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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꿈나무들, 예천서 하계 합숙훈련

우수한 육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예천군이 국내 육상선수들의 여름 훈련장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예천군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 예천스타디움에서 대한육상연맹 꿈나무선수단 154명이 하계합숙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도약 종목의 대한육상연맹 각급 선수단(국가대표후보·청소년대표·꿈나무선수단)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1차 훈련을 마쳤다. 현재는 단거리·중장거리·도약·투척 등 육상 전 종목의 꿈나무선수단이 예천스타디움에서 집중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번 합숙훈련은 종목별 우수 지도자들의 체계적인 코칭과 세밀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육상 꿈나무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성장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일본 중경대학부속고등학교 사하시 히로아끼 단거리 코치와 김우진 국가대표 동작분석관이 참여한 해외 우수 지도자 초빙 특강은 단거리 스타트와 초반 가속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선수들의 올바른 스포츠 정신과 정서 함양을 위한 인성교육도 함께 실시해 자기통제력·절제력·인내심·배려심을 갖춘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천군은 훈련 기간 중 △예천강문화전시관 △예천박물관 탐방 △선수단 화합 레크리에이션 등 재충전 프로그램을 진행, 훈련 집중도 향상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08-18

구미 대표 ‘일선정품’ 전국 최고 명품쌀 등극!

구미시 대표쌀브랜드 ‘일선정품’이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하며 쌀품질의 명성을 널리 알렸다. ‘일선정품(영호진미)’이 지난 14일 수원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제11회 쌀의 날 기념식’에서 ‘2025년 팔도 농협쌀 대표브랜드’ 경상북도 최상위(1위)로 뽑히고, 전국 107개 농협쌀 중 공동 우수상(7위)을 수상했다. 이번 평가는 전국 농협쌀 10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품위·품종검사와 식미·관능평가를 거쳐 상위 30개를 뽑고, 도별 최상위 8개 브랜드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가렸다. 대상은 강원 ‘횡성쌀 어사진미’가 받았다. 2019년 구미시 각 농협은 고품질 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미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을 설립하고, 개별 운영되던 브랜드를 ‘일선정품’으로 통합했다. 2024년에는 통합미곡처리장을 완공해 최신 시설에서 균일한 품질의 쌀을 생산·유통하며 경북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구미시농업기술센터는 2021년부터 ‘고품질 프리미엄 영호진미 생산 시범사업’을 5년간 추진하며 생산 단계에서부터 품질 고급화 체계를 도입했다. 생산공정 고급화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밥맛과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미시는 앞으로 일품벼 대신 미소진품으로 품종을 전환하고, 재배관리 강화로 밥맛이 뛰어난 프리미엄 영호진미 생산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번 수상은 구미 쌀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고품질 쌀을 생산해 구미쌀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겠다”고 했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8-18

‘컬링의 고장’ 의성서 세계 선수권 대회 잇따라

경북 의성군이 ‘컬링의 메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의성컬링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의성여자컬링팀 ‘팀 킴(Team Kim)’의 활약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영미~!”라는 유행어가 탄생하며 컬링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지금도 팀 킴은 의성을 연고로 활약하며 국내외 무대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의성컬링의 중심지인 ‘의성컬링센터’는 한국 최초의 컬링 전용경기장으로 2006년 의성읍 충효로에 문을 열었다. 본관에는 4개 시트가, 2020년 신관에는 2개 시트와 300석 규모의 관람석이 추가돼 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한 시설이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는 ‘제1회 아시아컬링클럽선수권대회’가 열려 아시아 8개국 18개 지역에서 32개 팀 12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 각국 동호인 클럽 간의 교류와 친선의 장이 됐다. 대회에 참가한 일본팀(1위) 선수들은 “작은 도시임에도 컬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훌륭한 경기장이 있어 부럽다”며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참가팀인 서울팀(2위) 선수도 “외국 팀과 직접 경기를 할 수 있어 뜻깊은 경험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의성군 관계자는 “참가 선수들의 만족도가 높고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컬링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성군은 체계적인 컬링 인재 육성을 위해 초·중·고교에 컬링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소년부터 실업팀까지 연계된 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역 스포츠클럽을 통해 일반 군민도 컬링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는 '국제엘리트여자컬링투어대회 ‘ELITE8’이 열려 5개국 10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병길기자 bglee311@kbmaeil.com

2025-08-18

울릉독도 지킴이들, 캐나다 방문해 해외 독도 영웅 영상 제작키로

해외의 숨은 울릉·독도 영웅을 찾아가는 프로젝트 ‘Go! Dokdo hero project’ 2탄이 캐나다에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울릉독도지킴이 서경덕 울릉도(독도) 홍보대사와 조종철 독도사랑운동본부 사무국장이 오는 21일 출국한다. 이 프로젝트는 독도사랑운동본부(총재 노상섭)가 주관하는 것으로, 지난해 제1호 해외 영웅으로 선정한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독도 동아리 ‘KID(Korea’s Island Dokdo)’를 찾은 데 이은 두 번째 사례다. 독도사랑운동본부는 매년 국내·외를 찾아 ‘찾아가는 독도 홍보 캠페인’을 통해 울릉도·독도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려오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해양수산부 지원 아래 ‘해외 속 숨은 독도 영웅 찾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첫 여정지로 미국 미네소타 트윈시티 대학교의 독도 동아리 KID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독도 홍보 활동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2025년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독도홍보대사 개그맨 윤택에 이어, 한국홍보 전문가이자 ‘독도 지킴이’로 활동 중인 서경덕 교수가 참여한다. 이번 여정에서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제2호 독도 영웅을 찾아 그들의 독도 사랑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며, 영상은 오는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독한티비를 통해 공개된다. 조종철 사무국장은 “지난해 KID 동아리 학생들의 영상 공개 이후 많은 제보가 이어졌다”며 “서경덕 교수와 함께 캐나다에 있는 영웅을 소개하기로 했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사실에 외국인들의 관심은 적지만, 단 1명의 외국인에게라도 이를 알리고자 노력하는 해외 독도 영웅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외로운 싸움을 함께하며 활약상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해외 속 숨은 독도 영웅에 대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서경덕 교수와 독도사랑운동본부는 2020년 독한티비 개국 방송을 시작으로 △태풍 피해 복구 성금 모금 대국민운동 △동도 정상 태극기 보수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 홍보 프로젝트 등을 협업하며 대한민국 독도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고 있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8-18

울릉도는 여전히 ‘최고여행지’···여행지 평가·추천조사 전국 2위

울릉도가 비계삼겹살, 택시바가지요금, 고물가 등 유튜버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최고 여행지로 손꼽힌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국민 4만87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25년 여행자·현지인의 국내 여행지 평가 및 추천조사에서 삼척시(83.2%)에 이어 울릉군(83.1%)이 2위를 기록했다. 1위와의 격차도 0.1% 포인트 수준이다. 울릉도에 이은 추천 선호 여행지는 경남 통영시(80.6%), 전남 신안군(80.4%), 경남 남해군(80.3%) 순으로 조사됐다. 앞서 울릉도는 유트버들이 올린 영상으로 한때 만신창이가 됐었다. 비계덩어리 삽겹살 건을 비롯택시 요금 등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고, 그로 인해 울릉도 상인들이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후 비계삼겹살 논란은 지자체의 사과문 발표와 행정제재와 재발방지 약속 등으로 일단 마무리됐고, 택시의 경우도 카카오앱 요금이 울릉도 특성상 카카오앱 기준과 다를뿐만 아니라 먼 거리를 돌아간 것 또한 서쪽 지역에 공사구간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판단 아래 북쪽으로 돌아왔다는 택시 기사의 설명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는 잠잠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전문기관의 조사에서 울릉도가 여전히 최고 여행지로 선정되면서 다소 소침했던 관광경기가 새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을릉군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민관 모두 합심해 울릉도의 가치를 존속시키는데 더욱 노력하는 것만이 울릉도를 지키고 보전하는 길임을 새삼 명심케 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8-18

