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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가을의 선율에 젖어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산과 들의 빛 어림이 나날이 짙어 가고 있다. 산천의 초목이나 들판의 곡식들이 제 나름의 빛과 색으로 형형색색 물들어가며 가을날이 깊어 가고 있다.청록의 잎새들이 누르스름하게 변조되거나 발그스레하게 물들어가는 풍엽(楓葉)은, 어쩌면 내면의 소리와 울림을 조곤조곤 색조와 빛깔로 풀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빨갛게 타는 듯 일어나는 가을산의 단풍물결은 그리움의 밀어가 꽃불처럼 온 산에 울부짖듯이 활활 번져가는 것이 아닐까?정갈한 햇살이 부서지는 알록달록한 단풍숲에 들면 정말이지 어디선가 꼭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청에 빠질 때가 있다. 노란 은행나무 숲길에서는 꾀꼬리의 고운 목청이 은행잎 마냥 나풀거리며 우짖는 듯하고, 굴참나무숲에서는 길쭉한 갈잎의 서걱거림이 중저음의 첼로소리로 내려앉는 듯하다. 또한 앙증맞은 단풍나무 숲을 거닐면 오색찬란한 재잘거림이 영롱한 별빛 속삭임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낙엽지는 모습은 비올롱의 긴 흐느낌 마냥 처연하기만 하니, 자연은 빛과 색의 조화를 때때로 율(律)과 현(絃)으로 탄주하며 오묘함을 더해주고 있다.그래서일까? 코로나의 와중이지만 다채로운 가을에는 유난히 음악회가 많다. 정기연주회나 음악 발표회, 길거리 음악제, 산사음악회 등의 음악잔치가 지난 10월부터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에 저당 잡힌 갑갑한 일상의 환기구나 탈출구로 여겨 소리와 가락의 흥취에 빠지다 보면, 잠시나마 음악이 주는 선물 같은 평온과 위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굳이 이름난 음악회가 아니더라도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거나 길거리 버스킹 등에 눈과 귀를 열다 보면, 가볍고 편안하게 멜로디에 젖어 들어 손뼉을 치고 어깨를 들썩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음악에는 공감의 흥이 있고 치유의 힘이 있다.지난 주말 교외의 한적한 카페 잔디마당에서 열린 작은음악회는 소박하면서도 정겨웠다. 출연자 중심으로 초청, 진행된 소소한 음악회는, 관객이 출연자가 돼서 준비한 레퍼토리를 발표하고 서로 격려와 응원으로 흥을 돋구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음악 나눔 마당이었다. 가요, 국악, 기타, 색소폰, 하모니카의 선율이 폭포수나 실여울처럼 흐르며 강렬하면서도 잔잔하게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했다. 또한 시월의 마지막 날에 열린 산사음악회는 ‘위드 코로나’를 맞이함(?)인지 지역과 중앙의 인기가수와 탤런트, 작곡가, 연주자 등이 출연해 관객들과 함께 깊어 가는 가을의 낭만을 한껏 즐겼다. 특히 오프닝 공연으로 포항시낭송회 낭송가가 우정 출연해서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지역의 오낙율 시인의 ‘포항 12경’을 차분하고 멋드러지게 낭송해 음악회의 품격을 더하기도 했다.포항시는 철의 선율로 문화도시 기반 조성을 위한 순수예술 진흥 프로젝트(주제 ‘기억의 시작’)로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포항음악제를 개최한다.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향유권 조성과 고급화된 문화 수요에 부응하며 화려한 라인업으로 볼거리, 들을거리가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음악과 함께 코로나의 시름을 털어내며 즐겁고 행복한 가을의 선율에 흠뻑 젖어보면 어떨까?

2021-11-01

국민의힘 ‘운명의 한주’… 원팀정신 보여주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대권 도전을 선언함으로써 내년 대선은 원내 정당을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후보간 4자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은 오늘(2일) 169명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선대위 체제를 출범시켰으며, 국민의힘은 오는 5일 오후 2시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본선에 진출할 당 후보를 선출한다. 여야 모두 이번 주말부터는 대선후보를 확정해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다. 오는 5일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의힘은 ‘운명의 한주’가 시작됐다. 전당대회 투표는 4일까지 진행된다. 당원 투표는 오는 1∼2일 모바일 투표와 3∼4일 ARS 전화 투표 순으로 진행되며, 여론조사는 3∼4일 이틀 동안 전화 면접 방식으로 별도 진행된다. 당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절반씩 반영되며 그 결과는 오는 5일 공개된다. 국민의힘 본경선의 최대 변수는 당원투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 수가 지난 6·11 전당대회 당시 28만명에서 57만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만큼, 신규당원 표심이 경선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규당원의 절반가량이 20∼40대로, 이들의 표심이 최종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선두권을 다투는 윤석열·홍준표 후보가 각종 외부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이내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당원 투표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지금 가장 우려하는 점은 국민의힘 경선이 막판까지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당협위원장 줄 세우기 논란에 이어 당 조직 동원, 공천 협박 공방까지 벌이며 건드려선 안 될 선까지 가는 느낌이다.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유력후보들간의 판세로 인해 남은 기간 흑색 선전과 조직 동원 논란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지금부터라도 국정운영비전과 정책을 유권자에게 선명하게 제시하며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더 이상 네거티브전에 파묻혀서는 안 된다. 최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단 며칠 만이라도 통합의 리더십과 원팀 정신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 호소를 무시한다면 엄청난 경선후유증으로 당 존립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2021-11-01

영남권 메가시티, 실현 가능한 사업부터 시작을

작년 8월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모여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를 결성한 후 처음으로 수도권에 대응할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청사진이 제시됐다. 대구경북연구원 등 4개 연구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메가시티 발전방안 공동연구 결과에 의하면 모두 7개 분야 33개 핵심사업, 111개 세부사업과 36개 단기 대표사업이 제시됐다. 핵심사업으로는 영남권 거점도시 1시간 생활권 조성을 위한 광역철도 및 도로망 구축, 영남권 자연·역사·문화를 활용한 스토리 투어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단기 대표사업으로 영남권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 의료자원 공유 및 연계, 상수원 수질 개선사업 등이 제시돼 있다.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는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만나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어 내기 위해 결성한 모임이다. 수도권에는 인구가 넘쳐나는데 지방은 소멸위기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지역 단위 단체장의 고육지책의 하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음에 따라 지역의 광역단체장이 모여 힘을 모은 것이다.올 7월 미래발전협의회는 권역별 초광역협력사업의 국가 정책화 등 5개항으로 구성된 영남권 상생번영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영남권은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32곳(36%)이 포함된 곳이다. 지방소멸의 위기감이 매우 고조된 곳이다. 전국적으로 매년 10만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방소재 대학들은 심각한 존폐위기에 직면하고 지방의 경제도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비롯한 지방의 경제를 살리는 문제에 대해 등한시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지 않으면 국가의 성장에 짐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개선할 의지도 부족하다.지금 지방은 획기적 투자를 하지 않으면 소멸 속도가 급속히 빨라질 수 있다. 5개 광역단체가 결성한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는 이런 면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할 임무를 띠고 있다. 울산연구원의 말대로 경제공동체를 넘어 수도권 집중을 견제하고 세계적 메가시티를 지향해야 지방도시의 미래가 있다. 청사진 발표를 계기로 대표사업 착수 등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라도 사업을 시작해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구상의 존재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2021-11-01

개나리가 피기까지는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겨울이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봄꽃 이야기를 하려니 너무 성급해 보이기는 하지만, 한 달간 매일 500자를 쓰고 나니 문득 이른 봄에 피는 개나리가 생각난다. 개나리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눈을 준비하고 겨울을 지내고 꽃을 피운다. 개나리뿐 아니라 잎 없이 꽃 먼저 피는 봄꽃은 여름부터 꽃눈을 준비한다.이렇게 긴 겨울을 지내고 꽃이 피는 것을 춘화 현상이라고 한다. 겨울이 가고 일정한 온도가 되면 꽃이 피는데, 온실에서 일찍 그 온도를 맞추어주어도 피지 않는다. 반드시 한두 달을 추위에서 견뎌야 꽃이 핀다.눈치 빠른 독자는 개나리 이야기를 꺼낸 의도를 벌써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500자 쓰기를 겨울 추위에 비유하려고 한다는 것을. 실제로 춘화 현상을 검색하니 고구마 줄기 당기면 고구마가 줄줄이 따라나오는 것처럼 인내하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가르침이 줄을 잇는다.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의미를 부여해서 인간의 가치를 설명하는 일은 별 감흥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오래전 무어나 흄 같은 철학자는 자연의 속성에서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을 자연주의적 오류라고 진작에 비판했다. 겨울을 나야 꽃을 피우는 일부 꽃을 근거로 인간의 고통을 합리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춘화 현상은 이른 봄에 피는 꽃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춘화 원리를 밝힌 라이센코가 무엇을 했는지 알면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지 깨닫게 된다. 라이센코는 구 소련의 식물생리학자인데, 식물의 춘화 처리 원리를 확장하여 모든 생명 현상이 적절한 환경 조건에 의해 개량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인간도 이상적 인간형으로 개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그러나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겨울 추위 같은 단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 유명한 김연아 선수도 어려서부터 눈에 띄게 재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혹독한 훈련을 거치지 않았다면 올림픽 금메달의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교통사고로 왼쪽 팔을 다 절단한 김나윤은 척추를 붙이는 2년간의 재활치료와 피나는 노력 끝에 일반부 피트니스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이렇게까지 유명하고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더도 뭐라도 성과를 내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다음카카오의 브런치에서 작가가 된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정기적으로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이 작가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주 1회라도 꾸준히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러니 이런 훈련과 인내 후에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을 춘화 현상에 비유하는 것을 식상하다고 손사레를 칠 일은 아니다. 이른 봄에 피는 귀여운 개나리도, 정겨운 진달래도, 아름다운 목련도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지난 여름부터 꽃눈을 준비하고 긴 겨울을 난 것처럼 우리의 삶도 꾸준한 단련이 있어야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 달간 매일 500자 쓰기는 겨울 추위처럼 5000자를 쓰기 위한 단련이 될 것이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도 고단한 추위를 견뎌야 한다. 그런데 그 추위만큼은 자꾸 피하고 싶다.

