이 만들어지고 웅덩이가 있다. 마치 강이 흐르는 모양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의문이 풀린다. 바위가 아래로 길게 누웠는데 마치 오줌이 흘러내린 형상이다.오줌바위에 올라, 한 발 한 발 떼면서 바닥을 살핀다. 오래도록 물이 흐르면서 물길을 냈고, 그 물길 따라 자그마한 웅덩이가 생겼다. 걸음을 옮기니 군데군데 윷판형 그림과 별자리 고누판, 그리고 기하학적 문양이 보인다. 하늘의 말씀을 공손히 담고 제단에 음식을 바치는 의식을 치러낸 흔적이다. 모든 기도는 하늘로 올라간다. 산과 강을 누비며 수렵하던 원시의 기도가 그랬고, 무엇이든 이룰 것 같은 문명 시대의 기도도 그렇다. 인간의 힘이 한계에 닿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 닥쳤을 때, 우리는 하늘을 향해 기도한다. 이순혜 수필가 문명의 빛이 세상을 환히 밝혀도 인간에게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한량없이 작은, 자연의 힘에 비하면 아주 나약한, 게다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어딘가에 기대왔다. 하늘을 향해 기도하던 사람들은 하늘이 있어 팍팍하고 거친 삶을 위안할 수 있었다.어느새 서녘 하늘이 붉게 물든다. 사람들은 고단한 일상을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발에서부터 올라온 피로가 허리까지 번져도 마음은 한결 가볍다. 종일 발품을 판 소득이 풍성하다는 충만감 때문이리라. 암각화는 하늘과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어둠이 세상을 덮으면, 암각화 일곱 웅덩이에 고인 물에 별이 뜨겠지. 그러면 기원은 하늘로 올라가고 칠성별은 지상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반짝일 것이다.

2022-07-31

‘RE100 실천’ 중소기업도 예외 아니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며칠 전 경산지식산업단 내에 자리 잡은 중소기업인 창원정공 공장을 방문했다. 이 업체의 지난 6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니 계약전력은 600kWh이고 피크전력은 318kWh, 한 달 사용량은 4만5천kWh였다. 2년 전 신축한 공장으로 공장 사무실이 어떤 오피스빌딩 못잖게 깨끗하고 현대적이었다. 공장 내부도 높은 천장에 LED 투광등이 가지런히 설치되어 있는 등 어느 한구석 손댈 것이 없어 보였다. 마침 공장 지붕에 370kWh, 사무동 지붕에 80kWh, 총 450kWh의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제안서를 받아 놓고 검토하는 단계였다.현대자동차가 RE100을 2050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을 지난번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ESG(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 경영에서는 대기업의 경우 본사 RE100(scope1)뿐 아니라 협력사·하청업체(scope2), 운송·보관(창고)업체(scope3) 모두가 RE100을 달성해야 한다. 1·2차 벤더를 비롯한 협력업체의 RE100도 아주 중요해진 셈이다.방문한 공장은 신축공장이라 당장 봐서는 에너지 절감이나 효율을 높이는데 손댈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20~30%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이 공장 전기요금은 월 950만~1천250만 원, 전력 사용량은 4만5천~6만kWh 정도였다. 특히 겨울철에는 난방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많고 일조량이 적은 것을 감안해, 소형 풍력발전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였다.전기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통해서 매월 1만3천500~2만kWh의 전력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따라서 매월 3만1천500~4만kWh의 신·재생 에너지가 필요한데 최대 450kWh 태양광을 설치하면 매월 평균 5만4천k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니, 이것만으로 RE100 달성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창원정공 사례를 보면, 중·소 규모 공장들도 우선 에너지 효율을 높인 뒤 상황에 맞춰서 태양광 발전시설과 소형 풍력발전시설을 설치하면 얼마든지 RE100 달성이 가능하다.대기업이 손 놓고 있다고 해서 협력업체나 중소기업들도 RE100에 손 놓고 있으란 법은 없다.다만,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고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중소기업들은 이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특히 각 기업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RE100 전담팀’을 만들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RE100을 달성한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RE100 확산 풍토를 우선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마이크로소프트나 테슬라, 구글 같은 글로벌기업만이 ESG경영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나 SK,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ESG경영에 미온적이다 보니, 하청업체인 중소기업들도 덩달아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최근 언론에서 ESG 기준을 강화한 유럽의 ‘공급망실사법안’ 시행을 앞두고 국내 수출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독일은 내년 1월부터 공급망실사법을 시행한다. 법안내용은 ‘전체 공급망을 대상으로 ESG경영평가 기준에 따라 점검하여, 발견된 문제를 공개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요구하겠다’는 내용이다. 핵심 내용은 RE100달성 여부이며, 실사대상에는 원청회사와 자회사, 공급업체, 하도급사까지 모두 포함된다.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수출기업의 공급망 ESG 실사대응과 현황과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2.2%가 ‘ESG경영 미흡으로 고객사(원도급사)로부터 계약·수주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ESG 실사 대비수준’을 묻는 항목에는 ‘낮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77.2%(매우 낮음 41.3%, 낮음 35.9%)였다.대구지역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공급망실사법 시행 이전에도 유럽 기업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까다로운 편이었는데 이제는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 ESG 경영이 필수지만 비용이 만만찮아 걱정”이라고 했다.하지만 창원정공처럼 공장과 사옥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매년 8천여만 원씩 20년간 전력 판매소득도 발생한다. 설치비를 제외하고도 기업에 상당한 이익이 되고, 동시에 RE100도 달성할 수 있어 ESG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경산지식산업단지는 전체적으로 신축공장들이 들어서 쾌적하게 보였지만, 그보다도 공장 지붕에 가지런히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이 ESG 경영에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해서 인상적이었다.이제 ESG경영과 RE100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당장 시행해야 할 냉엄한 현실이다.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그렇다고 해서 어렵고 복잡한 것도 아니다. 창원정공 사례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2022-07-31

뜨거워지는 지구 : 폭염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지구가 뜨거워 지고 있다. 전 세계가 폭염피해를 입고 있지만 특히 유럽의 상황은 심각하다.프랑스는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가게 문 열기 금지’, 이탈리아는 ‘머리 두 번 감기는 미용실 과태료’, 스페인은 ‘넥타이 매지 말기’ 등으로 일상에서부터 폭염에 대응하고 있지만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BBC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2주일 동안 5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고 한다.영국의 경우 기후관측이 시작된 1659년 이래 363년만에 최고 기온을 돌파해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으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더위를 감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철도는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학교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하교 조치를 내렸다. 영국은 7월17일 자정 잉글랜드, 런던을 중심으로 폭염적색경보를 최초 발령했다. 영국 기업에너지전략부(BE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에어컨 설치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해 폭염 피해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관련 뉴스들이 끊이질 않고, 폭염으로 인한 피해, 사망자, 폭염일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폭염(暴炎)은 햇볕쪼일 폭(暴) 불탈 염(炎)으로 무서울 만큼 매우 심한 더위를 말한다.기상청에서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발생이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발효하고 있다.폭염경보는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나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발생이 예상될 때에 발효한다.폭염은 다른 재해와 달리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수립이 매우 중요하다. 체온이 41℃ 이상 올라가면 열사병이 심해져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고, 2006년 서울의 더위는 최고치 더위로 인해 3천명 이상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했다.폭염피해 사례로 대표적으로 2003년 3만5천명 이상의 초과사망자를 낸 유럽폭염과, 2010년 5만5천명의 초과사망자를 낸 러시아 폭염이 있다.초과사망자는 다른 계절의 평균적인 사망자 수에 비해 여름철에 추가적으로 사망하는 사람을 추정하는 폭염피해를 측정하는 대표적 방법이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취약계층에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초과사망자의 대다수가 65세 이상의 고령자이거나, 노약자층에서 발생하고 있다.폭염으로 인해 냉방복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일수록 폭염에 대처하기 어렵고 그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여,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이러한 폭염에 대처하는 정부의 국민행동요령은 다음과 같다. △TV, 인터넷, 라디오를 통해 무더뒤 기상상황을 수시로 확인 △가장 더운 오후 2시~5시에 카페인성 음료나 주류는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할 것 △야외활동이나 작업을 되도록 하지 말 것△실내외 온도차를 5℃ 내외로 유지해 냉방병 예방 등이다.이러한 국민행동요령만으로 폭염을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확실히 느껴지며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예년보다 올해가 더 덥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 더울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상기후가 아니라 이미 기후 재앙, 지구 온난화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와 있으며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해 탄소제로를 선언하고 실천하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를 온실가스 감축 법제화를 위해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공포하고 14번째 탄소중립 법제화 국가가 되었다. 지구 온난화는 특정인,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현실이자 미래로 다가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다.현재 심각한 상황이지만 여야는 정쟁에만 몰입하여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고 복지와 노동정책의 혼란도 폭염에 대비해야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무엇이 지금 필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여 국가 경쟁력과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전문가 의견수렴과 공론화과정을 거쳐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할 것이다.폭염은 가뭄과 산불, 미세먼지 등 인류를 위협하는 지구온난화의 대표적 지표이다. 이는 인류의 삶에 불편만 주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경제와 식량안보, 세계평화와도 관련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새롭게 시작된 정부와 각 지방자체단체가 지금 당장 국민들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면 우리는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살아남지 못 할 것이다.

