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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전에 답이 있다!

▲ 김규종경북대 교수·인문대학 살았다. 먹고 마시고 잠자는 것도, 생각하고 글 쓰고 사람 만나는 일도 허청허청하기만 했다. 마음속에서는 한 가지 물음만 얼굴을 내미는 것이다. “이게 뭐지?!” 2025년을 코앞에 둔 시점에 터져 나온 ‘비상계엄’이 내 삶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경북매일신문에 연재하는 아주 짧은 글 ‘파안재에서’를 서둘러 쓰고, ‘청도 인문학’ 강의자료를 블로그에 올린 게 정신 활동의 전모(全貌)다. 문자 그대로 생물적 대사(代謝)활동을 했을 뿐, 살아있는 인간으로 존재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한 열이틀의 시간이 지나간다. 한강 문학에 관한 스웨덴 한림원 종신회원 엘렌 맛손의 강평을 들은 것이 고작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나는 그것을 불가 (佛家)에서 가르치는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에서 찾는다. 탐욕, 분노, 어리석음에서 발원하는 세 가지 극독(劇毒)이 사태의 핵심에 자리한다. 생명 활동 과정에서 존재가 대면하는 탐진치 삼독을 숙고하지 않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처참한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탐욕은 무엇인가를 향한 억제할 수 없는 지극한 갈망에 뿌리를 대고 있다. 탐욕은 정신적·물질적·영적(靈的)인 영역에 모두 적용된다. 억제할 수 없는 지극한 탐욕은 분노로 전화(轉化)된다. 얻고자 하는 바를 관철하지 못하면, 인간은 분노의 노예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것은 건강한 판단력 상실에 따른 추악한 어리석음으로 귀결(歸結)된다.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말에 나는 경악했다. 세계 전역에 문화와 문학과 예술의 첨병으로 ‘한류’를 전파하는 21세기 나의 조국에 종북세력이 있는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집단은 ‘반국가세력’인가?! 권력자의 수사(修辭)와 명분이 아무리 엄중해도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발상은 또 얼마나 반민주적인가?! 그와 그들은 거기 멈추지 않았다. 계엄 사령관이 발표한 ‘포고령’의 처단한다는 단어는 너무도 끔찍하게 다가온다. 본업에 복귀하지 않는 의료인과 포고령 위반자를 계엄법 제14조에 의하여 처단하겠다는 조항은 얼마나 악랄한가?!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에 근거하여 위반자들을 처단하겠다는 악마 같은 ‘포고령’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것인가?! 권력자와 그에 기생(寄生)한 부역자들의 행악질은 낱낱이 밝혀지겠지만, 그것은 1980년 5월 17일 희대(稀代)의 학살자 전두환이 내건 비상계엄과 전혀 다르지 않다. 광주 시민들의 민주적인 저항을 무한폭력으로 짓밟은 그들의 잔인성을 우리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 확인한다. 왜 그들은 멈추지 않았을까?! 그것은 그들의 부패·무능·타락·패거리주의에 기초한다. 노자(老子)는 “만족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서 오래 갈 수 있다”고 했다. 최소한의 교양과 독서도 없는 자의 무지와 부패, 무능과 타락이 탄핵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 어린것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미래를 위한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한다.

2024-12-15

尹 대통령 탄핵…조기대선 가시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주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탄핵소추안에는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비상계엄’이 탄핵 사유로 적시됐다. 윤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한을 행사한다. 만약 한 총리가 야당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땐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는다. 정치권 시선은 이제 차기 대권 구도로 쏠리게 됐다. 조기대선이 사실상 시작된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게 되면, 60일 안에 대선이 치러진다. 헌재 결정 시기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어도 내년 7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오늘(16일)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사건처리 일정을 논의한다. 최악의 위기에 처한 여당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로 꼽힌다. 최근 발표된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한 대표는 줄곧 1위를 달렸다. 주류 보수진영 주자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꼽힌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중도층 외연 확장을 내세우며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가 굳어진 분위기다. 그러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이 대선 선거일 전 유죄 판결로 나오게 되면, 이 대표 독주 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치권의 당면과제는 극도로 혼란해진 정국을 수습하는 것이다. 대권주자들이 앞장서서 여야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금융시장 안정, 민생위기 극복이 우선 급하다. 한미동맹 등 주요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국회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이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며 수권능력을 보여야 한다.

2024-12-15

비상시국, 지방정부도 民生 안정에 집중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한덕수 권한 대행체제가 시작됐다. 한 총리는 “어려운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밝히고 “이런 때일수록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사회질서가 어지럽혀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해 각 부처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제자리를 지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한 총리 권한대행체제로 돌입하면서 국가는 사실상 비상상태다. 한 총리는 국가 안위를 보호하고 외교, 국방,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의 안전과 민생을 보살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총리대행 체제가 된다고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경제가 흔들리는 일 등은 없어야 한다. 여기에는 국민과 공직사회도 같은 마음으로 동참해 이를 바탕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 등 각급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 위치에서 위기극복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중앙정부에 비해 비록 권한은 적지만 지역단위별로 할 일은 많이 있다.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안에서 지역주민의 삶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빈틈없이 행정업무를 챙겨야 한다. 특히 국가적 혼란과 행정공백 등을 이유로 저소득 서민층의 생활이 어려움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잘 살펴야 한다. 또 국가적 혼란을 틈타 범죄가 날뛰거나 사회적 비리가 고개를 내미는 일도 없도록 사법기관과 협의해 사전에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역의 경제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예산은 서둘러 집행하고, 경제계의 어려움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주요 지역현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피고 대응도 신속히 해나가야 한다. 특히 내년도 11월 개최될 APEC 행사준비와 관련한 예산 확보, 그리고 TK 신공항 관련법 개정과 행정통합 등 굵직한 지역현안이 국가적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국가적 위기일수록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 안정을 도모하는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방자치제 실시에 부합하는 일이자 더 많은 자치권한을 획득하는 길이기도 하다.

2024-12-15

미국식 네포티즘

우정구 논설위원 네포티즘(Nepotism)은 권력자가 가족이나 친척에게 관직이나 지위 등을 주는 것을 이르는 족벌주의 정치를 이르는 말이다. 조카(nephew)를 뜻하는 라틴어 네포스(nepos)에서 나온 말. 15∼16세기 교황들이 자신의 사생아를 조카로 위장시켜 특혜를 준 관행에서 유래된 말이라 한다. 최근 재능도 없으면서 스타 부모의 후광으로 인기와 돈을 버는 스타 부부 2세를 두고 할리우드에서는 ‘네포베이비’라는 비아냥이 유행한다고 한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패밀리 정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나 언론이나 국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존 F. 케네디가는 영향력 있는 정치 가문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그의 재임 시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35세 약관의 나이에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것이 계기가 돼 네포티즘 금지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부부가 잇따라 대선후보에 나왔던 클린턴 가문이나 부자가 대통령에 오른 부시 가문 등을 보면 미국의 네포티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네포티즘 논란에 자유롭지 않다. 그는 1기 집권 때 큰딸 이방카를 백악관 고문으로 임명한 바 있다. 지난 10일에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자 킴벌리 길포일을 그리스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그는 이보다 앞서 장녀 이방카의 시아버지를 프랑스 대사로, 둘째 딸의 시아버지는 아랍중동 문제담당 고문으로 지명했다. 외신에 의하면 트럼프 2기 인선의 특징으로 충성파 기용을 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특혜 논란에도 믿을 수 있는 패밀리 정치를 선택한 것도 충성심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 사회와 달리 미국사회에서 용인되는 네포티즘이 온전할 것인지는 더 지켜볼 대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15