울릉도 제설차 구입에 5억원 예산 반영… 상반기 특별교부세 10억 원 확보

울릉군이 2025년 상반기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10억 원을 확보, 주민 생활 편의 증진과 안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에 확보한 특별교부세는 △지역 현안 특별교부세 ‘평리마을 진입도로 확장공사’ 5억 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다목적 제설차 구입’ 5억 원 등이다. 평리마을 진입도로 확장공사는 도로가 협소하고 선형이 불량해 성수기 교통 혼잡과 안전사고 위험이 발생하는 구간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평상시에도 농산물 운반과 응급차량 진입이 어려워 주민 생활에 불편이 컸던 곳으로, 이번 사업을 통해 주민 생활 편의는 물론 관광객 이동 편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목적 제설차 구매사업은 해안과 산간도로가 혼재된 대설지 울릉군의 겨울철 교통 두절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로 국지성 폭설이 잦아 피해가 늘어나는 가운데 신규 장비 도입을 통해 재해 예방과 도로 안전 확보, 주민 이동권 보장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이번 특별교부세 확보는 군민 안전과 생활 편의 증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돼 군민들이 체감할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8-18

‘13년째 답보’ 안동문화관광단지, 개발 활성화 물꼬 튼다

안동문화관광단지가 13년째 답보상태였던 ‘미완의 꿈’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시 움직이고 있다. 안동문화관광단지 조성 사업은 2002년 시작된 뒤 올해까지 총 568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8월 기준 개발률은 58.4%, 분양률은 47%에 그치고 있다. 워터파크는 수년째 설계 단계에서 멈춰 있고, 콘도미니엄 사업은 무산됐다. 민자유치 실적도 전체 사업비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분양 문의조차 거의 없는 상황은 사업의 매력도와 신뢰도에 의문을 던진다. 2018년부터 작성된 사후환경영향조사서 조차 사실과 다르다는 문제까지 제기된 바 있다. 콘텐츠 측면의 한계도 뚜렷하다. 유교문화 중심의 단조로운 테마는 M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유교랜드와 한국국학진흥원 간 기능 중복, 외곽에 위치한 컨벤션센터 등도 관광객 유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중간평가에서도 지적됐다. 김대일 경북도의원은 “공사 북부지사의 전문성 부족과 마케팅 공백이 개발 지연의 핵심 원인”이라며 “마케팅본부장이 3년째 공석인 상황에서 민간 투자 유치는 요원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안동시와 경북도,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지난 5일 연석회의를 열고 △주요 관광개발 예정 부지의 용적률·건폐율 상향을 포함한 규제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전담 창구 운영 △처리 기한 단축 등을 검토했다. 또 투자 대상지별 개발 조건 사전 안내, 유관 기관 간 협업을 통한 효율적인 투자 지원 체계 구축 등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지역의 잠재력 있는 관광 자원에 전략적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이라며 “공사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유교문화 외 M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 확대 △셔틀버스 및 순환형 교통망 구축 △마케팅 전담 조직 신설 △사후환경조사서 전면 재검토 등을 핵심 개선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안동문 지역 주민들도 단지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고택 캠핑·전통주 시음회·한복 체험과 SNS 인증 이벤트 △야경 조명 설치·야시장 운영·별빛 콘서트 등 야간관광 활성화 △카페·공방·팝업스토어 유치 등 청년 창업공간 조성 △셔틀버스 도입 및 순환형 관광버스 운영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18

여성 독립운동가 ‘허은 선생’의 삶 동화로 만난다

안동시와 경북호국보훈재단이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책으로 되살리고 있다. 18일 안동시에 따르면 ‘독립운동 콘텐츠 활용 동화책 발간사업’을 통해 안동이 배출한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동화 형식으로 풀어내 어린이들에게 역사적 인물의 용기와 희생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 동화책의 주인공은 여성 독립운동가 ‘허은(許銀) 선생’이다. 허은 선생은 1909년 안동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어린 나이에 국외로 떠나 독립군을 돕고 여성으로서 험난한 시대를 살았던 그녀의 삶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동화책을 통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새롭게 조명된다. 올해 하반기 출간 예정인 이 책은 허은 선생의 어린 시절과 가족, 그리고 조국을 향한 마음을 담는다.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상황을 통해 독립운동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역사 속 여성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희원 호국보훈재단 대표이사는 “역사 교육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감정과 가치의 공유”라며 “허은 선생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나도 누군가를 위해 행동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동시는 또 ‘국외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는 제12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과 연계해 국외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안동으로 초청할 계획이다. 이들은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안동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방문하고 지역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역사적 연대감을 나눌 예정이다. 권숙자 안동시사회복지과장은 “우리 지역의 독립운동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독립운동의 정신을 교육과 문화 속에 녹여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동시와 경북호국보훈재단은 2022년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이상룡과 저항 시인 이육사의 이야기, 2023년 일본 궁성에 폭탄을 던진 김지섭 의사의 의거, 지난해에는 만주 독립군 기지 건설에 헌신한 김동삼 선생의 삶을 동화로 제작했다. 동화책은 안동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물론 전국 1370여 개의 공공도서관에 배포됐다. 경북호국보훈재단 유튜브 채널은 동화책을 기반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도 무료로 제공한다. 영상 콘텐츠는 시청각 자료로 교육적 효과를 높여 가정과 학교에서 활용도가 높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18

전시리뷰 ‘인도, 6인의 시선’ 전···29일까지 갤러리 포항

‘포항사진교육연구회’ 소속 교사 출신 사진가들의 출사 황금빛 사막서 웅장한 궁전 사랑의 상징적 건축물까지 다채롭고 입체적 얼굴 담아 포항사진교육연구회 소속 교사 출신 사진가 6명의 ‘인도, 6인의 시선’ 전시회가 지난 1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갤러리 포항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작품은 북인도의 라자스탄주와 우타르프라데시주 바라나시, 델리를 아우르는 18일간의 인도 여정을 담고 있다. 작품들은 황금빛 사막과 웅장한 궁전,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와 사랑의 상징적 건축물까지, 이들의 렌즈는 인도의 다채로운 얼굴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참여 작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유입된 아리아 계열 이주민이 거주하는 라자스탄 주에서는 자이푸르, 조드푸르, 우다이푸르를 비롯해 낙타 사파리가 유명한 자이살메르까지 탐방했다. 힌두교인들은 바라나시로 성지순례 와서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고 지은 죄를 모두 씻는 것이 평생의 과업이다. 종교인이 아니어도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도시 바라나시의 사막, 궁전, 시장, 골목길을 거닐며 빛과 색, 인간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교사로서의 관찰력과 예술적 감각이 결합된 작품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도의 생동감과 여행의 자유로움을 전달한다. 권혁대 작가는 ‘삶과 죽음, 종교적 성찰’을 주제로 한 황금빛 사원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빛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출품했다. 바라나시에서 기도하는 시민들의 손과 눈물의 흔적이 교차하는 순간, 그는 “인도는 모든 것이 순환하는 땅이라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박종환 작가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에 위치한 무굴 제국의 대표적 건축물 타지마할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맨발로 걸으며 기록한 감각의 파편들을 펼쳐낸다. 모래알 하나마다 새겨진 역사를 읽어내듯,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사람들의 시선이 컬러 사진 속에 시처럼 흘러간다. 광활한 타르 사막 위로 펼쳐진 낙타 행렬을 포착한 지광식 작가는 “생명은 메마른 땅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길을 만든다”고 전한다. 붉은 노을 아래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생명력을 상징하듯 자연과 생명의 관계를 탐구한다. 박성두 작가는 인도인들의 순수한 미소와 화려한 색감이 어우러진 장면을 포착했다. 라자스탄의 고대 우물 앞에서 화려한 사리를 입고 웨딩 사진을 찍는 여인들의 모습은 시간을 초월한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임대식 작가는 건축물과 자연경관에서 발견한 빛의 변화와 그림자의 움직임을 포착하는데 집중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도 포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삶의 리듬이었다”는 그의 작품에서는 ‘경이로운 인도’의 역동성이 느껴진다. 염소몰이꾼의 분주한 걸음과 젖 짜는 농부의 손길이 황정희 작가의 렌즈에 담겼다. “인도의 아침은 짜이 잔에 비친 불꽃처럼 작지만 뜨겁다”는 그의 말처럼, 소박한 일상이 주는 따스함이 전해진다. 황 작가는 “카메라를 든 채 걸었던 매 순간이 여행이자 만남이었다”며 “관람객들도 작품을 통해 작은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7

