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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등록일 2023-03-19 20:01 게재일 2023-03-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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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충격이다. 사이비 종교를 폭로하는 뉴스가 과거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넷플릭스에 폭로된 내용을 보고는 숨이 막혔다.

교주들이 메시아 행세를 하며 젊고 예쁜 여신도를 끊임없이 성폭행한다. 그러면서 마치 하나님이 은총을 내려주는 것처럼 감사하도록 세뇌한다. 여자 교주는 젊은 남자 신도를 침대로 불러들인다.

그 울타리를 벗어나서야 명백한 사기였다고 깨닫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교주는 신도들에게 물욕과 성욕을 철저히 멀리하도록 요구하고, 어기면 폭행한다. 그러면서 교주 자신은 ‘메시아’라는 이름으로 구역질이 날 정도로 그 욕심을 채우고, 또 채운다. 노예처럼 일을 시킨다. 심지어 어린아이를 돼지우리에 가두고, 신도들이 아이가 죽을 때까지 매질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의 이모도 폭행에 가담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무 항변도 못 했다.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는 자기 뺨을 수없이 후려치고, 자책하며 울부짖었다. 그런데 아이가 죽을 때는 왜 몰랐을까. 다큐멘터리가 나온 뒤 증언이 이어졌다. 한 탈퇴자는 “보통 어린 나이에 입교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추잡한 성행위를 해도 ‘메시아가 하는 거니까 당연하다’라고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벌 좋고 멋있는 사람도 믿고 따르는데 ‘이 사람이 메시아일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정명석은 신도들에게 ‘미디어 절대 보지 마라’라는 공지를 내린다”, “신도들은 그의 말을 법이라고 생각하고 따른다”라는 증언도 나왔다. 폭로가 이어지자 JMS는 외부 사람의 교회 출입을 막고, 신자들의 외부 접촉도 단속했다.

한 사기꾼의 힘으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추악한 범죄를 어떻게 믿고 따르게 했을까. 현란한 사기꾼의 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의 힘만으로 이런 범죄가 가능했을까.

초등학교만 나온 정명석은 서울에 올라와 명문대 학생부터 전도했다. 명문대에서 명문대로 전파하고, 서울 시내 수십 개 대학에 종교 동아리를 만들었다. 기존 교단에 대한 젊은이의 불만을 건드리며 빠르게 확산했다.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 현란하게 설교하는 모습이 ‘성령’의 힘으로 비쳤다. 배우지도 못한 사람을 잘생긴 명문대생들이 따르자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믿게 됐다고 한다.

교세를 확장할 수 있도록 그의 후광이 되어준 많은 신자가 있었다. 정부 관리, 법조인, 의사, 언론인, 장교 등 사회 엘리트층이 사실상 그의 보증인이 됐다.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정보, 상식에 어긋나는 사법 농단이 그의 아우라가 됐다. 특히 교주의 범죄 행위를 법 기술로 빠져나가게 만들어 무법천지를 만들었다. 그들이 모두 사이비 교주의 공범이다.

정치는 어떤가. 언젠가부터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상식이 사라졌다. 진실은 목소리를 잃고, 가짜 뉴스는 번개처럼 퍼져나간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아무 책임도 없는 1인 방송이 전통 언론을 압도한다. 사람들을 속이는 선전·선동술은 점점 더 교묘해진다. 방송 채널마다 진실을 호도하는 기술자들이 설친다. 그 기술을 이용해 그들은 정치권으로 발탁되고,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사이비 교주의 지시를 받은 것처럼 자기 진영의 선동 외에는 귀를 닫는다. 자기 진영에 불리한 이야기는 사탄의 유혹이라고 여긴다. 조금만 다른 얘기를 하면 문자폭탄을 날리고, 협박한다. 사이비 종교가 따로 없다.

정치에서 이미 진실은 사라졌다. 무엇이 진실이냐를 찾지 않는다. 우리 편에 이익이 되려면 무엇이 진실이어야 하느냐를 먼저 생각한다. 조국 사태는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범죄 행위가 사실인지는 관심 밖이다. ‘교주’가 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에서도 진실은 외면된다.

범죄자는 법 기술로 무죄를 만든다. 수사기관을 악마로 만들고, 수사를 못하게 막는 것을 개혁이라고 세뇌한다. 법이 있어도 집행할 수 없으니 무법천지다.

국민은 가짜 주장에 휘둘려 분열한다. 가짜에 속은 국민의 무지를 탓할 것인가. 가짜를 선동한 정치인의 책임이 더 큰 것 아닌가. 사이비 정치의 범죄자들이 역사의 죄인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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