2021-11-01

백스

백스(Vax)는 백신(Vaccine)의 영어 줄임말이다. 이 단어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발간하는 옥스퍼드 랭귀지가 선정한 ‘2021년도 올해의 영어 단어’다.옥스퍼드 랭귀지는 매년 영어권 세계 뉴스에서 수집된 145억개 단어를 훑어 그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분위기를 가장 잘 대변하는 단어를 선정해왔다. 지금까지 셀피(셀카 사진), 베이프(전자담배를 피우다), 기후 위기 등 다양한 단어를 선정했다.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한 단어를 선정하는 대신 ‘전례 없는 올해의 단어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옥스퍼드 랭귀지의 분석에 따르면 백스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올해 9월 기준 1년 전보다 비교했을 때 72배 많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스라는 단어는 1980년대 처음 등장한 단어다. 처음에는 말장난 형식으로만 쓰이던 용어인데, 올해 주류 용어로 급부상했다.피오나 맥퍼슨 옥스퍼드 랭귀지 신조어 수석 편집자는 뉴욕타임즈에 “백신 관련 단어가 모두 증가했지만 백스만큼은 아니었다”며 “짧고 강렬하며 주의를 끄는 단어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모든 조합에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백스는 백신이라는 단어보다 짧기 때문에 기존 단어들과 조합하기 쉽다. 예를 들어 백신 반대론자를 뜻하는 ‘안티 백스’나 백신을 2회 접종한 것을 뜻하는 ‘더블 백스’처럼 다른 단어를 붙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 수 있다.국제 백신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도 줄임말에 백스를 활용한 예다.코로나 팬데믹 시대, 백신이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01

울릉도 죽도(대섬)는 잘 있는가?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지난 10월 8일, 섬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섬 진흥에 관한 국가 정책을 발굴할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섬진흥원이 공식 개원했다. 이 소식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섬이 독도와 함께 울릉군의 부속섬이며 현재 1가구가 거주하는 죽도이다.대나무가 많이 자생하는데서 이름이 유래한 죽도는 대섬, 댓섬이라고 울릉도 주민들에게 불려왔다. 죽도는 저동항으로부터 북동쪽 약 3.8㎞, 울릉도 본섬과 최단 약 1.8㎞ 떨어진 섬이다.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가 2014년 개원한 뒤 이곳에 상주하면서 1년에 3~4차례 죽도를 여러 목적으로 찾는다. 죽도의 유일한 주민 김유곤씨는 더덕밭을 일구는 일, 관광객을 맞이하는 일 등 혼자서 죽도의 만만치 않는 삶을 견뎌내고 있다. 그에게 죽도는 부모님이 삶을 일구셨던 땅이며,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섬이기도 하다. 모든 섬들이 그렇지만 섬 주민의 애환이 죽도에 담겨 있다.우리나라 섬 영상으로는 매우 희귀한 1960년대 울릉도 생활상을 담은 미국인 험프리렌지 영상에는 당시의 죽도 삶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1960년대 죽도에는 4가구 30여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당시의 삶은 밭농사와 함께 소 사육으로 하루를 보냈다. 오르막길이 워낙에 가팔라 죽도 주민이 이고 올라간 송아지는 도축되어서야 죽도를 나올 수 있었다. 축산학과의 한 교수는 진짜 한우고기를 먹으려면 울릉도 특히 죽도에서 키운 한우고기 맛을 보라고 했을 정도로 죽도의 소고기는 일품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죽도에서는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수박과 참외가 경작되었다고 한다. 여름날 울릉도 주민들은 죽도를 찾아 죽도의 수박을 즐기며 섬 생활의 노고를 잊곤 했다.죽도는 원래 대나무와 함께 나무가 무성했다고 한다.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이기도 한 죽도는 지질학적으로 비교적 최근 시기에 형성된 죽도포놀라이트라는 암체로 구성되어 있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죽도의 암질은 울릉도의 삼선암, 공암, 관음도를 구성하는 암질보다 더 최근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또한 독자적인 용암돔으로 고려되고 있다. 심지어 죽도(20만7천801㎡)는 독도(18만7천554㎡)보다 면적이 큰 섬이다. 울릉군의 부속섬 중에서 가장 큰 크기는 생성시기가 가장 젊기 때문에 풍화와 침식의 영향이 적었던 이유로 추정된다.죽도의 지표면은 화산분출에 따른 부석층으로 덮여 있는데, 부석층은 풍화에 약하므로 쉽게 토양층을 형성한다. 부석들의 풍화로 인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었던 나리분지의 원시림처럼 죽도는 대나무와 함께 산림이 무성했으며, 농사에 적합한 조건을 형성하였다. 대나무와 산림이 무성했던 죽도는 일제강점기 대부분 벌목되어 농토로 바뀌었고, 울릉농회의 시험포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현재는 더덕 농사로 이어지고 있다.죽도는 또한 일본이 한국의 독도 영토주권을 반박할 때 등장하는 섬이기도 하다. 일본 외무성은 다케시마 홍보 팸플릿을 통해 한국의 고문헌에 등장하는 우산도가 독도가 아닌 죽도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또한 10월 25일 독도의 날 지정의 계기가 되었던 1900년 10월 25일 대한제국 칙령의 울도군의 부속도서로 언급된 석도가 독도가 아니라 죽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 대응 측면에서도 죽도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 죽도 또한 울릉군의 부속섬으로서 울릉도에 정착한 이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동안 독도만큼은 아니더라도 죽도에 대한 연구와 함께 주민의 삶의 터전으로서 관심이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1960년대 4가구 30여명이 거주하였던 죽도는 이제 1가구만이 거주하며 근근이 유인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물과 전력 그리고 울릉도 본섬과의 왕래가 가장 큰 불편이다. 식수가 나지 않아 빗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력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대체하고 있다. 풍력보다 관리가 편해 죽도 주민이 선호하는 2006년에 준공된 태양광 발전은 판넬의 노후화로 효율이 떨어져 수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다. 다행히 노후된 전기 축전기는 최근 죽도를 다녀간 한 울릉군 의원의 관심으로 해결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비록 해상상태가 좋을 때 유람선이 관광객을 싣고 죽도를 왕래하기도 하지만, 본섬과의 왕래는 여전히 불편하다. 그래서 최근 남해안에 도입되기 시작한 드론을 활용한 택배 배송에 관심이 아주 많다. 유인도로서 죽도가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주민의 입장에서 죽도 섬 발전 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죽도는 본섬인 울릉도 그리고 대한민국 섬의 미래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이다. 지금 죽도가 그리고 대한민국 섬이 긴급 처방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최외곽에서 해양영토를 관리하고 있는 섬 주민의 손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정부 그리고 한국섬진흥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섬 속의 섬인 죽도에 주민이 오랫동안 거주했으면 한다.

2021-10-31

여야 대선후보들의 국토균형발전 공약 아쉽다

송하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전라북도지사)이 지난달 29일 울산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대선 정국에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분권화하고, 지방의 다양성과 창의성, 역동성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국가의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회장의 이날 발언은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지방분권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이와 관련된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해 달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지난 1948년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9차례 바뀌었지만, 지방자치제와 관련된 규정은 손을 대지 않은 채 유지해 왔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이 여야 대선후보들의 공약으로 제시돼 차기 정부에서는 중앙과 지방이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적인 파트너십을 가지는 것이 시대정신에도 맞다. 시도지사협의회가 제안하고 있는 지방분권 개헌의 주요 내용은, 헌법 전문과 제1조에 대한민국이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도 지방정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을 보장해야 하며, 국가의 지역간 균형발전 추진에 대한 책무를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로선 지방분권 개헌문제가 여야 대선후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주요공약으로 내놓은 후보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해 발생하는 지방소멸 어젠다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야 한다.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 대선주자 대부분은 수도권에 거주하기 때문에 지방소멸 위기를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해서 기대를 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수도권 일극주의를 오히려 심화시켰다. 특히 대구·경북은 이 정부 들어 외톨이신세가 되면서 인구가 줄고 현안은 줄줄이 표류해 왔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국토균형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2021-10-31

