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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로 ‘경계’ 지운다⋯달성군, 글로벌 어린이 교실 가동

대구 달성군이 스포츠를 매개로 이주배경 아동과 지역 아이들이 어울리는 통합 돌봄 모델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다문화 인구 증가 속에서 ‘함께 뛰는 경험’이 사회 통합의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달성군가족센터는 이주배경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사회성 함양을 위한 ‘2026 글로벌 어린이 스포츠 교실’을 지난달 개강해 오는 12월까지 운영한다. 축구와 야구 등 단체운동을 중심으로 협력과 규칙을 익히고 또래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달성군의 이주배경 미성년자는 2024년 기준 1975명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정착이 늘며 ‘정주형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뚜렷해졌고, 이에 따른 아동 통합 정책의 필요성도 커졌다. 올해 교실에는 축구 20명, 야구 25명 등 총 45명이 참여해 매주 토요일 어린이 스포츠 전문센터에서 체계적인 훈련과 경기를 이어간다. 아이들은 함께 땀 흘리는 과정에서 편견을 낮추고 존중과 배려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가족 참여 프로그램도 병행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어울리는 환경을 조성한다. 달성군은 2023년부터 해당 사업을 추진해 주말 돌봄 공백을 보완하는 한편,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발전시켜 왔다. 아울러 2024년에는 달성글로벌소녀합창단 창단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지역사회 안착 기반을 넓히고 있다. 가족센터 관계자는 “스포츠를 통해 아동 간 사회적 경계를 완화하고 상호 이해를 높이겠다”며 “가족 참여 기반의 환경 조성으로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6-04-08

군위군, 일상 속 문화로 ‘삶의 질’ 높인다

대구 군위군이 ‘일상이 문화가 되는 도시’를 목표로 지역 자원을 활용한 핵심 문화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관람 중심에서 벗어나 참여형 문화로 전환해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군은 군위향교 전통혼례, 드론축구, 화본예술공간, 삼국유사 인생책방을 축으로 단계별 확장 체계를 구축하고, 문화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환경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전통혼례 사업은 군위향교를 활용해 가족 중심의 의미를 되살린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회혼례를 시작으로 다문화 혼례까지 확대되며 지역 참여형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꽃가마와 한복 등 기반을 갖추고 관련 전문가 양성도 병행해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 드론축구는 청소년 중심의 미래형 스포츠로 육성 중이다. 삼국유사테마파크에 전용 구장을 조성하고 각종 대회를 개최해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향후 규모를 확대해 지역 대표 스포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화본예술공간은 예술가와 주민이 교류하는 생활문화 거점으로, 전시·공연·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참여를 이끌고 있다. 올해는 참여 단체를 확대해 지역 문화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독서 분야에서는 ‘삼국유사 인생책방’을 새롭게 추진한다. 경로당을 중심으로 도서를 보급하고 이야기꾼이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해 인문학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전 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군위군 관계자는 “지역 자원을 활용한 전통과 미래가 어우러진 문화 기반을 통해 군민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6-04-08

3고(高) 위기 넘는 달성군⋯대구 첫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지원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위기가 장기화되며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대구 달성군이 대구 기초지자체 최초로 카드 수수료를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내놨다. 단순 금융지원이 아닌 고정비를 낮춰 체감도를 높인 점에서 골목상권 회복의 실질적 대안으로 주목된다. 달성군은 연 매출 1억 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카드 매출액의 0.4%에 해당하는 수수료 전액을 지원한다고 8일 밝혔다. 업체당 최대 지원액은 40만 원이다. 지원 대상은 공고일 기준 대표자 주소가 달성군에 있고, 2025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군 내에서 영업 중인 소상공인이다. 유흥·단란주점 등 향락업종과 도박, 성인용품 판매업 등 일부 업종은 제외된다. 이번 사업은 매출과 직결되는 카드 수수료를 지자체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고정비 부담을 줄여 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구 지역 최초 시행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책 확산 가능성도 주목된다. 신청은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능하며, 세부 사항은 군청 홈페이지 공고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재훈 군수는 “삼중고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고, 지역경제가 다시 순환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6-04-08

우성진, “동촌유원지에 이중섭·구상 스토리 입힌다”

국민의힘 우성진<사진> 대구 동구청장 예비후보가 8일 화가 이중섭의 대표작 ‘동촌유원지’를 활용해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우 예비후보는 “이중섭은 생전 마지막 전시회를 대구에서 열 만큼 지역과 깊은 인연이 있으며 ‘동촌유원지’는 이를 상징하는 작품”이라며 “이중섭과 구상 등 문화예술인과 대구의 관계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 동촌유원지 개발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6·25 전후 시기 두 예술가가 시와 그림을 통해 교류했던 일화를 언급했다. 구상 시인은 경북 왜관 출신으로, 일본 유학 시절 이중섭과 인연을 맺은 뒤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왔으며, 그의 권유로 이중섭은 1955년 대구에서 마지막 전시회를 개최했다. 당시 전시에서는 ‘봄’, ‘아동’, ‘두 마리 소’ 등 작품 56점이 공개됐다. 우 예비후보는 “아양아트센터와 연계해 문화예술, 식음, 휴식 기능이 결합된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이중섭과 구상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이구동촌 아트뮤지엄’을 조성해 전시·공연·문학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확대하고, 청년작가지원센터와 연계해 지역 예술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4-08

미국과 이란, 종전의 길 찾기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폭격, 이에 저항해 이란이 중동 내 미국의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진행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1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세계 각지로 원유를 공급해온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봉쇄조치로 막히면서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유가는 폭등하고, 주가는 널뛰기를 지속하고, 석유화학물질로 만들어내는 각종 생활필수품 공급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인 것. 전쟁은 먼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인들의 실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란 전쟁’ 이전보다 30% 가까이 오른 주유소 기름값은 가계를 주름지게 했고, 쓰레기봉투를 사재기하는 보기 드문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대한 서민들의 걱정도 갈수록 커졌다. 천만다행으로 8일 오전 외신을 통해 반길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이 앞으로 2주간 휴전할 것에 합의했다고 한다. 7일 밤까지만 해도 미군이 이란 내 각종 시설에 대한 대규모 폭격을 예고하고 있었던 터라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번 휴전 협상에는 파키스탄이 중재자 역할을 하며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시간 2주 연장을 제의한 파키스탄의 의견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을 휴전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간 이란은 대외적으론 미국에 대한 결사항전을 선언하면서도 파키스탄의 2주 휴전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돌이킬 수 없이 피해가 커질 게 분명하니까. 이 기간 동안 두 나라가 적극적 협상을 통해 휴전이 종전(終戰)으로 가는 평화의 길을 찾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4-08

대구시교육청, 미설립 학교용지 관리 강화

대구시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와 개발 여건 변화를 반영해 미설립 학교용지에 대한 체계적 관리에 나선다. 시교육청은 매년 정기 점검을 통해 학교 설립 필요성을 재검토하고, 수요가 없는 용지는 해제를 검토하는 한편 필요한 지역에는 적기 설립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관리 중인 미설립 학교용지는 유치원 9곳, 초등학교 7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7곳 등 총 25곳이다. 이번 점검에서 개발지구 내 학생 배치가 가능한 13곳은 유지 대상으로 분류됐고,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설립 필요성이 낮은 12곳은 지자체 요청 시 해제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달성군 옥포읍 교항리 ‘옥포지구1고’ 부지는 개발 완료 이후 추가 학생 유입이 제한적이고 인근 학교로 분산 배치가 가능하다고 판단돼 해제 동의 의견이 제시됐다. 해당 부지는 향후 공공시설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미 2024년 해제된 ‘옥포지구1초’ 부지에는 복합문화센터 조성이 진행 중이며, 지역 주민과 학생이 함께 이용하는 생활밀착형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북구 칠성동 ‘칠정지구1초’, 동구 율하동 ‘율하지구1고’ 등도 설립 수요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학교 수요가 있는 지역은 계획대로 추진된다. 북구 금호워터폴리스 내 가칭 ‘워터폴리스1초’는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진행 중이며, 연호지구와 대공원지구 역시 입주 시기에 맞춰 설립 여부를 지속 검토한다. 강은희 교육감은 “정기 점검을 통해 교육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맞춰 학교용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4-08