심상사성(心想事成)의 기적, 명량해전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청룡의 해’ 정기를 받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 중순이다. 필자는 올해를 뒤돌아보며 내년 ‘청사(靑蛇)의 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전라도로 여행을 떠났다. 간 곳은 여수부터 진도까지 남쪽 지역이며, 주로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이번 여행은 장군의 리더십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고, 그의 지혜도 배우며 힐링도 할 수 있는 좋은 추억이었다. 특히 진도 하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명량해전이 있었던 곳이다. 이 해전은 1597년 9월 16일 정유재란 초기에 있었던 해전으로 이순신 장군 휘하 조선 수군 12척으로 일본 수군 333척을 물리친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최고의 해전이다. 적장의 간계로 장군을 투옥한 선조, 장군을 처형하려는 조정 대신들, 끝없이 장군을 괴롭히는 원균, 어머니의 별세 소식, 5개월간의 수감생활로 온전치 못한 몸, 칠전량 전투로 궤멸한 상태의 조선군과 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장수들, 1%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최악의 조건을 딛고 대승을 거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정리해 본다. 어란포에서 한 어부가 왜적이 왔다는 헛소문을 퍼트리자 목을 베어 효시함으로 유언비어의 차단과 민심안정을 도모한 일, 명량해전 전 어란포 해전(8월 28일), 벽파진 해전(9월 7일)의 승리로 분위기 반전은 물론 장졸과의 신뢰를 회복한 일, 울돌목의 조수(潮水)의 흐름을 관찰하여 울돌목을 마주하는 최적의 지리(地利) 선정하고, 최선의 썰물 시간인 천시(天時)를 이용한 일,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한 사람이 길목을 잘 지키면 천 명의 적도 두렵게 할 수 있다.” (일부강경 족구천부), 라는 말로 설득하여 전군을 통합한 일, 모두가 두려워 전선에서 2마장(약 800m) 밖으로 물러났을 때, 그의 배는 홀로 앞으로 돌진하여 현자와 총통으로 싸웠던 장군의 솔선수범이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국의 영웅 호레이쇼 넬슨은 “평생을 두고 경모(敬慕)하는 이는 서양에서는 네덜란드의 명장 미힐 더라위터르이며, 동양에서는 조선의 명장 이순신이다, 두 장수 중 갑으로 추천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이순신 장군이다. 인격이나 창의적 천재성이나 도저히 그를 필적할 수는 없다”라고 하였다. 필자는 그곳에서 그를 기리며 ‘심상사성’이란 말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었다. 이 말을 풀어 쓰면 ‘마음에 생각한 것이 이루어진다.’라는 뜻으로 ‘간절히 바라고 생각하는 일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속으로 깊이 새기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간다면 어느 순간 꿈이 현실이 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악의 전투 조건에서 “마음에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라는 심상사성의 절박함으로 전쟁을 기적처럼 대승으로 이끈 장군에게서, 기업도 이 말을 새겨, 갈수록 어려운 여건이지만, 다시 한번 도전적인 경영목표를 세우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어 원하는 바를 이루는 을사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24-12-15

천명을 유지하는 법

유영희 작가 지난주에 동양의 고전 ‘대학’ 15주 강의가 끝났다. ‘대학’이 편찬된 시기는 적어도 한나라 무제 때라고 하니 2천 년 동안 살아남은 책이라 쉽게 깎아내릴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대학’은 주자가 3강령, 8조목으로 체계화한 이래로 더 유명해졌고 유교가 지배하던 조선 사회에서 우리 문화에 깊이 뿌리박힌 데다 최근까지 중등 교육기관에서도 가르친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3강령 8조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에서는 그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참여한 수강생들은 ‘대학’을 처음 읽는다면서도 마지막에 가서는 이구동성으로 ‘대학’의 정치철학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발견하며 대학의 메시지에 감동했다. 그중에서 가장 수강생들의 마음을 끈 것은 ‘자신을 속이지 말라’와 ‘천명은 영원하지 않다’라는 두 문장이었다. ‘자신를 속이지 말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진실해지라는 말인데, 말은 쉬워도 자신의 진실함을 발견하고 인정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마도 자신에게 진실할 줄을 알고 정성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수신서로도 유용하지만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이 없다. ‘천명은 영원하지 않다’는 문장은 요즘 상황과 맞물려 깊은 울림을 준 것 같다. 중국 고대 흥성했던 은나라의 예를 들며, 처음 탕왕이 은나라를 세울 때는 백성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인데, 주왕의 폭정으로 백성의 마음을 잃게 되자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무왕이 백성의 마음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천명은 어느 왕조에게 영원히 주어지지 않고 오직 백성에게 부모노릇을 제대로 했을 때만 주어진다고 강조한다. 통치자를 부모에 비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통치자의 의무를 강조하는 논리로 생각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지금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이 옳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당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당이 무너질까봐 반대한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야당도 이런 오류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자신의 권력이 10년은 간다고 호언장담했던 인물도 있었다. 그런 오만으로 결국 정권이 바뀌었으니, 민심은 무섭도록 옳다.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는 국민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지만, 국민의 마음을 저버리면 천명은 언제든지 거두어진다. 이번 시민의 대통령 탄핵 시위는 천명이 거두어지는 과정이었다. 게다가 이번 시위는 놀랍도록 평화적이고 경쾌하게 진행되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상’ 같은 k-팝이 흘러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예전에 화염병을 던지는 식의 비장하고 공격적인 시위 문화는 다 극복한 것만 같다. 잠시 혼란은 두 걸음을 내딛기 위한 한 걸음 후퇴일 뿐이다. 민심이 바로 천명이다. 이런 시민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해갈 것이다.

2024-12-15

슬픔의 광야에서

이희정 시인 내가 화나고 성나는 날은 누군가 내 발등을 질겅질겅밟습니다 내가 위로받고 싶고 등을 기대고 싶은 날은 누군가 내 오른뺨과 왼뺨을 딱딱 때립니다 내가 지치고 곤고하고 쓸쓸한 날은 지난날 분별없이 뿌린 말의 씨앗, 정의 씨앗들이 크고 작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힙니다 오 하느님, 말을 제대로 건사하길 정을 제대로 바로잡기란 철없는 마흔에 얼마나 무거운 멍에인지요 나는 내 마음에 포르말린을 뿌릴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따뜻한 피에 옥시풀을 섞을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오관에 유한락스를 풀어 용량이 큰 미련과 정을 헹굴 수는 더욱 없으므로 어눌한 상처들이 덧난다 해도 덧난 상처들로 슬픔의 광야에 이른다 해도, 부처님이 될 수 없는 내 사지에 돌을 눌러둘 수는 없습니다 ―고정희 ‘무너지는 것들 옆에서’ 전문 (‘아름다운 사람 하나’, 문학동네) 역사는 반복되기도 한다. 우리는‘역사를’ 배울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배워야 한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반복될 때 생겨나는 것은 관계의 성질이다. 그러니까 복간본으로 만나는 고정희 시인의 숫자는 기수가 아니라 서수다. 반복되는 대비항들은 서로 대등하지 않다. 처음의 선행이 없었다면 복간은 개진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복간이 부가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고정희 시인에게서 중요한 것은 반복성인지 모른다. 반복 속에는 그리움의 내성이 있다. 이 시집의 서문에서 그리움의 마음을‘I Miss You’라고 한다면‘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라는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을 얹은 점은 이채롭다. 그렇다. 그녀에게 시는, 그 깎아지른 벼랑과 같은 생은, 무너지는 것들에 대해 혼신의 영혼을 바친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1948년 해남에서 태어나 1991년 지리산 등반 중 실족사로 43년의 생을 마감한 고정희 시인을 하나의 언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성주의, 탈식민주의, 민중 의식, 그리고 장르의 실험, 기독교 의식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시인의 장력을 가늠할 수 있다. 1980년대 시인으로 수렴되는 화자는 자신의 40대를 바라보고 있다. 더욱이 “화나고 성나는 날 / 위로받고 기대고 싶은 날 / 질겅질겅 밟히고 뺨을 딱딱 맞”는 화자는 오른뺨에서 왼뺨을 내주고 화를 내는 대신 발등을 내어준다. 시인의 종교적 죄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여기에 이유 같은 것은 틈입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중요한 질문은 정의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나는 정의로운가 하는 것이다. 해서 이 시에서 정의는 성서 구절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언어로 묘사된다. 시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누는 분기점은 “포르말린”“옥시풀”“유한락스”라는 화학제의 기표일 것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표백제로 위장해 지워버리겠다는 위악보다는 “자신의 따뜻한 피”와“용량이 큰 미련”과 “정”을 헹굴 수 없다는 기의가 승하다는 사실이다. 시인에게 이 지점은 중요한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고정희의 시‘무너지는 것들 옆에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로소 개진되는 이야기다. 그 선택은 최선이 아닌 최악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건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여성이라는 화자가 자신의 운명을 걸고 자신의 분명한 마음을 드러내 보이면서 주체적으로 해낸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화자가 자기 자신이 되는 경험 속으로 무거운 멍에를 딛고 걸음을 촉진해 보는 것이다. 인생의 거친 광야에서 “내 사지에 돌을 눌러 둘 수는 없”을 테니까. “어눌한 상처들이 덧난다 해도 / 덧난 상처들로 슬픔의 광야에 이른다 해도”

