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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봄 닮은 역동적 선율 선보일 것”

포항시립교향악단과 경북도립교향악단이 대한민국 최대 교향악 축제인 ‘2021 교향악축제’에 초청악단 자격으로 참여해 클래식 음악의 진수를 선사한다.33회째를 맞는 교향악축제는 1989년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첫 선을 보인 이후 올해까지 국내외를 대표하는 다수의 교향악단이 참여하는 세계 유일의 음악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서울과 지역 교향악단이 음악적으로 교류하고 유망 연주자를 발굴하는 자리다.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의 발전방향과 현주소를 가늠하게 해주고 일반 시민에게는 문화적 자긍심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기능을 해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30일부터 4월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며 21개 교향악단이 참가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음악계 정상화를 염원하는 바람을 담아 저마다의 기량을 뽐내게 된다.특히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초청을 받은 포항시립교향악단은 지방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맘껏 선보일 수 있는 모처럼만의 기회를 맞아 선곡과 연주에서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다.이번 연주회에서 포항시립교향악단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임헌정의 지휘와 정상급 피아니스트 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함께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7번 내림나장조 K.595’,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베토벤 ‘교향곡 제7번 가장조 Op.92’를 선보인다. 이중 베토벤 ‘교향곡 제7번’은 환희와 낙관적인 분위기가 충만한 작품으로 특히 구성과 수법, 내용, 악기 편성 등에서 당시 나폴레옹 전쟁과 실연을 극복한 베토벤의 밝고 생기 넘치는 기운을 느끼게 해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일곱 번째 교향악축제 초청을 받은 경북도립교향악단은 다음달 7일 오후 7시 30분 상임지휘자인 백진현의 지휘로 피아니스트 박진우(중앙대 교수)와 함께 연주 내공을 보여줄 예정이다. 다루기 까다롭고 장대한 서사로 국내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는 쇼스타코비치의 러시아 혁명을 묘사한 ‘교향곡 제12번 라단조 Op. 112 1917년’과 림스키코르사코프 ‘러시아 부활제 서곡 Op.36’,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올림바단조 Op.1’으로 관객을 만난다.백진현 경북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는 쇼스타코비치 곡에 대해 “코로나 블루로 온 세계가 어려운데, 정제됐지만 역동적인 선율을 통해 혁명의 에너지가 주는 진한 감동을 전하겠다”고 소개한 뒤 “국내 정상급 교향악단이라는 자부심과 경북도민들의 사랑과 기대에 부족함이 없도록 좋은 연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2021-03-24

‘ARE YOU OK?’… 화가 양윤정이 건네는 안부인사

서양화가인 양윤정(57) 작가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1층 전시실에서 ‘ARE YOU OK?’라는 주제로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30일까지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 양 작가는 ‘자연의 순환기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자신의 고통과 회복, 치유의 경험에서 바라보는 삶의 소중함’을 얘기한다. 자신의 일기를 그림으로 캔버스에 저장한 듯 그리는 것이다. 현대인을 의인화한 자연물과 내면을 나타내는 인체형상, 일상의 소중함을 담은 ‘생수 하우스’ 등의 소재들과 이야기들을 작품 속에 더해 ‘회복’과 ‘치유’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디테일한 붓의 움직임과 명료한 색채들을 통해 초현실적인 구상에 팝아트적인 요소를 더한 작품으로 나타내고 있다.전시 주제작인 ‘따뜻한 기억’과 ‘눈 깜짝할 사이(100호)’는 체험 연계작품으로 관객과 함께 완성하고 있다. ‘WINNER’, ‘꿈꾸는 미래’, ‘NOW’, ‘꿈에서 너를 만나다’, ‘내면으로의 여행’ 등 전체 미공개 신작 44점이 전시된다.양 작가는 “우리는 ‘ARE YOU OK?’라고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언제나 극복할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괜찮아’라며 일상에서 힘든 감정들을 격려하는데 필요한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한해에 이어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그래서 마음속 내면에 위로가 전해지길 바라며 캔버스에 그림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통의 날들, 또 우리들의 미래에 다가올 행복을 다루며 다소 불안정하고 걱정 많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 작은 행복들의 소중함을 느껴보라고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양 작가는 지난 2019년 56세 늦깍이로 동국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중앙대 예술대학원 미술학과에 재학중이며 제22회 대한민국 영남미술대전 우수상 등 다수의 공모전에 입상했다. 2019년부터 활동했으며 ‘부산국제아트페어 2020’ ‘채움단체전’ 등 전시를 이어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24

“천년역사 신라 도자 전통 세계에 알리고 싶어”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 도자의 전통을 오롯이 지켜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22일 오후 경주시 보문동 남촌마을에 자리한 ‘남촌도예’에서 만난 서무성 도예가는 자신의 작품을 어루만지며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22년째 이곳에서 남촌도예라는 이름의 도예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 토기의 아름다움에 빠져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그는 청화백자 차 세트의 작품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서 도예가는 24살 때 전국기능올림픽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남다른 도예 실력을 발휘해 청년 작가 시절부터 주목받았다. 도예를 중심으로 나눈 그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도자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도자기를 배우기 위해 요업과가 있는 경주공업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방과 후 물레를 배워 학생 신분으로 기능대회에 참가하여 입상도 한 바 있다. 물레를 차면서 흙이 항아리 형태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되어 도예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달라△1. 수비(흙 정제하기) 2. 흙 밟기 3. 꼬박 밀기(진공 토련) 4. 물레 성형 5. 정형(다듬기) 6. 조각, 초벌구이(1차 소성 : 850˚c~950˚C) 7. 안료 시문(코발트안료 그림그리기) 8. 시유(유약 바르기) 9. 재벌구이(2차 소성 ; 1250˚c~1280˚c) 10. 완성 후 불량 선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청화백자는 순도 높은 백자에 청색의 코발트 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투명유약을 입혀 환원염에서 구워낸 도자기를 말한다. 청화안료는 회회청이라고 하여 처음에는 중국에서 수입하였는데 조선왕족실록에 의하면 1463년부터 1469년(예종1) 사이에는 수입이 어려워 국내산 토청을 채취하여 청화백자를 번조하였다고 한다.-도자기를 만들면서 가장 뿌듯했던 경험이 있다면.△도예의 길이란 평탄하지 않다. 경제적인 면에서부터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많은 고난의 시간과 수고가 따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도자기를 보며 좋아해 주는 사람들 때문이다. 내가 정성 들여 만든 찻잔에 차를 우려 마시면서 행복을 느끼며 심신의 안정을 찾는다는 사람들의 말에서 위로를 받는다. 도자기 체험학습에 참여한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코일을 밀어서 한 줄씩 쌓아 올려 열심히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서 “선생님 멋지게 가마에 구워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도 보람을 느끼게 한다. 어린이들의 작품을 가마에서 꺼낼 때 설레고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피로감이 달아난다.-남촌도예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면.△‘남촌도예’를 떠올리는 차인들은 순수함과 깨끗함, 섬세함을 떠올린다고들 한다. 청화백자란 순도 높은 백자 표면에 청색의 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린 조선 시대 대표 도자기이다. 연꽃을 모티브로 그린 다구는 남촌의 대표 시그니처다. 연꽂의 꽃말처럼 청결하고 고귀한 다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남촌도예는 전통과 실용성을 겸비한 다기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다구는 종류가 많다. 남촌은 차를 처음으로 입문하는 사람들이 생활차를 배우는 다기를 널리 보급하고 있다. 청화백자는 녹차의 탕색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운 다기이다. 탕색뿐만 아니라 다관의 그립감이나 절수(물이 떨어지는 현상)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차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도자기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도자기는 우리의 생활 속에 아주 밀접해 있다. 비싸고 깨지기 쉽고 무겁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제품이 나오면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도자기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취미생활로 배우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여러 분야에서 도자기가 많이 접목되어 있다. 다구를 만드는 도공으로써 현대인들이 차를 즐겨 하고 다기를 실생활에 많이 사용하기를 바란다. 요즘 현대인들이 보이차를 즐겨 마신다. 보이차는 중국 다구인 자사호에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결코 그렇지가 않다. 물론 좋은 자사호도 많이 있다. 하지만 어떤 흙으로 화학물질이 섞였는지 알 수 없는 자사호들도 너무나 많다. 우리 도공들이 만든 전통 다구들도 아주 우수하고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 중국 다구가 아닌 한국 다구들을 사랑해주기를 바란다.-포부 및 앞으로의 계획은.△신라 도공의 후예라는 긍지와 함께 도자기의 길을 35년째 걷고 있다. 경주에서 천년의 도자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개발하려는 욕심과 끈기로 명품 경주 도자기 문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해왔다. 대한민국 도예 명장을 열심히 준비 중이다. 35년 도예의 길을 가고 있으면서도 아직 한 번도 개인전을 열지는 못했다. 물론 초대전이나 단체전은 수없이 열었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오로지 남촌도예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준비해볼까 한다. 누구나 생활 속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다기와 생활자기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23

