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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이가리항 바다장터’ 씨푸드 매력 뿜뿜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항에서 열린 ‘이가리항 바다장터(Igari Port Marche)’가 지역 수산물 판로 혁신과 어촌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을 구현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가리항권역 어촌신활력증진사업단(단장 박희광)이 포항시와 함께 개최한 이번 행사는 12일과 13일 양일간 진행됐으며, 어민의 고령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회혁신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해양수산부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장터는 어촌의 전통 어업과 청년의 창의성, 시민 참여를 결합한 어촌형 직거래 모델을 선보이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사전 접수 1시간 만에 마감된 쿠킹클래스에서는 참가자들이 청년 셰프의 지도로 문어초밥과 초여름 샐러드를 직접 만들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이가회관 부스는 신선한 회와 소라 세트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하루 한정 판매 상품이 빠르게 매진돼 추가 물량을 준비해야 했다. 또한, 바다캔들 만들기, 이가리 바다보물 찾기, 재즈 밴드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이 가족 단위 방문객의 관심을 끌며 총 방문객 500여 명을 기록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직거래 장터를 넘어 지역 수산물 판로 다각화와 관광 연계형 어촌 활성화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어민들은 기존 수협 위판장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청년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박희광 단장은 “어민들의 노력이 청년·시민과 결합해 지속 가능한 어촌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향후 지역 특화 씨푸드 콘텐츠 개발로 어촌 활성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서명출 이가리어촌계장은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해 어촌신활력증진사업단과 협력하며 희망을 봤다”며 “직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포항시와 사업단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수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씨푸드 콘텐츠를 개발해 포항 대표 관광형 어촌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임창희기자

2025-07-13

이철우 경북도지사,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 가동 지시···경북 지역 최대 150mm 폭우 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3일 오후 5시쯤 도내 관련 부서와 시군에 호우 대응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도지사는 관련 부서 및 시군에 보낸 메시지에서 “실·국장으로 구성된 안전 지원책임관을 시군에 즉시 파견해 주민 대피 지원과 마을순찰대 운영을 돕도록 하고,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시군에는 “즉각 주민대피 체제로 전환하고, 인명 피해 우려가 큰 지역의 주민을 사전에 대피시키는 한편 마을순찰대를 전면 가동해 위험 지역 사전예찰과 위험시설 집중 점검·통제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도지사는 또 “도민들께서는 TV, 라디오 등을 통해 기상 상황을 계속해서 예의 주시하시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야외활동 시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대구, 김천, 고령, 성주, 청도, 경주에 호우 특보를 발표했다.   비는 오는 15일까지 이어질 전망이여, 예상 강수량은 대구, 경북내륙, 울릉도·독도는 30~80mm(많은 곳 120mm 이상)이고 경북 동해안(울진, 영덕, 포항, 경주), 경북 북동 산지는 50~100mm(많은 곳 150mm 이상)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5-07-13

탁구 임종훈-안재현, 세계 1위 또 꺾었다…WTT 미국 스매시 우승

한국 남자 탁구의 '환상 콤비' 임종훈-안재현(이상 한국거래소) 조가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미국 스매시에서 세계랭킹 1위인 '르브렁 형제'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임종훈-안재현 조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TT 미국 스매시 남자복식 결승에서 프랑스의 '형제 콤비' 펠릭스 르브렁-알렉시스 르브렁 조에 3-1(4-11 13-11 11-5 11-6) 역전승을 낚았다. 이로써 임종훈-안재현 조는 3주 전 WTT 스타 컨텐더 류블라나 결승에서 '르브렁 형제'를 3-0으로 완파하고 우승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남자복식의 세계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아울러 임종훈-안재현 조는 작년 10월 아스타나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로는 32년 만에 우승하고 올해 3월 WTT 스타 컨덴더 첸나이를 제패한 데 이어 네 번째 복식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준결승에서 홍콩의 웡춘팅-챈볼드윈 조를 3-1로 돌려세운 임종훈-안재현 조는 중국의 왕추친-량징쿤 조를 3-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프랑스의 '르브렁 형제'와 맞닥뜨렸다. 세계랭킹 5위인 임종훈-안재현 조는 르브렁 형제의 거센 공세에 잇달아 실점하며 첫 게임을 4-11로 넘겨줬다. 임종훈-안재현의 찰떡궁합이 살아난 건 승부처인 2게임이었다. 2게임 초반 2-5로 뒤진 임종훈-안재현 조는 6-10으로 게임 포인트에 몰렸지만, 거센 추격전을 펼쳐 10-10 듀스를 만들었고, 결국 13-11로 이기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임종훈-안재현 조는 3주 전 결승 승리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거세게 몰아붙여 3게임을 11-5로 여유 있게 이겼고, 여세를 몰아 4게임도 11-6으로 잡으면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임종훈은 신유빈(대한항공)과 호흡을 맞춘 혼합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린스둥-콰이만 조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지만, 남자복식 우승으로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각 1개를 수확했다. /연합뉴스

2025-07-13

한국 컴파운드 양궁, 월드컵 남자 단체전서 7년 만에 금메달

한국 컴파운드 양궁 남자 대표팀이 7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최용희, 김종호(이상 현대제철), 최은규(울산남구청)로 팀을 꾸린 한국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25 현대 양궁 월드컵 4차 대회 닷새째 컴파운드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235-234로 물리치고 시상대 정상에 섰다. 컴파운드 남자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남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2018년 2차 대회 이후 7년 만이다. 당시에도 최용희와 김종호가 남자 대표팀의 주축이었다. 한국은 올해는 안탈리아에서 치러진 3차 대회에서 이 종목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올림픽 종목이 아니었던 컴파운드 양궁은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대한양궁협회는 최근 세계 강자들을 초청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합동 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과 맞붙는 이벤트 경기도 마련하는 등 컴파운드 대표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컴파운드 대표팀은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비롯해 여자 단체전 동메달, 혼성 단체전 은메달, 여자 개인전 동메달 등 메달 4개를 수확하며 이번 대회를 마쳤다. 한승연(한국체대), 심수인(창원시청), 소채원(현대모비스)으로 팀을 꾸린 여자 대표팀은 인도네시아와의 3위 결정전에서 235-231로 승리했다. 3차 대회 우승에 이은 두 대회 연속 입상이다. 여자 대표팀은 앞서 준결승에선 대만에 230-234로 패했다. 혼성 단체전에서는 최용희와 소채원이 출격해 준결승에서 엘살바도르를 150-149로 물리친 뒤 결승에서 네덜란드에 153-155로 패해 2위를 차지했다. 컴파운드 여자 개인전에서는 한승연이 준결승에서 조티 수레카 벤남(인도네시아)에게 143-144로 패한 뒤 3위 결정전에서 파르티느 카우르(인도네시아)에게 146-143으로 이겨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마지막 날인 13일 각 종목 결승전까지 소화하는 리커브에서는 태극궁사들이 여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했다. 개인전에서는 김제덕(예천군청)이 남자 4강, 강채영(현대모비스)이 여자 4강에 올라가 있다. /연합뉴스

2025-07-13

홍명보호, 15일 ‘운명의 한일전’

한국 축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과 '동아시아 챔피언'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은 15일 오후 7시 24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을 치른다. 풀리그 방식으로 치러지는 동아시안컵은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년 대회 이후 이번까지 4차례 대회에서 '동아시아 양강' 한국과 일본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맞붙는다.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홍콩과 중국을 상대로 2승씩을 올린 터라 지난 3차례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마지막 한일전에서 챔피언이 결정된다. 중국에 3-0, 홍콩에 2-0으로 이긴 한국(+5골)은 홍콩, 중국을 상대로 각각 6-1, 2-0 승리를 거둔 일본(+7골)에 골 득실에서 뒤진 2위다. 최종전에서 비기면 일본이 골 득실로 앞서며 우승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2022년 대회에서 일본에 빼앗긴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다. 한국은 2019년 대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일본은 한국만 이뤄낸 동아시안컵 연속 우승을 노린다. 한국은 2015, 2017년 대회를 석권해 대회 첫 연속 우승을 달성했으며 곧이어 2019년 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라 3연패를 이룬 바 있다. 우승하려면 반드시 골이 필요한 만큼, 홍명보호 공격수들의 발끝에 눈길이 쏠린다. 한국에서는 '도쿄리' 이동경(김천), 주민규(대전), 이호재(포항) 등 공격수들을 비롯해 미드필더 강상윤(전북), 센터백 김주성(서울) 등이 이번 대회에서 골 맛을 봤다. 홍콩과 중국전에서 각각 완전히 다른 11명 선발 명단을 적어내며 큰 폭으로 선수들을 테스트한 홍명보 감독은 최종전은 한일전으로 펼쳐지는 만큼 '필승'을 지상과제로 놓고 최상의 자원을 엄선해 베스트 11을 짤 거로 보인다. 특히 주민규, 이호재, 오세훈(마치다) 등이 경쟁하는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유럽파 선수들의 경쟁력이 두드러지지 않는 포지션이어서 어떤 선수가 득점포를 가동해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일본 대표팀은 K리그 23명, J리거 3명으로 구성된 한국과 비슷하게 전원 자국 J리거만으로 팀을 꾸렸다. 앞선 두 경기에서 도합 8골을 연사한 공격진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아 홍명보호 수비진은 긴장해야 할 거로 보인다. 홍콩전에서 4골을 몰아친 30세의 혼혈 베테랑 저메인 료(산프레체 히로시마)를 필두로 이나가키 쇼(나고야 그램퍼스), 나카무라 소타(산프레체 히로시마), 호소야 마오(가시와 레이솔), 모치즈키 헨리 히로키(마치다) 등이 이번 대회 득점을 기록했다. 이들 외에도 올 시즌 J리그에서 득점 랭킹 공동 4위(일본인 1위)를 달리는 미야시로 다이세(빗셀 고베), 기타가와 고야(시미즈 S펄스·이상 8골) 등이 일본 대표팀에 포함돼 있다. 한국은 일본과 상대 전적에서 42승 23무 16패로 앞서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3승 3무 4패로 밀리는 데다 2연패 중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에 치른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 평가전과 2022년 7월 나고야에서 벌인 동아시안컵 맞대결에서 거푸 0-3으로 완패했다. /연합뉴스

