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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의 품격과 독창성

등록일 2015-10-22 02:01 게재일 2015-10-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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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 출범 후 가장 큰 변화는 `지역마다 한 두 가지의 축제`가 생겼다는 점이다.

수많은 축제 중에는 전국적 관심을 모으면서 정부의 지원을 획득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슬그머니 사라진다. 그만큼 지역축제가 성공하기 어렵다. 청도 반시축제는 성공한 축제다.

성공하려면 `테마`도 좋아야 하지만, 지역 민관이 힘껏 아이디어를 짜내고 합심협력해야 한다. 청도 반시는 씨 없는 감으로 전국에서 유일하다는 점이 특징이고, 그동안 감와인, 감말랭이, 곶감과 반곶감, 아이스홍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독창성과 품격을 갖춘 청도 반시축제가 올해 그 명성에 금이 갔다. 난데 없이 `코미디 축제`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감 축제가 코미디축제의 부수적 행사 처럼 전락했고, 그 때문에 지역민들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고, 누가 이런 발상을 했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소나 개나 웃을` 일이다. 감축제 중심의 축제에 코미디가 구색맞추기로 한 귀퉁이 차지하는 것은 모르지만 `전국적 명성이 높은 감축제`가 코미디페스티벌의 부속행사로 퇴색했다니, 그 코미디를 보고 웃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청도반시축제는 매년 3억5천만원 가량이 드는데, 이번 함께 열린 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의 경우, 8억원 정도 소요됐다고 한다.

청도군은 “캐나다, 필리핀, 덴마크, 체코 등 4개국에서 초청된 해외 코미디 공연팀의 페스티벌과 청도반시 웃음봇따리 축제가 펼쳐집니다”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외국어로 말하는 코미디`를 보고 누가 웃겠는가. 돈은 돈대로 쓰고, 감축제를 쓴웃음이 나오게 만들어버리는 이런 멍청한 발상이 실로 가소로울 뿐이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개그맨 저들만의 잔치로 비쳐져 농촌지역 정서에는 맞지 않다” “반시와 관련된 이벤트는 별로 없어서 반시축제의 특성이 보이지 않아 맥빠졌다” “지역축제의 목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억원 돈들여서 축제 망친 대표적 사례다” “시행착오를 깨닫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 등등 비난의 소리만 들려온다. 그러나 또 한편 관광객 25만명을 불러모으며, 박수갈채를 받은 축제도 있는데, 바로 칠곡군의 `낙동강 호국 대축전`이다.

6·25때 최후의 방어선이었고, 최대의 격전지였던 그 낙동강 현지에서 “전쟁의 비극을 다시 없도록 하자”면서 올해 3번째 열렸다.

이 자리에는 참전 13개국에서 온 외교사절들이 참여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이 지구촌 평화의 상징이 되도록 축제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칠곡군은 또 `인문학 축제`를 펼쳐 “품격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고장”이란 찬사를 받았다. 지역축제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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