다양한 장르 미술 작품 400여 점 한자리서 감상

대구미술협회(회장 이점찬)는 23일부터 28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전관에서 대구지역 전체 회원이 참여하는 ‘제40회 대구미술제’를 연다.대구미술협회가 주최하고, 대구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 미술제에는 대구미술협회 회원들의 열정이 담긴 우수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 400여 점이 대거 출품된다.미술사적으로 돌아보면 대구는 근·현대 미술의 메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전통적인 화단을 일궈 왔다. 혹독했던 일제 강점기 국내에 서양화가 처음으로 도입되면서 서양화 분야를 개척하고 발전시켜온 인물들이 대구지역에 근간을 두고 활동했기 때문이다. 이인성, 서동진, 박명조, 이쾌대, 정점식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화가들이 대구 출신이거나 대구를 무대로 활동했다.이점찬 대구미술협회장은 “지금까지 40회를 거쳐 온 대구미술제는 대구 화단의 오늘을 보여주는 미술의 대향연으로 지역 미술인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대구문화예술계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며 “순수 회화에서부터 입체조형, 공예, 서예, 문인화, 미디어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2021-03-22

3월은… ‘부에노스아이레스 - 줌 인 탱고’

(재)포항문화재단은 올해 신규 프로그램인 2021 기획공연 인문학 콘서트 ‘조희창의 음악 오디세이’를 개최한다. 인문학 콘서트는 강연과 공연이 결합된 콘서트로 3∼5월 3회에 걸쳐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펼쳐진다.‘조희창의 음악 오디세이’는 세계의 주요 항구도시 중 부에노스아이레스, 베네치아, 나폴리, 뉴욕을 대표하는 음악을 듣고 이해하며 항구도시인 포항의 위상을 생각해봄과 동시에 포항 예술의 다양성을 되짚어보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31일 오후 7시 30분 부에노스아이레스의‘탱고’를 시작으로 4월 24일 오후 5시 베네치아와 나폴리의‘클래식’과 5월 15일 오후 5시 뉴욕의‘재즈’와‘뮤지컬’등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클래식 음악계의 스피노자’로 불리는 조희창 음악평론가의 해설로 인문학적 깊이를 더하고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연주로 공연의 품격을 높여 관람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진행을 맡은 조희창 음악평론가는 월간 ‘객석’ 기자, 월간 ‘그라모폰코리아’ 편집장, KBS 1TV ‘클래식 오디세이’ 대표작가를 지냈으며, 세종문화회관 예술아카데미에서 10여 년간 강의를 해온 수준급 강사로 동시대 정치·역사·예술사까지 확장해 해설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천안예술의전당, 대전예술의전당 등 여러 기관에서 음악 강의와 공연 해설을 하고 있다. 또한 공연전문지 클럽 발코니의 편집위원으로 있으며, 다양한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전설 속의 거장’, ‘클래식 내비게이터’, ‘베토벤의 커피’, ‘조희창의 에센셜 클래식’, ‘클래식이 좋다’가 있다.이번 3월은 탱고의 황제‘피아졸라’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부에노스아이레스 - 줌 인 탱고’편으로, 연주진은 퓨전재즈밴드 그루잠의 보컬 애쉬,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국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네오니스트 임시내, 박윤우트리오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타리스트 박윤우, 프렌치 집시 밴드 더스키80(DUSKY80)의 멤버이자 필스트링의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 베를린필하모닉 캄머홀 위촉 작품의 작곡가로 활동했으며 영화 ‘출국’, ‘유리정원’, 드라마 ‘터치’ 등의 음악을 작곡한 피아니스트 오은철이 출연해 피아졸라, 비욜도, 카브랄의 대표 작품들을 연주한다.관람료는 전석 1만원이며 문화예술회관 내 위치한 카페 히즈빈스의 20% 할인이 포함된다. 또한 기존 할인율 외에 특별히 ‘포항시 인구 51만 회복을 위한 포항사랑 주소갖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포항청춘공감’할인을 마련해 포항에 주소지를 둔 대학생(대학원생 제외) 대상 1+1 티켓 이벤트를 실시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사전 예매만 진행하며 문의는 티켓링크 1588-7890 또는 포항문화재단 문예진흥팀( 054-289-7830)으로 하면 된다.박주희 포항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우리가 사는 도시의 의미와 역사를 살펴보고 그 공간 속에 담겨 있는 인문학적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번 인문학 콘서트는 조희창 음악평론가 강연을 통해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어온 우리 포항시의 과거와 미래를 짚어보고 앞으로 지역 커뮤니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22

초대… 라흐마니노프·말러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제474회 정기연주회가 26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봉을 잡고, ‘지나 바카우어 국제 아티스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협연한다.이번 음악회에서는 겨울왕국 러시아의 서정이 깃든 라흐마니노프와 청춘의 봄을 노래한 말러, 두 거장의 작품을 연주한다.열정과 감동, 화려한 기교까지 겸비한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피아니스트, 작곡가, 지휘자로 승승장구하던 라흐마니노프는 첫 교향곡이 초연에서 참패하자 심한 우울증에 빠져 약 3년간 작곡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불굴의 의지로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완성했고, 1901년 11월 이뤄진 초연이 호평을 받으며 재기에 성공했다.후반부에는 말러의 ‘교향곡 제1번’을 들려준다. 이 작품은 말러의 첫 교향곡이면서도 그의 음악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골고루 담고 있다. 연주 시간도 약 50분 남짓이다. ‘교향곡 제1번’에는 ‘거인(Titan)’이라는 표제가 있다. 이 제목은 독일의 소설가 장 폴 프리드리히 리히터가 썼던 동명의 소설 제목을 인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말러는 이 곡에서 거인의 초인적인 모습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청춘의 기쁨, 고뇌, 낭만을 비롯해 삶의 허무 등을 표현함으로써 20대 청년, 다시 말해 말러 자신의 초상을 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말러의 제자 브루노 발터는 이 작품을 일컬어 ‘말러의 베르테르’라고도 했다.또한, 교향곡 제1번은 말러 특유의 작곡기법이라 할 수 있는 ‘자가 복제’와 ‘인용’이 효과적으로 사용됐으며, 대규모 악기편성과 특색 있는 악기 운용이 돋보인다.줄리안 코바체프 지휘자는 “코로나19로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대편성의 화려한 작품들로 선곡했다. 100인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21