2024-12-15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

강영석 상주시장 물실호기(勿失好機) 하면 떠오르는 도시가 하나 있다. 바로 상주시다. 최근 상주시는 기업 지방이전 촉진 우수모델 공모사업, 국민안전체험관, 지역활력타운, 교육발전특구, 기회발전특구 등 각종 공모사업에 도전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다. 그러나 제대로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난제에 봉착해 있지만 아직까지 호기(好機)가 남아 있다. 바로 통합신청사와 연계되는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이다. 상주시는 올 6월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쾌재를 부른 적이 있다. 공간혁신 구역 선도사업은 토지의 용도 제한을 없애고 용적률과 건폐율도 지자체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융·복합적인 도시 개발이 가능한 특례구역을 말한다. 지방소멸위기에 놓여 있는 상주시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호기(好機)인 셈이다. 이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은 상주시 통합신청사 건립사업이 선결과제다. 현 상주시청사는 1988년에 건립되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건물 노후화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 증가, 부지 확장성 부족, 협소한 업무 공간과 주차 공간, 건물 안전 진단 C등급 등으로 인해 신청사 건립이 필요하단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통합 신청사 건립이 무산된다면, 제3차 지진방재 종합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의무화된 현 청사 내진보강을 진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2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수반된다. 공사 기간 중 시청 각 부서는 모듈러 사무실과 민간 건물을 임차해 근무하게 될 것이며 이는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지자체가 그렇듯이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행정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시청사의 면적에 견줘, 현 상주시청사의 경우 외부 사무공간까지 감안하면 증축이 불가하여 신축을 통한 공간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995년 시·군 통합과 지방자치의 부활을 계기로 통합 신청사 건립은 상주시민 모두의 염원이었다. 이에 2001년 통합청사건립기금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통합청사건립기금을 적립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적립금은 1,334억원이 되었다. 지금까지 3번의 신청사 건립 시도와 좌절이 있었지만, 상주시는 4번째로 통합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국토교통부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지’에 경북에서 유일하게 최종후보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내 현재 추진 중인 통합신청사 건립사업과 함께 큰 시너지효과를 내어 침체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은 국공유지가 대부분인 시청사, 문화회관 등 공공시설 이전 후적지에 공동주택, 비즈니스타운, 복합문화센터 등의 주거·업무·문화 공간이 공존하는 고밀·압축개발을 통해 인구소멸 및 도심쇠퇴에 대응하는 등 도심 공동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주시는 도심 활성화와 콤팩트시티 개발을 위해 각종 기반시설의 이전 후적지인 국·공유지를 활용, 복합적이고 압축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간혁신구역의 취지에 맞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공간 활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아울러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팀을 즉시 구성하여 행정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상주시의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은 단순히 도시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상주시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나가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공간혁신구역 개발 사업이 지역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상주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와 4천억원 이상의 부가적인 경제 효과, 2,6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콤팩트시티 개발이 완료되면 인구 위기에서 탈피해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쟁력 있는 도시이자, 청년들의 꿈이 실현되는 기회의 도시로 변모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풍부한 인프라와 잠재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도시 개발을 추진해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과 경제 활성화,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상주시를 더욱 활기찬 도시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은 현 청사 이전을 전제로 한 이전 후적지 개발사업으로 선정됐고, 시청사 이전이 선행되어야 그 후의 모든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만약 통합 신청사 건립사업이 무산될 경우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추진 또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날의 호기를 놓친 아픈 기억을 기억해 이번에야말로 물실호기(勿失好機)의 자세로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2024-12-15

울릉도 용천수, 샘물로 개발돼 첫 출시…‘Vio 휘오 울림워터 성공 기대

경북부 김두한 기자 작은 섬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먹는 물은 자연정수 능력이 뛰어난 화산섬 깊은 땅속에서 용출되는 물로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울릉군이 물을 생산하고자 각종 연구기관에 시험을 의뢰한 결과다.  10년 전부터 우수한 샘물을 판매하고자 울릉군이 노력했지만 먹는 샘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용출수 표층수는 먹는 물로 판매할 수 없다. 지하 200m 암반에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울릉도는 지하수를 생산할 수 없다, 굴착시 지반 붕괴 등으로 울릉도 물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울릉군은 용천수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샘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에 나서 결국 울릉군에서 생산되는 물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먹는 물 판매를 위해 10년 넘게 상위법과 싸워 이긴 것이다. 울릉샘물  ‘Vio 휘오 울림워터‘는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에서 LG생활건강과 코카-콜라사 프리미엄 워터 라인으로 출시했다. 현재 국내 생수시장은 제주개발공사의 ’제주 삼다수‘와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등 상위 세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울릉샘물은 동해 한가운데 청정섬이라는 특징과 자연환경이 깨끗한 화산섬에서 생산된다는 점, 우리나라 첫 나리분지 용출소에서 나오는 물이라는 점이 메리트다. 울릉도는 예로부터 물 좋기로 소문났다. 울릉도 샘물 생산을 위해 울릉군은 세계적인 생수회사 프랑스 에비앙을 방문, 각종 성분을 분석하고 시험하는 등 그동안 동부서주했다.  그간의 결과을 보면 울릉 용출수 샘물은 세계 어느 나라 물과 비교해도 성분이 우수하고 손색없음이 증명된다. 국내 먹는 샘물 시장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1조 77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생수시장은 이듬해 2조 120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3년엔 2조 7400억원에 이어 올해는 3조 1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3년 새 54.8%의 높은 시장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시중에 유통 중인 생수 브랜드도 400종 이상으로 확대됐다.  물 시장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지만 울림워터의 신규 브랜드가 연착륙하기에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브랜드가 높은 인지도는 물론 로열티를 토대로 안정적인 점유율을 구축하면서 후발업체들이 유의미한 점유율 확보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체가 직접 기획·제조해 유통 마진을 크게 줄여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울림워터'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우선 생산지가 청정지역 울릉도다. 유해한 공해업체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순수 자연환경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곳이 울릉이다. 오염이라는 말 자체가 성랍하지 않는 그런 곳에서 생산되는 물, 당연히 믿어도 될터다. 지하암반수가 아니라 전국 최초로 용천수로 생산된다는 점도 비교 우위의 자산이다.   지하수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을 통해 지표면으로 자연스럽게 솟아난 지점을 용천이라고 하고 이 물을 용천수라 한다.  지하수가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지표로 올라오다보니 여과가 돼 물맛이 좋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울릉군민들의 젖줄이었던 이 울릉용천수를 이제 국민들과 함께 먹기 위해 울릉군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상품화 했다. 깨끗하고 신박하며 깊은 물맛 등을 간직한 울릉샘물의 성공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국민들의 반응이 무척 기대된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24-12-13

경북 동북 5개 군이 잘 사는 길

신광조​​​​​​​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한국은 2075년 ‘인구 소멸 1호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경북 영양군의 인구는 올해 4월 기준 1만5920명으로,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적은 자치단체로는 울릉과 옹진군을 제외하면 강원도의 양구·화천, 경북 영양과 군위, 청송, 전북의 무주·진안·장수가 있으며, 이들 지역의 인구는 1만명에서 2만5000명 수준이다. 필자는 봉화·울진·영양·영덕·청송군의 통합을 주장한다. 이들 지역의 인구를 모두 합해도 10만명에 미치지 못하며, 50년 후에는 ‘공무원 반 주민 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주·진안·장수 지역의 경우, 기초 자치단체장과 자치단체 의원들의 자리 보전을 위해 행정구역이 쪼개져 있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반면‘봉·울·영·영·청’ 5개 군은 모두 자존심과 자부심이 강한 지역이다.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智者)는 물을 좋아하며, 용자(勇者)는 바다를 좋아한다는 말처럼, 5개 군이 통합된다면 인·지·용(仁·智·勇)의 기상을 갖춘 인재들이 더욱 많이 탄생할 것이다. 이곳에서는 사과 향기와 산소를 느낄 수 있으며, 산양과 반딧불도 볼 수 있어 한국의 케렌시아와 같다. 영양은 고추로 유명하며, 오일도, 조지훈, 이문열 등 많은 문인을 배출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 행정 정보화를 이끌었던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 울진 두천에서 ‘반딧불이 보부상 주막촌’을 열고 제2의 새마을 운동을 일으키고 있는 나광호 동지가 동북 5군 출신이다. 사랑하는 경북 동북 5개 군 주민들을 행복하게 해 드릴 7송이 수선화를 준비해 드리고 싶다. 통합되는 경북 동북 5개 군을 ‘산소(酸素) 시’(푸른 시, 반딧불 시)로 부르고 싶다. 산소 시는 시장 이하 주민들께서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을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할까만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살기 좋고 돈 많이 벌고 사람들 찾아오는 도시 된다. 첫째는 삼림이다. 바라보는 산 아닌 돈 되는 산 되어야 한다. 불과 쇠 시대에서 물과 나무 시대로 바뀐다. 독일·스위스처럼 벌채와 식목으로 산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자. 둘째는 행정과 AI의 접목이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행정 개혁 선구자 도시가 산소 시가 되자. 유럽 에스토니아에서 배우면 된다.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께서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셋째는 사과다. 청송 사과는 지금도 최고로 달고 맛있다. 세계 최고의 사과를 생산하여 와인도 만들고 국민 모두가 사과를 한 알씩 매일 먹도록 하자. 넷째는 에너지다. 영덕과 울진은 한국 에너지 생산 보물 단지다. 수소 경제까지 점령하자.‘전기 지역 차등 요금제’가 곧 실시된다. 산소 시가 싼 전기 요금으로 스마트 팜 천국이 된다. 다섯째는 마음 건강이다. 이상구 박사가 이곳 자연 휴양림에 산골 리조트를 설립하고 뉴스타트 운동을 벌이도록 하자. 여섯째는 관광 진주가 되자. 덕구온천은 라듐이 풍부한 천혜의 온천이다. 불영계곡과 패키지 관광 상품을 개발하면 된다. 일곱째는 ‘재즈’다. 한국 수력·원자력과 협조하여 아시아 최고의 재즈 페스티벌을 창설하자. 관광객이 몰려오고 울진 파도 식당 ‘곰칫국’ 인기가 폭발한다.

