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자전거도로 유감

김규인 수필가 한국교통연구원 NMT센터에서 추정한 월 1회 이상 자전거를 이용하는 우리나라 인구는 1340만 명으로 발표했다. 자전거는 친환경 이동 기구로 자연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전거를 타는 열풍이 불었다. 지자체는 앞다투어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고 이러한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시간이 나면 신천에 들른다. 신천에선 쇠백로와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청둥오리들이 먹이를 찾거나 휴식한다. 신천에서는 새뿐만 아니라 휴식이 필요한 많은 사람이 나온다. 개를 데리고 온 사람들, 끼리끼리 모여서 체조를 하는 사람들, 나이 드신 부부가 느린 속도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보인다. 나는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집에서 신천을 따라 난 자전거도로를 따라서 희망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달린다. 11㎞의 짧은 거리이지만 매일 달리기에는 적당한 거리다. 느린 속도로 매일 달리며 신천에 나온 사람들을 만난다. 일과 중에 별로 할 일이 없을 때는 신천으로 나온다. 기분 좋게 나온 자전거 타기인데 마음을 상할 때도 있다. 자전거도로인지를 알지 못한 채 도로를 어슬렁거리거나 공사로 우회할 때도 늘어난다. 공사로 인한 건 할 수 없다 치더라도 자전거도로 위를 거니는 사람들은 안전교육을 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사람들이 자전거도로로 뛰어들거나 이리저리 어슬렁거릴 경우는 자칫 사고가 나기 쉽다. 그나마 신천은 비교적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잘 구분된 편이다. 거리로 나서면 자전거도로는 선을 그어 놓았지만, 그어놓은 선마저 끊어지기 일쑤고 인도 위에 한편을 내어 자전거도로를 만든 것이라 사람들과 부딪히기 쉽다. 심지어 자동차 도로 가장자리에 난 자전거도로는 더 위험하다. 좁은 도로의 가장자리에 자전거도로를 내느라 자전거도 차량도 운전하는데 신경이 곤두선다. 우리나라 자전거도로의 현실이 그러하다. 외곽지 강변을 따라 난 길은 비교적 잘 되어 있는데 시내로 들어오면 어느 쪽에서도 반기지 않는 자전거도로가 된다. 이것은 도로 사정만 그런 게 아니다. 자전거전용도로를 위한 법도 마찬가지다. 이미 만들어진 차도와 인도 사이를 오가는 모양이 위태롭기만 하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자전거도로의 구분, 안전한 이용, 주차장의 설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는 사람과 같이 다니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 보행자들이 자전거 전용도로를 걷는데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막 걷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은 높아진다. 법의 실효성마저 떨어질 수 있다. 유럽을 여행할 때 내가 별다른 인식 없이 자전거 전용도로 위에 섰을 때 놀라는 가이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현실에서 법이 살아있고 다치면 도로를 침범한 보행자의 책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법은 누구나 지켜야 법으로서 존재가치가 있다. 일반 시민에 대한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국민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나 주변 시설을 정비하고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2024-10-28

노벨문학상과 문해력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10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이후 작가의 소설 판매량이 급증하여 단시간에 100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한 작가가 과거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이 소환되어 정치적 쟁점이 되기도 했으며, 어떤 소설가는 한강의 소설이 역사를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스웨덴 한림원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했고, 어떤 학부모 단체는 한강의 소설이 왜곡된 성 관념을 학생들에게 주입할 수 있다며 도서관 비치를 반대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정치와 경제, 그리고 교육 영역에 걸쳐 다양한 논쟁점을 만들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평소 문학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작품을 구매하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어쨌든 소설책을 사서 읽고 한 번쯤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의 소설이 역사를 왜곡했으며,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왜곡된 역사관과 인식론을 증명하는 것이지만, 이로부터 작품을 깊이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강의 소설을 학생들과 읽어왔다. 특히 2016년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를 많이 읽혔다. 이 소설집은 세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되어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젠더 이분법과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많은 학생과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일부 학생들은 ‘채식주의자’에 수록된 ‘몽고반점’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소설의 전체구조를 읽지 못하고 형부와 처제의 육체적 관계라는 사건에만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삶의 윤리를 이야기하는 소설이 그들에게는 매우 부도덕한 작품으로 인식된 것이다. 차분하게 이야기해도, 그 학생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소설을 깊이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은 성인이 된다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부터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학생, 즉 성인이 된 학생들의 인식력과 판단력은 어지간해서는 잘 바뀌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말해서 청소년기에 ‘채식주의자’와 같은 도서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않은 학생이 대학생이 된다고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아직 미성년이어서 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청소년기 학생들은 이미 온갖 성과 관련한 콘텐츠에 노출되어 있다. 부모나 선생이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럴 때 검증된(?) 소설 텍스트를 읽고 토론하며 문해력을 키우는 것이 현명한 일 아닐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넘어서, 우리 국민이 사회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동력이 되길 바란다. 한강 작가의 소설에는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통찰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이 통찰을 읽어낼 수는 없다.

2024-10-28

대통령은 영부인 의혹을 어떻게 풀 작정인가

김진국 고문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바닥이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0%. 9월 2주 차에 이어 윤 정부 출범 이후 최저점을 다시 찍었다. 부정 평가는 70%에 이르렀다. 4대 여론조사기관의 전국 지표조사(NBS)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22%를 기록했고, 리얼미터 조사도 24.1%로 가장 낮은 기록을 세웠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 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취임 이후 곧바로 30%대에 묶인 지지율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20%대에 갇혔다. 마침내 20%의 벽마저 깨질 기미를 보인다. 호전될 것 같지 않다. 부정 평가한 첫 번째 이유로 ‘김건희 여사 문제’를 꼽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김 여사 문제’가 14%로 1위다. 그다음이 ‘경제·민생·물가’(14%), ‘소통 미흡’(12%), ‘전반적으로 잘 못한다’(6%), ‘독단적 일방적’(6%) 등이다. 경제 문제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김 여사 문제와 얽혀 있다. 소통 미흡, 독단….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준 가장 큰 배경이 김 여사 문제다. 야당은 물론 집권당과의 관계도 모두 김 여사 문제에서 부딪치고 있다. NBS조사에서는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73%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자 57%, 대구·경북 응답자 61%도 김 여사의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김 여사 문제에 관한 의견이 출신 지역이나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비슷하다는 말이다. 국정 평가는 영남권에서도 저조하다. 보수세력의 지지기반이라 할 대구·경북(TK)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6%로 부정 평가 60%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긍정 평가 27%, 부정 평가 59%로 TK와 비슷하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정 수행지지율이 대구·경북은 35.2%에서 27.1%로 일주일 만에 무려 8.1%포인트, 부·울·경에서는 33.1%에서 26%로 7.1%포인트 추락했다. 그런데도 김 여사 문제는 여야 대립을 넘어 여야 갈등으로 비화했다. ‘친윤’은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정략적이라고 생각한다. 한동훈 대표에 대해서도 ‘차기에 대한 욕심’에 눈이 어두워 자기를 키워준 대통령 내외를 배신했다고 주장한다. 정치를 하려는 한 대표에게 그런 욕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민심이 먼저다. TK와 PK에까지 나타난 민심은 무엇인가. 이 민심이 ‘배신’인가. 아니면 지지기반의 신뢰를 윤 대통령이 배신한 건가. 당장 윤 대통령은 영부인에 대한 국민 의혹을 어떻게 풀 생각인가. 이대로 뭉개면 해결될 거라고 믿는 건가.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은 이제 열거하기도 힘들다. 물론 시중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아닌가. 김 여사의 개인적 억울함이야 죽을 때까지 지고 가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국정이 흔들리고, 여권이 신뢰를 잃고, 사분오열해 차기 정권 재창출이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가 서로 짖으며, 사법 질서가 신뢰를 잃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까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빌미를 만들고 있다.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받는 모습은 온 국민이 자기 눈으로 봤다. 믿지 못할 사람들과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천박한 언어로 대통령을 폄훼하고, 국정을 자기 손으로 주무르는 듯이 떠드는 오만한 언사를 귀로 들었다. 적어도 이미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해명하고, 백배사죄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 아닌가. 보수세력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렸으면 어떻게든 빨리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게 지도자가 할 일이다. 그런데 치졸한 방법으로 고립시키고, 부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게 된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집권당 대표치고, 온전히 성해서 나간 사람이 없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치고, 협량한 보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너도 나도 비위나 맞추며 사리를 도모하니 집권당 꼴이 말이 아니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10-27

