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자기계발은 선택 아닌 필수가 되었다. 자기계발 방법의 부동의 1순위는 바로 습관 만들기다. 자기계발의 목표는 대부분 부자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상위 0.1% 부자들의 루틴 따라 하기, 초대형 1조 부자들의 5가지 습관 등등 습관 만들기 영상이 넘쳐난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들의 습관을 따라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자들의 공통 습관을 따라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부자가 된 사람 중에는 엄청나게 두뇌가 명석한 이도 있고, 물리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그들만의 환경과 경험이 있다. 그들의 습관은 부자가 되기 위한 한 가지 요소일 수는 있어도 전부는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의문은, 과연 그들의 행동을 습관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습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익혀진 행동 방식 또는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이다. 그러나 이것을 좀 더 파고들어가 보면, 행동의 결과가 좋지 않은데도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을 습관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는 ‘습관’을 부정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뇌과학자 앤서니 디킨슨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하는 행동에는 ‘습관’과 ‘목표지향적 행동’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쥐를 며칠 굶기고 표시등이 깜박이는 동안 그 쥐가 레버를 누를 때 먹이를 공급해주면, 쥐는 표시등이 켜질 때마다 레버를 누른다. 이때 배가 많이 고프거나 먹이에 대한 경험이 좋다면 레버를 더 잘 누른다. 그런데 배가 안 고프거나 그 음식을 먹고 배가 아팠는데도 레버를 누른다면 그것은 습관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담배가 도움이 되었다고 해서 기침하는데도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면 목표지향적 행동은 그 행동을 처음 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기억을 가지고 계속 그런 결과를 내기 위해 하는 의식적 행동이다.
일찍 일어나기, 독서, 행복한 상상, 규칙적인 운동, 명상 등 부자들이 한다는 행동이 그들에게 활력을 주고 창의성을 준다면, 그것은 습관이라기보다 목표지향적 행동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들이 목표지향적 행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목표에 대한 인식이 또렷하고 그 행동의 결과를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들어 심신의 안녕을 목표로 뜻맞는 친구들과 매일 5분 이상 명상을 80일째 하고 있고, 매일 A4 한 장 쓰기 모임에 참여하여 글을 쓴 지 60일이 넘었다. 명상이든 글쓰기든 목표가 또렷하기 때문에 하고 있을 뿐,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어쩌랴, 그런 행동이 어떤 유익한 결과를 내는지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것을.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습관이라면 더욱 어렵다.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자기만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표를 또렷하게 갖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찾아서 꾸준히 실천하는 것, 그것이 창의적인 자기계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