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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립미술관 ‘94번째 음악회’ 정원영 바이올린 독주회로 꾸며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오는 27일 오전 11시 1층 로비에서 정원영의 바이올린 독주회로 꾸며지는 ‘제94회 미술관 음악회 MUSEUM MUSIC(뮤지엄뮤직)’을 개최한다. 미술관 음악회는 지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맞춰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미술관 로비에서 시민들에게 미술과 음악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일상에서 친근하게 예술과 만나는 시간을 선보여왔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원영이 크라이슬러의 ‘레시타티보와 스케르초 카프리스 작품번호 6’, 드보르작의 ‘집시의 노래 Op. 55’ 중 네 번째 곡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 ,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작품번호 108’ ,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 Op. 34’중 두 번 째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정원영은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술고등학교 수석 졸업, 서울대학교 수석 입학 및 졸업했다. 이후 예일대학교 석사과정을 전액 장학생으로 수학한 그는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조기 졸업하며 전문 연주자로서 기반을 다졌다. 반주자 강형은 피아니스트는 서울대학교 기악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반주과 전문사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반주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산국제음악제, 대관령국제음악제, 영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쿠르, 오사카 국제음악콩쿠르,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공식반주자를 역임했다. 한편 이번 포항시립미술관 미술관 음악회는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기획 및 작품 해설은 임희도 음악감독이 맡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25

일본에 문명·문화 전파한 신라의 흔적을 찾아서

선덕여왕경모회(회장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회원 15명이 최근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시마네현의 마쓰에시와 이즈모시, 그리고 돗토리현을 방문했다. 이번 일본 문화 탐방은 신라시대 일본에 문명과 문화를 전파한 신라의 흔적을 찾아보고, 현재 그것이 어떻게 보존되고 기억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찾기 위해 기획됐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연오랑세오녀’ 설화와 매우 유사한 신화를 공유하고 있는 고대 일본의 작은 국가였던 이즈모시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인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와 가라카미사라기진쟈(한신신라신사, 韓神新羅神社), 히노미야키진쟈(日御7895神社) 경내의 한국신사(韓國神社)에서 신라에서 건너간 고대 문화의 흔적이 현재까지도 엄연히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아베 고보의 소설 ‘모래의 여자’의 현장인 돗토리 사구와 일본 최고의 정원 중 하나로 명성 높은 아다치 미술관을 찾는 문학 예술 기행도 함께 이뤄졌다. 돗토리의 사카이미나토에서는 일본 요괴 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 동상 100여 개가 세워진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찾아 만화 캐릭터로 쇠락해 가는 소도시를 부흥시킨 일본의 관광 콘텐츠를 확인하기도 했다. 시마네 현청이 위치한 마쓰에시에서는 과거 2006년부터 엄연한 우리의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며 ‘다케시마의 날’을 정해 행사를 진행하고, 다케시마자료실(竹島資料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선덕여왕경모회는 11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을 홍보하는 여행을 겸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선덕여왕경모회는 선덕여왕을 기리고 존숭하는 경주의 여성 단체로 매년 경주에서 개최되는 선덕여왕 축제의 일환으로 선덕여왕릉에서 왕릉제를 모시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25

