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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롯데의 용기도 가상하다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이 끝내 400호 홈런을 날려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3일 롯데 자이언즈와의 경기에서 3회 말에 큰 포물선을 그렸다. 롯데 선발투수 구승민이 정직하게 던진 공을 받아친 것이다. 큰 포물선을 그린 공은 우측 외야로 날아갔고, 한 관중의 손을 맞고 장외로 넘어가 풀숲에 숨어버렸다. 많은 관중들이 `400호 홈런 공`을 찾으려 하다가 다 포기했지만, 천안에서 온 김재명(43)씨가 끈질기게 보물찾기를 해 마침내 `로또`를 쥐었다. 야구광인 그는 아내에게 등산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포항 구장으로 왔고, “공을 기증하고 싶지만, 아내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투수의 용기가 없으면 홈런도 없다”고 한다. 투수는 강타자 앞에서 `정직한 공`을 뿌리기 어렵다. 맞기 싫은 것이 공통심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의로 4사구를 던져 포수는 서서 공을 잡고, 타자를 걸려보내곤 한다. 그러나 `국민타자`쯤 되는 강타자를 상대할 때는 상황이 다르다. 관중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관중들은 승부보다 강타자의 홈런을 보기 위해 입장표를 산다. 그 기대를 그르치면 대소동이 일어나고, 투수는 두고두고 비난을 받는다. 그 예가 2003년 부산 사직구장에서의 일이다.2003년 9월 27일 롯데의 투수 가득염(현 두산 코치)은 이승엽과 맞섰다. 그는 `맞기 싫어서`고의로 볼 넷을 던졌다. 야구장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관중들은 쓰레기를 던졌고, 경기는 중단됐다. 무려 1시간 34분이나 지난 후에야 경기가 속개됐다. 가득염은 “벤치의 지시를 따랐지만, 두 딸이 관중석에서 있었는데, 비겁한 아빠의 모습을 보인 것이 마음 아팠다”고 술회했다. 한편 이정민은 그 해 이승엽에게 56호 홈런을 내줘 `허용투수`란 꼬리표를 달았고, 김원형은 이승엽에 솔로포를 내준 후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그것은 비난이 아니고 `용기 있고 정직한 투수`라는 칭찬에 가깝다.박찬호(42)는 LA 다저스 시절 의연한 공을 던져 홈런을 맞았지만, 관중들과 상대팀으로부터 박수와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홈런 타자들`이 타이기록으로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에서 고의사구를 던져 한 타자를 골탕먹이는 일을 박찬호는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의 성가는 더 높았다. 스포츠맨쉽을 정직하게 발휘한 선수라는 칭송이 돌아온 것이었다.이번에 롯데 벤치와 구승민 투수는 포항에 큰 선물을 주었다. 강타자를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벌임으로써 400호 홈런을 허용했고, 전국에서 모여든 관중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으며, 포항야구장은 야구사의 한 획을 긋게 되었다. 이승엽의 400호를 축하하는 한편 롯데 측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낼만 하다. 스포츠의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2015-06-05

보건당국을 혁파해야 한다

중동권을 제외하고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3차감염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골든타임 36시간을 놓친 실책이 `메르스 눈사태`를 몰아왔다. 이 일은 세월호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후유증과 악영향은 그보다 심하다. 중국이 `사스`로 후진국이란 오명을 쓴 것과 같이 한국은 메르스로 후진국이란 낙인이 찍혀버렸다. 중국인들은 “선진국이라던 한국도 별 수 없구만”이라 한다. 국격(國格)이 형편 없이 추락했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전염병 하나 잘못 다스린 죄가 엄청난 나라 망신을 초래했다.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미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하겠다는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첫 환자는 확진 때까지 10일 간이나 격리되지 않았으며, 이 환자를 간호하던 딸은 이상증세를 느껴 당국을 찾아가 격리치료를 스스로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나중에 그 딸은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 일개 개인보다 멍청했던 보건당국이었다. 중동을 다녀온 감염자들이 국내외를 마구 돌아다니면서 메르스를 퍼뜨릴 동안 당국은 “3차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역사회로의 전파는 없다”며 한가로웠다.메르스 대란이 불러온 해악을 보자. 주식시장은 매일 급락을 거듭한다. 경제가 얼어붙는다는 말이다. 내수진작을 위해 경제부서가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는 중인데, 보건부서의 실책 때문에 백약이 무효다. 관광객들은 무더기로 해약한다. 화장품·말하는 전기밥솥·휴대폰·어린이 식품·의류·정형 성형 등이 이른바 `재미보는 관광상품`인데, 그것이 된서리를 맞았다. 일본의 엔저 때문에 가뜩이나 수출이 어려운데 멍청한 보건당국이 찬물까지 끼얹었다.교육장관은 각급 학교의 휴교를 지시했는데, 보건장관은 엇박자를 놓는다.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여전히 느긋한 태도다. 격리조치를 당하는 의심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벌써 1천300명이나 되고, 3명이 사망했으며, 방어망이 뚫려 지방에도 환자가 생기는 대란(大亂)수준의 사태가 눈앞에 와 있는데, 보건당국은 무슨 배짱으로 아직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는지, 정신감정이라도 해보고 싶다.보건복지부 수뇌부에 보건 전문가가 없다. 문 장관은 기초연금 도입을 위해 임명된 연금 전문가이고, 장옥주 차관은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를 거친 행정전문가이지 보건 전문가는 아니다. 이 `문외한들`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으니, 국민은 당국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고, 감염자들도 환자인 줄 모르고 마구 돌아다녔으며, 결국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보건당국 혁파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보건 전문가들로 수뇌부를 채워야 한다. 세월호 후 해경과 안전행정부를 징벌했듯이 보건당국도 그렇게 손봐야 한다.

2015-06-05

귀농·귀어촌 해볼만 하다

귀농 귀어촌을 적극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하나 55세에 대부분 퇴직하는데, 그 `젊은 인력`이 무직자 생활을 하면서 `100세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끔찍하다. 사람이 `일`이 없으면 `살아 있는 사람`이라 하기 어렵다. 넉넉한 연금을 받는 퇴직자들이 많겠지만, `수입`이 삶의 보람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청년실업도 문제지만 `잉여인력`도 문제다. 그래서 정부와 자치단체들은 이 인력들을 농촌과 어촌에 불러들여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농림수산식품부는 일선 시·군의 도시민 유치활동을 돕고 있는데, 공모로 선정된 기초단체에 3년간 3억원을 지원한다. 귀농인의 이사와 집수리, 농기계 구입 등에 필요한 돈이다. `귀농인의 집`과 `농업창업지원센터`도 조성해서 귀농인들이 거기 머물며 영농기술을 배우고 영농체험을 하게 한다. 또 처음 농사를 시작하는 귀농귀촌인들에게는 최대 3억5천만원을 융자해주고 금리도 3%에서 2%로 낮춰주었다. 일선 시군들도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다.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 비나리마을은 `귀농 1번지`로 꼽힌다. 70가구 중 20가구가 귀농인인 이 곳은 `귀농인의 집`도 6채 있다. 1년간 머물면서 농사체험을 하며 적응할 기회를 준다. 귀농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ICT기술을 가진 귀농인들은 도시인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판로를 개척하고, `공장농업`으로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한다. `자연속의 삶`은 덤이고 `일`이 생기니 대부분 만족한다.인구가 줄어드는 지자체들은 `귀농인 지원 조례`를 만들었고, 군청 내에 전담부서까지 차렸다. 또 도시인 귀농교육을 위한 `전원생활학교`를 열었다. 줄어드는 농촌인구문제를 귀농으로 채우려는 것이니 실로 상생의 정책인 것이다. 봉화군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129명이 순증했다. 군 전체 인구의 11%이상인 4천여명이 2000년 이후 귀농 귀촌했다. 군은 귀농인이 운영하는 산촌유학 홈스테이인 `청량산 풍경원`을 가지고 있다. 오전에는 초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오후에는 오디 따먹기, 오리알 달걀 줍기, 독서와 운동으로 자연 속 삶을 만끽한다. 박노욱 군수가 일찍부터 준비해서 지금은 `가장 잘 갖춰진 산촌유학지`로 꼽힌다.귀농 귀촌만 있는 게 아니다. 귀어 귀촌도 꾸준히 늘어간다. 경북 포항, 영덕, 울진 등은 배산임수(背山臨水)형이어서 밭농사도 짓고 어업활동도 할 수 있다. 배를 구입해서 직접 조업을 할 수도 있고, 수산물 가공 판매를 할수도 있다.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도시보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직장스트레스도 적어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하는 귀어촌인들이 많다. 정부도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마련해야 하겠다.

2015-06-04

바이러스와의 전쟁

세상이 점점 험악해진다. 사람이든 가축이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새들은 조류독감을 전파하고, 소와 돼지는 구제역 홍역을 겪더니, 급기야 사막지역의 낙타까지 메르스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잊혀질만 하면 새로운 전염병이 닥치니 보건당국도 정신을 차릴 수 없고,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보건당국의 책임이다. 장관 물러가라” 등등 비난의 소리만 난무한다. 이번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바이러스이고, 방역체계 또한 그리 조밀하지 못해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미국이나 독일 등 다른 나라들은 미리 예측하고 `길목`을 지켜 초전박살을 한 덕분에 최소한의 희생으로 마감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메르스와의 대전`을 선포하고, 정부기관 전부가 전사(戰士)로 나서고 있으며, 당초 `수도권의 일`로만 알고 있었으나 그 방어망이 뚫려버렸다. 3차감염자가 없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그것 또한 허망하게 됐고, 사망자 2명이 나오면서 `전시상황`으로 변했다.바이러스는 다양한 변종을 만들어낸다. 전염병균도 상황변화에 따라 진화한다. 그래서 백신을 만드는 연구는 단 하루도 쉴 수 없다. 한 종의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어내면 또 다른 변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백신연구는 항상 바이러스의 진화를 따라다녀야 한다. 메르스는 백신이 만들어지기 전에 퍼졌으니 방역당국이 손을 쓸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메르스가 한국에서 유독 극성인 것이 문제다. 일본에서는 “중동과 한국을 다녀온 사람 모두 검사 대상”으로 정했다. 한국을 `2차 숙주`로 본 것인데,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그래서 `한국형 메르스 변종`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의심도 든다.`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려는 시점에서 메르스 파동은 분명 악재이다. 일본이 중동과 한국을 싸잡아 `메르스 근원`으로 취급하는 것은 `한국의 경제영토`가 넓어지는 것을 시기 질투한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 `메르스 괴담`을 확산시키는 세력이 준동하는 것도 사회불안과 혼동을 조장하려는 음흉한 술책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바이러스 자체와의 전쟁뿐 아니라, 나라를 해치려는 세력들과의 전쟁도 함께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모두 참전해야 한다. 정부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지자체도 나서야 하고, 국민들도 방어망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손씻기를 철저히 하고,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고, 폐질환이나 신장질환자와 노약자들은 휴식과 영양에 차질이 없게 주의해야 한다. 마스크는 예방에 최선책인데, 하루 쓰고는 버리는 것이 좋다. 어린이들의 병원 출입은 금해야 하고, 의심증후가 나타나면 지체 없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지나친 염려와 공포감 때문에 의료기관이 타격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15-06-04