과거를 잊은 자는 악을 저지른다

유영희 작가 지난 일주일 간 뉴스를 장식한 굵직굵직한 사건 중에 내가 꼽은 가장 큰 사건은 한기호 국회의원과 신원식 안보실장의 문자 대화다. 지난 24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해 피해를 발생시켜서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고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문자를 보냈고, 신원식 실장은 긴급대책회의를 했다며 이에 응수하는 내용이다. 국가정보원이 이미 지난 18일 북한군이 러시아에 현재까지 약 3000명 파병됐고 오는 12월까지 1만여 명 파병할 것이라고 밝혔고 22일에는 대통령실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진전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으니 이들 대화는 단순한 사적 대화로 치부될 수 없다. 거기에 26일 뉴스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에 ‘러시아와 북한은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오면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이것은 러시아도 유사시 한반도에 파병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남한과 북한의 대치 상황으로 유도하는 정치인들의 머리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들여다보고 싶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는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 작가다.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43년간 구 소련인으로 살면서 전쟁의 고통을 잘 아는 작가이기도 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한강 작가의 공통점은 여성 작가라는 점과 전쟁과 폭력의 참상을 강렬한 언어로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알렉시에비치는 넌픽션 다큐멘터리를 소설처럼 써서 ‘목소리 소설’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그는 전쟁에 참전했던 여자들,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어린이들 같은 약자의 목소리를 인터뷰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소련 여성 200명을 인터뷰한 기록이고, ‘마지막 목격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현재 벨라루스 지역에 살던 0∼14세 어린이들 101명의 전쟁 목격담이다. 벨라루스는 1941∼1945년 사이 인구의 4분의 1이 죽을 정도로 전쟁의 피해가 극심했던 곳이다.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어린이의 눈이라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꼬마 죠슈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목격자들’에는 죠슈아만큼, 아니 죠슈아보다 더 무기력했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인터뷰는 40여 년이 지나 그 아이들이 42∼58세일 때 한 것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독일군이 엄마 얼굴에 총을 쏜 순간, 독일군이 주민을 생매장하면서 울음소리도 내지 말라고 윽박지르던 모습,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고아들이 죽을 때까지 피를 뽑던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의 기억은 생생하다. 북한이 보내는 소음을 견디지 못한 강화도민이 국감장에 와서 무릎 꿇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난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다고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군인을 보내 북한군을 무찌르자는 발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마지막 목격자들’ 옮긴이의 말처럼, 과거를 잊은 자는 악을 저지른다.

2024-10-27

현지에서 현지인이 현지어로, 3현 주의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본래 ‘3현(現) 주의’라 하면 현장(現場)에서 현물(現物)을 관찰하고 현실(現實)을 인식한 이후에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경영원칙을 일컫는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3현(現) 주의’는 현지(現地)에서, 현지인(現地人)이, 현지어(現地語)로 혁신을 전파하는 해외 혁신 활동의 신념(信念)을 말한다. 10여 년 전 필자가 P사 해외법인에 전파한 혁신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3현(現) 주의’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다. 현지에서 현지인이 현지어로 혁신을 직접 리딩(Leading)한 법인은 ‘일과 혁신이 하나’로 성공적인 혁신이 정착된 것을, 경영층이 시켜서 마지못해 추진했던 법인은 ‘일 따로 혁신 따로’로 무의미한 혁신이 추진되는 것을 보았다. 어느 해외법인에서 혁신을 컨설팅할 때의 일이다. 법인장의 혁신에 대한 의지와 관심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3개월도 안되어 현장은 놀랍게 변모해 갔다. 그러나 어느 날, 혁신팀 직원 한 명이 다른 부서로 옮겨가고 리더 역할을 하던 직원이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법인장은 바로 인력을 보충해 주었지만 혁신은 내리막길로 향하였다. 새로 부임한 혁신 담당자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럴까? 라는 의문이 생겼었다. 필자는 이전팀과 현재팀의 일하는 방식을 비교해보았는데 특징이 아주 다르다는 사실이 파악되었다. 전임 혁신팀장은 시간만 되면 현장의 반장, 주임들과 소통을 많이 하며 공감대를 쌓는 데 초점을 두었고 덕분에 중간 관리자들의 힘을 빌어 순조롭게 혁신 추진을 할 수 있었고, 추진 속도 역시 빠를 수밖에 없었다. 후임 혁신팀장은 현장에서 해야 할 개선 활동을 혁신팀에서 다 하느라 매일 바쁘다 보니 현장과 소통할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 혁신은 혁신팀 혼자서 다 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팀은 혁신 방법론을 가르치고 방향을 설정하고 운영하는 것이며 현장개선은 현장에서 스스로 해야 한다. 현장직원을 움직이려면 현장 관리자의 마음부터 움직여야 한다. 혁신을 시작하여 첫해에 혁신의 단맛을 보고 지금까지 지속해서 혁신을 잘 이어나가는 법인들을 보면, 꾸준히 하나하나 해가면서 그 회사만의 고유한 혁신체계를 만들어 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체계가 잘 표준화되어 있고, 훈련이 잘되어 있으면 경영층 또는 혁신팀이 바뀌어도 절대로 혁신이 무너지지 않는다. 여러 법인을 지도하면서 실패도 해보고 성공의 맛도 보면서 느낀 것은 ‘혁신은 전문가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만 성공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30개가 넘는 P사의 해외법인은 현재 10년이 넘게 QSS혁신을 추진 중이다. 그 중에서 자체 법인만의 체계를 갖추고 혁신 문화가 정착된 법인이 있고, 그렇지 못한 법인이 있다. 혁신의 성공으로 이끌려면 누가 시켜서 하는 혁신이 아니라, 항상 자체 법인에 맞는 혁신의 표준과 체계를 만들어 가야 하며, 자력추진 역량을 가속화 해야 한다. ‘혁신의 성패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 달려있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2024-10-27

‘제18회 청송사과축제’ 가족 중심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도약

윤경희 청송군수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다. 청송군에서 사과는 지역 경제의 중심이며, 그 이상의 상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청송사과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사과부문에서 12년 연속 대상을 받으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사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한 성공은 오랜 노력과 정성의 결실이며, 이를 기념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올해도 ‘제18회 청송사과축제’가 개최된다. 오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청송읍 용전천 현비암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청송사과, 끝없는 비상’을 주제로, 청송사과의 미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청송사과는 맛과 품질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기후 변화와 농업의 어려움,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송군의 열정과 도전이 담겨 있다. 청송군은 기후에 적합한 시나노골드 등 신품종개발, 미래형 과원 조성 등을 통해 기후 변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극복했고, 이를 통해 사과의 품질을 한층 더 높였다. 이러한 노력이 청송사과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과로 만들었으며,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이번 축제는 그 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된 사회 환경을 반영해 축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기획되었다. 이는 이번 축제의 핵심 중 하나로, 청송사과의 매력을 다양한 세대에 알리고자 한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한 온라인 콘텐츠가 강화되었고, 대표 킬러 콘테츠인 ‘꿀잼-사과난타’, ‘도전-사과선별로또’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층의 참여를 유도하며 SNS를 통해 축제의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한 청송사과축제 전용 홈페이지가 새롭게 구축되어, 이를 통해 축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축제 기간뿐만 아니라 연중 상시 방문객과의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청송사과 퍼레이드와 청송사과 꽃줄엮기 전국대회 등 주민들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이 열리며, 청송 골든벨, 사과방망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또한, 축제 기간 동안 청송사과로 만든 요리와 가공품이 전시 및 판매되어 방문객들은 청송사과의 깊은 맛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올해 축제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변화는 가족 중심 콘텐츠의 강화다. 청송군은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가족 단위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였다. 가족사진 인화 서비스, 가족 요리 체험, 가족 마사지법 강의 등 가족이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추가되어, 축제를 방문한 가족들에게 더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청송사과축제는 단순한 축제 이상의 가치를 지닌,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 청송군은 방문객들의 편의도 크게 신경 썼다. 지난해 불편했던 화장실과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식 화장실을 추가하고, 주차 공간을 확장했다. 또한, 부스 운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작년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평가 시스템을 올해도 도입, 운영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려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방문객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공연이다. 연계행사로는 장민호, 김연자 등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헬로콘서트 좋은날’ 개막 공연 및 박지현, 박서진, 박미경 등이 출연하는 ‘세계유교문화축전’이 개최되며, 이밖에도 이찬원, 진해성, 송실장 등이 출연하는 ‘청송문화제 축하공연’과 손태진, 정서주, 우연이 등이 출연하는 ‘사과축제공연’과 김희재, 김다현 등이 초대가수로 출연하는 ‘청송군민 노래자랑’도 개최된다. 이 공연들은 축제의 즐거움을 더욱 배가시켜,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청송사과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청송사과의 명성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이 축제는 청송군이 지역 농업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이며, 이번 축제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올해 청송사과축제는 작년에 비해 많은 혁신적인 변화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특히, 온라인 프로그램 확대와 가족 중심 콘텐츠 강화를 통해 방문객들이 더욱 즐겁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았다. 청송사과축제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니, 군민, 출향인, 관광객 등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