독일 하노버·대구 대표 연주자 ‘동서양의 앙상블’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인 독일 하노버와 대구의 대표 연주자들이 모여 앙상블 무대를 펼친다. 하노버 대표 실내악단과 대구 대표 지역 연주자들로 구성된 ‘DCH-Hannover 앙상블’ 공연이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 대구콘서트하우스(DCH)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하노버와 지난 2023년부터 상호 교류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교류를 해왔다. 이번 공연은 대구콘서트하우스 상반기 최대 축제인 ‘DCH 앙상블 페스티벌’(2월 6∼3월 28일)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Dear. Amadeus’라는 부제 아래, 모차르트의 고전 시대 음악부터 김동명, 윤이상, 드보르작의 현대 음악까지,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의 첫 번째 순서로는 DCH 앙상블이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F장조 K.138’이 준비돼 있다. 이 곡은 ‘잘츠부르크 교향곡’으로도 불리며, 이탈리아어로 ‘기분 전환하다’라는 뜻을 가진 ‘디베르티멘토’라는 제목처럼 자유롭고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작은 규모의 실내 앙상블 연주로 가볍고 즐겁게 즐길 수 있으며,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각각의 현악기의 매력에 집중할 수 있는 곡이다. 이어서, 대구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김동명의 ‘25현 가야금과 현악 앙상블을 위한 무아’가 무대에 오른다. 이 곡은 하노버 앙상블과 DCH 앙상블, 그리고 가야금 연주자 엄윤숙이 협연해 동서양 음악의 조화로운 하모니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2부에서는 현대 음악 작곡가 중 한국 전통음악 특유의 작곡 기법을 도입해 유럽과 미국에서 명성을 떨친 윤이상 작곡가의 ‘교차적 음향’과 드보르작의 ‘현악오중주 G 장조, Op. 18(Op. 77)’가 펼쳐지며 막을 내린다. 하노버 앙상블을 이끄는 지휘자 한스 크리스티안 오일러는 하노버 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대구국제현대음악제, 통영국제음악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에 참여하며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간의 교류를 위해 힘쓰고 있다. 그의 지휘 아래 바이올린 코지마 솔레즈 라리비에르, 백나현, 김혜심, 비올라 요하네스 브라우스, 배은진, 첼로 티모시 홉킨스, 강윤선, 더블베이스 안드레아스 코흐, 송성훈 등 총 10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 동서양 음악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한다. 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하노버와 대구가 지속적인 상호교류를 통해 DCH 앙상블 페스티벌에서 ‘DCH-Hannover 앙상블’ 공연을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며 “많은 분들이 찾아와 산뜻한 봄기운이 담긴 네 곡을 들으며 힘차게 3월을 시작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독일 하노버는 2015년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로 선정됐으며, 대구는 2017년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로 선정돼 세계 속에서 한국의 음악 콘텐츠를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는 총 18개 도시로, 해당 도시는 음악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과 문화적 영향력을 인정받아 선정됐으며, 각 도시에서는 이를 기념하고 알리기 위해 다양한 음악 행사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25

언제나 그 자리에 ‘안동 제비원 석불’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은 고려시대인 11세기 무렵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이다. 안동사람들에겐 ‘제비원 석불’ 혹은 ‘이천동 석불상’, ‘제비원 미륵’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오도산 남쪽 기슭 거대한 바위벽 전체 높이 12.38m, 너비 7.23m에 달하는 크기에 선으로 몸통을 새기고 2.4m 높이의 머리 부분을 조각하여 얹어 놓은 불상이다. 화강암 석벽 머리의 뒷부분은 평면의 자연석을 그대로 두고 앞면만 얼굴을 조각하였다. 얼굴은 자비로운 미소를 띤 모습이고 머리에는 부처의 지혜를 상징하는 육계(肉9AFB: 부처의 정수리에 있는 뼈가 솟아 저절로 상투 모양이 된 것)가 솟아 있다. 양손은 아미타불이 중생에게 설법할 때 취하는 아홉 종류의 손 모양 중 하나인, 가운뎃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맞대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된 제비원 석불은 오랜 세월 지역민의 휴식공간이자 관광명소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미륵불 어깨에 앉아 소풍 기념 단체 사진을 찍기도 하고 도로가 닦이기 전 비포장도로에서 멀리 미륵을 배경으로 나들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제비원 불상에는 오래된 전설이 있다. 옛날 석공 기술을 가진 어느 형제가 살았는데 조각 솜씨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최고의 조각가는 둘이 있을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불상을 먼저 만든 자는 살아남고 늦게 만든 자는 죽기로 약속하고 시합에 들어가게 된다. 동생은 열심히 돌을 갈아 다듬었으나 형은 빈둥빈둥 놀기만 하다 약속한 날이 임박하자 미륵의 머리만 조각하고 큰 바위에 얹어 불상을 완성했다고 한다. 부처의 몸체부터 만드느라 기간 내에 완성하지 못한 동생은 그만 죽고 말았고 형이 만든 불상이 지금껏 내려오는 제비원 석불이라는 전설이 있다. 이 이야기는 주호민 작가의 웹툰 ‘제비원 이야기’로도 각색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불상이 새겨진 암벽의 맞은편에 수직 암벽이 서 있어 두 암벽 사이에 석굴처럼 좁은 공간이 형성돼 있다. 이곳에 미륵전 불단이 있어 가정의 평화와 소원성취를 바라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비원 석불은 안동시 이천동 산2번지, 안동에서 영주 가는 국도에서 언제나 온화한 얼굴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을 지날 일이 있다면 잠시 들러 심신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것도 좋겠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5-02-25