‘대통령 리더십’ 안 보이는 與野후보

심충택 논설위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대진표 확정이 임박했지만, 당선 후 5년간의 국가비전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정책·공약은 실종됐고, 즉흥적인 ‘아무말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정권교체에 집중해야 할 야당은 후보간 상호비방으로 날 새우고 있다. ‘이사람이 대통령감이다’고 할 만한 리더십을 가진 후보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제·사회·외교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난제가 쌓인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내일(2일) 당 선대위를 가동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후보는 대장동의혹 반박에 집중하며 아직 1호공약조차 내지 못했다. 첫 민생행보에서는 ‘음식점 허가 총량제’라는 급진적인 의제를 내놓으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 후보는 ‘음식점 허가 총량제’ 언급에 대해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고, 불량식품을 먹는 것이 자유가 아니고, 굶어 죽을 자유도 (자유가) 아니듯, 마구 식당을 열어 망하는 것도 자유가 아니다”라는 안타까움에서 표현한 발언이라고 했지만, 관련기사엔 ‘사회주의적 사고가 머리에 가득차 있다’는 댓글이 넘치고 있다.오늘부터 당원투표가 진행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파리떼’ ‘야비하다’와 같은 원색적인 인신공격이 나올 정도로 상호비방전이 과열되고 있다. 경선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일관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위기를 느낀 당 초선의원 35명이 지난주 대선주자들에게 ‘통합의 리더십’, ‘원팀경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초선의원들은 “도가 지나친 공격으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많은 국민께 실망과 우려를 드리고 있다”며 후보들의 자중을 당부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와 캠프인사들간의 상호 인신공격은 뒤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상대를 향한 손가락질과 조롱, 비아냥이 계속되면 정권교체는 물건너 간다. 각 후보와 캠프는 국민들이 등을 돌리기 전에 과열된 경선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한다.국민의힘은 조직과 자금, 여론전 등 모든 면에서 집권당인 민주당과 비교해 보면 경쟁이 되지 않는다. 외부 환경도 좋지 않다.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이재명 후보와 만나 정권재창출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원팀으로 뛰고 있다. 그동안 제3지대에서 조직과 정책을 다져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오늘 대선링에 오른다. 야권통합을 위해 협력해야 할 안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벌써부터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해 가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내 지도자의 리더십이 취약한 국민의힘으로선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에 놓여있다.국민의힘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정책·공약제시다. 지금까지 야당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정책과 공약은 대선후보 공약집에 넣기엔 구체성이 많이 부족하다. 경선 토론회에서 후보들끼리도 서로 지적했지만, 치밀한 준비없이 설익은 정책을 마구 내놓은 경향이 없지 않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지금부터 국정운영을 책임질만한 청사진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으면 대선에서 집권여당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2021-10-31

위드 코로나 시대 개막… 방역 긴장감 풀지 말아야

국민적 기대속에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 체계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작년 첫 코로나로 1년 9개월만이다.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과 국민들의 적극적 호응으로 비교적 빠르게 위드 코로나 시대에 진입해 퍽 다행스럽다. 정부는 오늘부터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한다. 유흥시설을 뺀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도 해제했다. 또 실내체육시설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시설은 접종완료자나 PCR 진단 검사 등 음성확인자만 입장할 수 있는 백신패스제도 시행한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과 일상을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 전환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나 위드 코로나는 시작부터 불안한 조짐이다. 안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가 31일 2천61명이 발생하면서 나흘 연속 2천명대다. 경남 창원 한 병원에서는 1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대부분이 돌파감염으로 추정된다 한다.대구서도 28일 10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100명 안팎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경북에서도 구미 30일 37명 등 도내 곳곳에서 신규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다.우리는 국민 70% 백신접종으로 위드 코로나 체계로 전환하고 있지만 싱가포르 사례를 보면 위드 코로나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싱가포르는 국민의 84%가 접종을 완료하고 위드 코로나 체계로 들어갔으나 하루 5천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위드 코로나 이후 풀린 긴장감이 원인으로 보인다. 우리도 위드 코로나 발표 직후 신규 확진자가 갑자기 느는 것은 긴장감 해이와 무관치 않다. 위드 코로나는 방역과 일상을 함께 하면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마스크를 쓰고 개인이 지켜야 할 수칙을 잘 지키는 책임 있고 절제 있는 생활 자세가 필요하다. 방역당국에 의하면 백신 미접종자는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접종자보다 9.4배나 높다. 반면 백신접종자는 감염되더라도 그 증상이 경증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으로 백신접종률을 높여가야 한다. 일상회복을 위한 조치가 단계적으로 풀려가지만 우리가 긴장의 끈을 놓는다면 언제든 코로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성공적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야겠다.

2021-10-31

주 4일 근무제 논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국가에서는 ‘시에스타’라는 낮잠 자는 풍습이 있다. 무더위 때문에 일 능력이 오르지 않아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저녁까지 일을 하자는 취지의 풍습이다. 풍습이지만 시에스타 시간에는 상점은 물론 관공서도 모두 문을 닫는다. 낮잠 시간은 오후 1∼3시, 2∼4시 등으로 나라마다 조금 다르다.스페인 정부가 세계 최초로 주 4일 근무제 시범운영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기업의 손실은 정부가 보상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시범운영 첫 해는 정부가 기업 손실분 전액을 보상하고, 두 번째 해부터는 지원 범위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주 4일 근무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으나 아직은 큰 흐름은 아니다.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의 근무환경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늘고 맞벌이 부부의 유연근무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또 남자의 육아 휴직도 눈에 띄게 늘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영향으로 아예 영구 재택근무를 채택하는 기업도 생겨났다고 한다.대선을 앞두고 주 4일 근무제가 논란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주 4일 근무제를 꺼내 들자 야당 대표는 “굉장히 성급하며, 경제적으로 무지한 소리”란 비판을 가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도 아직은 현실에 맞지 않는 시기상조의 정책이라 거부 입장을 보이는 데가 많았다.주 52시간 근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영세기업 근로자 입장에선 너무 앞서간 정책으로 오히려 휴일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현실성 없는 정책이란 반응도 있다. 주 4일 근무제가 젊은이의 로망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청년실업난이 거듭되는 한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31

선비문화 마을, 덕동 숲

윤영대수필가 지난주 포항문화원의 경북선비아카데미 12강좌가 끝났다. 격조 높은 강의를 들으며 포항지역의 선비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경북지역은 유학의 발상지이자 중심지로 낙동강을 맥으로 삼아 상·중·하로 구분되어 포항지역은 대구 구미 선산과 더불어 낙중학(洛中學)으로 교육의 맥을 이어온 곳이라, 선비정신이 은은하게 배어있고 자취도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알고 그 정신적 향기를 맡아보고 싶어졌다.비 온 후 맑은 가을하늘 아래 기계면을 지나 기북면으로 들어가니 과수원엔 탐스런 사과들이 태양을 닮고 있었고 잠시 후 오덕리 덕동숲에 닿았다. 이 숲은 풍수적으로 조성한 수구막이 숲으로 2006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였고 소담스러운 전통마을을 품고 있다. 입구 노송숲에 ‘덕동국민학교 교적비’가 눈에 띈다. 30년 전 폐교했다는 자리에는 전통문화체험관이 널찍하게 들어서 있다. 코로나로 방문객이 드문 관내를 돌아보며 볼거리느낌 집, 배움나눔 집, 잠자는 집과 다도와 공예체험실 등을 기웃거리다 뒤뜰로 오면 정겨운 장독대가 옹기종기 놓여 있었다.덕동민속전시관 앞에 주차하고 보니 덕연관(德淵館)은 닫혀있고 노부부가 낙엽을 쓸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이 여주 이씨 후손인 듯해서 인사를 했더니 전시관 주인으로 이 마을의 고문서 등을 보존하고 있다며, 이제는 마을에 맡겼다고 아쉬운 듯 뒤돌아본다. 앞에는 ‘제4호 기록사랑마을’의 커다란 표석이 보이고 덕연구곡 비석도 있다. 삼기(三奇) 구곡(九曲) 팔경(八景)을 메모하여 둘러보기로 했다.먼저 용계정(龍溪亭)으로 내려갔다. 임진왜란 당시 북평사를 지낸 농포 정문부 선생의 별장으로 이조 말엽 서원철폐에도 용케 화를 면하고 좁은 용계천 바위 벼랑에 서서 맞은편 연어대(鳶魚臺)를 내려다보며 늠름하다. 맑은 개울가 합류대에서 조약돌 하나를 주워 만지작거리며 올라오니 세덕사 터에 수백년 된 와향(臥香)이 세월의 무게를 업고기는 듯한 모습이 신기하다.조용한 골목길을 올라가면 애은당(愛隱堂) 고택이다. 기왓장을 쌓은 입구로 들어가 봤더니 인적이 없어 ‘ㅁ’자 모양이라는 상류층 고택을 살펴보지 못하고 나와 여연당(與然堂)으로 갔다. 정문부가 사위인 이강에게 양도했다는 가옥이다. 자연석 기단 위 툇마루에 마침 노인이 앉아있기에 현판 글씨가 아름다워 허락을 얻고 찍었다. 바로 옆이 사우정(四友亭) 고택, 정면 7칸 ‘一’자 형의 납도리집 사랑채는 긴 마루에 나란히 앉아 담소했을 네 명의 친구들이 그려지고, 담 붙은 근대한옥의 태고와(太古窩) 마루에 잠시 앉았다가 앞길의 덕계서당으로 갔다. 전통건축 중에 서당이 흔치 않아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곳 강의재(講義齋)에 앉아 시 한 수 읊고 싶은 마음을 안고 강둑 길 지나 와룡암으로 갔더니 넓은 반석 위로 깨끗한 개울물이 계절을 씻고 있었다.되돌아오는 길, 섬솔밭으로 들어가 연잎이 고요히 들어찬 호산지당 옆 회나무 우물 ‘회정’에 입도 적셔보고, 이 나라에 군자의 덕을 갖춘 진정한 선비가 나와 국가를 이끌기를 염원하며 구령대 앞에 서니 선비들의 삶을 느낀 오늘의 나들이가 마음에 찬다.