2024-10-27

블랙박스

퇴근을 하던 남편이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저녁상은 본 척 만 척하고 노트북을 찾았다. 회사에 주차해 놓은 차의 앞 범퍼를 누군가 세게 긁어 놓고 갔다며 범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밥도 먹지 않고 메모리 칩을 넣은 노트북에 눈을 주었다. 차에도 남편의 마음에도 꽤나 흠집이 났나보다. 며칠 전 내 차에 문제가 있어 수리를 맡기면서 남편 차를 며칠 타고 다녔다. 혹이나 내가 긁은 건 아닌지 괜히 조마했다. 남편은 회사에 있었던 시간부터 전 날 주차장 영상까지 찾기 시작했다. 범인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지지 않는지 그 전 영상까지 뒤지고 있었다.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기다리던 나는 배가 고파 먼저 밥을 몇 숟갈 떴다. 그 순간 노트북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내 목소리였다. 주차 되어 있던 영상만 보던 남편이 주행하면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는 나의 목소리를 틀어 놓고 듣고 있었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꿀맛 같던 밥알이 돌처럼 딱딱해져 왔다. 까먹고 있었던 전화 내용이 기억났던 것이다. 친구와의 수다는 운전 중 계속 이어졌다. 내 귀에도 들리는 내용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남편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져 갔다. 얼마 전 시아버님이 쓸개 수술을 했다. 공직에 계셨던 아버님은 평소에도 말이 없으셨고 편찮아도 자식들 걱정할까봐 표현도 안 하시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 날은 갑자기 새벽부터 배가 아파 감당을 못하셨고 응급실을 갔는데 보호자를 데려오라고 했단다. 겁이 났는지 장남인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과 새벽에 병원에 가보니 아버님은 혼자 계셨다. 당연히 같이 계실 줄 알았던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아버님이 그렇게 아파 병원을 가는 걸 알았으면서 그 새벽에 혼자 응급실을 보냈다는 게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이 못마땅했던 나는 친구와의 통화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열심히 주고받았다. 남편은 그 통화 내용을 듣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성대모사까지 해가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미 이야기 말했던 내용을 다시 듣게 되니 내가 들어도 좀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전화 내용을 듣고 있는 우리의 표정은 굳어 있는데 전화 속은 남의 이야기에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대고 있었다. 블루투스로 통화를 하다 보니 함께 공감해주며 장단을 쳐 준 친구의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불편한 드라마 한 편을 라디오로 듣고 있는 듯 했다. “아줌마들 모이면 늘 시어머니 욕이구나” 김경아 작가 처음에는 남편도 이해하는 듯 웃으며 넘기는 듯 했다. 하지만 자기 어머니 뿐 아니라 자기 집의 흑역사까지 끄집어내어 하나하나 일러바치듯 끝까지 말하고 있는 아내를 이해해 주기는 힘들었나보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범인도 찾지 못했는데 노트북을 덮어 버렸다. 저녁도 먹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괜히 눈치가 보였다. 사과를 하든 변명을 하든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평소에는 거의 보지도 않던 블랙박스를 갑자기 들고 오리란 걸 상상하지 못했다. 또한 남편의 차라는 생각을 망각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를 한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남편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친구와 나누었던 뒷이야기들이 다 옳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유쾌하지 않을 터인데 어머니 흉내까지 내 가면서 깔깔대는 소리를 직접 다 들었으니 배신감마저 들었을 것 같다. 남편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적절한 추임새를 넣어가며 함께 동참한 친구는 또한 무슨 죄란 말인가. 나의 머릿속은 하얗게 안개가 낀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나온 과거의 잘못까지 다 드러나는 요즘이다. 비밀이란 수줍은 소녀의 얼굴처럼 숨길 수 없는 단어인 것 같다. 시기는 언제일지 모르나 결국에는 다 드러나고 곤욕을 치르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안 하고 살려니 어딘가가 간지러워 비밀스럽게 나눈 우리들의 대화 덕분에 나는 며칠을 남편 비위를 맞추느라 몸과 마음이 분주했다. 남편이 진짜 찾고 싶었던 범인은 나였을까.

2024-10-27

감을 깎으며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상강(霜降)을 지났건만 한낮 기온은 20도를 훌쩍 넘어선다. 그나마 새벽 최저기온이 5도 내외를 넘나드는 것을 위로의 하나로 삼을 뿐이다. 서리 내릴 무렵에 아침이슬이 뻑뻑하게 내리는 시절이니 무엇을 더할 것인가?! 그래도 시절이 변해가는지 동네 안팎의 감나무에 붉은 물감이 짙어지고, 마른 잎이 앞다투어 산들바람 따라 지상으로 하강한다. 엊그제 뒤뜰에 있는 감나무에 달린 홍시를 따러 나섰다가 감나무처럼 늙은 뒷집 할머니와 마주친다. 요즘 귀가 어둡고 눈이 침침하여 심사가 아주 고단한 얼굴이다. 평소 활달하고 성미도 괄괄한 분인데, 말수도 줄고 활동량도 많이 적어진 듯하다. 생로병사의 하나인 노화를 할머니 역시 피하지 못하는 지경이다. 2045년까지 버틴다면 특이점과 대면할 수 있다는데!…. 청도(淸道)를 뒤덮고 있는 다수의 감나무는 쟁반을 닮았다는 이른바 반시(盤67FF)지만, 우리 집 감나무는 종자가 다르다. 탱글탱글하고 미끈한 생김새가 둥글넓적한 반시와는 전연 닮지 않았다. 그래선지 맛도 상당히 다르다. 반시는 달긴 하지만, 깊이가 얕은 달착지근한 맛이다. 하지만 우리 감나무는 맛의 끈기와 깊이가 반시와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다르다. 이사 온 첫해 가을 나는 처음으로 감을 제대로 먹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잘 익은 홍시를 아무리 많이 보아도 한 번도 먹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터였다. 하지만 울안에 감나무가 있고 보니 환경 때문에 감을 먹게 되었고, 급기야 감을 깎아서 말리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언젠가는 1500개 정도의 곶감을 마련한 일도 있었다. 거의 일주일 내내 감을 따서 마루로 옮기고, 등 뒤로 햇볕을 맞으며 온종일 감을 깎고, 베란다에 내걸고 하는 중노동을 솔선했으니 그야말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노릇이었다. 손 통증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 불상사가 생겼지만, 그 뒤부터 나는 감 전도사가 되었다. 그것이 홍시든 반시든 단감이든 말랭이든 곶감이든 간에 감을 예찬하기 시작한 것이다. 농약을 치지 않고, 거름도 주지 않기에 울안의 늙은 감나무의 수확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탄저(炭疽)가 달려들거나, 가을장마가 들라치면 수확 자체가 아예 없는 해도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100여 알의 굵은 열매가 달렸기로, 올해는 오랜만에 곶감을 만들 수 있겠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 감을 몽땅 훔쳐 가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담장도 없는 촌집에서 주인이 출타 중임을 확인하고 단박에 감서리를 감행한 것이었다. 허탈한 기분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는 감이 제법 많이 달린 데다가 병충해도 많지 않다. 상강도 지났으니, 일단 감을 깎아보리라 작심한다. 줄기를 잡아채는 감 따개로 오랜만에 흐뭇한 수확을 하고, 마루에 퍼질러 앉아 감을 깎기 시작한다. 염치없는 모기가 덤벼들어 피를 요구하고, 눈치 없는 파리가 잘 깎은 감에 올라앉아 주인행세를 한다. 저쪽에선 초록색의 사마귀가 위풍당당하게 갈지자걸음이요, 공중에선 노랑나비가 비행 솜씨를 한껏 자랑한다. 푸른 하늘 높이 비행기의 날개 은색으로 빛난다. 가을이 깊어간다!

2024-10-27

여권, ‘民心 수용’이 유일한 위기돌파 해법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주(25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취임 후 처음 대구를 찾았다. 이날 대구 방문을 두고 특별감찰관 추천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보수텃밭 세결집에 나섰다는 말이 나왔다. 친한계에서는 “보수 본진 상륙 작전”이라는 표현도 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여성정치아카데미에 참석해 “저는 여러분이 만든 CEO이고 여러분이 대주주다.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변화와 쇄신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 망한다”고 했다. 당 내분(內紛) 원인이 되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과 관련해선, “11월 15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전에 해결돼야 한다”며 데드라인을 재차 제시했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특별감찰관 추천 진행을 한 대표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대통령실도 한 대표가 연일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를 언급하자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여권내분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국민 대부분은 여권내분의 일차적인 책임이 대통령실에 있다고 본다. ‘10·21면담’에서 한 대표가 요구한 3개 현안을 모두 거부하고, 유치한 수단을 동원해 수모까지 준 것은 누가봐도 잘못됐다. 지금은 대통령실이 현실인식의 틀을 바꾸지 않는 한 여권 내분을 풀 방법이 없다. 대구경북(TK)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최악이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TK지역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31%에서 26%로 5%포인트 하락했다. 전국 지지율은 20%까지 떨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1%만 떠 떨어져도 심각한 레임덕이 온다. 국정표류를 막으려면 윤 대통령이 겸허하게 민심을 받아들이고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 대표도 대통령과 정면으로 싸우면서 현안을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면서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2024-10-27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대구

우정구 논설위원 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문학, 음악, 민속공예, 디자인, 영화, 미디어, 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으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한 도시를 유네스코 지정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시키고 있다. 국내서는 서울(디자인), 부산(영화), 전주(미식) 등 7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대구는 음악 창의도시로 2017년 가입했다. 대구가 음악 창의도시로 지정된 배경은 대구가 보유하고 있는 음악적 역사성과 자산의 우수성 때문이다. 대구는 날뫼북춤과 고산농악과 같은 전통음악이 잘 보존돼 내려오고 있고 근대음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피아노가 낙동강 사문진을 통해 대구에 처음 들어온 역사적 배경이 있다. 우리나라 근대음악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작곡가 현제명과 박태준이 이곳을 무대로 활동했다. 1946년에는 클래식 음악 감상실인 녹향이 이곳에서 문을 열었고 또 6·25 전쟁으로 혼란한 시기에는 전국의 많은 예술인들이 대구로 피난 와 창작활동을 벌인 역사가 있다. 지금도 대구에서는 오페라축제와 뮤지컬 페스티벌이 매년 열리는 등 오페라의 도시, 뮤지컬의 도시로서 국제적 명성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대구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성못에 이색 수상 공연장이 조성될 예정이라 한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수상 공연장은 수성못을 배경으로 이색적이고 특별한 모습으로 지어질 예정이라는데, 객석 1200석 규모로 오페라와 클래식 등 다양한 유형의 공연도 가능하다고 한다. 독특하고 스페셜한 명품 공연장이 수성못에 들어선다면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의 위상에도 잘 맞을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 음악 창의도시 대구시민의 자부심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7