두 영웅이 자리한 절벽…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안동 부용대에 오르는 길, 영하의 날씨지만 바람 한 줄기 없이 하늘은 구름 한 점 띄우지 않고 푸르러 산책하기 좋은 날이다. 겨울이라 그런지 우리 일행만 오르는 숲길엔 새소리만 들렸다. 화천서당 주차장에서 물 위에 뜬 연꽃 같은 마을을 내려다보는 전망대까지는 금방이다. 숨이 차기도 전에 도착한 우리 눈에 하회마을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탄성을 부르는 경치다. 기와집이 이마를 맞대고 머리를 잘 다듬은 초가가 가끔 섞인 동네, 하회탈춤 판이 벌어지는 유서 깊은 동네가 강을 휘감는다. 과거 이 마을에서는 담장을 만들 때 돌을 섞지 않았다고 하는데, 마을이 물에 가라앉지 않기를 바라는 풍수의 관점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한다. 동네를 감싸는 소나무 숲은 만송정이다. 류성룡의 맏형 류운용이 동네에서 바라보이는 절벽의 살기운을 막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비바람도 막아주니 일석이조였다. 햇살에 윤슬이 강 위로 쏟아져 눈이 부시다. 배 한 척이 그림처럼 모래톱에 누웠다. 하회 건너편에 류성룡 선생은 탄홍 스님의 도움을 받아 옥연정사를 마련한 다음 이 집에 대한 기록을 ‘옥연서당기’로 남겼다. 선생은 호를 서애(西厓:서쪽 벼랑)로 짓고 마을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스스로 외로운 ‘고라니의 삶’을 살아가길 원해 강 건너 절벽 아래 지었다. 주차장에서 옥연정사로 향하자, 고양이가 길 안내를 맡는다. 앞서가다 야옹아 부르니 돌아와 우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또 앞장선다. 잘 따라오라는 소리같다. 마당에 들어서니 용트림하는 소나무가 비스듬히 하늘을 받치고 섰다. 서당채의 이름은 세심재(洗心齋)이다. 여기에 마음을 두어 만에 하나라도 이루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마루 감록헌은 왕희지의 ‘우러러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아래론 푸른 물 구비 바라보네’라는 시어에서 따온 것이다. 마루를 가운데로 두고 좌우 방 한 칸이 있으며 선생께서 서당으로 쓰신 곳이다. 친구의 내방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원락재(遠樂齋)라 하였는데, 먼 곳으로부터 벗이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이 방에 기거하며 징비록을 서술하셨다. 고양이를 따라 간죽문으로 나갔다. 이 길로 절벽의 좁은 길을 따라가면 겸암정사에 도달할 수 있는 층길이 있는데 지금은 일반인들이 다니기에 위험하여 폐쇄되었다. 겸암정사는 부용대에서 화천서원 반대편 내리막길로 가면 나온다. 조심조심 내려가며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강의 물결이 일품이다. 자꾸만 서서 바라보게 만든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데도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송사리가 노닐 것만 같고, 손을 뻗으면 물결이 만져질 것만 같다. 류성룡의 맏형인 겸암 류운룡이 건립한 정사 앞에는 나이 많은 나무가 우리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 봄 마중하며 늠름하게 하늘을 우러렀다. ‘겸암(謙菴)’은 자신의 능력과 덕을 내세우지 않고 남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스승인 퇴계 이황이 15세 문하생 류운룡의 학문적 재질과 성실한 자질에 감복하고 지어 준 것이다. 정면의 ‘겸암정(謙菴亭)’ 편액은 퇴계가 쓴 것이다. 얼마 전 일본 마쓰야마의 가류산장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었다. 함께 간 아들이 우리나라에 이보다 풍경 좋은 누각이 더 많아 감흥이 없다고 한 이유가 겸암정사를 두고 한 말 같다. 하지만 문이 잠겨 마루에 오르지는 못해 아쉬운 마음이다. 오래된 건물을 오래 간직하는 방법은 사람의 숨결을 쏘이고 발길이 오르내려야 한다. 경회루와 진주 촉석루의 마루도 사람이 오르자 벌레 먹는 일이 줄었다고 한다. 마루에 올라 류씨 형제의 시선으로 하회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은 여기 오는 사람 모두가 같을 것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5-02-25