2025-07-13

18년 만에 다시 찾은 송도해수욕장, 모래 위에 쌓는 포항의 새로운 100년

송도해수욕장이 18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한때 동해안 최고의 피서지였던 이곳은 방파제와 모래 유실로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길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바다는 결국 사람을 다시 부른다. 되살아난 백사장 위로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송도해수욕장은 1960~80년대 ‘동해안 1번지 해수욕장’으로 불렸다. 여름이면 대구와 경북 전역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백사장은 파라솔로 빼곡했다. 송도의 상징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입구를 지키던 ‘여신상’이었다. 바다를 향해 팔을 벌린 듯한 여신상은 송도가 품은 여름의 낭만이었다. 해변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다이빙대도 사람들의 추억 속에 또렷하다. 청춘들은 거기서 몸을 던져 바다로 뛰어들며 한여름의 열기를 식혔다. 여신상 아래서 가족사진을 찍고,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 기억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무분별한 개발과 방파제 축조로 모래는 점점 사라졌다. 해수욕장은 2008년 문을 닫았고, 해변 상권은 활기를 잃었다. 송도는 추억 속에만 남았다. 하지만 포항은 물러서지 않았다. 수년간 모래 복원과 해안 정비에 힘을 쏟았고, 마침내 송도는 다시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여신상은 그대로고, 다이빙대도 깔끔히 단장됐다. 다만 이제 다이빙대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대신 상징으로서 과거를 기억하게 한다. 문제는 여기서 멈춘다면 송도는 그저 추억 속 해수욕장에 머물 뿐이라는 것이다. 송도는 이제 시대에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 여신상과 다이빙대가 과거의 낭만을 상징했다면, 지금은 그 위에 세계인을 불러모을 새 상징을 세워야 한다. 그 답이 해오름대교 전망타워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짚라인이었으면 한다. 파도를 내려다보며 하늘을 나는 짜릿함, 송도는 어쩌면 이 한 방으로 두바이 마리나, 하와이 와이키키 못지않은 글로벌 해양 액티비티의 격전지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는 추억이 아니라 경쟁이다. 아시아의 수많은 해변과 리조트들이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 상상하고 투자하고, 놀 거리를 만든다. 과거의 명소에 머물러서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발길을 돌린다. 그런 점에서 송도 짚라인은 관광 트랜드에 맞춘 변화의 상징이자 해양도시 포항의 새로운 얼굴, 해양관광의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 체험시설, 상권 연계,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부수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만에 하나 진행한다면 세계 최고의 액티브 설계자가 구상하도록 해 그 이름을 보고 세계인이 송도로 오도록 했으면 한다. 송도는 이미 주변은 달라지고 있다. 첨단해양R&D센터는 해양바이오, 해양에너지, 스마트양식 같은 미래 산업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고, 곧 개통될 해오름대교는 물류와 관광을 잇는 대동맥이 된다. 이어 완공될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의 후방 효과도 송도로선 기대할만 하다. 이제 남은 건 ‘발상의 전환’이다. 개장식에서 만난 한 시민은 말했다. “어릴 적 아버지 손잡고 여신상 앞에서 사진 찍고,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렸죠. 지금은 못 뛰어내리지만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반갑습니다.” 그렇다. 송도는 추억만으로도 큰 밑거름이다. 거기에 짚라인이 얹히면 송도는 더 이상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닫혔던 해변 가게들도 다시 문을 열었다. 파라솔 아래 가족의 웃음소리가 파도 소리와 얽혀, 송도의 여름을 되살려내는 그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러나 웃음소리만으론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을, 더 먼 곳에서 불러와야 한다. 철강 도시 포항이 바다로 다시 숨을 쉬고, 그 바다 위에, 세계인이 몰려들도록 길을 깔고 닦아야 할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추억의 상징 여신상과 다이빙대 위에, 세계를 겨냥한 짚라인이 더해질 때 송도는 다시 태어나고 모래 위에 새겨지는 발걸음들은 포항의 새로운 100년을 쌓아올릴 것이다. 이제 송도는 다시 돌아보는 해변이 아니라, 다시 날아오를 해변이어야 한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7-13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아들의 첫 번째 생일이 지났다. 이맘때쯤 되니까 육아에 있어 새로운 어려움이 찾아온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어떻게 놀아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까꿍까꿍만 해줘도 꺄르르 웃던 아들은 이제 자꾸만 새로운 것을 원한다. 집이 비좁아질 정도로 새로운 장난감을 구해다 바쳐도 한계가 있다. 이럴 때 찾아오는 것이 미디어의 유혹. 새로운 것이야 휴대폰에 깔려 있는 유튜브 어플에 무궁무진하게 있지 않은가. 돌쟁이 아기를 홀릴만한 신나는 콘텐츠들은 차고 넘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아직 이러한 유혹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기껏 조성해 놓은 TV 없는 거실이 아깝기도 하고, 뭔가 이제 와서 항복을 선언하기에는 자존심도 조금 상한다. 아기에게 미디어를 보여주는 시기를 미룰수록 좋다는 이야기는 지겹게 들었다. 그 이유도 여러 가지 들었지만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노는 방법을 터특하는 일이 아이의 지능과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손쉽게 자극이 주어지는 일이 반복되다보면 아이가 새로운 놀이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없어지는데, 그렇게 되는 것이 아이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문득 이러한 이야기가 단지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변변한 취미도 없고 사람들과 소통하는데서 즐거움을 찾을 줄 모르는 사람들. 세상에 널려있는 소박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 반면에 참 잘 노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저기 관심도 많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품고 사는 사람들.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은 사람들. 이것은 삶이 얼마나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가와 직결되지 않는다. 돈도 시간도 많은데 ‘노잼’인 사람들이 있고, 분주한 일상 틈틈이 재미를 감춰두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구분은 뻔한 이야기이지만 얼마나 놀아봤는가, 그 경험의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세상은, 그리고 어른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나중에 놀라고 조언한다. 지금 놀면 나중에 실패하게 되지만 지금 인내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고 성공 이후에 더 풍요롭게 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말이 꼭 옳은 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기들이 미디어를 비롯한 손쉬운 자극 없이 놀아 봐야 노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듯이 어른들도 성공과 풍요가 아직 찾아오지 않은 젊은 시절에 없는 살림 속에서 어떻게든 노는 연습을 해야 나중에 더 잘 노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달에 삼십 만원 생활비로 살던 대학시절, 단돈 만원 한 장으로 데이트를 해 보았다면 함께 김밥 한 줄 씩 사 들고 공원을 거닐며 끝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인지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편의점 앞에서 과자 한 봉지에 작은 캔 맥주 한 캔씩을 아껴 먹으려면 여름밤의 정취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기차 입석에 올라 힘들게 도착한 낯선 고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발품을 팔고 돌아다니던 여행은 그 시절이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뒤늦게 성공해서 경제적 풍요를 얻게 된 다음 놀아보려 애쓰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비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환상적인 야경을 바라보며 데이트를 할 수 있겠지만 낭만적인 이야기들이 밤새도록 서로의 사이를 오갈 수 있을까. 분위기 좋은 루프탑 바에서 비싼 위스키를 시켜 먹으면 맛이야 있겠지만 진짜 여름밤 냄새를 맡을 수는 있을까. 비행기를 타고 낯선 대륙으로 떠나서 호화로운 여행을 즐기며 그곳의 풍경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기억 속에 담아낼 수 있을까. 물론 풍요로운 삶은 좋은 삶이지만 그 이전에 실컷 놀아본 사람이라면 그 풍요를 훨씬 낭만적이고 알차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걸 하나도 모르고 단지 풍요롭기만 하다면 그 풍요를 탕진하며 놀더라도 어딘가 공허할 수 있지 않을까. 가끔 마주하는 씁쓸한 소식들이 있다.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을 살던 사람이 도박, 마약, 아니면 그 어떤 부도덕한 행동을 통해 무너져버리고 마는 소식.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본질은 어쩌면 삶의 진정한 쾌락을 얻는 방법을 몰라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부정한 쾌락을 향해 손을 뻗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노랫가락 차차차’라는 노래가 있다. 가수 황정자가 1962년 발표한 곡인데, 제목이 낯설어도 노래의 첫 소절 가사만큼은 널리 알려져 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우리의 풍요가 완성되기 전부터,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 노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강백수(시인)