대구 달서구의회, 개구리소년 추모공간 정비 공무원에 감사장

대구 달서구의회가 ‘개구리 소년’ 추모 공간을 꾸준히 관리해 온 공무원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달서구의회는 8일 공원녹지과 공원1팀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번 수여는 추모 사업과 아동보호 정책을 연계해 추진한 성과를 반영한 조치다. 달서구는 2022년부터 아동보호주간을 개구리소년 실종일인 3월 6일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이어 2023년 7월 추모비 제단을 조성한 이후 매년 와룡산 선원공원에서 추모식을 이어오며 아동 안전 인식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수상자는 추모 공간 환경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25년에는 아동이 직접 참여하는 ‘기억의 나무’ 식재 행사를 마련하고, 개나리와 백철쭉 등을 심어 상징성을 더했다. 특히 실종 시기인 3월 말 개화하는 개나리 500여 그루를 심어 ‘노란 꽃길’을 조성했다. 또한 노후화된 시설과 수목을 정비해 추모 공간을 치유와 기억의 장소로 탈바꿈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민우 의장은 “유가족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계절의 의미를 담은 개나리를 심은 것은 단순한 행정을 넘어선 치유의 실천”이라며 “현장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한 공직자의 헌신은 큰 귀감이 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현장 중심 행정과 공직자 격려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4-08

포스코 직고용, ‘결단의 크기’만큼 ‘실행의 정교함’이 필요하다

포스코가 협력업체 근로자 7천여 명을 직고용하기로 결단했다. 오랜 갈등을 매듭짓고 지역사회와 산업 현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고용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포항의 미래와 직결된 책임 있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다만 큰 결단일수록 그 이후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발표 자체만으로 모든 과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평가는 선언의 순간이 아니라, 그 결정 효과가 현장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안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직고용이 진정한 상생의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잖다. 노사정이 전환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현실적 과제들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첫째, 무엇보다 직고용 전환의 대상과 기준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같은 현장에서 함께 땀 흘려온 이들 사이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희비가 엇갈린다면, 기대했던 상생은 또 다른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인력들에 대해서는 어떤 보호와 지원 방안이 뒤따를 것인지 분명한 설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둘째, 기존 협력업체의 존립 문제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오랜 시간 포스코와 함께 생산 현장을 지탱해 온 포항 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이번 조치가 오랜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경영 기반이 급격히 흔들려 또 다른 고용 불안이나 지역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협력업체가 앞으로 어떤 역할로 지역 산업과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도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직고용 이후의 처우와 근무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일도 중요하다. 고용 형태의 변화가 실질적인 책임감과 소속감으로 이어져야 하고, 기존 인력과 전환 인력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또 과도기적 상황에서 안전관리와 생산운영에 단 한 치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 직고용의 핵심 취지 중 하나가 안전관리체계의 혁신에 있는 만큼, 그 성과 또한 현장에서 분명하게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포항은 철강과 함께 성장해 왔다. 포스코의 변화는 곧 포항의 변화다. 수천 명의 고용 안정이 가져올 긍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이 결정이 지역 협력업체 생태계와 주변 상권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더 고민하고 숙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이번 포스코의 결정이 기업 내부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포항 전체를 살찌우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항제철소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필자는 이러한 이유로 직고용 발표에 앞서 시민의 눈높이에서 우려되는 현실적 문제들을 포스코 측에 전달한 바 있다. ‘결단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전환 기준의 투명성, 제외 인력과 협력업체에 대한 대책, 조직 융화와 안전관리 방안,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폭넓게 검토해 달라’는 것이 의견의 요지였다. 이러한 의견 제시는 이번 결정의 의미를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결단이 품고 있는 뜻이 큰 만큼 그 결실의 온기가 고스란히 포항 바닥 곳곳에 퍼졌으면 하는 차원이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선언이 클수록 실행은 정교해야 한다. 포스코의 경쟁력은 곧 포항의 경쟁력이다. 포스코의 이번 직고용 결단이 현장의 세밀한 목소리까지 담아내어 전환기의 불안과 충격을 최소화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안착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노사와 지역과의 진정한 상생이다. /국민의힘 이상휘(포항남·울릉) 의원

2026-04-08

대구 공공기관 2부제·민원인 5부제 첫날…“대체로 차분, 일부 혼선도”

대구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민원인 대상 5부제가 동시에 시행된 첫날인 8일, 도심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제도가 안착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면서 일부 시민들은 혼선을 겪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대구시청과 각 구·군청 주차장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차량으로 빼곡하던 공간에는 여유가 생겼고, 출입 차량 흐름도 눈에 띄게 줄었다. 강화된 차량 부제 영향으로 도심 교통량 역시 다소 감소한 분위기였다. 주차장 입구에서는 안내요원들이 차량 끝자리 확인을 도우며 통제를 이어갔다. 일부 민원인들은 5부제 시행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공무원은 2부제, 민원인은 5부제라 헷갈린다”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로 번호판 끝자리를 다시 확인하거나 통행 가능 여부를 묻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안정적이었다. 안내에 따라 차량을 이동시키는 등 시민 협조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졌고, 큰 마찰이나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평소보다 민원 차량이 절반 이상 줄어 주차 여건이 한결 나아졌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이용은 증가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도시철도 이용객은 8만 2302명으로 전날보다 2.4% 늘었고, 일주일 전과 비교해도 약 3% 증가했다. 시내버스 이용객 역시 최근 일평균 5% 이상 늘어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대구시는 전통시장과 환승주차장, 국가유공자·장애인·임산부 차량, 전기·수소차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와 경차는 5부제 대상에 포함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초기에는 다소 혼선이 있을 수 있지만 점차 정착될 것으로 본다”며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6-04-08

