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br/><br/>이철수 지음·문학동네 펴냄<br/>인문·3만원
‘무문관’은 송나라 고승 무문혜개(1183~1260)가 48개의 일화를 엮어 깨침을 주는 화두집이다. ‘종용록’, ‘벽암록’과 함께 선종을 대표하는 3대 저서로 꼽힌다.
데뷔 40주년을 맞아 펴낸 ‘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에는 이 화백이 ‘무문관’을 십 년 이상 곁에 두고 탐독한 끝에 얻은 깨달음을 화폭에 담은 판화작품들이 담겼다.
각각의 작품은 ‘무문관’의 내용을 그대로 해설한 삽화가 아니라, 작가가 수행자로서 스승들의 말씀을 새겨 지금의 현실에 맞는 화두를 길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스승에게 대거리하듯 말을 걸기도 하는 독자적인 공부의 결과물이다. 판화 뒤에는 그와 짝을 이루는 공안(公案)을 함께 수록해 그림과 글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800년의 세월을 이어온 불가의 가르침과 나란히 놓인 그림들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작가가 40년간 일궈온 예술적 성취와 성찰의 깊이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