2025-07-13

대구근대역사관, ‘광복 80주년’ 기념 이육사 문학세계 탐구

대구근대역사관이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백마 타고 온 초인(超人), 대구 이육사’ 와 연계한 문화행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육사의 문학세계’를 오는 16일 오후 2시 문화강좌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이육사의 대표시 ‘청포도’에서 영감을 받아 민족시인이자 저항시인으로 평가받는 그의 문학적 유산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1부:창작오페라 ‘초인264’로 만나는 이육사의 혼 1부에서는 최근 제작된 창작오페라 ‘초인264’의 하이라이트 주요 아리아가 공개된다. 특히 오페라 대본을 집필한 소프라노 이영규가 특별 출연해 의미를 더한다. 이영규는 이육사의 종손녀로, 현재 대구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적 혈통과 음악적 재능을 잇고 있다. 오페라 ‘초인264’는 오는 8월 안동문화예술회당에서 정식 공연될 예정이다. △2부:이육사 문학의 깊이를 탐구하다 2부에서는 안동 이육사문학관 손병희 관장의 특강이 이어진다. 손 관장은 이육사 문학 연구 권위자로, ‘이육사의 문학’· ‘이육사전집’ 등을 집필했으며, 최근 현대어로 재해석한 ‘이육사 총서’(전 5권)를 출간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이육사의 작품 세계를 심층 분석하고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성인 40명을 선착순 모집하며, 전화(053-430-7917) 또는 현장 접수로 신청 가능하다. 잔여석은 당일 현장에서도 접수받는다. 또한 특별전과 연계한 상설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전시 내용을 담은 활동지를 풀며 관람할 수 있으며, 이육사가 중외일보·조선일보 대구 주재 기자로 활동했던 역사를 재현한 ‘대구근대일보’ 기자 체험에도 참여할 수 있다. 대구근대역사관 관장 신형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장은 “이번 행사는 이육사의 삶과 문학을 음악과 학술적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며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그의 정신을 되새기고, 지역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3

의자의 목적

의자에 앉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근육이 필요하다. 엉덩이의 대둔근부터 시작해서 척주기립근, 허벅지를 지탱하는 햄스트링과 대퇴사두근까지. 특히 나처럼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사람에겐 착석이야말로 고강도 근력 운동이나 마찬가지다. 어찌나 하기 싫은지. 의자에 앉는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근육통이 느껴지는 것 같다. 늘 이런 식이다.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엉덩이가 먼저 반기를 든다. 다리를 이리저리 꼬았다가 풀기 일쑤다. 몸을 비틀고 자세를 바꾸는 일은 언제나 쉽게 끝나지 않는다. 결국 침대 위에 누워서 앉기에 편안한 의자를 검색해 본다. 서울대 학생들이 사용한다는 의자, 인체공학적인 곡선으로 설계된 의자, 독일의 기술자가 만들었다는 입이 떡 벌어지게 비싼 명품 의자…. 사실은 알고 있다. 의자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것을. 의자에 묵묵히 앉아 있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전에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 보통 회사원들이 책상 앞에 앉아 일하는 시간은 8시간 남짓. 이들에게 존경심이 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순히 ‘앉아 있음’이 아니라, 굳건히 ‘버티고 있음’에 가깝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나의 감탄에 그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뭐 대단할 게 있나. 다들 그렇게 사는걸. 마음은 풍선보다 가볍다. 굉장한 근력을 자랑하는 사람도 마음이 붕 뜨는 것은 도무지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도망치고 싶고, 내 자리는 이게 아닌 것 같고, 오늘 하루가 괜히 억울해지고… 그런데도 다시 자세를 고쳐 앉는 사람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단단함이 느껴진다. 오래 앉아 있다는 건 근육의 힘보다는 마음의 싸움에 더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업무와 마주하고 떠나고 싶은 충동과 타협하며 더 편안한 자리로 가고 싶다는 유혹을 견디는 일.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눌러가야지만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이것이 어찌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앉아 있음’이 언제나 책임감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의자를 지키는 일과 의자에만 집착하는 일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는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되지만, 후자는 그 자리가 곧 자기 자신인 줄 아는 오해에서 시작된다. 어떤 사람은 앉아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주변을 견제하고 눈치를 살핀다. 한 번 앉은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 전전긍긍한다. 이제 이것은 ‘버티고 있음’의 영역이 아니라 ‘붙들려 있음’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의자에 앉은 상태로 근육이 굳어버린 사람을 상상하면 예민하고 경직된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손에 땀을 쥐고 움켜쥐며, 이 의자에서 밀려나는 순간 존재가 증발할 것처럼 여기는 모습 말이다. 의자에 앉는 것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고 그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존재의 증명이 된다.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자기 자신도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는 눈빛은 덤이다. 재미있는 것은 눈앞의 의자가 영영 자신의 것이 아니라잠시 빌려 앉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떠나면서도 거기에 무언가를 남기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다음 사람은 필연적으로 그의 흔적을 느낀다. 등받이에 남은 체온, 미세하게 기울어진 방향, 소음 절감을 위해 바퀴에 덧댄 고무 패드까지. 순식간에 그 사람의 삶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누군가의 흔적은 나의 자세를 되묻게 한다. 사실 나는 삶의 불편에도 너무나 쉽게 엉덩이를 떼어버리는 사람이 아니었나 하고. 조금만 힘들어도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리지는 않았는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너무 빨리 자리를 옮겨버리지는 않았는지. 혹은 너무 쉽게 자리를 고정해 버리고 거기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언가를 다 한 것처럼 착각해 버리지는 않았는지. 근육을 늘리기 위해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방법은 간단하다. 앉았다가 일어나고 다시 앉는 것. 그 반복이 곧 힘이 된다. 그러니까 의자에 앉는다는 건 몸을 단련하는 일. 의자의 목적은 결국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힘들게 버틴 몸이 제자리에서 단단해졌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한껏 솟아오른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면서 다음 자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득하게 의자에 앉아 문장을 매만지는 일을 회피하고 싶은 필자의 변을 늘어놓았다. 의자의 목적은 오래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일어서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참으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였으니. 이제 나는 당당하게 일어나 냉장고로 향할 예정이다. 운동 후엔 단백질 보충이 필수이므로! /문은강(소설가)

2025-07-13

백남준과 아모아코 보아포, 경주서 만나는 동서양 현대미술

경주 우양미술관이 1년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오는 20일 재개관한다. 이번 특별전은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기념해 기획된 한국 현대미술 거장 백남준 한국미술특별전과 가나 출신의 세계적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 개인전으로 구성된다. 기술과 인간, 동서양의 교차를 탐구해온 백남준의 예술 세계와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백남준 특별전:포용적 미래를 향한 기술적 유토피아 제1전시실에서는 백남준의 대표작과 미공개 소장품 12점을 포함한 ‘2025 APEC 기념 한국미술특별전’이 열린다. 1980~90년대 백남준의 전환기 작품을 집중 조명하며, 그가 기술과 예술을 통해 추구한 ‘인류애적 연대’와 ‘포용적 미래’라는 APEC의 핵심 가치를 예술적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나의 파우스트’ 연작(1989~1991) 중 ‘경제학’과 ‘영원성’, 복원 완료된 ‘전자초고속도로’ 시리즈 등은 국내 최초 공개된다. 괴테의 고전적 주제를 차용한 ‘나의 파우스트’는 자본주의와 영성, 기술과 기억의 관계를 탐구하며, ‘전자초고속도로’는 세 대의 자동차로 구성된 설치 작품으로, 물리적 경계를 초월한 네트워크 사회의 가능성을 시각화하며, 초연결 시대의 소통방식을 예견한다. 또한 ‘고대기마인상’(1991)은 우양미술관 설립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서, 경주에서 발굴된 고대 유물인 기마 인물형 토기를 모티프로 삼았다. 백남준은 이 유물에 ‘탈영토제국주의’ 개념을 결합해, “가장 빠른 정보 전달력이 새로운 권력의 기반이 된다”는 통찰을 몽골 기마 문화의 속도에 빗대 표현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네트워크 권력 구조를 선구적으로 읽어낸 작업으로, 기술과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그의 실험정신을 응축한다. 이외에도 ‘음악 심(必)’, ‘푸가의 예술’은 비디오, 오브제, 사운드, 조형 구조물이 융합된 매체 실험의 대표작으로,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백남준의 실험정신이 집약돼 있다. △아모아코 보아포 개인전: 경계를 넘어선 초상의 미학 제2전시실에서는 흙과 천을 활용한 인물 초상화로 유명한 아모아코 보아포의 개인전 ‘I Have Been There Before’가 열린다. 아시아 최초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사적 경험과 미술사적 유산을 융합해 구축한 그의 독창적 화법을 조명하며, 흑인의 정체성을 단순한 피부색이 아닌 역사적 서사와 복합적 경험으로 재해석한다. 보아포는 손가락으로 직접 물감을 바르는 핑거페인팅 기법을 통해 인체를 조각적 형태로 재현한다. 이 기법은 회화의 평면성을 깨고 피부의 질감, 근육의 긴장, 표정의 미묘함을 생생하게 포착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속 인물의 존재감에 압도당하도록 이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활동 기간 중, 보아포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품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클림트의 장식적 화려함과 실레의 강렬한 신체 표현은 그의 화면 구도와 색채 구성에 스며들었으며, 특히 흑인의 피부색을 다층적으로 쌓아 올린 색면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회복의 서사를 시각화한다. 전시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마지막 공간은 한국 전통 한옥의 마당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 작품으로 채워진다. 가나 출신 건축가 글렌 드로쉬와의 협업으로 설계된 이 공간은 동서양의 문화적 접점을 상징하며, 보아포의 시각 언어와 한국의 역사적 정서가 상호작용하는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오는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어지는 두 전시는 각각 기술과 예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접점에서 ‘연결과 포용’이라는 시대적 담론을 공유한다. 이는 2025 APEC의 지향점인 ‘혁신적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번영’과도 맥을 같이한다. 우양미술관 측은 “리모델링을 통해 확장된 공간과 첨단 시설을 갖춰 관객에게 더욱 풍부한 예술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 미술의 저력과 세계적 작가의 창의성을 동시에 만나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13

전동 킥보드, 이대로 괜찮은가?