부정적으로도 생각해 봅시다

참 아끼는 동생이 한 명 있다. 의리가 있고 언행이 솔직해서 여러모로 믿음이 가는 동생이다. 그런데 그에게 딱 하나 고쳐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바로 시간 약속의 문제다. 그는 항상 늦는다. 적게는 일이십 분, 많게는 한두 시간까지 늦어 주변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그를 아끼는 사람으로서 나와의 사적인 약속에 늦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해줄 수 있지만 그가 아주 중요한 약속에서 늦는 바람에 낭패를 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항상 갖고 있다. 어느 날 그가 내게 고민을 토로했다. 자신도 그런 문제를 충분히 알고 있는데, 도무지 고쳐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충고하는 것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한 마디 했다. “넌 지나치게 긍정적이야.” 그가 나와 오후 두 시에 시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상황이라고 상상해보자. 그의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지하철로 30분을 가서 버스로 갈아타고 30분을 가면 시청에 도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그는 그것을 한 시간 거리라고 생각하고 한 시에 집을 나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계산이다. 한 시간 만에 그가 도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순간이동을 해야 하고, 역에 도착하자마자 때마침 지하철이 도착해야 하며,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도착해서 문이 열려야 한다.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교통체증 같은 것도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고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변수는 언제 어디서나 도사리고 있고 때때로 최악도 일어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작은 일이 하나 생길 때마다 도착시간은 몇 분 씩 지연되고 그것들이 더해져 한 시간 두 시간을 늦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동생은 그렇게는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이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는 데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지금은 조금 덜 해진 것 같지만 온 세상이 ‘긍정’이라는 말에 미쳐있는 것 같은 때가 있었다.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모든 책들이, 당시 티비속에서 ‘긍정! 긍정!’을 외치던 어느 예능인처럼 다 괜찮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이야기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유행이 다소 못마땅하게 느껴졌던 것은 내가 부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내색하지 않는 불만과 걱정이 많고, 세상 사람들과 심지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긍정 일변도의 사고는 일종의 마취제다. 걱정과 불안은 확실히 삶을 괴롭게 하는 일이고,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확실히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마취제에는 어떠한 치유효과도 없다. 상황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저 긍정을 외치며 고통을 모면하려 하는 것은, 환부가 곪아가고 있는데 그것을 치료하려고 하기보다는 마취제로 버티는 방식을 택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고통으로부터 빠르게 벗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라도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고, 아니면 애초에 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일이다. 부정적인 사고는 이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한다. 문제를 인지하고 이것이 심화되었을 때 내가 겪게 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함으로써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부정적인 사고다. 행여나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미리 염려하여 그 가능성을 낮추는 것도, 아니면 그것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게 만드는 것도 모두 부정적인 사고다.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덕분에 나는 보다 원활하게 내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먼 지역에서 공연이 잡혔을 때 최악의 교통상황을 상상하고 여유롭게 출발하거나 전날 미리 현장 근처에 숙소를 잡고 잠을 자는 것, 혹시나 공연장에 갖추어져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장비를 미리 여분까지 넉넉하게 챙기는 것. 이런 것들이 나를 지켜준 횟수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성향이 처음부터 내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긍정이 안일함이 되는 바람에 박살 나 본 경험이 내게도 몇 번 있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내게 준 소중한 가르침이다. 긍정과 부정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인 상태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단어만 보면 ‘긍정’이 긍정적이고 부정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무엇이 옳고 다른 쪽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매사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동생의 태도가 부러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동안 나를 지켜준 부정의 가치를 믿는다. 그에게도, 내게도 둘 사이의 균형을 찾아내는 지혜가 있길 바란다. /강백수(시인)

2026-04-08

영원 같은 잠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스포를 일부 포함하고 있음을 알린다. 최근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았다. 두 시간 반이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인상적인 장면이 꽤나 많았지만, 영화관을 빠져나오며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잠에 대한 이야기였다. 주인공 그레이스(인간)와 로키(외계인)의 첫 만남 후, 로키는 잘 자라는 그레이스의 인사에 자는 모습을 지켜봐 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자는 모습을 지켜본다니, 인간의 관점에선 다소 소름 끼치고 꺼림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레이스도 같은 이유로 로키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로키는 진지하게 덧붙인다. 잠들었을 때는 위협에 대비할 수 없으므로 서로 지켜봐 주는 거라고, 지켜봄으로써 지켜주는 거라고. 이들은 영화 내내 가까이에서 잠을 자며, 서로의 잠든 모습을 지켜보고 또 지켜봐 준다. 그레이스의 지친 잠을 로키가 지켜주고 로키의 영원 같은 잠을 그레이스가 지켜준다. 살아있는 존재에게 ‘잠’은 필수 요소이다. 포유류 중에 가장 잠을 적게 자는 것으로 알려진 코끼리바다표범도 하루 두 시간은 숙면을 취해야 한다. 물론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처럼 수면 시간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생물도 있지만, 대부분의 생명체에겐 길든 짧든 일정한 수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의 몸은 재정비에 돌입한다. 과학적으로 수면은 뇌와 신체를 회복시키는 시간이다. 수면 중의 뇌는 깨어 있는 동안 쌓인 노폐물을 내보내고, 기억을 정리한다. 우리의 몸은 세포를 재생하고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 잠은 집중력과 기억력이 상승하며 스트레스가 완화될 뿐만 아니라 각종 성인병과 질환을 예방해주는 효과까지 있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토록 활발한 우리의 몸과 달리, 잠의 세계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의 정신은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꿈을 꾸기도 하고, 꿈도 꾸지 않을 만큼 깊은 잠에 빠져 그저 어둠밖에 없는 공간에 머물기도 한다. 의식은 사라지고 자아는 희미해진다. 잠이 우리의 의식을 꺼트리는 일이라면, 그 시간에 우리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인지, 어린 시절 대부분의 인간은 홀로 잠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부모는 아이가 잠든 모습을 지켜보고, 아이는 부모가 곁에 있음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 옆에서 잠을 청하거나, 아프고 병든 이의 잠을 지켜준다. “잠든 모습을 지켜본다”는 로키의 말이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의 잠을 지켜보며 살아온 것이다. 영화 말미에서 로키는 그레이스를 구해주다 큰 부상을 입고 영원과도 같은 긴 잠에 빠진다. 로키의 잠자는 모습은 꼭 마비된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얼굴도 없기 때문에, 그레이스는 로키가 잠든 것인지, 죽은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깨어날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레이스는 묵묵히 잠든 로키의 곁을 지킨다. 연구하고 알아낸 것들에 대해 들려주면서 로키가 깨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그레이스는 이제 로키가 부탁하지 않아도 로키의 잠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잠자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 그건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당신이 건강하지 않아도, 기쁘지 않아도, 그 어떤 상태일지라도 함께하겠다는 가장 조용하고 깊은 형태의 언어. 나의 무방비한 모습을 기꺼이 보여주고, 또 상대의 무방비한 모습을 기꺼이 지켜보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켜 주는 신뢰이자 다정한 행위. 그것이 바로 사랑 그 자체일 거라고 나는 믿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잠들고 또 잠에서 깬다. 몸이 서서히 이완되고 의식이 점차 흐려지다가 마침내 어둠이 찾아올 것이다. 소리를 비롯한 감각이 차단되고 나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갈 것이다. 다행히 내게도 그 시간을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 나 또한 그 사람의 잠을 지켜본다. 가장 무방비하고 연약한 순간을 지켜본다. 우리는 같은 시간에 잠들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시간에 깨어나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그가 잠든 동안 나는 지독한 불안과 고독감에 휩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가장 약한 모습을 지켜보려면 반대로 나는 가장 강해져야 할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서로가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외롭지 않게 잠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영원에 가까운 잠일지라도. /양수빈(소설가)