2021-10-31

대마 주산지 안동, 국가 헴프 산업 전초기지되다

권영세안동시장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미소년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 연못만 바라보다가 빠져 죽고 말았고, 그 자리엔 수선화가 피어났다. 수선화(narcissus) 향기의 마취 성분에 연유하여 마약을 뜻하는 영어 단어 ‘narcotics’가 유래했다고 한다. 마약은 의학이 발달하기 전 고대부터 고통을 억제하는 민간 요법으로 사용돼왔다. 기원전 3000여 년전 수메르인들이 아편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고, 기원전 1500여 년전 파피루스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있다.동양에서는 기원전 2727년 중국 최초 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에 대마 씨앗을 치료에 사용한 기록이 있고, 삼국지에는 화타가 대마로 마취해 수술했는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도 대마가 오장의 기가 부족할 때, 정신을 맑게 하고 딸꾹질, 타박상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최근 우리나라에서 수 백년간 삼베옷의 원료로 이용해온 대마가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대마 속 유용한 물질이 의약 원료 등으로 활발히 사용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마라고 알려진 대마초(마리화나)는 대마의 꽃이나 잎에서 추출된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라는 환각 성분을 이유로 역사적으로 숱한 사회적 이슈를 생성하며 부정적 시각을 고착화해왔다.이와 구별하여 ‘헴프’는 대마 속 환각 성분인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가 0.3% 미만인 대마식물과 그 추출물을 의미한다. 헴프에는 CBD(칸나비디올)라는 천연 성분이 있어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간질 발작을 조절하며 정신질환과 중독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아뇌전증, 치매, 파킨슨병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미 캐나다, 미국, 영국, 호주 등 50여개 국가에서는 의료용 목적으로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칸나비디올(CBD)은 이미 하나의 새로운 산업 분야로서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어어나가고 있다. 미국 그랜드 뷰 리서치(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7년 전세계 대마 시장 규모는 약 150억 달러(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에 이어 대마 산업으로 자금이 몰리며 ‘그린러시’라 불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마초 합법화 공약과 함께 기대감을 모으던 지난해 12월, WHO 권고를 받아들인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60년 만에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는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국내에서도 대마 활용을 위한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2020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는 대마 주산지인 안동 일대를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 자유특구에 지정했다. 이로써, ‘마약’은 곧 ‘범죄’라는 사회통념과 마약류관리법 등에 막혀 70여 년 동안 시도조차 못한 대마를 활용한 산업화의 문이 비로소 열리게 됐다.안동시 임하면과 풍산읍 일대의 헴프특구에는 2021년까지 약 38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특구사업에는 (재)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한국콜마(주), (주)유한건강생활, 교촌에프앤비(주), (주)우경정보기술 등 21개의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안동 대마 재배지에는 최신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팜이 조성됐고, 앞으로 6개 기업에서 약 20톤의 헴프를 재배해 총 62kg의 CBD(칸나비디올)를 추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료의약품 제조와 전주기 이력관리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실증사업을 추진한다.헴프 활용을 위한 모든 실증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공정 전주기에 대한 표준 방식이 도출되면 이를 근거로, 마약류관리법도 개정될 전망이다. 안동시는 헴프 실증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대한민국 헴프 산업을 견인해나갈 수 있도록 관련 기관, 기업과 협력하고 행·재정적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이번 특구 사업으로 30여 개 기업이 안동에 유치되면 신규고용 70여 명과 함께 수출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대형 공장이나 중견 기업이 없는 안동으로서는 청년 일자리 마련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수백년간 옷감으로 활용되며 명맥을 이어온 대마가 바이오 신기술을 만나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면서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고령화, 인구감소에 시달리는 지역 경제에도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1-10-31

직지(直指)

해가 뜨기 전 직지사로 향했다. 두 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거리라 새벽부터 서둘렀다. 어느 절이나 산사를 제대로 보려면 방문객이 적은 시간에 가야 고즈넉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 차를 세우니 서늘한 아침 공기만 일주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직지’라는 절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 설이다. 지난해 이맘때 즈음, 구미의 도리사를 찾았더니 산책로 끝에 전망대에 오르니 아도화상이 태조산에 절을 짓고 난 후 황악산을 손가락으로 똑바로 가리키며 저곳에도 좋은 절터가 있다 하여 직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한 가지이다. 또 다른 설은 능여가 절터를 잴 때 자를 쓰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측량한 데서 붙여졌다 한다.가람 배치가 다른 절과 좀 다르다. 오래된 향기가 물씬한 대웅전의 문살도 도톰했다. 거기다 꽃 문살이 아닌 반듯한 격자무늬다. 담백한 맛이 ‘나는 직지다’ 하는 듯했다. 마침 찾아간 시간이 예불 드리는 시간인지 전각마다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우렁차다. 절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염불 소리로 말해주었다. 스님이 나무아미타불 선창하면 무릎 꿇고 앉은 신도들이 관세음보살 맞받는 것 같다. 골짜기 가득 목탁 소리로 가득 찼다. 직지사에서 처음 느낀 절 분위기다.그보다 더 눈에 뜨이는 차이는 탑이 많다는 점이다. 보통은 일 금당 이 탑 형태이다. 불국사의 대웅전 앞에 다보탑과 석가탑이 자리한 모양처럼. 처음 직지사가 세워질 때는 오층목탑이었다는데 지금은 대웅전 앞에 두 개의 삼층탑이 나란히 섰고, 비로전 앞에도 삼층탑이 성보 박물관인 청풍료 뒤에도 삼층석탑이 있다.신라 초기 눌지왕 2년 아도 화상이 터를 잡을 때 만든 오층목탑은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머리 깎고 출가한 절이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전각들과 함께 불태워졌다. 지금의 네 개의 탑은 제 고향을 떠나 이곳으로 터전을 옮겨왔다. 경북 문경군 산북면 옛 절터인 도천사에 쓰러져 있던 석탑 세 기는 1974년 이곳 직지사로 옮겨 복원되었다. 첫 집에서는 나란히 서 있었으나 직지사의 형편에 따라 떨어지게 됐다. 나머지 하나는 구미시 선산읍의 강락사 옛터에 무너져 있던 것을 선산 군청 앞마당으로 옮겼다가 다시 1980년 10월 이곳으로 옮겨 복원하였다. 원래 직지사가 낳은 탑은 없다. 다 데려온 자식인데도 늠름한 모습을 잃지 않도록 돌보고 있는 것을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님이 세 자녀를 다 키워 첫 딸은 시집 보내고 두 아들은 도시로 유학을 보낸 그즈음, 시동생이 어린 조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집안 어른들이 모여 아이를 누가 돌볼 것인가에 대해 논하였지만, 선뜻 맡겠다는 이가 없었다 한다. 그걸 어머님이 품으셨다.새로 이사 온 곳이 낯설어 오줌을 싸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이제는 육아를 벗어났다 싶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또다시 초등학교에 가는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고 학부모가 되어 담임과 상담도 여러 번이었다. 낳은 자식들과 다르게 자꾸만 어긋나가는 아이를 중학생이 될 때까지 돌보셨다. 대학 등록금도 모아서 따로 불러 주시는 걸 본 적도 있다. 지금은 결혼해 아들을 낳아 일가를 이루었다고 명절에 시댁을 찾아오곤 한다.데려온 자식을 내 자식처럼 키우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내가 두 아들을 키우면서 더 깊이 깨달았다. 어진 어머니의 속이 녹아내리는 시간이 쌓인 세월이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다들 백수를 사는 인생인데 어머님은 암 투병을 하시다 여든 번째 생일을 하늘나라에서 맞으셨다.직지를 말 그대로 해석하면 바르게 가리킨다는 뜻이다. 어머님이 며느리인 내게 말이 아닌 몸으로 가리킨 것은 바르게 살라는 것이다. 시집와 25년을 살면서 내게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하신 적이 없다. 그저 몸소 앞서 걸어가셨다. 부족한 것뿐인 며느리지만 데려온 자식도 내 자식이다 ‘직지’ 하셨다. 옮겨온 곳에 당당하게 자리 잡은 삼층탑 앞에서 두 손을 모아 어머니를 기린다. /김순희(수필가)

2021-10-31

디지털 디톡스

영어의 블랙아웃(black out)은 정전, 기절, 필름이 끊김 등 여러 경우로 사용되는 단어다. 본래 뜻은 눈앞이 캄캄할 때를 가리키나 우리나라는 대정전이란 말로 표현한다.블랙아웃으로 국가가 큰 소동을 빚은 사례는 2017년 8월 15일 대만의 블랙아웃이 유명하다. 대만 최대 액화천연가스발전소가 멈춰 서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이다.전지역의 64%에 해당하는 828만 가구가 정전이 됐다. 교통신호등 작동이 중단돼 교통대란이 빚어졌고 산업시설 일부도 멈췄다. 때마침 여름철 폭염 중이라 많은 주민이 냉방시설을 가동못해 무더위에 고역을 치러야 했다. 대만의 블랙아웃은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공급 능력이 떨어진 게 근본 원인으로 드러나 탈원전 정책 후퇴의 계기가 됐다고도 한다.디지털 블랙아웃은 디지털 기기들의 작동이 중단되면서 통신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말한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 우리 일상생활 어느 곳에도 정보통신 기술이 침투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모든 사물들이 정보통신 기술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초연결사회다. 스마트폰 등 유무선 통신은 물론 간단한 검색이나 신용카드 결제, 증권거래, 교통서비스 등 어느 하나 디지털과 무관한 게 없다.지난 25일 발생한 Kt의 통신 장애는 이런 초연결사회의 취약한 구조를 일깨우게 한 좋은 사례다. 비록 40분 동안이지만 인터넷 사용이 중단되고, 식당과 상점 등에서는 카드 결제가 안 돼 불편을 겪어야 했다.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기기 속에 묻혀 사는 현대인에게 전자기기로부터 벗어나 심신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우리도 모르게 빠져든 초연결사회 속에서 한번쯤 일탈하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0-28