여행을 떠나요

곧 여행을 떠난다. 사실 이주 전쯤 급히 계획한 여행인지라 갑작스레 떠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이왕 떠나는 여행, 그간 가고 싶었던 교토로 가기로 했다. 이 년 전 방문했던 교토의 여름은 뜨겁고 습했지만 아름다웠다. 오래된 담벼락과 새파란 하늘, 좁은 골목과 고택, 사이사이의 기찻길 등 마주하는 곳마다 오래된 것들이 많았고 내가 알지 못했던 한 풍경이 오랜 기간 그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단 점이 무척 경이롭게 느껴졌다. 나는 일본의 소도시에서 아주 느릿느릿 움직이며 내가 지금 어떤 걸 위해 살고 있고, 왜 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끝마치기 위해 간다. 하루하루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책상에 앉아 비슷한 업무를 하고, 비슷한 시간대에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잠자기 전까지 생각하는 것도 잠이 드는 자세도 모든 게 똑같은 하루. 비슷한 굴레 속에서 나는 너무나 많은 짜증과 화를 삼키고 있다. 급작스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당황한 나머지 숨이 쉬어지지 않는 상황까지 미처도 그저 또다시 아침이 찾아왔고, 출근을 해야 하고, 정해진 업무가 있기 때문에 묵묵히 일을 한다. 작은 일에도 전전긍긍하고 사소한 것에도 화가 나고, 흔들리고, 또 단순한 것에 마구 웃어버리는 요지부동의 날들. 모두가 이렇게 산다면서, 모두가 비슷한 힘듦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의미 없이 도망을 치다보니 내 앞에 펼쳐진 이 광경은 퍽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많다면 많고 적으면 적은 나이. 어떤 이는 내게 새로운 도전은 너무나 늦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아직 한참 좋을 나이이기에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응원한다는 말을 한다. 타인의 말에 휩쓸리지 않아야 할테지만 나는 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좋아하는 게 없어서 무슨일을 할지 모르겠는데, 어떡하죠? 말을 꺼낼 때마다 나보다 더 듣는 이가 난처해한다.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있는 것도 언제부턴가 편하지 않다. 집은 계속 살아가는 곳이기에 해결해야 할 집안일, 이메일 확인, 생활비 걱정 같은 현실적인 부담들이 언제나 쌓여있다. 우리 뇌는 매일 반복되는 환경과 자극에 익숙해지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그 자극들을 ‘자동모드’로 처리한다고 한다. 이러한 뇌의 습관적 패턴은 우리가 매일 걷는 출근길의 행동을 자동으로 수행하면서 쓸데없는 에너지를 아끼고, 더 중요한 자극에 집중할 준비를 한다. 이러한 습관적 패턴이 많을수록 일상은 단순해지고 생각은 간결해진다. 익숙한 패턴 속에 갇히는 순간부턴 새로운 생각이나 깊은 사유, 내면의 감정을 깊게 들여다보는 일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니 일상 속 자기연민에 호되게 빠져 있다면, 호기롭게 쇼파에서 몸을 박차고 일어나 ‘때가 되었군’ 생각해야 한다. 잠들어있던 여권을 깨우고, 캐리어의 먼지를 닦고, 가장 요란스러운 네임택을 캐리어에 달고선 훌쩍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찾는다. 더는 지체 없이, 더 많은 인지 자원을 사용하기 위해 뇌를 깨워야만 한다. 여행은 일하지 않는 상태를 선언하기 위해 도망치는 것이 아닌, 삶의 방향과 속도를 조정하기 위해 택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맞는 것인지, 현재 나에게 큰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나는 늘 삶의 방향을 정하기 전, 답답할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처음은 집 근방의 작은 소도시들, 그리고 점차 나아가 기차를 타면서 처음 들어보는 도시들을 골라 누볐다. 혼자 하는 여행은 때로 위험했고 외롭고, 맛있는 걸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열망과 집요함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정말 내가 원하는 선택을 끝끝내 했고, 끝까지 행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삶은 원래 이런 것이라고, 꿈과 일상은 다른 것이라고 누군가 선을 딱 그으며 말해도 결국 내가 나의 삶을 결정하고 정의해야 하기에 또다시 중요한 여행을 앞두고 있다. 다가오는 가을엔 하프 마라톤을 뛸 것이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속력이다. 단거리처럼 순간적인 속도가 아닌 오랜 시간 꾸준히 달리는 힘이 필요하기에 체력과 페이스조절이 핵심이다. 체력과 페이스조절을 하기 위해선 우선 같이 뛰는 라이벌들이 아닌 나의 호흡과 마음가짐에 집중해야 한다. 처음부터 너무 빨리 달린다면 후반에 지쳐버릴테고 너무 느린다면 제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달릴 수 있는 체력을 기르고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힘은 결국 내 안에 있다는 것. 때론 일상에서 벗어나 아주 낯선 곳까지 찾아가 ‘나’를 집중하다 보면 결국 지금보다 훨씬 편안함에 이르를 수 있지 않을까? /윤여진(시인)