요즘 대세 소비 트렌드, ‘아는 맛’이 뜨겁다

요즘 대세인 소비 트렌드는 레트로(복고) 감성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익숙한 ‘아는 맛’에 뜨거운 열풍이 불고 있다. 레트로는 과거의 스타일, 디자인, 문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을 말하는데 패션에서부터 식품과 게임, 영화 등 일상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는 맛인 레트로 열풍은 최근의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소비자들의 지갑 열기가 어려워진 영향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생활형편·경기 등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 100.7에서 12월에는 88.4로 떨어졌다. 이 사이를 레트로 마케팅이 파고들었다. 아는 맛이 아날로그의 추억을 자극하기도 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기성세대에게는 단순히 추억의 맛을 전할 뿐 아니라 젊은 세대와의 공감과 연결의 역할도 함으로써 그 매력을 더하고 있다. 특히 MZ세대인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에서 따뜻한 감성을 느끼게 하는 레트로가 더 두드러진다. 이들은 디지털 세대이지만 경험해 보지 않은 아날로그 감성과 경험 등 옛날 것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보인다. 2030의 젊은이들은 지금은 휴대폰으로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옛날처럼 LP판을 통해 듣거나 그 시절 추억의 음식을 맛본다면 부모님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7080년대 TV 광고에서 인기를 끌었던 제품 등 당시의 디자인을 활용한 재출시, 필름 카메라, 굿즈들은 소비자들에게 여전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들은 SNS로 소통하고 그들의 레트로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소통과 공유의 문화가 되었다. 단순 제품 소비가 아닌 스토리와 출시 당시의 사회문화적 경험에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개봉이 이어지고 있는 영화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2월부터 극장 예매 사이트에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죽은 시인의 사회 등 반가운 영화들의 이름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몇몇은 현재도 상영 중이다. 비긴어게인, 미드나잇인파리, 이터널 션샤인도 재개봉해 관객들을 맞았다. 오래된 영화가 극장에서 다시 상영되는 것은 옛 영화를 다시 보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가치관으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서다. 20년 전 만들어진 영화가 현재의 사회적 이슈와 연결될 때 관객들에게 영화는 새롭게 다가온다. 재개봉 영화가 추억을 소환하는 건 당연하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의 감정과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게 하고 관객들과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는 소중한 추억을 나누는 기회가 된다. 영화관에서는 관객을 다시 부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재개봉한 영화 ‘해리포터’를 본 시민 A(43)씨는 “해리포터 팬인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바쁜 아이들과 대화도 하고 덕분에 책도 구입했다. 재개봉 덕분에 예전에 놓쳐버린 명작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레트로에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는 예전의 감성이 느껴지면서 새롭게 재해석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존경과 미래에 대한 창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감성을 더하기 때문이다. 세대 간의 소통의 매개체도 된다. 전 세대와 공감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아는 맛’ 레트로가 앞으로도 사랑받아야 할 이유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5-02-25

계엄수사 받는 ‘4스타’·성범죄 저지른 군인… “軍 위상 바닥”