2022-07-31

‘윤석열표’ 캐치프레이즈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윤석열 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혹여 검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성남FC 후원금 의혹’사건 또는 백현동·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으로 구속해 처벌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으로 낙관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한참 잘못 짚었다. 이재명 의원이 민간기업에 특혜를 주고 후원금이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 처벌은 당연하다. 당연한 일을 했다고 해서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란 건‘근거없는 낙관론’에 불과하다. 앞서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근본이유는 취임 후 두달이 지나도록‘윤석열표 공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이 아니라 검사 출신이다. 검찰총장으로서 정치권력에 맞서싸우다 갑작스레 야당에 영입돼 대통령 후보가 됐고,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니 나라 경제에 대한 비전이나 성찰이 깊지 않다해도 탓할 일이 못된다. 그렇다 해도 이제는 뭔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바보야, 언제나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나돈지 오래다. 윤석열표 공약이나 캐치프레이즈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옛말에 ‘하늘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했다. 어설프고 빈약한 독창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을 원한다면 배우고 모방하라는 뜻이다. 역대 정권의 캐치프레이즈를 들춰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한국 창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2건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부혁신 운동’,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녹색성장’,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창조 경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녹색성장’은 환경문제에 좀 더 접근한 캐치프레이즈로, 4대강 정비를 통해 대운하를 건설하려는 속셈이란 의심을 받는 바람에 야당의 협조를 얻지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창조 경제는 표현 자체가 애매해 자신도 창조 경제를 뚜렷하게 설명해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기치로 일자리를 늘리고,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공공부분 일자리가 늘고, 최저임금이 1만원 가까이 올랐다. 기업들은 임기내내 힘겨웠다.지난 대선 당시 윤 캠프에서 “우리가 내세울만한 공약의 캐치프레이즈로 어떤게 좋겠느냐”는 질문에 한 참모가 “중소기업이 잘사는 나라, 어때요?”라고 했다. 윤 대통령 역시 이 답변을 듣고 “좋은 생각”이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이후 이 문구를 캐치프레이즈로 채택하려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냥 묻혀 버리고 말았다는 것. 캠프 내부의 골뱅이 같은 속사정을 굳이 알고 싶지 않다.다만 그때 무릎을 쳤던 윤 대통령에게 “중소기업이 잘사는 나라”를 ‘윤석열표 캐치프레이즈’로 추천하고 싶다. 중소기업이 99%인 이 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잘살면 온 나라가 잘살 수 있다. 이 나라에 꿈과 희망을 주는 캐치프레이즈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2022-07-28

불로장생의 꿈

불로장생(不老長生) 즉 사람이 늙지않고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이의 실현을 위해 온갖 방법을 고안했으나 성공한 사례는 없다.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프랑스 잔느 깔망으로 122년을 살았다. 수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깔망이 장수 집안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해 보았다. 그의 아버지는 93세, 어머니는 86세 그리고 남자 형제는 97세에 사망해 비교적 장수를 했다. 하지만 그의 딸은 35세 때 폐렴으로 사망했고 아들은 73세에 죽은 것으로 확인했다.학자들은 유전인자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대략 유전자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15∼30% 정도 본다고 한다.2천200년 전 중국의 진시황은 점술가 서불을 보내 불로장생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백방 노력했으나 진작 그는 49세에 생을 마감한다. 조선시대 27명 왕의 평균 수명은 46.1세다. 영조가 81세로 가장 장수한 왕이지만 전체 왕 중 60세를 넘긴 왕은 20%도 안 된다. 사람의 수명은 신분의 귀천과는 관계없이 하늘에 달렸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그러나 19세기 이후 의술의 발달로 인간 수명은 실제로 늘어났다. 1950년대 50세에 머물던 한국인 평균수명이 2010년대에 와서는 80세에 도달했다. 한국인은 OECD국가 중 기대수명이 두 번째로 높다. 국가 복리와 경제 수준이 그만큼 좋아진 탓이다.문제는 기대수명이 높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건강한 상태로 사는 우리 국민의 건강수명은 아직 66.3세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극복할 과제가 아닐까./우정구(논설위원)

2022-07-28

제4의 물결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풀러가 ‘제3의 물결’이란 책을 발간한 지 40여 년이 지났다. 그는 수렵·채집의 시대를 지나 농업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문명의 시대로 들어선 것을 제1의 물결로, 증기기관이나 전기 등의 새로운 에너지의 발명으로 일어난 산업혁명을 제2의 물결로 보았다. 이어서 제3의 물결이 도래할 것인데, 그것은 곧 정보혁명 시대가 시작될 거라고 했다. 과연 그의 예측대로 21세기 들어 정보통신의 혁명적 발전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것은 곧 지식기반의 서비스 중심 사회를 의미하기도 한다.한편 다보스포럼의 슈밥 회장은 18세기 말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한 산업발전을 제1차 산업혁명으로, 19세기 말부터 전기와 동력기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발전을 제2차 산업혁명, 20세기 중반부터 컴퓨터와 정보 통신을 중심으로 한 산업발전을 제3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하고, 모든 기술과 콘텐츠가 상호 연결하고 융합돼 발전하는 단계를 제4차 산업혁명 시기로 정의했다. 그래서 그 4차 산업혁명이 곧 제4의 물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었다.우리나라의 경우 뒤늦게 제2의 물결에 합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저만치 앞서 가는 선진국들을 따라가기 위해 불철주야 허겁지겁 달려온 거였다.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만 같던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가서 제3의 물결이 밀려왔을 때는 앞서 가던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금부터는 새로 시작하는 제4차 산업혁명, 제4의 물결을 맞이한 출발점에서 당당하게 선두 주자로 달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그런 희망을 가지게 된 것에는 그럴 만한 인프라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정보화 지수는 세계 1~2위를 다투고, UN이 평가한 국가별 전자정부체계도 연속 세계 1위로 평가되고 있다. 명실공히 세계적인 선도 국가로서의 고도화된 정보화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미래학적 상상력이 절실한 시대에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행태는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요 첨단산업의 선두주자인 나라에 정치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80년대 운동권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는 좌파 정치인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은 나라의 흥망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어떻게든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정권을 되찾을 궁리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국민들의 의식은 바뀌지를 않았고, 좌파노조가 장악한 방송언론을 비롯해서 지난 정권이 각 부처에 ‘알박기’해 놓은 잔재들이 국가 정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좌파정권이 망가뜨려 놓은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심을 혼란케 하고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린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는 경찰들까지 정부시책에 반대하고 나선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경찰조직은 군대처럼 무력을 가진 공권력이다. 지휘계통이나 국가의 통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하는 이유다. 정부의 시책을 자의로 판단하고 반기를 든다는 것은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나 다를 게 없다. 끊임없이 혼란을 조장해서 정권을 흔드는 세력들에 굴복해서는 닥쳐오는 새로운 물결에 침몰하지 않고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2022-07-28