“한국인 정체성 확보·풍요로운 삶의 질 목표”

“인문학 강좌의 주제는 희생과 봉사 정신입니다. 실제 인문학 속에 녹아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지요. 제가 강사료를 일절 받지 않는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입니다. 스스로 직접 몸으로 실천해야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하지요.”인문학 강사로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범교 교수의 말이다.이 교수는 2011년 포항에 ‘일월문화원’을 설립해 인문학 강좌를 개설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운영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포항 ‘일월문화원’ 말고도 경주, 울산, 서울 등에서 왕성한 인문학 강의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지구촌 시대에 더욱 절실한 한국 전통문화와 그 원리에 대한 이해를 확산해 한국인의 정체성 확보와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 교수를 20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어떤 분야의 인문학 강의를 하나?△현재 고정적으로 강좌를 하는 곳은 포항 ‘일월문화원’, 경주 ‘문화와 사람들’, 울산 ‘울산문화아카데미’, 서울 ‘서울문화아카데미’ 등 4개 지역이다. 특히 사단법인 일월문화원에 속해 있는 ‘포항일월문화 아카데미’의 강의를 전담하고 있으며 경주, 울산, 서울 등을 오가면서 강의를 한다. 강의 주제는 역사, 문화,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 현황 및 코로나 19에 관하여 유튜브 영상으로 강의했다.-일월문화원은 어떤 단체인가?△포항의 많은 사람이 역사, 문화 등의 인문학에 관심이 있지만 실제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포항지역 시민의 인문학적 목마름을 달랠 수 있는 문화단체로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2011년 일월문화원 내에 ‘일월문화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하여 인문학 강좌를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저녁 200여 명의 성인이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 앉아있는 장면을 볼 때는 가슴이 뛴다. 강의의 절반 정도는 전국의 유명강사를 초빙하여 특강으로 진행한다. 둘째, 넷째 토요일에는 직접 유적지를 찾아가는 문화 답사와 포항시민 참여를 위한 문화 기행 및 해외 답사를 한다.-어떻게 인문학 강의를 시작하게 됐나?△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인재개발원 기술교육팀장으로 근무했다. 대학 재학 때 사서삼경과 불교, 법률, 경제학 서적 등을 탐독하는 등 인문·사회과학에 심취했었다. 대학 진학 후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대학 졸업 후 회사에 다니면서도 경주박물관 및 포항 주변의 유적지를 꾸준하게 탐방하며 연구했다. 그러다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커져서 40대 중반에 과감하게 사표를 내게 되었다. 어쩌면 겁이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퇴직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뭔가?△2001년 경주박물관의 삼국유사 강좌에 등록해 공부하며 책을 쓰기 시작했다. 박물관이나 현장답사 가는 날 빼고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집필에 몰두했다. 그렇게 삼국유사(三國遺事)를 공부하여 2004년 두 권짜리 삼국유사의 종합적 해석(민족사)을 출간했다. 공학도 출신의 무명의 필자가 삼국유사 해설서를 펴낸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이었다. 불교 서적을 많이 내는 민족사의 윤재승 대표는 출신 성분도 묻지 않은 채 원고만 보고 출판을 승낙했다. 현재 4쇄까지 찍을 정도로 독자층이 형성돼 있다. 삼국유사와 관련된 2천여 편의 논문과 수많은 단행본을 해석하고, 저명 학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편집해 저자의 주관적 판단을 최소화하며 종합적 해석을 담은 결정판이다.-밀교에 관한 책을 쓰셨던데 밀교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밀교(密敎)는 최후의 대승불교다. 밀교는 700년대 초에 인도에서 중국으로 들어와 750년 무렵 신라까지 전해졌다. 1947년 손규상 선생이 밀교 종파인 진각종을 만들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공부를 하면 신도들이 도망치기 때문에 쉽게 그림으로 푼 것이 만다라다. 만다라는 중론과 유식론을 합쳐 놓은 것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진언도 밀교에서 나온 경전이다. ‘밀교와 한국의 문화유적’이란 책은 3~4세기에 관념적인 한문 중심이었던 대승불교를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재구성한 밀교의 해설서이다. 어려운 밀교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도표, 그림, 사진을 최대한 활용했다.-코로나19 시대에 강의는 어떻게 하고 있나?△코로나 이전에는 일월문화아카데미에서 매주 수요일 200여 명의 성인이 모여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작년에 250여 명의 수강생을 모집해 놓고 지금까지 대면 강의가 중단된 상태이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 유튜브를 통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의 특성상 아무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좋지만 대면 강의에서의 열정을 느낄 수 없어 아쉽다. 빨리 코로나19가 끝나서 현장 강의와 문화 답사를 함께 다니며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많은 사람이 인문학이 실생활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하고 의구심을 갖는다. 다시 말하면 인문학이 먹고사는 데 무슨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답을 정확히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인문학과 경제, 국제 문제 등을 결합하여 강의하고자 한다. 또 하나의 바람은 제가 지난 10년간 강의해왔으나, 계속해서 강의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누군가가 이어주어야만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남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정신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분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21

“시인답게 사는 게 내 평생의 꿈… 독자에게 보내는 손편지 같은 시집”

박범신 작가. /은행나무 제공“시인답게 사는 게 내 평생의 꿈이었지요. 산문의 세계는 기실 잔인하기 이를 데 없어 차마 마주 보기 두려웠어요. 그래서 나는 내 혼의 체형에 맞는 비애의 안경을 만들어 쓰고 세상을 보았으며 그 안경 너머의 세계를 오직 기록하며 살아왔어요. 그게 지금은 정한으로 남는군요. 나는 왜 행복한 이들의 이야기를 쓰지 못했을까.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존재하긴 존재하는가. ”- ‘꿈’ 중에서소설 ‘은교’의 유명 작가 박범신(75)의 신작 시집 ‘구시렁구시렁 일흔’(창이있는작가의집)이 출간됐다. ‘구시렁구시렁 일흔’은 희(喜)·노(努)·애(哀)·락(樂)·애(愛)·오(惡)·욕(欲)·그 너머·소설 등 9가지 주제에 140여 편의 시가 담겼다.박범신 작가는 ‘시인을 꿈꾸었던 작가 박범신의 두 번째 시집’이라는 표지글에서 “본래 ‘시인’인 나를 지금이라도 부디 ‘시인’으로 너그럽게 받아주세요”라 고백하고 있다.이 고백은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를 상호 연관시켜 그가 나타내려는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발로라 할 수 있다.박범신은 오랫동안 소설 문단을 대표해온 인기 작가 중 한 명이다. 1973년 등단해 시적인 문체와 젊은 감수성으로 대한민국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최고 작가의 자리에 올랐지만 2016년 성추행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다.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작품인 이번 신작 시편들은 대부분 성추행 파문 이후 소설을 쓰지 않고 지내온 시간의 정서와 사유를 응축시킨 것으로 평가된다.박범신은 이번 시집은 독자들에게 일일이 손으로 편지를 써서 전하는 자신의 심정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슬픔에만 침윤해 있었던 건 아니고, 그 과정을 통해 나의 인생과 문학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었다”고 했다.박 작가는 청년작가와 노인의 위험한 틈새, 거기에서 절로 비어져 나온 오욕칠정의 얼룩들을 나의 항아리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에 대한 고마움과 독자곁에 있고 싶은 간절함을 전했다.박범신 작가. /은행나무 제공박 작가는 “작가이름 48년, 돌아보면 매 순간이 얼마나 생생한 나날이었던가. 매일 캄캄한 추락 매일 환한 상승의 연속이었다”며 “그 생생한 경계의 먼 길을 함께 걸어준 수많은 독자에게 엎드려 고마울 뿐이다”고 밝혔다.이어 “바라노니 이제 사랑하는 당신들 곁에서 다만 ‘구시렁항아리’로서 깊고, 조용하고, 다정하고, 어여쁘게 늙어가고 싶다”라며 “사람으로서의 내 남은 꿈이 그러하다”(‘제목 이야기’)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시인답게 사는 게 내 평생의 꿈”이었다며, 소설 쓰기의 두려움을 함께 드러냈다. “나는 상처받았고, 그것들은 내게 잔인하고 비루한 폭력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러므로 그것들에 저항할 수 있는 한 가지 길은 스스로 상상력의 우물을 닫아버리는 자멸적 반역이었다는 걸 이해해달라고 말하진 않겠”다며,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일”일 거라고 속마음을 내비쳤다.박범신 작가는 충남 논산에서 출생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된 이후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고향인 논산 ‘와초재’에서 지역민들과의 교류와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대표작은 ‘은교’, ‘겨울환상’, ‘나마스테’, ‘소금’, ‘겨울 강 하늬바람’, ‘더러운 책상’등이 있다. 등단 30주년 기념 시집이 있긴 하나 정규 시집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8