`메르스 괴담`부터 차단을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괴담`이 난무한다. MB정부 초기 `광우병 괴담`을 돌아보면 유언비어의 해악을 알 수 있다. 가축전염병이 퍼질때나, 세월호 참사 같은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마다 괴담을 지어 퍼트리는 세력이 있어서 사회를 혼란과 불안에 빠뜨린다. 우리나라는 그런 불순세력을 법치·민주주의라는 명목으로 끌어안고 힘들어 한다.이번 MERS사태에서도 예외 없다. 보건당국을 믿지 못하니 `괴담세력`이 더 활개를 친다. 공원이나 영화관 같은 사람 많이 모이는 장소는 입장객이 크게 줄고, 물티슈, 항균비누, 구강청결제, 마스크 등이 잘 팔리고, 고깃집은 마늘과 김치가 불티난다. SNS를 통해 “주한미군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신종 생화학 무기”“한국에 백신을 팔아먹기 위한 미국의 음모”“메르스는 주한미군 기지에 배달된 탄저균 때문”이라는 터무니 없는 괴담이 떠돌고, 국방부가 “주한미군은 생화학 무기를 만들지 않고, 오산 미군기지에 배송된 탄저균도 완벽하게 멸균됐다”며 진실을 밝혔지만, 사람들은 괴담 쪽에 귀를 더 크게 열어놓고 있다.모 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거쳐가 폐쇄됐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그 병원을 정상 운영되고 있다. “외신에서 한국 상황을 `긴급재난 1호`로 지정했다”란 루머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 중 `주의` 단계로 밝혀졌다.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전파된다”는 괴담은 사실이 아니고, 환자와의 2m이내 거리에서 기침 등으로 인한 침으로 전파된다는 것이 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메르스 환자가 많이 나오고, 환자가 사망하면서 괴담은 더 맹렬히 퍼진다.메르스 환자가 미국은 2명, 영국은 4명(3명 사망), 독일은 3명(1명 사망)으로 조기 차단에 성공했지만,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오판·과신·고집`때문에 골든타임 36시간을 놓쳤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선진국은 `메르스가 도착할 것`을 예측하고, 그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박멸했는데,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뒷북이나 치다가 시기를 놓쳤다. 메르스의 정체도 파악하지 못했고, 대처 능력도 수준 이하였다. 메르스 환자가 중국으로 간 것을 막지 못해 외교적 문제로 까지 번진 일은 심각한 국가적 망신이다.경주의 모 병원에 `격리 병실`이 있어서 환자 한 명이 입원해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역사회가 바싹 긴장한다. 곧 여름 피서철이 다가오는데, 이러다가 특수가 실종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악성 전염병과 악성 괴담이 함께 퍼지면 외국 관광객도 발길을 끊는다. 2009년 신종플루 때도 그랬다. 사람 많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는 줄줄이 취소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염병보다 괴담이 더 무섭다. 지역민들이 슬기롭게 대처해서 괴담이 맥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2015-06-03

새들의 고향, 안동호

강과 호수가 있는 곳에는 새들이 오고, 조류학자들과 탐조객과 사진 작가들이 모여드는 관광명소가 된다. 경남 주남저수지는 청둥오리떼가 신비로운 군무를 펼치고, 독도는 `새들의 고향`이란 이름을 얻었다. 창령 우포늪에는 희귀 조류들이 서식하면서 많은 구경꾼들이 `새구경`하러 온다. 예전 그 흔하던 제비가 지금 보기 어려워진 것은 `제비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환경 훼손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실감나게 한다. 그래서 지금은 새 한 마리, 곤충 한 개체가 귀한 대접을 받게 됐다.과거 일본의 모 지방지에 실린 사진 한 장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시냇물 징검다리를 농부 한 사람이 건너고 있는데, 흰 두루미들이 물에서 어울려 놀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사진은 곧바로 `환경보호의 상징`이 되었다. `새와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마을`은 바로 관광명소가 되었다. 과거에는 제비가 사람의 집 처마밑에 집을 짓고 사는 일이 `예삿일`이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일`이 된 것은 바로 “우리의 자연이 이렇게 파괴됐다”는 것을 말해준다.쇠제비갈매기는 제비 모양의 갈매기이다. 이 새는 본래는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에 서식했었는데, 개발바람이 불어닥치고, 바닷물이 넘쳐들어오고, 물고기 등 먹이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쇠제비갈매기들은 살길을 찾아 안동호를 찾아왔다. 낙동강 하구의 다른 철새들도 차츰 내륙지역의 강과 호수로 이사를 한다. 호수에는 빙어 등 먹이가 풍부하니 살만 하다고 여긴 모양인데, 귀한 손님이 온 것이다.지난달 30일 경북대 박희천 조류연구소장 등 조류학자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안동호 모래섬을 찾아왔다. 모래섬에는 쇠제비갈매기 둥지 62개가 발견됐고, 모두 3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안동시는 인공으로 모래섬을 조성했는데, 둥지 6개가 새로 발견돼 `새들의 고향`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성공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학자들은 어미의 생태적응 과정과 새끼들의 발육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무인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하고, 일부 새에는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행동반경을 조사하기로 했다. 개발바람은 새들의 서식환경을 파괴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들이 정착하도록 도와준다.멍청한 사람을 흔히 `새대가리`라 부르며 비하하지만, 새가 머리 나쁘다는 것은 오해다. 먼 길을 갈때 人자 모양의 행렬을 짓는 것은 날개짓 바람을 이용해 힘을 적게 들이기 위함이며, 선두를 수시로 바꾸는 것은 무리의 힘을 안배하기 위한 지혜이다. 쇠제비갈매기 새끼들도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배를 뒤집어 죽은 척하고, 일부는 사람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자 접근하기도 한다. 놀라운 생존의 지혜이다.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서식지를 잘 보존해서 철새들의 천국으로 만들면 안동에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생기게 된다.

2015-06-03

RDF사업장의 관광명소화

무려 8년이나 끌어오던 RDF사업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실시협약 및 사업시행자 지정에 대한 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경제성과 환경성과 공익성을 놓고 시의회가 신중한 검토 끝에 `可`를 놓은 것이다.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쓰레기 전기화 사업`이니, 그 공법대로 하면 아무 이상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환경성 문제로 호동 일원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책도 세웠다.가연성 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니 경제성은 1석2조이고, 연간 90억원 상당의 화석연료 수입대체효과가 있고, 원자력 발전 비율을 낮추며, 신재생 에너지 의무 공급인증서 판매 수입까지 확보할 수 있으며, 매립에 의한 침출수, 온실가스, 악취 등의 피해도 없어지니, 공익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환경성이고, 인근 주민들도 그때문에 반대했다. 그러나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환경오염을 막을 기술도 확보돼 있다. 질소산화물 및 다이옥신을 환원시켜 제거하는 기술인 `촉매환원처리시설`를 설치하면 해결된다.이 사업이 여기까지 온 과정에서는 집행부와 시의회 간의 마찰 갈등도 적지 않았다. 포스코건설과 미래에셋 등 투자자들은 하루가 급하고, 포항시 담당부서로서도 업체의 다급한 사정을 모를 리 없어 “시의원들이 출신지역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발목잡기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했고, 시의회는 “신중히 결정하자는 것이다.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 해결과 한국환경공단과의 위수탁 부분에 대한 수정, 보완만 이뤄지면 언제든지 동의해 줄 수 있다”는 공방이 오가다가 결국 “환경 오염 배출 요인의 제로화에 가까운 신기술 접목”을 추가함으로써 시의회의 동의를 얻게 됐다.그러나 이 시설이 혐오시설로 인식된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쓰레기를 운반하는 차량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광경은 보기 좋지 않다. 자칫 마을 이미지가 손상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RDF사업을 혐오시설이 아니라 오히려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는 공동묘지를 관광명소로 만들었는데, 그것은 묘지를 화려한 꽃밭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부산 RDF공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견학하고 구경하러 오는 관광명소가 돼 있다. 버리는 쓰레기가 전기로 변하는 과정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 관광·견학 코스에 RDF공장을 포함시키도록 각급 학교와 여행사에 협조를 구할 일이다.포항시는 KTX 개통과 함께 관광명소 육성에 힘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 죽도시장, 스틸아트페스티벌, 불빛축제, 크루즈 유람선 운행, 각종 먹거리 개발 등 관광자원 육성 과정에 RDF공장도 한 몫을 하게 되면 인근 주민들은 공장 건설을 오히려 반길 것이다.