메이드 인 코리아

윤영대 수필가 지난 19일 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가 푸른 하늘로 날개를 폈다. 우리나라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된 것이다. 미국의 협조 없이 우리 기술과 국내업체 약 225개의 노력으로 쌍발형 엔진과 최신 레이더를 갖춘 국산 스텔스기가 탄생 되었고, 향후 ‘메이드 인 코리아’ 전투기의 해외 수출길이 열리게 되리라 본다.반도체에서는 이미 국산이 대만, 미국을 제치고 나노 반도체 생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중국이 중하위 기술을 장악하여 바짝 뒤를 쫓고 있다. 통신 및 가전제품도 우리 상표가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해외여행 때 호텔 방마다 삼성과 LG전자의 대형 TV를 보노라면 국내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5G 통신망, 자율주행, 사물 인터넷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로 뛰고 있는데 중국이 수조 위안을 투자하며 기술표준 선점을 노리고 바짝 따라붙고 있다.우리의 원전 기술 또한 세계로 도약하고 있었는데 탈원전이라는 정책적 덫에 걸려 아랍에미리트에 ‘한국형 원자로’ 4기를 수출한 후 주춤하고 있고, 그 ‘제3의 불’을 전 세계에 지필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을 빼앗긴 듯 아쉽다.수년 전 대규모 태양광 건설 현장을 가보고 또 놀랐다. 시설을 둘러보며 만난 현장 책임자가 중국인이고 태양광 패널의 명판을 보니 모두 ‘made in China’ 중국제품이다. 우리의 반도체가 얼마나 훌륭한데 국가에서 건설하는 대규모 발전시설에 중국제품이 판을 치는가. 국산품이 모자라면 조금만 늦추어도 될 텐데 섣부른 태양광 건설 추진이 푸른 산과 들을 파괴하고 우리나라 굴지의 생산업체를 파멸의 길로 몰고 있다. 지난달 LG전자가 사업을 철수하였고 현대에너지솔류션도 난망이고 겨우 한화큐셀만 마지막 패널 사업자로 버티고 있는 사정이다. 중국이 저가 공세로 우리나라 태양광 건설의 주도권을 쥐고 이미 국내 30% 이상을 점하고 있는 현실이다.어디 이뿐이랴. 며칠 전 이케아(IKEA) 생활용품 몰에 가서 스스로 만드는 DIY 가구 재료를 둘러보면서 ‘참 헐하다!’ 하며 이것저것 다른 품목들도 뒤적여 보았는데 거의 ‘made in China’ 표시이다. 디자인은 스웨덴으로 되어있으나 주방용 물품은 베트남, 타일랜드가 조금 섞여 있고 전등 같은 전기제품도 중국제이고 국산은 거의 없다. 우리 주위에 많이 생긴 ‘다이소’ 매장도 마찬가지다. 1천 원대의 값싼 생활잡화들이지만 대부분 중국산이며 베트남 제품들이 끼어있기도 한다.30여 년 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슈퍼마켓에 들러 손톱깎이를 보고 가격이 싸서 얼른 한 개를 집어 들고 버스에 올라보았더니 ‘made in Korea’였다. 미제 하나 사려고 했는데 아쉬웠지만, 우리나라 제품이라는 것에 마음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고급 전자제품은 국산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으나 우리의 간단한 실생활 용품은 저가(低價)라는 달콤함에 빠져 외국산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다시 국산 생활용품들이 우리의 옆에 돌아오기를 기다려 본다.

2022-07-28

공정한 사회와 자존감

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달 13일에 사상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다. 그런데 최근 금융감독원이 가계 대출 차주의 상환 능력에 대해 분석한 내용은 심각하다.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로 오르면 190만명이 소득의 70%를, 120만명은 90%를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올해 1분기 주요 36개국 중에서 가계 부채가 국내 총생산보다 더 많은 유일한 나라이다.빅스텝을 밟은 지 하루 만인 14일에 금융위원회는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금리 인상과 금융 대책을 하루 차이로 발표한 것을 보면 정부의 다급한 마음이 엿보인다. 그런데 금융위원회의 대책이 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상환 여력이 없는 부채자에 대한 원금 감면과 주식·가상자산 투자에 실패한 청년에 대한 이자 감면 방안 등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촉발시킨 것이다.논란이 커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약층 채무 조정은 빚투한 실패자를 위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부채 상환이 어려운 분들을 좀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 주고 도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채무자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세금으로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미국의 철학자인 존 롤스는 자신의 저서 ‘정의론’에서 정의의 원칙을 “공정한 최초의 상황에서 합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소 수혜자의 처지가 개선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될 때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차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현재 부채의 늪에 빠진 채무자들이 롤스가 말했던 차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최소 수혜자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정의론과 대화하기’라는 책을 펴낸 서울시립대학교의 목광수 교수는 존 롤스를 이해함에 있어서 ‘자존감’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목 교수는 최근 학술 발표회에서 “사회적 협력이 이루어지려면 사회 주체들 간에 자존감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제나 혜택을 받는 소수의 사람과 그렇지 않은 다수의 사람 모두 자존감이 상처받지 않고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자존감은 수혜자에 적용되는 원칙이 공정한 제도로 운영될 때 고양될 수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공정 사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서 집권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모토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공정(公正·justice)’이 실현되는 과정으로서의 ‘공정(工程·process)’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갚기 힘든 빚을 진 사람을 구제해 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감과 합의라는 절차가 중요하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제도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2-07-27

MZ세대의 정신으로

김규인수필가 딸과 같이 홈플러스에 들른다. 1+1 상품에 반색하며 카트에 담는다. 이를 지켜보던 딸이 나무란다. 필요 없는 것을 왜 이렇게 많이 사느냐는 것이다. 아내가 반박하지만, 어딘가 궁색하다. 딸은 불필요한 것은 사지 않는다. 딸의 집에 갈 때 이것저것 사가면 집에 갈 때는 다 가지고 가라고 난리를 친다.딸은 전형적인 MZ세대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적다. 현재 필요한 물건만을 산다. 물건을 살 때는 꼼꼼하게 따진다. 가전제품을 살 때는 가격, 성능, 제품의 크기와 모양을 살핀다. 홈플러스와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돈다. 최소한 두세 번을 보고 물건을 산다. 딸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개성은 살리고 꼭 필요한 것은 가격이 비싸도 산다.딸은 환경도 고려한다. 불필요한 옷은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일부러 차를 몰고 가져다준다. 돈을 받고 파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다. 개인의 편의보다는 환경을 고려한다. 소비는 개인의 취향에 맞추지만, 그것을 버릴 때는 그 뒤를 생각한다. 의외로 공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이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자주 말한다. 내용은 좋은 말인데, 들을 때마다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 모두가 지속 가능한 삶을 바라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속가능한’을 외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아마존의 밀림이 사라진다. 지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터뜨리는 화약으로 몸살을 앓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는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국민은 죽겠다고 아우성친다. 경제가 어려운 나라의 대통령은 쫓겨나 다른 나라를 떠돈다. 전쟁 탓인지 경제도 정치도 사회도 모두가 불안정하다.기름값이 올라 살림을 옥죈다. 하루가 다른 물가에 씀씀이를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을 산다. 소비는 줄고 회사는 팔리지 않는 물건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금리는 세 번 잇달아 큰 폭으로 올라 돈을 빌린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우리의 삶이 더욱 피폐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견딜 만하고, 실용적이고, 공정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한데 말이다.요즈음 들어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MZ세대의 행동양식이 이 시대에 적합한 삶의 방식인 것 같아서다. 스마트폰 사용에 능해 정보에 빠르다. 교통수단과 도로의 발달로 속도도 빠르다. 쓰던 물건이 싫증 나거나 필요 없으면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한다. 맛집을 찾고 명소를 찾아 여가를 즐긴다.환경을 생각하고 자기만족을 위해 투자하는 MZ세대로 인해 지금의 소비 패턴에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우리나라도 덩달아 금리를 올린다. 높은 물가와 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삶은 지속하여야 한다. 환경친화적이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가치 투자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우리들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견딜 만하고 공정하고 실용적인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 시대에 맞는 ‘지속가능한’ 합리적 소비를 하는 실천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2-07-27

