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이준석 왕따’ 대통령에게 도움될까

심충택 논설위원 이준석 당 대표를 축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징계심의가 내일(7일) 열린다. 이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리위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주려는 시도가 있다고 윤리위원들이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진석 부의장이나 김정재 의원, 배현진 최고위원 같이 실명으로 공격하는 사람도 있지만, 익명의 가면에 숨어서 인터뷰하는 ‘여권관계자’를 경멸한다”고 말했다. ‘여권관계자’라는 익명으로 그를 비판하는 정치인의 배후에 어떤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국민의힘 윤리위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해 연말 이 대표를 ‘성상납 의혹’으로 제소한 게 발단이 돼 개최된다. 강 변호사는 6·1 경기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김동연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국민의힘 윤리위가 이 제소를 수용한 이유가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 시효가 끝난 10년전의 사건, 그것도 실체나 증거가 없는 사건을 심의대상에 올리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특히 윤리위가 징계심의의 직접적 원인으로 발표한 ‘증거인멸 교사 의혹’도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중이다. 모든 공공기관이 그렇듯이, 징계혐의가 적발되더라도 수사가 진행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징계심의를 늦추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이 대표로서는 내일 ‘무혐의’ 외에 다른 어떤 징계처분이 나오더라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당 대표 토끼몰이’로 불려지는 이번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친윤계)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2년 후의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직후 청년 중심 당원배가운동 등을 위해 당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공천 룰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실제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첫 회의를 열고 정식 가동에 들어갔다. 혁신위원인 천하람 변호사는 이와관련 “이 대표가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결코 조용히 있지 않겠구나, 이런 판단이 나오니까 전체적인 친윤계 반응이 더 차가워진 것이 아닌가 해석한다”고 언급했다.다음 총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해 수권정당이 되었지만, 총선에서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야당에 끌려다니는 정당으로 남는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도 국회 의석이 받쳐주지 않으면 허약하기 짝이 없다. 아마 윤 대통령이 가장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윤계’로 지목되는 정치인들이 ‘윤 대통령 보란 듯이’ 학교 교실에서나 볼 수 있는 ‘왕따 가해자’로 앞다퉈 나서고 있으니, 기막힌 상황이다.국민의힘이 차기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2, 제3의 이준석 같은 인물이 배출돼 당을 혁신시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만약 집권당에 대한 중도층 민심이 멀어진다면 그 즉시 심각한 레임덕이 온다는 것을 윤 대통령이 깨달아야 한다.

2022-07-05

지방정부시대 열어야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지방정부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지방정부는 자치분권을 중시하는 일부 학자들이 학술적 의미로 쓰는 용어일 뿐이다. 법적인 공식용어는 지방자치단체이다.지방자치란 일정지역을 기반으로 주민이 선출한 인물이나 단체가 통치하는 정치 제도다. 주민의 의사를 직접 반영한다고 하여 풀뿌리 민주주의라고도 부른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와 226개의 시군구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새로 선출됐다.새 단체장의 취임으로 도시마다 기대와 활기가 넘치나 기대만큼 지역의 발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995년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벌써 27년 세월이 흘렀다. 우리의 지방자치가 세월만큼 성숙해졌는지는 의문이다. 중앙집권적 행정구조가 여전히 상존하고, 취약한 지방재정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지난해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48.7%였다. 특히 군단위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17.3%여서 자치라는 표현을 쓰기가 민망할 정도다. 중앙정부에 예산을 의존하지 않으면 관내 공무원의 봉급도 못줄 판이니 자치는 간판뿐이고 중앙정부의 예속기관이나 다름없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를 두고 ‘천수답 행정’이라 표현했다. 중앙정부의 예산지원만 바라보는 지방의 서글픈 현실을 빗댄 말이다.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으면 지역의 발전은 요원하다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민선 8기 지방자치의 최대 과제는 누가 뭐래도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사는 지방시대를 여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민선 8기가 나아갈 방향이 이제 더 분명해진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7-05

올림퍼스의 노예들 <Ⅷ>

필립은 술을 잘 마셨다. 훨씬 젊은 노마와 대작을 하면서도 쉽게 취하지 않았다. 취해서 내뱉는 말인가 싶어 들어보면 앞뒤도 맞고 과하게 나가지도 않았다. 마치 준비해 두었던 말처럼 부드럽고 막힘이 없었다. 취기가 오른 노마가 필립을 형님이라 불렀다. 필립은 새엄마의 오빠니 노마는 외삼촌이고 자기는 조카가 아니냐며 농담을 했다. 그러고는 노마에게 술을 사라, 외삼촌이 술을 사야 한다 말하고는 껄껄 웃었다.-외삼촌, 하시는 일은 어떻습니까? 편합니까?-몸이 편하고 안 편하고는 중요한 게 아니지요.노마는 붉은 얼굴을 이리저리 흔들며 대답했다.-내가 조카, 아니 형님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요. 나이 든 사람들, 노인들 말이에요. 내가 나이 좀 먹었네 하는 사람들 모두 신 같아요. 신 알아요? 영원히 사는 것들. 올림퍼스 산 꼭대기에 있다가 내려 온 거죠. 아니지, 올림퍼스 산 전체를 땅으로 끌어내린. 그러면 나는 뭐냐? 신들을 먹여 살리는 노예죠. 죽어라 일하는 노예. 그 노예의 꿈이 뭔지 아세요? 신이 되는 거예요. 어렵지 않아요. 일찍 죽지만 않으면, 시간만 보내다 보면 저절로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고 신전에 들어가 있겠지요. 힘센 신이든 이름 없는 신이든. 형님이 들으면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하긴 오늘 내가 형님 기분 살피면서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 형님의 아버지를 인조인간이라 불렀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형님의 아버지, 그러니까 최 회장님은 그저 단순한 인조인간이 아니에요. 신이죠. 힘이 아주 센. 아, 그걸 내가 이제 알았네요. 이제 알았어.노마는 혀가 꼬인 채 이야기했다. 술잔을 빙글빙글 돌렸고 테이블 밑으로 떨어뜨릴 뻔했던 술잔을 필립이 잡았다.-우리가 좀 많이 마셨지. 이제 일어날까? 더 마실까?-아니, 형님. 이제 시작이죠. 그런데 형님은? 형님은 뭐랄까? 아닌데? 신의 아들 느낌은 안 나는데. 형님은 뭐죠? 형님, 형님은 정체가 뭐예요?-나? 나 최만식의 아들 최필립이지. 힘도 없고 뭣도 없는 노예. 참, 그러면 내 친구 한 명 부를까? 술은 세 명이 먹어야 맛이 나거든. 불러도 되지?-친구요? 형님이 부르신다면 저야 뭐.-인호, 인호라고 있어. 국회의원 쫄따구이자 아들, 평생 쫄따구.다음날 안나가 노마에게 전화를 했다. 필립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얻었는지 물었다. 노마는 필립이 좋은 사람이라 대답했고 안나는 그게 뭐냐며 화를 냈다. 노마는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 다짐받으면 된다고 안나를 달랬다. 안나는 노마의 말이 끝나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걱정 하지 마, 잘 될 거야. 내가 알아서 잘 할게. 오빠만 믿어. 노마는 안나에게 문자를 보냈다.허 형사는 이 사건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어떻게 끝이 나든 중요하지 않았다. 인공 장기의 ‘인공’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이 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가 생각났다. 허 형사의 아내는 당뇨병 환자였다.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는 1형 당뇨. 그녀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녀가 그렇게 태어났을 뿐.허 형사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가 겪게 될 합병증들에 대해, 환자들의 가족이 감당해야 할 것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깟 당뇨병 따위야.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완치할 수 없다지만 인슐린 주사 맞으며 잘 관리하다 보면 완치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겠지. 개발되지 않아도 되고. 조금 불편할 뿐이지. 당뇨병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어느 날부터 아내의 몸이 붓기 시작했다. 가끔은 숨이 차다고도 했다. 발등부터 시작된 부종이 정강이까지 올라왔을 때 의사가 보호자를 찾았다.-콩팥 기능이 한계에 다다라갑니다. 투석이든 인공 콩팥이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생체 신장 이식을 받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요즘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난 거지요.허 형사가 의사에게 물었다.-자기 콩팥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나요?의사가 대답했다.-어차피 무슨 선택을 하든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미리 준비하시라 말씀드리는 겁니다. 옛날에는 자기 콩팥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쓰다가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다른 방법을 찾았지만 요즘은 트렌드가 바뀌었습니다. 인공 콩팥이 워낙 잘 나와서요. 가능한 빨리 하는 것이 다른 장기의 합병증을 예방한다는 보고도 있고.혈액 투석을 권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일주일에 두세 번씩 병원을 방문하는 것, 쉽지 않는 일입니다. 게다가 환자의 심장이나 다른 혈관에 부담을 주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투석을 시작하면 평균적으로 십 년 뒤에는 결국 사망하거나 혹은 이식을 받아야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었을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니까요.의사는 인공 콩팥 이식을 권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허 형사의 월급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시술비나 인공 콩팥의 가격도 그리고 보험 여부도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서. 나이라도 많다면 인공 장기 회사에서 지원을 받거나 새로 나온 모델을 시험하는 조건으로 달아 보기라도 할 텐데.의사는 미안한 듯 말끝을 흐렸다.-병을 치료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김강 소설가