함께 가면 멀리 간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 넓은 대륙에서 빨리 가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나. 멀리 가려면 함께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말일게다.요즘 국민의힘 윤석열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 벌어지는 대선 경선판 선두다툼은 ‘함께 가자’는 윤석열 전 총장과 ‘혼자라도 빨리’ 가려는 홍준표 후보의 싸움으로 읽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는 전·현직 의원과 당협위원장 영입에 힘쓰면서 당심에서 우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에 맞선 홍준표 의원 측은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발언 파문 등 연이은 실수에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또 윤 캠프에 합류하는 의원들을 “한 물간 정치인” “구태 정치인”, 심지어 “파리떼”라는 표현까지 들며 맹비난하고 있다. 당심에서 크게 열세인 홍 의원 입장에서는 전·현직 의원들의 윤 캠프행을 폄하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당심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데는 홍 의원 자신의 ‘정치적 부덕’이 바탕에 깔려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에 대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남의 말을 경청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평가한다. 그렇다해도 홍 의원이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하는 의원들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것은 사실 ‘내부총질’이요, 해당행위에 가깝다. 정당정치란 게 뜻이 같고 목표가 같은 사람들끼리 정당을 만들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쟁취하고, 그 뜻을 펼치는 것 아닌가. 만약 홍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파리떼’의원들을 모두 내치고, 자신과 함께 한 정치인들과만 대선캠프를 꾸릴 것인가. 그래서야 여야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대선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미우나고우나 모두가 원팀으로 캠프를 꾸려 정권교체에 나서야 할 사람들이다. 마치 다시 안보겠다는 듯 막말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정치란 게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도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생각이 달라도 나와 그가 생각이 다를 뿐이지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들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고 해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현재 윤 전 총장 캠프에는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현역의원 30여명이 합류했으나, 홍 의원 캠프에는 조경태, 하영제 의원 둘 뿐이다. TV토론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7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합동 TV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두 번의 당대표, 두 번의 지사, 5선 의원 등 눈부신 경력에도 불구하고 홍 후보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한다. 저는 정치 초심자인데 많은 분들이 (제 캠프에) 온다. 왜 홍 후보 캠프에는 동료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적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나는 26년 동안 단 한번도 계파의 졸개가 돼 본적이 없다”며 자신의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은 계파정치를 배격했기 때문이라고 비껴갔다. 누구든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2021-10-28

경북 공공배달앱, 소비자 불만소리 경청해야

지난 9월 출시한 경북 공공배달앱인 먹깨비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공공배달앱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소상공인을 위해 지원해주는 배달앱이다.경북은 ‘먹깨비’, 대구는 ‘대구로’ 등의 이름으로 출시해 민간배달앱과 경쟁을 벌인다. 경북도내는 포항과 김천 등 11개 시군이 참여하는 먹깨비가 지난 9월 첫 영업에 들어갔다. 자치단체의 지원으로 가맹점 입장에서는 광고비 부담이 없고 중개·결제수수료가 1.5∼3% 수준으로 낮다. 동종업계 1위를 달리는 업체와 비교했을 때 15% 정도의 이익보전이 가능하다.특히 지역상생 상품권 사용이 가능해 소비자도 최대 10% 할인된 가격에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국민지원금의 온라인 결제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이런 점 때문에 먹깨비는 오픈 하룻만에 신규 가입자가 9천700명에 달했고, 주문 건수도 4천여건에 이르러 대박 조짐을 보였다. 현재까지 먹깨비에 등록된 가맹점은 7천240곳, 누적 주문건수는 11만9천건, 누적 회원수는 8만2천여명이 된다. 초기 영업으로는 비교적 성공적 입지를 확보한 셈이다.그러나 본지 취재에 따르면 앱 출시 이후 한달여동안 지역커뮤니티에는 먹깨비를 이용한 소비자의 불만이 담긴 댓글들이 지속 게재되고 있다고 한다. “앱의 네트워크 연결이 불안하다” “음식 주문하려고 해도 결제창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등이다. 또 먹깨비의 일부 가맹점에서는 민간배달앱보다 더 비싼 배달료를 받아 이용자의 불만을 샀다.비대면 시대 소상공인을 위한 공공배달앱이지만 소상공인과 이용자의 적극적 호응이 없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초기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을 호기로 삼아 공공배달앱을 안정적 기반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소비자는 이익이 없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 공공배달앱을 통한 혜택을 항상 느낄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 경북도 공공배달앱은 앞으로 가맹점수를 늘려야 하고 사업영역 확장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소비자와 소통하고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공앱으로 거듭나야 출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2021-10-28

포항 대규모 葬事시설 건립, 주민설득이 과제

포항시의 현안인 종합장사(葬事)시설 부지 선정을 위한 공모절차가 조만간 진행된다고 한다. 포항시는 이번 주 내 공모를 해서 후보지역이 결정되면 엄격한 부지타당성 조사용역을 외부기관에 맡길 예정이다. 현재 공모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2~3군데 있지만, 최신시설을 갖춘 대규모 종합장사시설을 마련하려면 좀 더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민간업체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사시설 공모에는 시설유치를 원하는 마을 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신청하는 케이스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와 관련해 포항시의 대대적인 홍보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포항시 종합장사시설 건립은 지난 2019년 6월 시민공청회에 이어 2020년 2월 ‘포항시 종합장사시설 설치조례’가 공포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포항시립화장장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41년 만들어져 국내 화장장 중 가장 오래됐고 시설도 낙후됐다. 포항시가 지난 2019년 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7.4%가 ‘포항시립화장장을 이용하면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대부분 ‘시설협소 및 노후화’를 꼽았다.포항 종합장사시설은 오는 2025년 12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약 10만평의 부지 중 20%는 장사시설을 건립하고, 나머지 80%는 시민휴식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장사시설에는 8기의 화장시설과 봉안시설(2만구), 자연장지(3만300㎡), 장례식장, 편의시설 등이 들어선다. 포항시가 장사시설을 유치되는 지역에는 마을발전 등에 필요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지만, 장사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여전하다. 과거 매장을 위주로 해 온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화장 장묘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가족구성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화장률이 90%에 육박하고 있다는 최근 통계도 있다. 그러나 경북도를 비롯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화장시설이 부족해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포항시도 오래전부터 새로운 화장장 부지를 물색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포항시가 시민여론을 호의적으로 형성해서 애초 계획한 대로 전국최고의 장묘문화공원을 조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10-28

‘깐부 정치’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요즘 ‘깐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영화 ‘오징어게임’에서 나오는 ‘깐부’라는 단어가 주는 친근감 때문이다.필자도 어려서 구슬치기, 딱지치기, 말타기 등의 놀이를 하면서 같은 편 친구를 ‘깜보’라고 부르던 기억이 난다.깐부는 깐보, 깜보, 깜부 등 여러 가지 변형되어 지역마다 다르게 불리운다.깐부의 어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다.영어의 ‘콤보(combo)’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늘 밖에서 같이 뛰어놀아 가무잡잡해진 친구를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라는 설은 1986년 나온 까무잡잡한 장두이 주연의 ‘깜보’라는 영화에서 설명되기도 했다.혹시 일본이나 중국이 자기네 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 근거는 중국의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중국어 발음 ‘꽌보’나 일본어 발음 ‘깐보(かんぽう)’가 변해서 생긴 말이라는 설이 뒷받침 한다. 일본어 지분을 가르키는 ‘카부(株)’가 어원이라는 설까지 등장한다.어원이 무엇이든 간에, 재미있는 것은 ‘깐부치킨’이라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오징어게임’ 이후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깐부치킨 창업자가 어릴 때 고향에서 쓰던 말을 한번 써본 건데 ‘오징어게임’으로 대박을 친 것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오징어게임’ 영화에서 주역의 한 명으로 활약한 배우 오영수가 깐부치킨 광고모델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오영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깐부치킨 광고모델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한 이유에 대해 “‘깐부’는 ‘오징어 게임’의 주제에 가까운 단어”이며 영화 중에서 인간관계에서의 신뢰와 배신 등등이 함축된 단어인데 광고에서 이 깐부를 직접 언급하면 작품에서 연기한 장면의 의미가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되어 고사했다고 한다.광고모델은 곧 큰 수입을 의미하는데 광고모델이 되기 위해 애쓰는 연예계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예술을 존중하는 그런 모습이 남다르게 느껴진다.그렇게 ‘깐부’는 소중한 단어이고 영화 속에서 “우리는 깐부잖아. 깐부끼리는 니꺼 내꺼가 없는 거야.”라고 대화가 오고간다.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깐부정치’를 생각하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 간의 거친 말로 상대를 연일 공격하고 있다. 아직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야당의 예비후보들도 토론회에서 상대를 험한 말로 공격하는 게 다반사이다.최근 정치권에서도 깐부라는 말이 등장해 화제다. 야당의 어느 예비주자는 “우리 깐부 아닌가요? 치열한 경쟁은 하되 품격 있게, 동지임을 잊지 맙시다”라 했다고 한다.또 여당의 원내대표도 “오늘부터 우리 모두는 깐부, 네것 내것 없고 네편 내편도 없다, 우리만이 있을 뿐”이라고 맞장구를 쳤다.참 좋은 말이고 멋진 발언이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가 ‘깐부 정치’를 한다면 얼마나 멋있을까?CNN TV에 비추어진 정치 선진국의 국회의 청문회나 토론회를 보면 상대를 존중하면서 정제된 언어로 토론을 하는 ‘깐부정치’를 종종 보게 된다.험한 말과 인신 공격으로 점철된 한국정치에서 ‘깐부정치’를 언제쯤 보게 될까?