학교는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나

장규열한동대 교수 대학 캠퍼스에서 저질러진 성폭행에 이은 안타까운 죽음이 언론지면을 뒤흔든다. 우발적인 범행이었는지 아니면 계획된 살인이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등교육의 현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여교사가 남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성적조작 등 정상적인 학교업무 방해까지 의심된다고 한다. 교육의 현장이 어디까지 무너져야 하는지 도무지 헤아릴 길이 없다. 사람을 가르치고 길러야 하는 교정에서 도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이 발생한 것이다. 대학도 고등학교도 교육기관으로서 일정 부분 책임감을 느껴야 할 터이며 유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와 경계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나라의 앞날을 생각할 때, ‘교육’은 어느 정도의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할까.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주창한 하버드대 조지프나이(Joseph Nye) 교수는 ‘21세기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근간으로 하는 하드파워(hard power)가 아니라, 매력을 통한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이 중요해 질 것’으로 예견하였다. 즉, 부국강병을 앞세우던 경성(硬性)국가의 시대로부터 문화를 토대로 한 연성(軟性)국가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문화는 교육, 학문, 예술, 과학과 기술 등 인간의 이성 및 감성을 토대로 한 창의적 노력과 관련된 모든 분야라고 하였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가 되어 소프트파워가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나라의 앞날을 준비하고 미래비전을 세워가는 일에도 힘의 논리보다는 문화와 교육의 역할이 크게 주목되는 바이다.교육의 현장을 어찌할 것인가. 지난 정부도 교육에 그리 높은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더니, 새 정부에는 교육을 떠올릴 겨를조차 없어 보인다. 발등에 떨어진 경제적 난관과 정치력 조율에 매달린 나머지, 긴 미래를 두고 나라의 앞날을 조망할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찾을 길이 없다.교육의 현장에서 목격되는 부적절한 사고와 사건들은 우리 교육이 나라의 리더십에게 얼마나 심각하게 도외시되고 있는지 우회적으로 그러나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런 경고음을 치명적으로 인식하고 치밀하게 대응하여 교육이 지켜야 할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 교육을 사람을 기르는 일이다. 변화하는 세상이 뒤틀린 가치를 끊임없이 제시해도, 교육이 제자리를 지키며 바른 기준을 꾸준히 가르친다면 나라와 사회는 균형을 잡고 나아갈 바를 찾아낼 터이다.교육현장의 무너진 모습에 교육을 맡은 이들이 특별한 각성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소프트파워의 맨 앞자리에 선 교육은 학교만 하는 게 아니다. ‘한 아이를 기르는 일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는 아프리카 속담은, 교육의 책임이 어느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지 않았음을 웅변한다.무너진 성도덕과 비뚤어진 성인지감수성은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발현의 장소가 ‘학교’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이 스러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2022-07-27

건강수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100세 시대’에는 건강수명이 중요하다.건강수명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을 가리킨다.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2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년이다. OECD 1위 장수국인 일본(84.7년) 다음이고, OECD 국가 평균(80.5년)보다 3년 길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지난 2010년 80.2년으로 OECD 38국 중 21위였다. 10년 새 3.3년 길어 지면서 순위가 급상승했다. 경제 발전에 따라 생활 수준이 높아진 데다 가까운 거리에 병-의원이 있고, 공공 보건 기반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이제 우리도‘장수 국가’에 진입했다. 하지만 오래 살면 뭐하나. 건강수명은 그리 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예전보다 길어졌지만 건강수명은 2020년 66.3년으로 2012년 65.7년과 비교해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무려 17.2년을 각종 질병으로 고생한다.남녀별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앓는 기간을 보면 남자는 14.9년, 여자는 19.3년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6년을 더 살지만 앓는 기간이 길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의 비율은 남자 81.4%, 여자 77.7%였다.우리나라 여성의 10대 사망 원인은 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알츠하이머병(치매), 자살, 당뇨병, 고혈압성 질환, 패혈증, 만성하기도(기관지-폐) 질환 순이다. 특히 오래 살아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관절염, 척추 질환, 뇌졸중, 우울증 등을 예방해야 한다.건강할 때 무릎, 허리 관절 건강에 신경 쓰고, 음식 절제, 운동 등 생활습관을 바꿔 혈관질환을 막아 건강수명을 누리도록 하자./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27

매미

정미영 수필가 어제는 아침부터 온종일 여름비가 내렸다. 거실 창문에 빗물이 고여 있는 것을 기회로 삼아 모처럼 창틀에 쌓인 먼지를 닦으려고 했다. 창문을 열다가 매미 한 마리가 방충망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아파트 16층은 웬만한 나무 우듬지보다 훨씬 높다. 이곳에서 만난 매미는 반가움을 넘어 뜻밖이었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 매미 날개가 젖을까봐 신경이 쓰였다. 제비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듯 다행히 빗물이 들이치는 곳이 아닌 장소에 본능적으로 몸을 의지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척 대견스러웠다.방문객의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손전화를 찾았다. 나 혼자 호들갑을 떨다 결국 방충망을 건드렸다. 놀란 매미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매미가 조용히 쉴 수 있게 혼자 둘 것을. 매미 사진을 들여다보며 아쉬움을 달랬다.하루가 지난 오늘은 햇볕이 쨍쨍한 날이다. 전형적인 한여름 날씨를 보여 주려는 듯 후텁지근한 오후다. 갑자기 매미 울음소리가 수직으로 치솟는가 싶더니, 수평으로 눕기를 반복한다. 밀도 높은 울림소리의 방출이 계절을 알리는 전령사답다. 유달리 내 귀를 자극하는 커다란 소리에 혹시나 하고 작은 방 창문을 올려다본다.매미가 방충망에 붙어 자신의 존재를 우렁차게 알린다. 어제 우리 집에 방문했던 그 매미인가 싶어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으면서 자세히 살펴본다.몸매가 좀 더 통통한 것 같기도 하고, 다리가 좀 더 가느다랗게 긴 것 같기도 하다. 아무려면 어떤가, 연일 찾아와 생의 편린 중에 하나를 나에게 펼쳐 보인다고 여기니 매미가 정겹다.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매미는 대략 7년간의 땅 속 생활을 마치고 일주일 정도를 땅 위에서 살다가 일생을 마친다고 들었다. 수컷 매미는 살아있는 동안 구애를 하기 위해 배 안쪽에 있는 울림주머니를 맹렬하게 빨리 움직이는 것일 텐데, 암컷 매미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아 안쓰럽다.몸피를 뚫고 큰 소리로 우는 매미일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집 안을 뒤흔드는 소리로 짐작을 하건데 필히 울음통이 커서 매미들에게는 매력적일 것 같다. 얼른 자기 짝을 만나면 좋으련만. 사랑을 찾지 못하고 애타게 울고 있는 매미를 응시하다 보니, 사랑에 버림받아 매미가 된 트로이 왕자 티토노스가 불현듯 떠오른다.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미남 왕자 티토노스를 보자 한눈에 반했다. 그를 에티오피아에 있는 자신의 궁전으로 데려가 남편으로 삼고 두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에오스는 인간인 남편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걱정했다. 제우스에게 티토노스를 불사(不死)의 몸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에오스의 부탁을 들어주어 영원히 죽지 않게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늙지 않는 불로(不老)의 몸은 주지 않았다고 한다.에오스의 사랑은 점점 식어갔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고 피부가 주름투성이인 노인으로 티토노스가 변하자, 그를 궁전의 구석방에 가두고 청동 문을 잠가 버렸다. 슬프게도 티토노스의 몸은 점점 쪼그라들더니 작아져서 결국에는 요람에 눕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우스는 티토노스를 불쌍히 여겨 매미로 바꾸어 버렸다고 한다. 매미는 벽에 붙어 에오스를 애타게 부르며 울고 있었다는 비극적인 그리스 신화다.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의 유명한 대사로 인해 한 동안 내 가슴이 먹먹했던 것처럼, 변해버린 에오스의 사랑 때문에 매미로 변한 티토노스의 이야기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영원성을 믿고 싶은 나를 절망스럽게 만든다.요즘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칭찬 받는 세상이다.그러나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사랑만은 변덕을 부리지 않고 영속성을 유지하면 좋으련만. 우리 집을 찾아온 매미도 서둘러 사랑을 찾아 결실을 맺고 난 뒤,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의 일대기에 한 줄 적히기를 바란다. 매미를 관조하며 사랑의 가치를 가늠해본 시간이다.