도내서도 럼피스킨병 발생, 방역고삐 죄어야

10월 낮 기온이 26도까지 올라가는 등 예년보다 따뜻한 기온이 이어지면서 가축전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충북 충주와 경기도 여주, 강원도 양구군 등지에서 발생한 제1종 가축전염병인 소 럼피스킨병이 이달 들어 경북 상주에 이어 문경에서도 발병해 방역당국이 비상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상주에 이어 25일에는 문경 소재 한우농장에서도 럼피스킨병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곳 사육 소의 일부가 피부 결절과 식욕저하 및 고열증상을 보인다는 신고에 따라 현장 확인 후 시료를 채취, 검역본부에 의뢰한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것. 이에 따라 경북도는 양성 반응을 받은 소 5마리는 모두 살처분하고 나머지 소에 대해서는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라 한다. 감염된 소가 나올 경우 추가 살처분을 할 계획이다. 소의 럼피스킨병은 주로 모기, 진드기 등 흡혈곤충에 의해 전파된다. 아프리카 토착 전염병으로 알려졌으나 2013년부터는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소가 럼피스킨병에 걸리면 지름 2∼5㎝의 단단한 피부 결절이 생기고 고열과 침을 심하게 흘리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높지 않으나 소의 식욕부진과 젖소의 우유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럼피스킨병의 추가 발생 우려가 높아 보인다고 한다. 문경에서 확인된 럼피스킨병은 경북도내에서는 두 번째 발생이나 전국적으로는 14번째 발생이다. 문경에서 럼피스킨병이 발생하던 날 충청 당진과 강원 인제, 원주에서도 같은 날 동시에 럼피스킨병이 확인됐다고 하니 추가 발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가축전염병 발생이 이어지는 것은 따뜻해진 기후변화 탓도 있으나 밀집된 사육환경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보건당국의 철저한 방역시스템 구축과 가축 농장주의 위생관리 개념도 중요하다. 지난 13일에는 강원도 파천군의 양돈농가에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도 발생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경제적 손실도 만만찮다. 당국은 물론 가축사육 농가의 예방적 방역 노력이 절실하다.

2024-10-27

사실과 소설, 그리고 진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사실(fact)이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나 현재 진행 중인 일을 말한다. 객관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현상이나 사건으로 논쟁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것으로 항상 진실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편향된 저널리즘이 그렇듯, 부분적으로는 사실일지라도 순서나 빈도수, 취사선택 등에 따라서 얼마든지 왜곡이나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허구(fiction)라고 한다. 사실이 아닌,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란 뜻이다. 사실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도 캐릭터들의 구체적인 언행이나 사건의 디테일 등은 작가가 상상으로 꾸며낸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 가진 진실을 보다 절실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실체적 진실에 배치되는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해서 한국문학의 체면을 살렸다. 세계 10위권의 국력과 문화·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여태껏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적잖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을 통해서 정치·사회·문화적 문제를 조명하거나 인간의 보편적 진실을 탐구한 점과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세계적인 공감을 얻거나 영향을 미친 성과 등을 감안해서 주어지는 상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노벨상 수상에 손색이 없는 문학인들을 여럿 꼽을 수 있다. 다만 그동안은 국력이 약한데다 언어적 한계 때문에 세계적인 공감을 얻을 통로가 제한되어 있었다. 한강이란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그의 작품세계나 언행에 대해서는 유감을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역사적인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다분히 편향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민족의 최대 비극은 일제의 식민지배에 이은 분단과 6·25전쟁이다. 동족상잔으로 수백만의 희생자를 낸 6·25전쟁은 김일성의 적화통일 야욕이 일으킨 참극이었다. 그것을 남의 대리전이라고 하는 것은 민족 살상의 원흉인 김일성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제주도 4·3사건이나 광주 5·18사태를 소재로 한 소설도 이념적인 편향성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작가가 목격을 했거나 검증이 되지 않은 유언비어성 소문들을 집중 부각해서 증오와 적개심을 극대화하는 식의 표현은 소설적 픽션을 넘어 사실과 진실의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 4·3사건은 공산주의자들의 반정부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참사였고, 광주 5·18사태도 무장시위대와 진압군의 대치에서 벌어진 비극이었지 양민을 무차별 살육했다는 건 진실이 아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의 작품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것은 좋지만, 그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으로부터 반쪽이나마 나라를 지켜내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이 걸핏하면 양민이나 학살하는 야만적인 나라로 인식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기아와 폭정에 허덕이고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이야말로 민족 최대 비극의 현주소다. 올바른 역사관과 인간애를 가진 작가라면 무엇보다 우선 그것에 남다른 관심과 아픔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24-10-24

금배추 금상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한 차례 가을비가 세찬 바람과 함께 다녀갔다. 기온은 뚝 떨어져 겨울의 기운을 불러오고 온 들판엔 첫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의 절기가 되니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크게 벌어지고 동식물들은 서서히 겨울잠 준비를 하는데 우리도 집집마다 겨우내 먹을 갖가지 김장을 담글 준비를 해야겠다. 그런데 올해는 채소값이 폭등하여 농림수산품 물가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밥상에서 신선한 맛을 풍겨주는 상추는 삼겹살 가격보다 높다고 하니 채소작황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생산자 물가지수는 14개월 연속 상승 중이며 농축산물은 5~9% 선이고 그중에서 배추 시금치 상추 등 채소는 전월 대비 60~8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어 시민들의 장바구니가 불안해진다. 이는 지난 여름의 긴 폭염과 폭우로 인하여 엽채류(葉菜類)가 피해를 많이 입은 탓이고 가뭄과 병충해 확산의 영향도 클 것으로 보여 중장기 측면의 신선식품 수급 방안이 필요하다. 배추는 생육 적정온도가 섭씨18~20도인데 고랭지 채소의 생산량 감소와 재배면적 감소로 배추 한 포기 값이 김장철을 앞두고 1만원 이상으로 급증하여 금(金) 배추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생육 여건이 양호해지고 정부의 비축 및 공급 확대 등으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채소값 폭등의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생산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소비 형태와 유통구조의 변화에도 관련 있고 농촌인구 고령화로 인력 부족도 한몫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곡물과 채소 재배에 대한 지원을 하는 등 농산물 가격 안정에 힘쓰겠다고 한다. 나는 싱싱한 채소를 쌈을 사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시골집 텃밭에 상추와 배추, 쑥갓, 고추 등을 조금 심어 틈만 나면 뜯어와서 알싸한 쌈장에 찍어 먹으며 자연의 맛을 즐긴다. 올해는 더위와 가뭄 탓인지 마음껏 먹지도 못하고 뽑아버린 탓에 마트에서 구입하여 먹는데, 작은 비닐 포장의 상추 2천 원짜리를 사서 재미 삼아 세어보니 싱싱한 잎이 15장 정도, 1장에 백원이 넘는 꼴이다. 또 심지도 않은 들깨가 수돗가에 무성하게 자라서 눈 건강에 좋은 비타민 A가 많고 뼈에 좋은 칼슘이 많다기에 한 주먹씩 잎을 따다 먹었는데 싱싱하지도 않고 벌레가 먹은 듯하여 모두 뽑아버리고 2천원짜리 한 묶음을 사서 보니 깨끗하게 씻은 손바닥만한 깻잎이 40장, 그러니까 한 잎에 50원이다. 생각해 보니 무릎 높이의 들깨 1포기에 동전 20개 정도가 열려있었구나. 주렁주렁 달렸던 청양고추도 100원짜리 동전인 셈이었네…. 요즘 어느 국수 파는 집에는 깻잎찜을 당분간 얹어주지 못한다 하고, 토마토 공급이 반 정도 줄어들어 맥도날드 햄버그에는 토마토를 빼고 무료 음료 쿠폰을 준다고 한다. 여기에 올가을 배추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니 ‘김포족’-김치 담는 것을 포기한 가족이 늘어날 것 같고 어느 마트에서는 ‘1인 하루 1통’으로 한정 판매한다고 하니 채소 대란이 오는 것은 아닌지…. 이제 베란다에도 취미 삼아 손바닥만한 작은 텃밭을 만들어 알뜰하게 채소를 가꾸어 금배추 금상추를 뜯어 먹으려는 도시인의 꿈도 늘어나겠다.

2024-10-24

TK통합에 힘싣는 경북도 사통팔달 교통망

경북도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비하고 통합신공항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사통팔달 교통망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경북도의 계획대로라면 대구경북은 어디에서나 1시간내 교통 접근이 가능한 생활권으로 바뀌게 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준비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은 두 광역권을 연결하는 교통망 확충은 필수적으로 완성해야 할 사업이다. 원활한 교통망 확충 없이는 500만명 광역권을 단일 생활권으로 묶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실제적인 효과를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교통망 확충은 매우 중요하다. 오는 12월 개통되는 전국 최초의 광역권 철도망인 대경선(구미-대구-칠곡-경산)은 이런 의미에서 대구와 경북을 동일 생활권으로 묶는 대표적 케이스다. 출퇴근 시스템의 변화와 생활권 변화가 미칠 경제적 파장에 대한 지역주민의 관심은 벌써부터 크다. 과거를 보더라도 도시의 발달은 교통의 발달과 궤를 같이했다. 철도망의 구축이나 고속도로 개통 등이 도시의 발전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언제나 컸다. 특히 경북도는 군위·의성의 통합신공항과 행정통합이라는 역사적 대사업을 앞두고 있어 교통 인프라 구축과 이것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에 지역민의 기대가 크다. 경북도가 대구경북 단일 생활권을 잇는 대구경북 대순환 철도 계획을 마련한 배경도 이런 데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행정통합에 앞서 먼저 할 일이 대구경북을 연결하는 순환선 철도 구축”이라고 말한 것도, 교통 인프라가 행정통합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경북도가 밝힌 대구경북 대순환 철도는 대구-구미-김천-문경-영주-봉화-울진-포항-영천-대구 구간 총연장 485㎞다. 대경선과 중부내륙철도, 중부권 동서철도 등과 함께 앞으로 경북도민의 중요 교통수단으로 활용된다. 통합신공항, 대경 행정통합, 대순환 철도 구축 등은 결과적으로 소멸위기에 빠진 지방을 살리는 데 최종 목표를 두고 있다. 지방정부의 계속된 분발 노력이 있어야 할 이유이다.