2015-06-02

노동시장이 변해야 한다

공동이익보다 개인이익, 국가 이익보다 당파 이익이 앞서는 사고방식이 나라를 병들게 한다. 국회는 `국회선진화법`때문에 “식물국회보다 동물국회가 나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청년실업이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에도 귀를 막고, 한 발자욱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당파 이익에 따라 “이것 하나 통과시켜주면, 저것 들어주겠다”는 이른바 `끼워팔기` `조건 걸기`때문에 국민은 분통이 터진다. 국민은 “다음 선거때 보자”고 벼르고 있지만, 1년이 지나면 어느새 잊어버리니,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망각증`을 믿고 느긋하다.노동계도 국회와 `도찐 개찐`이다. `파업권력`이라는 무기를 수시로 꺼내 든다. 국가이익은 안중에 없고, 내 이익에 조금이라도 손실이 생기면 서슴치 않고 파업무기를 휘두른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해 준비한 공청회가 노동계의 반발로 무산됐다.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위해 공청회에 왔으나 노조원 200명이 가로막아 단상에 오르지도 못하고 돌아섰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고, 노인 대우할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는 현실에서 임금피크제는 절실히 필요한 일이고, 평균수명이 엄청 높아진 상황에서는 더 더욱 그러하다.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임금피크제는 오히려 근로자에게 이익이 된다. 그런데도 노조는 이를 반대하면서 공청회 자체를 막았다. 그러니 “무슨 껀수만 있으면 반대부터 하는 버릇”이란 비난을 받는다. 파업하고 시위하면 어떤 이익이든 얻게 되는 전례가 이런 악습을 만들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니 기업들은 투자를 꺼려하고, 외국 기업들도 한국 투자를 망설인다.비정규직과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 그러니 1년 근무하고 직장을 옮기는 비정규직이 50%를 넘는다. 근로자나 기업체나 다 손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도 노조는 반대한다. 자신들의 신분안정에 불이익이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귀족노조·황제노조란 계급이 생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파업을 벌일 능력도 없다. 노조의 극단적 이기주의가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다.울산은 한국 제조업의 심장이라 할만한데 근래 들어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SK어드밴스드PHD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외국자본까지 유치했다.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보다 반가운 일이 없다. 그런데 노조가 이를 또 막고 나섰다. SK를 `집중 타격 사업장`으로 정하고 `노조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고, 국내·외 기업 투자를 막는다. 노동계가 변하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도 늘지 않는다.

2015-06-02

한국농업, 솟아날 구멍 있나

여러 나라들과 FTA를 맺어 경제영토를 널리는 것도 좋으나, 국토가 작은 나라에서는 농축수산업이 곤경을 만난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갖은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 가격경쟁에서 밀려 폐업하는 농민이 늘어나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하기보다는 명맥이라도 이어갈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중국 남부지역 원난성이나 푸젠성은 항상 봄날씨여서 꽃산업이 번성하고, 그 값싼 꽃들이 한국 화훼시장을 초토화시킨다. 장례식장에 사용되는 국화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20송이 한 단 가격이 한국산은 1만2천원인데, 중국산은 7천원 이하이다. 한국절화협회는 “중국산 국화가 국내 시장 70% 이상을 점령했다”고 한다. 장례식장의 지름 70㎝의 근조화환 하나 만드는데 국내산 꽃을 쓰면 6만원이지만, 중국산을 쓰면 3~4만원이다.꽃에도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돼 있지만, 주로 전화로 주문 배달을 하는 특성상 소비자들은 원산지에 별로 관심이 없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감시해야 꽃값이 더 내려간다. 무엇보다 화훼 경쟁력을 높이려면, `꽃 개발·연구`에 정부가 더 지원해야 한다. 장미의 색깔을 다양하게 변조시키는 것 같은 `기술개발`로 화훼산업이 명맥을 유지하게 해야 한다.불합리한 관세 때문에 한국의 고추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마른고추와 고춧가루는 관세가 270%인데, 냉동고추는 27%에 불과하다. 그러니 수입상들은 관세 낮은 냉동고추를 사와서 이를 녹인 후 마른고추와 고춧가루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서 판다. 냉동고추 수입 가격은 600g당 700원인데, 건고추 수입 가격은 5천660원이니, 냉동고추로 건조과정을 거치고 가루 빻는 공정을 거친다 해도 남는 이익이 크다.이렇게 되니 국내 고추농가들은 “농사를 지을 수록 손해”라며 품종을 바꾸거나 고추농사를 포기한다. 세계적으로 한국고추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단맛과 매운 맛이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기후풍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추이고, 한국의 풍토는 세계최고의 고추를 생산할 최상의 조건인데, 그것이 불합리한 관세 때문에 망실되게 됐다. 냉동고추의 관세를 높이거나, 냉동고추를 건고추나 가루로 가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 한국고추를 살리는 길이다.우리나라 양봉산업도 심각한 위기를 만났다. FTA때문에 저렴한 외국 꿀이 밀려들어오니, 국내 양봉업이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특히 2010년 전염병이 번져 토종벌 80%가 폐사했고, 국내 재래종 벌 사육 농가의 90%가 사라졌다. 앞으로 베트남과의 FTA로 천연꿀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산 꿀은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차원에서 우리 토종꿀을 살릴 방도를 찾아야 하겠다.

2015-06-01

국민 혈세 도둑들

전국 도처에서 국고 도둑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를 당했는데, 그 뿌리는 깊고도 질겨서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고 박근혜정부가 그렇게 애를 쓰는데, 그게 쉽지 않은 이유다. 나라곡간을 드나드는 쥐들 중에는 이른바 지식인 계층이고, 양심 있는 직업군이라 여겨지던 대학 교수들도 끼어 있으니, “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하는 탄식이 나온다.감사원은 최근 국가 연구·개발 참여 연구원 관리실태를 발표했다. 경북대 A교수는 연구원 연구비로 3억8천만원을 받았는데, 그중 2억5천만원을 주식 투자에 사용했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전북대 B교수는 연구용역 23건을 수행하며 연구원 48명의 연구비 통장을 직접 관리했는데, 그 중 11명이 유령연구원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될 인건비 5억8천만원의 용도가 불분명하다. KAIST의 C교수는 제자들의 인건비가 들어오는 계좌로 체크카드를 발급받았고, 이 카드로 집에서 피자를 시켜 먹고 해외에서 자녀들의 장난감을 구입했다.부경대 D교수 부부는 군에 있는 아들을 연구원으로 등록해 연구비를 `용돈`으로 주었다. 8억원에 가까운 연구비가 친척에게 흘러들어간 사례도 있었다. 서울대 F교수는 사촌동생에게 연구원 선발과 관리를 맡겼고, 정부의 지급기준을 무시하고 자신이 임의로 지급액(석사 월 35만원, 박사 월 50만원)을 정해 지급하고, 나머지는 사촌동생의 통장으로 입금시켰는데, 그 돈이 모두 9억8천만원이었으며, 사촌동생은 그 돈을 가족들에게 나눠주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경비로 사용했다.`학자의 양심`만 믿고 사후 관리를 허술히 한 탓이다. 국립대 교수들이 국고 도둑이었다니, 이 나라에 비정상은 도처에 널려 있다. 사후 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하고, 부정부패에 관련된 학자들은 향후 영구히 대학 강단에 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양심불량·양심실종자`들만 득실거리는 우리 사회이다.`대구여성가족재단`도 감사에서 인사상 비리가 적발됐다. 책임연구원의 자격기준은 `박사(석사)학위 소지자로 관련분야 2년(3년)이상 연구경력이 있거나 동등한 자격이 인정되는 자`이지만, 그렇지 않은 책임연구원 2명을 채용했다. 국외여비의 경우, 직원만을 대상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외부 인사를 공동연구원으로 위촉하는 수법으로 예산을 잘못 썼다. 수탁과제 관련 원고료를 지급하면서 직접 원고를 작성하지 않는 직원에게도 원고료를 주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청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경북관광공사는 경영난을 겪으면서도 자격 미달인 업자에게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맡겼고, 부실시공 의혹까지 사고 있다. 온정주의는 부패의 온상이 될 뿐이란 것을 실증해주는 사례들이다.

2015-06-01

이런 고질병 언제 고치나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냈다. 기업체 종사자 600명과 자영업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일이 “관행적·보편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3.8%, `예외적·일시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6.2%로 나왔다. “금품제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김대중정부에서는 20.6%, 노무현정부때는 9.9%, 이명박정부때는 4.6%, 그리고 박근혜정부에서는 2.4%로 감소세지만, 북유럽 청렴국가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다.16개 행정분야 중 부정부패가 심한 곳에 대해서는 `법조계`란 응답이 25.7%, 건축·건설·공사가 19.8%, 세무 17.9%, 경찰 13.9%, 조달·발주 6.6%였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행정연구원 측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부패 방지 노력이 더 필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가 필요하고, 이해출돌방지법령(김영란법)이 제대로 제정돼야 한다”고 했다. 홍콩의 `청렴공사`나 일본의 `도쿄검찰`같은 무서운 사정기관이 필요하다.지방자치단체장들의 `묻지마 투자`도 문제다. 국민혈세를 `내 돈 아닌 돈`으로 생각하고 마구 쓰는 악습이 여전하다.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달성종합스포츠파크 안에 게이트볼장이 3개 있는데, 63억3300만원이 들었고, 무료로 이용한다. 그런데 이용객이 일주일에 한 두 팀에 불과하다. 박경호(66) 전 달성군수가 만들었는데, 수요조사도 없이 밀어붙이기로 지었고, 인구 밀집지역에서 10㎞이상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나쁘다. 이용객도 없는데, 운영예산만 추가로 들어가는 체육시설이 전국 도처에 있다.울산시 남구 스케이트장은 김두겸 전 남구청장이 정확한 수요예측 없이 “이용료를 받고 연간 1만명이 이용하면 운영비는 충당할 수 있다”는 막연한 계획으로 추진했지만, 실패한 지금에 와서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 대전시 중구청 역시 4계절 스케이트장을 열었지만 이용객이 없고,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인공암벽장도 연간 7차례 정도 이용될 뿐이다. 이런 사례들을 전부 조사해서 `예산낭비`라고 판단되면 각종 지원금에서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의 얼굴내기 행태 또한 고질병이다. 최근 `국회지방살리기포럼`이 구미시에서 열렸는데, 선출직 3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 치켜올리기 연설`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정작 대학교수의 주제발표 시간에는 대부분이 자리를 떴다. `포럼`이 아니라 `선거운동`이나 하고 헤어진 모양새였다. 지역 국회의원 이름을 연호하기 했다니, 지방살리기가 아니라 지역 선출직 살리기였다는 비아냥을 받고 말았다. 이런 고질병 언제 고치나.