2022-07-27

‘지속가능한 바다, 가치의 충돌을 넘어서야…’

요즘 외부인의 해루질에 어촌계의 시름이 깊어진다는 뉴스가 잦다. 해양경찰이 직접 단속에 나서 벌금을 매기는 등 현장에서 충돌도 계속 이어진다. 대부분이 스킨스쿠버 등 잠수장비를 이용해 전문적으로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금어기와 금지체장(전체 길이)을 지키지 않는 경우라고 한다. 스킨해루질(스킨스쿠버와 해루질의 합성어)이 하나의 레저로 각광받을 정도이니 ‘어업인과 비어업인 사이’, ‘어족자원 보호와 맛있는 음식’이라는 가치가 매번 충돌하는 셈이다.관광객과 비어업인의 생각은 간단한 듯 보인다. 바다의 어족자원이 어업인만의 소유는 아니니 자유롭게 해루질 재미를 즐기겠다는 것. 아예 수긍이 가지 않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바다에서 생계를 잇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노고를 잊은 판단은 아닐까 싶다. 치어를 방류하고 인공어초를 심고, 금어기를 지키는 이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지속가능한 바다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물론 처음부터 이들이 바다 생태계의 복원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명태와 쥐치 등 특정 어족자원의 멸종위기를 겪고, 뱃일을 나가 텅 빈 어창으로 돌아오는 횟수가 늘면서 느낀 변화가 더 클 것이다. 산호초 등이 석회화되면서 바다 숲이 망가지고, 이로 인해 바다생물들의 산란장이 점차 줄었다. 급격한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1차적으로는 마구잡이 어획의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바다 밑바닥을 긁어 물고기를 잡는 대형 트롤 어선들의 경우, 바다 숲을 급격히 황폐화시킨다. 결국 아무리 써도 계속 쏟아질 것만 같던 물고기들은 대형 선망들의 쌍끌이 어업에 자취를 감췄고 치어들마저 희생양이 됐다. 지금도 어시장엔 총알오징어와 풀치, 깡치 등 어린 물고기들이 팔리고 있다. 치어마저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팔고 있으니 3~4년 후에 상품성을 갖춘 물고기는 당연히 찾아보기 어렵다.바다를 둘러싼 어업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있는 비어업인의 경우, 바다를 망친 주범은 ‘어민들’이라는 말을 쉽게 꺼낸다. 폐어구와 어망, 그물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매년 해양사고 원인 중 폐그물로 인한 ‘기관 고장’ 등이 전체 사고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선착장 등에 쌓아놓은 폐그물이 물에 떠내려 오거나, 버려진 것들로 인해 발생한 사고다.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난립하는 양식장에 의한 바다 오염도 자주 회자된다. 한정된 공간에 물고기를 가둬 사료를 먹이는 지금의 양식법이 적조 등 바다 이상기후 발생을 촉진시킨다는 논리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바다는 어업인과 비어업인 사이 책임 회피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수산자원의 30%이상이 마구잡이로 잡히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2048년에는 수산물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여기에 마구잡이어업에는 비어업인의 낚시도 한몫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낚시 면허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낚시로 인해 한 해 잡히는 어획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싯배 영업의 활성화와 낚시 문화 등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어획량임이 가늠된다.해양수산부가 1999년부터 도입한 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 이하 TAC)제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연근해어업의 TAC를 45만 톤으로 확정하고 대상어종과 어업을 발표했다. 이는 올 한해 연근해에서 오징어와 대게 등 15개 특정 어종에서 쌍끌이대형저인망 등 17개 업종의 방식으로 잡을 수 있는 총허용어획량이 45만 톤이라는 뜻이다. 마구잡이 방식의 어업을 막기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어획량의 40%가 TAC 관리 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올해는 어획량 감소로 몸값이 오른 ‘멸치’가 TAC 시범사업 대상이 됐다. 뚜렷한 자원감소 징후를 보이자 정부가 멸치 기선권현망 업종을 대상으로 TAC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만선의 은빛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던 바닷가 풍경도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현미 작가 금어기에 대한 엄격한 적용도 계속된다. 산란기 등에 일정기간 어획을 금지해 어족자원을 보호하자는 의미로 어업인 사이에서 정착된 제도다. 다만 바다낚시나 해루질에서는 이를 명확히 아는 이들은 없다. 이는 낚시면허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나라는 낚시면허제를 실시, 금어기와 금지체장(길이)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낚시면허제가 정착되지 않는 이유는 세금 저항과 공유지를 대하는 태도로 보여진다. 어족자원은 잡는 이가 먼저라는 생각,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하다. 공유지는 결국 모두에게 최악의 비극으로 남는다. 지속가능한 어업은 TAC기반의 자원관리형 어업구조와 바다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책임 있는 인식이 동반될 때 실현 가능하다. 어업인과 낚시꾼, 해양레저인 등이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 지킴이로서 제 역할을 할 때 바다 생태계는 살아나고 기후변화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곧 그 날이 오길 고대하며 오늘은 금어기에서 해제된 고등어와 오징어로 저녁식사를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우리 모두는 바다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2-07-27

‘대형마트 휴업 폐지’ 누굴위해 하나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가 ‘국민제안’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 달에 두 번 휴업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대통령실은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온라인 제안 TOP10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고 있다. 투표결과 상위 3개 제안을 확정해 국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정부가 그동안 기업 규제를 풀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10여년에 걸쳐 꾸준히 의무휴업제 폐지를 주장해왔던 유통 대기업들은 당연히 반색하고 있다. 아마트와 롯데쇼핑 주가도 상승세다. 대부분 메이저언론들도 대형마트가 일요일 휴업을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업규제에 대한 반대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반면 골목가게와 전통시장 상인들은 의무휴업제 폐지가 곧 골목상권 붕괴를 초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대형마트 규제법’은 지난 2013년 초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다. 중소도시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자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고, 점포를 개설할 때 주변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도록 등록요건을 강화한 내용이다. 당시 언론보도 내용을 보니, 대형마트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규제 수위를 완화시키는데 총력을 쏟은 것을 알 수 있다.대형마트 규제완화에 앞서 정부가 꼭 짚어야 할 부분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메이저 언론들이 국민여론을 올바르게 대변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메이저 언론들은 10년 후인 지금도 똑같은 논리로 비수도권 곳곳에서 문제가 되는 대형마트 입점을 옹호하고 의무휴업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유통대기업들은 꾸준히 이들 언론사 지면을 마치 전단지처럼 활용하며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회사경영상태가 우선인 언론의 생리상 광고주 입장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다행히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려면 대형마트 규제법이 국회에서 개정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관련해 ‘찬반 개정법안’이 나란히 발의돼 있다.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지난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에 상관없이 온라인 상품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하고 추석과 설날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비수도권 주민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똑같은 돈을 골목가게에서 쓰는 것과 대형마트에서 쓰는 것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점이다. 대형마트에서 쓰는 돈은 그날 바로 은행을 통해 서울로 가 지역 자산을 그만큼 축내게 된다. 그러나 전통시장에서 쓰는 돈은 즉시 골목상권으로 되돌아 나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영세 상인을 비롯한 서민들이 번 돈은 은행에 들어갈 여유도 없이 곧바로 생계비로 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이라는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2022-07-26

