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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춘다는 것

등록일 2023-03-19 18:07 게재일 2023-03-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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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어느 유투버가 4, 50대가 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 세 가지는 외로움, 돈, 건강이라고 한다.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김민식 전 MBC PD도 50 중반에 사표를 내고 나서 외로움 문제가 심각했나 보다. 그가 퇴사하고 2년 만에 올해 초 ‘외로움 수업’이라는 책을 냈으니 말이다. 자신이 쓴 칼럼 일부 내용이 사회적 비난을 받게 되자 스스로 벌주기 위해서 퇴사했다고 하니, 그렇게 혼자 있게 된 시간은 많이 외롭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니 외로움은 치매의 원인이 된다면서 자신이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 몇 가지를 소개해준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가장 먼저 춤을 꼽은 것을 보고 반가웠다. 사실은 나도 한 달 전부터 춤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식은 줌바를 춘다는데, 내가 배우는 것은 현대 무용이다.

발목이 안 좋아서 60분 걷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춤이라니 정말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고, 일반인 대상 수업이라 더 편하게 진행할 텐데도 남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것이 아직도 쑥스럽고 어색한 상태다. 그러나 90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배우는 것도 많다. 줌바나 에어로빅 같은 운동은 정해진 동작을 따라 하지만, 현대 무용은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흐느적거리는 것은 아니다. 기본 동작을 알려주면 음악에 따라 자기가 동작을 만드는데, 코어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처럼, 속은 강건하지만 겉은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움직이다 보면, 내가 주로 하는 동작의 패턴을 알게 된다. 게다가 줌바는 웬만한 체력이 아니고서는 시도하기 힘든 격렬한 운동이지만, 지금 배우는 현대 무용은 자기 몸 상태를 돌보면서 한다.

더 중요한 순간은 가끔 음악을 틀지 않고 움직일 때이다. 음악이 있으면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가기 쉬운데, 음악이 꺼지면 그야말로 몸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나만의 동작을 알게 된다. 그렇게 나오는 내 몸의 움직임은 또 다른 나의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몇 주가 지나자 선생님은 내 동작이 많이 커졌다며 보기 좋다고 하신다.

무엇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목적이 있고 의식적으로 하지만 몸 언어의 특별한 점은 나의 의도가 많이 개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디로 가야지 방향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런 동작을 해야겠다고 의도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그 동작이 나온다. 현대 무용의 이런 춤 방식은 노자가 말한 ‘일부러 하지 않는 함’인 것 같다. 그래서 90분을 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50대 중반의 남자에게는 줌바가 적당할 수도 있지만 60이 넘은 여자에게는 이런 현대 무용이 알맞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몸의 언어를 들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줌바든 현대 무용이든 노년의 자신에게 춤을 허하자. 외로움도 극복하고 건강도 만들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일석이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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