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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삶의 방향, 종오소호(從吾所好)

등록일 2023-03-14 18:16 게재일 2023-03-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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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가지마다 망울이 맺히고 조금씩 봄꽃이 피어나고 있다. 화창해진 날씨에 차츰 개화의 몸짓을 보이며 봄날이 성큼 다가온 듯하지만, 느닷없이 휘몰아친 비바람과 추위에 서둘러 핀 꽃들이 화들짝 놀라지는 않았을까 싶다. 궁핍의 대지를 보듬으며 돋아나는 새싹과 피어나는 꽃들을 시샘하는 추위가 일진광풍처럼 부산을 떨어도, 이미 봄빛의 움직임은 비단 안개를 두른 듯 아장아장 생동의 걸음마가 한창이다. 그렇게 다시 또 봄날이 시작되고 산과 들은 부풀어가고 있다.

해마다 봄이면 그 자리에 새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이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메마른 땅 속에서 자양분을 찾으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창조의 일손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해마다 꽃들은 서로 비슷하게 핀다(年年歲歲花相似)지만, 기실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꽃과 잎새를 드리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꽃자리나 잎차례를 벌이는 것은 화초나 수목에게 있어선 생장의 본질이고 절정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매년 같은 꽃이 피는 것에 비해 해마다 사람들은 같지 않다(歲歲年年人不同)는 대구(對句)로 인생의 무상함을 읊었지만, 필자의 관점에서는 인연 따라 시류 따라 사람은 변화하며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듯이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자신의 특장을 꽃피우게 하고 삶의 기반을 더욱 튼실히 일궈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듯이 화초가 꽃을 피우는 현상이나 사람이 변화, 혁신하는 것은 자신의 본질과 궁극적인 가치를 인식하고 보다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믿음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거개가 자신의 적성이나 취향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바대로 움직이고 일을 해야 편하고 보람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결코 그만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일을 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바를 쫓아간다(從吾所好)’고 공자는 2천500여 년 전에 설파했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15년 전 필자의 첫 개인전 도록의 첫 장에 수록된 작품이 예서로 쓴 종오소호였다. 아마도 당시의 야무진(?) 마음에서 내가 좋아하고 하고싶은 바를 꾸준히 느끼고 즐기면서 몰입과 천착하리라는 다짐에서 쓰고 배치했던 것 같은데, 과연 어느 정도로 좋아하는 바를 쫓고 누리며 의미를 다져왔는지는 미지수이다. 다기(多岐)한 삶을 살면서 어찌 좋아하는 것만 쫓고 추구할 수 있으랴만, 생각과 마음이 이르고 몸이 흔쾌히 따르는 일과 활동을 하는 것은 분명 긴요하고 가치로운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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