2021-10-28

소통과 ‘쇼통’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난 21일, 누리호 발사를 앞둔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실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긴장을 하며 발사준비에 신중을 기하고 있던 통제실에 난데없이 이벤트기획사 직원들이 뛰어다니며 방송 중계를 위한 무대를 설치하느라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소란을 피웠다는 것이다. 김정숙 여사를 대동한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에 나타나 누리호 발사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하기 위해 생긴 일이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의 성명 발표 뒷배경이 허전하자 기획 책임자가 누리호 발사를 담당해 온 과학기술자들을 뒤에 ‘병풍’으로 동원하기까지 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물론 현장을 지휘한 사람은 이벤트의 달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었다고 한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주요 사안은 언론에 직접 브리핑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그 약속은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 그 대신 ‘쇼통’이란 신개념의 정책(?)을 펼친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국민들과 직접 토론이나 기자회견 등으로 소통하는 대신 마치 쇼(show)를 하듯 일방적으로 보여주기 이벤트를 연출하는 걸 비꼬는 말이 ‘쇼통’이란 신조어다. 그런 전시행정이란 집권자의 치적이나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기 마련이다.보여주기 이벤트는 이른바 ‘감성팔이’로 효과를 극대화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판문점 도보다리 이벤트였다. 가설된 나무다리를 남과 북의 정상이 다정하게 걷는 장면은 많은 국민들에게 벅찬 감격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북한이 당장이라도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서서 남북통일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 같은 환상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벤트였다.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는 노벨평화상을 거론할 정도로 고공행진이었다.하지만 김정은의 처지와 속내를 짐작하는 사람들은 ‘4·27 공동선언문’ 따위는 허울 좋은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예상한 대로 핵무장을 더욱 강화하는 근본적인 정책 노선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쇼통의 또 한 가지 전략은 ‘숟가락 얹기’라고 한다. 워낙에 내 놓을 만한 업적이 없을 경우 남이 이룬 성과에 편승해서라도 낯을 내보려는 수작을 말한다. 지난번 굳이 가지 않아도 될 미국 방문을 하면서 요즘 한창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대동한 것이 바로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얼마나 국제무대에서의 존재감에 자신이 없었으면 연예인들을 동원해서 체면을 살려보려는 생각을 했을까.문 정권 초기에는 탁현민이라는 이벤트 전문가를 기용해서 ‘쇼통’의 정책으로 상당한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상식이 있는 국민들은 그것이 자화자찬의 홍보 외에는 실익이 없는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눈치 채기 시작했다. 쇼는 쇼일 뿐 현실이 아니다. 쇼가 주는 감동의 효과는 현실에 부닥치면 사그라진다. 그리고 그런 이벤트는 거듭할수록 효과가 줄어들기 마련이다.소통 대신 ‘쇼통’으로 대통령 임기를 다한다면 우리는 그를 ‘쇼통령’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2021-10-28

일과 삶이 섞이면 욕심이 된다

장규열한동대 교수 대선후보의 아내가 일을 냈다. 배우자의 큰 선거를 돕겠다는 그의 진정을 모르지 않는다. 일을 통해 습득한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경쟁후보의 심리상태를 진단하고 발설하였다. 이를 두고 논란이 있는 가운데 후보자 본인이 아내의 편을 들고 나섰다. 나라의 내일과 국민의 일상이 주제가 되어야 할 자리에 부적절한 주장들이 춤을 추고 있다.필자의 아내가 심리상담전문인이다. 내담자들을 맞아 상담하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듣고 함께 치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배우자인 필자는 아내가 누구를 만나는지 그들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아내가 지키려는 직업윤리는, 내담자와 반드시 직접상담을 통해 상태를 신중하게 확인하고 그 결과를 절대로 외부에 발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의 안팎을 본인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차단한다. 그런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확인되어야 내담자나 환우는 전문인과 의료인을 믿고 본인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적절한 치유의 과정을 지나게 된다. 만나지도 않았는데 전문인이 임상적 판단을 한다거나 혹 상담을 했더라도 그 내용과 결과가 외부에 공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교육현장에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학생들을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만나지만 그들의 학업과 진로 등에 관하여 다른 사람과는 나누지 않는다. 사람을 대상으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공유하는 자기절제가 성립하는 셈이다. 일의 소위를 나만 간직해야 한다. 대상이 되는 사람이 지극히 민감하게 여길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전문인에게 있다.대상이 사람이 아니어도 실은 마찬가지다. 일을 통해 알게 된 정보는 그 일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공적으로 습득한 내부정보를 사익을 위해 외부에서 사용할 때 이해의 충돌이 발생하고 직권남용 등의 부적절한 처사가 일어난다. 일을 맡은 내부자가 정보를 외부에 빼돌려 발생하는 권한의 오남용 사례들도 본인의 일을 일로만 지켜야 하는 책임을 벗어날 때 벌어진다. 그와 유사한 의혹이 쌓일 때 시중에 떠도는 범죄혐의의 가능성에까지 나아가게 된다.전문인의 직업윤리는 사회가 질서 있고 조화롭게 굴러가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전문인이 지켜야 할 윤리규범을 어길 때 그 직종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무너지고 만다. 일터에서 획득한 정보는 그곳에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공적정보가 사적으로 사용되어 불공정과 비상식이 난무하게 되면, 사회적 정의와 공적 신뢰는 사라지고 만다. 상식과 공정으로 운영되어야 할 사회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굴러가는 정글이 되고 말지 않을까. 사욕의 그늘이 일에도 미쳐 일은 일대로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터이다.직업인의 일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당신에게 그 일이 맡겨진 까닭에 성실해야 한다. 일의 소위를 밖으로 내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은 잘 해야 하지만, 동시에 잘 지켜야 한다. 일을 지켜야 사회가 산다.

2021-10-27

공공기관 추가 이전…소문난 잔치로 끝나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이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26일 안동에서 열린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기와 관련 기자 질문에 “대선국면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김 총리는 박람회 개막식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신설되는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비수도권에 설치되도록 하겠다”며 “정부가 관계법령 개정을 위해 노력 중”이라 밝혔다.지난달 국회 대정부 답변의 김 총리 발언과 안동 발언 사이에는 뉘앙스 면에서 차이가 난다. 국회에서 그는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만나면 공공기관 2차 이전 문제는 어느 정도 큰 가닥을 잡을 것이고, 연내 큰 틀의 방향이 잡힐 것”이라 했다. 당시 발언으로 보아 공공기관 2차 이전이 곧 구체화될 듯 보였다.그러나 안동 발언을 보면 현 정부 내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관련 앞으로 정부의 구체적 윤곽이 나와야겠지만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기대해 왔던 지방의 입장에서는 김 총리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추진이 어렵다”는 말에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는 문 대통령 대선공약으로 정부여당이 줄곧 이전에 대한 기대감을 줬기 때문이다. 2018년 9월 더불어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122개를 옮기겠다”고 공언까지 한 일이다. 그러던 것이 차일피일 밀리면서 지금 와서 “현 정부 임기 내 힘들 것 같다”는 식으로 끝내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정책 신뢰추락의 문제다. 물론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역 간 형평성 등 수반되는 문제가 많다. 또 정부가 신설 공공기관을 원칙적으로 비수도권에 설치하겠다는 기준을 만들고, 초광역 협력을 국가전략으로 삼아 국토균형발전 문제 해소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것으로 지방을 설득할 수는 없다.국토면적 12%인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몰려 살고 매년 10만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심각한 상황이다. 쪼그라드는 지방을 정부가 방치해도 안 되지만 미적거릴 것도 아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소문난 잔치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2021-10-27

공공와이파이 5G시대

공공와이파이가 LTE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던 것이 5G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돼 약 4배 더 빨라지게 됐다.공공와이파이는 정부, 지자체, 통신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가리킨다. 이번에 5G로 업그레이드되는 공공와이파이는 버스 공공와이파이다.올해 100대 규모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버스 2만9천대에서 5G 기반 공공와이파이가 제공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버스 공공와이파이 5G 시범서비스 개통식’을 열고,‘5G 백홀’을 적용해 기존 LTE 기반 서비스(최대 100Mbps)의 4배 수준인 최대 400Mbps로 속도를 높였다고 했다. 백홀은 상위 기간망과 이동통신 기지국 주변부 하위망을 연결해 와이파이 속도를 향상해주는 전송망이다. 이번 시범서비스는 올해 말까지 전국의 버스 100대에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서비스 안정성과 통신품질, 이용자들의 와이파이 사용유형 등을 점검하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전국 버스 와이파이 2만9천100대에 단계적으로 5G 백홀을 적용해 국민의 공공 와이파이 체감 품질을 개선할 예정이다.또 내년부터 도서관과 보건소, 공원 등 전국 공공장소 1만6천 곳에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한다. 와이파이 속도 개선을 위해 단계적으로 차세대 ‘와이파이6E’ 기술도 도입하고, 프로스포츠 경기장과 버스정류장 등 밀집도가 높은 공공장소 400여 곳에는 5G 28㎓ 무선백홀과 10기가 인터넷 백홀 기반 와이파이를 시범구축키로 했다.이처럼 공공 와이파이망에 5G서비스가 본격 적용되면 한국인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누리는 디지털 포용 강국으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27