법이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

‘법철학’(교유서가)은 법이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 법은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정의나 권리, 도덕의 문제와는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간명하게 서술한 법철학 입문서다.인간의 사회적·정치적 생활의 중심에는 법이 있는데, 이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고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 법철학이다.이 책은 법과 법체계가 어떤 본질을 가지고 무슨 목적을 위해 존립하는지를 조망한다. 저자 레이먼드 웍스는 이번 개정판에서 법실증주의, 법현실주의, 인권에 관한 최신 이론을 소개하고 로널드 드워킨의 최근 저작까지 조명한다.아울러 법의 본질, 정의, 법적 개념들의 의미를 명료하게 분석하고 법철학적 숙고를 철저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법철학과 관련되는 네 갈래의 주된 질문을 던진다.첫째로 ‘법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서 유명한 자연법론자들과 법실증주의자들을 불러낸다. 현대 법철학의 거장 로널드 드워킨의 기여도 다룬다. 둘째로 ‘권리와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서 권리론과 정의론을 정립한 대가들을 소개한다. 셋째로는 ‘법만 들여다본다고 법을 이해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사회학의 렌즈로 법을 관찰한 학자들을 소개한다. 넷째로 ‘기존의 법과 법학으로 충분한가’라고 물으면서 법 자체에 대한 비판적 음미와 함께 법과 법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는 논의들을 소개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8

전국 교회, 내달 4일 2021년 부활절연합예배

포항을 비롯한 전국 교회들이 4월 4일  ‘2021년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며 예수 그리스도 부활을 기념하고 축하한다.교인들은 부활절 예배를 통해 코로나19 소멸과 환자·정부·지방자치단체·의료진·자원봉사자들, 4.7 재보궐선거, 민족과 열방 복음화, 한반도 복음통일, 세계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연합예배 주최측은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손 소독제 비치, 식사제공하지 않기, 거리두기 등 정부가 발표한 방역지침을 준수한다.현장 참석자 수는 대폭 축소하고, 기독교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포항시기독교교회연합회(회장 안순모 목사)는 이날 오후 3시 포항중앙교회 본당에서 '2021년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린다.말씀은 장영일 목사(대구범어교회)가 전한다. 예배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안순모 포항시기독교교회연합회장은 "부활절을 맞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들어 하는 성도, 교회, 국민, 국가에 하나님의 축복과 예수님 부활의 기쁨이 가득하길 축복한다.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이웃사랑을 실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문의 : 010-7517-7426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최원주 목사)는 이날 오후 2시 대구내일교회에서 '예수부활 대구여! 소망을 노래하자'를 주제로 2021년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린다.말씀은 정필도 목사(부산수영로교회 원로)가 설교한다.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소수 인원만 참석하며, 200개 교회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이용해 연합예배에 동참한다.연합예배는 대구극동방송과 대구내일교회 자체 유튜방송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문의 : 053) 654-3311부산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김문훈 목사)는 이날 오후 3시 부산포도원교회에서 '부활의 소망 회복의 시작'을 주제로 2021년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린다.말씀은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전한다.4천500석 규모의 포도원교회에는 부산지역 거리두기 1.5단계를 기준으로 볼 때 전체 30%에 해당되는 1천300명이 대면예배에 참석할 수 있다.부활절연합예배 헌금은 입양가족, 나라사랑선교회, 부산 외국인근로자선교회, 통일광장 코로나19 관련 후원금으로 전달된다.문의 : 051-464-01122021년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대회장 소강석 목사)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부활의 빛으로 다시 하나!'를 주제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린다.부활절연합예배는 이철 감독(기감 감독회장) 인도, 신정호 목사(예장합동 총회장)의 설교, 한기채 목사(기성 총회장) 대표기도, 소강석 목사(합동 총회장) 대회사, 박문수 목사(기침 총회장) 파송기도, 장종현 목사(백석 총회장) 축도 순으로 이어진다.사전에 초청된 소수 인원만 현장 참석이 가능하며, 다른 교인들은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다.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는 '공교회 중심', '부활 찬양', '예배 중심', '공정성과 투명성'에 기본 방향을 삼는다. 대형집회와 형식적인 예배를 지양하고 공교회 연합의 상징성을 더해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회복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선포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2021-03-18

연극 ‘동백꽃’·‘운수 좋은 날’ 안방 1열서 본다

포항시립연극단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해 온라인 연극 공연을 펼친다.‘영상으로 만나는 집콕 연극-포항시립연극단 문학과 만나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제1탄 ‘동백꽃’과 제2탄 ‘운수 좋은 날’ 2개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해 4월 7일, 8일 포항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동백꽃’과 ‘운수 좋은 날’은 민족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대표적인 한국 단편 소설이다.1936년 김유정이 ‘조광’에 발표한 단편 소설 ‘동백꽃’은 농촌을 배경으로 마름의 딸과 소작인 아들의 풋풋한 애정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토속어와 향토적인 소재의 사용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운수 좋은 날’은 현진건의 대표 작품으로서 1924년 ‘개벽’에 발표됐으며, 일제강점 하의 도시 빈민층인 인력거꾼의 궁핍한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 우리 민족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한 작품이다.두 작품의 연출은 창작 뮤지컬 ‘로미오를 사랑한 줄리엣의 하녀’, 연극 ‘간 : 당신의 상처를 사겠습니다’ 연출의 김하영이 맡았다.포항시립연극단 측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관객과의 교류를 가질 예정”이라며 “2021년 처음으로 찾아가는 시립연극단의 집콕 연극으로 한국 단편 소설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7