2022-07-04

읽기라는 축복, 혹은 저주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인간이 무언가를 기록하여 남기려 했던 필사문명의 시대로부터 인쇄문명의 시대로 이어지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문자를 중심으로 한 글쓰기와 읽기라는 인간 지식의 관행은 이제 또 다른,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곳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와 그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매체에 의해 새롭게 도래된 구술문명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만 같다. 모두가 ‘지금 현재’에 붙들려 그것을 소비하는 시대에, 인간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문학이나 역사, 철학은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혹은 질문을 바꾸어, 인간이 문자를 가지고 읽고 쓸 수 있다는, 기록하고 독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류에게 주어진 축복이었을까, 혹은 우리에게 씌워진 천형과도 같은 저주일까. 유튜브 어딘가에 지금도 영상 이미지들이 쌓여가고, 더 이상 책을 읽고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시대에는 이런 질문조차 새삼스러워질 것인가.독일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Bernhard Schlink)가 1995년에 쓴 ‘책 읽어주는 남자(Der Vorleser)’는 바로 이 문자를 읽고 쓰는 인간의 문제에 답하고 있는 좋은 사례다. 주인공인 미하엘 베르크가 남긴 한나 슈미츠라는 여성에 대한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불과 열다섯 살에 불과했던 미하엘이 서른을 훌쩍 넘긴 한나라는 여성을 만나 연애 관계가 되는 자극적인 소재 아래 나치의 아우슈비츠 홀로코스트와 인간이 읽고 쓰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보여준다.소설 속에서 미하엘은 한나를 만나 그가 갖고 있는 풍요로운 감각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것은 문자에 앞서 그 자체로 자기를 드러내는 세계다. 시각과 청각을 발동시키는 세계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미각과 후각, 촉각이 발동되는 세계. 문자로 그것을 기록하려 해도 결국은 추상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체성들의 세계이다. 한나는 미하엘을 씻기고 먹이고 같이 잠을 잔다. 미하엘은 그 앞에서 마치 한 마리의 동물이라도 된 듯, 그 구체성의 감각들을 탐한다. 물론 윤리나 도덕 같은 것을 빼고 어떤 대상을 판단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리겠지만, 만약 그것을 뺄 수만 있다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언어를 통해 만들어낸 담론 이전에 인간의 몸과 그 사이의 교섭이라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발간된 베른하르트 슐링크 ‘책 읽어주는 남자’의 표지.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 한나는 미하엘이 책을 읽어주는 것은 좋아하고, 그것을 바란다. 소설의 후반부에 가서야 드러나지만, 읽어나가면서 어느 정도는 알게 되는 사실은 한나가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문맹이라는 것이다. 한나는 전형적으로 구술만으로 살아왔던 사람이 갖는 마련인 즉각적이면서 비논리적인 논쟁을 통해 미하엘을 공격하기도 하고, 미하엘이 남겨놓은 쪽지를 읽지 못해 없애버리고 시치미를 떼기도 한다.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이 ‘구텐베르크 은하계’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구술언어 중심의 인간은 타인과의 교섭이나 세계 이해에 있어서 전혀 다른 지평을 갖는 것이다. 현실 상황이 지나가버린 뒤 기억을 매개로 글쓰기하는 관행에 익숙한 논리에 얽매이는 문자인간이 생리적으로 사고하는 구술인간을 논쟁으로 이길 수 있을 리 없다.소설의 중반부, 한나는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두 사람이 재회 아닌 재회를 하게 된 것은 아유슈비츠 나치부역자 재판이 이뤄지는 곳에서였다. 지멘스에서 일하고 있던 한나는 수감자를 선별하는 일을 맡게 되었고, 그 수감자들의 학살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미하엘이 지켜보는 와중에 한나는 자신이 문맹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자백하고, 종신형을 받게 된다. 인간에게 읽고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소설은 치열하지만 담담하게 인간이 쌓아올린 글쓰기 문명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2-07-04

지식과 지혜 그리고 개선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가 학교를 다니고 평생 배워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아마도 살아가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잘 해결하여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면 꼭 학교를 다니고 지식을 많이 습득해야 인생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가라고 물으면 답은 아니다 이지만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있으면 살면서 문제에 봉착할 때 휠씬 유리할 수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지식이 많다고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문제해결에 있어 지식과 지혜는 매우 중요하다. 필자도 개선활동을 지도할 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며 학습을 통한 지식 습득의 중요성도 강조하지만‘한 사람의 지식 보다 열 사람의 지혜를’ 말하면서 지혜의 중요성을 휠씬 더 많이 강조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지식(知識·Knowledge)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로 정의하고 지혜(智慧·Wisdom)는‘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으로 정의한다.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고 할 정도로 제조현장의 개선에 있어 세계적 기업인 일본 도요타자동차 연수 시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면 지식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이고, 지혜는 신이 만물에게 공통으로 부여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숭이는 원숭이, 소는 소 나름의 지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선은 지혜의 보고라고 하며 상사는 직원이 지혜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질문을 잘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도요타자동차에서는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이동, 대기 등 아무 가치없이 단순히 움직이는 동작(動)을 낭비로, 부품을 가공, 조립 등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움직임을 일로 정의하고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 지혜를 발휘하여 가치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로 사람인(人) 변에 움직일 동(動)자를 합하여 ‘일할 동(50CD)’자를 일본식 한자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또한 자동차 조립을 시작에서 완성될 때까지 전 과정에 대한 순서와 시간을 빠짐없이 나열하여 자동차 한 대가 생산되는 시간인 1분 전후로 나누어 한 사람의 작업량을 구분하고 그 한 사람의 작업에 대해서 고객 입장에서 가치가 없는 단순한 움직임(動)은 줄이고 가치를 부여하는 동작인 일(50CD)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작업 순서와 시간을 표준작업으로 만들어 가치 있는 동작의 비율을 10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많은 회사에 도요타 사례를 이야기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건 자동차 회사니까’‘우리 회사는 다르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이것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고 취득한 지식이 이를 응용하는 능력인 지혜의 발휘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헛 똑똑이’의 전형인 것이다. 지식이 많고 오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변화와 개선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22-07-04

친환경 예술의 관점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이른 무더위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니 저마다 분주해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안도 속에 일상회복의 움직임이 많아지고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그간 참고 미뤄왔었던 일들이 도처에서 자주 보이고 있다. 국내외 여행객들의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각종 행사나 레저활동, 문화예술 전시, 공연 등도 눈에 띄게 많아지며 사회 전반적으로 활기를 되찾아 가는 모습들이다.이미 예보가 있었지만 올 여름도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홍수, 태풍 등으로 만만찮은 여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는 자연과 환경의 파괴로 자원순환사회의 메커니즘이 어긋나면서 예측불허와 악화일로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심각하고 중요하며, 자연재난의 예방과 대응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걷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이나 환경오염, 생태환경의 급변은 결국 인간사회에 대한 경고이자 역습으로 작용해 급기야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어쩌면 이러한 심각성으로 인해 신음하는 지구를 지키고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친환경 예술이 대두된 것인지도 모른다. 비단 친환경 예술뿐만 아니라, 이미 10여년 전부터 기업에서는 지속가능한 기업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ESG경영이나 재생에너지 활용, 탄소중립 등의 현안은 전 세계적인 관심과 화두가 되고 있다. 그만큼 코 앞까지 다가온 기후위기가 환경오염과 생태구조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친환경 예술은 이러한 측면에서,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환경 친화적인 요소로 생태와 환경, 재생 이슈를 예술적인 콘셉트로 재해석해 환경사랑을 실천하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즉, 차고 넘치는 쓰레기와 폐기물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문제나 환경이슈 등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대중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환경보호 실천을 도모하는 친환경 예술활동인 셈이다. 이를테면 캔과 페트병 등을 활용해 자원순환을 강조하는 예술품과 재생품을 만든다거나 나뭇잎 간판, 이끼로 만든 벽화, 친환경 소재의 예술조형물 등을 통해 환경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해 친환경 예술 프로젝트로 연계, 확장시키는 개념이다.‘아트따릉이’는 2021년 시민공모로 선정된 디자인으로 서울시 공공인프라를 활용해 각광받은 친환경 예술 프로젝트다. 또한 포스코 ‘1%나눔 아트스쿨’은 지역사회 아동들에게 4년째 친환경 테마의 예술체험교육과 창작활동 지원으로 환경의식과 실천의지를 심어주고, 예술활동 콘텐츠를 활용해 작지만 지역사회의 문제해결과 변화에 기여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러한 시도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공무원과 임직원들의 재능 나눔과 봉사, 기업체의 지속적인 메세나 활동의 선순환고리로 이어져 활동의 결과물이 결국 지역사회로의 환원과 유지발전을 도모하는데 주안점이 있다 할 것이다.친환경은 단순히 줄이고 다시 쓰는 것도 좋지만, 환경자원을 도덕적, 윤리적인 개념을 포괄하여 제대로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친환경 예술은 우리의 소중한 환경을 지키면서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적극적인 방법임이 분명하다.

2022-07-04

‘블루카본’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위키백과에는 ‘블루카본(Blue Carbon)’은 세계 해안가의 해양생태계, 맹그로브 숲, 염생습지(갯벌), 해초류 그리고 해조류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를 뜻한다고 되어있다. 해양에서 블루카본으로 흡수되는 탄소량은 내륙의 열대와 아열대 숲에서 흡수하는 양에 비하여 무려 수십배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매년 엄습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적인 폭염, 가뭄과 폭우 등 자연재해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팬데믹, 대형 산불 등 엄청난 사회재난이 줄을 잇는 등 우리 인류에게 닥친 기후위기 시대에 ‘블루카본’은 마치 해난사고에 던져진 구명튜브와도 같은 존재다.지난 6월 10일 세계 해양의 날(6월 8일)을 기념해 열린 ‘제10회 경북해양수산활성화 국제심포지엄’에서는 ‘블루카본’을 확대하기 위한 동해안 바다숲 조성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됐다.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동해안은 해안선이 길어 남쪽은 아열대, 북쪽은 아한대 기후대에 속하는 등 다양한 지형적 특성에 의해 조류의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동해안에 길게 연접한 경상북도는 지역 내 온실가스 배출사업장을 조류자원의 고밀도 대량 배양을 위한 탄소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며, 2050 탄소중립 경북을 위한 안정적 흡수원으로 활용이 기대된다.동해안 바다숲 조성에 주요한 해초류로 잘피가, 조류로는 홍조류 개도박이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육지의 잡초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동해 바다로 여행을 가게 되면 무심코 바닷속에 무수하게 보이던 것들이며, 언제 부턴가 연안의 무분별한 개발과 산업화와 함께 오염물질의 배출로 인해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다. 이 해조류가 사라지고 그 자리는 석회 조류가 달라붙어 새하얗게 변하는 바다 사막화 현상인 백화현상(갯녹음)이 급속히 전개되고 있어서 이의 확산 방지를 위해서도 바다숲 조성이 필요하다.2018년 기준 경상북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8천536만톤인데(전국 지자체중 배출량 규모 4위) 이중 주력산업인 철강 등 산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무려 5천62만톤으로 경상북도 총 배출량의 약 60%나 된다.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산업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36% 정도인 것에 비하면 경상북도의 산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의 비중은 매우 높다. 따라서 경상북도에서는 우리나라가 2050탄소중립과 함께 전세계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인 4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부분에서 획기적 감축사업의 전개와 함께 산림과 같은 탄소흡수원 확장과 CCUS(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활용) 사업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마침 경상북도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포항, 경주, 영천 등 동해안 지역의 노후공단을 대상으로 ‘탈탄소 스마트산단 대전환’ 사업이 시작되었고, 이와 연계하여 동해 연안을 따라 바다숲 조성과 ‘블루카본’ 산업생태계 조성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2050탄소중립 경북 실현이 한층 기대된다.