2015-05-29

포항 지역항공사 설립을

포항시에는 몇 가지 결정해야 할 숙제들이 있다. KTX동해선 증편, 새마을호 재운행, 100년 역사를 가진 구 포항역과 효자역까지의 철도길 활용, 포항공항의 재부활 문제 등이다. 포항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차근차근 풀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과제다. 포항의 미래는 퍽 밝은 편이다. 영일만항을 위한 포트세일이 활발하니 멀지 않아 환동해안 거점 항구가 될 가능성이 높고, KTX 개통으로 인한 관광산업 활성화가 눈에 보이고, 구 포항역과 폐철도 재활용은 구도심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가 곧 개통되고, 동해 해안도로 확장이 착착 진행되니 `교통오지`라는 오명도 사라진다. 이런 밝은 미래를 내다보는 포항시인데, 포항공항 문제가 지금 화두로 등장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철수했고, 향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니 영구 폐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1989년 개항한 예천공항이 1995년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승객이 급감하자 2005년 1월 공항이 폐지됐는데, 포항공항도 KTX로 인해 그런 운명을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고, 그것이 지금 포항의 숙제가 되고 있다.이 시점에서 우리는 `지역항공사`선두주자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제주공항`은 2005년 설립돼 2011년부터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에어부산`은 2007년 설립돼 지금까지 5년 연속 흑자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지자체 마다의 특장이 있고, 시세(市勢)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지역항공사 마다 곤경을 겪지 않고 짧은 기간 내에 흑자행진을 지속한다는 사실은 후발주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충분하다. “LCC(저비용 소형 항공사)는 이 시대의 대세”란 말도 있다. 미국에서 처음 LCC가 선 보였고, 그것이 훌륭히 성공하자 20여년이 지난 지금 붐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국내 최대의 저비용 지역항공사인 제주항공은 올 하반기 코스피시장 상장을 예정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항공기 보유 대수는 5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고, 올 연말까지 22대로 늘릴 계획이며, 운항회수도 계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적 LCC 최초로 항공기 20대 시대를 열었다. 지속적인 기단 확대를 통해 국내선과 국제선에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디양한 노선과 스케줄을 운영하겠다”며 희망적인 전망을 이야기했다.5년 후에는 울릉공항이 개항하게 된다.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운항되는데, 연구용역결과에 따르면 4~5년 내 흑자 전망이 나왔다. 포항공항은 그 거점 공항이 돼야 하는데, 2010년 1월 한국교통연구원의`지역항공사 설립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결과도 긍정적이었다. 그렇다면 포항지역항공사 설립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2015-05-29

북한은 변화하고 있는가

북한이 조금씩 변화하는 조짐을 보인다. 최측근들을 처형하면서도 그 인물을 보도 영상물에서 삭제하지 않는 것, 잔인하다는 인상을 덮으려는 듯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전날 거부하는 외교적 결례를 저지르면서도 남북관계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 등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무언가 `합리적·실리적`외교전략으로 나아가고 있음이 감지된다.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인상에 대해, 북측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기존 기준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는 한국정부의 주장을 전격 수용했다. 북에는 `민간`이란 없는데, “민간끼리 대화하고, 남측 정부와는 상종 않겠다”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고, 한국의 기업들도 정부의 방침을 따르기 때문에 `민간끼리`란 어불성설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5%를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이 개성공단 노동규정인데, 북한은 5.18% 인상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임금규정과 정부 방침을 따라 원칙을 지켰으며, 북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았다.세계여성평화운동단체가 DMZ를 걸어서 통과하겠다면서 당초 “판문점 경유” 를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안전문제와 출입국 절차 등을 고려해 경의선 육로 이용을 권했고, 북한도 이에 동조했다. 판문점을 통과하는 것은 휴전협정 위반이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임수경 현 의원 등이 판문점을 통과한 전례가 있다. 따라서 북측이 판문점 통과를 고집할 수도 있었지만, 유화적 자세을 보였다.미국 출신의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WCD 공동명예회장은 DMZ를 걸어서 넘어온 후 “DMZ를 통한 여성의 평화걷기는 남북한 통일의 가능성 뿐만 아니라 성별, 종교, 계층 간 평화의 가능성도 상징한다”면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쉽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이와같은 `평화행보 이벤트`를 벌인 것은 5·24조치 해제를 염두에 둔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전면해제는 시기상조이고, 인도적 지원과 나진·하산 등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남북협력 사업 등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의원은 `DMZ에 유엔사무국 설치`를 요청하는 서한문을 미국 대통령과 유엔사무총장과 중국 국가주석에게 발송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평양에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을 추진중이다. 북한의 경제개발을 돕고 우리 기업들의 대북 경제협력과 투자 사업을 자문하고, 궁극적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남북한 간의 유화적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으니, 한걸음 한걸음 평화 협력의 길로 나아갔으면 한다.

2015-05-28

포스코의 친환경 경영

우리는 포스코의 친환경 경영을 믿는다. 전 세계적으로 나무가 그렇게 많은 제철소가 없다. 야생조수들이 서식할 정도이다. 포스코는 건설 초기부터 친환경 경영을 표방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철소”란 평가를 받아왔고, 특히 파이넥스공법을 연구 개발해서 더 더욱 친환경·저비용의 경영을 해왔으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포스코는 학생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하는 회사` `주민의 신뢰를 가장 두텁게 받는 기업`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포항제철소는 지금 노후된 부생가스 발전기(4대 100MW)를 고효율 청정화력발전기(1대 500MW)로 교체하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한전으로부터 구입하는 전기료가 매년 7%씩 인상되니 2022년도에는 적자를 면할 수 없기 때문에 자가발전기를 설치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다.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90% 자가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하는데, 포스코는 겨우 46%에 머물러 있으니, 차제에 자가발전량을 늘려 생산원가 부담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며, 또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철강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향상은 필수적이다.그런데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바로 법적 규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쇠를 녹이는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은 허용되고,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에 쓰이는 석탄은 규제를 받는 불합리다. 쇳물 뽑아내는 공정이나 전기를 만드는 공정이나 다 같은 것이다. 대규모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규제를 받아야 하겠지만, 포항제철소에서 자가발전용으로 `부생가스+석탄`을 사용하는 소규모 발전기까지 분별 없이 규제하는 것은 `법의 맹점`이고 입법과정의 실수라 할 수 있다.법에도 예외규정은 있다. `에너지 및 전력수급상의 사유` 또는 `배기 배출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체연료 사용이 가능한데, 포항제철소의 자가발전기에 쓰이는 석탄은 당연히 예외규정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 포항제철소는 “제철공정의 환경 개선을 통해 오히려 배출량 총량은 감소할 것”이라 한다. 석탄재는 밀폐시설에 보관해 비산먼지가 없고 냉각수 및 배출수의 안정적 처리로 인근 해역의 수질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 한다. 우리는 포스코의 윤리·양심경영을 믿으니 `환경개선 약속`에 신뢰가 간다.부생가스와 석탄을 사용하는 발전기 교체 사업은 지역에 엄청난 이익을 준다. 투자규모는 1조원대이고, 62개월의 공사기간 동안 110만 명의 고용효과가 있고, 1조2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오며, 포항시는 지방비 수입 90억원을 매년 얻게 된다. 포항이 `오늘날의 포항`이 된 것은 포항제철소가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하는 일에 시민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2015-05-28

이런 규제부터 혁파하라

박근혜정부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규제개혁을 위한 `대형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그 위세를 보면 당장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같은데, 실제 그 파장이 지방에까지 오면 `미풍`에 그친다. 그 한 예가 울릉도 주민들이 육지에 보내는 일반 화물 선적이다. 전에는 아무 이상 없이 순조롭게 가을에는 오징어, 봄철에는 명이, 취나물, 부지깽이나물 등이 선적됐는데, 세월호 이후 규정이 까다롭게 개악(改惡)돼 울릉 주민들이 큰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울릉 주민들은 아침 마다 `택배전쟁`을 치른다. 세월호 이후 1인당 보낼 수 있는 택배 물량이 라면박스 크기 3개 이하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70~100 명이 우체국 앞에 줄을 서고, 직원이 나와 번호표를 나눠주는데, 45번까지만 준다. 못 받은 사람은 그냥 돌아서야 하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보따리장수 수준의 택배 물량까지 규제를 하고, 보낼 수 있는 물량이 세월호 이전보다 갑절 이상 줄었으니, 울릉도 주민들은 실로 `살맛`을 잃는다.썬플라워호 총 화물선적량은 50t인데, 그 중 차량은 30t이고, 일반화물은 20t으로 규정돼 있다. 세월호 이전에는 이 화물량이 탄력적으로 운영되었다. 나물이나 오징어 등이 많은 봄과 가을에는 차량 선적을 줄여 일반화물을 늘렸다. 그렇게 하니 주민들의 불만은 전혀 없었고, 안전에 이상징후가 발견되지도 않았다. `규정`보다 `현실성`이 더 이상적임을 증명한 사례였다. 그러나 세월호 후 안전규정을 강화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차량 30톤, 일반화물 20톤`규정을 엄격히 지키는 바람에 차량선적이 20톤으로 줄어도 일반화물 10톤을 더 실을 수 없게 규제를 한다. `현실성 있게 이상적으로 운영`되던 지난날의 모습은 사라지고, 주민 불만과 지역경제 손실만 남았다.(주)대저해운은 일반화물을 20톤에서 27톤까지 선적할 수 있도록 화물칸을 개조해서 포항지방해양수산부에 허가신청을 했으나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컨테이너박스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세월호 사고가 났다면서 화물선적을 더 엄격히 규제한 탓이다. 그러나 선박전문가는 “썬플라워호는 쌍동선이어서 어떤 경우에도 15도 이상 기울지 않아 쏠림현상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화물은 그리 중량이 나가지 않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다.행정기관이 `현실타당한 융통성`을 버리고 `규정`에만 매달리는 것은 `감사`때문이다. “왜 규정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한 말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주는 이런 비현실적 규정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규제개혁을 하려면 이런 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행정기관은 주민들과의 대화를 자주 가져 합리적 대안을 찾아내고 이를 근거로 감사에 대비하면 될 것이다.