최근 도심 곳곳에서 전동 킥보드가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전동 킥보드가 인도나 도로에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길거리 무질서, 시민 불편 가중 전동 킥보드는 원래 시민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 도입된 만큼 올바른 주차와 이용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들은 이용 후 지정 주차구역을 무시하고 인도 한가운데나 보행자 통행 구간에 킥보드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통행에 어려움을 주고, 심지어 보행 중 부딪히는 사고까지 발생한다. △시민의식 계도 필요 전동 킥보드의 무질서한 방치는 단순한 주차 문제를 넘어 시민의식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내가 잠깐만 여기다 둬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누적되면 결국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사용자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에 대한 주차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리 대책 마련 시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용자와 업체 모두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업체는 주차구역 확대, 잘못 주차 시 페널티 부과 등 실효성 있는 관리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모범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함께 만드는 쾌적한 도시 전동 킥보드는 도시 이동의 혁신을 가져다주었지만, 올바른 이용과 주차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시의 혼잡과 불편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시민 모두가 ‘내가 먼저’라는 작은 실천으로,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할 때다.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은 개인적 실천과 사회적·제도적 지원이 균형 있게 이루어질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시민의식은 개인의 작은 실천과 사회의 지속적인 교육, 제도적 지원이 결합 될 때 비로소 높아질 수 있다.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이 선진 사회로 나아가는 핵심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윤숙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3

복숭아 맛있게 먹는 법

복숭아는 여름철 과일로 많은 사람에게 인기다. 복숭아 종류와 성분, 보관법, 구입요령, 맛있게 먹는 법 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예로부터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하고 시원한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복숭아는 신선이 먹는 불로장생의 선과로 불리며 맛과 영양이 뛰어난 과일로 알려져 있다. 복숭아의 원산지는 중국 화북지방 고원지대다. 서아시아에서 페르시아 원정을 통해 유럽까지 전파됐다. 동양에서는 불로장생과 무릉도원의 뜻을 가지고 있어 복숭아 나무가 많은 곳을 영험한 장소로 여겼다. 또 신선들이 먹는 과일로 장수의 상징으로 여겼다. 우리 조상들은 복숭아를 먹으며 여름에는 기력을 보충했다고 전해진다. 복숭아는 품종에 따라 과육의 식감, 당도, 수확 시기도 다르다. 6월부터 9월까지 먹을 수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품종만 수백 가지다. 크게 분류하면 털의 유무에 따라 백도, 황도, 천도 등으로 나뉜다. 전남 화순은 우리나라 복숭아의 30%를 생산하며 우리 지역에서는 청도와 영덕에서 많이 생산된다. 복숭아에는 아스파트산(Aspartic acid)이 다른 과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스파트산은 아미노산의 하나로 피로를 느끼게 하는 활성탄소와 콜레스테롤 등을 배출하고 염증을 억제하므로 여름철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다. 폴리페놀과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 새콤한 맛을 내는 유기산 성분과 칼륨도 풍부해 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비타민 베타카로틴, 펙틴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피부의 미백과 니코틴 해독에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복숭아는 과당이 높아 많이 먹으면 복부 팽만감을 유발함으로 다량 섭취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복숭아털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복숭아는 무르기 쉬운 과일이다.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5~13도가 적당하다. 말랑말랑한 것부터 먹는 것이 좋고, 과육이 단단한 상태라면 씻지 말고 2일 정도 상온에서 후숙시켜 먹는 것이 좋다. 냉장고에 3일 이상 장기 보관하면 껍질이 질겨지고 당도도 떨어지므로 하나씩 종이에 싸서 보관하면 오래 간다. 냉장 보관된 복숭아는 먹기 1시간 전에 미리 꺼내 둬야 본래의 당도와 맛을 느낄 수 있다. 복숭아를 구입할 때는 표면에 상처가 없고, 매끈하며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는 것이 싱싱하다. 모양은 좌우 대칭인 걸 고르고, 향기가 진한 것이 맛도 좋다. 복숭아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털을 제거하고, 또 깎은 복숭아의 변색을 막기 위해서는 레몬즙을 뿌리면 효과적이다. /안영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3

비싼먼지

“외할아버지, 먼지도 비싼 먼지가 있어요?” 손주의 엉뚱한 물음에 커피 잔을 들던 손이 멈칫했다. 아니, 이석은 또 무슨 발칙한 상상을 한 걸까. 요즘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지. 그래도 먼지까지 금값 되었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 “비싼 먼지라니, 그게 뭔 소리고?” “학교 가는 길에 공사장 앞에 ‘비산먼지 저감 운동’이라고 쓰여 있던데요. 비산먼지니까, 비싼 먼지 아닌가요?” 이 말을 듣고는 참던 웃음이 터졌다. 아이고, 세상에 이런 해석이 다 있나. ‘비산먼지’가 ‘비싼 먼지’라니. 얘 눈엔 한자도, 상식도 다 요술방망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얘야, 그건 날 비(飛), 흩어질 산(散), 날아다니는 먼지란 뜻이란다. 값을 매기는 게 아니라, 괜히 돌아다니는 게 문제라서 줄이자는 말이지.” 손주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끝을 흐렸다. “근데, 그냥 ‘날리는 먼지 줄이기’라고 쓰면 되잖아요. 왜 굳이 비산먼지, 저감운동 같은 어려운 말을 쓰는 거예요?” 그렇다 손주에게서 배울 점도 있다, 상식선에서 생각해 볼 문제다. 요즘은 간판도, 현수막도 다들 있어 보이려고 어려운 말을 골라 쓴다. 그게 더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보는 사람은 더 헷갈린다. 특히 우리 손주 같은 순수한 눈에는 그게 ‘비싼 먼지’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난 김에 한자 이야기를 해주었다. 야구 얘기를 예로 들며, 투수는 ‘던질 투(投)’에 손 수(手), 포수는 ‘잡을 포(捕)’에 손 수, 타자는 ‘칠 타(打)’에 놈 자(者). 다이아몬드 첫 번째 자리를 진지 루(壘)를 써서 1루 2루 3루라 하고 심판은 심판할 심(審), 판단할 판(判). 이쯤 되면 한자 모르면 야구도 어렵다. “와, 야구에도 다 한자가 있네요?” 손주는 눈이 동그래졌다. 그 눈을 보니 어릴 적 고향 생각이 났다. 마을 이름 하나도 다 사연이 있었다. ‘곰재’는 곰이 자주 나왔다는 고갯길이었고, ‘죽전’은 대나무 들판, ‘대암리’는 큰 바위가 많았다. 그런데 그걸 한자로 웅치(熊峙), 죽전(竹田), 대암리(大巖里)라고 써놓으면, 어디 무협지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글자만 보면 풍경이 그려지고 전설이 붙는다. 우리 육촌 자형 별명도 생각났다. 동네 사람들은 자형을 ‘개머리 자형’이라 불렀다. 처음엔 개처럼 생겼나 했는데, 알고 보니 ‘포두리(浦頭里)’라는 동네, 즉 ‘갯가머리’에 살아서 그렇게 부른 거였다. 물가 포, 머리 두, 줄이면 개머리. 이야, 동네 어른들도 줄이기의 달인이었다. 한자라는 게 참 묘하다. 어려운 듯하면서도 알면 재밌고, 모르면 오해하기 딱 좋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이 한자 모른다고 야단칠 건 아니지만, 한 자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우리 어른의 몫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손주가 던진 ‘비싼 먼지’라는 말, 그냥 틀렸다고 하기엔 너무 귀하다. 그 말 한마디로 온 가족이 웃었고, 덕분에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먼지가 이렇게 고급 콘텐츠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결론은 이렇다. 먼지는 원래 공짜다. 다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그건 세상에서 제일 비싼 먼지일지도 모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3