2024-12-12

양극화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의 유명 사전출판사인 메리엄 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양극화(Polarization)를 꼽았다. 미국의 대선 기간 동안 언론매체들이 가장 광범위하게 많이 사용한 단어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메리엄 웹스터는 2022년 올해의 단어로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뽑아 이를 유행시킨 출판사로 유명하다. 지난해는 “진짜의” “진품의” 뜻을 가진 어센틱(Authentic)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바 있다. 출판사는 “우리가 목격한 것들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사회적 조류 때문이라 했다. 출판사는 올해 선정한 양극화에 대한 정의로 “뚜렷이 대조되는 두개의 대립으로 분할되는 것. 특히 한 사회나 집단의 의견 또는 신념, 이해관계가 양극단으로 집중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도 양극화라는 말은 숱한 문제점을 던져주는 단어로 이해되고 있다. 사회 불평등 심화를 가르키는 말로 사회 중간계층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 케이스로 부의 양극화와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들 수 있다.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단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쑥 들어간 세상이 됐다. 가난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라진 세상이 됐다는 의미다. 잘사는 집 아이일수록 좋은 학원을 다니고 외국으로 유학까지 갈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에 가난한 집 아이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 좋은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우리 정치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양극단에 서 있다. 두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 계엄사태 후폭풍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12

여당 균열…尹 탄핵가능성 높아지나

이번 주말(14일) 재표결할 예정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확률이 높아졌다. 심각한 계파갈등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각자 소신대로 투표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2일 오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담화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탄핵 절차로서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정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 대표의 강한 발언수위로 볼 때, 여당 당론인 ‘질서 있는 퇴진’은 물 건너간 것 같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지난 1차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김예지 의원과 최근 찬성 의사를 밝힌 김재섭·김상욱·조경태·한지아·진종오 의원을 포함하면 이미 7명의 찬성표가 나온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한(한동훈)계 배현진·박정훈·김소희·유용원·고동진 의원과 친윤계 권영세·김대식 의원도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중 1명만 찬성표를 던지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이제 윤 대통령 탄핵은 불가피해진 분위기다. 계엄군 수뇌부의 공개 발언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지금은 윤 대통령의 긴급체포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대다수 국민도 중범죄 혐의를 받는 대통령이 왜 내년 2~3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군 통수권을 비롯한 안보와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게 되는 측면도 있다. 탄핵이 되면 대통령 권한 행사는 곧바로 정지된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 헌법이 규정한 탄핵 절차대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전까지 예측가능한 행정부 기능을 소화할 수 있다. 14일 탄핵소추안 재표결에서 여당 의원 각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2024-12-12

대경선 개통…TK 공동생활권 시대 열린다

비수도권 최초로 광역철도인 대경선이 14일 개통된다. 대구와 경북의 8개 시군을 연결하는 광역교통체계가 이뤄짐으로써 대구경북은 명실공히 공동생활권 시대를 열게 된다. 대구와 인근 지자체 간의 거리는 1시간 이내로 좁혀져 통근과 통학 수요뿐 아니라 대구권 생활인구 이동에도 획기적 변화가 예상된다. 대경선은 구미, 사곡, 북삼, 왜관, 서대구, 대구, 동대구, 경산 등 8개역을 경유한다. 구미에서 경산까지 42분이 소요되며 요금은 기본요금 1500원에 거리에 비례해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하루 100회 왕복으로 자정까지 운행됨으로 대구권 시도민은 시내버스처럼 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대구시는 대경선 광역철도 개통을 계기로 도시철도와 대경선 간의 광역환승제도도 확대 시행한다. 현재 대구와 경산, 영천 간에 이뤄지던 환승시스템을 김천, 구미, 청도, 고령, 성주, 칠곡 등으로 확대해 9개 자치단체 주민의 교통편익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열차표를 끊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교통카드 하나로 지역간 이동을 할 수 있다. 대구시는 광역환승제 확대 시행으로 연간 광역환승 건수가 기존의 두배인 2000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시도민의 교통비도 50%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광역철도가 시행되는 것과 맞춰 도시철도 1호선의 안심-하양 연장구간도 이달 21일 개통된다. 대학가가 밀집한 하양지역의 교통소통과 인구이동에 획기적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대구권을 중심으로 300여 만명의 인구가 이용할 광역철도망과 광역환승제도는 지역민의 생활뿐 아니라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적대로 환승제 확대와 광역철도 개통이 대구경북의 통합을 견인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대구와 경북은 한뿌리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역의 100년을 기약하는 신공항과 더불어 대구경북 광역권 교통체계를 더 확대해 지역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문제도 광역교통망 확충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구권 공동생활권 시대가 가져올 변화에 기대가 크다.

2024-12-12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마세요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며칠 전 조금 풀린 날씨에 철길숲을 걸어보려고 갔었는데 낮게 걸린 현수막이 하나 보였다.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무슨 말이지? 하고 가까이 가봤더니 비둘기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 됐다는 것이었다. 평화의 상징인 하얀 비둘기가 해를 끼치는 동물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참새 까치 까마귀 등 15종류와 함께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유해 조류로 보는 이유는 첫째, 잡식성이라 배설물이 깨끗할 리 없고 둘째, 배설물이 강한 산성이어서 문화재와 건축물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셋째, 이곳저곳 많이 날아다니기에 깃털의 바이러스로 인해 아토피성 피부염을 퍼뜨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도 이미 비둘기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으며, 영국은 모이를 주었을 때 벌금부과를 하고, 프랑스는 집을 지어주고 산란하면 깨어버리고, 스위스는 알 바꿔치기를 하며, 미국은 불임약을 먹여서 개체 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비둘기는 전 세계에 약 3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멧비둘기, 집비둘기와 천연기념물 215호인 흑비둘기를 포함하여 8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집비둘기를 환경부가 유해 동물로 지정하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비둘기를 곱게 보는 국민 정서를 감안하여 포획보다는 굶기거나 불임약을 주어 개체를 줄이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비둘기는 1년에 1~2회 번식하지만 도심에 살고있는 경우 4~5회 정도 번식하여 개체 수가 증가 하는데, 이는 도심에는 매와 황조롱이 같은 천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역에 약 100만 마리 가량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서울 경기에서 5년간 비둘기 수는 3배로 증가하였고 비둘기 관련 민원이 3000 건에 육박하고 있는데, 86아시안게임에서 3000 마리를 평화의 상징으로 날려 보낸 것이 개체 수 증가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참새와 까치도 무리 지어 농작물과 과수에 피해를 주며 까마귀도 전신주에 앉아 전력시설에 장애를 주고 있다. 도심 속 비둘기는 몸을 씻을 만한 곳이 마땅찮아 깃털에 병균이 많이 붙어있다. 또 사람들이 먹고 버린 음식 찌꺼기를 주워 먹는 탓에 배설물로 뇌수막염이나 피부염 같은 질병을 옮기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조사한 결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지자체마다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에 대한 조례가 정해져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할테니 공원이나 길에서 무리지어 노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던져주며 즐기던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우리에게 ‘퍼주기 정책’, 즉 포퓰리즘이라는 것이 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지역화폐(지역사랑 상품권)의 국고지원 의무화 법안도 올해 세수 부족 30조원 이상으로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지지나 않을지 우려되니, 좌파 정권에 의해 1970년대 부국에서 빈국으로 떨어진 베네수엘라를 교훈 삼아 우리 전 국민 1인당 25만원 현금 지급하겠다는 발상도 접어야한다. 스위스는 성인 월 300만원을 무상지급하려는 기본소득제를 국민 77%가 반대하였다. 일을 하지않으려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 무차별 복지에 대한 반대였다.