2026-04-08

문경찻사발축제 성공 개최 기원 ‘선조 사기장 추모 헌다례’ 봉행

문경시는 8일 문경읍 진안리 문경도자기 홍보판매장 앞 ‘선조도공 추모비’에서 2026 문경찻사발축제의 성공 개최와 문경 도자 산업 발전을 기원하는 ‘선조도공 추모 헌다례’를 봉행하며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번 추모제는 문경도자기협동조합(조합장 직무대행 박연태) 주관으로 열렸으며, 올해로 28회를 맞는 문경찻사발축제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통 도예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는 박연태 찻사발축제추진위원장의 헌촉을 시작으로, 문경 도자 산업 발전을 기원하는 조합원과 내빈들이 참여해 헌향·헌화·헌과·헌미·헌다를 올리고, 축문을 낭독하는 독축 순으로 엄숙하게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선조 도공들의 장인정신과 예술혼을 기리며 축제의 성공을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이동욱 문경시장 권한대행은 “문경찻사발의 전통은 선조 도공들의 땀과 혼이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그 정신을 이어받아 이번 축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로 더욱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연태 추진위원장도 “문경 도자 산업의 부흥과 축제의 성공을 위해 지역 도예인들이 한뜻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수준 높은 축제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문경찻사발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선조 사기장 추모 헌다례’는 축제 초기부터 봉행한 이후 매년 이어져 온 대표적인 전통 의식이다. 문경이 조선시대 관요(官窯)의 중심지로서 수많은 도공들이 활동했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름 없이 사라진 선조 도공들의 넋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문경 지역은 조선시대 백자의 주요 생산지 가운데 하나로, 왕실과 사대부 문화 속에서 차 문화와 도자 기술이 함께 발전해 온 곳이다. 이러한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자 시작된 추모제는 축제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의례로 자리 잡았다. 추모제는 단순한 제례를 넘어, 문경 도자기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지역 도예인들의 결속을 다지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해마다 축제 개막을 앞두고 엄숙하게 봉행되고 있다. 한편, 2026 문경찻사발축제는 오는 5월 1일부터 10일까지 10일간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개최된다. 축제 기간 동안 다양한 도자기 기획 전시와 찻자리 경연, 어린이 뮤지컬 공연, K-독도 홍보관 운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관람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6-04-08

대구시장 선거 이슈가 된 ‘2년뒤 TK통합’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서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이날 회담이 중동발 경제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성사됐지만, 여야 대표가 자연스럽게 TK행정통합이 무산된 데 따른 의견을 나눴으며, 이재명 대통령도 “야당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TK행정통합을 먼저 거론한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였다. 그는 “TK, 대전·충남 행정통합도 여야가 잘 합의했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누구의 책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여러 차례 TK행정통합 무산이 국민의힘 책임이라고 몰아갔지만, 이날은 ‘무산돼 안타깝다’는 말로 수위를 조절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에대해 “TK통합, 대전·충남 통합이 안 된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안타깝다. 우리는 통합 자체를 반대했던 것이 아니고, 내용상에 이견이 있었다”고 하자,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먼저 추진하자고 해놓고 반대하니 당황스러웠다”고 대응했다. 정 대표는 이날 “TK 행정통합에 대해서는 법사위가 열리기 전 제가 추미애 위원장에게 통과시키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기억한다”며, TK통합에 대한 자신의 찬성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정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TK행정통합 재추진 의사를 밝힌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김 후보는 전날인 6일 기자들과 만나 “시장에 당선되면 2년 뒤 총선에서 TK통합단체장을 선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음 TK단체장이 4년 임기를 다 채우면 차기 정권이 통합인센티브를 준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이재명 정부에서 행정통합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김 후보가 제시한 TK통합 일정은 부산·경남(PK) 통합 스케줄과 같아 정청래 대표가 영남권 민심을 의식해서 TK통합 문제를 거론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민주당의 속셈이 어쨌든, ‘2년 후 TK통합’이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이슈가 돼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길 기대한다.

2026-04-08

메디시티 대구를 부끄럽게 한 응급실 뺑뺑이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이던 28주 쌍둥이 임산부가 병원을 찾지못해 헤매다 수도권 병원까지 갔으나 끝내는 쌍둥이 중 한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태에 빠진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구시 등에 의하면 지난 2월 28일 밤 10시쯤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20대 미국인 여성 임산부가 복통을 호소하자 119에 연락, 구급차를 타고 대구지역 대형병원 7곳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병원측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거나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부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며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남편이 직접 임산부를 데리고 평소 다니던 분당서울대 병원에 가기로 하고 나섰지만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새벽 5시 35분이 돼서야 분당병원에 도착,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숨지고 한명은 뇌손상을 입고 치료중이라 한다. 대구에서 치료를 받았거나 시간만 단축할 수 있었다면 무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 안타깝기 그지 없다. 대구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상급종합병원과 모자의료센터를 갖춘 도시다.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관광산업을 대구 성장동력으로 삼고자하는 메디시티를 자임하는 곳이다. 이번 사고가 메디시티 대구에서 빚어졌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개별 의료기관의 인프라가 우수하다 한들 정작 위급한 산모 한명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의료에 대한 불신으로 종결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는 의료자원의 문제가 아니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문제가 있었던 탓으로 보아야 한다. 다수의 의료기관들이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콘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의료체계의 구조적 결함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과 신생아 중환자실의 포화 상태가 직접적인 이유이다. 특히 의정갈등이 장기화 되면서 심화된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서울에 쏠려 벌어지는 지역 간 의료격차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리는 사고였다. 대구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에 대한 혁신적 조치를 내놔야 한다.

2026-04-08

호르무즈의 파도와 대한민국의 선택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번 물러섰다. 최후통첩의 시한을 앞두고 ‘2주간 폭격 중단’이라는 시간을 벌었고, 그 대가로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했다. 겉으로는 긴장완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군사적 압박과 협상의 교차 지점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술적 후퇴다. 문제는 그 파장이 한반도에까지 미친다는 데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병목이다. 이곳이 흔들리면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곧바로 충격을 받는다. 지금 상황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질서와 해상 통제권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이다. 이런 국면에서 한국의 선택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첫째는 동맹, 둘째는 시장, 셋째는 자율성이다. 세 축을 조정하는 것은 ‘국익’이라는 균형추다. 먼저 한미동맹이다.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보조를 맞추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동맹의 작동원리는 자동 개입이 아니라 선택적 협력이어야 한다. 군사행동에 대한 직접적 참여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며, 대신 정보·후방 지원 등 비전투적 기여로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동맹의 신뢰는 유지하되, 불필요한 전장 개입은 피해야 한다. 둘째는 에너지시장 대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교적 수사보다 물리적 대비다. 비축유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 장기계약 재조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적 전환 없이는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경제는 같은 충격을 되풀이할 것이다. 에너지 안보는 이제 경제정책을 넘어 국가 생존전략의 일부가 되었다. 셋째는 외교적 자율성이다. 한국은 중동에서 적대 당사자가 아니다. 이 점은 오히려 자산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이란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과의 외교 채널을 열어두는 ‘이중 트랙’이 필요하다. 갈등의 한쪽에 깊이 묶이는 순간, 한국의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원칙의 문제다. 국제정치에서 도덕은 힘을 이기지 못한다는 현실이 있지만, 힘만 좇는 외교는 결국 스스로를 소진시킨다. 한국은 분명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원칙은 감정적 수사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한국은 ‘줄타기’를 요구받고 있다. 이는 우유부단이 아니라 전략적 균형감각이다. 동맹을 지키되 종속되지 않고, 시장을 읽되 요동하지 않으며, 원칙을 말하되 무력하지 않는 진정성을 지켜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파도는 멀지만, 파장은 대한민국에 가까이 있다. 파장을 피할 것인가, 읽을 것인가. 국제사회의 역학 속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살려 국익과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행보가 정책의 방향을 혼돈스럽게도 하지만, 국격과 국익을 지키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중심을 가져야 한다. 이란, 사우디, UAE 등 중동지역 각국의 독특한 여건들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확인하여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원유시장 수입선 다변화에 초점을 두면서 시장 환경에도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위기임에 분명하지만, 기회로 만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장규열 본사 고문