신라 천년 석재다리 경주 문천 효불효교

경주 남천(문천)에 국립경주박물관을 끼고 흐르는 서편에는 효불효교(孝不孝橋)로 불리는 일정교가 있었다. 복원된 월정교에서 문천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도중에 물줄기는 다시 남쪽으로 휘돌아 꺾인다. 월정교에서 상류 약 1.2km 되는 동편에 국립경주박물관을 두고 동서로 연결되던 일정교 자리가 문천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일정교 규모는 안내판에서 길이 55m, 높이 5m, 상판의 너비 12m 정도였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문천 바닥에는 일정교 교각을 구성했던 받침대석과 날개벽 등 하천 바닥에 남아 있는 하부 석재가 배 모양을 이루고 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도 물줄기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이 경탄스럽다. 근년에는 일정교 자리를 내려가서 볼 수 있도록 계단을 설치하고 일대에는 잔디광장과 산책로도 마련했다. 게다가 수습된 석재를 한데 모아 네모지게 진열도 해놓았다. 그런데 일정교지는 지난해 하절기에는 물줄기에 뒤덮이면서 일부는 석재가 일그러져 제자리를 벗어나고 풀숲에 가려지기도 해 아쉽다. 신라 천년의 석재 다리 유지를 수시로 정비하면 관광객들이 효불효교의 의미를 두고 옛 자리라는 것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인데 말이다. 일정교를 두고 효불효교라는 부르는 전설이 전해진다. 신라시대에 아들 일곱을 둔 과부가 살고 있었다. 이 과부는 사통하는 남자가 있었으므로 아들들이 잠들기를 엿보아서 나가곤 했다. 아들들이 서로 말하기를 “어머니가 밤에 물을 건너다니니 자식된 자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가”하고 돌다리를 놓으니 어머니가 부끄럽게 여겨 행실을 고쳤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자식들이 어머니에게 효도하기 위하여 다리를 놓았다고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는 불효가 된다면서 효도의 다리와 효도가 아닌 불효의 다리를 놓은 것을 두고 효불효교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칠 형제가 힘을 합하여 다리를 놓은 데서 북두칠성과 칠 형제에서 이름을 따와 칠성교라고도 불렸다. /권영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3

“오이가 열리든 말든”

어라, 아직 여름길은 제대로 나지 않았는데 오이넝쿨의 손은 하늘을 더듬더라 그때 노란 꽃이 후두둑 피기 시작하더라 아직 여름길은 나지 않았는데 바다로 산책을 나간 새들은 오이 향을 데리고 저녁이 닫히기 전 마을로 돌아 오더라 오이꽃에서는 바다의 향기가 나더라 바다에 빠진 태양빛 같은 새들의 수다 속에서 꽃은 지고 오이 멍울이 화반에서 돋아나더라 여름길이 열리고 그 노란 꽃 가녘에 흰 나비는 스르르 속옷을 열더니 쪼그리고 앉더라 먼 사랑처럼 기어이 휘어지면서 오이가 열리든 말든 ―허수경,‘오이’ 전문(‘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사) 언젠가 그녀는 말했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잊지 않았다.” 허수경 시인의 시에서 시간은 결코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먼 사랑처럼 기어이 휘어지면서” 결코 잊히거나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오래 남아 무겁고 아름다운 감정을 고요히 쌓아 올리고 있다. 2018년 독일에서 지병으로 조용히 세상을 떠난 그녀는“슬픔의 시간”을 가장 깊이 들여다본 시인이었다. 그녀의 시에는 늘 사라져가는 존재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멀어져가는 시간이 함께한다. 그 시간은 단지 과거로 흘러간 것이 아니라, 현재와 뒤섞이며 미완의 시간 감각으로 현전한다. 이를테면 “아직 여름길은 제대로 나지 않았는데”라는 기표는 시인이 평생을 두고 붙들었던 변전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에게 시간은 결코 질서정연하게 흐르지 않을뿐더러 계절은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사랑은 예고 없이 저물며, 죽음은 삶의 맨 앞에 서기도 하는 그녀의 시간은 늘 어긋나 있다. 그러나 그 어긋남의 틈을 통해 우리는 어떤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가령 “여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 오이넝쿨의 손이 하늘을 더듬”고 “그때 노란 꽃이 후두둑 피기 시작하더라”는 언술이 그렇다. 그녀에게 바다는 멀리 있지만, “오이꽃에서는 바다의 향기”가 나고, “태양빛 같은 새들의 수다”가 저녁을 덮기 직전까지 계절을 흔든다. 시인의 발화법으로 이렇게 말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먼저 깃들고, 오이꽃에서 바다향이 나듯, 삶의 어느 부분은 미래보다 앞서 살아지게도 한다고. 해서 이미 진 꽃에서 오이가 열리기도 한다고 말이다. 이때 시인의 몸을 통해 “나비는 조용히 속옷을 벗고, 쪼그려 앉는다.” 생명의 열매는 그저 피고 지고, 사랑은 “열리든 말든” 휘어진다. 태어나고 사라는 모든 과정에서 개입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며 “나는 사라지는 것들 앞에서 시를 쓴다”고 했던,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허수경적인 태도일지 모른다. 1990년대 후반 독일로 건너가 말 없는 고국을 떠나 먼 나라의 언어 속에서 생을 견뎠고, 2018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의 시는 아직도 여름처럼 푸르다. 그녀에게 ‘여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이 가장 짙게 고여 있는 감각의 시간이다. ‘혼자 가는 먼 집’에서 그녀는 여름을 “사라지는 존재들을 가만히 붙들고 있는 계절”이라 했고,‘나는 발굴지에 있었다’에서는 여름을 지나간 신들의 시간과 사람의 잊힌 시간과 다름이 아니라고 했다. 여기서 오이는 허수경의 다른 시 수박’이나‘레몬‘자두’처럼 그녀가 애써 피워 올리던 몸시의 형상으로 읽을 수 있다. 결국 오이넝쿨의 얽힘, 꽃의 노란색, 멍울 맺힌 생명의 시작, 향기로 스미는 바다의 기억, 이 모든 것은 생명과 죽음, 탄생과 퇴락, 감각과 소멸과 다름이 아니다. 그녀의 시 속에서 여성은 늘 혼자서 피고 지며, 존재의 흔적을 조용히 남긴다. 시인은 여성적 존재를 섬세한 식물처럼 그려내고, 그 안에 언어 이전의 감정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민한 의식을 숨긴다. 시인 허수경에게 시는 ‘말해지지 않는 것’을 끝내 붙잡는 일이 아니었을까. 무언가를 자라게 하는 시간, 그리고 멀어지는 존재를 떠나보내는 그 시간까지 모두 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종종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말이 사라진 자리에 감정과 감각의 몸을 생명으로 남겨 두었다. 이것이 바로 허수경의 여름이고, 오이꽃이며, 향기로 스미는 바다일 것이다. “꽃은 지고 오이 멍울이 화반에서 돋아나더라" /이희정 시인

2025-07-13

멈춤 없는 청송의 걸음

지난 3월, 청송은 거대한 산불을 겪었다. 푸르던 산과 마을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고 수많은 군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불길은 단지 산을 태운 것이 아니었다. 울부짖는 사람들, 타들어간 과수원, 무너져 내린 생계의 끈들… 그 현장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군민 모두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비극이었다. 그러나 청송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을 외면하지도 절망에 주저앉지도 않았다. 상처를 껴안은 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조립주택 설치와 생계비 지원 같은 긴급한 대응은 물론, 산림 복구를 포함한 장기 재건 계획까지 행정과 민간이 함께하며 하나하나 다시 쌓아 올리고 있다. 그 걸음은 단순히 원상 복구에 그치지 않는다. 청송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시 다지고 있으며, 공동체가 다시 살아 숨 쉬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이 산불은 청송에 닥친 재난이었지만 동시에 우리 시대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 고온과 폭염, 초대형 산불, 집중호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이제 더 이상 일시적 자연현상이나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청송 역시 최근에는 대형 산불에 이어 예기치 못한 우박 피해까지 더해 농업 현장의 불안이 현실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긴박한 현실이다. 청송은 이러한 기후 위기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청송의 자부심인 ‘청송사과’가 있다. 13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선정된 청송사과는 이제 품질 경쟁을 넘어 기후 변화에 강한 지속 가능한 미래형 스마트 농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황금사과연구단지 조성이 그 출발점이다. ‘우량 사과묘 보급’과 ‘농업용 유용 미생물 생산 및 공급’을 추진하고, 실증시험포장 운영을 통해 ‘5연동 사과재배 하우스’, ‘황금사과 수형별 비교시험포’ 등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또한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한 무적엽 사과, 꼭지 무절단 사과 도입 등으로 청송사과의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냉해, 병해충, 이상기온에 대응한 첨단 재배기술도 현장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품목으로 농가의 소득원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농업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청송의 미래를 지탱할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대한 변화다. 청송은 농업뿐 아니라 사람과 공간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청년과 가족이 돌아오고 싶은 고장, 어르신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고장을 만들기 위한 공간 재설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체결한 농촌협약을 통해 총 346억 원 규모의 생활권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며 진보면을 비롯한 부남·현동·안덕면 등 각 지역에 복합커뮤니티 공간, 문화·복지시설, 주거 인프라가 조성되고 있다. 농촌에도 도시의 품격을 더한 삶터가 조성되면서 인구 유출과 고령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송읍에 올해 말 준공 예정인 공공임대주택은 원룸 44세대로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이어 2027년 준공 예정인 진보면 공공임대주택(110세대)은 대규모 청년 주거단지로 청년층의 유입과 정착을 견인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청송군 K-U시티 역노화 사업’을 통해 지역특산물 기반의 상품 개발, 공동연구와 창업지원, 역노화 산업 연계 인재양성 등 청년층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산불 피해가 없었던 산남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 개장한 산남 파크골프장은 최신 시설을 갖추어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쾌적한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선 지중화 사업도 지역 경관 개선과 안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반시설과 생활환경에 대한 지속적 투자는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청송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힘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시대, 지역의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청송은 산불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 시련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회복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쌓여가는 노력 하나하나가 바로 청송의 미래를 지탱하는 단단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농업을 넘어 삶터 전반에 걸친 변화, 위기 속에서 피어난 연대와 혁신이야말로 청송의 다음 100년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산불이 청송의 시간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청송은 오늘도 꿋꿋하게 걷고 있다. 아픔을 딛고, 변화를 품고, 미래를 그리며. 그 걸음은 앞으로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5-07-13

