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가을철 관절과 순환

등록일 2025-10-15 15:33 게재일 2025-10-16 18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가을이 되면 공기가 건조해지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고 누적이 되면 근육이 점점 굳기 시작한다. 여름 동안 땀을 많이 흘리며 열이 많던 몸은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관절과 주변의 근육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한다.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허리가 묵직하고 오래 앉아 있다 일어날 때 삐걱대는 느낌이 든다. 멀쩡하던 계단 오르내리기가 어느새 힘들고 밤이면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다. 찬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이 시기의 관절통은 단순한 일시적 냉증이 아니라 몸 전체 순환의 경고음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가을철 통증을 한습(寒濕)으로 인한 기혈순환 장애로 본다. 찬 기운이 몸속 깊이 들어오면 혈관이 수축하고 근육이 긴장하면서 통증이 생긴다. 여기에 습기나 노폐물이 더해지면 관절 주위에 딱 달라붙듯 뭉치며 통증이 깊어진다. 특히 허리와 무릎처럼 체중을 많이 받는 부위는 냉기에 취약해 조금만 찬바람이 불어도 뻣뻣하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 관절 안의 윤활이 떨어지고 염증이 반복되면서 퇴행성 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통증을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고 치료하지 않으면 계절이 바뀌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만성 상태가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일시적인 진통제가 아니라 순환을 되살리는 근본 치료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기와 혈이 원활히 돌아야 통증이 풀린다고 본다. 가을철에는 체온이 떨어지면서 기혈의 흐름이 약해지기 때문에 따뜻한 약재를 이용해 해당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고 순환을 시켜주는 약재를 추가하면 도움이 된다. 육계로 따뜻하게 해주고 작약으로 근육을 풀어줄 수 있다. 강활 독활로 관절에 쌓인 습기를 추가로 제거할 수 있다. 이런 약재들을 적절히 배합해서 복용하면 잘 낫지 않는 관절통이 서서히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생활관리도 치료만큼 중요하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관절을 덮는 게 첫 번째다. 얇은 옷 여러 겹을 겹쳐 입고 무릎이나 허리에 핫팩을 붙이는 것도 좋다. 찬바닥에 오래 앉거나 무리하게 쪼그려 앉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아침 운동은 조심해야 한다. 밤새 식은 몸은 근육이 수축돼 있기 때문에 바로 운동을 시작하면 관절에 무리가 간다. 몸을 충분히 데운 후 스트레칭을 하고 걷기나 가벼운 근력운동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저녁에는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하거나 무릎 주변을 온찜질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관절이 뻣뻣해지는 건 단순히 노화의 신호가 아니라 몸이 균형을 잃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을의 관절 관리는 따뜻하게 하고 소통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면 혈류가 살아나고 기운이 원활해지며 통증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결국 관절 건강은 계절의 흐름과 함께 가야 한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무릎과 허리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제때 풀어주는 습관을 들이면 겨울에도 몸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유지된다. 한 번 굳은 관절은 풀기 어렵지만 꾸준히 순환을 지켜주면 다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가을의 냉기가 시작될 때 그걸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을 따뜻하게, 부드럽게, 느리게 돌보는 일이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한방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