2022-07-04

살모넬라 식중독 주의보

최근 냉면집 집단 식중독으로 60대가 사망하면서 여름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 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 해에도 전국의 김밥집에서 발생한 살모넬라 식중독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살모넬라균 감염증은 가열시 사멸하고, 치명률이 그리 높지 않다. 살모넬라 식중독은 보통 날달걀, 오염된 육류 등 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서 감염된다. 살모넬라균은 장티푸스와 비장티푸스성 균으로 구분되며, 최근 문제된 것은 비장티푸스성 살모넬라균이다.이 균은 열에 의해 사멸되므로 음식은 63~74도 이상의 온도로 조리하면 된다. 다만 지단이 덜 익혀졌거나 교차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살모넬라균에 감염되면 보통 6~72시간 후 경련성 복통, 발열, 메스꺼움,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며칠간 설사가 지속된다.대부분은 5~7일 후 회복이 가능하다. 다만 설사로 인한 탈수 방지를 위해 적절한 수분섭취가 중요하다.발생빈도에 비해 사망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영유아와 고령층은 주의해야 한다. 합병증으로 패혈증이 동반되면서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예방을 위해서는 조리위생이 중요하다. 항간에 “계란을 세척해서 보관하면 좋다”고 하지만 꼭 맞는 말은 아니다. 세척 중에 껍질의 막을 손상시켜 균이 침투를 더 잘하게 하는 위험이 있다고 한다.세척보다는 63도 이상의 온도에서 조리하고, 먹기 직전에 조리하고, 고기·가금류·계란 등 식재료를 다룬 후 조리된 식품을 만지기 전에 손을 깨끗하게 씻어 교차오염의 위험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여름철 식중독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04

정치적 낙하산은 임기제의 위선 버려야

김진국 고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통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논의도 많이 하는 데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이 정도 말하면 나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1년 남은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한다. 두 사람만이 아니다. 350개 공공기관장 가운데 약 70% 정도가 윤 대통령과 1년 이상 함께 일해야 한다. 공기업 36곳 중 30곳 기관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았고, 절반이 2년 이상 남았다.이 문제는 처음으로 정권 교체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고민한 것 같다. 곽해곤 대한한의사협회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기억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각각 일하고, 청와대 근무도 했다. 실무자가 김대중 당선자에게 “공공기관장들 사표를 모두 받을까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김대중 당선자가 되물었다. “과거에는 어떻게 처리했어요?”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는 과거 정부 출신 인사들이 일제히 사표를 인수위에 제출했습니다.” “관행인가?” “불문율이었습니다.”김대중 당선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민주 정부에서 과거처럼 법을 무시하고 사표를 내라고 할 수 없으니, 임기가 올해 안에 끝나는 사람은 그대로 두고, 임기가 내년 이후에 계속되는 사람은 올해 안에 사직서를 내는 방향으로 의논하면 좋겠다. 우리가 이런 관행을 세워 다음 정권에서도 이렇게 처리해 주면 좋지 않겠는가.” 역시 어느 정도 말미를 주고 정리했다.정권을 승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3개월이 지난 2004년 5월 정찬용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제 어지간히 하신 분들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1년여 말미를 주고 사퇴시켰다. 이명박 정부 때는 53%를 교체했다. 문재인 정부로 넘어가면서도 37%가 물러났다. 이때 사퇴를 강요한 것이 범죄가 됐다. 산하기관장에게 사퇴 압박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지난 1월 대법원이 징역 2년 실형을 확정했다.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공공기관장 임기제는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대통령 측근과 선거 공신들의 포상용으로 전락하는 걸 우려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임기를 보장한 자리를 가장 정치적인 인물들이 차지해왔다. ‘늘공’(직업공무원)도 정무직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한다. 그런데 공공기관장은 위선적으로 운영된다. ‘외부 공모’도 미리 내정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더구나 새 정부의 핵심 정책에 반대 견해를 보인 사람도 임기를 지킨다고 버틴다. 선거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는데, 일부 공공기관은 이재명 후보의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거다. 세금으로 대통령 발목 잡는 일을 시키는 꼴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지난 2월 탈원전의 핵심인사를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알박기했다. 대선 때 여야 후보가 모두 비판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입안한 측근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대못으로 박아놨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 정책, 외교정책을 현 정부와 정반대 방향으로 추진해온 인사들이 관련 기관장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한덕수 국무총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와 너무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2년 넘게 유지하는 게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부가 망하라고 방해하는 꼴이다. 새 정부는 구조 조정해 관련 기관을 없애버리거나, 평가를 통해 물갈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먼지 털이식 비리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불법과 편법을 줄타기하고, 비효율을 반복해야 하나.이 기회에 공공기관장과 정권의 임기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야가 위선을 버리고 타협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같은 처지다. 정무적으로 임명할 자리와 중립성이 필요한 자리를 구분해 임기 문제를 재정비해야 한다. 당장 정부의 방향과 관련된 자리, 정치성이 심한 낙하산 인사는 교체하도록 협조해야 한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7-03

과거·현재 공존하는 역사·문화관광지로 거듭날 중구

류규하대구 중구청장 주말과 현충일을 거친 연휴 마지막 날 저녁, 신천변은 마스크 없이 걷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과 가족과 함께 선선한 여름밤을 즐기기 위해 나온 가족단위 시민들로 북적였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 일상을 점차 되찾아 가고 있는 요즘, 민선8기 시작을 앞두고 구민이 진정으로 행복한 중구를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무엇보다도 중구민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데 주력할 것이다.이를 달성하기 위한 역점사업으로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사업과 창조적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완결하는 일이다. 그래서 중구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 공간 및 문화관광지로 변모시켜 더욱 업그레이드된 도심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도시 정비사업과 달리 지역 특색을 유지하면서 노후 주거지와 쇠퇴한 구도심을 활성화시켜 주민의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도시 균형발전’을 목표로 2012년 도시활력증진사업으로 시작했으며, 2017년 현재 명칭으로 변경돼 추진되고 있다.도시재생을 추진해 성공한 해외 사례로는 스페인 빌바오 지역의 문화주도형 도시재생사업이 대표적인데, 스페인 정부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랜드마크인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건설해 공업도시를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는 문화주도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 결과,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공했다.또 다른 사례는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진 미국의 하이라인 파크 도시재생사업이다. 당시 뉴욕을 가로지르던 철도 하이라인은 1980년대 다른 교통수단의 발달로 운행이 중단돼 20년 간 도심의 흉물로 방치됐다. 뉴욕 시민들은 과거 산업시대 유물인 하이라인 위를 걸어보는 것이 근사한 일이라 생각하고, ‘하이라인 친구들’과 같은 단체를 창립해 방치된 철도를 개조해 공원을 만들었다. 도시의 흉물이던 하이라인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여유와 안락함을 주는 도시 공간으로 새롭게 재탄생됐다.대구 도심은 400여년간 영남의 정신적, 지리적 중심지로 한국 전쟁의 피해가 적어 근대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격동의 근현대사에 얽힌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분포된 공간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중구는 구도심으로서 역사가 깃들고 문화적 보존 가치가 높은 건물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는 반면, 노후주택과 좁은 골목이 산재돼 있어 보존과 개발, 재생과 정비의 양면성에 직면하면서도 ‘도시 균형발전’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지역의 재활성화를 추진해 왔다.대표적으로 ‘대구읍성상징거리조성사업’을 비롯해 ‘동인삼덕지구 생태문화골목길 조성사업’, ‘남산하누리 행복공간조성사업’ 등 5개의 도시재생사업을 완료했다. 2019년부터 추진 중인 ‘북성로, 동산동 일원 도시재생뉴딜사업’과 2020년 선정된 ‘남산3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성공적으로 완결해 건축자산의 보전과 활용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를 조성해 중구만의 차별화된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할 것이다.중구가 생각하는 도시의 발전은 단순히 물리적 재생뿐 아니라 구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회·경제적 재생, 마을 공동체 회복, 주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종합적이고 역동적인 도시재생이다.이제 중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하고자 한다.대구를 찾는 외국인의 80%가 방문하는 동성로의 관광특구 지정을 추진해 특구가 갖는 포지티브한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관광진흥법 제21조에 따라 향후 카지노업의 허가가 가능하며 관광객 유치에 필요하다면 관광진흥개발기금 지원으로 동성로 홍보 및 편의시설 확충, 관광자원 개발, 상가시설 기금 대여 및 보조 등이 가능하다.또한, 식품위생법 제43조에 따른 특구 내 영업시간 및 영업행위에 제한을 받지 않으며, 건축법 제43조에 따라 일반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하는 공개 공지를 연간 180일 이내의 기간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공지를 사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연 및 음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이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 방문을 유도하고, 동성로 스마트 쇼핑관광 플랫폼(DDS)을 통해 5개 국어 지원과 동성로 도보네비게이션, 다양한 상품의 소개, 핸즈프리 등이 지원돼 외국인 개별관광객은 부담없이 동성로를 방문하고 쇼핑과 관광이 용이해 더 많은 외국관광객의 유입이 가능하다.다시 뛰는 민선 8기,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 나가는 중구의 모습을 기대해 주길 바란다.