2024-12-12

원자력 발전

강길수 수필가 며칠 전 한울 원자력발전소에 다녀왔다. 2년마다 한 번씩 업무차 가는데, 올해가 4번째다. 2018년 원자력 발전소 안에 처음 갔을 때, 놀란 게 셋이다. 우선, 깨끗함이다. 제철소, 화학 공장 등에서 일하며 만났던 현장들과는 차원 다르게 청결했다. 다음, 원자로 격납고 건물이 생각보다 거대했다. 멀리서는 별로 커 보이지 않았는데, 곁에 가니 훨씬 큰 규모였다. 그다음, 터빈 크기에 압도당했다. 내가 사는 3층짜리 아파트 한 동보다 터빈이 커 보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인 웅장한 청정에너지 생산 현장이었다. 깨끗하고 거대한 발전소에 감탄하며 업무차 만난 직원에게, “이런 데 근무하면 일할 기분 절로 나겠어요!.”라고 했더니, 직원은 “그렇지도 않아요.”라며 약간은 걱정되는 표정을 지었었다. 왜냐고 묻는 말에,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앞날 걱정이 된다고 했었다. 한데, 올해는 많은 공사를 하고 있음이 한눈에 보였다. 원자력 발전은 청정에너지 생산의 으뜸이다. 방사능 위험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전력공급의 안정성, 신뢰성, 친환경성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지구촌에 탈원전 바람이 불었었다. 하지만, 탄소 배출 없는 원전을 늘리지 않고는 기후변화와 급증하는 전력 수요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나 조건에 따라 생산량이 변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5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선언에 서명한 국가가 25국에서 31국으로 늘었다. 한국은 기 서명국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에너지값이 급등하고, AI 산업 성장도 전력난을 가중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는 기존 검색엔진보다 10배의 전기를 소모한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6년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를 본 뒤 코미디 같은 행태를 보였다. 원전 추가건설을 막고 탈핵, 탈원전 국가로 가야 한다고 했다.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및 월성 1호기 폐쇄, 탈원전 로드맵 수립’을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 전문가 참여 없는 탈원전 공약이었다 싶다. 취임 뒤 탈원전을 5년간 추진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이던 한국의 원전 생태계는 생명력을 많이 잃었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가 원전 생태계 정상화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의 예산 삭감으로 타격이 걱정된다. 언론에 보도된 25년 원전 관련 정부 예산/민주당삭감액은 이렇다.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 1500억/500억 삭감,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 연구개발 사업 329억2000만/삭감, 원자력 생태계 지원 사업 112억/삭감, SMR 제작 지원 센터 구축 사업 예산 55억800만/삭감, 소듐 냉각 고속로(SFR) 연구개발 예산 70억/63억 삭감 등이다. 야당은 나라와 국민 삶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들 입맛에만 맞는 예산 주무르기를 멈추기 바란다. 또, 나라 살림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도를 정치권과 정부가 만들기도 바란다.

2024-12-12

지역기업 인력난 심화…모든 대책 동원해야

대구지역 기업들의 인력난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지역기업 현장인력 수급 및 외국인 고용 현황 조사에 의하면 지역기업의 절반이 넘는 55.4%가 현장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유통업과 건설업보다 더 심각하며 제조업 중에서는 지역 전통산업인 섬유업이 가장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인력 수급난의 원인에 대해서는 현장근무 기피현상(37.6%)이 가장 많았고, 채용가능 인력부족(23.3%), 낮은 급여와 복지 수준(23.3%) 순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이 많은 대구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에 적합한 대책이 별도 마련돼야 한다. 지난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실업자 5명 중 1명은 반년 이상 구직활동을 벌였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소기업의 현장인력 부족에 배치되는 현상으로 일자리 미스메치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이 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생산직 기피현상과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는 청년층의 지방이탈 등이 지역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앞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등이 진행되면 그 여파로 중소기업의 현장인력 구인난은 더 악화될 것이 뻔하다. 대구상의 조사에서 기업들은 대안으로 60세 이상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업이 조사대상의 32.4%로 가장 많아 고령자 계속 고용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 고용도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조사대상 기업의 35.6%가 외국인 근로자를 이미 고용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따른 관리 및 제도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생산가능 연령인구가 지속 감소하고 이로 인한 생산직 근로자의 수는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타파할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많은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개발이 있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활성화도 그 대책의 일환이 된다.

2024-12-11

정치의 불안과 국민의 현실

장규열 고문 초등학교 때였나, 국군장병들을 위문하는 편지를 썼었다. 상투적으로 적었던 구절이 바로 ‘저희들의 하루하루를 편안하게 지켜주시는 국군 아저씨께….’가 아니었던가. 그 뜻을 이제야 새긴다. 대한민국은 편안한 밤을 잊어버렸다. 간밤에 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공연히 불안하고 마음이 쓰인다. 정치가 국민을 힘들게 한다. 최근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국민에게 어둡고도 힘겹다. 대통령의 실책으로 촉발된 비상계엄 논란은 정치권의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언론은 이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부각시켰다. 국민의 하루하루는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이나 첨예한 갈등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정치적 혼란은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가는 치솟고, 경제는 침체되며, 청년들은 미래를 불안해 하고있다. 중소상공인들은 일상의 생계를 걱정하며, 직장인들은 끝없는 업무와 고용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치권의 논쟁과 갈등은 국민에게는 사치로 보일 뿐이다. 탄핵이든 하야든, 자격정지든 혹은 조기대선이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어디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나. 국민에게 소중한 소통의 통로여야 할 언론 또한 문제다. 갈등을 조명하고 이념 대립을 자극하는 기사는 많지만,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문제해결을 위한 진중한 논의는 태부족이다. 보통사람 국민에게 좌와 우로 나뉘어 다툴 여력이 없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정치권의 자기보호적 논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삶의 무게를 덜어줄 민생정책이다. 정부를 둘러싼 논란이 길어질수록, 정치와 국민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정치적 권력 다툼이 아닌,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정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문제는 헌법적 절차와 국민적 합의에 따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국민의 현실을 직시할 때다. 국민은 더 이상 정치적 혼란 속에서 갈피를 잃을 까닭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비상계엄 논란에서 시급히 벗어나,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서로를 비난하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오늘도 국민은 자신의 자리에서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의 삶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 이 어두운 현실을 넘어서는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책으로 비롯된 여러 어려움을 군을 동원하면서 무력으로 돌파하려 한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 앞에 큰 실수를 하였다. 국민의 하루하루를 지켜야 했을 국군장병들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려 한 일은 용서받기 힘들다.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일상이 편안하게 지켜지는 나라에 살고 싶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무겁게 여기며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국민이 편해야 나라가 편하다. 국민은 저녁마다 편안하게 잠들고 싶다.

2024-12-11

특전사 별들의 눈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의원들의 표결에 의해 해제된 이후 그 후폭풍이 거세다. 현재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앞을 다퉈 관련자들을 출국금지 하고, 소환하는 등 조처를 취하고 있는 상황.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날 밤 국회와 선관위 등에 출동한 부대의 지휘관들은 특히 곤혹스러움에 직면해 있다. 국회에 출석하거나,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기자회견을 자청한 특전사령관과 1공수 여단장, 707특수임무단장 등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의미로 눈물을 흘렸다. 특전사령부는 1979년 겨울에 전두환 군부의 명령으로 동원돼 쿠데타에 적극 가담했다는 불명예를 씻으려 45년간 노력해왔다. 이번 국회 출동으로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을 듯하다. 특전사는 한국전쟁 당시 큰 활약을 보인 켈로부대를 모체로 탄생한 부대다. 유사시 육·해·공의 어느 곳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평소에 강한 훈련을 반복하는 한국 최정예 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국가 전복의 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며, 무장공비 등 외부의 적이 국토를 침탈한 것도 아닌데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있는 국회에 헬기를 타고 무장한 채 들어갔다는 건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죄를 물을 수도 있는 심각한 일이다. 반성의 눈물로 감정적 용서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눈물만으론 법적 책임까지 피해갈 수는 없을 게 분명하다. 특전사에게도 이번 계엄 선포는 비극이다. 최고 지휘관들이 업무에서 배제된 수도방위사령부와 국군방첩사령부 장성들의 앞날도 혹한의 겨울밤처럼 어둡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11

권성동 원내대표 출마로 사분오열된 여당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단일대오를 유지했던 국민의힘에서 친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탄핵찬성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그저께(10일)는 윤 대통령도 여당의 조기 하야 요구와 관련, 탄핵소추가 되더라도 직무정지 상태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오는 14일 예정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여당 내 찬성표가 얼마나 나올지 주목된다. 현재 국민의힘 친한계와 소장파 그룹에서는 잇달아 탄핵 찬성 또는 표결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계엄 해제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친윤계의 핵심인 권성동(5선) 의원이 그저께 원내대표에 출마하자 비윤·친한계 의원들이 대거 탄핵찬성 쪽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권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고 윤 대통령 당선 후엔 원내대표를 지내 ‘원조 윤핵관’으로 불렸다. 당내에서는 “친윤계가 권 의원의 원내대표 취임 이후 최고위원 4명을 사퇴시키고 당을 장악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말도 나온다. 권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선언 후 여당 내 분위기는 ‘탄핵표결 불참’ 당론 유지가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지금 탄핵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만 해도 탄핵저지선인 8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저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윤 대통령 내란죄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표결에서 친한계와 소장파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22명)를 던진 것이 이러한 당내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몰락하게 된 원인을 따져보면, 친윤계의 무분별한 추종이 한몫했다. 지금도 친윤계 중진 상당수는 윤 대통령 자진하야에 반대하며 임기단축 개헌을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민심과는 동떨어진 뜬금없는 얘기다. 이러니 당내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덮어놓고 중진들의 의견을 따랐다간 당 전체가 쓰나미처럼 함께 쓸려나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하는 것이다. 만약 권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돼, 한 대표를 패싱하고 당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경우 국민의힘은 분열돼 군소정당으로 추락할 수 있다.