2015-05-27

친노의 연이은 자충수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전직 두 대통령이 감옥에 갔고, 지금도 기소된 정권실세들이 있다. `살아 있는 권력`조차 사법처리를 당하는 현실이니 `지는 해`가 법정에 서는 일은 예사다. 또 한편 요즘의 제1야당을 보면, 이념의 차이에 의한 내부 분열이 심각하다. “밀지 않아도 넘어가는 집”이란 소리까지 들린다. 그래서 여당은 맞대응하지 않고 느긋이 `대인배 풍모`로 선거에서 연전연승한다.`친노`와 `비노`의 갈등이 조선시대 사색당쟁을 연상시킨다. 집권여당과 맞서 싸우는 일만도 힘에 겨운데, 집안분쟁까지 생기니 “이러다가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와 “건강한 여당이 되려면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하는데…”라는 걱정의 소리도 나온다.친노와 비노가 연일 맞대포를 쏘고, 탈당파가 광주에서 당선되면서 신당창당론도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단합해서 당을 추스려야 한다”는 친노의 목소리보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비노의 목소리가 더 높은 와중에 친노는 자충수만 두고 있다.광주 5·18기념식에서 여당 대표와 비노계열은 야유·욕설·물세례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여당과 비노가 또 다시 박대를 받았다. “위기를 맞아 당이 단합해야 한다”는 소리는 `말`뿐이고 실제 행동은 분열과 고립을 자초한다. 초상(初喪) 조문객이나 제사(祭祀) 제관을 박대하는 법은 없다. 조문객은 반드시 상주(喪主)에게 “참여해도 좋으냐”고 물어봐야 하고, 고인(故人)이 반기지 않는 인사라면 거절하는데, 이번 두 번의 추모제 참석자들은 사전에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조문객을 받아놓고 모욕하고 박대하는 것은 기본예법도 모르는 짓이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이 악수(惡手)를 두었다.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종북몰이 해대다가”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라며 비아냥거렸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만 거론하고 자살의 이유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종북몰이`란 말도 적절치 않다. 이념갈등이 첨예한 분단국가에서 종북을 종북이라 한 것이지 없는 종북을 `몰이`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참담하다”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 “김무성은 속으로 미소지을 것이다”“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욕하고 삿대질해서야 되겠느냐”등의 말이 야당에서 나온다.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는 연세대 법대를 나와 LG전자에 입사했고, 스텐포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중국 북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가 공부하는 정치·경제학이 어떤 부류인지 궁금하다. 마르크스 경제학이나 제3세계의 해방경제학은 아닌지. 노무현정권시절에 그런 정치·경제학이 유행했었다. 그렇다면 그는 갈등을 더 증폭시킬 인물이다.

2015-05-27

포항공항을 살려야 한다

포항공항이 군(軍)공항으로만 남을 위기다. 지난해 6월 대한항공이 영업장을 철수한 데 이어 아시아나도 올해 4월 포항지사에 항공노선 폐쇄와 카운터 철수를 통보했다. 활주로 포장공사가 아직 6개월 남았는데, 공사 후 공항이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KTX 서울노선이 개통되면서 포항~서울간 승객이 급감한 것이 직접원인이다. 서울출입이 잦은 포스코와 포스텍, 철강공단 종사자들의 항공수요도 줄어들 것이다.과거 중앙고속도로 때문에 예천공항이 폐쇄됐다. 탑승객 수가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고, 1989년 11월에 개항한 예천공항은 2005년 1월에 폐지됐다. 포항공항도 같은 운명을 맞고 있는데, KTX 신경주역 개통과 도로망 확충 등으로 2013년 무렵 포항공항 이용객이 27.6% 감소했고, 활주로 재포장공사로 인한 공항 폐쇄 이후 KTX 포항역이 개통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2020년까지 김포노선의 경우 34.7%의 수요감소가 예상되기도 한다. 결국 포항공항의 민간항공사는 수지를 맞출 수 없게 될 것이다.포항공항이 군공항으로만 존속하게 할 수는 없다. 포항시는 경북 최대의 인구 52만명의 도시이고, 향후 산업다각화와 강소기업 육성, 외국기업 유치, 그리고 연일만항 포트세일에 힘 입어 환동해시대의 거점 무역항이 될 가능성이 높은 포항시에 민간항공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외국기업 투자는 교통망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민간항공사가 없는 공항이라면 이는 투자유치에 치명적 약점이 된다. 경제이론에 있어서, 케인즈 경제학은 “수요가 공급을 결정한다”했지만, 고전경제학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했다. 공급이 있으면 수요는 따라온다는 말이다.지자체들이 지역 공항을 살리기 위해 민간항공사를 지원하는 것은 바로 `공급이 수요를 끌어오게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공항의 존속이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된다. 전국에 13개의 공항이 있는데, 12개 공항이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유독 포항공항만은 빠져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각각 항공사 재정지원 조례를 제정해놓고 있지만 실행은 되지 않았다. 강원도는 지난해 양양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78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연평균 91,7%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남도는 무안·여수공항에 손실액의 30%를 지원하고 있다.경북도와 포항시는 그동안 포항공항 민간항공사에 대한 지원에 손을 놓고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례를 제정했으면, 이를 시행해야 할 일이고, 포항공항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성은 너무나 뚜렷하다. LCC(저비용 항공사)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울릉공항과 연계한 경영방침과 국제선 개발에도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투자유치의 관건이다.

2015-05-26

자비(慈悲) 가득한 사회를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이론을 만든 것은 빈부격차 때문이었다. 그는 평생 공평·평등만을 생각했다. 공자도 “가난이 문제가 아니라 불공평이 문제”라 했다. 붓다도 빈자일등(貧者一燈)으로 가난한 자들을 격려했다. 예수는 노예해방의 동력이 되었다. 동학의 수운 최제우도 여종 둘을 며느리와 딸로 맞았다. 모든 성인들은 만민평등을 최고 이념으로 삼았다. 25일 석가 탄신일을 보내면서, 우리사회가 과연 평등한가, 자비가 실천되는가, `빈자일등`이념이 살아 있는가를 반성해야 하겠다.2013년 한국의 상위 10% 평균소득은 하위 10% 평균소득의 10배 이상이었다. OECD의 평균보다 격차가 크다. 빈부격차는 사회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사회 균열을 초래한다. 빈부 격차가 고착화돼 계층 상승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통하지 않게 되면, 그 틈새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생겨나고, 경제발전과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된다. 무서운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층의 빈곤이 문제다.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50% 가까워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인 12.6%보다 무려 4배 가량 높은 것이다. 노인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1위인 것도 그때문이다.불기 2559년이 되는 올해도 다양한 봉축행사가 열렸다. 포항불교사암연합회(회장 덕화 스님)는 아만과 고집을 없애고 보시의 선업을 쌓는 자비의 탁발 시연식을 가졌고, 지난 17일에는 `평화로운 마음, 향기로운 세상`을 주제로 석탄일을 축원하는 시민소통문화제를 열었다. 팔공산 은해사는 성보박물관에서 진신사리 장엄구와 나한특별전을 열었다. 100여개의 사리보관함 중에는 금으로 된 것, 유리, 은, 나무, 청동 등으로 만든 것 등 다양하다. 나한은 불법을 깨닳은 성자들인데, 고려때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표정의 나한상들이 전시됐다.의성 고운사는 국내·외 난치병 어린이 지원금 1천여만원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고운사는 모금을 위해 3천배 철야정진을 진행했고, 의성불교사암연홥회와 자치단체 등과 자비나눔 모금캠페인을 했다.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주지 수진스님)는 경북도가 추진하는 `할배 할매의 날`확산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불교에는 `부모은중경`의 10대 부모은혜와 살생을 너무 해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목련존자의 효행을 높이 기리는데, 할배 할매의 날은 그 정신과 통하기 때문이다.부처님이 중생에게 가르치려 한 것은 탐욕스런 마음을 고치고, 성내는 일을 경계하고, 유치한 행동이나 생각을 끊으라는 것이었다. 이 3가지가 인간의 행복감과 평화를 해치는 장애물이다. 선업 정신만 가진다면 우리사회에는 자비가 가득할 것이다.

2015-05-26

한국-인도의 경제협력

2000년 전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가야국 김수로왕과 혼인을 했다는 기사가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공주는 배에 많은 예물과 석탑을 싣고 김해로 왔고, 수로왕은 친히 영접해 혼인예식을 올렸다. 그때 그녀가 가져온 석탑은 지금 잘 보존돼 있다. 신라 고승 혜초의 인도여행기`왕오천축국전`의 현장이 베나레스인데, 이 지역이 현 모디 총리의 선거구이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 되리라 했다. 세종대왕은 아마 훈민정음을 연구할 때 인도 남부 타밀지방의 언어도 참고했을 것 같다. 그 곳과 우리말이 똑같이 발음되는 단어가 무려 1천300개나 있는데, 그 중에서 “엄마 아빠”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국빈방문을 한 모디 총리는 서민 출신이다. 인도에서는 역대로 귀족계급이 정치지도자가 됐었는데, 모디 총리가 그 관행을 깬 것이다. 그는 이번에 `세일즈외교`차원에서 한국에 왔고, 옛 인연을 거론하며 `감성외교`로 출발했다.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중국을 능가한다. 머지 않아 인도는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예측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적 정치체제가 문제이고, 인도는 아직 잔존하는 카스트제도와 복잡한 종교체계가 문제다. 그래서 `인도란 이런 나라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 힌두교는 모든 신(神)을 다 받아들이므로 가족끼리도 종교가 제각각이고, 현세의 삶에 전혀 관심 없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첨단과학자들도 많다.모디 총리는 여당 대표를 바람맞히면서도 대기업 총수들은 열심히 적극적으로 만났다. `사진찍기용`인 정치인과의 만남은 별 의미가 없고, 인도경제를 진흥시킬 방법만 열심히 강구한 모디 총리였다. 포항의 국회의원 박명재 의원과 이강덕 포항시장이 모디총리 일행을 만났다. 사진찍기가 아니라 포스코의 오리싸주 일관제철소 건립을 논의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포스코는 오리싸주와 제철소 건립 MOU를 체결한 지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주민반대와 복잡한 절차때문이다.박명재 의원은 미하잔 인도 하원의장과 관계부처 장관들에게“포스코 인도제철소 문제가 해결돼야 한국 기업들이 인도에 안심하고 진출할 것”이라고 협조를 부탁했다. 미하잔 하원의장은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문제가 풀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해공항에서 모디 총리를 만난 이강덕 포항시장도 이 문제를 거론하며 협조를 당부했고,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 인도 동북부 오리싸주는 인도 전체 매장량의 20%의 광물이 있고, 뱅골만과 인접한 항만이 잘 발달해 있지만, 인프라가 미흡한데, 포항지역 기업들이 이 인프라사업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으나, 포스코 인도제철소 문제가 표류하고 있으니, 선뜻 나서지를 못한다. 인도정부의 대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5-05-22

