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연가곡 연극과 결합<br/>‘리트 플레이 겨울 나그네’ 탄생<br/>사랑 잃고 슬픔에 빠진 젊은이<br/>처절한 독백 실험적으로 표현<br/>11일 대구 어울아트센터 공연
“즐겁게 흐르던 그 맑은 시냇물/오늘은 왠지 잔잔하게/작별 인사도 남기지 않네…. 시냇물 얼음 옷 밑으로/세차게 물살 일으키며/흘러 흘러갑니다.”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완성한 연가곡 ‘겨울 나그네’의 일곱 번째 곡 ‘강 위에서’는 한없이 애절하다. 겨우 31년의 짧은 생을 예감한 듯 허허롭기까지 하다.
배우 겸 연출가 유인촌(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연극과 결합한 음악극 ‘리트 플레이 겨울 나그네’가 오는 11일 오후 3시와 7시 대구 어울아트센터 함지홀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Winterreise)에 수록된 24곡 전부를 성악가의 노래와 연기자들의 무언극(모노드라마) 연기와 함께 무대에 올리는 일종의 음악극이다. 테너 김은국과 바리톤 김준동이 노래하고 피아니스트 김미아와 노성희가 반주를 맡았다. 작품을 연출한 유인촌이 직접 출연한다.
‘리트 플레이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의 서정적인 연가곡들을 모노드라마와 함께 풀어내 음악을 귀와 눈으로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9년 국내에서도 공연됐고 지난해에는 프랑스 파리 무대에도 올랐다.
‘리트 플레이’라는 장르는 리트(Lied·독일 가곡)를 가지고 Play(논다)는 의미로, 이번 공연은 기존에 봐왔던 콘서트 형식이 아닌 극의 형태로 구성된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통해 역동적인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이다. 특히 극에 몰입을 높이기 위해 공연장 무대 위에 객석을 배치하고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무대를 구성했다. 출연자들은 무대와 객석 사이를 오가며 연기와 연주를 펼치고 관객은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랑의 상처로 소외되고 절망한 한 젊은이의 처절한 독백을 노래하는 ‘겨울 나그네’의 모습은 외롭고 쓸쓸히 버림받은 자의 자화상을 그린다. 사랑을 잃은 청년은 추운 겨울 얼어붙은 시냇물을 보면서 겨울이 오기 전 흐르는 시냇물을 그리워한다. 차가운 시냇물의 얼음 위에 연인의 이름을 새기며 빨리 봄이 와 얼음이 녹아 이별의 아픔도 함께 사라져버리기만을 고대한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한 ‘겨울 나그네’가 당시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와닿았을지도 작품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 연작시에 곡을 붙인 ‘겨울 나그네’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와 함께 슈베르트 3대 가곡집으로 꼽힌다. 사랑을 잃고 실의와 굴욕과 슬픔에 빠진 젊은이가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의 시적이고 정적인 아름다움은 유인촌의 실험적 연출기법으로 한껏 표현된다. 세밑 최고의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출가 유인촌은 “원작에 대한 충실한 해석을 통해 작품이 현대인의 가슴에 예술적으로 승화되어 와닿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였다. ‘리트 플레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겨울 나그네’를 소개하게 되어 무척 설레고 이번 공연을 통한 지역 관객들과의 만남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문의 (053)320-5120.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