2024-12-11

삶과 길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나의 버킷리스트 중 일순위인 한국어해외봉사를 하려면 한국어교원 자격증 취득이 필요했다. 국어교사자격증도 있고, 국문과 대학교수 25년 경력이 있어도 외국인 대상 한국어교수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예전엔 국어교사 경력으로 대체인정해주었는데 법이 더 엄격해졌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을 찾아 검색했다. 원격평생학습 학점은행제가 가장 적당해 진흥원격평생교육원에 상담했다. 대부분의 사이버대학에서는 2년이 꼬박 소요된다는데 1년 반만에 가능하다기에 2026년 취득 목적으로 2주째 열공 중이다. 매주 개설되는 과목을 15주 동안 수강하고 쪽지시험,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치고, 과제 제출도 해야 한다. 강의 신청하면 먼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상담사의 말이 있었다. 뭐 어려우랴 쓰면 되지 들어갔더니 좌우명, 취미, 각오를 적으라 했다. 좌우명이라…. 여태껏 좌우명을 따로 정해 둔 적이 없어 잠시 머뭇거렸다. 문득 20대부터 평생을 가르치는 직업에 있다가 70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또 공부하려고 컴퓨터 앞에 있는 내가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적어 넣었다. ‘삶은 영원한 배움의 연속이다.’ 지난 일요일 손주 둘을 데리고 영화관엘 갔다. 직장에 육아에 늘 잠이 모자란 아들과 며느리가 주말에 몰아서라도 잠자게 하고 싶었다. 나도 그러지 않았던가. 바깥놀이를 하기엔 추운 날씨라 생각하다 떠오른 게 영화였다. 마침 애들이 볼 만한 영화 ‘모아나2’가 상영 중이었다. 작년만 해도 혼자서 둘을 데리고 극장 가는 게 힘에 부쳤는데, 이젠 아니다. 영화관 입구 도착하자 나는 아들이 예매해 준 표를 키오스크에서 출력했다. 손주들은 또 다른 키오스크에 다가가 각자 원하는 팝콘과 음료를 능숙하게 선택했고 나는 카드만 넣어주면 되었다. 번호표를 뽑고는 기다렸다가 자기 번호를 부르면 찾아가는 것도 자연스럽다.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자리를 찾아 앉고, 앉자마자 좌우 팔걸이에 음료와 팝콘을 세팅하고는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간식을 먹고, 가운데 앉은 내 양쪽에서 팝콘을 번갈아 내 입에 넣어주는 것까지 뭐 하나 나무랄 일이 없다. 애니메이션 영화 ‘모아나2’는 여주인공 모아나가 리더가 되어 온갖 저주와 시련을 견디고 헤쳐 모험하는 무용담이다. 손주들은 금방 영화에 몰입했다. 우스운 장면에서는 유달리 크게 웃고, 어떤 장면에서는 주인공을 도와주려고 간섭하고 실패하면 탄식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영화 얘기를 나눴다. 의외로 세세한 장면들을 기억하고 복선으로 장치된 그림이나 벽화 따위를 말하는데 놀라웠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어떤 장면들은 설명해 주기도 했다. 특히 작중 인물들의 대사들을 또렷이 기억하는 게 신기했다. 손자는 ‘길을 헤매도 괜찮아.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으니까.’라고 말한 마녀의 말을 기억한다고 했다. 손녀는 마우이도 ‘언제나 길은 있어’라고 말했다며 우겼다. 둘 다 옳은 말이다. 난 3000년 나이의 마우이가 ‘인생은 실패하고 배우고 죽는 거야’라고 말하는데 며칠 전 내가 썼던 좌우명과 유사해 살짝 소름 돋았다. 그래 우리의 삶은 길의 연속이지. 배움이라는 길.

2024-12-11

오십견 얼마나 치료를 해야 나을까?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가장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 뭐냐고 물어보면 단연코 오래된 오십견이라고 할 수 있다. 목 디스크, 허리디스크, 심한 두통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근육, 인대, 신경에 침을 놓고 거기 맞는 약을 쓰면 아주 어렵지 않게 치료되는 경우가 많으나 오십견은 그렇지 않다. 심하게 굳은 경우는 팔을 앞으로 올렸을 때 90도 이상 올리지 못하고 팔을 옆으로 올리는 동작과 뒤로 하는 동작도 대부분 제한이 걸려 있다. 앞으로 올리는 것이 첫째 목표고 앞으로 올라가면 팔을 뒤로 등까지 닿게 하는 치료를 한다. 통증은 팔이 올라감에 따라 점점 좋아지기 때문에 통증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팔이 얼마나 가벼워지고 많이 올라가는가에 집중을 해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오십견은 어깨에 통증이 발생하고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는 질환으로, 정확한 명칭은 동결견 또는 유착성 관절낭염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보면 증상 발병 후 1~2년이 지나면 회복된다고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더 자주 보게 된다. 진성 오십견 환자의 통증은 아주 극심해서 팔이 아파서 전혀 잠을 자지 못하고 어떻게 움직여도 아프기 때문에 팔의 가동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오십견은 회전근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회전근개를 풀어주는 것과 더불어 굳어있는 관절낭 근처를 풀어주는 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관절낭 주변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강하게 압박하거나 추나를 해서 조금씩 움직임이 나아질 수 있게 치료를 한다. 추나는 경추, 견갑골, 쇄골, 상완골을 기능적으로 움직임을 개선할 수 있는 가동술 위주의 추나를 하게 되고 경추는 교정을 한다. 이와 더불어 오훼돌기와 뒤쪽의 견갑골 외측면 쪽을 강하게 압박을 해서 주변 근육들과 함께 부착 부를 풀어주면 효과적이다. 압박을 해서 풀어주는 치료는 상당한 뻐근함을 느낄 수 있지만, 하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오십견은 정확한 위치에 치료를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아픈 곳을 정확히 찾은 뒤 부항으로 피를 뽑아 아픈 부위의 압력을 줄이고 뭉쳐 있던 근육의 긴장을 푼 뒤 초음파로 직접 보면서 파열이나 염증 혹은 부어 있는 부위에 약침을 뿌려준다. 경추부의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추 쪽의 문제가 있다면 같이 치료를 한다. 경추는 신경 뿌리 쪽, 어깨는 오훼돌기 근처와 회전근개 부착부 그리고 견갑상 신경과 액와 신경 등 환자가 직접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곳에 용량이 많은 약침을 뿌려서 부드럽게 해주고 그동안 뭉쳐 있는 통증 물질들이 씻겨 갈 수 있게 한다. 통증이 심하면 매일 치료를 하고 치료가 됨에 따라 주 2~3회로 치료 횟수를 조정하고 3개월을 기본 단위로 치료를 한다. 한두 번 맞고 좋아지기는 힘들고 꾸준히 치료를 해야 하며 치료를 하지 않는 날은 어깨 심부 근육을 강화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 약을 같이 처방받아 먹으면서 치료를 해야 한다. 허리 디스크보다 오래 걸리고 잘 낫지 않으며 짜증 나는 통증으로 쉽게 보지 말고 꾸준히 치료를 해야 한다. 가동 범위가 좋아지고 통증이 줄어든 기간이 3달을 넘으면 천천히 자연스레 회복이 된다. 이때도 쉬지 않고 치료를 해서 뿌리를 최대한 뽑는 것이 좋다.