반짝이는 물결과 안개… 몽환적 풍경 속으로

경주 라우갤러리(관장 송휘)는 오는 28일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몽환적으로 그려 감동을 전해주는 서양화가 이종갑의 개인전 ‘한국의 자연전’을 연다.대구예술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갑(48) 작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사실적 몽환적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여 독창적인 화풍을 개척하고 있다.그의 작품세계는 자연의 심오한 아름다움을 담는 예술정신이다. 이 작가는 자연속에서 색의 영감과 신비로움에 매료돼 떠오르는 즉흥적인 감흥을 회화적 에너지로 전환한다. 화면에는 희열과 환희의 순간들이 다이내믹한 역동성으로 연계되고, 파스텔 색의 톤은 감상자의 마음을 자연속으로 회귀시킨다.그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자연의 소재는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안개(blue fog), 나무, 숲, 물, 들꽃 등이다. 시간적 환경과 빛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작품 속 이미지와 자연이 주는 감성적인 모티브는 작가의 독창적인 기법과 다양한 색채로 몽환적인 계절의 풍경을 연출한다. 작품 속 화면 연출은 실물적 자연 배경이 아닌 작가가 어릴 적, 보고 자란 기억의 풍경을 작가의 감수성과 초현실적인 화면구성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전시에는 ‘윤슬-푸른 안개’ ‘윤슬-보랏빛 안개’ ‘윤슬-노란 안개’ ‘윤슬-초록빛 안개’등 17점이 선보일 예정이다.이종갑 작가는 그동안 초대개인전 11회, 서울, 울산, 일본 등지에서 부스전 10회, 기획전 및 그룹전 280여 회를 가졌으며 2018 대구미술인의날 청년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대구구상작가회(회장), 대구미술협회, 한유미술협회, 대구예인회 회원, 대구 북구어울아트센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7

‘대구아티스트위크’ 지역 클래식 음악의 미래 그려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공연 ‘대구아티스트위크 시즌 1. 성악’이 23∼25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지난해 위기를 견뎌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지역 음악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역 음악대학에 재학 중인 클래식 유망주부터 해외 유학 후 돌아온 음악가들의 듀오 리사이틀, 그리고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앙상블의 공연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23일 첫 공연의 주인공은 대학에서 프로 음악가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유망주들의 시간으로 지역 음악대학으로부터 추천받은 8명의 연주자다. 국내 다수의 콩쿠르를 휩쓸며 주목받고 있는 소프라노 유지수, 황예진(이상 대구가톨릭대), 이다영(계명대), 이신유(경북대), 조아름(영남대), 테너 권순관(계명대), 임진성(영남대), 바리톤 황준성(경북대)이 한국가곡과 오페라 명곡 등을 선보인다.24일에는 외국에서 유학 후 돌아온 소프라노 김은혜와 바리톤 서정혁이 무대에 올라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 등을 들려준다. 김은혜는 계명대 성악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파르마 아라고 보이토 국립음악원 졸업 및 밀라노 클라우디오 아바도 시립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서정혁은 영남대 성악과 및 동대학원 졸업 후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 음악원을 졸업했다. 이탈리아 베르첼리 시립 음악원과 밀라노 도니제티 아카데미를 수료했다.마지막 날 25일에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연주자·교육자로 대구 음악의 건실한 토대를 쌓아가고 있는 소프라노 이정아, 메조소프라노 백민아, 테너 오영민, 바리톤 제상철, 피아니스트 박선민이 출연한다.공연 1부는 감미로운 오페라 곡들로, 2부는 ‘2020년 한국가곡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말, 우리 가락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한국가곡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2021-03-17

인디플러스 포항 오늘 ‘미나리’ 개봉

(재)포항문화재단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 포항은 화제의 영화 ‘미나리’를 17일 개봉한다. 지난해 선 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관객상을 시작으로 매번 수상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미나리’는 3월 15일 기준 관객 51만1천860명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특히, 배우 윤여정과 작품이 연이어 수상하면서 해외에서 주목받은 영화를 스크린에서 관람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인디플러스 포항은 영화 ‘미나리’의 인기몰이를 반영해 주말 동안 ‘미나리’만 상영하는 ‘풀(FULL) DAY’를 마련했다. ‘미나리 풀 데이’는 미나리로 가득하다는 뜻을 담은 영어단어 ‘FULL’과 식물류인 미나리 ‘풀’을 상징하는 중의적 표현이 담긴 재미있는 기획전이다. ‘미나리 풀 데이’는 20일, 21일 양일간 진행한다. 기획전 이후에도 △‘고백’ △‘빛과 철’ △‘세 자매’ △‘화양연화’ △‘아비정전’ △‘중경삼림’과 교차 상영한다.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를 배경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이 정착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정이삭 감독이 미국 아칸소 시골 마을에서 자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경험을 시나리오로 옮겼다. 미국 자본으로 제작됐지만 한국어 대사가 80%에 이르며, 순자 역의 윤여정 배우가 연기한 할머니와 가족의 사랑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미나리와 맞닿아 있다.상영 일정과 정보는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 인디플러스 포항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독립예술영화 통합 예매사이트 인디앤아트 시네마(www.indieartcinema.com)에서 수수료 없이 예매 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6

빛의 과학으로 살펴 본 우리전통 문화재의 숨겨진 신비

국보 제95호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국립대구박물관은 올해 상반기 특별전으로 첨단과학으로 문화재의 숨겨진 비밀을 다루는‘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를 6월 1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해 8월 25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열렸던 특별전의 대구 순회전으로, 문화재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빛’과 ‘보존과학’으로 집중 조명한다.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X선 등 다양한 빛을 통해 우리 문화재를 탐구하면서 밝혀진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특별전은 프롤로그 ‘빛의 파장과 색놀이’ 영상을 시작으로 ‘빛과 과학의 이해’, 제1부 ‘보이는 빛, 문화재의 색이 되다’, 제2부 ‘보이지 않는 빛,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제3부 ‘빛, 문화재를 진찰하다’, 마지막으로 보존과학의 내일을 담은 에필로그로 구성됐다.국보 10점을 비롯해 삼국시대 금귀걸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총 57건 69점이 전시된다.국보 제182호 금동여래입상제1부에서는 현미경 등을 이용해 문화재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진 청동거울을 비롯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리구슬’,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나온 ‘유리로 만든 잔’과 ‘앵무조개로 만든 잔’, 비단벌레 날개로 만든 경주 금관총 출토 ‘금동 말안장 가리개’, 전복껍질을 두께 0.3㎜로 가공해 장식한 ‘고려나전향상’(향을 담은 상자), 오방색 활옷, 국보 제89호 금제 허리띠 고리 등 우리 전통의 빛과 색을 만날 수 있다.제2부에서는 적외선, 자외선, X선으로 조사한 문화재를 보여준다. 박물관에 따르면 경주 안압지 출토 항아리와 함께 발견된 목간을 적외선으로 촬영하자 ‘加火魚’(가화어)란 글씨가 나타났는데, 이를 통해 젓갈 재료로 가오리가 사용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부여 쌍북리에서 발견된 백제 시대 목간에는 구구단이, 김해 봉황동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시대 목간에는 논어의 공야장이 기록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X선은 문화재의 내부 구조나 상태, 성분 등을 파악하는 데 이용된다. 기마인물형토기는 바로 X선을 이용하는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내부 구조를 확인한 경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런 방식으로 국보 제95호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백자 금강산모양 연적’과 ‘백자 양각 거북이모양 계영배’ 등의 내부 구조도 알아냈다.또한 임진왜란과 함께 등장한 최첨단 과학무기인 비격진천뢰의 제작 비밀이 담긴 융원필비, 도설과 내용을 바탕으로 복원된 재현품, 조사 영상을 통해 내부 구조, 발사 장치와 발사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국보 제61호 청자 어룡모양 주자제3부는 여러 빛을 이용해 문화재의 보존 상태를 점검하고 진단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적외선 촬영으로 우차(牛車) 2대와 개마무사(고구려 기병), 남녀 인물 30여명을 찾아낸 고구려 쌍영총 고분의 벽화편 및 적외선 이미지가 전시됐고, 밑그림과 사용 안료가 확인된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종이에 그린 그림)’ 2점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선 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가 다양한 빛을 이용해 실제 유물을 조사하는 영상도 볼 수 있다.전시 마지막에서는 국보 제182호 구미 선산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331호 금동반가사유상 등 불상 6점을 감상할 수 있다. 컴퓨터 단층촬영, X선 조사, 성분 조사로 밝혀진 불상의 제작 방법, 내부 구조와 상태 등을 엿볼 수 있다.함순섭 국립대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 문화재의 보존과 연구를 위한 박물관의 기능을 이해하고 항구적인 보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박물관 보존과학자의 역할과 임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문화재의 이면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직접 보고 느끼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6

