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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立冬)

등록일 2025-10-15 15:34 게재일 2025-10-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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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별밤-부엉이 화병과 선인장’

냇물이 얼기 전에

세상으로 나갈 때 신을 보시 받은

저 나이키 운동화 잘 씻어놔야지

개털고무신 한 벌 더 장만하고

나머지 너덜너덜한 신발들도 꿰매놔야지

보랏빛 곱던 싸리나무 빗자루 손질도 하고

지붕도 덧대어 눈 내릴 때 대비해야지

더 늦기 전에 마음의 약점 보완하고

상처나 흠집도 메꿔야지

눈이 내려 길이 끊기면 죽을 수 있다 생각하면

그 무엇도 미룰 수 없지

혹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후학(後學)을 위한 궁극(窮極)의 미덕이 무엇인가

설사 죽는다 해도, 마당에서 눈 맞고 죽는다면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설장(雪葬)이라 말하고 싶은데‘

가당치도 않겠지

마음 다잡아 하얗게 잊혀질 것 그 이상의 꿈을 꾸며

장작을 팬다

생애에 걸친 악업을 쪼갠다

아궁이와 굴뚝청소도 한다

그 누구를 위해서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겨울이 온다.

 

……

중구난방, 다방면으로, 무작위로, 치명적으로 인간의 겨울이 온다. 경제적이든, 기후적이든, 인간적이든, 좌와 우에 불구하고, 모든 것을 가리지 않는다. 차라리 얼어 죽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후세에 명징하게 교과서로 남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래도 살아간다.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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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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