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이례적인 ‘가을 雨期’로 비상 걸린 건설현장

등록일 2025-10-23 15:47 게재일 2025-10-24 19면
스크랩버튼

잦은 가을장마로 인해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반복적인 작업중단으로 공사비용 부담이 커지는데다 공기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건설경기 침체, 자재비 상승 등 3중고를 겪으며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설업계는 “올 가을이 유난히 잔인하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가을은 원래 건조한 기후로 인해 공사 진행의 ‘적기’로 꼽힌다. 그러나 올 가을은 맑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이건 토목이건 비가 많이 내리면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불규칙한 날씨 앞에서는 마땅히 취할만한 선제적인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포항시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공사의 경우, 최근 잦은 비로 공사 진행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하천 정비와 구조물 시공 과정에서 토사 유실 위험이 커 비가 오면 작업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공사비 부담도 늘고 있다.

포항 도심 곳곳의 아파트 건축 현장도 비상이다. 골조 공사 단계는 흙을 다루고 콘크리트를 타설해야 하는 작업이 주류여서 비에 가장 취약하다. 강우 시 장비 투입이 어렵고, 구조물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포항 북구의 한 아파트 현장 소장은 “지난주에도 5일 연속 비가 내려 타설을 전면 중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하도급업체의 경우 비가 오는 날에도 장비 임대료, 인력 대기비용 등 간접비가 발생하지만, 계약상 기상 악화를 이유로 보상을 받을 길은 없다.

‘가을 우기(雨期)’ 현상은 올해 기상 데이터 분석으로 처음 확인됐다. 여름 장마철에 집중됐던 태풍 발생 패턴 변화로 초가을까지 강수가 분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기후위기로 이 같은 경향이 계속 강화될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자연재해에 따른 건설공정 지연은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공공 공사 발주를 할 때 ‘기후변수를 반영한 공기 산정 제도’를 도입하는 등 하도급 업체의 부도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