2026-04-08

딸깍 글쓰기를 넘어서는 방법

지난 4월 3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인 김영민 교수가 클로드와 첨삭 대결을 했다. 클로드에게 프롬프트를 준 사람도 김영민 교수다. 김영민 교수를 좋아하는 사람, 클로드와 사람의 대결을 보고 싶은 사람 130여 명이 모였다고 한다. 첨삭은 바둑과는 달리 우열을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이번 대결에서 첨삭 내용 중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팽팽하게 끝난 셈이다. 그만큼 텍스트 생성형 인공지능의 성능이 좋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픈AI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가 나온 것이 2022년 11월이니 이제 3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지금은 생활 곳곳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하고 있다. 이제 생성형 AI는 텍스트, 이미지, 소리와 음악, 영상, 코드, 멀티모달 등 여러 기능으로 특화되어 수요자의 필요에 따라 생성형 AI를 선택할 수 있다.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그중에서 글쓰기 분야에서 사용하는 ChatGPT, Claude, Gemini 같은 텍스트 생성형 인공지능을 눈여겨보게 된다. 이것들은 글이 필요한 모든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한때 대학생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과제를 제출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이제는 교수들이 나서서 이 툴을 어떻게 잘 이용할까를 가르치는 단계에 왔다. 실제로 ChatGPT가 써준 글을 처음 보면 얼마나 매끄러운지 감탄스럽다. 하지만 다시 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여러 번 보면 그 이상함의 실체를 알게 되는데, 그것은 글에서 인격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 글쓰기 도움보다는 질문하는 정도로 몇 번 사용해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어쩌면 세상은 곧 이 한없이 매끄럽지만 매력은 없는 이런 글들로 도배될지도 모른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초능력으로 딸깍 출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딸깍 출판이란 프롬프트로 책을 만들어 빠르게 출간하는 것을 말한다. 대형 출판사의 연간 발행 권수가 200여 권이라는데, 작년 어느 출판사는 이런 식으로 9000권 이상의 AI 도서를 발행했다고 한다. 어느 출판인은 이 딸깍 출판을 세금 도둑이라고 맹비난한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의무 납본하면 보상금을 주는데 이들은 이를 악용하여 책을 한두 권만 인쇄하고 보상금만 먹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딸깍 출판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 비열한 글쓰기가 인간다움을 파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오늘 SNS 글쓰기 모임에 처음 참여했다. 자기소개도 없는 익명의 모임이었지만 어떻게 글을 쓸까, 어떤 책이 좋은가 하는 주제로 카페에 앉아 글을 쓰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사람의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는데, 오늘 우리는 관계 맺기의 정수를 체험한 셈이다. 제아무리 클로드가 첨삭을 잘해도 사람이 주는 프롬프트 없이는 한 줄도 글을 못 쓴다. 우리가 글쓰기 없이 한 순간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은 글쓰기의 핵심 기능인 자기성찰, 경험 공유, 관계 맺기 때문이다. 딸깍 글쓰기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유영희 인문학자

2026-04-08

날씨만 흐리면 아픈 이유가 기분 탓일까

비가 오기 전이면 몸이 먼저 안다. 날씨가 흐려지거나 비가 오기 직전이면 관절이 쑤시고 허리가 묵직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비 오기 전부터 아프다라고 이야기하는 환자들이 흔하다. 단순한 기분 탓이나 우연으로 넘기기 쉽지만 이 현상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날씨와 통증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압이다. 비가 오기 전에는 대기압이 낮아지는데 이때 우리 몸에 가해지던 압력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조직이 팽창하려는 방향으로 변한다. 관절 안에는 관절액이 있고 주변에는 다양한 연부조직이 있는데 이 구조들이 미세하게 팽창하면서 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특히 이미 염증이 있거나 손상된 부위는 이런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날씨가 흐려지면 통증이 먼저 올라오는 것이다. 여기에 자율신경의 영향도 크다. 기압이 떨어지고 습도가 올라가는 환경에서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흔들리기 쉽다.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평소보다 불안정해지고 그로 인해 혈류가 떨어지거나 조직 내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쉽게 말해 몸이 전체적으로 둔해지고 무거워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때 근육은 더 긴장하고 통증을 느끼는 역치도 낮아진다. 그래서 같은 자극에도 더 아프게 느껴진다. 한의학적으로 이러한 상태는 몸에 차 있는 습(濕)이 외부의 습이랑 동기된 것으로 설명한다. 습은 무겁고 끈적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의 순환을 방해하고 통증을 지속시키는 특징이 있다. 비가 오기 전이나 장마철에 몸이 무겁고 찌뿌둥해지는 느낌은 바로 이 습의 작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관절이나 근육에 이미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이 습이 더 쉽게 쌓이고 빠지지 않으면서 통증을 악화시키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통증이 단순히 날씨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날씨는 하나의 방아쇠 역할을 할 뿐이고 실제 문제는 이미 몸 안에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근육의 긴장, 관절의 불균형, 신경의 과민 상태 등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외부 환경 변화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날씨가 좋아지면 괜찮아지고 나빠지면 다시 아픈 패턴이 반복된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진통제로 버티는 것보다 몸의 상태를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순환을 개선하며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통증이 반복되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서 치료하면 날씨 변화에 덜 흔들리는 상태로 만들어줄 수 있다. 평소에 비만 오면 아프던 사람이 치료 이후에는 요즘은 날씨가 바뀌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건조한 기후에 있으면 아픈게 좋아진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운동을 해서 땀을 자주 흘려주면 관절과 몸에 있는 습이 조금씩 제거 되기 때문에 땀을 흘리는 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날씨가 나빠질 때마다 통증이 올라온다는 것은 이미 몸 어딘가에 조절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신호다. 그 신호를 단순히 참고 넘기기보다는 왜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지 이해하고 미리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접근하면 날씨에 휘둘리는 몸이 아니라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는 몸으로 바꿔 갈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6-04-08

경북도 봄철 산불재난 예방 총력 대응

경북도가 봄철 건조한 기후로 인한 대형 산불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며 예방과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경북도는 지난 3월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선제적으로 운영하면서 산불 발생 건수를 크게 줄였고, 4월 들어서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상전망 분석, 대형산불 특별대책, 소각 행위 예방, 복합형 산불 대응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 됐다. 또한, 산불 발생 시 취약 시설과 위험물시설을 실시간 확인하고, 풍향·풍속을 분석한 확산 예측도를 시·군에 공유하여 주민대피 여부를 신속히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 대피가 결정되면 긴급재난문자와 민방위 사이렌을 통해 즉시 알림을 제공하는 체계도 마련됐다. 경북도는 2월 15건이던 산불 발생 건수가 3월에는 8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4월 현재까지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산불조심 기간이 종료되는 5월 15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황명석 권한대행은 “지방선거로 인한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경북도의 산불 및 재난대응은 24시간 유지되고 있다”며 “선거 준비 분위기 속에서도 도민 안전체계는 빈틈없이 가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6-04-08