안동 하회세계탈박물관, 무료 교육프로그램 진행

안동 하회세계탈박물관은 이달부터 11월까지 국고지원사업 선정으로 입장료와 체험료가 모두 무료로 진행되는 ‘무료 교육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한다.박물관은 올해 국립민속박물관이 주관한 ‘민속생활사박물관 협력망’사업 중 ‘찾아가는 어린이 박물관’ 사업과 ‘교육 운영지원’ 사업에 선정됐다.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박물관 문화가 있는 날’ 사업과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뽑혔다.이에따라 사업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연말까지 진행된다.박물관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은 5~10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가족, 아동,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탈모양 석고방향제 만들기’, ‘나만의 하회탈 그림 에코백 만들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서는 4~11월 평일, 주말에 초등학생, 중학생, 가족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대를 긍정적으로 극복해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코(로나)블(루) 극복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민속생활사박물관 협력망’ 사업에서는 4~10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5~6월 지역아동센터, 유아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어린이 박물관 ‘인형무락(人形舞樂)’, 교육 운영지원 ‘암막 속 숨은 탈을 찾아라’를 운영한다.기타 자세한 내용은 하회세계탈박물관(054-853-2288)으로 문의하면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6

“부추꽃·씨앗 이용한 포항 전통주 연구중”

신수정 전통주 연구가는 지역에서 몇 안 되는 술 양조학 박사다. 신 박사는 요리와 전통주 강사 두 가지를 하다가 전통주 매력에 빠져 전통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일을 선택해 전문 강사로 살고 있다. 전통주란 그 땅에서 자란 곡물과 누룩, 물만을 이용해 만드는 술을 말한다. 예로부터 가문과 지역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가진 다양한 전통주가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소주나 맥주 등에 밀려나 전통주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신 박사는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전통주를 만들고 시민들에게 그 비법을 전수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주 대중화의 꿈’을 소박하게 간직하고 있는 신 박사를 14일 만나 전통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전통주와의 인연은 언제부터였는지.△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공대 졸업 후 줄곧 수학 과외를 했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배움에 대한 열망을 채웠다. 그중에 요리는 친정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가장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고, 다도, 마술, 아동 요리, 드론, 웃음치료사 등은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 가운데 저의 천직이 된 것은 요리와 전통주였다. 요리는 작년까지 포항시 평생학습원, 이마트 등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전통주와 병행을 하자니 너무 바쁘고 삶에 여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요리 강의를 포기하고 전통주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하고 있다.전통주와의 인연은 차(茶)에서 시작됐다. 남편이 다구(茶具)에 관심이 많았고, 그 영향으로 저도 다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때 대구에서 전통주를 빚는 선생님과 인연이 닿았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전통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했고, 그 후로 저의 전통주 인생은 시작됐다. 그때가 2006년 즈음이었으니까 벌써 15년이 되었다.-전통주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는데.△전주술박물관에서 전통주 전문강의가 있어서 매주 포항에서 전주까지 6개월을 다녔다. 거기서 전통주 기초과정과 심화 과정을 수료했고, 2008년 국선생선발대회에서 본상을 수상하여 전통주 빚기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 후 서울에 있는 박록담 소장이 운영하던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전문가과정과 강사과정을 수료했다. 매주 서울을 오가며 전통주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견뎠던 힘든 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포항에서 처음으로 연일읍 유강에서 청목전통주연구소를 시작하였다. 전통주를 배우긴 했지만 전주술박물관이나 한국전통주연구소가 정식 교육기관이 아니어서 학문적 욕구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했지만 양조학을 가르치는 대학을 찾을 수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이 충주술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영남대에서 양조 관련 강의를 하시던 이종기 교수님이었다. 그분을 찾아가 영남대 대학원에 입학했고,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이후에 우리나라 맥주 관련 최고 권위자이신 정철 교수님이 재직하셨던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 진학하여 ‘복분자증류주의 양조적성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전통주의 종류와 만드는 과정을 소개한다면.△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집집마다 술을 빚어 제사도 지내고 손님도 대접해 왔는데, 이러한 문화를 가양주(家釀酒) 문화라고 한다.전통 가양주는 한국인들이 주식과 부식으로 삼는 곡식과 천연발효제인 누룩과 물을 원료로 하여 일체의 화학적 첨가물이 없이 빚어진다. 달콤한 맛이 주가 되어 여기에 신맛, 매운맛, 떫은맛이 조화를 이룬 미묘한 감칠맛이 난다. 전통주는 크게 청주와 증류주, 탁주로 나누어진다. 일반적인 술빚는 순서는 누룩의 법제 → 쌀 백세 → 항아리 소독 및 도구 소독 → 고두밥 찌기 → 차게 식힌 고두밥과 누룩의 혼화 → 술독에 담고 주 발효시키기 → 냉각 → 서늘한 곳에서 후 발효시키기의 과정을 거쳐서 술이 된다. 이렇게 술을 빚어 먹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대략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성을 다해 술을 빚고, 술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 모금의 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우리 지역과 관련된 전통주를 개발한다면.△지역마다 그 지역 특색을 살린 전통주들이 개발되고 또 시판도 되고 있다. 한때는 포항지역을 대표하는 부추나 시금치 등을 활용한 전통주 개발을 계획도 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부추꽃이나 부추 씨앗을 이용한 전통주를 만들어 보려고 연구 중이다.-전통주 강의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2010년 즈음 청목전통주연구소를 개소한 때부터 일반인들에게 전통주를 교육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강좌가 크게 전통주와 수제 맥주로 나뉘어 있다. 초급반은 전통주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며, 누구든지 가정에서 손쉽게 빚어 먹을 수 있도록 실기 위주의 지도를 하고 있다. 초급반에서는 전통주의 문화적 가치 및 누룩 만들기, 부의주 및 송순주 빚기를 한다. 심화반은 초급반을 수료하고 가양주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양조기술을 터득함으로써 다양한 고급 가양주를 빚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외에도 전문가반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는 좀 더 빚기 어려운 술을 선정해 전문적인 술빚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특히, 창업 등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수강한다. 실제로 직접 창업을 한 사례도 있다. 수강생은 각 과정별 3~5명으로 편성해 집중 지도를 한다.-포부 및 앞으로의 계획은.△포항시 북구 여남동에 포항지역 전통주 사랑방이 될 공간 ‘청목주가’를 신축하고 있다. 이곳에서 술도 빚고, 전통주도 마시며 우리나라 전통주의 발전과 보존을 위한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 놓을 생각이다. 제가 깔아 놓을 이 멍석에 우리 지역의 전통주 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5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19일 대구 리사이틀 개최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첫 한국인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리사이틀이 19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프로그램인 ‘인사이트 시리즈’ 무대로, 양인모가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집중 조명하는 시간이기도 하다.가히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으로 호평받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6)는 기돈 크레머, 살바토레 아카르도 등 수많은 거장을 배출하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의 등용문으로 통하는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 무대에 도약했다. 2006년 이후 1위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던 이 콩쿠르에서 9년 만에 탄생한 우승자이자 세 개의 특별상을 동시에 거머쥔 양인모는 뉴욕타임스로부터 “화려한 매력과 경이로운 음색을 지녔다”는 평을 이끌어내며 새로운 바이올린의 거장이 탄생했음을 알렸다. 또 클래식 음악 레이블 중 단연코 세계 정상에 위치한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2018년 실황 녹음 음반 발매에 이어 올해 도이치 그라모폰과 함께 두 번째 음반을 발매하며 그 실력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이번 공연에서는 비르투오소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탁월한 기타리스트였던 작곡가 파가니니의 애정이 담긴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곡가 피아졸라가 시대마다의 탱고 음악을 네 개의 악장으로 나눠 표현하고 있는 조곡 ‘탱고의 역사’, 바이올린으로 가능한 모든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을 만큼 기교적인 라벨의 작품 ‘치간느’로 1부를 마무리한다. 2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필수 레퍼토리 중 하나인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소나타 내림마장조’등을 연주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5