2024-10-24

지방 홀대

우정구 논설위원 매년 국정감사 때가 되면 지방 홀대 문제는 주요 이슈의 하나로 등장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17개 광역시도에서 집행된 RD 예산은 수도권이 34.7%다. 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을 포함하면 62.4%다. 대구 2.9%, 경북 3.4%였고, 비수도권에서 10%가 넘는 곳은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회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 1조원 이상 규모 신도시 조성사업은 53군데로 사업비만 214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도권 사업이 41개, 182조원이다. 비수도권은 12개 사업 32조원에 그쳤다. 국정감사에 지방 홀대 정책이 매년 문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된 적은 거의 없다. 과거의 어느 정부든 국토균형발전을 주요 시책으로 삼지 않은 적은 없으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다. 인구분포만 보더라도 그렇다. 1960년대 우리나라 인구의 20%에 불과하던 수도권 인구가 지금은 절반을 넘었다. 국토면적의 겨우 12%인 수도권에 인구가 쏠리면서 이곳은 주택난, 교통난 등 도시화에 따른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이런 문제가 왜 생겼는지 국회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매번 국감 때마다 지방 홀대 정책을 비판하고 꾸짖고 있으나 말뿐이다. 우리나라 시군구의 46%가 30년 내 사라지고 그중 92%가 비수도권에서 이뤄질 것이란 보고가 새삼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방 홀대가 여전한 줄 알면서도 매번 반복하고 생색만 내는 국회 국감이 올해도 이렇게 막을 내린다고 생각하니 답답할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4

이상득 별세, ‘포항정치의 대명사’로 남을 것

정치거목이자 포항지역 경제 발전을 견인해온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그저께(2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코오롱그룹 사장을 지내다 1988년 영일·울릉 지역구 국회의원(13대)으로 정계에 진출한 후 18대까지 포항남·울릉에서 6선을 하며 국회 운영위원장, 당 정책위의장·사무총장·최고위원, 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지난 2007년 동생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상왕(上王)논란’을 피하기 위해 2009년 8월 정계를 떠나 ‘자원외교’로 국내경제에 이바지했다. 당시 보수정치인 평가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대통령이 안 되었으면 국회의장까지 하실 분”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그는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친숙한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여파로 신음하던 1999년에는 당 정책위의장 자격으로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장들을 두루 만나 국가 신용등급 조정에 큰 기여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직전이었던 1998년 당선인 시절, 국회에서 여야충돌로 금융개혁법 통과가 어려워지자 당시 재정경제위원장이었던 그에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2002년 사무총장 재임시절에는 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위기를 맞자, 박근혜 당시 당대표 영입을 주도했고, ‘천막당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언급한 것처럼, 그는 포항지역 경제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포항지역 주요 건설사업에 그의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영일만항 건설, KTX 포항노선 개설, 동해중부선 개설, 영일만대로 개통 등 그가 아니면 해낼 수 없었던 많은 업적을 남겼다. 포항시 공무원들은 “그가 국회의원이었던 시절 예산을 확보하기가 가장 쉬웠다”고 회고했다.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그의 빈소에는 26일 발인(서울 소망교회)을 앞두고 정·재계 저명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지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겐 ‘영원한 포항의 정치인’이라는 대명사로 남을 것이다.

2024-10-24

교통 SOC 확충은 지방 생존의 문제

임종득 국회의원(국민의힘, 영주·영양·봉화) 지난 20대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경북지역 15대 정책과제를 설정했다. 국가 新발전전략 SOC망을 확충하고, 20년 넘게 멈추어 있던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반영했다.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경북 북부지역과 강원 남부에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비수도권 지역 대부분이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열악한 교통망 개선 사업을 통한 국토균형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답보 상태에 빠져있는 프로젝트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예타를 조건으로 내걸면 계속해서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철도, 도로 등 교통 기간시설은 공급이 수요를 견인하는 특성이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이 계획되던 당시, 강남 구간은 개발되지 않은 논밭이었다. 개통 초기에는 당연히 수요부족에 시달렸지만, 2호선 역 주변 개발이 진행되며 수요가 증가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기반이 된 경부고속도로 건설 역시 얼마나 많은 반대에 부딪혔는가. 지금의 예비타당성조사를 그때도 적용했다면, 아마도 경부고속도로는 결코 건설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구가 적고 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한 지역은 현실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 힘들다. 사회자본 유입이 어려우면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이 지역을 떠나게 되고, 그래서 배후인구가 줄어들면 또 그만큼 예타 통과는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국회에는 특정 SOC 건설에서 예타를 면제하자는 특별법이 여러 개 발의되어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수많은 재정 소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재정 당국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법을 비판하기 전에 왜 이런 특별법이 나오는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SOC 특별법안은 비수도권 지역이 생존을 위해 울부짖는 소리다. 저출산 고령화 가속화로 지방거주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마당이라 현재 예타 제도에서 평가하는 B/C값 중 B가 늘어나는 일은 갈수록 요원해질 것이다. 특히 철도나 고속도로는 초창기부터 막대한 돈을 들여야 하는 사업이라 애초에 B/C값을 높게 받기 어렵다. 하지만 B/C 0.11이었으나 지금은 연간 500만명이 이용하는 KTX 강릉선, B/C 0.39였으나 현재는 역사(驛舍)증축까지 하고 있는 호남고속철도, 양양을 중심으로 동해안 관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서울-양양고속도로 등 경제성 평가만으로는 시작될 수 없었던 사업들이 많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도입되던 1999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수도권 집중화, 양극화는 더 극심해졌고 지방소멸 극복은 국가적 과제가 되어 있다. 지방의 교통 SOC 만큼은 지역이 직면한 현실을 고려해야만 하고, 스스로 발전 의지를 가지고 비전을 제시하는 지역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사업’과 관련해 영천~양구 10개 지방자치단체장이 협의회를 구성했고, 1만5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관련 부처는 애타게 부르짖는 지역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더이상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2024-10-24

나의 삼국유사와 선덕여왕릉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대학원에 다닐 때였으니까 45년 전, 1979년이다. 햇수를 꼽아보니 아득한 세월이다. 한문원전강독 교재가 삼국유사였다. 삼국유사(5권 9편)에는 짧거나 긴 139개의 이야기가 있다. 5명의 학생이 매 주 두 명씩 돌아가면서 원문을 해석해서 읽고 발표하는 식의 수업이었는데 한 사람 당 4~5개 정도의 기사를 선택했는데 나는 주로 여성이 주인공인 기사들을 골랐다. 그 중 하나인 ‘선덕왕지기삼사(善德王知機三事)’는 당에서 보낸 모란꽃씨가 향기가 없으리라는 것, 영묘사의 개구리 우는 것으로 백제군의 침입을 알아차린 일, 당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낭산 남쪽 도리천에 묻으라는 이 세 가지 얘기로 선덕여왕의 지혜로움을 찬탄하는 이야기이다. 선덕여왕과의 첫 인연이었다. 한 학기 수업이 끝날 즈음, 삼국유사를 들고 경주 가서 그 현장을 찾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으나 그때뿐, 삼국유사는 잊혀졌다. 표지가 너덜거리는 낡은 책은 서가 한구석에 틀어박혔다. 석사 후 바로 결혼했고, 몇 년 늦게 박사과정을 했다. 육아와 집안일에 출강에 박사과정은 무척 벅찼다. 박사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자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다. 그저 ‘먹고 자고’가 소망일뿐이었다. 논문 쓰느라 소홀했던 아이들에게 온전히 나를 쏟기로 했으나 무위도식했던 나날이었다. 무료하게 방바닥을 뒹굴던 어느 날 책장 속 낡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삼국유사였다. 벌떡 일어나 책을 꺼내드니 깨알같이 주석을 달아놓은 부분이 펼쳐졌다. 동시에 그 옛날 꿈꾸었던 욕망이 떠올랐다. 아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었네…. 대강 옷 걸쳐입고 그 낡은 책 하나만 달랑 들고 차에 시동 걸어 무작정 경주로 달렸다. 경주에 들어서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대학교 때 답사, 그 후론 온 적이 없었고, 게다가 지금은 혼자다. 막막해서 길가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조수석에 얹혀 같이 온 삼국유사를 펼치니 딱 ‘선덕왕지기삼사(善德王知機三事)’. 그래 여기부터 시작하자. 표지판이 제대로 있었던지 모르겠다. 어찌어찌 사천왕사지 부근까지 갔다. 풀숲을 헤치고 기찻길을 가로 건넜다. 제멋대로 자란 풀이 우거진 조붓한 길옆으로는 키 큰 소나무가 완강히 버티고 있는 무덤들이 으스스했다. 무서움을 이기며 한참을 오르자 저 위 커다랗게 빛나는 왕릉이 보였다. 좁고 컴컴한 소나무숲을 지나서였는지 유난히 밝은 빛이 능 위에 쏟아졌다. 내 기억 속의 선덕여왕릉은 언제나 형광색 연둣빛으로 눈부시다. 선덕여왕릉을 시작으로 2년 넘게 경주에서 삼국유사 현장을 누볐다. 책을 쓰신 일연스님의 걸음걸음에 내 발자국이 닿아서였을까 1996년 경주에 개교하는 위덕대 교수가 되었다. 삼국유사 덕분이라 했더니 남편이 그 낡은 책에 하드양장의 표지를 입혀 삼국유사라고 금박으로 새겨 선물해 주었다. 25년 동안 위덕대에선 ‘경주의 삼국유사 현장기행’ 개발에 매진했다. 선덕여왕을 주제로 한 ‘여왕 코스’를 넣어 숱한 답사객들을 안내했다. 그 옛날 대학원생으로 선덕여왕님을 만났던 내가 지금은 선덕여왕경모회장이 되어 능제를 모시는 초헌관으로 뵙는다. 오는 10월 27일, 17번째 선덕여왕릉제의례가 선덕여왕릉에서 거행된다.