썩은 구석이 많은 사회

`제식구 감싸기`가 문제다. 동류(同類)들 끼리 감싸주는 것은 때로 미풍양속일 수도 있지만,`범죄의 온상`이 된다. 더욱이 범죄를 징치하고 단속하는 사법기관이 그렇다면 그것은 오히려 범죄를 조장할 수도 있다. 조선시대 사헌부 같은 사정기관들은 `자기 관리`에 철저했기 때문에 그 명성이 청사에 기리 빚났다. 남을 징벌하는 기관은 자기관리에 더 철저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던 것이고, 이것이 조선조를 500년 이상 지속시킨 힘이었다. 최근 경찰청은 `경찰관 성범죄 관련 징계현황`을 발표했는데, 여기서도 제 식구 감싸기가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경찰관이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후 경찰소청위원회에 넘기면 대부분 처벌이 경감(輕減)됐다. 파면이 해임으로 경감돼 연금을 온전히 받게 되고, 해임이 정직으로 가벼워졌다.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청을 통해 경감받은 비율은 2012년 50%, 2013년 60%, 2014년 58.3%로 늘어나는 추세다. 사정기관의`근본`이 부실하니 부패·비리가 줄어들 리 없다.대구 수성경찰서는 최근 중국에서 수입한 발암물질 벤젠을 섞어 맛기름을 만들어 판 식품업자 3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검은 목화씨에서 맛기름을 짜내는 과정에서 벤젠을 첨가하는 수법으로 38억원 어치를 팔았다. 맛기름을 탈색하는 식용 핵산보다 값이 싼 벤젠은 합성세제의 주원료이고,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벤젠은 인체 면역력을 감소시키고 백혈병이나 각종 혈액질환에 걸릴 위험성도 있다. 중국산 식품을 믿어서는 안 된다. 화학약품으로 계란을 만드는 나라가 아닌가.포항시의회 박희정 의원은 공무원 위탁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문성 제고와는 별 상관없는 일반 교양강좌 수준의 교육을 받는가 하면 특정 교육기관에 `몰아주기식`MOU를 체결했다. 박 의원은 “공무원에 대한 직무능력 향상보다 특정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포항시는 지난해 동국대 인재교육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직무능력 향상보다는 정신교육에 가깝다는 비판이다.감사원에 따르면, 성주교육지원청의 A 과장은 건설업자로부터 3억2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린 뒤 지인들에게 연 20%의 이자를 받고, 다시 빌려주는 수법으로 400만원 가량의 이자수익을 버는 `돈놀이`를 하다가 적발됐다. 업자에 대한 관청의 대표적 甲질이다. 울진군 성류굴 문화관광해설사 9명과 관련 공무원 2명이 울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해설사들은 근무하지 않으면서 허위 활동일지를 작성해 군청에 제출한 후 활동비를 받았고, 공무원들은 이를 묵인한 혐의다. 이런 부패가 사회정의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2015-05-22

탈북자의 적응·정착을 돕자

현경대(76)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탈북자는 먼저온 통일”이라면서 탈북 청소년들에게 “통일 한국의 메르켈이 되라”고 격려한다. 통일독일의 총리가 동독출신의 앙겔라 메르켈이니, 그녀를 롤모델로 삼으라는 말이다. 현재 2만7천여명의 탈북자가 있고, 이들이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정착해야 2천7백만의 북한 주민을 끌어안을 수 있다.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한 두번씩 사기를 당한다. 한국의 실정에 어두운 그들로서는 `적응·정착의 과정에서의 수업료`라 할 수 있지만, 실망감도 크다.박근혜 민주평통 의장은 2013년 11월 평통행사때 “요란한 구호보다 탈북자분들의 정착이 진정한 통일준비”라고 강조했고, 현 수석부의장은 지난해 3월 민주평통지원재단을 설립했고, 장학금 지원, 학업· 생활 상담 멘토링, 탈북대안학교 지원 등을 해오고 있다.혜택받은 탈북 청소년들은 올 3월 국립현충원 묘비 단장에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자유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게 해준 순국선열께 감사드리기 위함이라 했다.서울 강동구에 사는 탈북자 10명이 4월 `되돌이사랑 봉사단`을 발족시켰다. 무료 급식 봉사에 참여하고 독거 노인 600명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봉사`를 한다. 북한에서 소아과 의사였던 남편(76)과 2010년 탈북한 김향순(70·여·가명)씨는 “간병인 일을 하면서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이 많은 것을 알고 놀랐다. 몸뚱이만 가지고 넘어와서 받기만 하고 돌려드린 게 없어 늘 마음이 불편했는데, 경찰의 도움을 받아 봉사단체를 꾸렸다”고 했다.강원도 춘천에는 탈북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손을 모아 조성한 양봉농장이 있다. 직업대안학교에 다니는 탈북 청년 5명과 강원대 사회공헌 동아리 소속 대학생 5명이 설립했다. 탈북 청소년들의 검정고시를 돕는 학습지도를 하다가 “이들이 정착할 길을 찾아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양봉기술을 배웠고, 사업 종잣돈 400만원까지 받았는데,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 `남북하나재단`의 민간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이다.주변에는 아카시아가 많고, 올 봄에는 15kg 정도의 꿀을 수확할 것인데, 이를 춘천에 정착한 탈북 주민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며, 앞으로 밀랍초 만들기 등을 초등학생 용 방과후 과정으로 꾸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남북 청년들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통일준비다.8월 경주에서 열리는 경주엑스포에 북한관을 설치할 예정이고, 북한 공연단 참여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1998년에도 북한관을 설치해 고구려 안학궁과 덕흥리 고분벽화를 전시했고, 2000년에는 북한 영화 2편을 상영한 전력도 있다. 북한의 공연예술은 매우 높은 수준인데, 경주엑스포는 그 실력을 과시할 좋은 기회이다.

2015-05-21

`음식디미방`은 세계기록유산

정부인(貞夫人) 안동장씨 장계향은 16,7세기 조선 중기를 살았던 여중 군자였다. 어릴 때부터 영특했는데, 10세에 소학을 외웠고, 십구사략을 통했으며, 시·서·화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래서 “관동 강릉에 사임당, 영남 영양에 장씨부인”이라 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여자가 너무 뛰어나면 팔자가 세다는 풍설 때문에 스스로의 재능을 숨기며 살아온 탓이고, 수 많은 작품을 스스로 없애버렸을 것이다. 허균의 누님 허난설헌도 “내가 쓴 시를 모두 불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기지 않았는가. 정부인 안동장씨는 시 6편, 맹호도 1점, 초서 1점, 서간문 1점을 겨우 남겼다. 누군가가 가져가 보관하는 바람에 `화`를 면했을 것이다. 그 중 `학발가`시 한 편을 쓴 초서가 전해져서 그녀의 재능과 사상을 알수 있게 되었다. 학발가는 늙은 어머니가 아들을 징병에 보내고 애타하는 정경을 읊었는데, “백발 늙은이가 병을 지니고 있으니/서산에 지는 해처럼 생명이 위태하네/두 손바닥을 마주 대고 하늘에 빌었으나/하늘은 어찌 그리 무심한고”란 귀절도 있다. “창밖에는 소슬한 빗소리/자연의 소리 듣고 있으니/나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네”란 귀절을 보면 그녀는 노·장류의 자연사상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안동 장씨는 10남매를 두었는데, 아들 갈암 이현일이 정2품 이조판서에 제수되면서 정부인(貞夫人)으로 추증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가혹한 세월을 살았다. 광해군시절과 인조반정과 병자호란과 삼정도 치욕의 역사를 살아가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감추며 숨죽이고 살았다. 그러나 70세가 되던 해 그녀는 필생의 사업을 시작하는데, 바로 우리 전통음식을 담아낸 `음식디미방`을 쓰는 일이었다. 146가지의 음식의 조리과정을 세세히 순 한글로 적었는데, 원본은 잘 보관하고 시집가는 딸들과 며느리들은 이를 베껴써서 사용했다. 그래서 그 많은 전란중에도 이 책이 살아남았다.음식디미방에는 정부인의 음식철학이 담겨 있다. 자연속에서 재료를 찾았던 것이다. 뜰에 핀 꽃과 잎이 활용되었고, 순수한 음식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과도한 양념을 금했다. “식품이 곧 약품”이란 말처럼 그녀의 음식은 곧바로 건강식품이었다. 그래서 책이름도 `음식의 맛을 제대로 아는 방법(飮食知味方)`이라 붙인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백과사전이라는 특별한 의미도 지닌다.영양군(군수 권영택)은 구글과 손잡고 음식디미방과 영양군 두들마을 홍보에 나섰다. 최근 열린 홈페이지 공식제작 발표회에는 40여 개 언론사들이 모여들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군은 경북도와 함께 음식디미방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할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한식이 세계 명품음식으로 부상될 날도 멀지 않았다.

2015-05-21

청소년이 날개 펴는 사회

18일 성년의 날을 보내면서 청소년문제를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입시지옥에 내몰리고, 대학을 나오고 온갖 자격증을 따도 취업이 바늘구멍인 청년들, 그래서 우울한 청소년들이 많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공무원은 국민보다 엄청 많은 연금을 받고, 국회의원들은 싸움박질만 하면서 거액의 보수를 받는데, 취업·결혼·자녀를 포기한 `3포 청년`들의 한숨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와 지자체들이 대책을 마련했다.구미시는 제11회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를 21일부터 23일까지 연다. 여성가족부, 경북도, 구미시가 공동주최하는 이 박람회는 국내 최대규모의 청소년축제이다. “나는 국가대표다. 대한민국의 희망이다”란 슬로건 밑에서 거행되는 이 축제는 5개의 주요 프로그램과 200여 개의 다양한 상설 체험부스, 각종 청소년 페스티벌, 멘토 특강, 동아리 경연대회, 연예인 출연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5개 주제마당은 통일미래, 진로체험, 활동참여, 창조경제, 안전체험마당인데, 올해 처음 구성된 창조경제마당에서는 인터넷 기업이 참여해 건전게임, 3D프린트, 드론 등의 미래산업을 선보인다. 또 청소년희망토크 콘서트, 인문학 특강 등도 준비했다.대구시는 청년들이 머무는 활기찬 도시로 만들기 위해 `청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청년위원 30명, 당연직 시 간부 3명 등으로 3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기획소통분과위는 총괄조정·인재네트워크 관리 및 소통을, 알자리창출분과위는 청년 창업 및 일자리 대책을, 문화복지분과위는 청년문화, 재능기부, 복지 및 교육분야를 담당한다. 분과위는 매월 현장방문을 통해 자료를 모으고, 이를 시 관계부처에 건의하고, 간담회를 열어 실현시킬 계획이다.청년위원회가 출범하던 날, `청년위원 게릴라 퍼포먼스`와 대구예술대 학생들의 `뮤지컬 갈라쇼`가 연출돼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어 `청년선언문` 낭독, 행복우산, 풍선을 띄우는 출범퍼포먼스를 펼쳤다. 권영진 시장은 “청년이 떠나는 지방의 도시에서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활력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 청년의 리더이자 컨트롤타워로서의 청년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으로 시정의 중요 청년정책에 대해 청소년위원회와 함께 협치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영남대학교는 개교 68주년을 맞아 5월 15일을 자원봉사의 날로 정하고, 집수리봉사 동아리는 도배작업을, 사진동아리는 장수사진 찍어드리기, 미술과 학생들은 마을 벽화그리기 등 재능기부활동을 벌였다. 또 문화인류학과 학생들은 흥산리의 유래, 역사, 문화 등을 정리한 `마을지`를 제작한다. 청년들이 날개를 펼칠 마당만 만들어주면 그들은 끼와 재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청년의 기가 살아야 나라가 활개를 친다.