2025-08-17

유럽 콤플렉스 너머

여름방학을 맞아 지중해에 다녀왔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시작으로 아테네, 몰타 발레타와 고조섬 블루라군, 스페인 몬세라트와 바르셀로나까지 12일간의 여정이었다. 한국은 폭염과 폭우가 계속됐지만 지중해의 여름은 청량했다. 햇볕은 뜨거워도 습하지 않아 돌아다닐 만했다. 걷고 먹고 마시고 더우면 풀장이나 바다로 뛰어들었다. 직장생활 15년 만에 처음으로 2주 휴가를 얻은 친구와 동행해서 더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에 이렇게 썼다. “죽기 전에 에게해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2005년, 2015년에 이어 2025년까지 10년 주기로 세 번씩이나 그리스를 여행한 나는 행운아인 셈이다. 처음 여행했을 때에 비해 지나치게 관광지가 돼 버린 산토리니가 생경하긴 했지만 깎아지른 칼데라 절벽에 금빛 폭포수처럼 넘쳐흐르는 석양은 역시나 장관이었다. 스무 살 무렵의 가난한 배낭여행은 이제 하려 해도 할 수 없다. 체력과 용기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돈은 좀 들어도 일몰이 아름다운 해안 절벽의 레스토랑에서 차가운 산토리니 와인과 함께 문어와 생선 요리를 먹었다. 일정 내내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마시고 싶은 거 다 마셨다. 예전에는 유럽에 가면 부러운 것만 보였다. 중세의 기억을 보존하고 있는 거리에는 음악과 예술이 가득하고 거길 걸어 다니는 사람들 얼굴엔 활력과 여유가 넘쳤다. 음식은 맛있고 맥주의 풍미는 그윽했다. 유럽 문학과 미술, 클래식 음악의 아우라에 기가 죽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가 보니 오히려 한국의 좋은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지금껏 열 번쯤 유럽을 여행했는데 20대와 30대 초반에 들끓던 선망이 이제 잔잔해졌다. 경험의 누적과 반복 탓만은 아니다. 여러 면에서 유럽보다 나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치안, 위생, 공중도덕, 환경, 경제력, 의료, 대중교통, 서비스업, 시민의식 등은 유럽 대부분 국가를 훨씬 상회한다. 그토록 기가 죽던 문화예술도 꿀리지 않는다.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나라다.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국립중앙박물관도 있다. 제일 사무치게 감각한 건 음식이다. 예전에는 유럽 음식이 다 맛있었다. 여행 다녀온 후에는 왜 한국에는 유럽 맛을 내는 레스토랑이 없을까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 음식이 훨씬 맛있다. 양식에 비해 한식이 맛있다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먹는 유럽 음식이 현지보다 뛰어나다는 말이다. 방문한 도시마다 심사숙고해 레스토랑을 골랐다. 잘한다는 집들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짜거나 달거나, 파스타면에 소스가 배지도 않고, 식은 고기는 질기고, 해산물의 선도도 떨어졌다. 몰타 발레타의 페루 식당에서 먹은 남미음식 ‘상코초’, 바르셀로나에서 먹은 애저구이 ‘코치니요 아사도’와 먹물 빠에야, 아테네에서 먹은 베트남쌀국수 정도가 인상적이고 나머지는 그저 그랬다.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 스튜, 스시, 디저트 모두 한국이 더 잘한다. 그러고 보면 세계화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경제, 문화, 예술, 스포츠 등 여러 면에서 유럽과 대등하거나 넘어섰다. 유럽의 전통과 근대성을 동경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열심히 학습해서 넘어서고 나아가 한국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마저 따라하다 넘어설까 봐 걱정되는 게 있다. 그리스 국가부도 이후 아테네 경제는 거의 회복됐지만 중심지인 오모니아는 슬럼화되어 재생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번화하던 상점가는 온통 공실이고 젊은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거리엔 노숙인, 부랑자, 이민자들로 가득하다. 10년 전 참 활력 넘치고 아름답던 곳이 이제는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방문 자제를 권하는 지역이 됐다. 하필 호텔을 그쪽에 잡았는데 대낮 길거리에 널브러진 채 팔에 주사기를 꽂고 마약을 투약하는 중독자들을 계속 마주쳤다. 겉으로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이지만 민생 경제는 갈수록 곪아간다. 상점들이 폐업하고 거리에 활기가 없고 청년들의 얼굴은 어둡고 출생률마저 바닥이다. 하물며 여러 어둠의 경로로 마약이 유통돼 여기저기서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피자, 파스타 맛있는 걸로 만족하고 싶다. 따라할 걸 따라하자. 오모니아 거리의 살풍경을 서울에서 보고 싶지 않다. /이병철(시인)

2025-08-17

경북도, 제3회 추경 예산 1조7226억원 편성

경북도는 1조 7226억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추경예산안은 올들어 세 번째로 민생경제 활성화, 산불피해 복구와 재창조에 중점을 두고 편성됐다. 경북도는 경기침체로 위축된 지역 소비를 살리고,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등 지역경제 전반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긴급 민생회복자금으로 7912억원 을 편성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에는 7259억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외식, 문화·체육 등 생활밀착형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비 쿠폰을 발행해 소비를 확대하고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은 시군별 발행 규모를 확대해 약 1조 3000억원을 발행,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고용 유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했다. 초대형산불 피해지역에 대한 안정적인 피해복구와 재건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도 8850억원 편성했다. 경북도는 산불로 훼손된 공공 및 사유 시설의 기능복구에 7217억원을 투입해 도로·상하수도·폐기물처리 등 기반 시설과 생활·안전 인프라의 신속한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재난 예방과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위험목제거, 산사태 예방, 산불대응센터 설립 등 예방·대응 역량강화 예산도 1338억원 투입한다. 2025 APEC 정상회의 준비도 빈틈없이 지원한다. 정상회의장, 미디어센터와 만찬장 등 주요 기반시설의 공기단축을 지원해 조기에 완공하고, 행사 전 시범 운영을 통해 행사 준비를 철저히 할 계획이다. 도는 불요불급한 사업과 성과가 미흡하거나 집행 실적이 저조한 사업은 과감히 감액하고, 유사·중복 사업은 통합 조정하는 등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도 추진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번 추경예산은 경북의 민생경제를 되살리고 도정현안을 추진하는데 중점을 뒀다”면서 “새 정부 정책 기조를 선도하고 APEC 행사를 세계적으로 성공시켜 경북의 미래에 힘과 희망을 심겠다”고 강조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5-08-17

국힘 압색·조국 사면에 與野 대치 격화

특검의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특별 사면을 계기로 여야 대치 정국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특검 수사에 따른 공격 포인트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서 국민의힘 전체로 확대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특검의 중앙당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며 총력 저지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는 특검 수사를 보완하겠다며 특검법 개정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3대 특검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를 하다 보니 명백한 혐의가 있는데도 영장이 기각되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며 “이를 보완하는 특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도 특검 조사 대상 등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내란 종식 프레임을 가져가려는 의도로 읽힌다. 추가 의혹과 관련자 수사를 고리로 야권을 압박하는 공세가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의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통한 당원명부 확보 시도에 대해 ‘불법 무도한 압수수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검에서 당원 500만 명의 개인 정보를 전부 요구한 것은 정당 민주주의 역사상 유례없는 야당 탄압이라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오는 20일까지 압수수색 영장 기한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압수수색 시도에 대비해 의원 전원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해놨다. 대신 조국 전 대표, 윤미향 전 의원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정조준하며 역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 전 대표와 윤 전 의원은 청년층의 분노 등을 샀다는 점을 부각, 상임위 차원에서 사면 관련 청문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주식 차명 거래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춘석 의원을 고리로 여당을 압박하기로 했다. ‘이춘석 특검법’을 발의하고, 이 사건을 ‘국정기획위 게이트’로 명명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이런 와중에 여야는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진행되는 21일부터 방송 2법과 노란봉투법 등을 놓고 2차 필리버스터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21일 본회의가 열리면 국회법에 따라 지난 5일 본회의 때 무제한 토론이 진행됐던 방문진법에 대한 표결이 진행된다. 이후 민주당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 방송 3법 입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회의가 예정된 22일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지만, 일부 의원들이 남아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금으로서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여론으로 법안 처리를 막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17

