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무는 김 사장과 어린 시절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고향의 어린 시절에는 여름철이면 더욱 아쉽기도 한 아련한 추억들이 샘솟는다. 아이스께끼! 아이스께끼! 여름이면 어김없이 아이스께끼 장사가 자전거 뒤 나무통에 그 잊지 못할 아이스께끼를 싣고 소리를 냅다 지르며 나타난다. 아이들은 미리 천초를 바다에서 채취해서 모아 놓았다가 아이스께끼로 바꾸어 먹기도 했다. 그 차고 달콤한 맛은 평생의 입맛의 기준을 정해 버렸다. 강냉이 엿장수의 가위소리도 그렇고 심지어 벌꿀을 가져 와서 미역과 교환하기도 했다. 돌미역은 만물을 향한 요술쟁이였다.
그 달콤한 콩가루를 덮어쓴 쑥떡을 머리에 이고 온 할머니도 있었다. 마을 앞 바위틈에는 군침 도는 먹거리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철철이 새로운 해산물들이 기나긴 세월을 이어오면서 마을을 속인 일이 없었다. 주민들은 자연이 주는, 그것을 믿고 신뢰하고 힘들어도 기다렸다. 바다가 곧 집 앞 놀이터이고, 생명의 먹거리로 이어진다. 마을 앞바다의 수 만평에 이르는 넓은 돌바닥에는 돌김, 파래, 참고동, 갯고동, 따개비, 안장구, 참게, 말치, 토씨, 군소, 멍데이, 다시마, 말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해산물이 서로 앞다투어 생존 경쟁을 하고 있었다.
돌김은 옛날 임금님에게 진상할 정도로 유명했다. 그 고소한 맛은 천하의 일품이다. 김에 밥을 싸서 입에 넣으면 입안의 침이 참기름보다 더 고소함으로 가득 찬다. 지금도 자연산 돌김은 미식가들에게는 바다가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김 채취는 겨울철에 하는데 다소 따뜻한 날을 선택해서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한꺼번에 동일한 시간대에 출발하여 돌김이 자란 바위로 향한다.
가히 동네 주민들이 모두 모여 들어가는 모습은 한판의 전쟁터를 향한 군사들을 방불케 한다. 먼저 들어가서 돌김이 많이 자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이웃사촌 같은 염치는 치장에 불과하다. 채취한 돌김은 볏짚으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발에 물과 함께 김을 풀어 놓고 얇게 널어 건져서 발위에서 햇빛에 말리면 된다.
돌김보다 좀 다른 파래는 다소 물이 더 깊은데서 자라는데, 건조 방법은 김과 같으나 불에 구우면 쓴 맛으로 변한다. 마을 앞 얕은 물에서 자라는 고동은 두 종류가 있는데 참고동과 갯고동이 있다. 참고동은 가장 흔하게 자라고, 삶아서도 먹고, 생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 갯고동은 생것으로는 먹을 수 없고, 주로 놀래기 등 고기 낚시 미끼로 쓰인다. 안장구라는 말똥성게는 알이 붉은 색인데 깊은 물에서 자라는 보라성게에 비해서 맛이 달아서 밥에 넣어 비벼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당나무와 김 사장은 또래 친구들이 불렀던 노래도 불러 본다.
“바리(파도) 궂는다 배 올려라, 바리 잔다 배 내려라. 니(너) 배 네 배 돛 달아 놓고 시월 벌판에 돈 벌려가세, 빨간 보따리 돈 보따리, 처갓집 담 위에 올려놓고, 나는 좋아 나는 좋아 장모님 고무신도 나는 좋아!”
부동산 비방을 이어간다. 전혀 그런 온천공의 권리가 독립된 물권으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전 소유자는 이미 부도를 예상하고, 전국에 온천을 이용 할 수 있는 이용권을 수만 장 팔아버려 김 사장과 다툼이 생겼고, 부도로 전 소유자를 만날 수조차도 없었다. 온천공 없는 온천은 앙코 없는 찐빵보다 못 했다. 온천 목욕탕을 운영 할 수 없었다. 결국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보상 받은 돈을 모두 날려 버렸다. 김 사장은 부동산에 대한 자격도 있고 해서 어느 정도 전문지식이 있다고 생각 했는데 현실적으로는 어쩌면 부동산 ABC도 몰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반풍수 집안 망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신목이 된 당나무에게 부동산 ABC에 대한 비방을 듣는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요지의 토지를 찾는 것이 최상이다. 토지는 언제든지 건축이 가능한 토지와 그렇지 못한 땅이 있다.
소위 도시계획법상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의 토지는 소유자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고 자연녹지, 공원 등의 토지는 특정한 조건이 맞을 때에 한하여 건축 허가가 난다.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기준도 건축허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부동산의 권리는 소유권이 가장 큰 권리이고, 전세권, 임차권, 유치권, 담보권 그리고 관습법상 지상권, 분묘기지권 등 여러 권리가 있다. 이론적으로는 토지도 사람의 일생과 같이 돌고 돈다는 것이다. 키친이라는 학자가 부동산의 변화를 연구한 논문, 소위 키친 사이클에서 부동산도 사람과 같이 일생이 있다는 것이다. 유아기가 있고, 성장기, 장년기, 노년기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자세히 긴 기간을 통하여 부동산의 변화를 보면 초기에는 새로운 토지가 조성된다.
그 토지에 사람들이 모여 활발한 사회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다가 또 다른 지역이 새로이 발전하여 개발되면서 먼저 발전된 지역은 쇠퇴된다는 것이다. 과거 서울 강북권에는 최고의 주택지역과 상업지가 조성되었다가 일정기간이 지난 후 최고의 주택지가 강남으로 옮겨가면서 상당한 상권도 강남에 형성되었다. 부동산이나 인생도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환생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