모자와 군복에 번쩍이는 별을 단 장성들이 줄줄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거나,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침울한 표정으로 출석하는 요즘이다. 거기에 군대와 군인들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미성년 대상 성범죄까지 인터넷 공간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현역 군인 한 명이 여중생과 숙박업소에 있다가 체포된 것. 많은 이들이 혀를 찰 만한 사건이다.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들이 ‘마약 단속’에 경찰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마약 관련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 적지 않은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의 마약 사용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를 반영하듯 마약류 투약으로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배우 유아인 씨 관련 뉴스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다소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한국 스타일의 ‘삼겹살 구이’가 유럽과 일본, 북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뉴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맛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세칭 ‘K컬처 열풍’이 음식에까지 미치고 있는 듯하다. 아래 지난주와 이번 주 네티즌들이 주목한 뉴스를 정리한다. ▲ 장성은 ‘별들의 수난시대’… 현역 군인은 성범죄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어깨에 별을 단 장성(將星)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명 장병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지휘봉을 휘두르는 이른바 ‘군대의 스타’들. 일반 사병은 입대에서 제대까지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하기도 쉽지 않다. 바로 그 장성들이 수난시대를 맞았다. 얼마 전 국방부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에서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수사를 통보받은 현역 군인은 모두 30명. 이 가운데 장성이 17명이나 된다. 위에 언급된 같은 자료엔 세칭 ‘4성 장군’인 대장(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1명, 별을 3개 단 중장이 5명, ‘투 스타’ 소장 3명이 수사 대상이라 적시됐다. 별 하나 준장 5명과 준장으로 진급이 예정된 3명에게도 수사 통보가 갔다. 계엄 사태 이후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에 출석해 네티즌들에게 익숙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수사 통보를 받은 중장이고,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소장. 이들 대부분은 재판에서 죄가 인정되면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지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 개인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형국이니 “한국 군대의 위상이 급전직하했다” “당당해야 할 장군(장성)들이 구차한 자기 변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니 한때 군인이었던 사람으로서 참담하다”는 네티즌들의 푸념이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군대와 군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린 사건이 연이어 또 일어났다. 현역 군인이 여중생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것.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는 그 죄가 무겁다. 한 통신사는 지난주 목요일 ‘서울 용산경찰서가 현역 군인 신분인 20대 O씨를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O씨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숙박업소에서 중학생 X양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여중생 아버지의 가출 신고를 받고 X양의 위치를 찾던 경찰은 앞서 언급된 숙박업소에서 X양과 함께 있던 군인 O씨를 찾았다. 면식이 없던 둘은 SNS를 통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은 둘의 SNS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 O씨의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해선 관용을 베풀지 않아야 한다” “별을 단 고위급 장성들이 내란에 참여하거나 방조한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이 시국에 또 군인이 여중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다니…”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 유아인, 석방됐지만 “마약사범은 영화 홍보행사 나오지 마” 수많은 청소년에게 연예인은 닮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기에 대중의 사랑으로 부(富)를 이루고 이름을 얻은 배우나 가수들은 보통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받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절제되지 않은 마약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21세기. 유명 영화배우나 인기 가수가 마약을 상용해 구속·처벌 받았다는 뉴스는 어린 학생들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이 작지 않다. 깔끔한 외모와 좋은 연기로 대중적 인기를 모은 영화배우 유아인이 지난해 9월 마약 상습 투약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는 소식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난주 열린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돼 일단 석방됐지만 유씨에게서 ‘마약사범’이란 딱지가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 것일까? 얼마 후 개봉하는 유아인 출연 영화 ‘승부’의 배급사는 “시사회와 기자간담회 등 마케팅 행사에 유씨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배우 이병헌, 조우진, 고창석 등이 함께 출연한 ‘승부’는 원래 넷플릭스가 2023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이 마약 관련 수사를 받으면서 개봉이 미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 개봉이 결정된 날은 내달 26일. ‘승부’의 제작사와 배급사 모두 거액이 투입된 영화가 “마약사범이 출연한 작품”이라는 손가락질 속에 관객들의 외면을 받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속이 탈 듯하다. 마약은 자신만이 아니라, 타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유럽에선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의 인기 ‘돼지의 갈비 부근에 붙은 뱃살 부위를 지칭한다. 세겹살이라고도 한다. 비계가 세 겹으로 겹쳐 보이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 생김새를 보면 비계-살코기-비계-살코기 순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섭취할 땐 사겹살. 배바깥빗근, 배속빗근, 배가로근 이렇게 근육 세 층으로 구성된 배벽을 먹는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이게 삼겹살에 관한 설명이란 걸. 직장인의 회식 자리나, 식구들이 모여 앉은 주말 저녁 밥상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메뉴. K팝과 K드라마를 앞세운 한국의 문화가 유럽과 남·북 아메리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K푸드’의 위세도 갈수록 세계인들의 입맛을 점령해가는 추세다. 최근 ‘위키트리’는 K푸드의 인기를 주도하는 아이템 중 하나인 삼겹살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내용. “포르투갈의 한식당에선 예약 없이는 삼겹살을 먹기 어렵다. 손님이 많아 웨이팅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 일본 오키나와의 삼겹살 전문점도 호황을 누린다. 한국에선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해외에선 한 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맛볼 수 있는 게 삼겹살 구이다.” 사실 유럽에선 삼겹살의 인기가 높지 않았다. 비계 부위를 꺼리는 식습관 탓. 그렇기에 프랑스와 덴마크 등 축산업이 발달한 국가에선 예전부터 삼겹살의 상당량을 한국으로 수출했다. 일본 역시 ‘본격화된 육식’을 하기 이전엔 지방이 과도한 돼지의 삼겹살과 내장 부위는 꺼리는 음식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시대와 판이 바뀌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여러 분야에서 높아진 가운데, ‘음식 문화’ 역시 유럽과 남·북미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국의 ‘독특한 섭식 스타일’로 부를 수 있는 ‘쌈’은 고기와 함께 채소를 섭취함으로써 영양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에서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이런 추세이니 TV에서 삼겹살 구이를 앞에 두고 “코리안 바비큐 넘버 원!”을 연발하는 유럽인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화려한 샹들리에 매달린 미국과 프랑스, 포르투갈과 도쿄의 고급 식당에서 ‘한 달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고 있는 한국 스타일 삼겹살 구이의 인기. 어쨌건 우리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2-25