TK 출신, 국힘 지도부 입성할까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에서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들의 지도부 입성 여부가 관심사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TK출신 인사는 김문수 당대표 후보, 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 후보뿐이다. 영천 출신의 김문수 후보는 현재까지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우세한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15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는 31%를 기록하며 더블스코어가 넘는 차이로 안철수·장동혁 후보(각각 17%)를 따돌리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김 후보 지지율은 46%였고, 장 후보 21%, 안·조경태 후보는 각각 9%였다.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 상으로는 김 후보가 우위이면서도 과반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럴 경우 결선투표가 진행되기에 TK출신인 김 후보의 당선이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결선투표가 진행되면 어느 후보가 2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대결 양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반탄파(윤석열 탄핵 반대)인 김·장 후보 간 대결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찬탄(윤석열 탄핵 찬성)과 반탄이 1 대 1로 정면 승부를 벌일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김 후보는 김건희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 저지를 위한 농성으로 막판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 특히 특검 영장 만료일인 20일까지 현장 농성을 이어가면서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에 맞서 싸우는 투사 이미지를 부각, 판세 굳히기에 나섰다. 장 후보 역시 강경한 메시지와 특검 규탄 1인 시위로 투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전당대회 막판 찬탄파들 간의 단일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며 “상식적인 후보들의 연대와 희생이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찬탄파인 조 후보가 안 후보를 향해 ‘혁신파 후보’ 간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안 후보는 선을 긋고 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재원·우재준 후보의 입성 여부도 관심사다. 우 후보는 17일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TK출신 최우성 후보와 단일화했다. 최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우 후보와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잘 공격하는 사람은 우 의원이고, 그래서 사퇴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TK지역 청년최고위원 중 유일한 현역의원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히면서 청년 최고위원 선출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우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박근혜 키즈’ 손수조 후보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역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김재원 후보 역시 최고위원 입성을 기대해볼 만하다. 일부에서는 그를 ‘직업 최고위원’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여 투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이재명의 민주당 폭압정치를 막는 데 앞장서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최고위원으로서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 TK당원 동지들을 절대로 섭섭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17

이벤트 정치는 실용정부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국정 운영의 철학과 비전의 중심에 언제나 국력의 원천인 국민을 두겠다”라고 강조했다. ‘국민 임명식’이라는 행사에서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편지’에 담은 내용이다. 너무 당연하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형식과 의미가 무엇인지 뜨악하다. 이 대통령의 이날 광복절 기념사는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다. 그는 “증오와 혐오, 대립과 대결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금 우리 정치가 꼭 그 상태다. 그는 이어서 “분열과 배제의 어두운 에너지를 포용과 통합, 연대의 밝은 에너지로 바꿀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제안하고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꼭 필요한 일이다. 이 대통령은 매우 실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대통령이다. 그가 정치적으로 성장한 배경도 이념적 동지의 틀에 묶인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그의 이 제안이 제대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날 그가 남북 관계에 대해 지적한 말대로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그의 ‘행동’을 믿기에는 아직 신뢰가 부족하다. 특히 취임 초기 그의 인사는 딱히 그렇지도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국민임명식도 실용과는 거리가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다. 어디에도 그것을 뛰어넘을 의미는 없다. 그런 점에서도 이날 행사를 왜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먼저 떠오르는 게 나폴레옹의 대관식이다. 그는 자칭 황제가 됐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비오 7세 교황까지 참석시켰다. 나폴레옹은 스스로 왕관을 머리에 쓰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국민투표라는 형식을 빌렸고, 대관식을 통해 교회와 귀족들의 복종을 받아내려 했다. 황제는 이미 절대자지만, 정통성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절대권력에 대한 찬가를 듣고 싶었던 셈이다. 이 대통령도 선거를 통해 정당하게 대통령이 되었다.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도 49.42%, 1728만7513표를 얻었다. 그 표보다 엄중한 임명장이 어디 있겠나. 선거 과정을 통해 공약으로 국민에게 약속도 했다. 그런데 굳이 왜 ‘국민임명식’이라는 이벤트를 벌인 걸까. 문재인 정부야말로 이벤트에 익숙했다. 그러다 보니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많았다. 재임 중에만 그런 게 아니다. 퇴임 후엔 “자연으로 돌아가 잊힌 삶을 살겠다”라던 그는 정반대 행보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의로운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벤트는 ‘실용’과 거리가 멀다. 그는 “그 모든 미래의 중심에 국민을 두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벤트의 중심에 있는 것은 이 대통령이다. 모든 것이 그를 위한 행사다. 임명장을 80장씩 받은 것도 이 대통령이다. 80명의 ‘국민 대표’는 나폴레옹 대관식에 참석한 교황과 귀족들처럼 들러리일 뿐이다. 유신독재 시절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 대통령을 선출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처럼 선거했지만, 국회의원이 아니다. 소속 정당도 없다. 대통령을 반대하는 대의원 후보는 나설 수도 없었다. 미국의 대의원과 비슷하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 무효표 몇 표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 사람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15일 참석한 국민의 대표는 다양하게 선발했다. 그렇지만 정색하고 국민 대표라고 할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줄 대표성도 없다. 결국 이벤트, 보여주기 쇼에 불과하다. 정치적으로 국민의 대표는 국회의원이다. 아무리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국회라도 국민의 대표는 국회다. 흔히 독재자는 정치적 파트너인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직접 상대한다. 국회의 대표성을 무시하고,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정치적 권위,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정통성을 나누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이런 이벤트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좋겠다. 실용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답지 않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8-17

‘오리무중’ 국힘 전당대회 TK표심 어디로…

제1야당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22 전당대회가 닷새(17일 기준)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 표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TK당원들이 당심과 함께 할지, 민심과 함께 할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현재 정책은 실종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 논쟁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어게인’으로 대표되는 강경파는 결집력을 바탕으로 ‘보수 가치 수호 전쟁’을 강조하며 반탄 후보(김문수·장동혁)들을 지원하고 있고, 다른 진영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등 보수정당 위기론을 꺼내며 찬탄 후보(안철수·조경태)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TK지역에서도 감지되면서 당원들의 표심은 오리무중이다. 국민의힘 TK지역 한 의원은 “깜깜이 분위기”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특정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말은 들리지만 당원들이 말을 아끼고 있다”며 “당심과 민심이 일치하는 지 여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자 중 누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좋으냐’고 물어본 결과, TK지역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없음·의견유보’가 56%에 이르렀다. 김문수 후보는 27%,조경태 후보 17%, 안철수 후보 16%, 장동혁 후보 10%였다. 이러다 보니 결선투표가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역의 한 의원은 “과거 전당대회에서 당협위원장 및 현역의원들이 특정 후보를 적극 지원하면서 결선 투표 없이 당대표가 결정됐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현역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조차 없는 상황이라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선 투표가 이어질 경우 반탄·찬탄 후보들 간의 단일화 등 막판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의 한 의원은 “여론조사에서조차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TK민심도 오리무중인 탓에 당대표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면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여준 당내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밝혔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17

