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신다. 봄볕아래서 후배와 점심 후의 나른함을 섞고 수다를 한 스푼 첨가해서 홀짝거린다.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도 더러 뜨거운 커피에 녹아내렸고 긴 장마에 우산을 털며 들어서는 커피숍의 커피향기는 눅눅함마저도 잊게 했다. 지금은 그저 편안한 휴식의 단맛을 느끼고 있다.
오빠는 “인생도 쓴데 커피까지 쓰게 마시겠냐”라면서 두 스푼의 설탕을 넣어 휘휘 저어마셨다.
그러고 보니 쓴맛, 단맛, 짠맛, 매운맛, 단맛까지 달달하거나 모든 맛이 커피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223이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다. 커피 두 스푼에 프리마 두 스푼 설탕 세 스푼으로 탄 커피는 인기 짱이었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사로 자주 인용되기도 했다.
얼마 전 문인협회에서 큰 행사를 진행했다. 식사는 늘 제공했지만 커피를 제공한 경우는 없었다. 추가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을 제공했다. 그 자리에서 백일장 작품을 심사하는 일까지 하게 되니 일석이조였다. 음식의 텁텁한 맛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는 커피에 모두 기분 좋아하셨다.
커피를 한때는 검은 악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깊게 빠져들 매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 검은 악마가 인간에 의해 음료수가 되기까지는 한 목동의 조금은 충동적인 얘기가 밑받침된다. 염소를 치던 에디오피아의 칼디라는 소년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소년은 어느 날 나무의 빨간 열매를 먹은 염소들이 날뛰는 것을 보고 자신도 먹었다. 그러자 기분이 상쾌해지고 활력이 솟구치는 기분을 느낀다. 이후 인근 수도원의 수도사들에게 알리게 되고 그들은 악마의 것이라며 두려움에 불속에 던졌지만 커피열매가 불에 타면서 향긋한 냄새를 내고 잠을 쫓는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커피음료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는 깊게 들여다봐도 검기만 한 음료를 이제는 다양하게 만들어 즐거운 식감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까페라떼, 바닐라라떼, 달고나라떼, 까페모카, 아인수페너라떼, 아이스아메리카노 등 다양한 메뉴를 앞에 두고 고르는 재미와 뭘 먹지하며 들여다보는 메뉴판엔 다양한 음료가 손짓한다.
기분이 언짢다면 조금 달달한 메뉴인 아인슈페너라떼를 선택해 보면 어떨까. 아메리카노 위에 얹은 묵직한 크림은 탱탱하고 쫀쫀해서 크림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같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놀란다. 덥고 답답하다면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최고다. 작은 즐거움으로 기분을 업(UP) 시킬 수 있다.
펼쳐진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파란색 지붕이 신선했던 지중해를 배경으로 선전하던 음료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그곳에서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꽃이 번져나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유럽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노천카페의 풍경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후배 순희와 여행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상태다.
커피는 인생의 맛 중에서도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명약이다. 왜냐하면 슬프거나 화나거나 힘들 때 혹은 내 곁에 아무도 없어도 마실 수 있다.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많은 사람들과 수다를 떨 때도 커피향기가 배어 나오는 카페가 있다. 그들과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수다를 떨다 일어날 때도 먼지 같은 일상사가 살만한 세상으로 바꿔져 있기 일쑤다. ‘무엇으로부터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있다는 것은 다소 위안이 된다.
지금 나는 푸른 바다의 파도가 넘실대는 구룡포 바닷가에 앉아 커피 마실 생각을 한다. 까만 커피위에 부드러운 우유가 얹혀 진 채 커피 하트를 보며 여유를 부릴 생각만으로 즐겁다. 인생 뭐 별 것 있냐며. 그러고 보니 예전 싸이월드의 아이디가 ‘커피향기처럼’이었던가.
그 사이 봄바람 나겠다며 마음은 길을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