아이들 급식반찬에 중국산도 있다니 충격적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이 그저께(26일) 외국산 콩·녹두를 콩나물과 숙주나물로 재배해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속이고 학교급식업체에 대량으로 납품한 업체 3곳을 적발했다. 국산 농산물 검사기관인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이날 성주군에 위치한 한 콩나물 업체를 불시에 조사했더니, 중국, 캐나다 등 외국산 콩나물 콩과 녹두가 가득 쌓여 있었으며, 다른 창고에는 원재료가 국산이라고 적힌 포장 박스가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이 업체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외국산 콩과 녹두를 키워 콩나물과 숙주나물로 생산한 뒤 100% 국내산이라고 속이고 학교 급식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청도군과 경산시에 있는 2곳의 식품업체들도 같은 혐의로 적발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콩나물과 숙주나물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육안으로 외국산인지, 국내산인지를 식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리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산 콩과 녹두 가격은 국내산에 비해 절반이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 이들 업체들은 수입한 콩과 녹두의 거래내용을 폐기하고, 국내산 원료 구입 내역만 보관하는 등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단속을 피해 왔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달 중순 일부 업체에서 수입산 콩나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학교급식에 납품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으며, 부정유통이 의심스러운 업체를 사전에 선정해 점검하는 방식으로 기획단속을 펼쳤다.이들 업체가 생산한 콩나물과 숙주는 대구와 경북, 전북 지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450여 곳에 급식용으로 공급됐다. 그동안 공급된 물량이 171t, 시가로는 3억 원이 넘는다니 충격적이다. 유치원과 학교급식은 아이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균형있고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변형이 없는 친환경 음식재료를 공급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특히 콩나물과 숙주 같은 채소는 반찬이나 비빔밥, 국 등에 들어가는 급식 반찬의 단골 재료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번에 적발된 업체 외에도 외국산 저질 식자재를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로 둔갑시켜 급식 음식재료로 공급하는 업체가 없는지 철저하게 단속하길 바란다.

2021-10-27

기어가도 옳은 길을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전자제품 수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정직하게 일하는데 좀처럼 돈이 벌리지 않았다. 친구가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손님이 수리를 맡기면 고치지 않아도 될 것까지 수리하여 비용을 배로 챙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잉수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고객들이 발길을 돌려버렸다. 그는 크게 뉘우치고 다시 양심적으로 가게 운영을 하였다. 세월이 흘러 신뢰가 쌓이게 되고 돌아섰던 고객들이 다시 돌아와서 크게 성공하게 되었다. 성공의 비결을 묻자 ‘정직과 신뢰’라고 했다.자공이 공자에게 나라를 잘 다스리는 법을 물었다. 공자는 먹을 것이 풍족하고 군사를 넉넉히 두면 백성이 나라를 믿을 것이라고 했다. 자공이 또 묻기를 그 중에서 하나씩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하느냐고 했다. 하나씩 버려야 한다면 첫째는 군사요, 둘째는 먹을 것이요, 끝까지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백성들 간의 믿음이라 했다. 국방, 경제가 든든하다 하더라도 백성들 간에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허물어지는 것은 하루아침이라는 것이었다.대장동사건으로 연일 세상이 뒤끓는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차치하고서라도 배분과 관련하여 경제정의는 아님이 분명하다. 작은 것을 투자하여 상식 밖의 큰 이익을 챙겨가는 것과 상상하기 힘든 퇴직금은 경제정의와 거리가 멀고 국민들 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불의한 방법으로 많이 벌기 보다는 적게 벌더라도 정직하고 정의롭게 버는 것이 우선이다.성경 잠언 16:8에 “적은 소득이 공의를 겸하면 많은 소득이 불의를 겸한 것보다 낫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하여 과연 그 엄청난 소득이 단 한 건이라도 불의하지 않고 한 점 부끄럼 없는 공의로운 소득이었을까? 대선의 과정에서 보이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가 승리하기 위해서 같은 편 끼리도 불의를 행한다. 나라의 지도자가 될 사람으로 부끄럽지 않은가? 우리 역시 성공을 위하여 불의한 방법을 반칙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는가? 우리 사회가 반칙이 난무하고, 반칙이 일상이 되고, 반칙이 통용되는 것을 방치하면 우리 사회는 반칙사회가 되고 결국은 정의를 믿고 사는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져서 파국을 불러온다. 우리는 지금 경제와 국방은 어느 정도 든든한 편이다. 다만 국민들 간에 신뢰는 바닥이지 않을까? 어거스틴은 “잘못된 길에서 달려가는 것보다 옳은 길에서 기어가는 것이 낫다”고 하였다. 기어가더라도 옳은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

2021-10-27

청하하다

배문경수필가 청하에 내렸다. 도로변에 차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섰다. 시장 안쪽을 보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다. 청하(淸河)가 ‘공진’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태어나면서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 ‘갯마을 차차차’라는 순한 드라마 덕분이다. 억 소리 나는 액션도 대단한 기획 의도도 없는 요즘 보기 드문 소박한 드라마다. 포항 근교 어촌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사랑과 조연으로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정을 나누는 에피소드가 모여 따뜻하게 마음을 덥혀준다.청하라는 지명은 육청에서 유래하여 ‘맑은 시냇물’ 때문에 지었다는 설이 있다. 시냇물은 삶을 거스르지 않고 순하게 흘러 바다에 몸을 맡기고, 그 냇물을 곁에서 보고 자란 사람들은 저절로 순하게 됐다. 그래서 드라마처럼 순박하고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우리의 마음에 맑고 시원한 물 한 잔처럼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청’하면 치아 사이에 말이 동굴을 빠져나가고 ‘하’소리에 온몸의 나쁜 기운도 덩달아 모두 밖으로 배출하는 모양새다. 고여 있던 마음이든 소리이든 한꺼번에 넓은 바다로 몰려나가 저 넓은 대양이 되는 것이다.그런 청하라서 파도 소리도 순하다. 호미곶에 한 번 부딪힌 물결이 밀려와 은은하고 정다운 파도가 되어 모래펄을 훑고 사라락 부서진다. 파도를 응시한 바위 위 갈매기들은 퍼덕거리는 날갯짓으로 파도와 동무가 된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찬란히 빛나는 모래를 안으러 왔단다.’ 어릴 적 아이들과 손을 잡고 두 패로 나뉘어 왔다 갔다 하다간 틈을 봐서 상대를 잡아당기던, 아련한 추억처럼 파도는 가볍게 밀려와 모래펄 앞에서 나지막한 더미에 몸을 내맡긴다.청하는 바람 소리 또한 착하다. 아름다운 관송전 숲을 통과한 바람은 푸른빛으로 가슴을 쓸어안는다. 아름드리 숲은 청하중학교와 기청산 수목원을 감싸고 있다. 마을 어디에서도 숲을 지나는 바람을 만날 수 있다. 나무와 꽃이 사시사철 피고, 다양한 새들이 향기에 취해 날아오고 매미와 잠자리, 벌 나비가 수시로 넘나드니 사람과 숲이 동고동락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엔 해가 걸리고 달과 별이 걸린다. 잠자는 시간에도 어둠 속을 지키느라 나무와 별은 밤새 호위무사가 된다.착하고 순한 사람은 얼굴에 ‘나 착함’이라고 새겨져 있다. 내겐 삼십여 년을 함께 사는 순한 어른이 계신다. 시어머님이시다. 쉰 중반에 남편을 여의고 큰아들 가족과 지금껏 함께 산다. 오래전 기사 식당을 했던 솜씨로 만드는 음식은 예사롭지 않다. 더러 이웃에게 김치라도 나눠주면 어머님 솜씨 덕분에 내가 인사말을 늘어지게 듣기도 한다.그 지극정성을 먹고 자란 손자 손녀 셋이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낸다. 현관문을 열면서 “할머니, 할머니” 외치는 아이들에겐 어미는 없고 할머니만 있다. 음식을 오물오물 맛나게 먹으며 눈을 반짝인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반찬이 제일 맛있어.” 그 말에 힘이 나신다는 어머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챙기느라 하루가 부족하다. 오늘도 식탁 앞에서 막내는 갓 만든 김치를 맛보며 엄지 척을 한다.이젠 칠순을 넘은 몸으로도 가족을 건사해주시는 모습에서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낄 때가 많다. 따뜻하고 정성들인 음식은 밖에 나가서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란 착한 두드림이다. 힘내 살라고 말보다 몸으로 늘 응원해주시니 그 순한 눈빛에서 힘을 받는다. 이젠 좀 편히 쉬시라고 해도 그 일을 관둘 수 없다는 어머님의 얼굴이 ‘청하’하다.맵지 않고 순한 드라마를 보다가 멋지고 황홀한 배경을 보면 어머님을 모시고 간혹 여행을 떠난다. 그곳을 찾아가서 배우가 연기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나도 어머니도 주인공의 순한 몸짓을 흉내 내어 본다. 우린 그 순간 그 누구나가 될 수 있으니까.코로나로 답답한 나를 밖으로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코스모스를 흔드는 바람과 이제 막 머리부터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나무가 떨어뜨리는 잎새. 여행은 한쪽으로만 쏠려가는 나를 일으켜 세워 눈이 깊은 사람이 되게 한다. 10월, 아직 햇살이 눈부시다. 한나절 청하에서 홍반장이 되고 윤혜진이 되어본다.