은어 축제

은어(銀魚)는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다. 산란과 무관하게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물고기다. 강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내려가 자라고 산란기 이전에 일찍 강으로 다시 올라와 몇 개월 살다가 알을 낳는다. 물이 맑고 찬 곳을 산란 장소로 찾고 있어 은어는 청정 1급수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피난처에서 맛있게 먹었다던 은어는 본래 묵어다. 선조는 전쟁 중 묵어를 맛있게 먹고 이를 은어라 부르게 했으나 뒷날 궁에서 다시 먹어보니 그 맛이 나지 않아 도루묵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도루묵과 은어는 다른 고기며 서식지와 모양, 생태, 맛, 조리법 등도 다르다.은어는 민물고기 중에서도 고급식재로 이름이 나 있고 살과 내장에 배어든 특유의 향이 일품이어서 영어로는 sweet fish라 불린다. 은어로 만든 요리는 은어구이, 은어찜, 은어 튀김 등이 있으며 회로도 먹을 수 있으나 민물고기의 특성상 기생충이 많아 반드시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옛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진상되던 최고급 요리다.봉화 내성천은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선달산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 영주와 예천, 문경을 거쳐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이곳에 은어가 많이 서식한다. 군은 이에 착상해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봉화 은어축제를 연다. 청정 1급수의 물고기인 은어의 이미지를 활용해 청정도시도 알리고 관광객도 불러들인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이라 직장인과 학생 등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물속에서 은어도 잡고 잡은고기로 요리도 하는 체험놀이를 즐기며 한여름 더위를 식힌다.23년 전 처음 시작한 은어축제가 올해도 30일부터 열린다. 한번쯤 가볼 만하지 않겠나./우정구(논설위원)

2022-07-26

단순함의 미학

‘탑건: 매버릭’엔 1980~90년대 낭만적 허세가 있다. /영화 홈페이지 ‘탑건: 매버릭’을 봤다. ‘남산의 부장들’ 이후 2년 6개월 만에 극장에 가서 본 영화다. 코로나로 인해 극장에 가길 꺼려했고, 같이 영화 볼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볼 만한 영화가 없어 통 극장에 가질 않았다. 그런데 1986년 개봉한 ‘탑건’의 후속편이라니, 또 주변에서 재밌다고 난리 치니 극장에 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고등학생 때로 기억한다. 청소년 관람불가였음에도 비디오 가게에서 ‘탑건’을 빌려 봤다.오프닝 화면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좀 뭉클해졌다. 1986년작과 똑같은 음악, 똑같은 구도의 시퀀스, 본편의 오리지널리티를 고스란히 되살려낸 연출이 1980~90년대 향수를 자극했다. 80년대에 나는 미취학 아동이었으므로 별로 할 말이 없지만, 90년대라면 다르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를 90년대에 보냈다. 그 시절에 보고 듣고 읽은 영화, 음악,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톰 크루즈가 철 지난 항공점퍼를 입고,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가와사키 오토바이를 타고 이륙하는 전투기와 나란히 달리는 장면에서 쾌감을 느꼈다.한 줄 감상평을 남기자면, “다시 군대에 가고 싶을 지경”이다. 오랜만에 가슴 뜨거워지는 영화를 봤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스펙터클한 영상미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투박하고 간단하지만 명료해서 좋았다. 선이 굵고 호방해서 통쾌했다. 석양, 해변 럭비, 술집 골든벨, 오토바이, 레이벤 선글라스, 록 밴드 음악, 제복 등 구닥다리 형식으로 폼 잡는 게 좋았다. 그게 흥행의 이유라는데, 사실 ‘주말의 명화’ 시절 영화들은 다 그랬다.‘다이하드’, ‘리셀웨폰’ 같은 액션 영화들은 물론이고, 팔씨름 하는 영화(‘오버 더 톱’), 양치기 돼지가 주인공인 영화(‘꼬마돼지 베이브’), 누가 오래 잠수하나 시합하는 영화(‘그랑블루’)도 있었다. ‘가을의 전설’이나 ‘브레이브 하트’, ‘늑대와 춤을’ 같은 영화는 서사의 아름다움과 함께 영상미가 압권이었다. 우리나라 드라마 ‘모래시계’만 봐도 마지막 장면은 지리산 노고단의 겨울 석양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역광 속 뒷모습을 담았다. 단순하지만 멋이 있었다. 아니, 단순해서 멋있었다.요즘 영화도, 음악도, 문학도 다 복잡하기만 하다. 내밀한 세계로, 미시적인 세계로만 파고들다보니 작고, 어렵고, 난해하다. 천재적이지만 멋이 없다. 근래 한국소설을 읽다보면, 장편도 아니고 단편임에도 자기가 설정한 이야기의 복잡성에 갇혀서, 작가 스스로 미로를 헤매는 그런 작품들을 종종 보게 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계산적이고, 복잡다단하고, 속을 알 수 없다. ‘탑건: 매버릭’을 보며 제일 반가웠던 건 1980~90년대의 낭만적 허세,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단순함이었다.얼마 전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중년 남성이 커피숍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주문에 애를 먹자 애꿎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욕설을 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자주 겪는 일이라는 듯 유쾌하고 유연하게 대처했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대뜸 큰소리부터 지른 소위 ‘개저씨’를 비난하는 여론 가운데 키오스크 시스템이 디지털 문명에 익숙지 않은 고령 세대를 소외시킨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 키오스크뿐인가? 스포츠 경기, 공연, 항공권 예매도 이제는 온라인 서비스나 무인 시스템으로 거의 전환됐다. 각종 보안 인증 시스템도 문제다. 공인인증서는 폐지됐다지만 더 복잡한 것들이 생겨났다. 지난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했다가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세금 신고와 납부를 장려하려면 관련 용어와 절차부터 좀 쉽게 바꾸면 안 될까? 세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아볼 수 없는 어려운 한자어와 수식들을 보면서 ‘일부러 이러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오만해진다. 오래된 것은 모두 낡고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긴다. 사회 시스템도, 영화도, 음악도, 문학도 모두 첨단을 지향하는데, 첨단으로 가는 방법이 많아질수록 절차는 복잡해진다. 그 복잡함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폐쇄된 세계 안에 가두게 한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자꾸 틀려 집에 못 들어가거나 웹 사이트 패스워드를 분실해 영영 ‘온라인 미아’가 되기도 한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 곁에는 친구가 없다. ‘탑건: 매버릭’에서 매버릭은 중요한 순간에 늘 망설이는 루스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생각하지 마.”