산재보험 상병보상연금

<문> 산재로 심하게 다친 사람이 장기간 치료하는 경우 휴업급여 대신 「상병보상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데 이에 대해 궁금합니다. <답> 상병보상연금이란 요양 중인 근로자가 요양 개시 후 2년이 경과되어도 치유가 되지 아니하고 중증요양상태(1~3급)에 해당되는 경우 휴업급여 대신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문> 상병보상연금은 어떻게 산정하나요? <답> 평균임금에 중증요양상태 등급일수를 365로 나눈 일수를 곱한 금액을 1일당 상병보상연금으로 지급하며, 휴업급여와 마찬가지로 고령자의 경우 61세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감액하여 지급하게 됩니다. <문> 상병보상연금 청구 절차가 궁금합니다. <답> 상병보상연금 청구서에 요양중인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발급받은 중증요양상태 진단서를 첨부하여 의료기관 관할 공단지사에 제출하면 되고, 기존 상병보상연금 대상자는 중증요양상태가 변동된 경우 중증요양상태 변동신고서에 중증요양상태 진단서를 첨부하여 의료기관 관할 공단지사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문> 상병보상연금 심사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답> 공단지사에서 중증요양상태 심사일을 지정하여 통보하면, 지정일자에 출석하여 심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출석할 때는 본인 신분증과 MRI, 방사선 필름 등 중증요양상태 등급 결정에 필요한 자료를 지참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콜센터(1588-0075) 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부(054-288-5290)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07-13

‘다른’ 사람과 연결하기

지난 8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소속 장애인 부모들이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 앞에서 환한 얼굴로 ‘오체투지 보고대회’를 열었다. 4일 이재명 정부 첫 추경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 249억원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잡은 2025년도 예산이 4천3십억 원이었으니 6%가량 증액한 셈이다. 이 추경 예산이 장애인 부모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무더운 날씨에 지난달 16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매일 100배 제자리 오체투지를 하면서 발달장애인 추경 예산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부모연대의 시위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거의 매년 발달장애인 복지를 위해 시위했고, 3년 전에는 부모들이 삭발 시위까지 했다. 이런 꾸준한 노력으로 얻은 결과인 셈이다. 내가 발달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청소년과 자주 만난다는 개인적인 인연 때문이다. 그 청소년은 지능지수가 경계선 지능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하는 데도 부모의 각별한 관심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스무 살이 넘으니 독립에 대한 욕구가 많은데 사회적 지원 체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을 위한 추경 예산 확정 소식을 본 것은 일간지가 아니라 어느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소식 sns다. 검색해보니 실제로 주요 일간지에서는 다루지 않았고 장애인 관련 인터넷 신문에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그만큼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뜻이리라. 심지어 발달장애인 권익 요구 관련 뉴스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댓글이 달린다. ‘지원해줄수록 더 달라고 한다’부터 심하게는 ‘발달장애인이 사람이냐’까지 부정 의견의 스펙트럼은 넓다. 그러나 정상이라는 범주를 설정해놓고 그 범주를 벗어난 존재를 ‘인간’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은 장애인을 가스실로 보냈던 나치와 다를 바 없다. 지금 당장 내게, 내 가족에게 장애가 없다고 해서 장애가 영원히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치매에 걸릴 수도 있고, 사고로 다칠 수도 있다. 며칠 전, 박산호의 ‘다르게 걷기’를 읽다가 장애인 인권활동가 변재원의 인터뷰를 만났다. 어려서 큰 병을 앓고 의료사고까지 당해서 척수마비에 걸려 장애인이 되었지만 그 상황을 못 받아들인 엄마의 폭력까지 견뎌야 했다고 한다. 그가 발달장애와는 다른 후천적 신체장애이고 지적 능력에는 문제가 없는데도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정도로 엄마가 불안이 컸던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내 모습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머리로는 어렵다. 사회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그들도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급선무다. 서울 혜화동에는 느린 학습자를 위한 도서관 ‘라이브러리 피치’가 있다. 이곳에 가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존중받는 기분이 든다. 나와 다른 사람을 연결하는 경험이 일상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면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것이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2025-07-13

악성 댓글은 그만

김연아가 남편과 찍은 사진을 SNS에 공개한 후 심한 ‘악플’이 달리자 이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껏 충분히 참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복적으로 달리는, 저희 둘 중 누구를 위한 말도 아닌 댓글은 삼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도 악의적 댓글이 또 이어졌다. 김연아는 “3년 동안 들어온 선 넘는 주접, 드립 댓글들 이제는 그만 보고 싶어요”라고 다시 글을 올렸다. 선수 시절에도 심각한 편파 판정에도 불평이나 부정적인 말을 안 하는 김연아다. 악의적 댓글은 그렇게 착하고 입이 무거운 사람마저 인내심을 잃게 만든다. 본인이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데 사람들은 왜 그리 난리를 칠까. 거기서 무엇을 얻으려는 건지. 두 사람이 조용히 살아갈 수 있도록 그냥 놓아둘 수는 없을까. 우리는 sns와 언론 매체를 통하여 악의적 댓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럼에도 악의적 댓글은 끊이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제주 항공 참사에 있어서도 악의적 댓글은 멈추지 않는다. 유가족 대표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악의적인 명예훼손을 거듭한 30대에 법원은 3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가족의 죽음으로 슬픔에 싸인 유가족에 대한 악의적 댓글은 그만두어야 한다. 익명으로 악의적 댓글을 올린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분명히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댓글을 다는 데는 자유도 주어지지만 책임도 따른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허위 사실을 올리며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내모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익명으로 악의적인 글을 올리고 잠자리에 들 때 하루를 돌아보면 마음이 편할지 모르겠다. 익명이라는 이유로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모욕적 언어가 난무하고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익명의 다수에 의한 집단 공격은 한 개인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내몬다. 집단 공격은 너무나 쉽고 빠르게 확산하며 통제하기 어렵다. 심지어 이것이 SNS를 넘어 언론에 드러날 때 피해 당사자는 심각한 고통을 당한다. 피해 당사자는 정신적 고통에 힘들어하지만,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하는 사람들을 볼 때는 할 말을 잃는다. 온라인상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익명으로 글을 쓰면 자기표현을 솔직하게 할 수 있고 자기를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다. 익명으로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과 정치적인 생각을 활발하게 밝히는 것도 가능하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교내 폭력, 가정 폭력, 정신 건강 문제 등 민감한 문제도 익명이기에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누구나 사회적 지위와 신분에 관계없이 평등한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건강한 온라인 문화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있는 것만을 말하고 남의 말을 좋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유명인이라고 하여 무분별하게 개인의 인격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글을 올리는 건 그만두어야 한다. 내 삶을 살아가기도 바쁘지 않은가. 시간이 있으면 자신을 돌아보고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는 건 어떨까. /김규인 수필가

2025-07-13

TK신공항 국정과제 채택에 정부가 답해야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이 지난 주 국정기획위원회를 방문하고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비롯해 지역 핵심 현안들의 국정과제 반영을 건의했다. 재정 문제로 지지부진한 TK신공항 사업과 지역 현안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새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는 첫 자리여서 지역관가 등에서도 관심이 컸다. 특히 지역 최대 현안인 TK신공항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의 절실함을 역설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과 박수현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장은 사업 부지를 종전 부지 개발로 충당하는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데 공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 대구는 대구시장이 부재한 가운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의 현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특히 TK신공항 사업은 전국 최초로 민군공항 통합 이전을 추진하는 사업이나 정부의 재정지원 문제에 부딪쳐 진척이 안되고 있다. 이전 사업비 11조5000억원을 지자체가 조달하기에는 감당 불능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그동안 정부의 공공자금 지원을 여러 통로를 통해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 권한대행이 국정기획위원회를 방문한 것은 무엇보다 지역 최대 현안인 TK신공항의 국정과제 반영을 희망해서다. 국정과제가 되면 정부의 지원 아래 군공항 이전사업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군공항 이전사업은 국정과제로 공식화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SNS를 통해 “우상호 정무수석이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을 사실상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공식화했다”는 발표를 했다.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과 보조를 맞춰 추진하던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의 국정과제 채택 소식은 TK신공항 국정과제 반영을 바라던 지역민에게는 다소 충격이다.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간에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TK신공항 사업도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TK신공항 사업의 국정과제화에 정부가 답할 차례다.