2024-12-11

갈치 뼈 바르는 남자

윤명희 수필가 늦은 가을이 따뜻하다. 단풍 구경하고 오는 길에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시골 식당은 평소에는 농사일을 하는 외국인으로 줄을 잇는 경우가 많은데, 그날은 휴일이어서인지 한산했다. 나는 주문한 산채비빔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벽에 걸린 TV를 올려다보았다. 그 아래 앉은뱅이 식탁을 사이에 두고 할아버지와 젊은이가 밥을 먹고 있었다. 얼굴색이 까무잡잡한 젊은 남자는 스물 두어 살 쯤 되어 보였고, 자그마한 체구의 할아버지는 등이 굽어 코가 비빔밥 그릇에 빠질 듯 했다. 식당아저씨가 갈치찌개가 담긴 양은냄비를 그들 앞에 놓았다. 젊은 남자가 얼른 가장 굵은 갈치 토막을 골라 제 앞으로 가져갔다. 젓가락으로 능숙하게 뼈를 바르기 시작했다. 나는 갈치에는 관심 없이 비빔밥만 먹고 있는 할아버지와 뼈 바르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그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외국노동자와의 인연이 좋지 않았던 나는 그가 가져간 굵은 갈치에 눈이 꽂혔다. 예전, 남편이 공장을 운영할 때였다. 용접한 구조물을 매끈하게 다듬는 일이 힘이 들어 직원들이 오래 견디지 못했다. 채용공고를 내자 베트남 청년이 왔다. 그는 어눌한 말로 숙소를 제공해 주어야 하고 인터넷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오래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흔쾌히 약속했다. 발음하기 힘든 그의 이름을 꾸웽이라 불렀다. 꾸웽을 사무실 위층에서 거주하게 했다. 그의 요구대로 컴퓨터를 주문해 인터넷을 연결해 주었다. 3층은 넓어 방이 4개 있지만, 하나만 사용하라고 했다. 나는 청소할 빗자루와 밀대를 새로 장만해 건네주었다. 생활비나마 아끼라고 선물로 들어온 물품들을 따로 챙겨주었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평소보다 일찍 출근 한 날이었다. 사무실 문을 여는 등 뒤로 3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떠들썩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애들이 몇 명 내려오다 우리를 보고는 멈칫했다. 멋쩍은 인사를 한 그들이 부리나케 공장 밖으로 나갔다. 남편과 나는 모른 척 눈을 감았다. 퇴근시간이 좀 늦은 날은 나이가 많은 남자들까지 대문 밖에서 쭈뼛거리는 게 보였다. 남편이 꾸웽을 불러 외부 사람을 공장으로 불러들이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다. 일요일 저녁, 거래처에서 전화가 왔다. 아침 일찍 방문하라는 말에 남편과 나는 서류를 챙기러 공장으로 갔다. 3층 거실의 불빛이 환하게 비쳤다. 창으로 많은 남자와 여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무실로 가는 입구 문을 열자 음악소리가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우리는 3층을 바라보며 한참 서 있었다. 다음날, 남편은 꾸웽을 사무실로 불렀다. 더 이상 같이 일 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이야기하자, 그는 돈부터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가방을 챙겨 공장 문을 나서는 그를 창밖으로 내다보았다. 3층으로 올라갔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 바닥에 옷가지와 술병이 널려있었다. 싱크대 위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기름 흔적과 음식 쓰레기가 너저분하고, 방마다 이불이 널려있었다. 3층을 대청소하면서 다시는 외국인을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생선의 가장 큰 토막을 제 앞으로 챙기는 남자가 꾸웽을 떠올리게 해서 씁쓸했다. 그런데 뼈를 바른 젊은 남자가 갈치 살을 할아버지 밥 위에 올려놓았다. ‘너나 먹어’라는 할아버지의 말이 들렸다. 그 남자는 비빔밥을 퍼 먹으면서도 눈은 할아버지에 있었다. 할아버지가 밥을 떠 입에 넣자, 그는 다시 살을 집어 할아버지 숟가락에 올렸다. 할아버지는 그 갈치 살을 젊은 남자의 밥 위에 올려주고는 어서 먹으라는 손짓을 했다. 순간, 나는 혼란스러웠다. 다문화 가정의 손자인가 생각해봐도 젊은 남자의 피부는 완연한 동남아 태생으로 보였다. 도회지로 떠난 자식들 대신 할아버지를 돌보는 도우미인가?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농사를 놓지 못했던 건 아닐까. 농사로 이어진 인연이 갈치 뼈를 발라주고, 할아버지의 컵에 물을 따르는 사이가 되었을까. 할아버지가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자, 젊은 남자가 호위하듯 바짝 붙는다. 식당 문을 열어주고, 신발까지 챙겨주는 그를 보고 또 보았다. 낡은 화물차에 오른 그들이 식당마당을 나서자, 신작로의 노란 은행잎이 그들 뒤를 따라간다. 나는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으로 배웅했다.

2024-12-11

경북·대구 행정통합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권기창안동시장 경북도청 이전은, 구미와 포항을 중심으로 한 양극적 발전 축의 한계를 극복하고 균형, 발전 새로움이 조화되는 경북의 신성장거점도시를 만들어 도청신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발전 축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또한 정부 주요기관이 세종시로 남하하고, 도청이 안동으로 북상해 한반도 허리 경제권의 황금벨트를 구축, 환태평양시대로 나간다는 비전이었다. 그러나 도청을 옮긴 지 1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경북도는 균형발전을 위해 대구와 행정통합을 한다고 서두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경상북도와 대구시의 주장처럼 행정통합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지방소멸과 저출산은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화두이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행정통합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수도권 1극 체재에 대응하는 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국가비상사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의료 등의 시스템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저출산은 통합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취업, 주거, 돌봄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지방에 살아도 수도권에 사는 것보다 삶의 질이 좋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이철우 지사는 대구를 뉴욕처럼 경제 수도로, 경북을 워싱턴처럼 행정 수도로 만들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행정 수도가 되려면 통합 청사의 소재지를 현재의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으로 명시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모든 유관기관의 이전이 담보되어야 한다. 또한 성공적인 행정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 교육, 의료 등의 인프라 조성과 함께 철도, 도로 등의 교통망 확충으로 주민의 편의성을 도모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 경북과 대구가 행정통합을 한다고 하니, 각 광역지지체가 통합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선입법 후 통합의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 이렇게 해야 요구하는 특별법안이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실질적인 특례 없이 통합하면 빈껍데기만 남는 꼴이 될 수 있다.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의 한계로 지방정부의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위기 대응 능력이 갈수록 약해진다. 지역의 정체성과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획일적인 국가 중심의 공공서비스로는 지역민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권한이양과 재정자립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사무(권한)이양 확대이다. 특별 행정기관과 국가하천 준설 등 각종 개발계획과 인허가권은 반드시 이양돼야 한다. 경북도는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고자 한다. 대구는 경북에서 1981년 분리되었다. 대구 중심의 통합이 아닌, 경북 중심의 통합이 되어야 마땅하다. 수도권 1극 체재 대응하기 위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면, 대구·경북 행정통합 또한 대구 쏠림으로 대구 1극 체재가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경북의 정체성은 잃지 않으면서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정말 행정통합이 신의 한 수라면 경북을 중심으로, 22개 시·군이 다 함께 잘살 수 있는 발전전략을 세워 경북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 “천천히 서둘러라.” ‘천천히’는, 어떤 일을 할 때 깊고, 넓게 사고하여 멀리 내다보라는 것이다. ‘서둘러라’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으로 철저한 준비와 실행력이 뒷받침되었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서두르기, 결코 쉽지 않다.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해 목표를 향해 속도감 있게 매진하는 것, 이것이 “천천히 서둘러라”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치열하고 꼼꼼하게 준비하면서, 결정적 순간에 온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자세와 지혜가 경북을 희망으로 만들어가는 힘이 될 것이다.

2024-12-11

‘尹의 거취’ 초읽기…하야냐, 탄핵이냐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 신세다. 비상계엄선포 수사당국이 그를 내란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도 했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긴급체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혐의가 드러나면 기소되고 내란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여야는 ‘자진하야’와 ‘탄핵’으로 그를 압박하고 있다. 가장 빨리 차기 대선을 치르는 경우의 수는 여당안대로 윤 대통령이 조기에 자진하야 하는 것이다. 국회가 윤 대통령의 사직서를 접수하는 즉시 사임이 공식화되고, 그 뒤로 60일 내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여당 일각에선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퇴진론도 나오고 있지만, 헌법에서 별도로 명시해 놓은 관련 규정이 없어 실현성이 낮다. 민주당은 그의 대통령직 유지에 “6초도 위험하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한다. 범야권 요구대로 윤 대통령이 탄핵당할 경우, 직무는 즉시 정지되지만 헌법재판소가 파면결정을 해야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 대선은 파면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치러진다. 헌재가 탄핵심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기간은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하게 되면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한다. 국민의힘은 가능한 한 윤 대통령의 퇴진시점을 늦추고 싶을 것이다. 대선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확정 판결 이후에 치러지는 것이 가장 유리한 탓이다. 그러나 탄핵을 요구하는 거센 민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민은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분노하고 있다. 친윤·친한 계파로 쪼개진 국민의힘으로선 탄핵을 요구하는 야당공세를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장외집회’와 ‘검경 수사’가 윤 대통령 운명 결정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탄핵찬성 인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촛불시위 규모로 커지면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여당 내에서 탄핵찬성 쪽으로 의사결정을 바꾸는 의원이 다수 나올 수 있다. 계엄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어떤 증거나 증언, 정황이 나올지도 관건이다. 비상계엄 사태 수사당국은 윤 대통령 입건과 함께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해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곽종근 특전사령관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국군방첩사령부를 압수해 계엄당시 관련자료도 확보했다. 만약 수사과정에서 민심을 뒤흔들 내란죄 증거 또는 증언이 나오게 되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포스트 계엄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지금 국정은 사실상 마비상태다. 국가적 혼란이 일주일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여권은 정국을 수습하지 못하고, 야권은 탄핵공세를 강화하면서 경제·외교·안보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도발에 대처할 국군통수권이 실제 공백상태고, 금융시장은 연일 휘청거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내년 1월 20일)을 40여 일 앞두고 정상외교도 올스톱됐다. 대한민국이 국정 공백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

2024-12-10

정치가 경제의 리스크로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전쟁 후 30년 호황을 누리던 일본 경제가 1991년부터 10년간 제로 성장을 했다. 이를 두고 일본의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 후보에 올랐던 모리시마 미치오는 ‘정치의 무능’때문이라는 지적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93년 자민당 55년 체제가 무너지면서 정치권이 권력 다툼에 빠져 경제를 등한시 했던 것이 일본경제 몰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경제의 실패 원인을 경제 구조에서 찾지 않고 정치 구조에서 바라본 특이한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사회의 정상화 길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국민들은 정치쇄신에 있다고 답한다. 작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0개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국회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28위를 차지했다.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0.5%에 불과했다. 우리 밑에는 체코와 칠레 두 나라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조사지만 한국개발연구원이 우리나라 각 부문의 신뢰도를 조사해 보았더니 국회·정당에 대한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2∼3점으로 나왔다. 각 분야별 평균 점수 4.8점에 크게 못미쳤다. 옛말에 “백성이 살기 좋으면 왕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있다. 공자도 잘하는 정치는 백성에게 풍요로운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라 했다. 즉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계엄 사태로 정국이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다툼이 우리 경제를 불확실성 지대로 몰아가고 있다. 정치가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등장한 꼴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10