무해력(無害力)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손자가 얼굴에 잔뜩 불만과 울분을 담은 채로 내 방으로 왔다. 왜 그러냐고 깜짝 놀라 물었더니 우왕 울음보 먼저 터뜨렸다. 뒤따라 온 제 사촌누나가 사연을 얘기해 주었다. 가지고 온 토토로인형을 바다에 빠뜨렸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으며 더 크게 울기에 일단 말없이 등만 토닥이며 울음이 그치길 기다렸다. 지난 달 1월 나의 칠순 기념으로 베트남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 때 있었던 대사건이었다. 저희 방 뱃전의 테라스에서 가지고 놀던 인형이 바다로 떨어진가 보았다. 울음이 잦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었다. 배를 돌려 그 자리에 가서 인형을 건져올려야 한다길래 그건 불가능하다며, 다시 사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울음은 잦아들었으나 여전히 흐느끼면서 꼭 같은 걸 사려면 일본에 가야한다고 했다. 아마 지난여름 일본 가족 여행 갔다가 사온 인형이었나 보았다. 잘됐다. 한 달 후에 할머니가 일본엘 가니 꼭 같은 걸 반드시 사다 주겠다고 약속하고서야 진정되었다. 그 후에도 베트남 얘기만 하면 잃어버린 토토로가 생각난다며 입을 삐죽거렸다. 8살 사내아이가 로봇이나 자동차를 가지고 놀아야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집에 와서 잘 때면 안고 자는 인형 몇 개를 꼭 갖고 왔다.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자지 않거나 저희 아빠가 밤중에라도 기어이 가져다 줘야 잠들곤 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멀리까지 인형을 가지고 갈 줄은 몰랐다. 여동생에 사촌도 모두 여형제라 동화되었나 사내답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서울 손녀들도 대구에 올 땐 저희 가방에 몇 개의 애착인형을 반드시 가지고 오곤 했으며 대구 손녀는 보드라운 질감의 작은 인형이나 말랑말랑한 촉감의 작은 캐릭터 한둘은 항상 손에 들고 다닌다. 집집마다 동물인형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음에도 장난감가게에 가면 가장 먼저 발길을 멈추는 곳이 봉제인형 코너여서 빨리 커서 인형을 찾지 않을 날이 왔으면 바라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2025년 대한민국소비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코리아2025’(김난도 외, 미래의 창)에서 손주들이 애착인형을 품에 안고 손에서 조물거리고 놓지 않으려는 심리를 알게 되었다. 무해력(無害力)이란다. 작고 귀엽고 순수해서 해롭지 않은 것이 가지는 힘. 사방에서 온통 공격해 올 것만 같은 이 험한 세상에서 작고 연약하고 귀여운 것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으니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된단다.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해악을 주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힘이 있단다. ‘앙증깜찍 무해력’은 작아서, ‘귀염뽀짝 무해력’은 귀여워서, ‘순수대충 무해력’은 서툴러서 무해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책가방에, 아니 어른들도 백팩에 작은 동물 키링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이 바로 무해력 때문이란다. 지난 주 일본여행에서 손자의 잃어버린 무해력을 되찾아 주려 동행한 어른들이 힘을 모았다. 몇 개의 쇼핑몰에서 인형을 찾으러 이리저리 뛰었고 어찌저찌 비슷한 토토로인형을 구해 주었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 손자가 실망할까 마음 졸였더니 인형을 두 손으로 받으며 활짝 웃는다. 아이고 할머니가 색깔을 착각했구나. 작아서 더 이쁘네….