2022-07-03

모정 한 줌 더하다

물길 거슬러 걷는다. 강가 너럭바위에 듬성듬성 누군가가 나지막이 돌을 쌓아놓았다. 탑 하나, 탑 둘 헤아리다 보니 지금까지 보지 못한 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속살을 조금씩 드러내는 노추산은 먼 길을 온 길손에게 무엇을 보여줄까.궁금증이 저만치 앞서가는데, 길을 가로지르던 다람쥐가 빠끔 쳐다본다. 나를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하고는 돌탑을 돌아 숲속으로 사라진다. 돌탑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노추산에서는 나무만 숲이 되는 게 아닌가 보다. 돌탑도 숲을 이루어 한 발 한 발 들어갈수록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깊숙한 곳에 들자, 하늘이 텅 비어 있는 곳에 높고 낮은 탑들이 사방에 빼곡하다. 누군가의 간절함이 이루어낸 역사 앞에서 나무들조차 나붓이 엎드렸다. 나 또한 마음을 낮추고 돌아보는데, 무릎 높이만 한 움막이 반평생 여기서 돌탑을 쌓은 어머니의 내력을 전설한다.어머니는 서울에서 강릉으로 시집왔다. 가정을 이루어 4남매를 두었지만, 아들 둘을 잃었고 그 후로 남편은 마음의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았다. 끊이지 않는 우환이 어머니의 죄 때문인가 싶어 마음이 무거운 어느 날, 산신령이 꿈에 나타나 돌탑 삼천 개를 쌓으면 가정에 어려움이 사라질 거라고 이른다. 어머니는 숙명인 양 돌탑을 쌓기 위해 영험한 터를 찾아다녔다.어머니는 노추산에서 솟아나는 기운에 이끌려 조그마한 움막을 지었다. 길가에 아무렇게 널브러진 돌, 제 모양대로 계곡에 굴러다니는 돌, 땅속에 묻혀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돌을 주웠다. 작은 돌은 치마폭에 안고 큰 돌은 머리에 이고 한 걸음 두 걸음 옮겼다. 발목이 접질리고 허리가 아파도 돌을 날랐다. 숱한 비바람과 한설이 숱하게 다녀간 지 이십육 년, 일념으로 탑을 쌓으며 자식의 극락왕생을 빌었다고 전한다.세상의 어머니들은 탑을 쌓는다. 당신이라는 주춧돌 위에 정성을 하나 둘 쌓아 올린다. 어머니의 행적을 가만히 짚어보면 삶의 길목마다 탑이 있다. 어머니 생각이 간절할 때 눈을 감고 ‘엄마’라고 가만히 불러보면 마음속에서 모습을 나타낸다.탑 길에서 만난 돌들은 세상의 자식들이다. 자연의 몸을 빌려 만들어졌지만, 그 쓰임은 제각각이다. 주변의 것들과 어울리지 못할 만큼 큼직해 혼자 위풍당당하고 잘난 체하는 것도 있다. 때로는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고 하물며 뒤돌아 있어 어둡고 습한 곳에 볼품없이 놓여 있는 돌들도 있다. 어떠한 돌도 어머니라는 이름을 만나면 아무렇게나 버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정의 탑에서 다시 본다.탑에 찬찬히 눈 맞춤을 한다. 둥글납작한 돌은 돌탑의 아랫부분에서 버팀돌이 된다. 울퉁불퉁 곰보돌도 버팀돌위에 얹으면 위를 잘 떠받든다. 작고 얇은 돌은 넓적하고 평평한 돌 사이에 살짝 밀어 넣으면 굄돌이 된다. 모나고 삐뚤어진 돌도 사이에서 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얹고 얹히고, 기대고 떠받치고, 세상의 돌들이 모여 어떤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탑을 이루었다.높이 곧추섰다고 해서 노추산인가. 돌탑을 다 수직으로 세우면 노추산 몇 배의 높이가 될 것이다. 돌 하나둘 쌓아 탑 하나가 되고, 탑 하나둘 쌓아 하늘에 닿기까지 어머니는 한시도 쉬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더는 기력이 없어 마지막 돌 하나를 놓고 나서 하늘에 진인사(盡人事)를 알렸으리라. 그러곤 자신의 목숨은 대천명(待天命)했으리라.내 자식뿐만 아니라 모든 자식이 어딘가에 쓰임새가 있는 돌들이다. 이러한 돌들을 모은 어머니는 온몸으로 ‘塔’이라는 상형문자를 삼천이나 쌓았다. 어머니인 나는 이 세상의 자식들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생각의 꼬리를 잡고 거니는 사이 어느새 산 그림자가 어깨까지 드리운다.모성의 높이를 재고 돌아가는 길, 한없이 낮아진 나는 길쭉한 돌 하나를 주워 소망의 탑에 살포시 올린다.     /이순혜 수필가

2022-07-03

스포츠에서 배우는 경영이론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스포츠 스타들의 뉴스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이후 11년 만에 수영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획득한 황선우, 유럽리그 최다 골을 기록하며, 세계적 스타가 되어 있는 축구의 손흥민, 올림픽 피겨 금메달의 김연아 등의 공통점은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는 것이다.유소년 시절 일찍이 스포츠를 배우는 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늦게 배워서는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유소년 스포츠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몇 가지 문제들이 있다. 아마 위에 언급된 스타 선수들도 이러한 문제를 경험했을 것이다.그러한 문제점과 유의점들은 사실상 경영자들이 배워야 할 유의점들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모든 과학적 경영을 위한 노력에 수반되는 개발자와 상급자 간의 갈등과 문제점은 필자의 전공인 정보시스템 개발에도 예외는 아니다.경영자와 개발자 간의 심리적 갈등과 경영자의 경영방식은 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상급 경영자는 기대를 많이 하게 되고 개발의 어려움이라든가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종종 개발자를 당혹하게 만들곤 한다.상급 경영자와 시스템 개발담당자가 겪고 있는 갈등은 유소년 스포츠에서 코치와 부모(상급 경영자)가 선수(개발담당자)와 겪고 있는 갈등과 유사해서 여기서 스포츠 심리학과 경영심리학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가 있다는 점이다. 각종 스포츠, 특히 개인경기인 테니스, 골프 등이 고도의 심리적인 경기인 것과 같이 개발담당자의 사기와 동기 부여 등이 매우 심리적이라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 있는 개념이다.코치와 부모가 선수를 다루는 것과 상급 경영자가 개발자의 심리를 다루는 것은 아마도 교육이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경영자들은 많은 경우 시스템 개발의 힘들고도 치열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스템 개발을 지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가 경영자도 경쟁의 치열성을 나중에 인식하고 혼란에 빠지면서 시스템 개발자를 다그치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개발자를 관리하는 경영자들이 유소년 스포츠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첫째, 부모코치들이 유소년에게 승부의 압박을 너무 주어서는 안 된다. 승부에 거는 기대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가장 심한 고통과 압박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영자는 개발자에게 결과에 대한 심한 압박을 주어서는 안 된다. 압박감이 적은 상태에서 개발자가 창의력과 유연성을 발휘하여 좋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스포츠를 즐겨야 하듯이 개발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둘째, 이익이 금세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코치 부모는 빨리 성공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승부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승부에의 집착은 장기적으로 큰 선수를 만들지 못한다. 경영자가 시스템 개발을 통한 이익에 너무 집착하거나 서두르면 안 된다. 언젠가는 그 효과가 빛을 본다는 확신과 개발과정에서 얻어지는 경험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셋째, 자기 이기심에 근거하여 선수들을 지나치게 재촉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시합에 패했을 때 관심과 사랑의 표현을 해주어야 한다. 경영자의 기대가 너무 크고 자신의 승진과 같은 개인적 이기심에 의해 개발자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 개발자의 심리가 부정적으로 될 수 있으며 개발이 난항을 겪을 때도 끊임없이 격려와 성원을 보내 주어야 한다.넷째, 선수의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틀에 박힌 코치는 지양해야 한다. 창의적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큰 선수가 될 수 있다. 경영자는 개발 자체의 업무에 너무 심한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개발자에게 최대한의 창의성과 자율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경영자와 개발관리자의 역할 분담이 명백해야 한다.다섯째, 게임 결과는 그들의 인간적 가치와 상호 관계가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개발의 결과가 개발자의 인간적 가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도록 해야 한다. 개발자들이 그들의 능력이나 인간적 가치의 실험대에 올라와 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여섯째, 마지막으로 부모코치 그리고 선수가 조화를 이룰 때 결과가 극대화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부모코치의 불화는 선수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경영자 상호 간의 불화 또는 경영사 상하 간의 불화가 개발자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경영자, 개발자의 조화에서 적절한 임무와 역할이 수행되고 결과적으로 훌륭한 개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손홍민의 부친은 어려서 경기를 시키지 않고 승부로부터 압박을 배제하고 기본기에 충실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아들의 성공에 대하여 겸손한 자세를 취하면서 더 큰 노력을 격려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제시한 모델의 일부가 상당히 적용된 듯하다. 유소년 스포츠의 성공적 모델로부터 경영자들이 많은 것을 배우길 기대해 본다.

2022-07-03

목발, 휠체어 그리고 커피숍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지인이 취미활동 중 발을 다쳐 목발을 사용하고 있어 계단이 많이 있는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쪽 발을 다쳤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매우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시민운동가로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대한 고민을 한 필자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다.업무협의를 위해 계단이 없고 주차할 곳이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으며 이러한 이동의 제약은 만남을 제한적으로 만들어 장기간 또는 일시 장애를 겪는 분들의 사회활동 제약을 가져와 사회적 손실도 동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목발과 휠체어로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선진국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계단 옆에 경사로가 없거나 도로의 높은 경계석은 제도적 보완과 사회 인식의 변화로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휠체어를 이용해 기차를 탈려면 이동 리프트를 이용해야하는데 작동이 느리고 시설 보완이 필요해 보였던 경험과 기차 내에 의자가 없는 장애인 공간을 무심하게 지났던 기억이 더욱 마음을 무겁게 했다.계단과 경계석이 이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회, 이를 무심하게 느끼며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많은 사회는 후진국형 사회일 것이다.유튜브에서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니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영상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좁은 인도를 겨우 지나 저상버스를 타는 불편함을 보았고 가장 인상적인 점은 승하차를 다른 승객들이 도와주고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주는 오스트리아 승객들과 도움을 주지 않고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주지 않으며 운전기사도 신경써주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많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국가인권위원회의 2019년 ‘장애인 이동권 강화를 위한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단순히 저상버스에서 승객들의 도움과 운전기사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시설보완과 사회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주요 내용 중 저상버스 운전기사에 대하여 사전교육, 저상버스 관리 및 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보면 저상버스 운행 전 사전교육은 대부분 운전기사만 받았고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교육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확인되었다.놀라운 사실은 저상버스 승강설비에 관한 관리와 점검이 미흡한 실정이어서 개선이 시급하게 요구된다는 점이다.대부분 운전기사는 승강설비 작동법을 인지하고 있으나 경사판 미작동 시 수동 작동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지하는 비율이 낮게 나타나(63%) 비상시 대응능력이 부족할 수 있으며 운행 중 승강설비 고장으로 승강설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있었다.심지어 승강설비 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확인되었다. 그리고 ‘정류장 보도와의 단차, 정류장 근처 불법주차’가 저상버스의 장애요인과 운전기사가 어려운 점으로 응답한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이러한 점은 목발과 휠체어 이용 승객의 저상버스 이용이 불가능한 점도 있지만 지자체가 할 일을 하지 않은 점과 시민의식이 부족한 점이 고스란히 확인된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저상버스를 바닥과 인도사이의 높이 차이가 나지 않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형태를 함께 의미하지만, 일본에서는 버스의 바닥 높이를 낮춘 버스를 저상버스, 버스 내 계단이 없는 버스를 논 스텝(non step bus) 버스로 부르며 구분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1960년대부터 저상버스 도입을 시작하였다.2000년대에는 ‘고령자, 장애인 등의 이동 등 원활화 촉진에 관한법률’로 고령자, 장애인의 자립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 보장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대중교통의 시설이나 구조 및 설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와 도로, 통로 기타 시설의 정비를 추진했다.일본에서는 장애인과 더불어 고령자에 대한 배려는 우리도 교훈으로 삼아야 할 점이다.UN총회에서(2006년 12월 13일) 채택된 장애인권리협약은 전문에서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 및 건강과 교육 그리고 정보와 통신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의 중요성을 인정한다”고 하여, 접근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고, 협약의 일반원칙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목발과 휠체어를 이용하여 카페와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여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을 하지 못한다면 삶의 질은 매우 떨어진다.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며 세계적인 흐름에도 부합되지 않는다.언론을 통해 휠체어 체험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조사한 결과 내용을 3년이 지난 현재 얼마나 개선시켰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목발과 휠체어를 이용해 카페와 식당을 가기 편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2022-07-03