3월, 최덕규 작가 ‘그림책의 맛’ 강연

최덕규 아동문학가포항시립도서관(관장 구진규)은 3월부터 ‘인문학 인 포항(In Pohang)’프로그램을 운영한다.코로나 팬데믹 시대, 삶의 위안과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인문학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올해에는 ‘책 한 잔, 인문학 카페’를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인문학 인 포항’은 2012년부터 시작된 강연 프로그램으로 매년 시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고 자기계발의 밑거름을 다지는 각 분야의 저명한 인물을 초청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장으로 운영해왔다. 그동안 74회 운영을 통해 8천760여명이 참여해 명실상부 인문학 강연의 초석으로 자리했다.올해는 3월 최덕규 작가의 ‘그림책의 맛’을 시작으로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오후 2시에 포은중앙도서관 어울마루에서 진행된다.4월 이태형 천문학자의 ‘밤하늘의 인문학’, 5월 임경선 작가의 ‘살아가는 태도에 관하여’, 6월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의 ‘살아갈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 7월 오은 시인의 ‘마음의 발견과 일상의 재발견’, 8월 백세희 작가의 ‘내 마음 속 그늘, 우울에 관하여’, 9월 김환영 작가의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10월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등이 준비돼 있다.31일에 열리는 최덕규 작가의 ‘그림책의 맛’강연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면서 운영될 예정으로 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한 후 참여가 가능하다. 사전 신청은 15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선착순 50명이 되면 마감한다. 강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참고거나 포은중앙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최덕규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그림책 작가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여름이네 육아일기’,‘거북아, 뭐 하니’외 다수가 있으며 ‘여름이네 병아리 부화 일기’로 제2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기획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4

“가장 정확한 체질 측정 방법은 8체질 맥진법”

한선용 포항 금손한의원 원장“체형, 얼굴, 성격, 오링테스트 등 체질을 알아내기 위한 많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정확한 방법은 8체질 맥진법입니다. 쉽게 숙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10년째 항상 노력하며 익히고 있습니다. 한번 타고난 체질의 맥은 일평생 바뀌지 않습니다” 떠오르는 신예 한선용(31) 포항 금손한의원 원장에게는 체질이 주요 관심 대상이다. 한 원장은 조선 시대 이제마 선생이 독창적으로 고안한 사상체질(4가지)을 더욱 발전시켜 체질을 8가지로 구분하는 8체질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다.한 원장은 특히 체질 의학의 모체인 사상의학을 모체로 해 정통성을 갖춘 8체질 의학 중에서 실천적이고 경험적인 체질 의학을 지향하는 8체질4Life을 다루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지난 13일 한 원장을 만나 8체질 치료법과 코로나 시대 건강 관리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한의학 중에서도 주로 치료하는 분야를 소개해 달라.△한의학의 치료 분야는 무궁무진하지만, 그중에서도 8체질을 통한 치료를 주로 한다. 사람마다 타고난 오장육부의 밸런스가 다르며, 그에 따라 음식과 생활습관 전반을 바꾸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최상의 건강상태를 갖게 되는 원리다. 예를 들어서 태양인(금양, 금음)의 경우 간과 관련된 기(氣)가 약하므로 외부에서 체내로 들어오는 독소(음식, 약품 등)에 대한 해독능력이 떨어져 장 건강이 약해지게 된다. 특히 불량한 인스턴트 식생활을 지속할 시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아토피피부염과 비염 등 면역질환이 오기 쉽다. 즉, 간의 기를 약하게 타고난 태양인 체질의 경우에는 간의 기를 보충하는 배추, 상추, 케일 같은 녹색 잎채소와 해물을 적절히 먹어주는 것이 좋다. 체질에 맞는 생활을 하면 양약 없이도 굉장히 호전되고 재발하지 않는다. 각종 허리, 무릎, 어깨 치료 외에도 각 사람의 체질을 맥진으로 판별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게 해 건강을 찾도록 하는 치료를 주로 한다.-코로나 시대에 한의학의 장점은.△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코로나는 전파력은 높으나 치명률은 낮은 감기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코로나에는 제대로 듣는 약도 없다는 점이 특히 문제다. 몸이 허약한 상태에서 감기에 잘못 걸리면 폐렴까지 가듯이 결국 인체의 면역력이 얼마나 올바르게 작동하는 지가 관건이다. 인체 면역력이 정상 작동한다면 큰 후유증이 없이 나을 수 있다. 브레인포그 등 코로나로 인한 치명적인 부작용은 인체 면역이 오작동한 결과다. 평소 체질에 맞는 적절한 한방치료를 받으며, 면역력을 정상화시켜 놓는 것이 코로나 시대에 건강을 챙기는 최고의 유일한 방법이다.-사람들이 요즘 가장 주의해야 할 질병은 무엇이 있나.△바로 ‘장누수증후군’이다. 음식물이 장 속을 지나면서 소화되어 영양소는 받아들이고, 독소는 바깥으로 배출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장의 벽이 약해지고, 그 틈을 타고 오염물질이 들어와서 모든 병을 일으키는 근원이 된다. 장의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 요인은 각종 방부제, 첨가물, 조미료, 화학약품, 항생제, 소염제, 진통제, 제산제, 농약, GMO식품과 더불어 인류가 과거에 거의 먹지 않았던 식재료들이다. 장 속의 미생물 총에 영향을 주어 건강이 무너지는 것이다. 적절한 치료로 장 누수가 해결되면 소화 기능 개선과 더불어 각종 난치성 면역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 섬유근육통, 크론병과 흔한 과민성 대장염 등 다양한 질병이 굉장히 호전되고 좋아지게 된다. 첨가물 범벅인 인스턴트 식품과 제산제·소염제 등 양약이 장 누수를 곧잘 발현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단순한 근골격계 통증을 넘어 전신적인 문제로 오시는 환자분들에게는 각 사람의 체질에 맞는 이로운 음식과 해로운 음식을 알려드리고, 몸에 맞는 운동 등을 가르쳐 몸 전체를 자연 치유하도록 관리해 드리고 있다.-한의사로서 바람이나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있다면.△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면서도, 건강한 나라가 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독창적이고 뛰어난 사상체질, 팔체질 의학이 있고, 다른 나라에 없는 최고의 발효음식인 김치와 된장, 청국장, 장아찌가 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소중한 보물을 잊고, 몸이 나빠지는 식습관만 고집하고 있다. 또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잘못된 의학적 상식들에 속아 헤매며, 어떤 경우는 체질을 잘 알지 못하고 정반대 체질에 맞는 음식 식단을 맞춰 섭취하는데, 그로 인해 건강을 잃는 사람도 흔하게 보게 된다. 사람의 몸은 99.9%의 미생물로 이루어진다.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물 하나하나가 우리 몸을 만들기 때문에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은 음식물은 제하고, 각자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함으로서 건강을 찾게 해드리는 게 목표다. 체질을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치료가 시작된다. 일생 동안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날마다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알고 각종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 날까지 나아갈 것이다.-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지난해에도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상황과 스트레스로 좌절하고, 건강까지 잃은 환자들을 많이 보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시 힘을 내어 일어서고, 한 가정이 살아나고, 나아가 포항 전체가 살아나기 위해선 건강이 필수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건강한 육체가 있다면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포항시민에게 올바른 체질과 건강정보를 전달해주는 한의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4