2025-07-13

삼복(三伏) 더위

7월 중순과 8월 중순 사이에 들어있는 초복, 중복, 말복을 삼복이라 부른다. 하지를 기준으로 10일 뒤가 초복, 초복에서 10일 뒤는 중복이다. 말복은 입추를 기준으로 하는데, 연도에 따라 10일 혹은 20일 뒤가 될 수 있다. 삼복이 있는 초복과 말복 사이는 대략 47일이다. 이 기간은 예로부터 일년 중 가장 무더운 날로 여겼다. 날씨가 아무라 더워도 농사일은 손을 놓을 수 없기에 우리 조상들은 이 시기에 보신용 음식을 먹으며 체력을 관리했다. 대표적 음식이 개고기로 만든 보신탕이다. “복날 개 패듯 한다”는 말도 이런 시중의 풍습에서 나온 말이다. 삼계탕은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대용 음식으로 이용됐다. 개고기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지금은 삼계탕이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에도 우리와 비슷한 토용축일이 있다. 더운 여름철에 지치기 쉬운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들은 이 시기에 장어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올해 초복은 이달 20일, 중복은 30일, 말복은 8월 9일이다. 푹푹 찌는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잠못 드는 밤 체력이 소모돼 더위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때 이른 무더위에 전국이 비상이다.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더위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정부가 온열질환 사고 예방을 위해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어서면 근로자가 2시간 작업 후에는 20분 이상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올해는 유난히 긴 더위와의 전쟁을 해야 할 듯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13

한강과 의성 교육청 도서관

대중 강연을 한다는 것은 유쾌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2007년 하반기부터 전국 곳곳의 대중을 상대로 강연해 왔으니, 어언 18년 세월이 흘렀다. 오산 시청에서 ‘공자와 논어’를 강연한 기억도 새롭고, 부산진 경찰서의 ‘혜원에게 조선의 풍속을 묻다’ 강연도 떠오른다. 한 마디로 격세지감이다. 강연은 어쩌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작업인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어서도 불러주는 곳이 있음은 고맙고도 행복한 일이다. 나는 ‘명예교수’보다 ‘초빙교수’라 불리는 게 좋다. 명예교수는 연구와 교육에서 멀어진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생과 작별하는 최후의 시각까지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대중과 함께하는 작업을 해나가려고 한다. 평생 현역으로 뛰고 싶다는 욕망이 간절한 것이다. 각설하고, 지난 7월 9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의성 교육청 도서관에서 ‘한강의 문학 세계와 우리의 삶’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소서(小暑) 지난 사흘째 무더위 속에도 적잖은 군민들이 모였다. 강연 시작 전에 도서관장과 인사 나누고 내 생각을 전달한다. 그것은 강연자가 자기검열을 해서는 온전한 강연이 성립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대구·경북에서는 다소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자아를 억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청주나 전주, 포항이나 부산, 광주에서는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하는 묘한 곳이 이른바 ‘티케이’ 지역이다. 이 점에서 포항은 예외적인 곳이다. 강연 첫머리에 나는 문학을 말하는 자리에서 자기검열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청중에게 분명히 전달한다. 강연 중에 듣기 거북하거나 괴로운 청중은 조용히 나가달라고 부탁한다. 40-50명 청중 가운데 두 사람이 나간다. 절대다수 청중은 진지한 태도와 눈빛으로 강연을 경청한다. ‘검은 사슴’ (1998), ‘채식주의자’(2007), ‘소년이 온다’(2014), ‘작별하지 않는다’(2021) 같은 소설을 중심에 두고 한강의 창작과 거기서 우리가 생각할 골자를 말한다. 첫 번째 장편소설 ‘검은 사슴’부터 한강은 생명에 관한 묵직한 문제의식을 전달한다. 한강은 탄광에서 빈발하는 매몰사고와 속절없이 죽어가야 했던 광산 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을 그려낸다. 그런 정황을 한강은 성수대교 붕괴 (1994), 대구(大邱) 상인동 가스 폭발과 삼풍 백화점 붕괴(1995)처럼 차마 있을 법하지 않은 대형참사와 자연스레 연결한다. 한강은 생명 존중 사유를 제주 4·3 항쟁과 5·18 광주항쟁으로 넓혀 나간다. 국가 폭력으로 희생된 수많은 생명을 기리면서 그것이 되풀이되지 않는 사회를 염원하는 것이다. 이토록 자명하고 지고지순한 생각을 전달하는 강연에서 자기검열이 들어설 자리는 당연히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8년의 티케이 강연은 자발적인 검열을 요구해 왔으니 참 애석한 노릇이다. 의성 교육청 도서관에서 한강의 문학 강연은 유쾌하게 끝났고, 도서관장과 담당자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어 흐뭇한 심사였다. 학살자를 학살자라 부르고, 독재자를 독재자라 규정하는 것이 당연한 민주 평등 사회가 속히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도래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5-07-13

李 정부 청문회 오늘 스타트…송곳검증 필요

오늘(14일)부터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오늘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다. 당장 첫날부터 일부 후보자들이 법률 위반이나 보좌진 갑질 등의 의혹을 받고 있어, 여야 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우선 국민의힘이 낙마 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는 강선우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 논란이 터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가 갑질 의혹에다 거짓 해명까지 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자도 가족이 태양광 사업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태양광 지원 법안을 발의해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배우자가 보유 중인 농지를 실제로 경작하지 않아 농지법 위반 의혹도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이외에도 많은 후보자가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특혜·갑질, 논문 표절 등의 부정행위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러니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후보자들의 불성실한 태도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정작 당사자들은 납득할 만한 자료나 해명을 내놓지 않고 하나같이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는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어 ‘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자격 없는 후보자들은 알아서 거취를 결정하는 게 순리지만, 여권은 의혹수준에 따라 음참마속의 결단도 내려야 한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한 명의 낙마도 없다”는 강경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지난 8일부터 ‘공직 후보자 국민검증센터’를 가동하고 있는 국민의힘도 후보자 검증에 한치의 빈틈이 없어야 한다. 각종 논란에 대한 꼼짝 못 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의혹만 제기하는 수준에서 그치면 ‘김민석 총리 청문회 시즌2’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된다.

2025-07-13

포항 멀티플렉스 영화관, 정전으로 한때 상영 중단

포항시 북구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13일 오후 정전으로 인해 영화 상영이 약 20~30분간 중단되는 일이 발생해 관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영화를 보던 관객들에 따르면 당시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화면이 꺼지며 상영이 중단됐고, 실내는 혼란스러운 모습이 연출됐다. 일부 사람들은 영화관 측의 대응에 불만을 제기하며 항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왔다는 A씨는 “오랜만에 영화관에 왔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해 아쉽다”라며 “정전 직후 신속한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제대로된 설명 없이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고 영화관 측의 미흡한 대응을 꼬집었다. 또 친구들과 영화를 관람하던 B씨는 “갑작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처음에는 천재지변과 불가항력이라는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다가 지속적으로 항의한 끝에 그제야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영화관 관계자는 “한전 전력 공급 문제로 영화관 전체(1~7층)가 몇 초간 정전됐으며, 영사실장이 한 명뿐인데다 각 층마다 영사실이 나뉘어 있어 상황을 파악하고 재상영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전 이후 관람객들이 영화를 다시 보거나 환불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7-13

3대 걸쳐 돌김 양식 노하우 축적, 세토내해 양식장 ‘평정’