2021-10-27

배롱나무, 너를 보며 붉은 차 한잔을

누구나 한 번쯤 열정을 불태우고 싶을 때가 있다. 붉게 타오르는 마음을 일으켜 무엇을, 모든 것을, 더 많은 것을 이루려 두 주먹 꽉 잡는다. 마음과 달리 팍팍한 오늘 하루를 살다 심장의 박동이 느려지고 현실과 자주 타협한다. 뜨겁던 마음이 재처럼 사그라질 때, 배롱나무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배롱나무를 쓰다듬으면 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배롱나무를 만지면 간지럼을 타듯 흔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나무의 수피는 상처가 났다가 아물어 딱지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피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생각과 다르게 나무는 매끈하고 부드러워 자꾸 만져보고 싶을 정도다.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고 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제아무리 예쁘고 향기로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짧은 시간 동안 제 할 일을 다 하고 떨어지고 만다. 예쁜 꽃은 예쁘게 피워 사람의 발길을 들게 하고, 향기로운 꽃은 나름의 향기를 뿜어 나비와 벌이 찾게 한다. 배롱나무는 붉은 정열을 타고 나지 않았을까. 며칠도 아니고 백일동안 붉은 꽃을 피워 사람을 끌어당기니 말이다. 옛 선비들은 뜰에 배롱나무를 심어놓고 수시로 가까이했다. 다른 나무와 다르게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어 그 붉은 꽃의 정열을 삶에서 배우고 싶어서이다. 배롱나무는 주로 서원의 뜰이나 성인들이 살았던 마당 한쪽에서 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신선계를 상징하기도 한다.해마다 여름이면 습관처럼 찾는 곳이 있다. 안동 병산서원에 피어난 배롱나무꽃을 보기 위해서다. 배롱나무의 꽃이 내 눈에 든 지가 수십 년이 되었지만, 병산서원의 배롱나무는 잊을 수가 없다. 봄이면 파릇한 기운으로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푸른 물결로 출렁이고 붉은 꽃망울이 흔들렸지. 가을이면 저다운 색깔로 익어가는 것을.서원의 복례문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유생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늘과 땅의 진리를 해독하고자 숱한 날을 공부에 정진하고 가끔은 배롱나무 곁에서 시 한 수 읊고 마음의 영역을 넓혔을 것이다. 천자문을 읽을 줄 안다고 세상을 다 깨우친 것이 아니듯 삶을 학문만으로 다 여물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마음을 풀어놓으니 걸음마저 느릿해진다. 이순혜​​​​​​​수필가 백일동안 피고 지기를 마친 배롱나무를 다시 보러 갔다. 병산서원이 아닌 경주시 현곡면 용담정이다. 숲길이 아담하고 가파르지 않아 두어 시간 나들이로 제격이다. 이곳은 동학의 발생지이며 천도교의 성지다. 용담정 마루에 앉아 오감을 열어놓고 배롱나무를 멍하니 바라본다. 고요가 깊어지면 마음 한 곳에서 부싯돌이 일어 뜨거운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산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맞잡고 용담교를 건너 작은 폭포를 휘감아 내게로 온다. 점점 더 크게 요동하며 지난여름에 붉게 꽃피운 배롱나무에 닿는다. 다음 꽃을 더 붉고 정열로 피우고자 배롱나무를 붙든다.성삼문 ‘백일홍’지난 저녁 꽃 한 송이 떨어지고오늘 아침에 한 송이 피어서서로 백일을 바라보니너를 대하여 좋게 한잔하리라숲길을 돌아 한적한 카페에 머문다.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다. 창밖에는 배롱나무 가지가 가을바람에 살랑거린다. 지난여름 뙤약볕에 백일동안 붉은 꽃을 피운 나무는 이제 내 찻잔에 들었는가, 그동안 식어버린 정열을 다시 불태우리라.

2021-10-27

어느 파독 간호사의 메시지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극과 극인 계절을 경험하는 10월이다. 30℃를 훌쩍 넘는 가을 폭염(暴炎)에서 도로 결빙 주의를 알리는 가을 한파주의보까지! 폭염에서 한파까지는 단지 며칠에 불과했다. 2021년 10월을 경험한 사람에게 여름과 겨울 사이의 시간을 묻는다면, 그들은 며칠이라고 말할 것이다.가을 장마, 가을 폭염, 가을 한파!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러운 것이 없다. 사람 사는 사회가 혼돈의 극치일 때도 자연만큼은 철을 지켰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 않다. 분명 자연은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메시지의 핵심은 “지구, 자연, 생태, 환경, 사람, 공생, 나눔, 배려” 등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기만 할 뿐 실천은 늘 남의 일이다.그래도 이 사회가 유지되는 이유는 자연의 메시지를 실천하는 자연의 품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험과 코로나로 흉흉한 학교와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난주 ‘기계면 현내2리’에서 있었던 살아있는 교과서 밖 위인(偉人)의 선행 실천기를 전한다.주인공은 마을 경로당이 낡은 것을 보고 기꺼이 큰 기부를 한 파독 간호사 1세대 ‘도자야’여사다. 다음은 1965년 2월에 독일로 건너간 도자야 여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독일에 간 이유?) 당시 한국 경제와 집안 사정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파독 간호사 모집에 주저하지 않고 지원했습니다. 외화를 벌어오면 나라와 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독일 생활에서 힘들었던 점은?) 외국이다 보니 너무 생소했습니다. 일단 언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가장 지독한 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었습니다. 먼저 생활이 맞지 않았고, 문화도 생소해서 적응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외국인이 저희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독일이 제2의 고향이지만, 그 당시는 몇 번이나 집에 오고 싶었고 울며불며 가족을 생각해서 버틴 게 벌써 56년입니다.”“(기부를 결심한 이유는?) 항상 독일에서 고향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2년 전 기계에 와서 경로당을 봤을 때 시설이 많이 노후가 된 것을 보았습니다. 기계는 부모님이 저에게 주신 고향입니다.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곳에서 노후를 보내면 어떨지, 편하게 지내실 곳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기부금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기부를 했습니다.”“(일반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 코로나 시대에 다들 힘들지만 조금만 더 힘내고 주변도 돌아보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시간에 쫓기는 것 같아서 조급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천천히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은 취업난에 너무 고생이 심한 것 같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도 희망을 항시 포기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면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포기하지 않고 고생고생하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노력과 희망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습니다.”삶의 지혜란 이런 것이 아닐까!

2021-10-27

무엇이 선거판을 이렇게 만들었나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내년 3월 9일 대선이 4개월 남짓 남았다. 여당은 이재명 후보를 대선 후보로 결정했지만 아직도 경선의 후유증은 가시지 못했다. 야당 윤석열과 홍준표 후보의 2강 구도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당내 경선에서부터 여야 후보 간 헐뜯고 비난하는 혼탁한 선거판이 재연되고 있다. 우리의 후진적이고 고질적인 선거 풍토가 개선되지 못한 결과이다. 11월 5일 야당 후보가 확정되면 후보 간 폭로와 비난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비난과 저주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 나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부끄럽다.이 나라 선거판이 이토록 혼탁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도 우리 정치가 기본적으로 진영 논리로 극한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겉으로 보수와 진보라는 허울을 쓰고 있지만 진영의 논리를 무조건 옹호하고 있다. 상대의 잘못은 추호도 용서하지 않는 비정상적 선거 풍토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이번 대선에서도 ‘내로남불’의 논리가 작동되고 선거판은 더욱 혼탁 과열되고 있다. 우리의 정당정치가 전근대적인 붕당정치에 길들여져 머문 결과이다. 이러한 정치 구도 하에서 여야는 네거티브나 마타도어를 승리의 수단으로 삼는다. 네거티브는 게임이론상 상대를 인정치 않고 나만 살자는 이론이다. 이 나라의 선거가 너와 나의 공생이 아닌 승자 독식 독점 구도이다. 전쟁처럼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판에도 뇌물용 돈 다발, 개에게 주는 사과, 양두구육의 인형, 손바닥의 주술 문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네거티브와 해괴망측한 마타도어까지 동원되고 있다. 정책 검증은 사라져 버리고 상대를 무조건 흠집 내고 ‘아니면 말고 식’ 폭로전이 이어져 더욱 한심스럽다.이러한 선거 풍토에는 편향되고 갈라진 언론마저 한몫하고 있다. 진영언론의 가짜 뉴스, 오보 등 무책임한 보도행태가 선거판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선거판의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를 바로 잡아야 할 언론마저 진영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의 편 가르기 식 편향된 보도는 선거판을 더욱 혼탁케 하는 주범이다. 언론자유를 앞세운 유튜브나 개인 미디어까지 동원되어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이를 심판할 정치 평론가들도 진영의 이익을 옹호할 뿐 공론의 장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시민 사회의 여론은 더욱 양분되고, NGO의 공정 비판과 견제 기능마저 마비되고 있다.결론적으로 우리 혼탁한 선거판은 진영의 대결, 악의적 선거 전술, 불공정한 언론의 3중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비극적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아직도 조선조의 사색당쟁의 후진적 붕당 정치를 반추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정치는 겨우 반독재 민주화 단계를 넘었으나 성숙한 사회 민주화 단계는 넘지 못했다. 이제 우리 정치도 사이비 진영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여 다당제가 공존하는 내각제를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우리의 시민 사회의 민도는 아직도 가짜 뉴스나 네거티브, 흑색선전에 취약한 수준이다. 우선 우리의 편향된 언론은 대오각성 하여 언론의 정론직필 기능부터 회복해야 한다.

2021-10-27