2024-10-23

천장관절의 구조와 허리통증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천장관절은 천골과 장골이 닿는 부분으로 우리가 흔히 골반이 아프다고 표현을 하면 천장관절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위치상으로 봐도 허리뼈 5번 부근이라서 통증이 심한 경우는 디스크로 오인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디스크가 원인인 경우일 수도 있으나 MRI상 디스크가 조금 보인다고 전부 디스크 원인성 요통은 아니다. 영상장비의 발달이 일부 환자에겐 오히려 독이 되는 케이스로 허리 통증의 원인은 다각도로 판단하여 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에게 좀 더 유리하다. 허리와 골반은 엄청나게 많은 인대들과 뼈가 얼기설기 엮여 있고 허리뼈에서부터 나온 신경이 다양하게 분지하면서 이곳저곳을 지나간다. 그곳을 다시 근육이 덮는데 이런 복잡한 구조에서 발생하는 통증을 단지 영상 진단에서 약한 디스크진단이 나왔다고 모든 통증을 디스크 원인성으로 판단하기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최근 미국에선 허리통증의 30% 가량이 천장관절이 원인이라는 논문이 다량 발표 되고 있는 것만 봐도 허리 통증을 단순히 디스크가 원인이라고 보긴 쉽지 않다. 무리 몸을 뼈로만 봤을 때는 머리뼈와 이를 받쳐주는 목뼈 그리고 흉추를 지나 허리뼈와 천골로 오게 되고 말단인 허리뼈와 천골을 지지하는 구조가 흔히 골반이라고 한다. 허리뼈와 골반뼈를 붙여서 지지하는 곳이 허리뼈 밑의 천골과 장골이다, 천골과 장골은 두 뼈만으로는 절대 인체를 지지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부분을 붙여 놓기 위해 인체는 아주 많은 인대들로 결합시켜 놓았고 이 천장관절의 인대로 인한 결합은 인체에서 가장 강력한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강한 천장관절의 인대 자체의 손상은 거의 없다고 보고 만약 손상이 생긴다면 치료도 어렵다고 본다. 실제로 천장관절의 인대는 직접적인 심한 타박으로 손상이 생기지 않으면 심한 손상은 없다고 보면 되지만 부분적으로 약한 손상은 항시 발생하고 이렇게 되면 허리를 지지하는 힘이 약해져 허리의 통증이 발생한다. 약해진 천장관절의 문제는 30대 이후엔 대부분 아픈 쪽의 장골이 후방 회전을 하게 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때 앉아 있는 자세는 장골을 후방회전 시키기 때문에 좋지 않은 자세가 된다. 치료는 천장관절인대 부분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틀어진 허리뼈와 신경뿌리가 나오는 곳 그리고 후관절의 협착이 있는 부위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허리와 골반의 구조는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보자마자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환자의 나이와 통증의 양상 등을 따져서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치료를 하게 된다. 치료를 해 나가면서 마무리가 되지 않는 통증들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구조물을 치료를 하게 되면 대부분은 좋아진다. 천장관절을 튼튼히 하기 위해선 앉아 있을 때는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닌 정자세를 취해 주어야 하고 서 있을 때도 장골이 전방회전 될 수 있게 허리에 힘을 주고 척추를 세운 후 턱을 당긴다. 바른 자세로 걷는 연습을 하고 이게 힘들다 싶으면 관련 근육들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2024-10-23

갑과 을은 가짜가 아닌가

장규열 고문 누가 갑(甲)이고 누가 을(乙)인가.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만들어 갈 때, 우리에게는 늘 만나는 과제가 있다. 업무적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의 관계를 규정할 때는 특별히 그렇다. 갑의 위치에 서면 늘 앞자리에서 명령하고 주장한다. 을로 판명된 이는 늘 뒷자리에서 끌려다니면서 복종한다. 업무의 우선순위나 전문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갑과 을의 관계에 따라 모든 업무의 흐름이 결정된다. 갑을관계는 대개 조직 내외에서 직위, 연령, 경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형성되며,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진다. 갑을로 표현되는 위계 중심의 관계는 전문성과 성실성보다 직위나 명목상의 위치를 우선시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자아낸다. 업무의 전문성보다 갑을관계가 우선시되는 조직에서는 의사결정의 흐름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 갑의 지시나 요구는 을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할 때가 많아 비판적 사고와 업무적 창의성을 억압한다. 을의 입장에서 전문적인 판단이나 실질적인 지식이 있더라도 갑의 의견에 반대하기가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질 높은 논의와 폭넓은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비합리적인 결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생긴다. 갑을관계에 의존하는 업무 문화는 개인의 역량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오직 외형적인 권력관계만을 우선시한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주며 각자의 성과가 적절히 평가되지 못하는 문제를 낳는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판단보다 직위나 명령에 의해 일이 진행되는 경우 결과적으로 회사나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게 된다. 직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갑의 입장만 존중받는다면 을의 실질적 경험이나 전문적 소견은 무시되기 쉽다. 갑을관계는 조직의 안과 밖에서 스트레스를 증대시키고, 건강한 협력문화를 저해한다. 을의 위치에 서면 상급자의 권위에 의해 자신들의 의견이 쉽게 무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건강한 소통과 발전적인 표현의 단절을 가져온다. 서로 존중하기보다 상하관계에서 오는 불균형적인 교류가 일상화되면 조직 내에서 갈등과 긴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업무의 성격이 위계질서에 의해서만 규정될 때 조직에서 성과와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갑만 언제나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다면 공정한 성과 평가나 승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업무적 능력과 실질적 성과보다 갑의 눈에 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문화에서 성실하고 유능한 구성원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된다. 조직 내에서 진정한 리더십의 부재를 초래하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불신과 불만이 커지게 된다. 관습적인 갑을관계에 의존하는 우리의 전통적 업무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환경이 더욱 복잡해지고 전문화되어 가면서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탄탄한 업무역량과 든든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수평적 관계가 요청된다. 성실성과 전문성에 기반한 업무환경은 건강한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직 전체의 성과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한다. 전근대적인 갑을문화를 극복하고 젊고 싱싱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2024-10-23

TK통합, 중앙 권한이양과 재정확보가 핵심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대구시, 경북도 등 4대 기관의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본격 추진되고 있다.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광역의회 통과와 특별법 제정, 국회통과 등의 로드맵도 구체화 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상민 행안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등이 합의한 합의서에는 통합자치단체의 명칭을 대구경북특별시로 정하고,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고 했다. 특별히 국가사무와 재정을 적극 이양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대구경북특별시는 이를 근거로 경제, 산업, 균형발전 등을 총괄 조정 집행하는 기관으로 규정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성공을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정이 험하고 과제도 산적하다. 그러나 그 중 통합의 실제적 효과와 주민 설득의 핵심적 요소를 꼽으라면 중앙정부 권한의 실제적 지방 이양과 재정 확보 방안을 들 수 있다. 중앙정부의 권한 지방이양은 헤일 수 없이 반복된 문제다. 지방소멸과 인구감소를 막고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은 마땅한 일이고 서둘러 추진할 숙제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여론에도 불구, 정부의 권한 이양은 인색했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30년이 됐지만 어느 정부든 말과 실천이 달랐다. 중앙정부의 오랜 관행과 수도권론자의 반발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이다. 대구경북특별시는 지방단위에서 추진되는 국가 행정조직의 대개조 사업이다. 소멸 위기에 몰린 지방의 생존을 건 국가 대개조 사업이란 점에서 반드시 성공적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크게는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걸린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대구경북 통합이 성공해야 타 지역의 행정 통합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철우 지사가 “중앙의 권한 이양과 재정 확보가 대구경북 통합의 관건”이라 언급한 것도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국가를 위한 대개조 사업의 출발점이라 생각하고 정부는 과감한 권한 이양과 지방재정권 확보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2024-10-23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클럽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축구의 인기는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사실 축구와 유명 축구선수는 유럽만이 아닌 남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사람들 열광의 대상이란 게 주지의 사실.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영국 사람들은 축구를 즐기고, 팀을 만들어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지금으로부터 167년 전인 1857년 10월 24일. 잉글랜드에선 아마추어 축구클럽 ‘셰필드 FC’가 만들어진다. 단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클럽’이다. 셰필드 FC가 창단된 해에 우리나라는 조선의 왕 철종이 다스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영국에선 축구클럽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까지 축구팀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셰필드 FC는 국제 축구연맹 창립 100주년이던 2004년 FIFA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다. 클럽 부문에서 훈장을 받은 건 레알 마드리드와 그 팀이 전부였다. ‘지구 위 최고(最古) 축구클럽’이란 상징성을 외부에서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단 후 독립적 활동을 이어가던 셰필드 FC는 셰필드 지역 리그, 요크셔 리그를 거쳐 1982년 노던 카운티 이스트 리그에 편입돼 잉글랜드 축구 리그 내부로 들어간 역사가 있다. 성적은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하지만, 팀에 대한 지역민의 사랑과 관심은 어떤 명문 축구클럽 못지않다고 한다. 팬들의 애정을 얻지 못하는 축구팀은 그 존립을 위협받는다. 감독 선임에 얽힌 불협화음으로 한국 축구와 국가대표 축구팀이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최근 상황이 위태로워 보인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셰필드 FC처럼 167년 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개선책이 시급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23