경북도, 민선 8기 투자유치 46조 돌파… 목표 35조 원 조기 초과 달성

경북도가 민선 8기 투자유치 누적 실적 46조 3529억 원을 기록하며 당초 목표였던 35조 원을 크게 넘어섰다. 첨단산업 중심의 대규모 투자와 국내복귀 기업 유치가 이어지면서 ‘기업하기 좋은 경북’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는 8일 올해 3월 기준 민선 8기 누적 투자유치 실적이 46조 352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민선 8기 전체 목표액 35조 원 대비 132.4% 수준으로, 목표를 조기에 초과 달성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투자유치 목표액 5조 원도 이미 넘어섰다. 3월 기준 실적은 5조 3161억 원으로 집계돼 상반기 목표를 조기 달성하며 하반기 추가 투자 유치에도 청신호를 켰다. 특히 올해 들어 체결된 19건의 주요 투자협약(MOU)은 경북의 산업 구조가 미래 첨단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협약을 보면 삼성SDS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1조 864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C&P신소재테크놀로지㈜는 LFP 양극제 제조설비에 5000억 원, LIG넥스원㈜은 방위산업 분야에 3700억 원을 투자한다. 수소연료전지 기업 ㈜에스투피도 6378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AI 데이터센터, 이차전지 소재, 방산, 수소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산업 생태계 고도화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복귀 기업 유치에서도 성과를 냈다. 경북도는 ‘2025년 국내복귀 기업’ 선정에서 전국 최다인 4개 사를 유치했다. 영천의 ㈜카펙발레오와 경주의 ㈜일진 등 자동차 부품 및 첨단 제조업체가 포함되며 경북이 리쇼어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는 기업 맞춤형 부지 제공과 보조금 지원, 원스톱 행정 서비스를 앞세워 추가 투자 유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민선 8기 투자유치 목표 초과 달성은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과 전략적 유치 활동의 성과”라며 “첨단산업과 유망기업 유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4-08

작은 나눔이 이어준 치료의 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170여 명이 함께하는 한봉우리봉사단 단체 채팅 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온다. 평소에도 크고 작은 나눔이 이어지는 공간이지만 이날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짧은 문장 뒤로 무연고 독거 어르신의 긴급한 사연과 함께 ‘앰뷸런스 이송비 지원 요청 공문’이 첨부된다. 메시지는 길지 않았지만 상황의 절박함이 충분히 전해진다. 채팅창이 잠시 숨을 고르는 듯 고요해진다. 글을 올린 이는 더휴재가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는 하시현 센터장이다. 그는 포항시 해도동에서 홀로 사는 한 어르신의 위급한 상황을 조심스레 전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르신은 위암 판정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 항암치료를 이어오고 있었다. 쉽지 않은 치료과정 속에서 4차 치료를 앞두고 저혈압 쇼크로 포항 기독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다시 임상치료를 위해 서울로 이동해야 하지만 장거리 대중교통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의료진 역시 안전한 이송을 위해 앰뷸런스 이용을 권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50만원의 이송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임상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동이지만 앰뷸런스 비용이 없어 치료를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센터장은 먼저 행정적인 지원 방법을 알아본다. 긴급복지 제도를 포함해 적용 가능한 지원책을 하나씩 검토해 보지만 기준과 절차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결국 그는 마지막 방법으로 봉사단체 채팅 방에 용기를 내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채팅창에 알림이 하나둘 울리며 3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각자의 형편에서 보탠 작은 정성이 모이기 시작했다. 금액은 다르지만 마음의 무게는 같다. 순식간에 목표 금액을 훌쩍 넘긴 170여만 원이 모이며 채팅창을 따뜻한 온기로 채운다. 누군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모금은 자연스럽게 마무리 된다. 모금된 후원금으로 어르신은 무사히 앰뷸런스에 올라 서울로 향한다. 혼자서는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지만 많은 사람의 온정으로 다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마침 사설 앰뷸런스의 구급대장도 봉사단원으로 함께하고 있어 이송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는다. 이 일을 계기로 어르신은 도시락 봉사 대상 명단에도 정식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나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가는 결정적인 힘이 된다. 하시현 센터장은 “정말 감사하다”면서도 “마음 한 편은 큰 빚을 진 것처럼 무겁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사각지대의 어르신들을 마주할 때마다 개인의 힘만으로는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재가센터의 역할 중 하나가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과 지원 가능한 자원을 연결하는 일이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며 “도움이 꼭 필요한 분들이 제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이 일은 특별한 영웅담이 아니다. 다만 누군가는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냈고, 또 누군가는 망설임 없이 손을 내민다. 봉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은 손길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지켜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만들어낸다. 채팅방에 올라온 짧은 문장 하나가 만들어 낸 작은 온정. 그 과정을 지켜보는 봉사단원들의 마음에도 따스한 온기가 번진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6-04-08

전쟁 같던 이틀 고마운 손길들

지난 수요일, 요양원에서 어머님을 보러 오기로 했다. 농사일로 바쁜 가족들과 시골에 상주할 수 없는 내 형편을 생각하면 더는 집에서 모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날은 미리 알아본 요양원에서 어머님을 면담한 뒤 필요한 검사를 마치면 바로 입소하기로 되어 있었다. 시작부터 고비였다. 요양원 직원이 어머님의 손목을 보더니 수술 부위에 금속이 튀어나와 있고 곪은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깜짝 놀라 손을 들여다보았다. 붕대가 풀어진 사이로 쇠가 삐죽이 드러나 있었다. 직원은 이 상태로는 입소가 어렵다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119에 신고해 응급차를 불렀다.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어머님의 상태를 꼼꼼히 묻고 안전하게 모신 뒤 먼저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구급대원이 이미 접수까지 마쳐두었다.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의사는 소독과 깁스만으로 충분하다고 안심시켰다. 다시 사설 응급차를 타고 청송군보건의료원으로 향했다. 검사 후 입소 전까지 하룻밤을 머물게 된 청송군보건의료원에서의 기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어머님은 기력이 없었고, 설사까지 계속하셨다. 의료원의 간호사들은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욕창을 소독하고, 상태를 살폈다. 특히 인심 좋게 생긴 야간 근무 간호사는 두 시간마다 와서 필요한 처치를 해주었다. 어머님이 거친 말씀을 하셔도 “미안해요, 할머니”라며 웃어넘기는 그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먹먹했다. 미안한 마음에 혼자 애쓰는 내게 “꼭 자기를 불러달라”던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다음 날 검사 결과가 좋아 요양원 입소가 가능했다. 우리는 안도의 숨을 쉬며 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모셨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요양원 측이 어머님의 자궁하수를 문제 삼았다. 또다시 119구급차를 불러 안동병원 응급실로 갔다. 두 번째 구급차였다. 의사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있을 수 있는 증상이라며 친절하게 소견서를 써주었다. 요양원은 염증 수치 등을 이유로 입소가 어렵다고 했다. 늦은 밤, 다시 집으로 모셔야 했다. 사설 응급차를 기다리며 몇 군데 요양원에 급히 전화를 돌렸다. 절박한 마음으로 기존 요양원에도 다시 연락했다. 결국 소견서를 확인한 원장이 다음 날 아침 다시 모시러 오겠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요양원 직원들이 집으로 왔다. 어머님을 차에 모시고 가며 나는 밥 잘 드시고 직원들 말씀 잘 들으시면 몸이 좋아질 거라고 말씀드렸다. 마침내 입소 절차를 마쳤다. 오후에 다시 찾았을 때 어머님이 점심 죽 한 그릇과 반찬까지 잘 드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제야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 하나가 내려앉는 듯했다. 이틀 동안 두 번의 119구급차, 두 번의 응급실, 여러 번의 검사와 이동. 몸도 마음도 바닥이었지만, 그 시간마다 누군가의 친절한 손길이 있었다. 신속하고 차분했던 구급대원들, 환자와 보호자를 끝까지 배려해 준 청송의료원 간호사들, 마지막까지 방법을 찾아준 의료진과 요양원 관계자들. 그분들의 도움 덕분에 우리는 전쟁 같던 이틀을 건널 수 있었다. 살다 보면 가족의 힘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그때 사람을 살리는 것은 제도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람의 손길이다. 그 다정한 손길들이 있었기에, 지치고 두려웠던 시간 끝에서 나는 깊이 감사할 수 있었다. /손정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6-04-08