한 톨의 쌀에서 미래를 보다-농업대전환의 길

지난 4월 일본 니가타현을 찾았다. 세계적인 브랜드 쌀 ‘고시히카리’를 직접 마주한 순간, 나는 농업이 단순한 재배를 넘어 철학과 문화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쌀 한 톨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네 차례의 검사를 거친다. 정성 어린 포장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농부는 장인으로 존중받는다. 그 현장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칠곡의 농업도 이제 그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선명해졌다. 현실은 냉혹하다. 기후는 달라지고, 농촌은 늙어가며, 젊은이들은 떠난다. “이대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다. 희망은 방향에서 온다. 그래서 우리는 농업대전환의 길을 차근차근 열어가려 한다. 먼저 쌀부터 바꾸려 한다. 왜관·북삼·동명에 프리미엄 쌀 단지를 조성하고, 생산에서 포장까지 전 과정을 새롭게 설계할 계획이다. 1인 가구 시대에 맞춘 소포장과 진공포장을 도입해 신선도를 오래 지켜낼 것이다. 직거래 접점도 넓혀 농산물에 ‘칠곡’이라는 이름값을 더해 갈 것이다. 목표는 쌀을 단순한 먹거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역 브랜드로 키우는 일이다. 대전환은 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참외·고추·딸기 등 주요 품목 전반을 함께 끌어올릴 계획이다. 값싼 물량 경쟁의 시대에서 벗어나, 고품질과 특화로 승부해야 한다. 많이가 아니라 잘하는 농업, 흔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농업, 값싼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농업이 우리가 지향할 길이다. 생산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고령화된 현장에서 노동력만으로 버티기는 어렵다. 수경재배와 수직재배를 도입해 서서 일하는 환경을 만들겠다.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 드론 방제를 확대해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고 농약 사용량을 줄이겠다. 땀과 근력만이 아니라 기술과 데이터가 함께하는 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농민의 삶을 지키는 길이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전하는 길이다. 가공과 유통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저급과 참외를 활용한 비건가죽은 ‘버리는 것을 벌이가 되게 하자’는 생각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유주방을 통해 농민의 소규모 식품 창업을 돕고, ‘퍼뜩시장’ 같은 판로를 넓혀 소비자와 더 가깝게 만나겠다. 아파트 단지, 고속도로 휴게소, 도심 광장에서 만나는 직판장은 신선함과 신뢰를 동시에 전하는 창구가 될 것이다. 농업은 이제 재배를 넘어 체험과 문화가 결합한 6차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 안전은 농업의 뿌리다. 농업인이 직접 참여한 안전교육 뮤지컬 ‘농터맨’ 같은 시도를 더 발전시켜, 교육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보완해 나가겠다. 안전이 확보될 때 지속 가능성도 단단해진다. 환경 역시 미래를 가르는 과제다. 유용미생물배양센터를 통해 친환경 농법 보급을 넓히겠다. 영농부산물은 파쇄·재활용해 미세먼지와 산불 위험을 낮추겠다. 농약과 소각에 의존해 온 관행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가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미래를 물려주는 길이다. 농업대전환은 곧 농민의 삶의 대전환이기도 하다. 기술이 들어오면 허리는 덜 굽히고도 더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다. 판로가 넓어지면 농민의 소득이 안정되고, 자부심도 커진다. 변화는 결국 사람에게서 완성된다. 농민이 존중받을 때 농업도 지속된다. 앞으로는 청년들이 다시 농촌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반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팜과 데이터 농업은 젊은 세대가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농업이 힘들고 낡은 산업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때, 농촌은 다시 활력을 찾게 될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다. 농업이 흔들리면 농촌이 무너지고, 농촌이 사라지면 우리의 삶터도 함께 위태로워진다. 지금이 변화의 적기다. 앞으로의 농업은 데이터와 기술로 정밀하게 관리되고, 가공과 유통으로 가치가 확장되며, 문화와 체험이 더해지는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는 그 방향을 분명히 바라보고, 현실적인 걸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그 길을 군민과 함께 열어가겠다. /김재욱 칠곡군수

2025-08-17

유족급여(1)

<문> 작업현장에서 지붕 용접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산재신청을 했는데 어떠한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답>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사망한 경우 그 당시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하고 있던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합니다. 유족급여는 유족보상연금이나 유족보상일시금으로 지급하며, 유족보상일시금의 경우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자가 없는 경우에 지급합니다. <문>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자는 어떻게 되나요? <답>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 중 배우자, 60세 이상인 부모·조부모, 25세 미만의 자녀·손자녀, 19세 미만이거나 60세 이상인 형제자매 등입니다. 수급권자가 여러명인 경우 유족보상연금을 지급 받는 권리의 순위는 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 및 형제자매의 순입니다. <문>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자가 없는 경우 유족보상일시금 수급권자와 그 순위는 어떻게 되나요? <답> 유족보상일시금 수급권자 1순위는 근로자의 사망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하고 있던 배우자·자녀·부모·손자녀 및 조부모이며, 2순위는 사망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하고 있지 아니하던 배우자·자녀·부모·손자녀 및 조부모 또는 생계를 같이하고 있던 형제자매이고, 3순위는 형제자매입니다. 동순위인 경우는 상기와 같이 적힌 순서가 되고 같은 순위의 수급권자가 2명 이상이면 똑같이 나누어 지급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콜센터(1588-0075) 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부(054-288-5152)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08-17

강릉가는 열차에서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태화강 역에서 강릉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서울과 세종, 천안 등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이 강릉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4시간 이상 가야하는 것보다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쁨과 해변을 끼고 달릴 기차의 운치에 대한 기대가 마음을 흔들었다. 작년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이 기차는 좌석 간의 거리도 넓고 쾌적했다. 여행의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었다. 서너 명의 중년 남녀가 열차에 올랐다. 친숙한 사이인지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오전 10시 경 출발해 오후 2시 넘어 도착하니 다들 점심이 걱정인가 보다. 서로 음식을 갖고 왔냐고 물으며 커피와 과일을 나눈다. 정겹다. SRT와 KTX의 도입은 시간의 단축과 함께 열차 안의 풍경을 바꾸었다. 거기에 코로나는 그 모습을 더욱 빠르게 정착시켰다. 그 시기에는 기차 안에서 마스크를 써야 했고 음식을 먹을 수 없었기에 숨죽인 침묵이 자리했었다. 자거나 휴대폰을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열차에서 음식을 섭취해도 된다고 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새로운 문화에 젖어들었다. 기차 안에서 소리내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가는 것을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조용히 앉아 옆의 사람과는 눈길조차 주고 받지 않은 채 휴대폰에만 눈길을 주거나 눈감고 자는 것이 편하게 느껴졌었다.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가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이며 문화인이라 생각해왔다. 그래서 바뀐 풍속도가 그 때까지 마음에 든 것도 사실이었다. 강릉 가는 열차도 ktx-이음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긴 시간의 여행이어선지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지는 않는 것 같았다. 승무원도 조용히 하라고 제지하지 않았다. 심지어 옆의 모르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권하는 소리도 들렸다. 어린 시절 가끔 탔던 열차의 풍경과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김밥을 싸오고 삶은 달걀과 사이다, 과일을 먹으며 가족들, 친구들과 담화를 나누던 그 시절의 기차 안 풍경을 조금 나이 든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으리라. 긴 시간의 여행에 그런 것은 즐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열차는 계속 푸른 풍경을 뒤로 보내며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아쉬움에 생각은 과거로 흘러간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던 ‘배우며 생각하며’라는 책이 생각났다. 사고의 확장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서 초등학생들과 토론하기에 좋은 교재였다. 그 중에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문명인들이 먼 오지의 원주민들을 찾아갔다. 그들의 열악한 환경과 시설을 보며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각종 문명의 이기들을 가져다주었다. 의무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원주민들의 생각은 중요치 않았다. 기계를 사용하면 원주민들이 더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문명의 발달이 문화의 발달과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문명인들의 삶이 더 낫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강릉 가는 차안에서 서로 이야기와 음식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모습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품앗이와 두레로 서로의 품을 나누고 정을 쌓던 것이 우리였는데···. 조금은 수선스러워도 그 안에 넘치는 정이 담겨 있는 그 모습이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동경일지도 모르겠다. 정담을 나누며 가는 것이 비문화인의 모습은 아니니까.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의 옆모습을 처음으로 가만히 쳐다본다. 점심을 전혀 먹지 않던데. 가지고 있던 샌드위치라도 나눌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쑥스러움이 손길을 눌렀다. 정동진이 가까워오니 이야기를 나누던 일행들과 옆자리의 아저씨가 내릴 준비를 한다. 그들의 여행이 따뜻하고 즐겁기를 바란다. 다음엔 샌드위치를 나눌 수 있는 용기가 솟아나기를 또한 바라본다. 정동진을 지난 열차 차창 밖으로 동해의 바다가 비로소 시원하게 가슴을 파고 든다. 이번 역이 이 열차의 마지막 종착지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먼저 도착해서 강릉역에서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 생각에 마음이 부푼다. /전영숙 시조시인