‘전지적 김의 시점에서’ 세노수산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금언(金言)이다. ‘한길 물속은 알아도•••.’ 로 시작하는 한국 속담도 있지만 양식업자들에게 이 ‘한길 물속’은 각자의 수십 년 지식과 경험이 투영되는 공간이다. 수온과 광량(光量), 영양, 염도에 따라 천양지차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육묘 배양에서 수확에 이르는 약 6개월 기간 이 시기 세노수산 직원들의 모든 주파수는 김과 맞춰진다. 김처럼 생각하고 해초처럼 느껴야 대상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본격 육묘 작업, 패각에서 어린묘 배양 매년 2000여장 김발 설치, 연간 10t 수확 수확한 돌김 원형 그대로 건조, 식감·향 일품 양념김·김밥용 김 등 20여가지 가공김 생산 글 싣는 순서 ① 바다에서 육지로, 김 산업의 변화 ② 국내 스마트 김 양식장 현장을 가다 ③ 일본 김 양식장 세노수산 취재기 ④ 세노수산의 돌김 양식 성공 비결 ⑤ 경북도의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 이렇게 10년을 거듭하면서 세노수산은 자신들 만의 독특한 김양식법을 완성했다. 현재 세노수산의 선진 양식 법은 가와현 뿐만 아니라 인근 혼슈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세노 수산 ‘환자채’(幻紫菜)는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가사오카시, JR오카야마가 2015년 11월 실시한 ‘제3회 고향 우수식품’에서 ‘고향 살리기 프로젝트 우수상’ 을 받았다. □ 김밥용 ‘스사비놀리’와 돌김 ‘환자채’ 생산 ‘스사비놀리’와 돌김 ‘환자채’ . 세노수산은 두 종류의 김을 생산한다. 스사비놀리는 우리가 ‘판(板)김’이라고 부르는 김밥용 김이고, 환자채(幻紫菜, 뿌려 먹는 김 종류)는 세노수산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돌김이다. 이 두 김은 생육시기가 한 달 정도 어긋나 있어 작업에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반대로 공정이 겹칠 때는 양식과 가공을 동시에 할 때도 해야 할 때도 있어 심야까지 작업이 이어질 때도 있다. 세노수산에서 본격적인 작업은 5월에서 9월에 이르는 약 5개월에 집중된다. 먼저 5월이 되면 김망 세척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마당에 김망이 쌓이기 시작하면 본격 어기(漁期)의 시작을 의미한다. 취재진이 현지를 방문했을 때 세노수산 앞 방파제엔 김망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세노 유키(妹尾祐輝) 씨는 “깨끗이 씻겨진 김망은 그물에 달린 이물질들을 모두 제거한 후 9월 쯤 인공 채종(採種)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세척이 끝난 김망은 다시 중첩망(重疊網) 작업에 들어간다. 그물의 전체 구조를 살피며 차곡차곡 질서 있게 중첩, 배열해 흔들림이 없도록 단단히 살피는 과정이다. 김망 준비가 끝나고 9월이 되면 본격 육묘작업에 들어간다. 보통 김 씨앗은 패각(貝殼)에서 키운다. 배양된 유엽(幼葉)은 수조로 옮긴 후 양식그물에 활착 시킨다. 김망(그물)이 감긴 수차를 회전시켜 접목 시키는 방식이다. 물레방아가 수류를 일으키면 물결을 따라 씨앗들이 그물에 달라붙게 된다. 유엽 정착이 확인되면 바다로 싣고 나가 그물을 양식장에 펼친다. 수온이 21도 이하가 되면 김망을 해상(海上)에 노출시켜 유엽(幼葉)의 싹을 크게 키운다. 김은 햇빛, 건조에도 강하기 때문에 그물을 오랜 시간 해면 위로 올려도 생장에 지장이 없다. 이 작업을 ‘건출’(乾出)이라고 부른다. 세노수산에서는 매일 새벽 6시부터 이 작업을 계속한다. □ 2000여채 그물에서 연간 10t 이상 김 생산 육묘가 끝난 그물은 일단 냉동 보관했다가 수온이 18도 이하로 내려가면 김망을 해상에 펴는 데 이 작업을 하리코미(Harikomi)라고 부른다. 10월 하순이 되면 ‘단장’(單張)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단장이란 포자가 붙은 김 그물을 한 장씩 낱장으로 바다에 설치하는 과정을 말한다. 세노수산에서는 매년 2000장 정도의 그물을 해상에 펴고 있다. 단장을 끝낸 김망은 약 한 달 후 수확에 들어간다. 육묘, 단장을 끝낸 김망이 성체로 자라 수확을 하는데 1~2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완전히 자란 김은 약 10~20cm 정도인데 이것들은 모구리선이라는 전용 선박을 이용해 수확한다. 첫 수확 한 김은 전체 김 중 색채도 좋고 맛이 부드러워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세노수산에서는 이 ‘첫 따기’로 수확한 김을 활용해 각종 가공식품을 생산한다. 타카유키 씨는 “세토내해에서 자란 돌김은 단맛과 씹는 맛이 뛰어나고 특유의 향기와 세토 우치의 풍부한 맛이 꽉 채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식감도 일품이라, 여러가지 요리에 뿌려 먹으면 음식의 풍미를 좋게 해준다는 것. 11월부터는 수확기의 연속이다. 작황이 좋은 때는 3월 초까지 수확에 이어져 소득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수온이 올라가거나 해류, 영양, PH 등 악조건에 노출되면 12월에 모든 작업이 끝날 때도 있다. 수확한 돌김(환자채)는 원형 그대로 건조시킨다. 그래야 채취 당시 본래의 맛과 향기가 그대로 응축되기 때문이다. 김밥용 김 ‘수사비놀리’는 양식장 근처에 공장으로 직행한다. 가공 목적에 따라 절단된 후 깨끗이 씻어 기계로 탈수, 건조, 박리(剝離) 공정을 거치면 김밥용 김인 판김이 완성된다. 2000여 채 그물에서 생산되는 김(연간 10t)이 워낙 많아 11월부터 3월까지는 가공 공장이 24시간 동안 풀가동을 한다고 한다. 현재 세노수산에서는 판김(김밥용 김), 환자채, 양념김 등 20여가지 가공 김을 판매하고 있다. 맛과 풍미가 워낙 뛰어나 한번 맛을 본 손님들은 대부분 재구매로 이어진다고 한다. [인터뷰] 세노수산 세노유키(妹尾祐輝) 대표 고온 해수에 강한 돌김 개발 특허 준비 최근 열대 어류 급증 양식장 파괴 심각 “옛날에는 그물만 쳐 놓아도 바다가 다 알아서 키워줬지만 환경이 변했습니다. 이젠 어부가 바다에게 묻고 답을 구해야 합니다. ‘어부와 바다의 지혜로운 상생(相生)’, 바로 세노수산이 추구하는 영업 전략입니다.” 조부, 부친 세노 타카유키(妹尾孝之)에 이어 3대째 세노수산을 운영하고 있는 세노유키씨를 만나 그의 김양식 성공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고온의 해수에서도 생육이 가능한 김 종자를 개발했는데 앞으로 계획은? △현재 변리사를 통해 특허 출연 중에 있다. 올해 내로 라이센스를 확보하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종묘 상업화, 생산 확대 등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해수 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는 종묘로 주목 받으면서 각계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최근 20 여년 사이 세토내해 김 양식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들었다. △옛날 카사오카 앞바다는지주, 부표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김 양식이 성업했었다. 10여년 사이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폐어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몇 곳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해수 온난화 외에 김 양식을 위협하는 변수는 없나?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열대어 같은 열대성 어류가 급증하고 있다. 바다 생태계 변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쳐도 문제는 열대어들이 김을 먹이로 삼으면서 어장이 황폐화되고 있다. 단순히 유엽(幼葉)을 뜯어먹는 차원이 아니라 성체(成體)까지 사냥에 나서며 전체 생산량의 30~40%를 먹어 치우고 있다. 현재 세노수산의 가장 큰 적은 해수 온난화보다 열대어종의 급증으로 인한 양식장 파괴다. -연간 김 생산량은 얼마나 되나? △돌김과 판김(김밥용 김) 전체 생산량은 약 10t 정도 된다. 물고기들이 달려들어 양도 줄고 상품성도 떨어져 걱정이다. 아직은 판김 생산이 80%고 돌김(이와노오리)은 20% 정도다. 자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전량 가공식품으로 활용해 사업성이 어느 정도 담보 되는 편이다. -김 생산도 중요하지만 판로 확보도 중요할 것 같다. 환자채(幻紫菜)를 시식해 보았는데 조미를 한 것처럼 맛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산, 가공된 김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상당수 단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도쿄나 오사카에 있는 온라인 단골들이 휴가나 여행 중에 일부러 가게를 찾아오기도 한다. -현재 한국의 김양식장은 해수온난화로 조업 일수가 20~30% 줄어들고 있다. 일본도 난류로 인한 양식장 피해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우리는 조부 때부터 50년 가까이 김 양식장을 경영해왔다. 솔직히 2대까지는 자연이 주는 대로 거두어도 창고가 늘 가득 찼다. 세토내해에도 10여년 전부터 온난화라는 자연 재앙이 일상화 되었다. 다행히 부친 때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있어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종자를 조금씩 개량해서 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다. 특허등록이 완료되면 해외에 종자 수출, 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카사오카시에서 한상갑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3

여름방학 맞아 ‘어린이 전파교실’ 연다···대구과학관서 45명 선착순 모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는 여름방학을 맞아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2025년 어린이 전파교실’을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대구·경북지역 행사는 오는 8월 5일 국립대구과학관(대구 달성군 유가읍 테크노대로6길 20)에서 열리며, 참가자는 총 45명 규모로 7월 14일부터 선착순 모집한다. 올해 전파교실은 전파의 원리와 응용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주요 프로그램은 △무선통신 원리 체험 △전자키트 및 로봇 조립 △플라잉볼(드론) 만들기 △전파 방향 탐지 △과학관 견학 등이다. 특히 드론 조종과 전자기기 조립처럼 흥미 요소가 강한 콘텐츠를 포함해, 과학기술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설계됐다. 중앙전파관리소는 이번 프로그램이 지난 7월 4일 체결된 ‘과학‧전파 문화 확산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과학관과 전파 전문기관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의 수준을 한층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이며, 참가자 전원에게 수료증과 기념품이 제공된다. 대구지역 신청자는 대구전파관리소 관할(문의처 053-749-2841)이며, 신청은 중앙전파관리소 누리집(www.crms.go.kr) 또는 블로그(blog.naver.com/crms3400)에서 가능하다. 다만 신청 시 참가 어린이의 주소 또는 재학 중인 초등학교가 해당 지역에 위치해야 하며, 가정당 1명만 신청 가능하다. 선착순 접수로 정원이 초과될 경우 선정되지 않을 수 있으며, 마감 여부는 블로그를 통해 공지된다. 최준호 중앙전파관리소장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 일상과 미래 기술에 필수적인 전파를 체험하며 어린이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