수창청춘맨숀에서 지역 예술가와 시민이 만나는 전시

대구시 중구 수창청춘맨숀에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30일까지 ‘2026 공공 레지던시 소개전’이 관객들을 맞이했다. 수창청춘맨숀은 3호선 달성공원역 인근, 수창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해 지역주민들에게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한다. 또한, 도보 거리 내에 다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대구예술발전소가 있어, 관람객들은 문화생활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올해 상반기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공공 레지던시 입주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고 입주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업을 지역주민과 공유하고 소통하며 진정한 지역 예술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이번 전시에는 길범, 극단 에르테르의 꿈, 호루라기, 든바다예 등 총 4팀이 참여했으며, 각 팀의 특색 있는 작품 세계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길범은 대구·경북 지역 향토 민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시민과 함께 만드는 참여형 사운드·공연 예술 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의상과 악기들을 함께 전시하여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관객이 자유롭게 민요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오는 18일 오후 2시 수창청춘맨숀 1층 맨숀쌀롱에서는 길범 팀의 ‘사랑방 국악 콘서트’ 버스킹 공연이 열리며, 관객들은 그 자리에서 직접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민요를 체험할 수 있어 관심이 가는 팀이다. 극단 에르테르의 꿈은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연극단체로, 시민 참여형 연극 창작을 중시한다. 전시에는 대표작인 ‘마음 속 사거리 좌회전’, ‘12만KM’ 등 관련 소품과 팸플릿이 전시되어, 관객에게 배우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전달했다. 또한, 전시장 한쪽에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관객들이 특정 장면의 주인공이 된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촬영한 사진은 관객들이 자신의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전시 방문의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 오는 18일 오후 3시, 5시 그리고 25일 오후 3시와 5시에 수창청춘맨숀 1층 맨숀쌀롱에서 ‘은하의 순간’ 버스킨 공연이 열린다고 하니 참여해볼 것을 추천한다. 호르라기는 먹, 한지 등 한국화 전통 재료를 활용하여 질감과 입체감을 살린 작품을 선보였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어선 신비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복도에 마련된 체험존에서 직접 한지와 붓을 사용해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작품을 전시 벽에 붙이는 참여형 체험을 즐길 수 있고, 이는 ‘또 하나의 전시회’가 되어 그 아름다움을 뽐냈다. 든바다예는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한 시각예술을 창작하는 팀으로, 팀명은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에서 따온 순우리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민이 직접 만든 작품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전시하여, 참여형 예술의 경험을 극대화했다. 작품 속 상상의 바다와 캐릭터들은 관객들에게 도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하며,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번 ‘2026 공공 레지던시 소개전’은 단순 전시를 넘어 작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적 경험을 선보였다. 수창청춘맨숀이라는 역사적·공간적 특성을 살린 전시는, 도시 속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예술가를 향한 시민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켜 지역예술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6-04-08

악성 민원·스트레스···포항시, 모바일 앱으로 공무원 마음 건강 돌본다

포항시가 악성 민원과 각종 재해·재난에 따른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공무원들의 마음 건강을 돌보기 위해 전문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전체 공무원 대상 정신건강 측정 및 조직진단, 개인 1대 1 심리상담(대면·비대면), 맞춤형 심리·힐링 프로그램 운영, 나를 알아내는 미파인 작품집 제작 등으로 구성했다. 특히 기존 PC 중심 방식에서 벗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 심리 시스템을 도입해 포항시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스마트폰으로 10분 내외로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바쁜 업무 환경 속에서도 더 손쉽게 조직진단과 심리 상태 점검이 가능하게 됐다. 4월 중 실시하는 전 직원 대상 심리진단의 경우 개인별 검사 결과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험도가 높은 직원에게 상담 치료 필요성을 알려 1대 1 심리상담과 연계한다. 상담 분야도 직무 스트레스, 조직 문제와 같은 직장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울 및 불안, 대인관계 갈등, 적응 문제 등 개인 정서 영역뿐만 아니라 부부관계, 자녀교육과 같은 가정상담도 가능하며, 상담 내용과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보호한다. 박재관 자치행정국장은 “직원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 건강이 곧 조직의 경쟁력”이라며 “직무 스트레스 요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직원들이 업무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시민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6-04-08

꽃비는 내리는데

꽃비 오는 속을 두 사람이 나란히 걷는다. 부부가 되기로 언약한 인생의 시작이 꽃길이다. 저렇듯 모두가 축복하는 속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팔짱을 끼고 함께 걷는 걸음이 행복해 보인다. 이제 시작하는 그 걸음이 늘 꽃비 속을 거니는 일상이었음 좋겠다. 예식장 방문 후에 어머니에게도 꽃바람을 쐬어 주고 싶었다.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여쭈니 H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 했다. 어머니는 H 할머니에게 결혼 부조금을 받기만 한 것이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다. 빚도 갚을 겸 안부가 궁금한 것이었다. 경산의 요양원으로 향했다. 대구를 넘어서 요양원 인근으로 가는 길옆 밭에는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산에는 진달래가 피었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논밭을 지나 언덕 위의 요양원으로 가는 길에 벚꽃이 터널을 이루었다. 그 길을 따라 굽이진 도로 끝에 요양원이 자리한다. “죽으려고 들어왔잖아.” 여기서는 죽어야 나가지, 죽기 전에는 못 나간다. 첫 마디가 가슴에 맺힌 한을 토해낸다. H 할머니와 우리는 어릴 적 한집에서 살았다. 6·25로 신랑을 잃고 아들 하나만을 믿고 살아왔다. 나이 90에 아직도 꼿꼿한 허리는 건강을 말해 주지만 자식을 생각함인지 여기 들어올 때는 기어서 다녔다고 묻지도 않은 얘기를 두 번씩이나 한다.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감쌀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이 슬픈 멜로디로 천천히 흐른다. 그 마음을 아는지 창밖에는 꽃비가 내린다. 유족 연금으로 병원비와 약간의 용돈만을 받는다고 한다. 벌이가 없는 자식이 연금을 떼어서 생활비로 쓰고 있으며, 입원 후 아이들이 이사하여서 집도 모른다고 한다. 자신이 살던 집은 손녀의 결혼 자금으로 쓰이고 갈 곳 없는 할머니가 갈 곳은 요양원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현대판 고래장은 요양원 밖으로 어머니를 보내지 말라는 며느리의 요구를 철저하게 이행한다. 돈을 주는 사람의 목소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 못난 자본주의의 틀이다. 철저한 틀이 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벚꽃이 날리는 뜰에서 그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만나지 못한 그동안의 이야기를 천천히 나누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벚꽃이 핀 뜰을,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오랜만에 만남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꽃잎은 주위를 가득 메웠다. 이제 곧 끝이 날 만남이 아니라 긴 만남을 축복하는 꽃비였으면 좋으련만. 돌아오는 길에 경산의 한의대학교 캠퍼스를 차로 돌았다. 벚꽃이 가득한 길을 따라 올라갔다. 어머니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활짝 핀 벚꽃에는 관심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잿빛이 되어가는 엄마의 모습이 안타깝다. 눈물처럼 바람에 떨어지는 꽃비가 저리로 날린다. 어제도 사위에게 맞아 죽은 장모의 시신이 캐리어에 이삿짐처럼 담기어 신천을 떠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천박한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일터로만 내몰고 가정을 돌보는 일은 모른 체 한다. 아버지로도 모자라 어머니마저도 돈을 벌게 만들고 아이들은 돌봄센터를 전전한다. 지친 잠결에 부모를 보고 소젖을 먹고 자란 아이는 어쩌면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는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좋은 음식을 먹고 비싼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는 것일까. 삶은 과정이다. 부족한 음식이라도 함께 나누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 아닐까. 옆에 있는 이웃을 알고 친구를 만나고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모여 차를 나누며 좋아하는 걸 하고 살 때 우리는 더 많이 웃지 않을까. 혼자 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보내기보다 친구와 공을 차는 게 더 인간답지 않을까. 삶에 지쳐 사는 것이 힘들다고 여길 때라도 우리는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식장에도 요양원에도 꽃비는 내린다. 꽃비 속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다른 두 사람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나눈다. H 할머니를 두고 돌아서는 마음이 먹먹하다. 돌아오는 길에도 꽃비는 내리는데 따뜻하지 않음은 비가 가지는 속성 때문인가. /김규인 수필가