사람을 닮은 집…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

“잘생긴 집 앞에 서면 이 집에 누가 살까, 이 집을 누가 지었을까가 궁금해진다. 이유 없이 지어지는 집은 없고 집 안의 모든 요소는 이유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집은 사람을 닮는다.”‘길모퉁이 오래된 집’(샘터)은 최순우 옛집과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집, 광양 정병욱 가옥 등 오랜 세월을 견뎌온 전국 31곳의 근대건축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기록한 에세이다.오래 전 건축가 남편과 함께 떠났던 프랑스 유학시절 백 년 넘는 건물에서 별 탈 없이 살아본 뒤 오래된 집이 불편하고 쓸모없다는 생각에 의문을 가졌던 저자 최예선씨는 이후 우리의 근대건축은 어떠했는지 직접 찾아가서 취재하고 기록하기 시작했고 근대라는 특별한 시기에 세워진 옛 건물들에서 그 이면의 이야기를 찾아내 총 320페이지 분량에 17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살뜰히 담아냈다.‘길모퉁이 오래된 집’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1부는 서울 성북동 최순우 옛집과 소설가 박종화의 평창동 고택, 애국지사 김구 선생의 마지막을 지켜본 경교장, 일제강점기 ‘조선의 건축왕’이라 불리던 정세권에 의해 개발된 가회동·익선동의 한옥마을 같은 서울의 근대건축물이 등장시켜 즐거운 인문 답사의 첫걸음을 인도한다. 작가에 의하면 우리가 아는 한옥의 이미지는 대부분 전통적인 조선한옥이 아니라 1920년대부터 시작된 새로운 형태의 개량한옥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일제강점기, 몰려드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서울에서 더 빨리, 더 많은 집을 필요로 하던 시절로 돌아가 집 구조나 건축양식의 변화가 달라진 생활방식에서 비롯됐음을 설명한다.2부에서는 평생을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했던 두 오스트리아 간호사 마가렛과 마리안느가 머물던 집, 사위인 김지하 시인이 투옥된 후 시댁인 원주로 내려간 딸과 손주를 가까이서 돌보기 위해 이사까지 감행했던 소설가 박경리의 집, 화가의 소탈한 성품을 빼닮은 용인 장욱진 가옥, 부동산 개발논리에 밀려 안타깝게 허물어진 음악가 채동선 가옥 등 집에 깃든 시대의 희로애락이 담담하게 펼쳐진다.3부에서는 누군가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던 치유의 공간이 소환된다. 학병에 끌려간 윤동주의 시 원고를 몰래 숨겨두었던 광양 정병욱 가옥, 염부들의 땀과 눈물의 흔적인 인천 소래포구 소금창고, 눈 밝은 독지가의 애정으로 되살아난 인천 대화조 사무소, 식민지 청년 의사의 애환이 서린 군산 이영춘 가옥, 3대에 이어 다른 이의 손길로 재건될 수 있었던 진천 덕산양조장 등 저마다의 사연과 의미를 좇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4부에서는 오래도록 마음이 머물고 싶은 집에 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일제강점기 고등어 떼를 찾아왔다가 구룡포에 정착해 살았던 오카야마현과 가가와현의 어민들,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무덤 위에 지은 판잣집으로 시작됐던 부산 아미동과 감천동의 문화마을, 철도원들의 애환을 기억하는 대전 소제동의 철도관사촌, 건축가 김중업이 살았던 서울 장위동 건축문화의 집 등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1

세계 여성 정치인들의 ‘세상을 바꾸기 위한 삶’

영국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수상, 임신 중단 합법화를 이뤄낸 시몬 베유, 버스 승차 거부 운동으로 유명한 ‘현대 시민권 운동의 어머니’ 로자 파크스, 부패한 집권층을 정면 비판했던 케냐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 16년간 독일을 이끈 메르켈 독일 총리…. ‘여성, 정치를 하다’(민음사)는 다양한 배경과 이력을 가진 세계의 여성 정치인 21명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투해 온 여성들의 삶을 복원해내는 작업을 꾸준히 펼쳐왔던 저자 장영은씨는 그들의 성취와 좌절을 톺아보며, 남성적 권력으로 이해되던 정치를 여성적 관점에서 재구성한다.앙겔라 메르켈은 정치를 시작한 이래, 싸움을 회피한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치고받는 정치 싸움이 재미있었고 상대의 묘책을 눈치 챘을 때 기분이 좋았다.” 좋은 사람은 권력을 멀리한다는 도덕적 통념은 유독 여성에게만 더욱 강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케냐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는 부패한 집권층을 정면 비판하며, 나무를 심는 환경 운동가에서 직업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꾀한다. 타이완의 첫 여성 총통인 차이잉원은 선거 패배 후 자신을 정치인으로서 추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국 책임감에서 해답을 얻는다.마거릿 대처는 카리스마와 집요함으로 직업 정치인인 여성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 영국의 총리가 됐다.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에 미친 그의 영향력은, ‘대처리즘’이라는 용어를 남겼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다.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미국 건국 이래 최초의 여성 국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그에 걸맞은 ‘자질’을 갖췄는지 끊임없이 공격받았다. 그러나 그는 공직자로서의 점수는 “가장 가혹하지만 가장 공정한 심판관인 역사가 매겨줄 것”이라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했고, 북미관계를 지혜롭게 풀어낸 그의 외교는 역사에 길이 남았다.1858년 태어난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그의 동료들은 여성에게도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며, 유리창을 깨고 도로에 몸을 묶고 달리는 말 앞에 몸을 내던졌다. 감옥에도 여러 차례 갇혔다. 1997년 태어난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열한 살의 나이에 여성이 등교하지 못하도록 교육권을 침해하는 탈레반을 직접 비판했다가, 보복성 테러로 가해진 총격에서 살아남았다.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을 당연하게 만들기 위한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앞선 이의 등을 보며 힘을 얻고, 곁에 선 이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다음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이 책은 정치를 꼭 정당에 속한 직업 정치인으로서 활동하는 데 한정하지 않는다. 포크 가수 존 바에즈, 세계적인 어린이문학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독일의 미술가 케테 콜비츠 등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삶도 훌륭한 정치의 예로 조명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