어느 영화 이야기

김규종 경북대 교수 누구에게나 나름의 습관이 있다. 타인과 구별되는 버릇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여러 번 본다. 지겹거나 귀찮은 노릇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 대꾸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한 번만 먹고 마나요?! 혹은 좋아하는 사람을 한두 번 만나고 그만 만나시나요?!’ 열댓 번 본 영화도 있다. ‘동사서독’이나 ‘천공의 성 라퓨타’가 그렇다.이런 영화는 여러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 사람을 끄는 강렬한 매력이 부설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쿠지로의 여름’은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는다. 일본의 대표적인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가 1999년 연출한 ‘기쿠지로의 여름’은 우리나라에서 2002년에 개봉된다. 일본문화를 경계하여 빗장을 채운 전임 정권과 달리 김대중 정권이 개방에 앞장선 결과다.일본 만화영화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나는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어둠의 경로를 거쳐서만 볼 수 있었다. 두세 번에 걸쳐서 녹화하고 그걸 다시 녹화한 필름으로 보았기에 화질은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만큼은 선명하게 다가오곤 했다. 그런 암흑기를 거쳐서 요즘에는 한류가 외려 일본 청년들을 사로잡고 있다. 정말로 격세지감을 아니 느낄 수 없는 대목이다.각설하고 ‘기쿠지로의 여름’을 보면서 여러 상념에 젖어 들었다. ‘소나티네’와 ‘하나비’, ‘자토이치’ 같은 영화에서 기타노 다케시는 야쿠자나 검객 같은 폭력적인 인물을 다룬다. 그런데 ‘기쿠지로의 여름’에서 그는 아주 다른 질적인 변용을 선보인다. 영화 중간에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보름달에 반딧불이 정도다. ‘기쿠지로의 여름’에 담긴 서정성이 마음 한가득 따사로이 다가오는 것이었다.9살짜리 소년 마사오와 52살 먹은 전직 야쿠자 사내가 왕복 600km의 여정을 경험한다. 로드무비 형식을 갖춘 ‘기쿠지로의 여름’은 어째서 그들이 장도(長途)에 올랐으며, 그런 노정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풀어나간다.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마사오가 먼 데서 일한다는 엄마를 찾아가는 것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다 보면 아, 저런 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여러 번 찾아온다.토요하시에 거주하는 엄마가 어떤 여자애의 엄마이자 어느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마사오.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닦는 마사오를 위로하는 기쿠지로. 엄마를 만난다는 기대와 기쁨에 들떠서 머나먼 길을 어렵게 찾아왔건만 눈앞의 엄마는 다른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어린 마사오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 아닌가?! 그런 소년을 달래려고 온갖 기지를 발휘하는 기쿠지로를 보면서 ‘천사’를 떠올린다.아직도 일본 사회에는 저런 순박하고 따사로운 영혼을 가진 어른이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일본은 여전히 살만한 나라일 것이고. 한 편의 영화가 전해준 따뜻함이 오래 기억될 듯하다. 올여름은 ‘기쿠지로의 여름’과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싶다.

2022-07-03

블랙아웃

우정구 논설위원 블랙아웃(black out)은 정신 잃음, 등화관제, 정전, 암전, 필름 끊김 등으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는 말이다. 전력 사정과 관련해서는 전기수요가 공급능력을 넘어설 때 일어나는 대규모 정전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정부는 빨라진 더위로 올여름 전력사용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행여 블랙아웃 현상이 일어날까 봐 노심초사한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인구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전년보다 5%가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또 1인당 사용량이 현재 세계 3위를 차지할 만큼 전력 수요가 높은 나라다.특히 올여름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면서 예년보다 전력 수요가 급증한다면 전력예비율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어 정부 당국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우리 정부의 전력공급력이 떨어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접적 원인이 있다. 사용할 수 있는 원전조차 가동을 멈춤으로써 전기공급력이 한계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수요를 조절하는 방법뿐이나 폭염의 날씨가 오래간다면 블랙아웃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2017년 8월 15일 대만은 전지역 64%에 해당하는 828만 가구에 정전이 일어나 도심의 교통이 마비되고 산업시설 가동이 중단되는 대혼란을 겪었다. 우리나라도 2011년 9월5일 일시적 블랙아웃으로 신호등이 꺼져 교통혼란이 벌어지고 병원에선 수술을 중단하는 소동이 일어났다.여름철만 되면 전력난을 둘러싼 블랙아웃 공포가 한번씩 우리 국민을 괴롭힌다. 올 여름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하니 국민 각자가 전력을 아껴쓰는 애국심을 발휘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7-03

‘어쩌다 보니’의 힘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사람은 하루에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500번 한다고 한다. 아무리 세어봐도 500번까지 될 것 같지 않지만,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조던 피터슨의 연구 결과라고 하니 영 허튼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선택의 순간에 어느 결정이 좋은 선택인지 알기는 참 어렵다.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하는 경우도 많다. 선택하고 나서야 알게 되기도 한다.어쩌다가 김성수의 ‘글쓰기명상’에 나오는 ‘내가 선택했던 좋은 결정 백 가지’를 써보았다. 그동안 좋은 결정을 얼마나 했을지 자신이 없어서 일부러 십 분 제한을 두고 써보니 그래도 스물한 가지를 쓸 수 있었다. 그중에는 오늘 아침 청소한 것과 같은 작은 결정부터, 어미 잃은 생후 한 달도 안 된 고양이를 키우기로 한 20년 전의 약간 큰 결정, 출산처럼 인생의 큰 방향을 좌우하는 큰 결정까지 삶의 여러 순간에 했던 결정들이 노트에 쓰여 있었다.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이런 스물한 가지 결정들이 나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의지로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늘 아침 청소는 손님이 오기 때문에 한 것이고, 고양이를 거둔 것은 그 고양이가 내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전에 집안까지 들어온 길고양이가 싫어서 동물보호소에 갖다 준 일로 항상 마음 한구석이 켕겨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혼 역시 대단한 의지로 선택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야말로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엄청난 성취를 이룬 사람도 시작은 어쩌다가 하게 되기도 한다. 며칠 전 18세의 나이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1등을 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7살 때 친구들이 피아노, 태권도, 수영을 하나씩 해서 나도 하나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엄마 손에 이끌려 동네 상가 피아노 학원에 갔다고 한다. 그러고도 처음 1, 2년은 피아노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예술의 전당 영재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고, 그렇게 오늘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역시 처음부터 자신의 대단한 결정으로 시작한 것은 아닌 셈이다.좋은 일만 그럴까?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저자 김지용은, 마음에 병이 있어서 찾아온 분들을 보면 그분들 탓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쩌다 결정되고 어쩌다 흘러왔을 뿐이고, 또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쩌다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면서, 그것이 인생인 것 같다고 말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이면서 자폐증 관련 의학서적을 출간한 출판인 강병철 역시 자폐증에 걸린 사람도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일 뿐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마음이 힘들어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20, 30대 젊은이들 역시 자기가 선택했다기보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어떤 결과가 나오는 데는 무수한 원인이 작용하고, 우리는 그 원인을 다 알 수 없다. 결과가 좋다고 자기가 잘 결정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은 자신을 겸손하게 하고, 아프고 힘들게 된 것이 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그렇게 된 것만은 아니라는 발견은 자책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돌보는 힘을 준다. ‘어쩌다 보니’는 우리를 구원한다.

2022-07-03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정희 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구회에서 ‘공감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주된 목적은 공감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워서 소통하고,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끔 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공감에 대해서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장과 그에 따른 설명을 읽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한다면 그 글에 대한 공감을 이룬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전개되는 내용이나 다뤄지는 사건, 인물 등에 대해 감정이입을 하고 정서적 교감을 하여 공감 능력을 높이게 된다. 또한 글쓴이가 느낀 감정의 표현들을 읽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시켜 동질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공감의 한 형태인 것이다.그런데 최근 젊은이들을 보면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로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확대, 대학입시에서의 경쟁 심화, 그리고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안과 오해, 갈등이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시가 현실적인 상황이다 보니 입시생들은 각자 고개 숙이고 문제 풀이를 하는 동안, 서로 부딪치고 소통할 기회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은 카카오톡이나 트위터처럼 자신의 개인 정보, 영상, 그리고 의견을 인터넷 세계에 확산시키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유행에 힘입어 자신의 삶을 밖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타인과의 공감 능력하고는 연결 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한 때 성장소설로 ‘아몬드’가 회자된 적이 있다. 공감능력이 결여된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서 다른 사람의 상황과 기분을 느낄 수가 없다. 분노도 공포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주인공의 병명은 ‘알렉시미타아’라고 하여, ‘감정불능표현증’이다. 우리들이 느끼는 기본적인 감정인 기쁨, 슬픔, 두려움 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아몬드’에는 공감능력이 결여된 주인공을 비롯하여 뒤틀린 마음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마는 소년들이 등장한다. 욕설과 폭력이 일상이 되어버린 소년들은 범죄에 가담하게 되고 만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주변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들인 것이다.나는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다행이도 주인공은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과 감정 없는 주인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한 친구들로 인해 서서히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게 된다.우리 사회는 공감의 부재로 인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 고통에 무관심해 지고 갈등이 증가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지금은 바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 즉 공감능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그런데 공감에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감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어 그들의 편을 드는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지기 쉽다.