더 멀어진 尹·韓, 파국으로 가선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간의 ‘10·21 면담’ 후폭풍이 거세다. 어렵게 성사된 자리였지만, 현안에 대한 매듭은 풀지 못하고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회동 후 양측 움직임을 두고, 결별 수순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와의 면담 후 추경호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저녁을 같이했다. 한 대표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탁자 앞에 앉혀놓고 ‘차담’을 한 것과 비교해보면, 추 원내대표를 당 대표보다 우대한 것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한 대표와 친한계는 감정을 자제하지 않았다. 한 대표는 22일 친한계 인사들의 요청으로 만찬회동을 가졌다. 만찬에는 2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한 대표와 친한계가 공식모임을 가진 것은 지난 6일 이후 두 번째다. 한 대표가 본격적인 당내 세력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국민관심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처리에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나면 바로 특검법을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더라도 다음달 안에는 재의결 절차까지 마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재의결 과정에서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 특검법 통과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로서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며 김 여사와 관련한 논란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두 사람의 갈등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흐르면서 여권 전체가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게 됐다. 당정이 서로 불신의 늪에 빠지면 의료공백 사태와 민생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엉킨 실타래를 풀려면, 먼저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포용하면서 정치적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정당 대표는 필연적으로 민심에 민감하다는 것을 윤 대통령이 잘 알지 않는가. 한 대표도 ‘내 길을 가겠다’는 식으로 대처해선 안 된다. 그러다간 둘 다 공멸할 게 뻔하다. 윤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끈기있게 도와주면서 설득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2024-10-23

어두워질 때

배문경 수필가 단조로운 하루다. 밤을 견딘 그들의 하루가 시작되면 어제와 같은 오늘, 큰 변화 없는 하루가 이어진다. 아침에 출근하면, 한 톤 올려 인사를 하고 혈압 맥박 체온을 재며 활력 징후를 확인한다. 식사를 위해 그들은 식당으로 이동한다. 걸어오거나 휠체어를 타거나 침상에 누운 어르신도 있고, 워커바를 밀고 오는 이도 있다. 걷는 것 하나로 삶의 질이 달라진다. 식사가 오면 요양보호사들이 배식을 돕는다. 식사 후 약 드시는 것을 챙기는 것은 내 임무다. 식후 하루 세 번. 아프면 병원에 모시고 가고 다치면 연고를 바르고 드레싱을 해주며 불편한 부분을 살피며 타온 약을 드시게 하는 모든 일이 내 일과이다. 절반은 휠체어가 있어야 이동하고, 걸어도 건강한 걸음은 소수이다. 무엇엔가 의지하고 걷거나 그마저도 못 해 누운 채 하루가 가고 새날이 오기도 한다. 물리치료사와 재활치료를 하기도 하고, 일주일 두세 번 오락으로 즐겁게 해주는 분들이 와서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노래하고 악기로 재밌게 멈춰있던 그들의 공간에 시간의 흐름을 만든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 정해진 시간에 제공되는 식사, 반복되는 요양보호사의 발걸음. 그 속에서 노인들은 깊은 침묵과 마주하며, 시끄러운 음악과 큰 율동으로 즐거움을 주고자 애를 쓰는 그들을 통해 신나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요양원은 어쩌면 죽음에 가까이 다가선 이들이 머무는 마지막 정거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살아있는 시간이 있다. 노인들은 그 시간 속에서 추억을 떠올리고, 남은 인생을 잃어버리지 않길 기도한다. 그나마 기억창고를 잃어버리지 않으면 좋으련만 입원환자의 90%가 치매다. 삶이란 고통과 기쁨이 엮인 직조물 같다.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고, 기쁨 속에서도 삶의 무게를 느낀다던 톨스토이의 말이 떠오르는 공간이다. 요양원의 노인들은 그 직조물의 한 가닥을 마무리 중이다. 그들은 고통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찾고 병마로 인해 몸은 쇠약해지고, 아픈 기억들이 종종 그들을 찾아오지만, 그 속에서도 그들은 아직 살아 있음을 느낀다. 통증 속에서라도 그들은 무언가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가족의 방문이거나 삶이 끝날 때 찾아오는 평온일 수도 있다. 요양원의 한구석, 작은 창가에 앉아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있다. 그녀는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음미하며, 소리 없는 기도를 드린다. 그녀의 기도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며 남은 가족을 위해, 그리고 이제 곧 만나게 될 형제들을 위한 기도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깃들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모든 생명은 끝을 맞이하지만, 그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는 불경 구절이 생각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노인들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어쩌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은 다가오는 끝을 받아들이며, 남은 시간을 차분히 준비한다. 삶의 끝은 결코 허망한 것이 아니며 그들에게 죽음은 하나의 전환점이며, 다음 세계로 향하는 문이기도 하다. 요양원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창문을 바라보며 긴 숨을 내쉰다. 그의 얼굴에는 지난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그 무게는 이제 그에게 두려움이 아니라 평온함이다. 그는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그 사이사이에 놓인 순간들을 살아간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세상을 향한 작은 빛이 남아 있으며 그 빛은 죽음이 아닌, 지금에 대한 감사다. 지금을 노래하는 마음, 지금을 살라는 말이다. 그것은 요양원에서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인들에게는 진정한 진리다. 그들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오늘 하루를 느끼며, 그 속에서 소중한 것들을 찾는다. 기도로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 한 할아버지는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조용히 손을 모은다. 그의 기도는 길지 않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기도는 그의 남은 시간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힘이다. 하루를 마친 그들이 고요히 잠들어 있다.

2024-10-23

경찰관의 수신호에 잘 호응해주시길

나은호 영천署 동부지구대 경위 자동차전용도로를 주행하던 5톤 화물차량 운전석 쪽 앞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 한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 화물차량 운전자의 현명한 대처로 다른 차량과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고, 사고 차량은 2차선 도로 갓길에 정차하게 되었다. 당시 화물차량 적재함에는 약 4톤 정도의 액체비료가 들어 있는 상태여서 사고 차량 이동을 위해서는 보다 큰 견인 차량이 필요했다. 견인 차량이 사고 현장으로 올 때까지 순찰차를 사고 화물차량과 적당한 거리에 정차시켜 경광등 리프트를 작동하고, 경찰관 2명은 신호봉(경광봉)을 위ㆍ아래로 수신호를 하여 사고지점을 통과하는 후행 차량에 도로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미리 알렸다. 2시간 남짓 수신호를 하는 동안 대부분 차량운전자는 경찰관의 수신호에 차량 속도를 낮추어 사고 장소를 안전하게 운행하였지만, 일부 차량운전자는 사고지점에 이르러 더 속도를 내어서 사고 장소를 지나치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분명 신호봉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감속 지시를 하는 경찰관을 충분히 보았을 것이다. 한편, 주취자가 주택가 이면도로 바닥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가서 마침 그곳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에게 다른 길로 갈 것을 안내하니 ‘돌아가면 길이 멀다’며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주취자 보호조치는 인적사항, 주거지, 다친 곳이 있는지, 단순히 주취로 인하여 넘어진 것인지 등을 조사하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려서 다른 길로 갈 것을 당부했지만 요지부동 이었다. 나에게는 당장 불편함이 있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경찰관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활동을 하므로 경찰관의 수신호에 주의를 기울이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 수신호에 잘 호응해주기를 기대해본다.

