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낮엔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우리 몸은 큰 일교차에 적응해야 한다. 이렇게 기온 차가 크고 습도가 달라지는 시기엔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워 감기나 기관지염 알레르기 비염 같은 호흡기 질환이 잦아지고 만성 피로나 잔병치레가 늘어난다. 한의학에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몸의 기운도 달라진다고 본다. 특히 환절기에는 신체의 리듬이 날씨 변화에 적응을 못해 자율신경이 불안정해지고 면역 체계가 약화되면서 평소보다 더 쉽게 호흡기 질환에 걸리고 면역력이 떨어져 피로도 심해진다.
우리 몸의 면역력은 단순히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와 혈이 잘 돌고 장부의 조화가 이루어져 있을 때 몸은 스스로를 지키는 힘을 갖게 된다. 그래서 환절기에는 먼저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운이 약한 사람은 쉽게 피로를 느끼고 혈이 부족하거나 정체된 사람은 두통이나 손발 차가움 근육통 등을 자주 겪게 된다. 운동을 통해 기본적인 기혈 순환을 돕는 것이 첫 번째다. 가벼운 걷기를 매 식사 후 하면 좋고 욕심이 나면 조금 더 힘든 근력운동 혹은 사이클을 타도 좋고 혹은 근육 운동을 해줘도 좋다.
그리고 환절기에는 호흡기 관리가 많이 중요하다. 건조한 공기와 찬 바람에 노출되면 폐의 기운이 약해지고 그로 인해 기침, 가래, 인후통, 비염에 걸리거나 악화된다. 한방에서는 폐가 허약해지면 외부의 사기가 쉽게 침입한다고 보며 이를 막기 위해 폐의 기운을 보하고 체내 수분을 고르게 하는 치료를 한다. 도라지, 맥문동, 오미자 같은 약재는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게 하고 면역 반응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나 비염이 심해지는 환자들에게는 이런 한약과 함께 면역을 높이는 자율신경약침을 병행해주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생활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환절기에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거나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자율신경이 흔들리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면역력은 더 빠르게 떨어진다. 늦게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하기보다는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들이고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땀을 적당히 내어주는 것이 기혈순환과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특히 아침저녁 기온이 낮으니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목과 발목을 따뜻하게 하고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은 한층 강화된다.
결국 가을철 환절기의 건강 관리는 몸의 면역을 올리고 기혈 순환을 강화 시키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바로 잡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단순히 병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몸이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작은 감기나 피로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남들보다 건강하게 환절기를 지나갈 수 있다. 한방 치료와 더불어 올바른 생활 습관을 지켜나간다면 가을철의 큰 일교차도 두려움이 아닌 활력을 주는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