2022-07-26

고물가 시대 생존법

장을 보러 갈때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금겹살이라 불리는 돼지고기는 쳐다보지 않은지 오래 되었고 자두나 복숭아, 수박 같은 여름 과일도 가격 보고 놀라 금세 내려놓고 만다.높은 가격에 섣불리 카트에 담지 못하다 결국 향하는 건 세일코너.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카트에 물건을 담을 떄마다 더해지는 가격 계산을 하다보니, 언제부턴가 장보기가 숙제마냥 피로하게 느껴진다.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점심을 밖에서 해결해야 할 때도 난감하다. 냉면은 1만원 중반대를 훌쩍 뛰어 넘는데다가, 비빔밥이나 국밥도 9천원이나 달한다. 만 원 아래로 사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굉장히 제한적이니, 이제 외식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잘 하지 않게 되었다.물가 폭등 현상은 비교적 소득이 적은 20대에게 더 무겁게 다가온다. 최근 여러 신조어도 생겨났는데,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뜻하는 ‘런치 플레이션’, 앱을 통해 돈을 아끼는 ‘앱테크족’. 외식을 지양하고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하는 ‘냉털족’ 등이 생겨났다.사회에 발을 내디딘 지 1년 차인 초년생 친구는 점심을 저렴하게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서비스에 구독했다고 한다.편의점 구독 서비스란 단어가 생소해서 알아보았더니. 2000원에서 4000원 사이의 월 이용료를 내면 약 20~30%정도 상품을 할인가에 살 수 있는 멤버십 제도였다. 물론 상품 가격마다 다르지만 도시락은 약 1000원에서 1500원에서 정도 할인 받아 살 수 있었고, 커피 또한 할인받아 1000원 아래로 즐길 수 있었다.먹거리 외에도 와인이나 맥주 같은 주류, 또는 생리대와 마스크 같은 생활용품도 다양하게 보였다. 결제시 통신사 할인이나 기타 할인까지 더할 수 있으니, 월급 빼고 다 오른 웃픈 현실에서 편의점 구독화하기는 필수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인터넷에서 물건을 살 때도 이젠 최저가 검색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정 쇼핑 사이트에서 물건 구매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쇼핑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G마켓이나 11번가, CJ온스타일 등 250여개 브랜드와 제휴를 맺어 할인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고, 일일이 쇼핑몰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 아닌, 해당 플랫폼 페이지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면 결제 금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방식이다.본가에서 나와 1인가구를 꿋꿋이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이토록 아껴서 뭘 하나’ 싶을 정도로 시시하지만 유쾌한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이 있다.대중교통 비용을 할인해주는 알뜰교통카드 발급이나 일정 금액 이상 꾸준히 저축시 2배 이상의 금액을 더해주는 저축 제도, 또는 소셜커머스 플랫폼에서 이벤트로 저렴하게 나온 핫딜 구매가 등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안부를 묻는다.최근 친구들에게 반응이 좋았고 나 또한 만족스레 이용하고 있는 건, 버려질 위기에 처한 농산물 구입이다. 생각보다 농산물은 맛이나 영양소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작은 흠집이 있다거나 모양이 이상하거나, 또는 판로가 부족하여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여러 이유로 버려질 위기에 처한 농산물들을 저렴한 가격에 배달해주는 여러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다. 검색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업체를 선택하면 된다. 대부분 배달 주기도 원하는 기간으로 설정할 수 있고 선호하지 않는 채소가 있다면 뺄 수 있어서 편리하다.가지나 감자, 방울토마토, 브로콜리, 초당 옥수수 등 다양한 종류를 소량으로 박스에 담아 보내주고, 시세 대비 30% 저렴한 가격인 약 2만원 안쪽으로 살 수 있으니 1인 가구에 적합하다.물가 오름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원인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져 있어 해결책이 쉽지 않다.아직도 지구 한 편에서는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니 전 세계 공통적으로 쉬이 풀 수 없는 지난한 일임을 인지하고 나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을 찾아보려 한다. 또한 정부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이 지속적으로 강구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바라본다.

2022-07-26

라파엘로 걸작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

라파엘로作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 1513년경, 피렌체 팔라초 피티 소장 피렌체 팔라초 피티(Palazzo Pitti)는 1458년 피렌체의 유명한 은행가 루카 피티를 위해 지어졌고 1549년 메디치 가문이 매입해 토스카나 대공의 저택으로 사용되었다. 피티 궁전은 대공 페르디난도 2세의 지시에 따라 1637년부터 1647년 사이 전시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이때 메디치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르네상스와 바로크 작품을 모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는데 이곳이 피티 궁전을 대표하는 회화 전시관 ‘팔라티나 미술관’으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루벤스 등 서양미술사 최고 거장들의 작품 500여점이 소장되어 있다.피티 궁전의 개축을 책임진 사람은 화가이면서 건축가였던 피에로 다 코르토나였다. 화려한 대리석 계단, 백색의 스투코로 장식된 천장, 장식적인 건축에 조화를 이루며 벽면에는 몇 점의 회화 작품들이 아래 위로 걸려있다. 전시된 작품들 중 그 어느 것도 미술사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전시장 벽면에 걸려있는 작품들은 결코 자신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지 않는다. 어쩌면 낼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건축 공간을 수놓는 화려한 장식 속에서 그림들조차도 장식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걸려 있기 때문이다.감상자의 눈높이 보다 훨씬 높은 곳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품 표면에 남아 있는 붓 자국이나 색감을 면밀하게 살피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그저 위를 쳐다보며 그림의 이미지만 겨우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불친절하게 걸려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작품들은 아주 적당한 눈높이에 설치가 되어 있어 비교적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가능한데 그 중에 라파엘로의 걸작‘의자에 앉아 있는 성모 마리아(Madonna della Seggiola)’가 특히나 시선을 사로잡는다.1513년에서 14년경에 그려진 라파엘로의 작품은 원형의 틀 안에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묘사하고 있다. 라파엘로는 원형의 틀이 가지는 형태를 인물들의 움직임 속에 투영시킴으로써 틀과 인물 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해결한다. 원형과 조화로운 회화적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서 팔과 다리, 머리와 휘감긴 옷 주름 등이 서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둥근 화면과 그림 속 인물들 간의 조화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하지만 감상자를 응시하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시선이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경계하는 듯한, 겁을 먹은 듯한 표정 때문이다. 마치 둥근 천장을 통해서 침입자인 우리를 경계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아기 예수는 몸을 뒤로 움츠리며 어머니 마리아의 품을 파고든다. 그림 속 두 인물들은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언제나 그렇듯 라파엘로는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성모 마리아를 표현했다. 하지만 그녀가 발산하는 아름다움은 여성의 세속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종교적 숭고미이다. 라파엘로는 인물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던 르네상스 거장이다. 그의 작품들은 후대 미술가들에게 중요한 모범이 되어 지속적으로 모사되었다.18세기 독일 출신의 미술사학자 요한 요아힘 빙켈만은 라파엘로가 미켈란젤로를 넘어서고 티치아노나 카라바조 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수백 년 동안 숱한 미술가들이 라파엘로의 작품을 모방했다.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후대 어느 시점에 와서는 그의 작품들이 조금도 신선하지 않은 그래서 오히려 식상한 것으로 여겨졌는지 모르겠다.실제로 1848년 영국에서는 ‘라파엘로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친 미술가 그룹이 결성되었다. 라파엘전파(Pre-Raphaelite)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젊은 미술가들은 라파엘로 이후로 미술이 틀에 박혀 기계적으로 답습되는 퇴보를 걸어왔다 믿었고 시간의 흐름을 그 이전으로 돌려놓으려고 했다. /미술사학자  김석모