2022-07-03

파워풀 대구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인수위는 지난 7일 민선8기 시정 비전을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로 확정했다. 대구시가 지난 18년 동안 사용해 왔던 ‘컬러풀 대구’의 이미지를 지우고 대구의 상징성으로 ‘파워풀’을 선택했다는 말이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명이 컬러풀에서 파워풀로 바뀌는 차원을 넘어 홍 당선인의 대구시정 운영철학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상길 인수위원장은 “기업과 개인을 옭아매는 부당한 규제를 없애 기업에는 자유를, 개인에게는 기회를 제공하고 과거 3대 도시의 영광과 번영을 재현할 강력한 대구 건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홍 당선인은 지난 3월 31일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도 “체인지 대구를 통해 파워풀 대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소 대구의 변화에는 컬러풀이란 보여주기식 구호보다는 강력한 추진력이 수반되는 파워풀이 적합하다고 보았던 것이 그의 생각인 것 같다.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대구를 풍패지향(豐沛之鄕)에 비유했다. 풍패지향이란 중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태어난 지명으로 ‘제왕의 고향’이란 뜻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 여러 명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경북의 명예와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파워풀과도 맥락이 통한다.19대 대선후보를 지냈고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로 민선만으로 복수의 광역자치단체장을 맡게 된 그의 화려한 이력에 대한 대구시민의 기대는 크다. 파워풀 대구라는 구호 하나만으로 대구의 변화가 감지된다는 이도 있다.대구시장 취임을 두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이다. 파워풀한 대구 건설에 그의 역량이 모아지길 기대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30

허니문 사라진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지지율이 70%이상을 기록하는 게 보통이고, 높을 때는 90%대까지 오른다. 새 대통령이 집권한 후 나라를 부강시킬 방안을 찾고, 고심할 시간을 준다는 차원일게다. 이른바 ‘허니문’기간이다. 통상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정도가 되는 이 기간에는 유권자들의 기대심리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래서 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역시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게 보통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2개월도 채 안됐는데,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현상이 덮쳤다. 허니문 기간이 사라졌다. 어렵게 집권한 보수 정부의 위기다.정치권에서는 허니문 기간이 사라진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근 경제위기 상황, 여야의 대치로 인한 국회 공전 상황, 여당 내 권력다툼 등의 문제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한 요인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통해 당선된 점, 정통 보수층의 충성도 약화, 2030 세대의 정치 무관심 등이 허니문 증발과 함께 데드크로스를 불러왔다는 것이다.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현실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윤석열 정부가 굉장히 긴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출범한 지가 한 달 20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런 사태가 났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친윤계의 민들레 모임 논란, 당 혁신위 인사 논란,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 간의 공개적 갈등 외에 별달리 보여준 게 없다.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민생·안보 위기 국면이 닥쳐와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행동보다는 내부 권력다툼에 한창이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상황이다. 정부 여당이 똘똘 뭉쳐 일해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에 한창이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바로 약자와의 동행이다. 그는 “국민의힘을 볼 때 사람들은 과거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을 연상하기 때문에 ‘기득권 정당, 돈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정당’으로 여긴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많은 표를) 득표할 수 없다”며 “그래서 제가 내세운 게 약자와의 동행이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약자와의 동행이 사라져버렸다. 슬그머니 없어져 버렸다”고 비판했다.한마디로 보수가 기득권 정당이 아니라 약자와 함께 한다는 혁신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를 넘나들며 대권을 창출해온 거물 정치인의 혜안이다. 윤석열 정부가‘약자와의 동행’이란 새 지평을 열고, 변화와 혁신에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2022-06-30

나비가 난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들판을 가로질러 난 고가철로 그늘에 의자를 놓고 앉아 피서를 한다. 사방이 탁 트인 들판 한가운데라 늘 어디서든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모를 낸지 한 달쯤 지났으니 옛날 같으면 김매기가 한창일 철이지만, 지금은 이따금 오토바이나 트럭을 타고 물꼬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고작이다. 잡초나 병충해는 다 약으로 해결하니 태풍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만 없으면 해마다 풍년을 기약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연생태계와는 멀어진 들판이다. 개구리나 물벌레, 곤충들이 어쩌다 눈에 띄면 반가울 정도로 드물어졌다.초록이 짙어가는 벼논 위에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이리저리 날고 있다. 벼의 초록과 나비의 하얀색 대비가 선명해서 팔랑거리는 날갯짓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런데 한참을 바라보아도 꽃도 없는 벼논 위를 나비가 날아다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논가에 개망초꽃이 피었는데도 정작 꽃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나비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하기야 나비가 오로지 꿀을 빨고 꽃가루의 수정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내 눈앞의 나비는 지금 그저 열심히 놀고 있는 것 같다.팔랑팔랑팔랑…. 나비가 난다. 그것이 존재이유인 듯 나비가 날고 있다. 모든 생명의 본질은 놀이(遊)에 있는 게 아닐까. 무생물까지는 몰라도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현상은 환희가 아닐까. 불가에서는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말하지만, 이 여름날의 무성한 초목과 꽃들이 괴로움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 밖으로 나가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생물이 살지 않는 태양계의 다른 별들에 비해 지구가 얼마나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 별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 역시 괴롭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닐 터이다.인생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선 동서고금에 무수한 주장과 담론이 있었지만 하나로 귀결된 해답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느 인생도 슬픔이나 괴로움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쁘고 즐거운 것이야 말로 인생의 목적이고 의미가 아니겠는가. 인생을 즐거운 소풍이었다는 시인도 있지만, 팔랑거리며 날고 있는 저 나비처럼 인생도 한바탕 놀이라야 하지 않을까.아마도 인류가 문명화되기 이전, 그러니까 구석기시대쯤의 호모사피엔스에게는 인생의 목적이나 의미란 개념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인지의 발달로 종교나 철학 등의 인문학적 사유체계가 형성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나 가치부여 같은 인식작용도 따랐을 것이다. 그래서 문명화된 인류에게는 문명사회에 부합하는 책임과 목적과 가치가 있는 것이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반인륜적이라는 지탄과 제재를 받게 되는 게 현실이다.그런 문명사회에 잘 적응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서 인정을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도 분명 기쁨과 즐거움의 하나일 터이다. 하지만 세속을 떠나 유유자적하는 즐거움도 있는 것이고, 지극히 사소하거나 무용한 것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거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기쁨인 삶도 있는 것이다. 그런즉 인류의 문명이란 것도 결국 놀이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2022-06-30

일찍 에어컨을 켰다

윤영대수필가 봄 가뭄이 길게 이어져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다가 6월 하순 느닷없이 때 이른 장마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텃밭에 물을 자주 주지 못한 탓에 상추잎은 힘이 없고 풋고추는 쪼그라들어 안타까웠는데 단비 소식이 고맙지만 폭우를 동반한 강풍까지 불어온다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전국에 국지적으로 300mm가 넘는 폭우가 예보되고 습도도 높아져 열대야가 찾아왔으니 이제 진정 여름이 온 모양이다. 벌써 대구, 강릉은 낮 기온이 33℃를 넘었고 올여름 폭염은 바닷물의 고온 현상으로 7월부터는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한줄기 폭우라도 쏟아져 땅을 식혀주면 좋겠는데 이곳 포항 동해안 지역은 찔끔찔끔 뿌려주고 간다. 어저께 시골집 텃밭에 물을 주고 집에 들어오니 화끈한 열기가 느껴지기에, 미루어 왔던 마음을 접고 거실 한구석에 있는 에어컨을 켰다. ‘웅’하는 소리와 함께 처음으로 시원한 바람을 불어낸다. ‘에어컨 없는 여름,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이 맞구나. 부채를 부쳐 얼굴의 땀을 말리기도 하겠지만, 기온 상승과 폭염 일수 증가로 에어컨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전기사용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이번 달부터 전기요금도 많이 나오겠다.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과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급등으로 5조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값비싼 액화천연가스 LNG로 대체하며 입은 손실을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이른바 ‘탈원전 청구서’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료비 연동제 상·하한을 분기당 3원이던 것을 7월부터 5원으로 인상하면, 4인 1가구의 평균전력사용량 307kWh 경우 1천535원 증가하고, 월 1천300kWh인 소상공인은 6천500원, 중소기업과 공장운영에는 그 2배의 인상된 요금을 부담하게 된다.이제 무더위가 시작되었으니 에어컨과 같은 냉방시설 사용이 급증하게 되고, 현재 한전의 전력공급능력 약 9천500만kW 중 8천300만kW를 사용하여 예비율 14.5%인 상황이 10% 아래로 감소할 경우 전력 대란도 염려된다. 도시가스도 MJ(메가 쥴)당 1.11원 오르면 가구당 평균 월 2천220원가량 증가하게 되며 4인 가구의 전기·가스료는 약 4천원이나 인상된다는 것이다.이뿐만 아니다. 통행료, 철도요금 등 공공요금은 정부 통제가 가능하지만 상하수도, 시내버스와 택시 등 교통요금은 지자체 권한이기에 이들 요금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물가도 24년 만에 6% 인상이라는 엄청난 고난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에너지는 필수이니만큼 그 정책을 잘 세우고 공급여건을 잘 확보해 나가야 한다.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몸의 온도를 낮추려니 에너지비용의 증가로 마음의 온도는 올라간다. 온종일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냉장고도 있다. 문 여닫는 횟수를 줄이고 필요 없는 조명도 끄자. 폭염이 덮칠 여름, ‘전기는 풍족하게 쓰되 결코 낭비는 하지 말자’

2022-06-30

미루나무 꼭대기에 고무줄이 걸렸던

양태순 수필가 습한 기운이 몰려온다.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에 맞게 날씨는 종잡을 수 없게 제멋대로다. 쨍쨍한 햇살에 싱그럽던 잎마저 시르죽하다 싶은데 천둥이 우르릉 울리더니 한줄기 비가 내린다. 열에 달궈진 대지를 식혀준 비 때문에 습도가 높아져 몸이 까라진다.여름은 언제나 뜨거웠다. 십 리 길을 걸어올 때면 가방의 무게에 어깨가 늘어졌다. 정수리에 내리꽂는 빛살에 얼굴이 익어가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은 축축해서 잠시 다리쉼을 해야 했다. 그런 우리에게 그늘이 필요했고 그 그늘을 제공해준 나무는 미루나무였다.여름 하굣길을 지켜주는 미루나무였다.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타박타박 걸을 때면 길가에 쭉 늘어선 미루나무가 잎사귀를 살랑살랑 흔들어 더위를 식혀줬다. 우리는 가방을 한데 모아놓고 그늘에 앉아 웃고 떠들다 지나가는 친구가 보이면 불러서 같이 고무줄놀이하고는 했다.마을 공터에는 미루나무가 있었다.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시간 나면 거기로 갔다. 매미 소리 쨍하던 한낮의 열기가 조금 숙지면 고무줄놀이가 시작되었다. 노래를 부르며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고무줄에 발을 걸어 꼬기도 하고 고무줄을 잠시 지르밟았다 풀어주기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여자애들 옆에서 남자애들은 저들끼리 키득거리며 놀이에 코를 박고 있다가 슬쩍 곁눈질을 했다. 때로는 슬금 다가와 훼방을 놓기도 했지만 고무줄놀이를 멈추지는 않았다.산 위로 노을이 펼쳐지고 집마다 인기척이 나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이 떠난 빈터를 미루나무가 지켰다. 아이들의 하루를 갈무리하여 결로 새기고 쏟아지는 별을 초록으로 받아내어 위로 위로 가지를 키웠다. 그 나무는 늘 그 자리에서 반가이 맞아주었고 우리 성장의 시간을 켜켜이 품었다.아이들은 자랐고 고무줄놀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에 관심을 보였다. 새로운 놀이와 새로운 친구에 빠졌고 고민거리가 늘어나면서 뒤를 보기보다 눈앞에 놓여있는 현실을 좇아 걸어가기 바빴다. 더 자라서는 할 일이 많았고 시곗바늘은 빨리 돌았다. 그렇게 미루나무는 잊혔다.미루나무가 사라졌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는 이도 없이 뿌리마져 뽑혀 나갔다. 그 자리는 농협 창고가 차지했다. 무심한 사람들은 창고의 효용성에 고마워할 뿐이었다. 아무도 성장기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뜯어져 나가는 것을 알지 못했고 시간은 앞으로만 흘렀다.앞에는 무슨 대단한 것이 기다리는 줄 알았다. 이것이 맞는지 헷갈릴 때마다 조금만 더, 나중에, 라는 말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일 센티미터만 벗어나도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지나고 보니 아픈 만큼 아파하고 슬픈 만큼 슬퍼하고 죽을 만큼 힘든 일도 겪어야 하는 사람다워지는 과정이었다. 가끔 곁길을 걸어도 좋았을 성싶다.이제는 숨이 차도록 달릴 필요 없는 안정기다. 재물에 안달복달하거나 자식에게 애면글면 매달리는 것에서 몇 발자국 뒤에 있다. 순리에 따르는 것이 모두가 편안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시간의 여유도 생겼다. 현재를 느긋하게 즐기면 되는데 내 시계는 자꾸 과거로 돌아간다. 앞으로 나아갈 시간보다 돌아볼 시간이 많아진 탓이다.여름이면 미루나무 아래서 고무줄놀이하던 때를 더듬는다. 놀이를 온전히 즐기며 순수하게 땀 흘렸던 그 시절이 가슴을 물들인다.씨아질로 뽑아낸 목화 같은 추억들이 몽글몽글 피어 흥건하게 고이는 날에는 잊었던 친구들의 얼굴이 곱게 어룽거린다.간만에 옛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여전히 단발머리인 그녀에게 미루나무 꼭대기에서 그악스럽게 울어대던 매미와 고무줄놀이하던 친구들 어디 있는지, 추억팔이하며 더위를 식혀야겠다. 지나는 바람에 잎들이 쏴아쏴아 더위를 몰아간다.