2025-08-17

합천에서 만난 가야의 목소리

가야인의 흔적을 찾아 경상남도 합천으로 향했다. 합천은 대야, 대량으로 불리며 대가야 전성기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400년, 광개토태왕의 남정으로 가락국이 큰 타격을 입자 일부 세력이 이주해 새로운 문명을 꽃피웠다고 전해진다. 그 증거로 합천에서는 대가야식 고분보다 가락국 양식인 덧널무덤이 더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합천의 위상은 역사 속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일부 역사 학자들은 합천을 ‘일본서기’의 다라국과 연결지었다. 일본의 사학자 이마니시 류는 대량과 다라의 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스에마쓰 야스카즈는 ‘임나흥망사’에서 아예 합천을 다라로 비정했다. 그것은 단지 표면적 음운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역사의 본질을 왜곡한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옥전 고분군 주변에 ‘다라리’ 마을이 있다고 다라국으로 주장하는 역사학자도 있다. ‘한국지명총람’에 따르면 달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오히려 대야국, 대량국이라 불렸을 가능성이 크다. 쇠퇴한 가락국 세력이 옮겨와 새로운 땅에서 문화를 꽃피운 세력일 것이다. 중국 양나라 ‘양직공도’의 기록 역시 사신들의 그림 중심 자료로 오늘날 지명과 단정적으로 잇기에는 무리가 있다. 합천에는 가야의 흔적이 곳곳에 살아 있다. 옥전 고분군은 4~6세기 가야 지배층의 무덤으로 토기와 환두대도, 금동 투구 등 찬란한 유물이 쏟아졌다. 언덕 위에 촘촘히 자리한 고분들은 마치 시간을 품은 채 숨 쉬고 있는 듯했다. 삼가 고분군에는 다양한 양식의 무덤들이 혼재해 가야 고분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대왕’이라 새겨진 토기는 가야에 실질적인 왕이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합천박물관에 들어서면 환두대도의 모형이 당시 지배자의 위용을 떠올리게 한다. 출자형 금동관의 섬세한 장식은 신라의 금관과 견줄 만큼 정교하다. 옥전 고분에서 출토된 로만 글라스는 황강을 따라 이루어진 동서 교역의 흔적이다. 그것은 합천이 고립된 지역이 아니라 활발히 교역하며 열린 문화를 누렸음을 잘 보여준다. 성산 토성은 황강을 감싸 안듯 자리한 방어 유적으로 흙과 돌이 어우러져 견고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합천의 유물은 단순한 돌이나 금속 조각이 아니다. 그 속에는 땅을 일구고 철을 제련하며 장식과 무기를 만들고 문명을 일구었던 사람들의 삶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 고분 앞에 서면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맥동하는 듯한 실감이 전해진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부 사학자는 그 땅이 ‘다라국’이었다고 주장한다. 역사를 바라보는 양심은 어디에 있는가. 합천, 대야는 오늘도 진실을 향해 묵묵히 외치고 있다. 침묵 속에서도 그 외침은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이들의 귀에 또렷이 들린다. 황강 위로 저녁 햇살이 번지자 마치 가야의 기억이 강물 속에서 다시 깨어나는 듯했다. 그 빛을 바라보며, 잊힌 역사를 되찾는 길 위에 서 있음을 실감했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08-17

뜨거운 여름 알리는 배롱나무를 찾아서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백일을 이어 핀다고 백일홍. 백일홍의 다른 이름이 배롱나무다. 또 배롱나무를 경상도에서는 간지름나무라고도 하는데, 이는 표피가 매끈매끈하여 손으로 살살 간질이면 꽃잎이 간지러워서 웃는 것같이 살랑살랑 흔들린다고 해서 붙인 말이다. 수성못에는 배롱나무가 30여 그루가 있다. 그 중에서도 수성못의 북쪽과 상화동산에 나란히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듯한 배롱나무들은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군락지다. 배롱나무는 분홍색, 보라색, 흰색, 붉은색 등 형형색색의 종류가 있는데, 수성못을 한 바퀴 돌면서 꽃 색이 몇 종류나 되는지 헤아려보는 것도 재미있다. 배롱나무는 뜨거운 여름에 꽃을 피운다.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는 배롱나무가 만개하는 시기다. 지금 서둘러 수성못 배롱나무의 아름다움을 만끽해보러 나서기를 권해 본다. 배롱나무는 부처꽃과 배롱나무 속이며 가을에 잎을 떨구는 낙엽소교목이다. 가지 끝에 달린 화려한 원뿔 모양의 꽃차례가 돋보인다. 꽃차례 끝에 3㎝ 크기의 꽃잎 6개가 한껏 벌어져 피고 그 가운데에 수술 40여 개가 모여난다. 꽃잎이 마치 크레이프 종이처럼 주름지고 얇다는 의미에서 영어로 ‘크레이프 머틀’(Crape Myrtle)이라고도 불린다. 요즘은 가로수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배롱나무다. 알록달록한 꽃이 피는 여름에 주목을 받지만, 사실 배롱나무의 진가는 사시사철 드러난다. 바로 매끄럽게 벗겨지는 부드러운 질감의 수피와 가을에 붉게 물드는 낙엽도 한 몫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배롱나무를 보기 좋은 곳은 수성못, 신숭겸장군 유적지, 하목정 등이며 경북에서는 병산서원의 배롱나무 꽃의 명성이 높다. 가로수로는 백암온천 길 가로수가 이름이 있는데, 바닷가 해풍을 받은 배롱나무꽃은 더 붉고 아름답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5-08-17

범어로터리 한켠에 버티고 선 500년 노거수

옛말에 “나무는 천 년을 살고, 사람은 백 년을 산다” 했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주목나무 같은 장수목은 여름이면 그늘을 내어주고, 비 오면 품을 벌려 사람을 안아준다. 마을의 당산목은 액운을 막고,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품은 산 기록이다. 대구 수성구 범어로터리 한복판, 그랜드호텔 부근에는 500년 넘게 서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조선 세조 14년(1468) 수성 들판 상동 마을에 심겨, 왕조의 흥망과 도시의 변화를 모두 견뎌왔다. “내 뿌리가 뽑히면, 사람 마음도 뽑힌다” 1592년 임진왜란이 대구를 휩쓸던 날, 연기와 비명 속에서도 이 나무는 잎 하나 떨지 않았다. 마치 “내 뿌리가 뽑히면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뽑히리라”는 기세였다. 일제강점기의 굴욕과 6·25 전쟁의 참상을 견디고, 2·28 민주운동과 5·16 군사정변까지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보통 나무는 한 자리에 뿌리를 박고 사는데, 이 나무는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 옛 속담에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 했지만, 이건 그야말로 ‘은행나무 팔자 뒤웅박 팔자’였다. △첫 번째 이사 1972년 대구 직할시 보호수 18호로 지정되며 안심하는 듯 했으나, 1981년 도로 확장 공사가 닥쳤다. “베어야 한다”는 소문에 마을 어르신들은 지팡이를 짚고 시청 앞으로 갔고, 아이들은 나무를 껴안고 울었다. “이 나무는 우리 마을의 기둥이요. 베면 안 됩니다!” 그 간절함이 전해져, 나무는 200미터 떨어진 정화여고 교정으로 옮겨졌다. △두 번째 이사 정화여고에서 10년을 보내며 여고생들의 웃음과 수다를 벗 삼았다. 봄이면 연둣빛 잎으로 “시험 잘 보거라, 떨어져도 인생 끝은 아니다” 격려했고, 가을이면 노란 잎을 흩날리며 “청춘아, 너무 서두르지 마라” 부드럽게 타일렀다. △세 번째 이사 1990년대 말, 정화여고 이전과 아파트 건설이 겹쳤다. ‘그냥 없애자’는 말이 돌자, 지역 유지들이 ‘은행나무 보존위원회’를 결성했다. “이 나무는 대구 사람들의 역사요, 숨결이요, 그림자요!”라는 절절한 호소 끝에, 2001년 4월 1일 범어로터리로 이사했다. 이삿날, 크레인에 매달린 나무를 보며 사람들은 ‘이제 끝이구나’ 했지만, 이듬해 봄 싱싱한 잎을 피우며 말했다. “나 아직 살아 있소. 내 뿌리는 세월보다 깊소.” △시대와 함께 숨 쉬는 나무 이 나무는 단순히 오래 산 나무가 아니다. 대구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을 함께한 ‘살아 있는 문화재’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시민들의 “대~한민국!” 함성에 황금빛 잎사귀를 흔들며 응원하는 듯했다. 밤이면 연인들의 속삭임을 들었고, 이별의 눈물엔 바람 한 줄기 내어주었다. △황금빛 비 내리는 가을 가을이면 노란 잎이 거리를 환하게 물들이고, 바람이 불면 황금빛 비가 내린다. 그 앞에 서면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고, 마음속 시계를 잠시 늦춘다. “나도 이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오래 살자”는 다짐이 절로 나온다. 오늘도 서 있는 대구의 산증인, 이제는 대구를 지키는 수호목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8-17