2022-07-25

그 길밖엔 없어 <Ⅲ>

지금 무엇을 어떻게 조사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를 통해 뭔가를 알아보려 하지 마십시오. 인공 장기까지 달았던 사람들이 그저 쉽게 죽겠습니까? 사모님이 받은 인공 콩팥은 하늘에서 뚝 떨어졌겠습니까? 사모님 장기는 어디서 왔는지 아십니까?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다른 것은 다 까먹어도 사모님 콩팥이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형사님을 이용해 먹지는 않았습니다. 형사님께 빚진 것이 없었다면 형사님을 제법 괴롭혔지 싶습니다. 그러니 이런 일로 제게 전화하지 마십시오. 형사님은 그저 물어보는 것이겠지만 저는 취조당하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형사님의 정보원이 아닙니다. 허 형사님께 부탁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허 형사의 아내에게 이식했던 인공 콩팥은 교통사고를 당한 노인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허 형사의 아내와 마찬가지로 당뇨로 인한 신부전으로 투석을 하고 있던 노인이 이식받아 육 개월 정도 사용했던 콩팥이었다. 콩팥을 바꿔 단다고 당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질은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이틀에 한 번씩 혈액 투석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 그런데 육 개월밖에 더 살지 못했다.아들이랑 백화점에 가는 길이었데.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피하려다 방호벽을 들이박은 거지. 설상가상으로 조수석 에어백이 작동을 안 한 거야. 아들은 찰과상, 아버지는 사망. 그렇게 된 사연이야.물건을 넘겨주던 병원의 직원이 우현에게 해 준 이야기였다.하여튼 우현 씨는 물건 냄새를 잘 맡는단 말이야. 중고 물건이 나올 줄 어찌 알았을까? 얼마 전에 우현 씨가 전화로 혹시 물건 나오면 꼭 먼저 연락 달라 했었잖아. 응급실에서 인공 장기 환자 사망이 있다고 콜이 오는데 우현 씨 생각이 바로 나더라고.병원 직원이 덧붙여 말했었다. 직원의 안주머니에 하얀 봉투를 넣어주며 우현이 대답했다.무슨 그런 큰일 날 말씀을 하십니까. 이식 기다리던 환자가 운이 좋은 거지요. 이건 감사의 표시구요. 이번에는 조금 더 넣었습니다. 유가족에게는 제가 직접 이체하겠습니다. 계좌번호만 보내주십시오.돈이 된다는 소문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여러 신생 업체가 덤벼들던 시기였다.박 팀장이 허 형사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허 형사가 고개를 들었다. 박 팀장의 손에 종이컵이 두 개 들려 있었다. 박 팀장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까딱하고는 종이컵을 내밀었다.-한 대 피우자고.-바쁩니다.허 형사가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야, 허 형사. 아직 삐져 있는 거야? 왜 그래, 사나이가. 풀어.박 팀장이 종이컵을 든 팔로 모니터를 가리며 말했다.-삐지다니요. 왜 이러십니까.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담배가 웬 말입니까? 여기 폴더 안에 들어 있는 파일들 안 보이십니까?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합니다. 둘이서. 내가 형사로 온 건지 모니터 요원으로 온 건지. 방해하지 마시고 혼자 가서 피우십시오. 열심히. 조심하십시오. 커피 쏟아지면 오늘 작업한 것 다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허 형사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박 팀장의 팔을 모니터 밖으로 빼냈다.-미안해. 그래서 이렇게 커피 뽑아 왔잖아. 그리고 천천히 해도 된다 했잖아. 자, 한 대 피우러 가자니까.허 형사가 고개를 들었다. 박 팀장이 웃고 있었다.-이번에는 안 풀려고 했는데. 아이 씨.허 형사는 한 마디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 팀장은 허 형사의 손에 종이컵을 쥐어주고는 허 형사의 어깨를 툭 쳤다. 밖으로 나온 박 팀장과 허 형사는 주차장 뒤쪽 벤치에 앉았다.-그래. 뭐 나온 것 좀 있어?박 팀장이 허 형사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 주며 물었다.-뭐가 나왔다고 말하기는 좀 그런데요. 올더앤베러의 공장이 진주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사건 당일 진영휴게소에 서 있던 컨테이너 수송차량이랑 다른 트럭들 중에 올더앤베러 소유의 차들이 많았습니다. 올더앤베러에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거의 주차장처럼 사용한답니다. 진주랑 가까워서 거기서 빈차로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하면 진주로 와서 실어나가고, 일 없으면 휴게소에 세워놓고. 운전기사는 개인차량으로 진영 휴게소에 출퇴근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답니다.허 형사는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신 뒤 내뱉었다. 박 팀장이 허 형사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수고하네. 지겨운 일 맡겨서 미안하다. 들어보니 아직 뭐 특별한 진척이 있는 것은 아니네. 그지?-진척이 있을 리가 있습니까? 이제 겨우 CCTV 파일 중 육십 퍼센트 정도 보았는데요. 일단 모두 살피고 나서 특별한 내용이 있든 없든 진영 휴게소와 올더앤베러 진주 공장에 한 번 다녀올 예정입니다. 사건 당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휴게소의 같은 자리에 있는 컨테이너나 트럭들도 살펴보고, 휴게소에 없는 차량들은 진주 공장에 가서 살펴봐야겠습니다. 아직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일반 승용차에서 범행을 저지르기에는 좁을 것이고.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승합차가 오랫동안 서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왠지 컨테이너 트럭이나 냉동 탑차 같은 것이 범행 장소로 유력할 것 같습니다. /김강 소설가

2022-07-25

민주적 통제인가, 중립성 훼손인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권력의 비대화는 부패 가능성을 증대시킨다. 공권력의 두 축인 검찰과 경찰도 마찬가지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주체가 바뀌어도 민주적 통제는 여전히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역설했고, 윤석열 정부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주장한다. 하지만 두 정부는 모두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에는 관심이 없다.정권교체로 여야의 공수(攻守)가 바뀌었다. 정부여당은 민주적 통제를 명분으로 경찰을 장악하려는 반면, 야당은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정부여당의 영향력을 배제하려 한다. 집행 권력을 가진 정부여당은 입법이 필요 없는 시행령으로 경찰을 통제하려고 하는 반면, 입법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은 법적 제도화를 통해서라도 경찰의 중립성을 제고시키려 한다.‘민주적 통제’와 ‘중립성 훼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권력기관은 통제받지 않으면 부패되지만, 정치권력에 의한 통제가 강화될수록 중립성은 더욱 훼손된다. 권력의 속성상 모든 권력은 통제받아야 한다는 ‘당위론’과 권력에 의한 통제는 사정기관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킬 뿐이라는 ‘경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권력정치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엄존하는 딜레마이다.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권력이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문제는 통제의 구체적 방법론이다. 현재 추진 중에 있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조직법과도 충돌한다는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행안부장관이 인사와 감찰을 무기로 통제할 경우 경찰은 무력화(無力化) 될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민주적 통제는 권력의 예속화에 불과하다.윤 대통령은 대선 때 “검찰의 중립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윤석열 라인’을 중용하여 대통령-장관-검찰청으로 이어지는 직할체제를 구축했다. 이러한 코드인사가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말인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수사기관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다. 권력의 시녀가 된 검찰에게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민주적 통제의 이름으로 공권력을 예속화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정치는 ‘민주를 빙자한 독재’이며 ‘권력을 위임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모든 권력기관은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지만, 공정성이 생명인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이 검찰과 경찰을 허수아비로 만들면 당장은 통치하기 쉬울지는 몰라도 결국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이 충돌할 때는 시비를 가려줄 심판관이 필요하며, 그 심판은 바로 대통령과 국회에 권력을 위임한 국민이다. 심판은 공정해야하기 때문에 이념과 진영에 갇혀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의 권모술수와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않는 국민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2022-07-25

온열질환 주의보

전세계적으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도, 위험성도 크게 다른 질환이다. 우선 일사병은 ‘열탈진’으로도 불리는데, 더운 환경에서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전해질 부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된 증상은 어지럼증, 두통, 구토 등이며,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그늘에서 충분히 쉬거나 전해질이 들어간 스포츠음료·주스 섭취, 샤워 등을 통해 증상을 쉽게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열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될 때 체온 조절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치사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열사병의 가장 큰 특징은 체온은 높은데 땀이 나지 않는 것이다. 체온조절 장애로 인해 체온이 40℃ 전후로 올라가면서 피부가 붉고 뜨거워지지만 땀은 나지 않아 피부는 건조하다. 메스꺼움, 구토,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동반되며, 판단장애, 섬망(일시적 의식 혼동)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증상이 심해지면 의식을 잃고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다발성 장기손상 및 기능장애 등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온이 섭씨 40℃를 웃돌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각각 500명과 1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무더위에 숨졌다. 국내에서도 최근 5년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했다. 온열질환 예방법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득이하게 더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거나 운동을 해야 할 경우는 자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주고, 충분한 수분섭취를 하도록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