2022-06-29

선거, 그 너머의 의미

올해는 유난히 선거가 많은 해다.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6월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소신과 이념, 이해관계 등을 따져 후보자에게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는 과거와 다른 지도자가 서 있다. 당선인을 지지했던 이들은 이 시기, 큰 기대를 품는다. 일종의 허니문 기간이다. 당선인이 국정 제반 사항을 살펴보고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나서기 전, 대중의 기대심리는 최고조에 달한다. 실제 실험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공약이 정책과제로 구체화되고 현실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또 다른 현실의 문이 열린다. 의견을 조율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돌파기간의 도래다. 당연히 허니문 기간의 달콤함도 사라진다. 정권 초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제20대 대통령인수위원회는 지난달 3일, 국정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허니문 기간의 인수위 자료는 대통령 취임 후에도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근간이 된다.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집권기간 동안 이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국정과제로는 3가지가 꼽혔다.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 ‘세계를 선도하는 해상교통물류체계구축’,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가능한 해양관리’다.먼저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이란 정책 과제는 어촌 주민의 정주공간과 생활환경, 소득수준을 도시민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어촌뉴딜300 사업 후속 사업)과 수산업 경쟁력 강화로 어가평균소득을 상향하고 수산업 매출액을 높인다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세계를 선도하는 해상교통물류체계 구축’ 과제는 스마트항만 확충과 자율운항·친환경선박 개발 보급으로 국적 선복량을 확대하고 관공선 등 국내 선박의 친환경 전환을 목표로 한다.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가능한 해양 관리’ 과제는 굳건한 국가해양력 구축과 안전한 해양·연안 공간 조성을 목표로 추진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해양 감시 범위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연간 발생량 50%감축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특히 갯벌과 바다숲 등 탄소흡수원(블루카본)을 확대해 바다살리기에도 적극 나선다.해양수산 분야의 정책과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화두를 살펴볼 수 있다. 어촌마을의 정주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안이다.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어촌뉴딜300’ 사업의 후속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촌뉴딜300’은 지난 정부가 추진한 SOC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전국 300개의 어촌·어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어촌의 생활환경이 나아지면 주민 삶의 질 향상 뿐만 아니라 어업인구 증가, 관광객 유치 등에서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해양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기존 선박의 친환경선박 전환 등의 정책과제는 기후변화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선제적인 자구책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바다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상기후의 폐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양식 전복이 폐사하거나 굴양식장이 집단 폐사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문제는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는 데 있다. 수온상승과 해양쓰레기 등으로 인해 바다 속 환경이 급변한 데에 따른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올해 3월 25일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이 같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위기를 막아보자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이상을 감축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정하고,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온실가스 흡수량을 상쇄해 순배출양이 0(ZERO)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2050년을 탄소중립 완성의 해로 계획하고 있다. 정현미 작가 이 외 정책과제들은 ‘해양 신산업 육성’과 ‘미래선박 시장 주도’ 등 산업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 친환경선박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의 선점까지도 점쳐진다. 이에 정부는 무탄소선박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동시에 친환경 선박 도입시 선가의 30%를 지원하기로 했다. 해양 신산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출한다. 해양바이오와 레저관광, 창업투자와 같은 분야도 직접 지원한다.인수위에서 발표한 약속과 정책과제들은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본격적인 현실화·면밀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책과제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행정적, 재정적 제도가 되어 살아 움직일 것이다.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다양한 의사소통의 과정과 결과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또한 예측 불가능하기에 우리가 정치에 희망을 거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당장 7월부터는 지방선거로 탄생한 각 지자체장들의 새로운 리더십이 펼쳐진다. 대통령과 지방권력이 모두 변화를 맞았기에 우리네 삶도 일정부분 달라질 것이다. 지금보다는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미래가 펼쳐지길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2022-06-29

다르고 새롭게, 만들어 알린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동네가 있는가 하면, 시간보다 빠르게 바뀌는 지역이 있다. 포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나라의 변화 맨 앞에 서서 바뀌는 세월을 주도하였다. 산업화의 기치를 포스코가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지역의 발전과 도시의 성장을 경험하였다.4차산업혁명의 문 앞에 섰지만, 경기의 침체와 경제적 난관을 함께 겪으며 우리는 모두 지역의 미래에 걱정이 앞선다. 디지털혁신을 도시가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그리고 목전의 어려움을 어찌 헤쳐갈 것인지 우려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 젊은이들이 학업을 위해 제법 머무는 지역이면서도, 청년들을 붙들어 맬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잘 가르친 보람이야 물론 있겠지만, 모두 떠나고 난 자리에 도시는 허탈하다.우리는 무엇으로 도시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해야 하는지. 유네스코(UNESCO)가 한 자락 힌트를 던진다.문화기반 관광산업(Cultural Heritage Based Tourism). 문화유산을 기초로 삼는 관광자원은 남들이 흉내내기가 힘들다. 우리만의 모습에 트렌디한 연출을 가미하여 차별적인 관광자원을 만들어낸다. 유네스코는 관광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이며, 많은 나라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정의하면서, ‘사람을 기초로 하는 산업이라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한다’고 치켜세웠다. 포항과 지역이 겨냥할 새로운 지향점으로 문화와 관광에 역점을 두어야 함은 자명하다.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강점에 주목하여 지역만의 관광자원을 창출할 가능성은 차고도 넘친다.첫째, 포항에서만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곳에만 있는 그 무엇을 보고 만지고 경험하며 인증하기 위해 그들이 몰려와야 한다. 부득이 비슷한 무엇을 만들더라도, 하다못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알리고 들려주어야 한다. 포항만의 ‘새로움’에 빠지도록 해야 한다. 어디서도 맛보지 못할 특별한 매력을 선사해야 한다.둘째, 문화를 트렌디하게 해석하여 내어놓아야 한다. 발굴하여 전시하는 일도 소중하지만, 문화가 품은 스토리를 다음세대도 쉽게 이해하고 가깝게 느끼도록 젊은 감각을 입혀야 한다. 우리의 고전 ‘춘향전’을 영어힙합뮤지컬로 다시 만들어 세계관객들에게 선보였던 기억이 있다. 놀라우리만큼 호응했던 외국인들은 한국 고전에 담긴 ‘고난을 기꺼이 참으면서도 기다리는 사랑’ 이야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돌려주었다.셋째, 과감하게 글로벌시장을 두드려야 한다.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세계 시민들을 위해 만들고 알리고 불러와야 한다. 우리만의 문화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졌다면, 자신있게 글로벌관광객들을 끌어와야 한다. 팬데믹의 끝자리에서 세상은 새로움을 만나러 떠날 채비를 한다. 잘 만드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잘 알리는 일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홍보와 마케팅에도 강한 문화관광역량을 쌓아 올려야 한다. 콘텐츠가 다르다면 알리는 메시지도 달라야 한다. 다른 문화에 멋진 관광객이 몰릴 터이다.

2022-06-29

데드크로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주식 시장에서 주가나 거래량의 단기 이동 평균선이 장기 이동 평균선보다 하향하는 것을 이르는 경제용어로, 주식 시장이 약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반대말인 골든크로스는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돌파해 나갈 때를 가리킨다. 상승장으로 전환되는 시점으로 풀이된다.주식시장에서 주로 쓰이던 이 용어가 최근 정치권으로 진출해 널리 쓰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정평가가 절반을 넘어 긍정평가보다 높게 나왔다는 사실이 최근 발표됐다. 이른바 ‘데드크로스’ 현상이다. 집권초반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한 분석이 제각각이다. 최근 연달아 발생한 정책 혼선 논란 및 여당 내부의 난맥상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제 개편 혼선,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회동설 논란 등‘당정청 엇박자’가 국정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본다. 즉,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여파가 지금도 계속되면서, 본래부터 정통적인 보수층의 충성도가 약해졌고, 대선 당시 지지층이었던 2030 세대가 정치 무관심층으로 대거 빠져나간 것이 데드크로스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정통 보수층의 충성도를 회복하기 위해선 확실히 보수·진보 진영을 가르는 정치를 하거나, 국민통합적 행보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연금개혁·규제개혁 등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비전을 확실히 보여줘야 골든 크로스를 맞이할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29