광복 80주년과 한국의 미래

올해는 우리 민족이 35년간 일제강점기를 끝내고 자유를 되찾은 광복 80주년 되는 해다. 1945년 8월 15일, 조국의 하늘 아래 울려 퍼진 환희의 함성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자유와 책임, 그리고 희망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메시지이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선조들은 국방의 힘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마디마다 느끼며 한 서린 삶을 살았다. 80년 전, 광복은 총칼이 아닌 민족의 끈질긴 염원과 피맺힌 저항,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희생이 오늘날 보석 같은 피땀으로 일궈낸 대한민국의 역사이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교육과 산업, 기술과 문화를 통해 세계에 우뚝 선 나라가 되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IMF 극복과 민주화의 여정,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서로를 지켜낸 국민의 연대는 ‘함께’라는 말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 주었다. 80년이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독립의 소중함과 자유의 의미를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는다. 광복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국민 모두에게 자유와 책임, 정의를 실천하는 삶의 원동력임을 상기시켜 준다. 이제 우리는 그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 개개인이 정의롭고 성숙한 시민의 자세를 갖출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자. 타인과 사회를 존중하고,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힘쓰며, 진실과 양심을 지키는 것이 바로 광복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다.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 속에서 대한민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지키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국민이 모두 함께 나아가야 할 때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우리는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며,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굳건한 의지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그 정신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져 대한민국이 더욱 정의롭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광복은 단순히 ‘과거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의롭고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힘이 되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공동체를 위해 진실과 양심을 지키는 것, 이것이 바로 선열들이 꿈꾼 자유를 지키는 길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연설처럼 우리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더욱 빛내기 위해 국민이 한뜻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야 할 것이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8-17

원조 아이돌, 클래식계의 슈퍼스타 프란츠 리스트

케이팝 아이돌의 팬덤은 대단하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특정 그룹이나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전 세계를 따라다닌다. 팬클럽, 응원봉, 팬미팅 등 조직적이고 공식적인 팬 활동이 존재하며, SNS를 통한 다양한 소통 덕분에 팬덤의 규모와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케이팝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지만,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슈퍼스타 아이돌과 팬덤 문화의 시초는 사실 19세기 클래식 음악계에서 시작되었다. SNS도 없던 시절,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19세기 유럽에서 ‘원조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클래식계의 뜨거운 셀럽이었다. 그는 화려한 연주와 잘생긴 외모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리스트가 공연하면 팬들은 그의 장갑,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 끊어진 피아노 줄까지 가져가려 했으며, 심지어 그가 마시다 남긴 차를 향수병에 담아 가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오늘날의 ‘사생팬’ 문화에 비견될 정도이다. 당시 그의 광적인 팬들을 의미하는 ‘리스토마니아(Lisztomania)’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공연장에는 귀부인들이 몰려들어 언제나 만석이었고, 무대 위에서 연주를 시작하면 기절하는 팬들도 많았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무대 위로 보석 반지가 쏟아지곤 했다. 리스트의 팬덤 열기는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관객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연출을 선보였다. 손수건을 던져주는 팬서비스, 연주할 때 머리칼을 휘날리는 퍼포먼스 등은 관객의 환호를 끌어냈다. 리스트와 같이 생활했던 마리다구 백작부인의 기록 “하얗디 하얀 얼굴에 맵시 있는 큰 키, 그리고 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큰 눈은 바다 색깔이었고 머리카락은 햇살에 너울대는 물결같이 빛났다”처럼 그의 외모와 타고난 스타성이 큰 매력 포인트였다. 리스트가 팬들을 위해 무대에서 선보인 새로운 시도는 현대 공연 문화의 전형이 되었다. 첫째, 피아노 소리가 홀에 잘 퍼지도록 피아노 뚜껑을 열고 연주했다. 둘째, 관객이 화려한 손놀림과 자신의 잘생긴 얼굴이 보이도록 피아노를 측면으로 돌려 배치했다(원래는 연주자의 등이 보였음). 셋째, 피아노 의자를 등받이나 팔걸이가 없는 스툴형 의자로 바꾸었다. 넷째, 당시 필수는 아니었던 암보를 적극 활용해 다른 연주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했다. 다섯째, 월드 클래스 인기로 매니저를 고용했다. 여섯째, 피아노가 홀로 독주 악기로써 연주회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하지 않았을 때 독주 리사이틀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 관행들은 오늘날 클래식 연주 문화에 깊게 뿌리내렸다. 리스트는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기획자이자 연출가였다. 리스트 이전과 이후의 피아노 공연계 문화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물론 이런 관행 덕분에 후대 피아니스트들이 암보 부담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피아노를 완전한 독주 악기로 격상시킨 공로 또한 분명하다. 당시 베토벤이 “외운답시고 엉망으로 치지 말고 악보를 보고 연주하라”고 말했듯, 암보가 필수라는 인식은 리스트 이후에 굳어진 것이다. 물론 리스트의 삶이 언제나 화려했던 것만은 아니다. 1827년 아버지 아담 리스트의 사망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피아노와 작곡을 가르쳤고, 한동안 연주 여행을 중단해야 했다. 또, 프랑스 귀족 카롤랭 드 생크릭과의 사랑이 실패로 끝나며 건강이 악화되어 마비 증세까지 겪었다. 종교적 방황 속에서 성직자가 되기를 희망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리스트는 낭만시대에서 손꼽히는 다작의 작곡가일 정도로 음악의 유산이 방대하고 영향력이 크다. 그의 작품에는 열정과 서정, 화려함과 깊이가 공존한다. 수많은 곡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강렬한 피아노 기교와 민족적 색채가 돋보이는 ‘헝가리 광시곡 2번’, 부드럽고 서정적인 ‘사랑의 꿈 3번’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이 두 작품을 통해, 청중을 열광시켰던 리스트의 다채로운 음악적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리스트는 낭만주의 음악을 전 유럽으로 확산시켰고, 오늘날 한국 아이돌은 한류를 전 세계로 전파하고 있다. 시대와 장르는 다르지만, 두 문화는 모두 음악을 넘어 사회적 현상을 만든 스타성과 팬덤을 중심에 두고 있다. 케이팝의 글로벌 성공 뒤에는, 19세기 리스트가 개척했던 ‘대중과의 연결’이라는 예술가의 역할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정은 객원기자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