2025-02-25

靜中動의 봄 채비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고요와 침잠으로 이어지는 겨울의 끝자락이다. 미련인지 아쉬움인지 함부로 물러서지 않는 동장군이 벽창호 같은 몸짓으로 막바지 추위의 기세를 드러내고 있지만, 매화의 등걸에서는 이미 망울이 맺히고 섣부른 가지에서는 벌써 한, 두송이 꽃이 피어나고 있다. 한설과 북풍의 회오리에 꿈적도 않을 것 같은 대지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며 동토의 장막을 밀어내고 있다. 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나 작용을 하게 되는 정중동(靜中動)의 몸짓이 일어나고 있다. 겨울은 어쩌면 정중동의 계절이다. 그토록 푸르청청하던 나무의 잎새가 떨어져 땅을 감싸며 뿌리의 활착과 번성을 조용히 돕고, 거세게 흐르던 폭포수도 온몸으로 얼어붙어 물보라의 비산을 막으며 나지막한 음조로 낙수의 흐름을 챙기고 있다. 움직이고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듯 호수 위에 떠있는 백조가 더없이 평온하게 보이지만, 수면 아래서는 쉼없이 물갈퀴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요함 속에서도 움직임이 있고 움직이는 가운데도 고요함이 스며들어 계절이 바뀌고 나무가 자라나며 세상이 굴러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산다는 것은/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일/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자신에게 자신을 만들어준다./이 창조의 노력이 멎을 때 나무건 사람이건,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온다./겉으로 보기에 나무들은 표정을 잃은 채 덤덤히 서 있는 것 같지만,/안으로는 잠시도 창조의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땅의 은밀한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새봄의 싹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시절 인연이 오면 안으로 다스리던 생명력을/대지 위에 활짝 펼쳐 보일 것이다.’ - 법정 스님 ‘산중 한담’중 혹한의 계절에 동면이나 동안거(冬安居)에 드는 것은 결코 움츠림이나 위축되는 것이 아니다. 숨가빴던 호흡을 가누고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나름의 생존법이나 수양을 일삼으며 더 단단하고 단호해지기 위해 내밀한 힘을 키우는 시간이다. 그것은 어쩌면 망중한(忙中閑)의 여유로운 안도일 수도 있고, 한중망(閑中忙)의 새로운 시도일 수도 있다. 아무리 바쁜 가운데도 잠깐 틈을 얻어내 여유를 부릴 수 있고, 한가함 속에서도 열심으로 움직이며 뭔가를 준비하고 추구하는 노력은 전적으로 자신의 안목과 의지, 처세술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바쁘고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일수록 정중동과 망중한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가면 어떨까 싶다. 온갖 정보와 광고가 난무하고 디지털, 스마트사회를 넘어 AI시대가 도래한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차분하고 침착하게 본연의 평정심으로 주변의 사물과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루틴을 세워 ‘바쁜 듯이 느긋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스스로에게만 바쁜 듯이 대하고, 주변이나 이웃들에게는 여유를 보이며 ‘느긋하게 바쁜 듯이’ 넉넉하게 대한다면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지 않을까 싶다. 우수와 경칩 사이, 아직은 바람이 여전히 차갑지만 남도 매화의 꽃 소식에 따스해지는 마음이다. 긴 겨울 깊은 적요에 들었던 만물이 정중동의 일깨움으로 차츰 봄 채비를 하듯이, 망중한의 여유로움으로 기지개를 켜며 조붓한 오솔길로 찾아오는 봄을 마중해야 하지 않을까? 봄은 출생이며 새로운 희망이다.

2025-02-25

與, 자칫 ‘중도 확장’ 타이밍 놓칠라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이 심상찮다. 최근 보수층 결집도가 느슨해지면서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말(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TK지역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50%, 민주당 22%로 나타났다. 여당 지지율이 우세하긴 하지만 갤럽의 그 전주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25%(75%→50%) 하락했고, 민주당은 8%(14%→22%) 상승했다. 보수안방의 ‘집토끼’가 부동층 또는 민주당 쪽으로 대거 이탈한 것이다. 이번 갤럽조사에서는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의 민심변화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40%로 집계됐지만, 중도층만 분석해 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20%p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중도층 민심은 변동성이 크다고 하지만 충격적인 결과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중도층은 비상계엄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만약 지금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당 후보의 승산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여당을 극우정당으로 몰아붙이며 중도보수를 겨냥해 펜스를 넓히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상속세 감면 정책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과세표준 18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면제해 웬만한 집 한 채 소유자가 사망해도 상속세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상속세에 민감한 청장년층을 비롯해 중도·보수표를 충분히 잠식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에서 공약으로 내건 ‘감세 의제’를 통해 중도층 공략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몸은 좌파이면서 입으로만 보수를 외친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 이에 맞설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을 붙잡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 일부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강성 지지층만으론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소수다. 지난주 본격적인 대선 출마 행보를 시작한 안철수 의원이 “강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어 이들과 단결하면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사실 수적으로는 30% 정도”라고 한 발언에 일리가 있다. 탄핵심판 최종 선고가 임박하자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세력을 규합하는데 올인하고 있는 당내 친윤계와 다수의 TK의원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조기 대선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 중도층 민심을 잡을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 그러려면 우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계엄의 바다’를 건너지 않고는 외연확장에 한계가 있다.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은 침묵하면서도 국민의힘 행보를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중도층을 공략할 구체적인 민생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꼭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야당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심어줘선 안 된다.