2015-05-20

아베의 치사한 반격(反擊)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미국 의회에서 있은 아베의 연설을 다 들은 후 “저 거짓말병, 역사를 부정하는 병을 안 고치면 당신은 스스로 망할 것”이라고 했고, “14세이던 1940년 일본군의 협박과 가족 부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복제조공장에 끌려갔는데, 그 곳은 봉제공장이 아니고 위안부 시설이었다”고 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해 도망가다가 잡혀 와 맞아 죽은 소녀들도 많았고,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없는 악행이었다”는 말도 했다.공재수(92)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때 후쿠오카현 아소탄광 강제징용을 말했다. “막장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고, 하루 두 끼 콩깻묵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지쳐서 좀 쉬면 어김 없이 몽둥이가 날아왔다. 도망치다 붙잡혀 죽도록 매질도 당했다”고 했다. 그 매질도 일본인이 직접하지 않고 조선인을 시켜서 동료를 때리도록 시키는 잔인성을 보였다. 이 강제징용시설을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 한다. 공 할아버지는 43년도에 있었던 전염병에 대해 “병원에 200명 가량 갔는데, 하루 밤 자고 나면 20~30명씩 없어졌다”고 했다. 아소탄광은 현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증조부인 아소 다키치의 것이었다. 그 무렵 일본인들은 “조센진과 명태는 두들겨야 부드러워진다”고 했다.중국 베이징에서는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 죄행(罪行) 유적지`표지 설치가 활발하다. 문화재로 지정된 북경대학 홍루 등 일제침략 유적지와 그 잔혹성을 널리 세상에 알리려는 것이다. 1937년 7월 7일에 있은 노구교사건 이후 북경대학 홍루(紅樓)는 일본군 헌병사령부로 사용되었으며, 항일열사들을 고문하던 `인간지옥`이었다. 중국 문화재 관계자는 “일본군 사령부, 헌병대, 731인체실험 세균부대 등의 시설은 참략역사를 부인하는 일본의 죄상을 증명하는 사료들”이라고 했다.이런 움직임에 일본 외무성은 반격을 가하고 있다. `전후 일본이 국제사회에 기여한 일`을 홍보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아시아의 경제성장에 일본이 기여한 점, 개발도상국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일본의 지원 등을 담은 광고 2편을 미국 CNN을 통해 방송한 것이 국제여론을 돌리는데 도움이 됐다고 판단하고, 그런 동영상을 몇 편 더 만들어 해외 TV에 내보낼 것이라 한다. 한국과 중국의 공세에 대한 대응책이다.미국의 교과서 출판사 맥그로힐이 “일본군이 한국·중국 등의 14~20세 여성 약 20만명을 위안소에 보내기 위해 강제로 모집·징용했고, 위안부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많이 살해됐다”고 기록했는데, 일본정부는 이 부분을 수정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출판사는 완강히 거부했다. 부끄러운 줄은 알면서 왜 사죄는 하지 않는가. 구제불능의 소인배 근성이다.

2015-05-20

`마을축제`의 순수성

관광객들이 `마을축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소박·순수성 때문이다. 자치단체나 기업들이 중심이 된 대규모 축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장기적이고 풍성해 보이지만, `선출직들의 얼굴내기``장삿속 보이기``인기가수 놀이판`등으로 변질된다. 축제가 끝나면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데 얼마 남았다”하는 `계산`을 해서 대부분 “이런 적자축제를 왜 매년 개최하는가”하는 회의론이 나온다. 관(官) 주도적 축제는 으레 `선거운동의 기회`로 이용되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그러나 `마을축제`는 동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주민들이 기획·연출하는 축제이고, 마을의 빼어난 경관과 마을에 얽힌 역사이야기를 바탕으로 2~3일 간 짧게 하고,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이 목적이기 때문에 어떤 정치적 냄새도 나지 않는다. 막대한 돈을 들여 인기가수를 부르지도 않고, 주민들이 모두 나와 인정을 나누고, 연극 공연도 하는데, 아마추어의 실수와 미숙함이 더 매력적이다. 마을축제가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이 순수성 덕분이다. `인간냄새`가 나고, 정치색과 상업성이 끼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5월 초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 `십이령마을`은 울진 금강송숲과 조선시대 보부상을 주제로 마을축제를 벌였다. 200여 가구, 500여 주민들이 총출동해 만들었는데, 기획에서 연출까지 모두 주민들이 머리를 짜냈고, 정치색이나 상업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 마을축제에 올해 700여명의 인근 도시 주민들이 몰려왔다. “볼거리도 많고, 특별한 음식도 많고, 사고 싶은 특산물도 많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십이령마을은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울진의 해산물을 사서 지게나 달구지에 싣고 열두 고개를 넘어 봉화 안동 영주 등 내륙지역으로 팔러 가던 그 역사가 바탕이고, `목적`은 주민의 단합과 화합이다.십이령마을 인근에 왕피천 굴구지마을(아홉구비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은 4계절 체험행사를 벌인다. 봄에는 산나물 체험, 여름에는 피라미 잡기, 가을에 산송이 채취, 겨울엔 눈썰매체험 등을 벌이는데 점점 관광객이 늘어난다. 과거에는 `보는 관광`위주였으나 지금은 체험관광이 주류를 이룬다.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부각시켜 축제의 장을 동민들이 벌여놓은 것이다.정부도 마을축제의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될성부른 마을축제는 지원한다. 십이령 등금쟁이축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3년 연속 지원해왔다. 성공한 마을축제는 전국에 6군데 있다. 경남 함안군 강주마을의 `해바라기축제`, 충남 청양군 천장리의 `겨울 얼음분수축제`, 울산 가지산의 고로쇠 약수제, 강원도 횡성읍의 허수아비 경영대회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의 역사와 지리적 특성을 살린 마을축제는 그 순수성 덕분에 발전가능성이 높다.

2015-05-19

지자체들의 글로벌 행보

글로벌시대에 자폐증은 자멸이다. 더 활발히 해외개척정신을 발휘해야 지역과 국가의 발전이 보장되는 시대이다. 경북, 대구, 포항, 구미, 경주 등 지자체들의 해외행보가 최근 들어 매우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글로벌시대의 움직임으로 지역민들이 성심껏 성원해서 유감 없는 성과를 내야 하겠다.경북도는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고향인 산시성 시안 도화담공원에서 `한중 우호 상징탑`제막식을 거행했다. 실물대의 다보탑 모양의 탑인데, 실크로드 협력사업을 위한 자매결연 체결 2주년과 지난해 한중 인문교류 테마도시 지정 기념으로 세워진 기념탑이다. 중국에는 고운 최치원상 등 한국 관련 많은 상징물·기념물들이 있는데, 오랜 중국 수도였고 진시황의 무덤이 있으며,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고대도시 시안에 다보탑이 선 것은 매우 의미 있다.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최근 러시아 사하공화국 국회 회의실에서 `한국-사하 대구동산 라이프센터`개소식을 가졌다. 이는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식채널이다. 개소식에서 사하 측은 “동산의료원은 미국 독일 일본 보다 의료비가 저렴하면서도 의료의 질은 매우 높다”고 했다. 동산의료원은 지난해 대구시가 주관한 `선도의료기관 해외 거점 구축 및 마케팅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이번에 국제적인 병원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고, 러시아 의료관광 시대를 앞당기게 됐다.경주시는 글로벌문화융성도시를 목표로 활발한 해외협력사업을 벌여왔는데, 최근에는 세계 고도(古都)들과의 `골든시티 글로벌 네트워크`구축작업에 들어갔다. `경주시 친선방문단`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와 국립박물관, 그리고 키르키즈공화국 바슈케크시 등 황금도시로 알려진 곳을 예방하는데, 경주는 옛부터 `황금이 많은 도시`로 유럽세계에 알려졌고, 그 황금도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이번에 연계협력을 하는 것이다. 경주시는 지난 3월 러시아 벨리키 노브고로드시와 우호결연을 체결했고, 오는 7월에는 중국 안후이성 츠저우시와 자매결연을 위한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포항시가 환동해안 물류거점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단은 블라디보스토크시와 `우호도시 협약`을, 북·중·러 접경도시인 러시아 하산군과는 `물류·관광 교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포항시는 영일만항 물동량 확보와 국제 항로 개척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고, 환동해권 크루즈 및 국제페리선 수요 증가에 맞춘 항로 개설과 관광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져 두 도시 항만을 경제적으로 이용하게 됐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빠른 시일내에 국제크루즈와 패리항로가 개설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했다. 포항시가 해양산업 도시로 도약할 글로벌 행보에 성원을 보낸다.