2024-10-22

올해의 혁신상, 글로벌로 통하는 혁신문화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포스코가 제15회 월드스틸어워즈(WSA·World Steel Awards)에서 ‘올해의 혁신상’, ‘교육과 훈련’, ‘커뮤니케이션프로그램’ 등 3개 부문 수상자가 됐다. 금년 10월, 세계철강협회는 저탄소철강생산, 지속가능성, 전 과정 평가 등 포함 6개 부문으로 나누어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상식이 진행됐다. ‘교육 훈련’ 부문에서‘QSS(Quick Six Sigma)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인정 받았다. 신입사원에서 경영진까지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비능률, 설비, 품질 등의 주제를 다루며, 생산성과 근무 환경의 문제를 찾아 개선할 수 있는 방식을 배운다. 학습 모듈은 철강 생산프로세스의 낭비 제거를 위해 낭비발굴능력과 개선 능력향상을 통한 생산성,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여 세계철강협회 다른 회원사들도 적용할 수 있는 점이 높이 평가 되었다. 불황에도 흑자를 내는 기업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생산방식이 전세계에 통하여 지금도 TPS(Toyota Production System)가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것처럼, 포스코의 QSS(제조현장 낭비제거)활동도 전 세계 철강사는 물론 일반 제조업에도 혁신 방법으로 적용할 수 있다. 국내 철강, 건설, 에너지 등에 적용하여 성공한 기업들이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세계철강협회가 인증 했듯이, 토요타자동차 생산방식에 웨이를 붙이는 것처럼 포스코 혁신도 웨이를 붙일 수 있도록 노력 할 필요가 있다. 생산 프로세스의 낭비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것이 일상화 되고 습관을 넘어 체질화 되어 일상 개선이 문화가 되는 것이 포스코웨이로 가는 길이다. 경영자의 비전 제시와 현재의 모습과 차이를 경영 목표로 세우고 전략과 전술로 비전이 실현되는 기업을 문화로 가는 혁신이라 할 수 있다. 문화 혁신은 조직 내 기존의 가치, 행동 방식, 규범, 관습 등을 개선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문화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기업의 성과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며, 직원들의 동기부여, 창의성, 협력 등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 혁신 문화로 가기 위해서는 첫째, 리더의 강력한 의지다. 변화는 리더십에서 시작되며, 경영진이 먼저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고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둘째, 명확한 비전이다. 조직 전체가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변화의 비전이 필요하다. 변화가 왜 필요한지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한다. 셋째, 구성원의 참여다.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의가 필수다. 변화는 위에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넷째,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구성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개방적이고 투명한 소통이 필요하다. 다섯째, 인센티브시스템이다. 변화된 문화를 실현하는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동기부여 해야 한다.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리더의 의지와 체계적인 운영, 지속적으로 진화될 때 문화혁신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2024-10-22

감빛 회상에 젖어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처럼 여유로운 휴일 오후, 한가로이 고무신을 끌며 뒤뜰과 텃밭 주변을 거닐다가 문득 들려오고 눈길 가는 곳을 응시하게 됐다. 새들의 밀어 같은 재잘거림이 사방에서 들리고, 아직은 푸릇한 감나무 잎새 사이로 조금씩 익어가는 주홍빛 감이 보일 듯 말 듯한 곳에서 몇 마리의 새들이 포르릉 날갯짓하다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홍시가 된 감들을 쪼아대고 있었다. 수년 전부터 그렇게 찾아온 새들이 올해도 용케 찾아와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으니, 반갑기도 하고 기특하게만(?) 여겨졌다. 넌지시 그러한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폰카메라에 담기도 하는 등 내심 회상에 젖어 들기도 했었다. 새들이 날아들며 감홍시를 쪼아대고 들판에서 모이를 찾는 걸 보니 정녕 가을이 깊어 가는가 보다. 불과 한 달 전쯤만 해도 청청하기만 하던 산야의 초목이 누렇게 바래고 들판에서는 황금물결이 일렁이니, 농사력(農事曆)으로는 이 시기에 추수를 마무리하고 겨울맞이를 준비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즉, 단풍이 절정에 이르고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로 접어들어, 낮으로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지만 밤의 기온이 낮아져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무렵이다. 유년시절의 가을은 언제나 감나무에서 시작됐던 것 같다. 고향집과 불과 50여미터 떨어진 할아버지 집 뒤로는 아름드리 감나무 10여 그루가 키재기 하듯 우람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불그스레하게 감나무 잎이 물들어 떨어지면 뒤란에 수북하게 쌓여서 마치 ‘낙엽 이불’처럼 푹신하고 매끄럽기도 했었다. 땔감이 넉넉하지 않으면 감잎을 쓸어 모아 불쏘시개로 쓰기도 하고, 부러진 감나무 가지는 한데 모아 쇠죽을 끓일 때 지피기도 했었다. 그리고 감나무에 올라가서 감을 따는 일은 거의 다 필자가 도맡아 했었는데, 10여미터 감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마을 풍경을 내려다보며 거의 새들만 쪼아먹던 말랑말랑한 주홍빛 홍시를 통째로 입에 삼키는 그 맛은 그 어디에도 비길 수 없었던 것 같다. ‘별처럼 뜬 감꽃이 뒤란에 떨어지면/실에 꿴 감꽃 목걸이 걸고 으쓱이며 들썩이다/어느새 배고파지면 입에 넣던 꽃잎들//암록(暗綠)의 잎새 바람 간간이 불어와도/감꽃은 푸르탱탱 땡감으로 자라나/떫어도 움켜잡으며 비바람을 견뎠지//청록의 감잎들의 불그스레 수런대고/하늘빛 닮아가며 별빛 꿈을 꾸다가/마침내 가지마다 켜지는 주홍빛 선물인가’ ㅡ拙시조 ‘감빛 서정’ 전문 모든 것이 서툴고 어설퍼 야단 맞고 초조해하며 떨떠름하던 땡감 같은 시절이 지나면, 비바람 모진 서리 맞으며 잉태해온 주홍빛 속살이 말랑해져서 연시가 되거나 더욱 단단해져서 건시(곶감)가 되어 특유의 단맛과 빛깔을 띄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땡감마냥 푸르탱탱한 패기와 의욕으로 청년시절을 보내고, 하나씩 털고 버릴 것은 거두고 내면을 채워 숙성의 농밀함으로 익어가는 중장년의 여울에서 감빛 마냥 은은하게 빛나며 먼 하늘을 응시하지 않을까 싶다. 연신 홍시를 쪼아대며 사이좋게 나눠 먹는 새들이 정겹기만 하다.

2024-10-22

윤·한 회동 또 ‘빈손’… 민심이 두렵지 않나

그저께(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회동은 예상대로 아무 성과없이 끝났다. 굳은 얼굴의 윤 대통령 모습과 맞은편에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나란히 앉은 한 대표의 차가운 모습이 회동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 대표는 어제 오전 예정됐던 공개 일정도 취소해, 회동에 대한 실망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회담 후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반영한 최소한의 대화 내용만 공개했다. 한 대표는 면담 후 직접 기자들에게 결과를 브리핑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곧장 귀가했고, 회동 결과는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대신 브리핑했다. 대통령실은 회동과 관련한 사후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회동결과를 공식발표할 만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실장은 브리핑에서 “한 대표가 나빠지고 있는 민심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와 관련한 3가지 해법(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쇄신, 의혹규명 절차 협조), 특별감찰관 임명 진행, ‘여·야·의·정 협의체’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전달했다”고 했다. 그리고 “개혁의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선 이미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고, 대통령실 인사도 ‘확인된 잘못이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20%대 초반 지지율이 말해주듯이, 지금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리스크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전하는 한 대표의 요구사항을 ‘심사숙고해 보겠다’는 정도로는 수용해야 했다. 그래야 당·정이 시간을 두고 민심을 수습할 여지가 생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한층 거세질 야당의 대통령 탄핵 공세에 대처하려면, 당·정 결속을 통해 민심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4-10-22

포항수소제철소 내년 착공, ‘주민동의’가 관건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 최상목 경제부총리 일행이 포항 포스코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포스코그룹의 포항지역 투자규모, 그리고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지원 내용이 공개됐다. 포항시민들로선 수소환원제철소 건설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포스코는 이날 포항지역 주력산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계열사에 대한 투자내용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2030년까지 철강 산업(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등)에 29조원, 이차전지·수소 분야(포항 양극재 생산설비 증설 등)에 28조원, 인프라 분야(에너지사업 강화 등)에 16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향후 5년간 진행될 매머드급 투자규모다. 최 부총리는 이에 대해 “포스코는 신기술을 통해 제철산업을 친환경산업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구조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정부 범부처 투자지원체계를 본격 가동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로선 향후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날개를 단 셈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포스코의 신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국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국채는 탄소중립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이며,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제도적으로도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 추진을 지원해왔다. 해상교통안전진단 면제, 환경영향평가 신속 추진, 매립 기본계획 반영절차 신속 추진을 통해 행정절차 기간을 11개월 단축했다. 이로 인해 수소환원제철소 착공 시기가 내년 6월로 앞당겨지게 됐다. 현재 남은 행정절차는 공유수면 매립허가와 산업단지 계획심의뿐이다. 정부는 지난 2월에는 포스코의 독자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하이렉스)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었다. 하이렉스는 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을 제조하는 공법이다. 포스코는 지난 1월 26일 포항제철소에 하이렉스 사업을 총괄하는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신설했다. 센터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연구하고, 설비 구축과 시험을 담당한다. 오는 2027년까지 시험설비를 준공한 후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현재 고로 8기(포항 3기, 광양 5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고로를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유럽연합(EU)과 미국 주도로 탄소배출 규제안을 강화하고 있어, 포스코가 고로를 탈피하지 못하면 결국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수소환원제철소 건설과 관련해 남은 현안은 부지로 사용될 영일만 공유수면 매립(135만㎡)에 대한 주민동의를 얻는 절차다. 포항지역 사회에서는 현재 세계에서 처음으로 건설되는 수소환원제철소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우려하는 점도 많다. 바다를 매립할 경우 해양환경 생태계가 파괴돼 어민을 비롯한 주민피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스코가 마련한 ‘공유수면 매립 주민설명회’도 어민들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정부와 포스코는 공유수면매립 허가에 앞서 포항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