신공항 배후도시 건설, 착실한 준비 필요

대구시가 그저께 대구경북 신공항 배후도시인 군위 하늘도시 마스터플랜을 공개했다. 군위 하늘도시는 2030년 TK 신공항 개항에 대비해 주거, 상업, 산업, 교육, 의료 등 핵심 인프라를 갖춘 자족형 신도시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구시 발표에 의하면 군위 하늘도시는 2단계로 구분 추진하되 2026년 착수해 2045년까지 단계별로 완성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공항이 개항하는 2030년까지 5000세대의 주거단지를 먼저 조성해 여기에는 공항 종사자, 개발에 따른 이주민 등을 수용해 공항 운영의 안정성을 도모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군위 하늘도시의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조7400억원, 고용유발효과 1만2700명 등이다. 대구와 경북의 미래 100년을 내다본 신공항 사업에 따른 후속 조치로서 공항 배후도시 건설은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말대로 세계적인 공항은 그 위상에 걸맞은 배후도시와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국가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공항 배후도시로서 체제를 갖추려면 많은 투자와 준비가 필요하다. 대구시가 앞으로 20년후 최종 완성을 목표로 한 것도 배후도시 조성사업이 그만큼 공을 많이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계획대로 인구 14만 규모의 도시가 공항을 중심으로 생긴다면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은 사실상 성공하는 셈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신공항 개항이 목표 연도까지 진행되려면 시간은 촉박하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재원 문제만 해도 그렇다. 대구시가 직접 공영개발하기 위해선 공공자금관리기금 활용이 필요한데, 탄핵정국이라는 돌발사태로 중앙부처와 협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지 걱정이다. 대구시는 정국이 혼란해도 공자기금 융자신청을 위한 절차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과정은 지켜봐야 한다. 지금은 국가 비상상태다. 그렇다고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 지방정부가 나서 지역현안을 푸는 길을 스스로 열어가야 한다. 비상시국에 맞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2024-12-10

사실상 무정부상태, 여당이라도 정신 차려라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무정부상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저께(9일)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사당국(공수처)의 요청에 의해서다. 같은 날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도 줄줄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거나, 내란죄에 가담한 혐의가 있다며 고발했다. 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니 불법 행위를 방조했다는 것이다.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탄핵을 받으면, 현 정권은 말로만 듣던 ‘식물정부’가 된다. 문제는 야당의 공세에 대처하며, 단일대오로 국정을 안정시켜야 할 여당이 균열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그저께 5시간 가까이 진행된 비상 의원총회에서는 계파싸움이 재연됐다. 친윤계는 ‘탄핵 반대론’을 주장했지만, 비윤·친한계에선 “대통령이 물러나는 일정을 이번 주 사이에 구체화해야 한다”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국정안정을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할 시점에 만나기만 하면 갈라져 싸우는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 이 와중에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설화도 발생했다.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 반대해 당시엔 욕 많이 먹었지만, 1년 후면 다 찍어주더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사퇴선언을 한 추경호 원내대표 재신임을 두고도 계파간 설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모양이다. 지금 여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찮다. 리얼미터가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일주일 전에 비해 6.1%포인트 내린 26.2%였다. 민주당은 2.4%포인트가 오른 47.6%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비상시국에도 여당내에서 계파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또다시 붕괴의 길을 걷는 그대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한다고 설치고 있는지 한심하다”고 했다. 친윤·친한계 모두 국민이 보수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소모적인 싸움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2024-12-10

비운의 용두사미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유난히 뒤숭숭해지는 세모(歲暮)이다. 날씨는 점점 추워져 스산함을 더해가는데, 국정은 희대의 비상계엄사태 여파로 난파선이 된 듯 꽁꽁 얼어붙어 진퇴양난의 대혼란과 위기에 빠져 있다. 자선냄비 종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져야 할 길거리가, 성난 민심의 성토와 여야의 극한 공방 대자보가 볼썽사납게 대치하고 있어 차분해져야 할 연말이 흉흉하고 괴괴하기만 하다. 이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靑天霹靂)같은 일이던가. 어쩌자고 이러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던가. 도무지 납득이 안 가고 이치와 순리에도 안 맞는 처사 앞에 대다수 국민들은 망연자실 한탄하고 격분과 단호함으로 전국 곳곳에 운집하여 탄핵과 처단을 외치고 있다. 그야말로 국정마비와 파탄, 민생불안으로 이어지는 일파만파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면서 온나라가 요동치고 총체적 난국에 휩싸여 걱정과 조바심으로 신음하는 형국이다. 12·3 계엄 논란 이후 1주일이 지났지만 정국 수습은커녕 정국 주도권을 쥔 야당의 정부와 여당을 향한 전방위 공세로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한국의 정치 불안으로 이미 국가신용도는 떨어졌고,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마비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외신들은 심각한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긴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경기둔화 하방 리스크와 외부 역풍이 커져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라 갈수록 우려스럽기만 하다. 사태수습과 해결의 실마리는 요원한데 당장 들이닥칠 영향과 피해는 추위 마냥 살갗을 파고드니 이 무슨 엄동의 돌변이란 말인가. 정말 아닌 밤 중의 홍두깨 같은 몸서리쳐지는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오랜 전에 탐독했었던 명심보감 순명 편이 떠오른다. ‘때가 오면 바람이 왕발(王勃)을 등왕각으로 보내고, 운이 물러가니 벼락이 천복비를 내리친다(時來風送6ED5王閣 運退雷轟薦福碑)’는 구절로, 운이 좋아서 때를 잘 만나면 중국 당대의 문학가 왕발과 같이 이름을 드날릴 수도 있지만, 운이 다하면 가난한 서생과 같이 열심히 노력을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상사 뜻과 같지 않고 운이 따라야 함을 가르치는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인 기반이 취약하고 경험조차 전무한데, 순풍이 왕발을 등왕각으로 보내서 ‘등왕각 서’를 지어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처럼 천운을 타고 대통령이 되었지만, 운수가 쇠퇴하면 하루 밤새 벼락이 떨어져 ‘등왕각 서’ 비석이 부서지듯이 모든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 허사가 돼버린 12·3 내란사태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결연하고 단호한 뜻이라도 절대적으로 시운(時運)을 타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물고기는 물을 타고, 새는 바람을 타며, 인간은 때를 탄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청룡의 기세로 힘차게 출발했던 갑진년이 끝자락에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에 섣불리 자리를 내줘 용두사미(龍頭蛇尾)로 전락한 듯싶어 씁쓸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운이 따르면 바람이 불고, 운이 따르지 않으면 벼락이 친다.

2024-12-10

삶의 가치관과 국가경영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삶의 가치관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기준과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지에 대한 신념체계이다. 삶의 목표, 행복의 기준, 올바른 선택을 결정짓는 기반이 된다. 가치관은 개인의 경험, 교육, 성장의 문화적 배경 등으로 형성되며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사람의 인품을 볼 때 보이는 모습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성장 배경을 보는 이유이다. 삶의 가치관이 바르게 형성되기 위해서는 자기 이해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성격, 능력, 관심사, 한계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나 의미를 분명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윤리적 가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일과 인간관계, 건강, 경제적 안정 등 여러 요소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발전하고 학습하는 태도가 필요하고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며 가치관에 따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인 삶의 가치관은 리더십으로 잇는 실 역할이며, 국가경영으로 이어진다. 국가경영이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복지증진, 경제 발전, 사회 통합 등을 위해 국가의 자원과 정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국가는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고 국민들이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국가 지도자가 삶의 가치관이 잘못 형성되면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인식 오류가 생길 수 있고 판단 오류와 방향 설정이 잘못 되어 나라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국가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국가 비전과 이를 실현시킬 리더십, 일관된 소신이 필요하다. 두번째, 법치주의 사상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 집행을 통해 국가 시스템이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셋째, 국민 참여이다. 진정성의 소통과 경청하는 자세, 국민 참여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국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여야 한다. 넷째, 효율적 행정이다. 공공 자원과 정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경제, 사회 문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다섯째,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보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 여섯째,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과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분배 정책이 중요하다. 이러한 국가관과 가치관이 뒷받침 될 때 나라 경영은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가 발전을 이루는 기반이 된다. 최근 선진 민주주의와 K-문화로 귀감이 되는 우리 나라가 나라님의 잘못된 인식과 판단으로 상상할 수 없는 혼란 정국을 야기했다. 이것은 나라 경영자의 삶의 가치관, 판단력, 성격과 인품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나라 경영의 성공한 인물들 공통점은 국가 비전이 명확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뚜렷한 목표, 청렴하고 소신 있는 태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과 도덕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삶을 이끌어 갔다는 점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국가 경영은 올바른 삶의 가치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202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