2015-05-19

우울증과 묻지마 살인

치열한 경쟁사회는 인간정신에 치명적인 위해(危害)를 가한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놀라운 성장을 이뤘지만, 행복지수는 하위권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란 소리를 듣지만, 어린 학생들이 받는 공부스트레스·사교육스트레스 또한 세계 최고다. 10세 소녀가 쓴 글 `학원 가기 싫은 날`에 “엄마를 씹어 먹어...심장을 꺼내 먹어...”란 문구가 거침 없이 등장하는 사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11, 13, 15세 아동의 학업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조사 대상 국가 29개국 중 최고였다.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동원예비군 훈련을 받던 최모(23)씨가 사격훈련장에서 총기 난사로 2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했다. 그는 우울증 치료 기록이 있는 B급 관심병사였다. 관심병사에는 A급(특별관리), B급(중점관리), C급(기본관리)로 분류된다. 관심을 두고 관리만 할 것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인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는 없는 것 같다. 그는 유서에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자살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는 그렇게 실행했다.그가 남긴 글에는 `삶의 무의미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왜 사는지 알 수 없다는 절망감이다. 평소에 죽음만 생각하는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세를 보였다. 많은 경우 혼자 자살하지만, 남들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결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는데, 20여년 전 우울증 택시기사가 여의도 광장을 마구 내달려 놀고 있던 아이들을 치어 죽거나 다치게 한 사건도 있었다. 아무 감정도 없고, 이유도 없이 그저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10살 짜리 아이가 어머니를 죽여 씹어 먹고 싶다는 글까지 남기는 사회에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총기 난사 사건을 벌인 최씨는 사격 전에도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걸으면서 혼잣말을 많이 하고, 각개전투 훈련때는 유난히 열심히 하고, 소리도 더 크게 질렀다. 불침번을 설 때는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이때 유서를 썼을 것이라 한다. 사격훈련 전에는 자기가 1번 사로에서 쏴야 한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고 한다. 남들도 죽이고 자신도 죽을 준비를 치밀하게 해왔던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잃고 죽음만을 생각하는 우울증 환자는 이유 없이 남들까지 죽이고 싶어한다. 참으로 무서운 질병인데, 우리사회는 `치료` 대신 `관심`만 기울이고, 그 관심조차 제대로 기울여 관리하지 않는다.사격장의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정신과적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우리사회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가야 한다.

2015-05-18

포스코의 고강도 쇄신 행보

대기업 치고 비자금에서 자유로운 기업이 있겠는가. `부패질서`는 비자금과 동전의 양면 같다. `물귀신 리스트`를 남기고 자결한 전 경남기업 회장이 대표적이다. 정·관계 로비 자금 때문에 경영이 흔들렸고, 더 이상 비자금이 통하지 않자`기업인 최후의 길`을 선택했고, 보복심리로`현정권 실세`들의 이름을 남겨 또 한번의 사정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비자금은 우리 사회에 필요악일지 모른지만,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포스코건설에 대한 비자금 의혹 수사가 확대되면서 포스코는 비상대책을 세우게 됐다. 포스코는 그동안 `근무하고 싶은 기업 1위`였고, 도덕성 면에서 모범적이었으며, 지역친화적 경영에서도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박정희-박태준 정신`을 바탕으로 건설됐고, 민족자본으로 이룩된 철강산업이라는 점 만으로도 포스코는 존경받는 기업이다. 그러나 `정치외풍`은 어느 기업보다 심하게 받아왔으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수가 바뀌었고, 포항종합제철소 초기에는 `종이마패`가 외풍을 막아주기도 했었다.4월 말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포스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을 경영진에 전달했었다. 구조조정을 적절히 하고, 인사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고, 거래관행을 객관 타당성 있게 하고, 비리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윤리원칙을 적용할 것을 제의한 것이다. 포스코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내 이사 전원과 주요 5개 계열사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이들 32명은 권오준 위원장에게 전원 사표를 제출했다.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의 정신으로 한산대첩을 이뤄냈듯이 포스코도 그런 각오로 경영을 쇄신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각오였다.포스코는 국내 경영 뿐 아니라 해외에서 추진중인 제철소 건립에도 `쇄신`을 단행키로 했다. 권 회장은 “해외 각 지역의 생산·판매·서비스 체계가 보다 더 현지말착형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현지 주민과 시민단체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인도 오디샤 주정부와는 2005년 1천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 MOU를 체결했지만, 지난 10년간 별 진척이 없었다. 법적 절차와 행정 인허가가 지연되고,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심했다. 국내나 국외에서나 민심을 얻는 일이 최우선이다.포스코의 기부문화는 지역 친화경영의 요체가 된다. 포스코1% 나눔재단은 네팔 구호 성금 10만 달러를 적십자사에 기탁했다. 포스코 임직원 3만 명 가량의 급여 1%를 기금으로 삼아 아이티 지진, 일본 쓰나미, 필리핀 태풍, 세월호 참사 등 국내외 재난 재해 구호성금으로 기부해왔다. `착한 기업`포스코의 이미지가 이번 경영쇄신을 통해 더 확고해졌으면 한다.

2015-05-18

부실·나태 행정의 결과들

가짜 백수오 사건 이후 `규제 완화`가 능사 아니라는 소리가 높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지고 있지만, 그 효능을 검증하는 행정은 미흡하니, 과대·과장 광고가 판을 치고, 소비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안전관리 의무를 진 식약처는 인력·예산부족 타령이나 한다. 대부분의 검사는 업체가 맡고 있는데, 업체측에서 문제가 있다고 신고하거나 소비자로부터 제보가 들어오는 경우에만 식약처가 움직인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관리 감독을 더 어렵게 한다. 음식이나 건강식품 가지고 장난치는 업체에 대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민간 세무회계사무소가 포항 시내버스 보조금에 대한 검사를 한 결과 방만경영이 여실히 드러났다. 임원의 인건비까지 표준운송원가에 포함시켜 보조금을 더 받아낸 정황이 있고, 임원의 급여도 방만경영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회장의 급여는 1억8천여만원, 부회장은 1억2천여만원, 기타 상근임원은 2억7천680만원 등이었으며, 복지후생비도 관리직이 운전직보다 더 많이 받고 있었다.포항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그 원인이었다. 열악한 근로여건 탓에 운전기사들의 불만이 불친절과 난폭운전으로 나타났고, 요금도 적절히 인상되지 않고 동결되는 바람에 보조금 인상을 부추겼다. 경북도내 타 도시 교통카드요금은 평균 1천150원인데, 포항시는 1천원이다. 서울시는 조례로 정해 교통요금을 2년 단위로 인상하도록 해놓았다. 그리고 교통행정 담당자를 너무 자주 바꾸거나 때로는 전면적으로 교체해 행정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헛점도 있다. 시내버스 업체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어려워한다. 그래서 “공인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를 상근 혹은 비상근으로 채용해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온다.행정기관의 갑질과 전횡이 늘 문제가 된다. 청도군이 발주한 남성현 감꽃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 시행과정에서 이동식화장실 설치와 관련해서 청도군의 석연찮은 행정이 문제를 만들고 있다. 경쟁입찰로 선정된 계약상대자를 군이 `시공능력 부족`이란 이유를 붙여 일방적으로 배제시키고,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것이다. 군청 담당자는 “여기는 관광지로 당초의 업체는 화장실을 멋지게 만들 수 없어 잘 할 수 있는 업체에 떼어준 것”이라 말했지만, 주민들은 “조립식 이동화장실이 무슨 특별한 기술과 모양이 필요한가. 그냥 하나 구입해서 갖다 놓으면 될 것이 아닌가. 특히 당초 화장실 예산은 7천만원인데, 수의계약한 금액은 1억3천만원으로 올렸다. 이게 합리적인 행정인가”라고 물었다.부실행정에 갑질행정까지 아직 우리나라의 행정은 미개발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중앙감사기관은 이런 부분에 대한 감시 감독을 더 철저히 해야 하겠다.

2015-05-15

지자체들의 해외진출 행보

이강덕 포항시장과 지역 기업인들의 동북아 포트세일은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훈춘과 러시아 하산에 있는 자루비노항과 블라디보스토크는 포항항과 같이 태평양에 접해 있는 항구도시들이고, 환태평양시대에 거점도시의 꿈을 가지고 활발히 준비하고 있는 `공동운명체`들이다. `블라디보스토크`란 이름은 러시아어로 “동방을 정복하라”란 뜻이니, 일찌감치 동방진출의 꿈을 가졌던 도시이고, 자루비노항은 근래 들어 러시아 석탄과 석유, 가스를 한국과 일본에 팔 거점 무역항으로 부상되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서해안에 있는 대련항을 주로 이용했지만, 태평양 진출을 위해 훈춘과 북한의 나진·선봉으로 차항출해(借港出海)하고 있다. 포항시 또한 유라시아철도의 출발점이고, 포스코의 원자재를 북방에서 조달하면 비용이 절감되므로, 3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이런 변화에 포항이 발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고, 그 첫 과업이 영일만항 배후단지 조성을 서두르는 일이다. 인입철도를 놓고, 냉동냉장창고를 건립하고, 국제여객선 부두 조성이 급하다. 포항시장은 “영일만항-자루비노항-블라디보스토크항을 연결하는 크루즈·페리항로 개설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물류 뿐 아니라 문화·관광으로 교류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뜻이다. 항로가 열리면 인적·물적 교류가 빈번해지기 마련이다. 포항은 산업관광 자원이 있고, 울릉도와 독도라는 해양관광의 명소가 있으며, 유서 깊은 신라 고찰들도 있다.한·중·러 3국 사이에 북한이 끼어 있고, 핵무기 고집때문에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으나, 나진·선봉지역을 자유무역지구로 지금 개발하고 있으니, 정치문제를 떠나 경제와 문화 교류에는 협조적일 것이라 예상된다. 무기경쟁·체제경쟁 같은 소모전을 그만두고 발전적 교류 협력으로 나아가는 일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마음 먹기”에 달렸다.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9월 중국 청두시에서 열릴 국제무형유산축제에 초청받았고, 화회별신굿놀이 공연단이 가게된다. 이 축제는 격년제로 18일간 열리는데, 학술대회, 전시, 공연행사가 벌어진다. 특히 중국 쓰촨성의 천극의 검보(가면), 무술 등이 공연되는데, 지난해 11월에 안동국제관광재단과 천극원이 워크숍을 열어 인연을 맺었다. 안동의 탈은 탈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애절한 사랑이야기와 몇개의 마당으로 구성된 탈춤 공연은 `신과 인간의 교감` `서민의 한풀이와 해학`을 담아 스토리텔링이 풍성하다.경북도와 K-Water이 손잡고 물산업의 수출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난번 세계물포럼의 성과를 가시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우리의 물관리 전문기술은 세계 최고라 할만하니, 자신감을 가지고 수출의 길에 나선 것이다. 지자체들의 국제적 행보에 충심으로 성원을 보낸다.

201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