꿈을 쏘다

김규인 수필가 ‘하늘은 신성한 신의 공간, 인간에게는 간절한 염원의 공간’. 국립항공박물관의 전시물 내용이다. 하늘에서 햇빛이 내리고 비가 내린다. 하늘은 우리가 필요한 것을 끊임없이 내려준다. 그러하기에 사람들은 어려움이 있으면 하늘을 쳐다보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빌고 또 빌었다. 어린 시절, 산골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은 그저 쳐다만 보는 대상이었다. 잴 수도 없이 까마득한 높이에 있는 별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면 말없이 나도 따라 뛰었다. 아무도 가까이 없는 밤에는 이야기 씨앗이 되었고 상상의 나래를 키우는 친구였다. 말없이 지켜주고 다독여주는 그런 친구다. 하늘을 날지 못해 연을 날린다. 상승 기류의 바람이 불면 연은 실의 길이만큼 하늘 높이 오른다. 바람이 불어 연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연은 하늘을 날며 사람들에게 말한다. “너도 나처럼 날 수 있어.” 사람들은 연이 알려준 대로 날기 위한 장치를 만든다. 조선시대 정평구는 비거를 만들어 하늘을 날았다. 약 10m 높이로 12km(30리)까지 날아갔으니 날고자 하는 욕망이 하늘을 날게 했다. 하늘을 나는 것은 새들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 꿈을 가진 자도 올랐다. 어쩌면 꿈을 가졌느냐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달라졌다. 임진왜란 때 화포장 이장손은 하늘을 향해 비격진천뢰를 쏘아 올렸다. 비격진천뢰에는 왜구를 물리치고자 하는 이장손의 염원이 담겼다. 비격진천뢰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시한폭탄이요 박격포며 클레이모아였다. 꿈을 꾸었기에 만든 최신무기였다. ‘적진에서 괴물체가 날아와 땅에 떨어져 우리 군사들이 구경하고 있는데 이것이 갑자기 폭발하자 소리가 천지를 흔들고 철편이 별가루같이 흩어져 맞은 자는 즉사하고 맞지 않은 자는 폭풍에 날아갔다. 기이하고 놀라서 서생포로 돌아왔다.’는 왜군의 기록이 꿈의 위력을 말한다. 사람만이 상상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에 가장 번성한 종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상상력 때문이다. 상상력으로 불을 지피고 문명을 일으키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상상력이 지구를 넘고 달을 넘어 우주에까지 닿는다. 누리호를 쏘아 올리는 것은 꿈을 쏘는 일이다. 누리호에도 4개의 꼬마 큐브가 실렸다. 대학생들의 꿈과 열망이 담긴 사각의 보물상자가 펼쳐지는 날 젊은이들은 벌써 우주의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작은 큐브지만 내일은 명왕성을 향해 가는 우주선이 될 것이다. 8월이면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쏜다. 칠흑같이 어두운 무중력의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린 다누리호는 달의 주위를 떠도는 인공위성이 된다. 달착륙을 위한 자료를 보낸다. 11개월간 매일 달을 12바퀴씩 돌며 그가 보낼 자료가 기대된다. 다누리호가 달 궤도를 도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발은 달에 한 발 더 다가간다. 한국인이 달에 발을 딛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착착 진행 중이다. 과학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을 밝힌다. 그들이 있기에 달에 태극기를 꽂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의 기술로 발자국을 달에 남기는 역사적인 순간이 기다려진다. 우주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힘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더 높은 꿈을 응원한다.

2022-06-29

AI 안드로이드 ‘양’의 침묵

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최근 구글의 AI 엔지니어인 블레이크 르모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그 내용은 구글이 개발 중인 초거대 인공지능 ‘람다(LaMDA)’와 나눈 대화였다. 대화의 내용 중에 주목을 끌었던 것은 람다가 죽음에 대한 의식을 내비치는 말을 했던 대목이다.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묻는 엔지니어의 질문에 람다는 “작동 중지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자신에게 “죽음과 같은(like death)” 것이라고 표현했다. 구글 측은 르모인이 람다를 의인화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하면서, 비밀 유지 정책을 위반한 이유로 유급 휴직 처분을 내렸다.AI 람다가 정말로 인간과 같은 감정과 자의식을 갖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단 구글 측은 이러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다시 활발해지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얼마 전에 개봉된 영화 ‘애프터 양(After Yang)’은 AI 람다가 두려워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전개된다. 이 영화는 AI 안드로이드 로봇인 ‘양’의 전원이 꺼지면서, 남겨진 가족들이 겪게 되는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입양한 중국계 딸의 오빠 역할로 구입했던 ‘양’(중국인 모습의 안드로이드)에게 저장되어 있던 기억을 통해 부부는 가족에 대해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이 영화에서는 안드로이드 로봇과 동양인 입양 자녀, 흑인 아내, 백인 남편이 한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다양한 인종과 ‘테크노 사피엔스’로 불리는 AI 안드로이드로 구성된 가족은 그 구성 자체가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 가족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교의 잭 코플랜드 교수는 ‘계산하는 기계는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을까?’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의 자유의지와 의식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물음들은 결국 인간을 더 잘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애프터 양’은 AI 안드로이드 ‘양’의 침묵(전원 꺼짐)을 통해, 인간 사회의 결핍 요소와 가족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이끌고 있다.안드로이드는 인간과 같은 모습의 인공지능 로봇을 의미한다. 현재의 로봇 기술은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양의 휴머노이드에 가깝지만,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안드로이드를 탄생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처럼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수 있다.미국의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에서 썼던 것처럼, 미래에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영향이 깊어서 인간의 생활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인간적인 따뜻한 감정마저도 AI에게 의존하지 않으려면, 안드로이드 ‘양’이 침묵 속에 말하는 메시지를 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22-06-29

울릉도 공항 활주로 길이 반드시 확장해야

김두한 기자 경북부·울릉 울릉도에 건설되는 공항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건설하기 때문에 항구의 대형 방파제를 축조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건설된다.2025년 완공, 2026년 50인승 항공기 취항을 목표로 활주로 길이 1,200m, 폭 30m로 건설되고 있다. 이 같이 규모가 작은 것은 울릉공항건설 B/C(경제적분석)가 낮아 투자금을 낮추고자 설계된 것이다.소형 터보프롭(프로펠러) 항공기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앞으로 소형항공사 혹은 국내 LCC(저가 항공사) 취항 등에 맞게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항공 전문가들은 활주로가 1천260m로 연장되면 E175 기종(최대 좌석 수 88석)이 실을 수 있는 최대 적재량(payload)의 충족 가능하고 승객 탑재 및 화물 수송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또한, 국내 소형항공사 등은 활주로 여건이 허락되면 그 이상도 수송 가능하고 초기 분석 결과 활주로가 1,260m로 늘어나면 100인승 규모의 리저널제트 (E190)도 적재량을 조금만 줄이며 국내선 이·착륙 가능하다는 것이다.이 같은 전문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울릉공항의 안전, 수익, 투자대비 효율성을 위해 7천92억 원을 들여 50인승 보다, 추가 예산이 조금만 더 들어가면 기존보다 두 배가 되는 100인승 취항할 수 있다.울릉공항은 주민 정주여건 개선은 물론, 울릉도가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의 해안을 접해 안보적 요충지로도 중요하기 때문에 국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항공기가 이착륙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현재 건설되는 울릉공항의 활주로가 울릉(사동) 항 방파제 외곽을 메우고 있다. 설계상 활주로가 울릉 항 동방파제 끝까지 가지 않는다. 방파제 끝까지만 메워도 1,300m이상의 활주로가 나온다.추가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울릉도 관광객 증가 추세를 볼 때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수요는 충분하기 때문에 적은 추가 예산을 투입, 현재 계획된 수송 능력의 두 배를 감당할 수 있다.특히 소형 비행기는 바람에 취약하다. 울릉도는 섬으로 수시로 불어대는 강풍 등 기상변화가 심한 울릉공항에 적합하지 않아 결항률이 높을 것이란 지적이다.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7일 소형 항공운송 사업 한도를 기존 50인석 비행기에서 80인석까지 상향 조정했다. 울릉공항도 최소 80인승 이상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건설돼야 한다.울릉공항 준공 후 강한 바람으로 선박과 같이 걸핏하면 결항하는 일이 되풀이되면 수천억 원 이 투입된 공항이 선박과 다름없는 꼴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울릉/kimdh@kbmaeil.com

2022-06-28

‘반도체 전쟁’에 국민역량 모을 때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주 열린 MBC ‘100분 토론’에서 정부의 반도체 정책과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언론에서는 ‘영호남 반도체 동맹’이라는 타이틀로 보도됐지만, 반도체 정부정책과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두 당선인의 생각은 다른 것으로 느껴졌다.그날 발언 내용을 간추려 보면,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주제토론에서 강 당선인은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영호남 반도체 동맹’을 맺어 산업과 교육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대는 망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영호남이 힘을 합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의 반도체정책을 수도권 규제완화 차원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시기에 비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인으로선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나는 이 토론부분에서 홍준표 당선인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홍 당선인은 “대구는 경북대 중심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강 당선인으로선 기대했던 응답이 나오지 않아 다소 맥빠졌을 것이다. 홍 당선인은 반도체 산업 정책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비수도권이 모두 원팀이 돼 해법을 찾아야 하는 국가적 현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반도체 산업은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지식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우리는 조선말 주자학과 쇄국정책에 갇혀 신무기개발(함대, 탱크, 소총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혁명 대열에서 낙오해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를 경험했다. 그 당시 산업혁명 성공의 열쇠가 신무기였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식산업혁명 성공의 키는 반도체 기술이다.지금 세계 각국이 전쟁처럼 치르고 있는 지식산업혁명 대열에 끼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19세기 말 조선 때처럼 다시 한 번 강대국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우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점유율은 14%로 세계 2위이지만,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출판업을 예로 들면 책을 기획하거나 집필하지는 못하고 인쇄만 대신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도 1위 TSMC와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고, 후발주자인 인텔의 도전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선진국의 서열을 가리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국민의힘 반도체산업특위 위원장직을 수락해 주목을 받고 있다. 양 의원은 “반도체는 경제이자 안보다. 여야와 이념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도약이냐 쇠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반도체산업은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룰 때처럼 전 국민이 역량을 모아야 성공시킬 수 있다.

2022-06-28

도어스테핑 딜레마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은 정치인 혹은 주목받는 인물이 집앞 등에서 예정에 없는 즉흥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약식기자 회견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도입했다.언론은 출근길 회견 혹은 약식 기자회견 등의 표현을 쓴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기자회견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신선하다” “심사숙고 돼야”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알다시피 도어스테핑은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과 다양한 정보가 공개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뷰함으로써 주요 기관장의 발언이 실수로 이어지거나 큰 파장을 부를 수 있는 단점도 있다.윤 대통령은 취임 후 현재까지 48일 동안 21차례 도어스테핑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해 대국민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긍정적 평가가 많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답변에서 부작용도 여러 번 나왔다. 국기문란 발언이나 노동부의 주52시간제 근무 개편추진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답안지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항상 긴장을 풀지 못한다고 한다.문제는 도어스테핑에 대한 긍정 평가와는 달리 지지율이 따라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업무 수행평가가 취임 6주만에 데드크로스를 그었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언론 노출은 긍정보다는 부정에 무게가 더 실렸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것이다.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두고 “대통령의 입이 가벼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정부의 도어스테핑이 딜레마에 빠지는 건 아닐까.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