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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신 윤석열을 받드는 전환인가

등록일 2026-02-22 16:37 게재일 2026-02-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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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늪에 빠졌다. 이런 상태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염려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선거 포기하고, 당권을 선택했다”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1심 판결이 가져온 후폭풍이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43일 만이다. 재판부는 내란 혐의를 인정했다.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민주당은 불만이다. 내란 수괴에게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은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이다. 판사가 정상을 참작해 작량감경(酌量減輕)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사형이 사실상 폐지됐다. 29년째 사형 집행이 없었다. 사형을 선고해도 집행이 안 된다. 비상계엄 중에 유혈사태는 없었다. 그런데도 집행도 안 될 사형을 선고하라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임을 분명히 해, 혼란을 정리할 가닥을 잡은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선포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헌법 질서 안의 권한이다. 국회는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다. 비상계엄으로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위에 존립한다. 국회를 봉쇄한 건 열쇠를 넣은 상자를 잠근 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한 대로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익 저해 및 국정 마비’가 있었다고 해도, “정치적·제도적 수단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성경을 읽는다고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라는 서양 속담을 인용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유나 명분을 목적과 혼동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율배반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의 장치가 균형을 잃을 때 어떤 참극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봤다.

 

윤 전 대통령은 선고 이후에도 비상계엄이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해드린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쿠데타를 사과한 게 아니라, 쿠데타 실패를 사과한 것이다. 반성은커녕 “법과 양심에 의한 판결을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재판부를 희롱했다. 더구나 “싸움은 끝이 아니다”라고 선동했다.

 

이런 마당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심 판결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먹였다. 비상계엄이 무죄이고, 유죄 판결이 참담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밝히지도 못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라고 한다. 비겁하다.

 

정치는 재판으로 결론을 내는 영역이 아니다. 불법만 아니면 무엇이나 해도 되는 분야가 아니다. 정치지도자는 국민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 법률적 책임뿐 아니라 도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 그런데 장 대표는 아직도 자신이 판사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는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무죄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계엄은 정당했다’라는 ‘윤어게인’ 세력과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할 권한이 있다. 계엄령이 바로 내란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회를 마비시키려 했다. 헌법상 견제 장치를 파괴하려 했다. 장 대표는 차라리 ‘무죄’라고 떳떳이 말하는 게 정직하다. 극우세력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

 

이미 443일이 지났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려야 판단할 수 있나. 전쟁이 터져도, 내란이 발생해도, 법원만 쳐다보겠다는 건가. 국민에게는 분명한 의견을 밝히고, 사과해야 할 것 아닌가. 보수세력을 괴멸하건 말건, 선거에 이기건 말건, ‘무죄추정’만 주장할 건가.

 

장 대표는 사과보다 ‘전환’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쿠데타 세력이 아니라, 쿠데타 저지 세력을 쫓아낸다. 국민의힘을 ‘윤석열의 힘’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과는 거짓이다. 사과마저 회피하기 위해 변명하고, 쟁점을 흐리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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