2026-04-08

철강의 미래, 용광로의 온도가 아닌 ‘도시의 지혜’에 달렸다

지금 세계는 하나의 충격이 다른 충격을 불러내는 연쇄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중동의 군사 충돌은 더 이상 먼 지역의 비극으로 머물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의 차질은 곧바로 국제유가를 밀어 올리고, 국제유가의 급등은 환율과 물류비, 원료비를 흔들며, 그 충격은 제조업 국가인 한국의 공장과 가계로 곧장 밀려온다. 최근 보도들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했고, 글로벌 공급 차질 우려도 커졌다. 전쟁은 언제나 먼저 약한 사람들의 삶을 무너뜨리고, 그 다음 산업과 무역의 질서를 흔든다. 민간인 피해가 이어지는 현실 앞에서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 와중에 미국은 또 하나의 파고를 만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2일, 철강·알루미늄·구리 관련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식을 다시 손질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백악관 설명에 따르면 철강 코일처럼 금속 자체에 가까운 품목은 전가치 기준 50% 관세를 유지하고, 철강·알루미늄·구리가 상당 부분 들어간 파생제품은 전가치 기준 25% 관세를 적용하며, 금속 비중이 15% 이하인 제품은 해당 232조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겉으로만 보면 제도가 정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완제품까지 영향을 넓히며 미국 시장으로 연결된 공급망 전체에 부담을 얹는 조치다. 철강이 직접 수출되지 않아도 철강을 품은 제품이 미국으로 들어가는 순간, 부담은 다른 형태로 되돌아온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철강산업의 어려움은 더 선명해진다.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오랜 부진 끝에 2026년 1분기 반등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철강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것은 단순한 판매량이 아니다. 미국의 보호무역이 만들어내는 통상 비용, 중동 불안이 자극하는 고환율과 원료비 상승, 그리고 갈수록 강해지는 탄소규제와 탈탄소 투자 부담이 한꺼번에 덮쳐 오고 있다. 산업은 회복을 말하는데, 비용은 회복을 허락하지 않는 형국이다. 오늘의 철강은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산업이 아니라, 통상과 환율과 탄소가 한 몸처럼 얽힌 복합 비용 경쟁의 산업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포스코홀딩스 윤창원 수소저탄소연구소장의 말과도 정확히 맞물린다. 그는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비중이 큰 나라에서는 탄소중립과 산업성장을 함께 이루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으며, 하나의 기업이나 하나의 국가만의 힘으로는 해법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진단은 단순한 기업 발언이 아니라 시대의 구조를 드러내는 고백에 가깝다. 철강 탈탄소는 공장 안의 기술 혁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값싸고 안정적인 청정수소, 대규모 저탄소 전력, 송배전과 저장 인프라, 금융과 세제 지원, 시장 창출과 통상 대응이 함께 가야 한다. 기술 하나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과제라는 뜻이다. 그래서 포항에서 최근 이뤄진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부지 최종 승인은 단순한 개발 승인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3월 27일 포항국가산업단지 계획 변경안을 승인·고시했고, 이에 따라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인근 해역을 매립해 약 135만㎡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용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됐다. 개발기간도 2041년까지 연장됐다. 이것은 선언이 아니라 입지의 확보이고, 구호가 아니라 실행의 출발이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전환이 더 이상 연구실과 발표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공간과 설비와 전력 수요의 문제로 넘어왔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부지가 무엇을 상징하느냐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고로처럼 석탄에 기대어 돌아가는 공정이 아니다. 수소와 전력이 핵심이며, 결국 에너지 체계와 제철 체계가 결합된 새로운 산업 질서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연산 30만 톤 규모의 하이렉스 데모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 2021년부터 인허가 절차를 밟아 왔다. 이는 곧 포항이 더 이상 ‘철을 만드는 도시’에만 머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포항은 수소를 조달하고, 전력을 연결하고, 환경 갈등을 조정하고, 지역 일자리와 기술 인력을 키워내는 도시여야 한다. 철강의 미래는 이제 용광로의 온도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도시의 민주주의 수준과 사회적 조정 능력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환경 및 사회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그것을 해결하는 민주주의적 과정은 더 이상 산업의 바깥에 있는 장식물이 아니다. 그것 자체가 산업경쟁력의 일부가 되었다. 주민의 우려를 무시한 채 속도만 높인 사업은 결국 더 큰 지연과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반대로 충분한 정보 공개와 토론, 검증과 보완, 신뢰 형성은 사업의 시간을 단축하고 불확실성을 줄인다. 포항의 수소환원제철 부지 역시 긴 행정절차와 환경 논란,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승인에 이르렀다. 이 과정은 불편했을지 몰라도, 바로 그런 불편을 견디는 능력이 앞으로의 산업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탈탄소 시대의 경쟁력은 속도만이 아니라 정당성에서 나온다. 포항시민의 지혜가 필요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탄소중립을 말하는 목소리는 많다. 그러나 정작 그 대책을 세우기 위한 지역 차원의 숙의는 자주 늦어진다. 수소는 어디서 어떻게 들여올 것인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계통 전력은 어떤 조합으로 연결할 것인가. 해양환경 영향은 어떤 기준으로 감시하고 공개할 것인가.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중소 협력사는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 철강 노동자의 전환 교육과 일자리 안전망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들이 언론과 의회와 시민사회, 기업과 행정의 공적 토론장에서 더 자주, 더 깊게 다뤄져야 한다. 수소환원제철의 성공은 포스코만의 성공이 아니고, 포항만의 사업도 아니다. 그것은 한국 철강산업이 관세와 환율과 탄소의 삼중 압박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묻는 시험대다. 지금 포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전쟁과 통상 충격이 길어질수록 산업의 체질 전환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둘째, 수소환원제철을 지역의 자부심만이 아니라 구체적 정책과 인프라의 과제로 다뤄야 한다. 셋째, 환경과 안전을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으로 이해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 전체가‘찬성’과‘반대’의 단순한 구호를 넘어,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지의 설계 논의로 들어가야 한다. 전쟁의 바람은 멀리서 불어오지만, 그 바람이 흔드는 것은 결국 우리 삶의 식탁과 공장의 불빛이다. 미국의 관세는 워싱턴에서 발표되지만, 그 파장은 포항의 제철소와 협력업체와 항만과 지역경제에 닿는다. 탄소의 시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포항은 더 늦기 전에 토론해야 하고, 설계해야 하며, 함께 결단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의 성공과 철강산업의 빠른 회복을 말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산업의 미래는 기술에서 시작되지만, 완성은 시민의 지혜와 사회의 합의 속에서 이루어진다. /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

202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