2025-02-25

한달만에 또 폐수 방류, 당국 대책 겉도나

지난달 보라색 염료로 추정되는 폐수가 흘러나온 대구염색산업단지 하수관로에서 이번에는 붉은색의 폐수가 흘러나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붉은색의 무단 방류 폐수는 24일 오후 2시 20분쯤 대구 서구 대구염색산단 하수관로에서 붉은색의 폐수가 방류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악취는 나지 않으나 진한 분홍빛 폐수가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온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달서천사업소가 실시간 간이검사에서 PH 11이 나왔다. PH 11은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 장소는 지난달 8일에도 보라색의 폐수가 무단으로 방류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당국이 현장조사를 벌였지만 폐수가 하천으로 모두 흘러가버려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당국의 늦은 대처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지역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구염색산단에는 자체 공동폐수처리 시설이 있어 입주업체들은 폐수를 해당시설로 보내야 한다. 이번에 발견된 붉은색 폐수는 누군가가 이런 규정을 무시하고 하수관로로 폐수를 흘러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당국의 보다 철저한 조사와 점검이 있어야 한다. 폐수분석을 통한 유입경로 확인 등 과학적 점검이 있어야 재발 방지 효과도 있는 법이다. 대구염색산단은 지난해 시민건강과 쾌적한 환경조성을 이유로 대구시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곳은 공단조성 이후 수많은 공해 관련 민원이 제기된 산업단지다. 주민들이 환경공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1980년 공단이 처음 조성될 무렵에는 대구 외곽지에 위치했으나 지금은 도시가 팽창되면서 주변에 많은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공단 이전문제까지 심도 있게 논의될 정도이다. 하지만 공단이 존속하는 한 공해 문제는 철저한 관리가 꼭 필요하다. 이주환 서구의원은 “폐수 방류가 반복된다는 것은 고의성이 의심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고가 발생 때마다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지 말고 실효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25-02-25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무더기 무투표당선’

오는 3월 5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인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입후보 자격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경쟁률이 낮은 게 주원인이다. 이번 선거는 평균 자산 2000억원 이상(2023년 기준)인 금고에 한해 처음으로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진다. 다만, 자산기준에 미달하는 금고는 직선제와 대의원 간선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선거관리도 처음으로 선관위가 맡아서 한다. 직선제 대상 금고는 대구 86곳 중 41곳, 경북 104곳 중 20곳이다. 문제는 첫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경쟁률이 지극히 저조하다는 것이다. 이사장 선거에 나오려면 금고에서 4년 이상 일하거나 다른 금융 관련 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금고에 따라서는 이사 등 별도의 추가 자격 조건도 있다. 상당수 금고는 현 이사장에 유리한 조건을 달아 놓았다. 이러니 ‘이사장이 3선연임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금고만 후보들이 나선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대구는 53곳, 경북은 74곳이 무투표 당선 금고다. 전체 금고 중 67%정도가 무투표 당선된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대구에서는 후보자가 없어 재선거가 치러지는 곳도 있다. 경쟁률이 낮다보니 지난 24일 현재, 선관위에 신고된 선거법 위반 사례가 한 건도 없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직선제를 도입한 것은 금고경영의 투명성을 위해서다. 그러나 출마조건 장벽이 지금처럼 높을 경우, 앞으로도 전·현직 이사장 위주의 무투표 당선 금고가 속출할 게 뻔하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사장 선거제도가 부실경영자를 가리지 못하면 금고의 내부통제 시스템이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횡령이나 부당대출 등의 사고예방을 위해 현재 행정안전부가 관리하고 있는 금고 금융파트를 금융감독원이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새마을금고가 원래 취지대로 서민을 위한 금융이 되려면 상시적인 감시활동을 할 공권력이 있어야 한다.

2025-02-25

대구마라톤의 신기록 도전

우정구 논설위원 마라톤과 육상 100m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대표적 종목이다. “이 세상에 깨지지 않은 기록은 없다”는 말이 과연 맞을까. 육상 100m의 10초 벽이 깨진 것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개최 이후 약 70년만이다. 미국의 짐 하인스가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세운 9초95 기록이 그것이다. 지금은 2009년 우사인 볼트가 세운 9.58이 세계 공인 신기록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역대 100m를 10초대 이내에 돌파한 선수 125명 가운데 흑인이 120명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마라톤의 신기록을 살펴보면 100년만에 50분 정도 단축됐다. 2009년 에티오피아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선수가 세운 2시간 3분 50초 기록은 1908년 영국런던올림픽의 우승 기록인 2시간 55분 18초와 비교할 때 50분 정도 줄어든 기록이다. 현재까지 최고 신기록은 2023년 케냐의 켈빈 쿱툼선수가 시카고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0분 35초다. 쿱툼 선수의 기록을 100m로 환산하면 평균 17.1초. 평균 스피드는 시속 20.9km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 당시 그는 인간의 한계로 보는 2시간 벽을 돌파할 가장 유력한 선수로 손꼽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다음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전문가들은 기후와 선수 컨디션, 도로사정 등이 최적 조건으로 맞춰질 경우 1시간 57분까지 돌파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2025 대구마라톤’의 최고 기록이 2시간 5분 20초로 나타났다. 2시간 벽을 넘어서기에는 더 많은 도전이 있어야 한다. 세계 명품 마라톤을 꿈꾸는 대구마라톤의 신기록 도전에 기대를 걸어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